그럼에도, 페미니즘
일상을 뒤집어보는 페미니즘의 열두 가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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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속, 페미니즘의 쓸모를 이야기하다!
대중문화, 촛불 집회, 대선 주자 검증 등 페미니즘이 딴죽 걸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도대체 왜 번번이 여성혐오라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 『그럼에도 페미니즘』. 이 책은 여성학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학 교수, 신문기자, 정치인, 여성운동 활동가, 섹스 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연구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12인의 목소리로 묶은 책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익숙한 것들에 대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며 ‘코르셋’과 ‘맨박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해온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더불어 페미니즘서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현장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서가 되기도 한다. 평등을 담보하는 정의를 마주칠 수 없어 모두가 참담해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지는 의무와 불행이라도 덜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얼굴을 한 페미니즘을 제안한다.
대중문화, 촛불 집회, 대선 주자 검증 등 페미니즘이 딴죽 걸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도대체 왜 번번이 여성혐오라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 『그럼에도 페미니즘』. 이 책은 여성학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학 교수, 신문기자, 정치인, 여성운동 활동가, 섹스 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연구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12인의 목소리로 묶은 책으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익숙한 것들에 대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며 ‘코르셋’과 ‘맨박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해온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더불어 페미니즘서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현장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서가 되기도 한다. 평등을 담보하는 정의를 마주칠 수 없어 모두가 참담해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지는 의무와 불행이라도 덜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얼굴을 한 페미니즘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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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지금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쓸모를 말한다
불편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열두 가지 질문들
한국 사회에서 우리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주제들을 통해 지금 가장 민감한 이슈, 페미니즘을 톺아보는 책 《그럼에도, 페미니즘》(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대중문화, 촛불 집회, 대선 주자 검증 등등, 페미니즘이 딴죽 걸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도대체 왜 번번이 여성혐오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다.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갖은 논란과 감정 소모로만 보이는 갈등을 빚어내는 것만 같은데도 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공간은 데이트 폭력으로 문제시되는 연인 간의 사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성평등 이야기에 꼭 따라 붙는 군 복무 문제일 수도 있고, 임금 격차가 문제시되는 노동 현장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이에 최근 페미니즘 열기의 연원이 된 메갈리아로부터 군대, 데이트 폭력, 섹스, 성매매, 노동, 속물론 등 우리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묻는다. 그 답은 여성학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학 교수, 신문기자, 정치인, 여성운동 활동가, 섹스 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연구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12인의 목소리로 묶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익숙한 것들에 대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면 '코르셋'과 '맨박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필자들은 모두 '페미니즘이 여성뿐 아니라 모두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학문이자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장면들을 한 꺼풀 벗겨내는
페미니즘 렌즈로 세상 보기
페미니즘은 메르스 갤러리를 통해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이 활성화된 2015년을 원년으로 부흥기를 맞았다. '미러링'이라는 방법론과 이후 생성된 계파들의 급진성 및 도덕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책의 서두는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로 시작한다. 1장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추는 몇 가지 질문들〉에서 여성학 연구자 윤보라는 현재 래디컬 페미니즘, '이상한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메갈리아의 탄생 배경을 소개한 뒤 메갈리아가 페미니즘 운동의 맥락에서 갖는 의의를 모색한다. 메갈리아는 '미러링' 전략을 통해 남성 중심적인 온라인 공간에서의 발화를 성별을 뒤바꿈으로써, 일종의 권력인 '재미'의 주체가 되어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친근한 언어로 페미니즘을 전파했다.
2장은 '군무새(군대와 앵무새의 합성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있어 짝패처럼 따라붙는 군 문제를 다룬다. 한국문학 연구자 조서연은 〈'여자도 군대 가라'?-군 복무와 성평등의 관계에 대하여〉에서 여자가 군대를 가는 것이 진정한 성평등의 실현이 되는지의 문제에 대해 '여성의 군 복무'를 설정으로 삼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같이 익숙한 대중문화 장르뿐 아니라 실제 여군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일본의 사례를 들어 여성의 군 복무가 군대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로 변질되어 실제 성 평등에는 큰 보탬이 되지 못함을 지적한다. 나아가 TV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전시된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군대에서의 여성은 동등한 군인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온전히 포함된 모습으로 나타남을 설명한다.
3장은 일상 속 페미니즘 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인 데이트 폭력을 다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는 김보화는 〈치정과 멜로, 그 경계에서 데이트 폭력을 묻다〉를 통해 데이트 폭력 문제를 왜 페미니즘 관점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여성의 '싫어'는 동의를 의미한다"와 남자의 박력에 대한 신화가 작금의 방화·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 문제를 어떻게 방기해왔는지,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그에 수반되는 데이트 관계에서의 성폭력이 모두 사회적으로 주입된 후천적인 '남성성'의 확인으로 나타남을 지적한다.
4장 〈남성 진보 논객과 담론 헤게모니-'청년 진보 논객' 데이트 폭력 폭로에 부쳐〉는 2015년 6월을 물들였던 청년 진보 논객과 노동 운동가에 대한 데이트 폭력 폭로 그 이후를 들여다본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지성적으로 생각하여 행동할 법한 '진보 논객'조차 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되며, 오히려 폭로 이후를 대처하는 진보 진영 측에서 실망스러운 반응들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김홍미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판단중지'하고 그 문제를 페미니스트에게 미루는 남성들에게 이미 젠더화된 공론장을 낯설게 보고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하자고 손을 내민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가 최순실 게이트로 결정타를 맞으면서 '여성 정치인'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5장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치〉에서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김은희는 18대 대선 당시 제기되었던 박근혜가 정말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더불어 최근 트럼프에게 석패한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와 경합을 벌일 때 빚어졌던 여성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면서,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의 정치가 아닌 진정한 페미니즘 정치가 무엇인지 논한다.
6장은 여성의 관점에서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되었다"라며 책 《이기적 섹스》를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이 맡았다.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는 책 출간 이후 얻었던 사람들의 반응을 유형별로 소개하면서 그들의 편견을 논평한 뒤, 여성이 여성의 만족을 위한 관점에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페미니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따져본다.
성별 이분법에서의 퀴어의 위치를 묻는 7장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인 나영이 썼다. 루소가 "국왕이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누구에게나 천부인권이 있으며, 저 미개한 아프리카 흑인들조차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만은 예외다"라며 천부인권론에서도 누락시켰던 여성이 백인 여성을 시작으로 유색인종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쟁취해온 역사를 들어, 성별 이분법에서의 여성에 합류되지 못한 여성의 존재를 지적한다.
8장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에서는 여성학자 박이은실이 성매매 문제를 노동의 관점에서 푸는 성노동 담론을 소개한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이후로 성산업이 더욱 음성화되면서 성산업 노동자들을 이전보다 더한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오히려 성매매 문제를 가치중립적인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성매매로 인해 배태되는 문제들을 경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에 성노동에 대한 편견 열 가지를 소개한 뒤 이를 반박함으로써 이해를 더했다.
9장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은 8장의 '실전편' 격으로 이루어졌다. 성매매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기자 박은하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사례로 들면서 성매매 비범죄화 담론의 실제적 한계를 지적한다. 박은하는 성매매 현장을 탐사해온 경험을 살려 포주의 존재가 성매매 구조에서 성판매 여성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실제 범죄의 영역에서 벗어난 '룸살롱 1차'에서 이뤄지는 성적 서비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면서 성매매의 매커니즘을 단순히 성교의 발주와 수주로만 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경제학과 교수 홍태희가 쓴 10장 〈일하겠다, 그러니 돈·욕·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는 노동 현장에서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성평등 논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제기되는 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문제뿐 아니라 직장 안에서의 처우와 경력 단절 등을 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시장에서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 고통받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생존에서조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적시한다.
11장은 여성혐오의 가장 오랜 레파토리인 속물론에 대해 다뤘다. 스노비즘은 비단 여성만의 특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여성들은 '된장녀', '김치녀'와 같은 멸칭을 얻으며 그 속물 근성을 공격당해왔다. 여성학 교수 엄혜진은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에서 이 신화에 대해 자본주의에 뒤늦게 참여하게 된 여성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기에 소비 자본주의의 타깃이 되어 '속물'이라는 개인적인 수준으로 폄하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렇듯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대중문화 연구자 손희정의 '진짜 페미니즘' 이야기로 매조지된다. 1990년대 '그 페미니즘'이라는 명명으로부터 2015년 '무뇌아적 페미니스트'라는 발언까지, 페미니즘은 '맞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는 좀 이상해'라는 사람들에 의해 번번이 그 적통을 의심받아오고 있다. 12장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 신장만을 목표로 한다는 편견을 깨고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따라 노동, 환경 문제와 연계되는 학문임을 설명한다.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는 더 많은 의심이 필요하다
"'지금-여기'에서 출발한 책은 현재진행형 문제에 도발적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한, 남성이 '디폴트'로 상정되는 세상이 '옳은' 것인가. 우리에겐 더 많은 의심이 필요하다."
_〈기획의 말〉 중에서
페미니즘은 수천 년간 남성 중심적으로 쌓아올려진 세계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고 법리상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역사가 쓰여진 시대 전체를 놓고 볼 때 굉장히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페미니즘은 늘 급진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공고하게 이뤄진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기에 논란을 빚어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 생득적인 신체적인 특징이 행동과 자아실현과 사회에서의 행동을 제약하는 사회가 과연 '인간적인' 삶을 선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해온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회의함으로써 역으로 페미니즘의 밑바탕을 바라보는 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페미니즘서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현장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서가 되기도 한다. 평등을 담보하는 정의를 마주칠 수 없어 모두가 참담해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지는 의무와 불행이라도 덜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얼굴을 한 페미니즘을 제안한다. 2015년 〈경향신문〉 뉴스큐레이션사이트 '향이네'를 통해 연재되면서 큰 반향을 이끌어낸 '페미니즘이 뭐길래' 시리즈를 토대로 했다.
- 책속으로 추가 -
물론 내가 섹스에 대해서 글을 쓰는 여성인 건 맞다. 하지만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섹스를 바라보는 것과 아닌 것은 완전히 다르다. 많은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남성들과 싸우기보다는 남성들을 어떻게 잘 구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쓴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그러한 섹스 칼럼을 원하기도 하며 그런 글들이 잘 팔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난 남성들을 구슬려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가 않다. 싸움이 없는 평화는 판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비판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는 남성들에게는 진짜 공격이 뭔지 보여줘야 되는 게 아닐까.
_p120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중에서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이 사회에서 규정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조건과 환경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레즈비언인 여성들은 자신에게 요구되는 성별 규범과 성역할의 압력에 부딪히고,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숱한 차별과 폭력을 겪으며, 동시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낙인과 혐오, 폭력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트랜스젠더/섹슈얼의 정체성을 지닌 이들과 레즈비언 여성들, 다양한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경험하는 이런 차별과 폭력, 성역할의 억압은 성적 위계와 억압이 단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기준과 위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섹스-젠더-섹슈얼리티와 구체적인 성 행동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_p136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중에서
이것은 왜 '성매매'에서 성적 서비스를 '사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고 '파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지, 왜 여성이 아닌 혹은 아니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성노동은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되거나 유사한 맥락에서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는지 등과도 연관되어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와 여성이 성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서 존재하길 원하는 남성 중심적 환상과도 당연히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만연해 있는 이러한 남성 중심적 환상은 여성이 남성에게 사회ㆍ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체제, 남성이 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보다 여성이 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예 없거나 동등하지 않은 체제를 만들고 유지한다.
_p157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 중에서
어느 쪽이든 포주의 존재를 빼놓고서는 성산업을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 성매매를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포주가 된다. 절박한 생계형 성매매의 전형인 가출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봐도 알 수 있다. (중략) 이런 환경에서 남자 청소년은 어느 순간 여자 청소년의 보호자이자 갈취자인 동시에 관리자가 된다. '가출팸'이 결성되고 유지되는 유력한 방식이다. 성매매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성매매의 핵심은 '성 경험'이 아니라 '성 경험'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패키지로 사고판다는 점이다. 배우자·애인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원 나잇 스탠드에서도 불가능한 폭력적 성관계가 성매매에서는 가능하다. 성구매 경험자들은 "그 맛에 한다"라고 말한다.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성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일방적 권력관계를 확인하는 첫걸음 아닌가. 거래의 속성상 판매자는 항상 위험에 처한다.
_p172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 중에서
기울어진 경제 이론을 반듯하게 만들고, 기운 세상을 반듯하게 펴는 경제 정책의 지휘소가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인정하고 장려하자.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의 상황을 포착해서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개발하고, 거시 경제의 세계에도 성 인지성을 장착해서 성 인지 예산을 만들며, 성 인지적인 통계와 성 인지적 지수를 개발하고, 국가 정책에 성별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시도와 노력이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격려해주자. 한시적으로 적극적 조치와 여성 할당제를 작동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사회 전 범위에서 추진하며, 여성 친화적인 공동체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지하자. 그러면 남녀 모두에게 더 나은 경제가 펼쳐지고, 여성주의 경제학도 저절로 없어진다.
_p201 〈일하겠다, 그러니 돈ㆍ욕ㆍ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 중에서
속물성에 대한 충동 중 일부는 인정 욕망에서 비롯되는데, 경쟁의 장에 후발 주자로 입성했거나 사회적 배당이 적은 이들일수록 인정 욕망의 분출구는 제한되어 있다. (중략) 한국 소비 자본주의의 호시절이었던 1990년대, 자본의 첨병인 광고가 청년 세대와 더불어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삼아 '신세대'니 '신세대 여성'이니 하는 신조어를 쏟아내며 정체성 담론의 생산에 주력했던 것이 이와 연관된다. 고학력 여성이 대규모로 증가해서 자아와 정체성을 독립적으로 실현하려는 욕구가 가시적으로 폭발했던 시기였다. 이것을 여성의 권리로 옹호한 것은 페미니즘이었지만, 사회, 직장, 가정이 이를 위한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는 동안 재빠르게 이 열망을 상품화한 것은 시장이었다. 의류, 화장품, 향수에 새겨진 나만의 개성, 유행 감각, 고급진 취향이라는 기호 가치를 구매해서 자율성과 주체성을 경험해보라고 유혹한 것이다. 여성의 욕구와 욕망을 가장 예민하게 읽어내서 반응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장이다. 속물성과 소비적 개인주의가 여성에게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이유다.
_p211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 중에서
이런 에피소드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불신과 그 불신을 밟고서 자꾸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진짜 타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면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멸시와 혐오, 그리고 무지가 숨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공격은 지금까지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와 그 이론적ㆍ실천적 운동의 성과를 간단하게 지워버리고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만든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김규항과 김태훈을 하나로 꿰어버릴 수는 없다. 다만 김규항과 같은 비판자들이 '외부자의 입장'을 취하면서 '맨스플레인'을 시전할 때, '그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내부의 다양한 흐름과 논의를 가려버린 채 하나의 단일한 문제적 흐름, 즉 배척해야 할 반동적이고 이기적이며 부분적인 운동이 되어버린다. 이런 비판들은 한국 페미니즘이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를 외면하고 다양한 결의 페미니즘 논의들을 '백인 부르주아 페미니즘'으로 단순화한다.
_p225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ㅡ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중에서
설치고, 떠들고, 생각하는 페미니즘의 쓸모를 말한다
불편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열두 가지 질문들
한국 사회에서 우리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주제들을 통해 지금 가장 민감한 이슈, 페미니즘을 톺아보는 책 《그럼에도, 페미니즘》(은행나무 刊)이 출간되었다. 대중문화, 촛불 집회, 대선 주자 검증 등등, 페미니즘이 딴죽 걸지 않는 부분이 없어서 도대체 왜 번번이 여성혐오라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책이다.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갖은 논란과 감정 소모로만 보이는 갈등을 빚어내는 것만 같은데도 왜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것일까?
페미니즘이 등장하는 공간은 데이트 폭력으로 문제시되는 연인 간의 사적인 관계일 수도 있고, 성평등 이야기에 꼭 따라 붙는 군 복무 문제일 수도 있고, 임금 격차가 문제시되는 노동 현장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은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돌아볼 수 있다. 이에 최근 페미니즘 열기의 연원이 된 메갈리아로부터 군대, 데이트 폭력, 섹스, 성매매, 노동, 속물론 등 우리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묻는다. 그 답은 여성학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학 교수, 신문기자, 정치인, 여성운동 활동가, 섹스 칼럼니스트, 대중문화 연구자 등 해당 분야 전문가 12인의 목소리로 묶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익숙한 것들에 대해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의심하고 질문을 던지면 '코르셋'과 '맨박스'로부터 탈피한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필자들은 모두 '페미니즘이 여성뿐 아니라 모두의 삶에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학문이자 운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장면들을 한 꺼풀 벗겨내는
페미니즘 렌즈로 세상 보기
페미니즘은 메르스 갤러리를 통해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이 활성화된 2015년을 원년으로 부흥기를 맞았다. '미러링'이라는 방법론과 이후 생성된 계파들의 급진성 및 도덕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때문에 책의 서두는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로 시작한다. 1장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추는 몇 가지 질문들〉에서 여성학 연구자 윤보라는 현재 래디컬 페미니즘, '이상한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메갈리아의 탄생 배경을 소개한 뒤 메갈리아가 페미니즘 운동의 맥락에서 갖는 의의를 모색한다. 메갈리아는 '미러링' 전략을 통해 남성 중심적인 온라인 공간에서의 발화를 성별을 뒤바꿈으로써, 일종의 권력인 '재미'의 주체가 되어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친근한 언어로 페미니즘을 전파했다.
2장은 '군무새(군대와 앵무새의 합성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페미니즘과 성평등에 있어 짝패처럼 따라붙는 군 문제를 다룬다. 한국문학 연구자 조서연은 〈'여자도 군대 가라'?-군 복무와 성평등의 관계에 대하여〉에서 여자가 군대를 가는 것이 진정한 성평등의 실현이 되는지의 문제에 대해 '여성의 군 복무'를 설정으로 삼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같이 익숙한 대중문화 장르뿐 아니라 실제 여군이 보편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일본의 사례를 들어 여성의 군 복무가 군대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로 변질되어 실제 성 평등에는 큰 보탬이 되지 못함을 지적한다. 나아가 TV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전시된 여성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군대에서의 여성은 동등한 군인이 아니라 가부장제에 온전히 포함된 모습으로 나타남을 설명한다.
3장은 일상 속 페미니즘 중 가장 피부에 와닿는 문제인 데이트 폭력을 다룬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는 김보화는 〈치정과 멜로, 그 경계에서 데이트 폭력을 묻다〉를 통해 데이트 폭력 문제를 왜 페미니즘 관점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여성의 '싫어'는 동의를 의미한다"와 남자의 박력에 대한 신화가 작금의 방화·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데이트 폭력 문제를 어떻게 방기해왔는지, 그리고 데이트 폭력과, 그에 수반되는 데이트 관계에서의 성폭력이 모두 사회적으로 주입된 후천적인 '남성성'의 확인으로 나타남을 지적한다.
4장 〈남성 진보 논객과 담론 헤게모니-'청년 진보 논객' 데이트 폭력 폭로에 부쳐〉는 2015년 6월을 물들였던 청년 진보 논객과 노동 운동가에 대한 데이트 폭력 폭로 그 이후를 들여다본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고 지성적으로 생각하여 행동할 법한 '진보 논객'조차 왜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가 되며, 오히려 폭로 이후를 대처하는 진보 진영 측에서 실망스러운 반응들이 왜 나타나는 것일까?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 김홍미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판단중지'하고 그 문제를 페미니스트에게 미루는 남성들에게 이미 젠더화된 공론장을 낯설게 보고 페미니즘을 함께 고민하자고 손을 내민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가 최순실 게이트로 결정타를 맞으면서 '여성 정치인'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5장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치〉에서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김은희는 18대 대선 당시 제기되었던 박근혜가 정말 여성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더불어 최근 트럼프에게 석패한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샌더스와 경합을 벌일 때 빚어졌던 여성 지지자들 사이의 갈등을 다루면서, 단순히 생물학적 여성의 정치가 아닌 진정한 페미니즘 정치가 무엇인지 논한다.
6장은 여성의 관점에서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되었다"라며 책 《이기적 섹스》를 출간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이 맡았다.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는 책 출간 이후 얻었던 사람들의 반응을 유형별로 소개하면서 그들의 편견을 논평한 뒤, 여성이 여성의 만족을 위한 관점에서 섹스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페미니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따져본다.
성별 이분법에서의 퀴어의 위치를 묻는 7장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적녹보라 패러다임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인 나영이 썼다. 루소가 "국왕이든, 귀족이든, 평민이든 누구에게나 천부인권이 있으며, 저 미개한 아프리카 흑인들조차 천부인권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만은 예외다"라며 천부인권론에서도 누락시켰던 여성이 백인 여성을 시작으로 유색인종에 이르기까지 인권을 쟁취해온 역사를 들어, 성별 이분법에서의 여성에 합류되지 못한 여성의 존재를 지적한다.
8장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에서는 여성학자 박이은실이 성매매 문제를 노동의 관점에서 푸는 성노동 담론을 소개한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이후로 성산업이 더욱 음성화되면서 성산업 노동자들을 이전보다 더한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며, 오히려 성매매 문제를 가치중립적인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성매매로 인해 배태되는 문제들을 경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에 성노동에 대한 편견 열 가지를 소개한 뒤 이를 반박함으로써 이해를 더했다.
9장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은 8장의 '실전편' 격으로 이루어졌다. 성매매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보도해온 기자 박은하가 한국 사회의 현실을 사례로 들면서 성매매 비범죄화 담론의 실제적 한계를 지적한다. 박은하는 성매매 현장을 탐사해온 경험을 살려 포주의 존재가 성매매 구조에서 성판매 여성들을 어떻게 착취하는지, 실제 범죄의 영역에서 벗어난 '룸살롱 1차'에서 이뤄지는 성적 서비스들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보여주면서 성매매의 매커니즘을 단순히 성교의 발주와 수주로만 볼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경제학과 교수 홍태희가 쓴 10장 〈일하겠다, 그러니 돈·욕·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는 노동 현장에서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성평등 논의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제기되는 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문제뿐 아니라 직장 안에서의 처우와 경력 단절 등을 들어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설명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노동시장에서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 고통받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생존에서조차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적시한다.
11장은 여성혐오의 가장 오랜 레파토리인 속물론에 대해 다뤘다. 스노비즘은 비단 여성만의 특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여성들은 '된장녀', '김치녀'와 같은 멸칭을 얻으며 그 속물 근성을 공격당해왔다. 여성학 교수 엄혜진은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에서 이 신화에 대해 자본주의에 뒤늦게 참여하게 된 여성들의 성공에 대한 욕망이 온전히 실현되지 못하기에 소비 자본주의의 타깃이 되어 '속물'이라는 개인적인 수준으로 폄하되었음을 지적한다.
이렇듯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대중문화 연구자 손희정의 '진짜 페미니즘' 이야기로 매조지된다. 1990년대 '그 페미니즘'이라는 명명으로부터 2015년 '무뇌아적 페미니스트'라는 발언까지, 페미니즘은 '맞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페미니스트는 좀 이상해'라는 사람들에 의해 번번이 그 적통을 의심받아오고 있다. 12장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는 페미니즘이 단순히 여성의 권리 신장만을 목표로 한다는 편견을 깨고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따라 노동, 환경 문제와 연계되는 학문임을 설명한다.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리고 지금 한국 사회에는 더 많은 의심이 필요하다
"'지금-여기'에서 출발한 책은 현재진행형 문제에 도발적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제까지 당연하게 생각한, 남성이 '디폴트'로 상정되는 세상이 '옳은' 것인가. 우리에겐 더 많은 의심이 필요하다."
_〈기획의 말〉 중에서
페미니즘은 수천 년간 남성 중심적으로 쌓아올려진 세계를 의심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성이 참정권을 얻고 법리상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 것은 역사가 쓰여진 시대 전체를 놓고 볼 때 굉장히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는다. 때문에 페미니즘은 늘 급진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미 공고하게 이뤄진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기에 논란을 빚어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두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남자라서 또는 여자라서, 생득적인 신체적인 특징이 행동과 자아실현과 사회에서의 행동을 제약하는 사회가 과연 '인간적인' 삶을 선사할 수 있을까?
이 책은 기존의 페미니즘 이론을 소개해온 책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쓸모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페미니즘의 시선으로 회의함으로써 역으로 페미니즘의 밑바탕을 바라보는 정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페미니즘서지만,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현장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기에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서가 되기도 한다. 평등을 담보하는 정의를 마주칠 수 없어 모두가 참담해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여자라서 또는 남자라서 지는 의무와 불행이라도 덜 수 있기를 바라며 인간의 얼굴을 한 페미니즘을 제안한다. 2015년 〈경향신문〉 뉴스큐레이션사이트 '향이네'를 통해 연재되면서 큰 반향을 이끌어낸 '페미니즘이 뭐길래' 시리즈를 토대로 했다.
- 책속으로 추가 -
물론 내가 섹스에 대해서 글을 쓰는 여성인 건 맞다. 하지만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섹스를 바라보는 것과 아닌 것은 완전히 다르다. 많은 섹스 칼럼니스트들이 남성들과 싸우기보다는 남성들을 어떻게 잘 구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글을 쓴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그러한 섹스 칼럼을 원하기도 하며 그런 글들이 잘 팔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난 남성들을 구슬려 잘 지내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가 않다. 싸움이 없는 평화는 판타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당한 비판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이는 남성들에게는 진짜 공격이 뭔지 보여줘야 되는 게 아닐까.
_p120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중에서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라고 해서 이 사회에서 규정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그들의 조건과 환경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레즈비언인 여성들은 자신에게 요구되는 성별 규범과 성역할의 압력에 부딪히고, 여성이기 때문에 경험하게 되는 숱한 차별과 폭력을 겪으며, 동시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낙인과 혐오, 폭력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며 살아가고 있다. 트랜스젠더/섹슈얼의 정체성을 지닌 이들과 레즈비언 여성들, 다양한 퀴어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경험하는 이런 차별과 폭력, 성역할의 억압은 성적 위계와 억압이 단지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별 기준과 위계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섹스-젠더-섹슈얼리티와 구체적인 성 행동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 속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해준다.
_p136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중에서
이것은 왜 '성매매'에서 성적 서비스를 '사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고 '파는 사람'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지, 왜 여성이 아닌 혹은 아니라고 여겨지는 이들의 성노동은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되거나 유사한 맥락에서 전면적으로 다뤄지지 않는지 등과도 연관되어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의 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와 여성이 성적 주체로서가 아니라 성적 대상으로서 존재하길 원하는 남성 중심적 환상과도 당연히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만연해 있는 이러한 남성 중심적 환상은 여성이 남성에게 사회ㆍ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체제, 남성이 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보다 여성이 하는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예 없거나 동등하지 않은 체제를 만들고 유지한다.
_p157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 중에서
어느 쪽이든 포주의 존재를 빼놓고서는 성산업을 설명할 수 없다. 누군가 성매매를 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포주가 된다. 절박한 생계형 성매매의 전형인 가출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봐도 알 수 있다. (중략) 이런 환경에서 남자 청소년은 어느 순간 여자 청소년의 보호자이자 갈취자인 동시에 관리자가 된다. '가출팸'이 결성되고 유지되는 유력한 방식이다. 성매매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성매매의 핵심은 '성 경험'이 아니라 '성 경험'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패키지로 사고판다는 점이다. 배우자·애인과의 관계에서는 물론 원 나잇 스탠드에서도 불가능한 폭력적 성관계가 성매매에서는 가능하다. 성구매 경험자들은 "그 맛에 한다"라고 말한다. 일단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성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일방적 권력관계를 확인하는 첫걸음 아닌가. 거래의 속성상 판매자는 항상 위험에 처한다.
_p172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 중에서
기울어진 경제 이론을 반듯하게 만들고, 기운 세상을 반듯하게 펴는 경제 정책의 지휘소가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인정하고 장려하자.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차별의 상황을 포착해서 이를 해결하려는 정책을 개발하고, 거시 경제의 세계에도 성 인지성을 장착해서 성 인지 예산을 만들며, 성 인지적인 통계와 성 인지적 지수를 개발하고, 국가 정책에 성별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시도와 노력이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격려해주자. 한시적으로 적극적 조치와 여성 할당제를 작동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사회 전 범위에서 추진하며, 여성 친화적인 공동체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밑그림이 여성주의 경제학이라면 적극적으로 지지하자. 그러면 남녀 모두에게 더 나은 경제가 펼쳐지고, 여성주의 경제학도 저절로 없어진다.
_p201 〈일하겠다, 그러니 돈ㆍ욕ㆍ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 중에서
속물성에 대한 충동 중 일부는 인정 욕망에서 비롯되는데, 경쟁의 장에 후발 주자로 입성했거나 사회적 배당이 적은 이들일수록 인정 욕망의 분출구는 제한되어 있다. (중략) 한국 소비 자본주의의 호시절이었던 1990년대, 자본의 첨병인 광고가 청년 세대와 더불어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삼아 '신세대'니 '신세대 여성'이니 하는 신조어를 쏟아내며 정체성 담론의 생산에 주력했던 것이 이와 연관된다. 고학력 여성이 대규모로 증가해서 자아와 정체성을 독립적으로 실현하려는 욕구가 가시적으로 폭발했던 시기였다. 이것을 여성의 권리로 옹호한 것은 페미니즘이었지만, 사회, 직장, 가정이 이를 위한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는 동안 재빠르게 이 열망을 상품화한 것은 시장이었다. 의류, 화장품, 향수에 새겨진 나만의 개성, 유행 감각, 고급진 취향이라는 기호 가치를 구매해서 자율성과 주체성을 경험해보라고 유혹한 것이다. 여성의 욕구와 욕망을 가장 예민하게 읽어내서 반응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시장이다. 속물성과 소비적 개인주의가 여성에게 더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이유다.
_p211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 중에서
이런 에피소드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불신과 그 불신을 밟고서 자꾸만 수면 위로 올라오는 진짜 타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면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멸시와 혐오, 그리고 무지가 숨어 있다. 그리고 이런 공격은 지금까지 한국 페미니즘의 역사와 그 이론적ㆍ실천적 운동의 성과를 간단하게 지워버리고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만든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실 김규항과 김태훈을 하나로 꿰어버릴 수는 없다. 다만 김규항과 같은 비판자들이 '외부자의 입장'을 취하면서 '맨스플레인'을 시전할 때, '그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내부의 다양한 흐름과 논의를 가려버린 채 하나의 단일한 문제적 흐름, 즉 배척해야 할 반동적이고 이기적이며 부분적인 운동이 되어버린다. 이런 비판들은 한국 페미니즘이 어떤 고민을 해왔는지를 외면하고 다양한 결의 페미니즘 논의들을 '백인 부르주아 페미니즘'으로 단순화한다.
_p225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ㅡ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중에서
목차
목차
기획의 말 | 경향신문 향이네
1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추는 몇 가지 질문들 | 윤보라
2 '여자도 군대 가라'? ㅡ 군 복무와 성평등의 관계에 대하여 | 조서연
3 치정과 멜로, 그 경계에서 데이트 폭력을 묻다 | 김보화
4 남성 진보 논객과 담론 헤게모니 ㅡ '청년 진보 논객' 데이트 폭력 폭로에 부쳐 | 김홍미리
5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치 | 김은희
6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 은하선
7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 나영
8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 | 박이은실
9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 | 박은하
10 일하겠다, 그러니 돈ㆍ욕ㆍ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 | 홍태희
11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 | 엄혜진
12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ㅡ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 손희정
1 메갈리아의 '거울'이 비추는 몇 가지 질문들 | 윤보라
2 '여자도 군대 가라'? ㅡ 군 복무와 성평등의 관계에 대하여 | 조서연
3 치정과 멜로, 그 경계에서 데이트 폭력을 묻다 | 김보화
4 남성 진보 논객과 담론 헤게모니 ㅡ '청년 진보 논객' 데이트 폭력 폭로에 부쳐 | 김홍미리
5 그럼에도, 페미니스트 정치 | 김은희
6 나는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여자' | 은하선
7 여성을 사랑하는 나는 여성이 아닙니까? | 나영
8 성노동 비범죄화, 한국에서는 안 될 일인가? | 박이은실
9 성매매 비범죄화, 안 될 일이다 | 박은하
10 일하겠다, 그러니 돈ㆍ욕ㆍ매 앞에 평등을 허하라 | 홍태희
11 여성들은 왜 '속물'이 되어야 했나 | 엄혜진
12 '진짜 페미니즘'을 찾아서 ㅡ 타령을 도태시키고 다시 논쟁을 시작할 때 | 손희정
저자
저자
윤보라
서울대학교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 수료. 온라인 문화 생태계와 젠더 변동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저서로 《여성혐오가 어쨌다구?》(공저)가 있으며, 「일베와 여성혐오 : 일베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일베가 능욕당한 국가를 구한다?」(공동 기고), 「농담과 비키니, 나꼼수 사건을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선」(공동 기고) 등의 글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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