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에 걸린 반달(오늘의 시와사람 144)
박래흥 시조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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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흥의 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서정시의 본질에 충실하다. 노년에 접어든 삶을 통해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청년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그때의 순수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는 세월에 찌든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며 순수를 지향하고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고자 자연과 사물을 통해 길을 모색한다.
한편 박래흥의 시집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그 장소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짐한다. 박래흥 시의 또 다른 경향은 식물성이미지들에 대한 천착이 아름답다. 꽃을 노래한 시편들에서 꽃이 지닌 고유성인 미적 깊이를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박래흥 시의 미덕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위한 노력은 그 의미가 깊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문제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래흥의 시는 일상의 언어로 직조되어 매우 독자친화적이다. 언어를 비틀고 왜곡하여 알 수 없는 기괴한 해적시가 난무하는 시의 위기시대에 그의 시는 독자들을 불러오게 하는 힘을 통해 우리시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한편 박래흥의 시집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그 장소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짐한다. 박래흥 시의 또 다른 경향은 식물성이미지들에 대한 천착이 아름답다. 꽃을 노래한 시편들에서 꽃이 지닌 고유성인 미적 깊이를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박래흥 시의 미덕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위한 노력은 그 의미가 깊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문제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래흥의 시는 일상의 언어로 직조되어 매우 독자친화적이다. 언어를 비틀고 왜곡하여 알 수 없는 기괴한 해적시가 난무하는 시의 위기시대에 그의 시는 독자들을 불러오게 하는 힘을 통해 우리시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강경호(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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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작품론|
존재방식 탐구와 장소성,
그리고 통일지향의 미학
-박래흥 시조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
강 경 호
(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정서를 순화시켜 참된 가치를 제시하는 언어예술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삶과 현실을 반영한다. 불화와 모순이 존재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은 당연히 선을 지향하며 극복의지를 형상화시켜 보다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
박래흥의 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서정시의 본질에 충실하다. 노년에 접어든 삶을 통해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청년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그때의 순수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는 세월에 찌든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며 순수를 지향하고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고자 자연과 사물을 통해 길을 모색한다.
한편 박래흥의 시집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그 장소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짐한다. 박래흥 시의 또 다른 경향은 식물성이미지들에 대한 천착이 아름답다. 꽃을 노래한 시편들에서 꽃이 지닌 고유성인 미적 깊이를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박래흥 시의 미덕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위한 노력은 그 의미가 깊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과제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래흥의 시는 일상의 언어로 직조되어 매우 독자친화적이다. 언어를 비틀고 왜곡하여 알 수 없는 기괴한 해적시가 난무하는 시의 위기시대에 그의 시는 독자들을 불러오게 하는 힘을 통해 우리시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2.
청년은 미래를 바라보고 노인은 과거를 바라본다는 말처럼 청년시절 열심히 일하다 세월이 지긋해지면서 옛일을 회상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섭리이다. 서정시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정서적 사건들을 형상화시킨다.
초로에 접어든 박래흥 시인은 순수했던 청년시절의 열정을 회억하며 그리워한다. 삶에 열중하는 동안 잃어버린 순수와 순정한 마음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경건한 의식이다.
1970년 1월 4일 사글세방 바닥나서
고향 가는 길에 만난 너와 나의
신신다방 설렘은
첫눈 오는 날 송정역전에 묻혔다
하~얀 송정역전 첫눈속의 첫 만남은
발자국 하나 없는 닥터 지바고의 눈길
지드의 〈좁은 문〉 알리샤를 사랑하고
테스를 사랑하고 까뮈의 이방인과
싸르트르 부조리 문학을 토론했다
정영숙 바이올린 잘 뜯는다는 여대생
來興이 判碩이로 음대가 간호대로
첫눈 오는 날의 추억
외로울수록 그리워진
순수한 그녀는 내가 처음 만난 여자다.
- 「고향 가는 길」 전문
1970년도면 50여 년 전의 까마득한 과거이다. 스무 살 언저리 문청시절, 박래흥 시인과 박판석 시인은 무척 절친이었나 보다. 인생의 도반으로서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며 서서히 황혼녘에 다가가는 두 시인의 청년시절,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 "사글세방 바닥나서/고향 가는 길에" 만나 송정역 신신다방에서 첫눈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나보다. '첫눈'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닥터 지바고」의 명장면인 눈 내리는 시베리아를 떠올리며 평생의 친구가 된 두 사람의 만남을 추억한다. 이후 국문과 학생 신분이었기에 「좁은 문」의 "알리샤를 사랑하고" "테스를 사랑하고 까뮈의 이방인과/싸르트르 부조리 문학을 토론"하며 자신들의 꿈인 문학가의 꿈을 키웠다. "첫눈 오는 날" "외로울수록 그리워진" 화자는 '음대'와 '간호대'로 몰려다니던 그 시절에 "순수한 그녀"를 만났다. '첫눈'을 매개로 하여 친구 '판석'이와 첫사랑 그녀를 추억하는 이 작품에서 '첫눈'은 화자의 인생에서 만난 두 사람과 오버랩시키는 매제 작용하고 있다.
대학시절의 순정한 청년의 아름다운 기억은 「간이역」에서도 오래된 필름처럼 떠오른다.
기차도 오지 않는 간이역 주막집에
뚱뚱보 아저씨가 달콤한 서울말로
지산동 숫처녀들을 유혹하는 소주방
가을비 온천지를 조준사격 하는데
기다림을 외면한 당신의 자유분방
내 깊은 사유를 꽁꽁 묶어서 구속한 밤
유혹에 빠진 처녀 술맛에 해롱해롱
그리움 분노되어 갈 곳 잃고 방황한
새벽의 긴 밤거리는 죽도록 무섭구나
맹세를 풀고 마신 술통 속 디오게네스
새벽이 비틀비틀 춤추며 돌아오고
간이역 등불 또 다시 깜박깜박 졸고 있다
내가 탈 새벽열차 어디쯤 오고 있을까
오지 않는 사랑은 전도서 1장 2절
모두가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 「간이역」 전문
이 작품에서 '간이역'은 특정한 공간을 지칭하는 장소일 수도 있지만 인생이라는 철길을 가는 중간에 만난 역으로도 읽힌다. 청운의 부푼 꿈을 안고 인생길에서 "기차도 오지 않는 간이역"에 이른다. 간이역엔 주막집이 있고 "뚱뚱보 아저씨가 달콤한 서울말로/지산동 숫처녀들을 유혹하는" 공간이다. 가을비가 내리는 밤 화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화자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분노되어 갈 곳 잃고" 새벽 밤거리를 방황한다. 가난한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간이역 등불도 깜박거린다. '비틀비틀' 의태어와 간이역 등불의 '깜박깜박'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방황과 존재성을 드러내는 표지로써 '간이역'이 인생길 중에서 거쳐 가는 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때 화자는 "내가 탈 새벽열차 어디쯤 오고 있"는 지가 궁금하다. '새벽열차'는 새로운 출발을 말한다.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랑"이라며, 삶의 무정함과 헛됨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시인은 인생을 허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랑을 기다리고 신뢰하는 일이 헛되다고 하는 것이다. 믿음이 전제되는 것이 사랑이거늘, 인생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 밖에 과거를 회상하는 시편 「망산望山」은 '산을 바라본다'는 의미이지만, 짐작컨대 시인의 고향에 있는 산이 아닌가 싶다. 망산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이 희망"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희망 속에는 '희노애락'이 깃들어 있는 것이어서, "내 사랑 옛 추억"이 보이고, "내 삶이 어려워도" '헛되고 헛되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시인이 지나온 삶을 기억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유년이 그리워도」 역시 유년을 회상하는 시편이다. "망산에 비 몰아오면/마당에 널어놓은 죽순, 고사리/취나물, 누룩"이 비 맞지 않도록 치워야 했다. 그러므로 놀다가도 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소낙비 다 맞으며 쟁기질 하시는/아버지의 한숨소리"를 듣는 일은 화자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화자는 "유년이 그리워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자가 유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진술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유년의 고통스러운 일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 것뿐이기 때문이다. 실은 되돌아갈 수 없는 유년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희망이다」가 이를 말해준다. 밝은 달밤 "우리는 세상물정 모르고 사랑했다"고 진술한다. 세상물정 모르고 시정의 욕망에 물들지 않은 때이므로 "완송緩松이 영혼으로 사랑했던 2339"는 "달콤한 첫사랑보다 더 영원한 그리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2339'가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아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가지가 늘어진 기품있는 소나무와 밝은 달밤의 정경이 눈앞에 선하다. 화자는 이렇듯 아름다운 날을 그리워하고 회상하고 있다.
3.
박래흥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시적 관심사는 삶을 관조하며, 삶이 무엇인지를 묻고, 깨달음과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인간의 삶은 세월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그동안 지나온 생을 살피게 된다. 청년시절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잃고 욕망을 좇아가다가 보낸 시간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한다. 더불어 그동안의 삶에 대한 회한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때로는 자연을 통해, 때로는 신앙을 통해, 그리고 오래 잊었던 신념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러한 과정과 행위는 서정시가 추구하는 본질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본성이다.
날마다 화려한 꽃밭인줄 알았는데
남의 말 너무 쉽게 듣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귀머거리 되었구나
철마다 건강한 청춘인줄 알았는데
나의 교만한 입 자랑하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벙어리가 되었구나
해마다 아니 늙은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의 허욕 못된 짓 보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소경이 되었구나
세월이 흘러가니 오감이 꽉 막혀서
하루하루가 답답한 바보가 되었구나.
- 「세월이 흘러가니」 전문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는 법이지만 영원하지 않는 한때의 시간이다. 화자는 "날마다 화려한 꽃밭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강하고, 늙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니 오감이 꽉 막혀서/하루하루가 답답한 바보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그러는 동안 "남의 말 너무 쉽게 듣지 말라고" 귀머거리가 되고, "교만한 입자랑 말라고 벙어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허욕 못된 짓 보지 말라고" 소경이 되었다. 시제가 말하듯 '세월이 흘러가니' 세월이 많은 깨달음을 준다. 나이 들어가며 교만과 허욕 등을 체험하며 마침내 "답답한 바보가 되었"다는 화자의 진술은 귀, 입, 눈을 포함한 감각기관이 막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참다운 인간이 되는 길이 오감을 마비하거나 상실하는 아이러니라니 놀라운 일이긴 해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속성을 잘 묘파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니」에서 '세월'은 '성찰'에 이르게 한다. 「서산 마애불상」 또한 '사랑'이 무엇이며 인생이란 무엇인지 삶의 방식에 대해 묻는다.
침묵의 바위 속에 국보로 홀로앉아
아직도 나오지 않으신 근엄하신
부처님
높은 산 마애불로 밤낮 없이 앉아
무릎이 아프시고 허리가 아프실까
밤이면 온갖 짐승 울부짖는 소리
얼마나 고독할까
저 멀리 고을고을 중생들의 어려운
삶을 걱정하고 기도하는 자비로운
마애불의 미소에 근심걱정 사라진다
거룩하신 당신께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어보았다.
- 「서산 마애불상」 전문
충청남도 서산군 가야산 바위에 새겨진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백제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국보84호로 빼어난 조각과 더불어 미소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화자는 마애불을 보고 난 후 침묵의 바위 속에 홀로 앉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높은 산 마애불로 밤낮 없이 앉아/무릎이 아프시고 허리가 아프실까/밤이면 온갖 짐승 울부짖는 소리/얼마나 고독할까" 하고 걱정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적인 것일 뿐 바위 속에 들어있는 부처는 "고을고을 중생들의 어려운/삶을 걱정하고 기도하는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마애불은 바위 위에 새긴 부조이다. 그 옛날 어느 석공이 있어 산중에 부처님 상을 새겨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어 자애로운 미소로 산 아래 중생들을 바라보게 한다.
화자는 마애불을 바위로 바라보지 않고 중생들을 걱정하는 부처로 인식하는 까닭에 "거룩하신 당신께 사랑이란 무엇인가/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어보"는 것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위 속에서 미소를 짓는 부처상에 비해 인간은 지극히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유한한 존재이므로 국보로 지정된 '서산 마애불상'은 화자가 바라볼 때는 영원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오래 중생들의 삶을 살펴온 부처님에게 사랑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물으며 삶의 이정표를 찾는 것이다.
이밖에도 성찰과 깨달음의 시편은 무수히 많다. 「나무」에서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릴지라도 오히려 뿌리가 깊어짐을 통해 시련으로 견고해지는 존재의 근성을 노래하고, 「황금박쥐의 눈」은 '황금박쥐'를 고독한 철학자로 변용하여 거꾸로 살아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탐구한다. 「백로」는 남광주 다리 밑 광주천에서 하루 종일 생존을 위해 먹이를 노리는 백로의 모습에서 고단한 생명이지만 커다란 욕망을 버리고 자족하는 정신성을 발견한다. 「반딧불이」에서는 고향 망산의 칠흑 같은 밤, 빛나는 반딧불이에서 유성처럼 성호를 긋는 모습에서 맑은 영혼과 신성성을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3여 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를 위기에 빠지게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마스크를 쓴 인간의 모습에서 코, 입을 틀어막은 절대적인 존재의 뜻을 발견한다. 그리고 「나의 5계절」에서는 조선 중기의 문신 박수량의 백비白碑를 통해 청렴한 선비의 삶을 읽고 화자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자 한다. 박수량의 백비에 아무런 비문이 없는 것은 청렴한 선비의 삶을 반영한 것으로 욕망을 비운 인간의 표상이라는 것을 화자는 시에서 전제하고 있다. 이처럼 박래흥 시인의 내면에 깃든 정신성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과 사물을 통해 극명하게 질문하고 또 스스로 대답을 구하고 있다.
4.
예로부터 '꽃'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되어 많은 시인들의 시적 소재가 되었다. 꽃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뭍 시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오래 피어있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래흥 시인의 시집에서도 '백목련' '동백' '해바라기' '백합' '봉숭아' '난초' '코스모스' '들국화' 등 다양한 꽃을 통해 순결, 첫사랑, 황홀, 그리움, 지조 등 여러 의미로 읽히고 있다.
「백목련의 미소」는 '첫사랑'처럼 그리운 미소가 되었다.
백목련의 미소는 내 입술에 첫사랑
나는야 하얀 그대 꽃향기 되었다면
당신은 아름다운 내 천국의 꽃이어라
혹한을 뚫고 나온 보드라운 눈빛이
나를 향한 끝없는 그리운 미소라면
세상의
꽃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까
해바라기 눈먼 사랑 네 마음 품었다
운명의 장난 같은 석별이 찾아와도
백목련 첫사랑만은 영원한 나의 소망
- 「백목련의 미소」 전문
"백목련의 미소는 내 입술에 첫사랑"이라고 노래함으로써 '백목련'을 첫사랑으로 의인화하였다. 대상을 의인화함으로써 인격과 영혼을 부여받은 '백목련'은 화자의 연인이 되었다. 백목련은 봄날 하얀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백목련은 화려한 색깔을 지니지 않았지만 자태가 주위를 환하게 한다. 또한 조선 여인의 자태처럼 소박하지만, 미소가 아름답고 향기가 그윽하다. 그러므로 화자는 "당신은 아름다운 내 천국의 꽃이어라"라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백목련을 바라본다.
이때 백목련은 "혹한을 뚫고 나온 보드라운 눈빛"이어서 화자를 "향한 끝없는 그리운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어쩌다 "운명의 장난 같은 석별이 찾아와도" '첫사랑 백목련은 나의 영원한 소망'이라며 사랑이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나의 삶은 태풍에 뿌리 뽑힌
미황사 동백나무 아픔이다
눈보라 보릿고개 뚫고 피어난
검붉은 동백꽃은 이승에 두고 간
어머님 사랑의 미련이다
하늘나라 올라가서
북두칠성이 된
누이동생의 피눈물이다
아니, 그대를 향해 파도처럼
쌓이고 쌓인 나의 불타는 그리움이다
- 「미황사 동백꽃은」 전문
「미황사 동백꽃은」에서 '동백꽃'을 가족사의 아픔을 나타내는 기표로 설정하고 세상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있다. "나의 삶은 태풍에 뿌리 뽑힌/미황사 동백나무 아픔"이라고 전제하고 "눈보라 보릿고개 뚫고 피어난/검붉은 동백꽃은 이승에 두고 간/어머님 사랑의 미련"임을 밝힌다. '눈보라' '보릿고개'는 시련과 배고픔을 말하는데, 어려운 시절을 살다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동백꽃'으로 피어남을 의미한다. 가족사의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어서 "하늘나라 올라"가 "북두칠성이 된/누이동생"을 잃은 고통의 피눈물이 '동백꽃'으로 피어났다는 인식에 이른다. 동백꽃은 색채이미지가 핏빛이어서 죽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읽힌다. 이 작품을 '동백꽃' → '핏빛' → '죽음'의 의미로 변용시키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족사의 아픔을 '동백꽃'이라는 시적 대상에게로 전이시킨다. 그러므로 화자는 '그대'로 상징되는 대상을 향해 "파도처럼/쌓이고 쌓인 나의 불타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시적 은유로 '동백꽃'을 '각혈' '피' 또는 '죽음'으로 인식하는데, 박래흥 시인 또한 이러한 인식과 궤를 같이하면서 '그리움'의 대상으로 '동백꽃'을 바라보고 있다.
이밖에 '꽃'을 노래한 「봉숭아꽃」에서는 봄날 장독대 아래 피어난 "하얀꽃 연분홍꽃, 깔깔깔 웃어"댄다고 봉숭아꽃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 묘사한다. "시집간 우리 누님 그리워 심"은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들였던 추억을 그리워하며 "봉숭아 심은 마음 정말로 요술쟁이"라며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매우 활달한 정서를 표출한다. 「난초꽃」에서는 화자가 자신의 가슴을 "날마다 꽃피는 꽃밭"이라고 한다. 가슴에 온갖 꽃이 피었으니 행복할진대 "꽃 중에서 제일 예쁜 꽃"이 "제석산의 난초꽃"이라고 말함으로써 화자가 난초꽃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밝힌다. 꽃은 언제나 "사랑의 눈웃음" 지으며 "방실방실" 웃는 존재이다. 화자는 "난초꽃 필 때까지" "영혼의 물을 뿌리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고백하는데, 난초꽃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드러낸다. 「코스모스」에서 화자는 '코스모스'를 '우주'로 인식한다.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대변되는 우리 국토에 "오색물결"을 이루어, 마침내 "대동강 건너서 백두산"을 향하는 통일에의 소망에 이르는 '통일꽃'으로 의미를 확산시킨다. 「들국화 2」에서는 들국화의 지조와 생명력을 노래하며, 한편으로는 자기성찰에 이르게 하는 기표로서의 꽃으로 생명력을 부여한다.
5.
장소성은 특정한 공간에 대한 인식이 투사되어 있다. 또한 공간, 즉 장소는 엄연한 실존의 조건이며 토대이다. 사람은 장소를 사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간은 죽은 땅이다. 사람은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땅은 장소와 지각공간의 인지와 경험이 이루어지는 바탕이다. 삶은 그것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의 맥락과 연관성 안에서 인성이 형성되고 감정이 영향 받는 일을 배제하고는 성립될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은 장소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육체가 장소를 점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소는 몸과 정신의 실존을 품고 그것이 피어나게 하는 자리이며, 모든 원초적 경험의 바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과 함께하는 장소는 수많은 서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경험이 축적된 장소에는 그 장소만의 특별함이 투사되어 있다.
박래흥 시인의 시편에서도 장소는 시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로 그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광주'가 그 지점이다. 광주를 떠올릴 때 '역사성'이 먼저 생각한다.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체험한 역사의 현장이다. 더불어 수많은 위인들의 삶과 연관된 독특한 이야기도 배태되어 있다.
빛고을 지켜주던 전남도청 회화나무
푸른 귀 활짝 열고 총소리를 들었다
잎마다 눈 부릅뜨고 살육함을 보았다
피바다에 빠진 그 도시의 열흘 차마
인간의 잔인함 볼 수 없어 죽었구나
참회가 없는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다
나쁜 기운 몰아내고
행복 부른 회화나무
광주 5월 지키지 못한 양심 때문에
나무는 죽었는데 그 놈 반성도 없구나!
- 「분수대 회화나무」 전문
옛 전남도청은 근현대사의 비극의 현장이다. 1980년 5월, 이른바 광주민중항쟁 최후의 격전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계엄군이 일방적으로 옛 도청을 사수하고 있던 시민군을 학살한 장소이다. 그곳에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대여섯 그루가 있었는데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무들이다. 지금은 모두 고사하여 마지막에 죽은 회화나무 고사목 한 그루가 남아있을 뿐이다. 화화나무는 식물성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푸른 귀 활짝 열고 총소리를" 들었고 "잎마다 눈 부릅뜨고 살육"을 본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증표이다. 광주민중항쟁 이후 모두 죽은 회화나무를 "인간의 잔인함 볼 수 없어 죽었"다는 화자의 인식태도는 회화나무가 광주시민들의 아픔과 함께 한다는 인식이 깃들어 있다. 옛 도청과 더불어 도청 광장의 분수대 또한 역사의 현장이어서 '분수대'가 구조물로서 뿐만 아니라 장소적 의미를 지닌다. '회화나무' 역시 사물로써 뿐만 아니라 분수대처럼 특별한 장소성을 갖는다.
다음의 「무등산의 기도」 또한 '무등산'이라는 역사성이 깃든 장소성을 노래하고 있다.
무등산은 날마다 기도를 합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뿌리도 모르고
5·18 민주화운동에 목숨 두려워
도망간 자들이 날이면 날마다
음성도 음운도 아닌
바람소리 돌 부딪치는 음향으로
시를 써서 팔아먹고
열사처럼 자랑해도
무등산無等山은 탓하지 않습니다
박애주의博愛主義로 안아주고
무등無等처럼 둥글둥글 살아가라
겸허한 자세로 충고 한다
평화 민주주의 투사다 열사다
칭찬해 놓고 뒷구멍에 숨어서
폭도다 간첩이다 물 먹여도
무등산은 사랑의 시로써 기도한다.
- 「무등산의 기도」 전문
'무등산'은 '광주'의 동의어이다. 광주의 역사성을 말할 때 흔히 '무등산'을 '광주'의 의미로 대체 사용한다. 우리나라 도시 중 유일하게 1,000m 이상의 산과 시내가 함께 하고 있어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자상한 어버이처럼 여긴다. 그러므로 화자가 "무등산은 날마다 기도한다"고 진술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지이며 인권도시인 광주는 일제강점기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통해 일제에 저항하였고, 항일정신은 '5·18민주화운동'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광주의 빛나는 역사를 "시를 써서 팔아먹고/열사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화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목숨이 두려워 "5·18 민주화운동에 목숨 두려워/도망간" 비겁한 자들이라고 한다. 묵묵히 고통스럽게 광주민중항쟁을 지켜본 무등산은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박애주의博愛主義로 안아주고 /무등無等처럼 둥글둥글 살아가라" 충고한다. 뿐만 아니라 "평화 민주주의 투사다 열사다/칭찬해 놓고 뒷구멍에 숨어서/폭도다 간첩이다 물 먹여도" 무등산은 사랑으로 감싸고 기도한다. 이른바 '광주정신'으로 비겁한 자들을 오히려 용서하며 사랑으로 안는 무등산의 모습이다.
이처럼 '무등산'이라는 장소성은 비겁한 자들까지 껴안는 포용력을 지닌 것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광주'라는 장소성이 깃든 시편 「무등산 85」에서 "백번 천 번 올라도 또 오르고 싶은" '첫사랑 같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무등산 가는 길」에서는 넉넉한 산 무등산을 기행 형식을 통해 곳곳에 새겨진 서사를 발굴한다. 무등산 가는 길에 만나는 '무지개다리' '토끼등' '바람재' '백운대' '너덜겅바위' '규봉암'의 의미를 묘파하며 장소성이 지닌 서사와 의미를 되새기며, 무등산 오르는 길을 "희노애락의 처절한 인생의 길"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6.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과제는 분단이데올로기를 해소하는 데 있다. 그러나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날 이른바 '분단시'를 쓰는 시인들이 사라졌다. 대신 미시담론에 집착하여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분단된 지 70여 년이 더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분단이데올로기의 해소는 유효하다. 오히려 분단이 더욱 고착화되어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위태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둔감해지고 통일은 요원한 것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시대에 박래흥 시인은 분단의 아픔을 껴안으며 통일지향의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의 현장을 바라보며 그날의 비극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국전쟁의 상흔을 껴안고 살아가는 노모의 안타까운 그리움을 그려내기도 한다. 한편으로 우리 내부의 통일의지를 확인하며 때로는 탄식을, 때로는 소망을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의 표제시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분단 상황의 아픔과 통일지향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 그리워
날마다 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겠소
6·25의 아픔이 사랑이 될 때까지
단종의 피눈물이 화룡포를 넘쳐도
날마다 긴 침묵으로 기다리고 있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한 민족 세계사에 갈라진 한반도여
날마다 하나 될 영광 기다리고 있겠소
언어도 하나이고 역사도 하나인데
땅은 벽에 막혔어도 하늘은 열렸으니
한라산 독수리 되어 백두산을 날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북한의 천연자원 남한의 선진기술
두 영혼 힘을 합하여 미래세계 열겠소
세월은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데
남남북녀 보듬고 덩실덩실 춤추며
천지가 감동하도록 노래하며 살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미움 넘어 이념 넘어 휴전선 갈아엎어
사랑과 믿음으로써 에덴동산 만들겠소.
- 「철조망에 걸린 반달」 전문
시제가 암시하듯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철조망'과 '반달'을 분단과 분단상황을 나타내는 기표이다. 반달이 보름달이 되듯 통일은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며,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는 철조망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 그리워/날마다 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다.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이 구체적으로 분단상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누이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해소되는 날이 통일이 완성되는 날임을 밝히고 있다. 화자는 소망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통일이 되는 날임을 강조하고 있다. 화자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언어도 하나이고 역사도 하나"이기 때문인데, 화자는 간절하게 "한라산 독수리 되어 백두산을 날겠소"라고 분단이념 해소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음의 작품 「내 영혼 바람 되어」에서도 분단이 가져온 실향의식과 그리움을 통해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파아란 하늘에다 하이얀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줄기 바람 되어
할매가
꿈에도 그리는 대동강도 그리고
아빠가 넘어가다 쓰러진 철조망에
구름을 몰고 가는 한줄기 바람 되어
엄마가
애타게 그리는 아빠 얼굴 그리며
흑암의 우주에다 햇빛 달빛 전하고
꽃잎을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 되어
우리의
소원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리리라.
- 「내 영혼 바람 되어」 전문
시적 상징으로 '바람'은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한다. 화자는 '바람'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분단으로 가지 못하는 "꿈에도 그리는 대동강도 그리고" "아빠가 넘어가다 쓰러진 철조망에" "한줄기 바람 되어" "엄마가/애타게 그리는 아빠 얼굴 그리며" "한줄기 바람 되어" 북녘땅을 가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바람'은 "파아란 하늘에다 하이얀 구름으로/그림을 그리"고, "흑암의 우주에다 햇빛 달빛 전하고/꽃잎을 스쳐가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분단의 땅, 그리운 땅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우리의/소원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 분단 상황을 형상화시킨 작품으로는 「할머니의 기도」, 「유언」, 「죽음을 넘어서」 등이 있다. 「할머니의 기도」에서는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아들 손자가 잘 되길 비는 할머니의 기도를 통해 한국전쟁에 끌려간 큰아들의 무소식에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간곡한 할머니의 기도에 조응하는 화자는 "기도가 되어 내 영혼을 정화한다."고 노래하였다. 「유언」에서는 북녘에서 피란와 남녘에서 살고 있는 실향민의 비극을 통해 "북쪽은 팔아먹었다 남쪽 사람 모르게", 두고 온 땅을 북녘 사람들이 팔아먹은, 이른바 토지를 몰수한 북녘 체제의 사회주의를 원망하고 있다. 「촉석루 의암」에서는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적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내린 논개의 의로운 죽음을 오늘날 "왜놈들 재벌이라고 보듬지는 말거라"며 우리가 어떻게 애국할 지에 대해 묻고 있다.
살펴본 것처럼 박래흥 시인의 이번 시집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시편들을 통해 순수했던 청년시절을 회상하며, 그때를 그리워한다. 그럼으로써 잃어버린 순수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더불어 그의 작품들의 한켠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고 근현대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결의를 보여준다. 그리고 꽃의 시편에서는 꽃이 지닌 고유성과 인간의 삶을 살펴본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귀한 것은 분단이데올로기를 해소하고자 하는 민족문학의 과제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매우 적절하고 가치 있는 메시지이다.
박래흥 시인의 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대부분 시조형식을 취하고 있고, 언어가 독자친화적인 일상 언어여서 친근하다. 오늘날 산문화 되어 가고 있는 우리시에 음악성을 되새기고 있음은 우리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어 매우 값지다 하겠다.
존재방식 탐구와 장소성,
그리고 통일지향의 미학
-박래흥 시조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
강 경 호
(시인,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회장)
1.
서정시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정서를 순화시켜 참된 가치를 제시하는 언어예술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삶과 현실을 반영한다. 불화와 모순이 존재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은 당연히 선을 지향하며 극복의지를 형상화시켜 보다 나은 미래를 지향한다.
박래흥의 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서정시의 본질에 충실하다. 노년에 접어든 삶을 통해 가난했지만 순수했던 청년시절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며 그때의 순수를 회복하고자 한다. 이는 세월에 찌든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며 순수를 지향하고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고자 자연과 사물을 통해 길을 모색한다.
한편 박래흥의 시집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그 장소가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역사적 비극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를 다짐한다. 박래흥 시의 또 다른 경향은 식물성이미지들에 대한 천착이 아름답다. 꽃을 노래한 시편들에서 꽃이 지닌 고유성인 미적 깊이를 인간의 삶에 대입시켜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시집에서 박래흥 시의 미덕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위한 노력은 그 의미가 깊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과제인 분단이데올로기 해소를 간절하게 노래하고 있어 주목된다.
박래흥의 시는 일상의 언어로 직조되어 매우 독자친화적이다. 언어를 비틀고 왜곡하여 알 수 없는 기괴한 해적시가 난무하는 시의 위기시대에 그의 시는 독자들을 불러오게 하는 힘을 통해 우리시의 위기를 타개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2.
청년은 미래를 바라보고 노인은 과거를 바라본다는 말처럼 청년시절 열심히 일하다 세월이 지긋해지면서 옛일을 회상하는 것은 보편적인 일이다. 이러한 과정은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섭리이다. 서정시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주치는 정서적 사건들을 형상화시킨다.
초로에 접어든 박래흥 시인은 순수했던 청년시절의 열정을 회억하며 그리워한다. 삶에 열중하는 동안 잃어버린 순수와 순정한 마음을 다시 회복하고자 하는 경건한 의식이다.
1970년 1월 4일 사글세방 바닥나서
고향 가는 길에 만난 너와 나의
신신다방 설렘은
첫눈 오는 날 송정역전에 묻혔다
하~얀 송정역전 첫눈속의 첫 만남은
발자국 하나 없는 닥터 지바고의 눈길
지드의 〈좁은 문〉 알리샤를 사랑하고
테스를 사랑하고 까뮈의 이방인과
싸르트르 부조리 문학을 토론했다
정영숙 바이올린 잘 뜯는다는 여대생
來興이 判碩이로 음대가 간호대로
첫눈 오는 날의 추억
외로울수록 그리워진
순수한 그녀는 내가 처음 만난 여자다.
- 「고향 가는 길」 전문
1970년도면 50여 년 전의 까마득한 과거이다. 스무 살 언저리 문청시절, 박래흥 시인과 박판석 시인은 무척 절친이었나 보다. 인생의 도반으로서 지금까지 우정을 나누며 서서히 황혼녘에 다가가는 두 시인의 청년시절, 일 년 중 가장 추운 날 "사글세방 바닥나서/고향 가는 길에" 만나 송정역 신신다방에서 첫눈을 바라보며 차를 마셨나보다. '첫눈'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닥터 지바고」의 명장면인 눈 내리는 시베리아를 떠올리며 평생의 친구가 된 두 사람의 만남을 추억한다. 이후 국문과 학생 신분이었기에 「좁은 문」의 "알리샤를 사랑하고" "테스를 사랑하고 까뮈의 이방인과/싸르트르 부조리 문학을 토론"하며 자신들의 꿈인 문학가의 꿈을 키웠다. "첫눈 오는 날" "외로울수록 그리워진" 화자는 '음대'와 '간호대'로 몰려다니던 그 시절에 "순수한 그녀"를 만났다. '첫눈'을 매개로 하여 친구 '판석'이와 첫사랑 그녀를 추억하는 이 작품에서 '첫눈'은 화자의 인생에서 만난 두 사람과 오버랩시키는 매제 작용하고 있다.
대학시절의 순정한 청년의 아름다운 기억은 「간이역」에서도 오래된 필름처럼 떠오른다.
기차도 오지 않는 간이역 주막집에
뚱뚱보 아저씨가 달콤한 서울말로
지산동 숫처녀들을 유혹하는 소주방
가을비 온천지를 조준사격 하는데
기다림을 외면한 당신의 자유분방
내 깊은 사유를 꽁꽁 묶어서 구속한 밤
유혹에 빠진 처녀 술맛에 해롱해롱
그리움 분노되어 갈 곳 잃고 방황한
새벽의 긴 밤거리는 죽도록 무섭구나
맹세를 풀고 마신 술통 속 디오게네스
새벽이 비틀비틀 춤추며 돌아오고
간이역 등불 또 다시 깜박깜박 졸고 있다
내가 탈 새벽열차 어디쯤 오고 있을까
오지 않는 사랑은 전도서 1장 2절
모두가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도다.
- 「간이역」 전문
이 작품에서 '간이역'은 특정한 공간을 지칭하는 장소일 수도 있지만 인생이라는 철길을 가는 중간에 만난 역으로도 읽힌다. 청운의 부푼 꿈을 안고 인생길에서 "기차도 오지 않는 간이역"에 이른다. 간이역엔 주막집이 있고 "뚱뚱보 아저씨가 달콤한 서울말로/지산동 숫처녀들을 유혹하는" 공간이다. 가을비가 내리는 밤 화자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기다리는 사람은 오지 않고 화자는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분노되어 갈 곳 잃고" 새벽 밤거리를 방황한다. 가난한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간이역 등불도 깜박거린다. '비틀비틀' 의태어와 간이역 등불의 '깜박깜박'은 서로 충돌하면서도 방황과 존재성을 드러내는 표지로써 '간이역'이 인생길 중에서 거쳐 가는 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때 화자는 "내가 탈 새벽열차 어디쯤 오고 있"는 지가 궁금하다. '새벽열차'는 새로운 출발을 말한다. 그러나 "오지 않는 사랑"이라며, 삶의 무정함과 헛됨을 노래한다.
그렇다고 시인은 인생을 허무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사랑을 기다리고 신뢰하는 일이 헛되다고 하는 것이다. 믿음이 전제되는 것이 사랑이거늘, 인생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 밖에 과거를 회상하는 시편 「망산望山」은 '산을 바라본다'는 의미이지만, 짐작컨대 시인의 고향에 있는 산이 아닌가 싶다. 망산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이 어떠한지를 잘 보여준다. "바라볼 수 있다는 그것이 희망"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희망 속에는 '희노애락'이 깃들어 있는 것이어서, "내 사랑 옛 추억"이 보이고, "내 삶이 어려워도" '헛되고 헛되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은 시인이 지나온 삶을 기억하며 얻은 깨달음이다.
「유년이 그리워도」 역시 유년을 회상하는 시편이다. "망산에 비 몰아오면/마당에 널어놓은 죽순, 고사리/취나물, 누룩"이 비 맞지 않도록 치워야 했다. 그러므로 놀다가도 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소낙비 다 맞으며 쟁기질 하시는/아버지의 한숨소리"를 듣는 일은 화자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화자는 "유년이 그리워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화자가 유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진술하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유년의 고통스러운 일들과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 것뿐이기 때문이다. 실은 되돌아갈 수 없는 유년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움은 희망이다」가 이를 말해준다. 밝은 달밤 "우리는 세상물정 모르고 사랑했다"고 진술한다. 세상물정 모르고 시정의 욕망에 물들지 않은 때이므로 "완송緩松이 영혼으로 사랑했던 2339"는 "달콤한 첫사랑보다 더 영원한 그리움"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2339'가 지칭하는 것이 분명하지 않아 이 대목을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가지가 늘어진 기품있는 소나무와 밝은 달밤의 정경이 눈앞에 선하다. 화자는 이렇듯 아름다운 날을 그리워하고 회상하고 있다.
3.
박래흥 시인의 이번 시집에서 가장 큰시적 관심사는 삶을 관조하며, 삶이 무엇인지를 묻고, 깨달음과 성찰의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인간의 삶은 세월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그동안 지나온 생을 살피게 된다. 청년시절의 순수와 아름다움을 잃고 욕망을 좇아가다가 보낸 시간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한다. 더불어 그동안의 삶에 대한 회한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때로는 자연을 통해, 때로는 신앙을 통해, 그리고 오래 잊었던 신념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이러한 과정과 행위는 서정시가 추구하는 본질과 맞닿아 있으며,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본성이다.
날마다 화려한 꽃밭인줄 알았는데
남의 말 너무 쉽게 듣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귀머거리 되었구나
철마다 건강한 청춘인줄 알았는데
나의 교만한 입 자랑하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벙어리가 되었구나
해마다 아니 늙은 줄로만 알았는데
인간의 허욕 못된 짓 보지 말라고
세월이 흘러가니 소경이 되었구나
세월이 흘러가니 오감이 꽉 막혀서
하루하루가 답답한 바보가 되었구나.
- 「세월이 흘러가니」 전문
누구에게나 청춘은 있는 법이지만 영원하지 않는 한때의 시간이다. 화자는 "날마다 화려한 꽃밭인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건강하고, 늙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니 오감이 꽉 막혀서/하루하루가 답답한 바보가 되었"다고 탄식한다. 그러는 동안 "남의 말 너무 쉽게 듣지 말라고" 귀머거리가 되고, "교만한 입자랑 말라고 벙어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허욕 못된 짓 보지 말라고" 소경이 되었다. 시제가 말하듯 '세월이 흘러가니' 세월이 많은 깨달음을 준다. 나이 들어가며 교만과 허욕 등을 체험하며 마침내 "답답한 바보가 되었"다는 화자의 진술은 귀, 입, 눈을 포함한 감각기관이 막혀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참다운 인간이 되는 길이 오감을 마비하거나 상실하는 아이러니라니 놀라운 일이긴 해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닌 속성을 잘 묘파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가니」에서 '세월'은 '성찰'에 이르게 한다. 「서산 마애불상」 또한 '사랑'이 무엇이며 인생이란 무엇인지 삶의 방식에 대해 묻는다.
침묵의 바위 속에 국보로 홀로앉아
아직도 나오지 않으신 근엄하신
부처님
높은 산 마애불로 밤낮 없이 앉아
무릎이 아프시고 허리가 아프실까
밤이면 온갖 짐승 울부짖는 소리
얼마나 고독할까
저 멀리 고을고을 중생들의 어려운
삶을 걱정하고 기도하는 자비로운
마애불의 미소에 근심걱정 사라진다
거룩하신 당신께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어보았다.
- 「서산 마애불상」 전문
충청남도 서산군 가야산 바위에 새겨진 서산 마애삼존불상은 백제시대 후기에 만들어진 국보84호로 빼어난 조각과 더불어 미소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화자는 마애불을 보고 난 후 침묵의 바위 속에 홀로 앉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높은 산 마애불로 밤낮 없이 앉아/무릎이 아프시고 허리가 아프실까/밤이면 온갖 짐승 울부짖는 소리/얼마나 고독할까" 하고 걱정한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적인 것일 뿐 바위 속에 들어있는 부처는 "고을고을 중생들의 어려운/삶을 걱정하고 기도하는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마애불은 바위 위에 새긴 부조이다. 그 옛날 어느 석공이 있어 산중에 부처님 상을 새겨 생명의 호흡을 불어넣어 자애로운 미소로 산 아래 중생들을 바라보게 한다.
화자는 마애불을 바위로 바라보지 않고 중생들을 걱정하는 부처로 인식하는 까닭에 "거룩하신 당신께 사랑이란 무엇인가/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어보"는 것이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위 속에서 미소를 짓는 부처상에 비해 인간은 지극히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유한한 존재이므로 국보로 지정된 '서산 마애불상'은 화자가 바라볼 때는 영원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된다. 그러므로 오래 중생들의 삶을 살펴온 부처님에게 사랑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물으며 삶의 이정표를 찾는 것이다.
이밖에도 성찰과 깨달음의 시편은 무수히 많다. 「나무」에서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릴지라도 오히려 뿌리가 깊어짐을 통해 시련으로 견고해지는 존재의 근성을 노래하고, 「황금박쥐의 눈」은 '황금박쥐'를 고독한 철학자로 변용하여 거꾸로 살아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탐구한다. 「백로」는 남광주 다리 밑 광주천에서 하루 종일 생존을 위해 먹이를 노리는 백로의 모습에서 고단한 생명이지만 커다란 욕망을 버리고 자족하는 정신성을 발견한다. 「반딧불이」에서는 고향 망산의 칠흑 같은 밤, 빛나는 반딧불이에서 유성처럼 성호를 긋는 모습에서 맑은 영혼과 신성성을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3여 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류를 위기에 빠지게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마스크를 쓴 인간의 모습에서 코, 입을 틀어막은 절대적인 존재의 뜻을 발견한다. 그리고 「나의 5계절」에서는 조선 중기의 문신 박수량의 백비白碑를 통해 청렴한 선비의 삶을 읽고 화자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고자 한다. 박수량의 백비에 아무런 비문이 없는 것은 청렴한 선비의 삶을 반영한 것으로 욕망을 비운 인간의 표상이라는 것을 화자는 시에서 전제하고 있다. 이처럼 박래흥 시인의 내면에 깃든 정신성은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연과 사물을 통해 극명하게 질문하고 또 스스로 대답을 구하고 있다.
4.
예로부터 '꽃'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되어 많은 시인들의 시적 소재가 되었다. 꽃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지만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뭍 시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오래 피어있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박래흥 시인의 시집에서도 '백목련' '동백' '해바라기' '백합' '봉숭아' '난초' '코스모스' '들국화' 등 다양한 꽃을 통해 순결, 첫사랑, 황홀, 그리움, 지조 등 여러 의미로 읽히고 있다.
「백목련의 미소」는 '첫사랑'처럼 그리운 미소가 되었다.
백목련의 미소는 내 입술에 첫사랑
나는야 하얀 그대 꽃향기 되었다면
당신은 아름다운 내 천국의 꽃이어라
혹한을 뚫고 나온 보드라운 눈빛이
나를 향한 끝없는 그리운 미소라면
세상의
꽃은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할까
해바라기 눈먼 사랑 네 마음 품었다
운명의 장난 같은 석별이 찾아와도
백목련 첫사랑만은 영원한 나의 소망
- 「백목련의 미소」 전문
"백목련의 미소는 내 입술에 첫사랑"이라고 노래함으로써 '백목련'을 첫사랑으로 의인화하였다. 대상을 의인화함으로써 인격과 영혼을 부여받은 '백목련'은 화자의 연인이 되었다. 백목련은 봄날 하얀 꽃을 피우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백목련은 화려한 색깔을 지니지 않았지만 자태가 주위를 환하게 한다. 또한 조선 여인의 자태처럼 소박하지만, 미소가 아름답고 향기가 그윽하다. 그러므로 화자는 "당신은 아름다운 내 천국의 꽃이어라"라고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백목련을 바라본다.
이때 백목련은 "혹한을 뚫고 나온 보드라운 눈빛"이어서 화자를 "향한 끝없는 그리운 미소"를 지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세상의 모든 꽃들은 아름답고 행복할 것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어쩌다 "운명의 장난 같은 석별이 찾아와도" '첫사랑 백목련은 나의 영원한 소망'이라며 사랑이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나의 삶은 태풍에 뿌리 뽑힌
미황사 동백나무 아픔이다
눈보라 보릿고개 뚫고 피어난
검붉은 동백꽃은 이승에 두고 간
어머님 사랑의 미련이다
하늘나라 올라가서
북두칠성이 된
누이동생의 피눈물이다
아니, 그대를 향해 파도처럼
쌓이고 쌓인 나의 불타는 그리움이다
- 「미황사 동백꽃은」 전문
「미황사 동백꽃은」에서 '동백꽃'을 가족사의 아픔을 나타내는 기표로 설정하고 세상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토로하고 있다. "나의 삶은 태풍에 뿌리 뽑힌/미황사 동백나무 아픔"이라고 전제하고 "눈보라 보릿고개 뚫고 피어난/검붉은 동백꽃은 이승에 두고 간/어머님 사랑의 미련"임을 밝힌다. '눈보라' '보릿고개'는 시련과 배고픔을 말하는데, 어려운 시절을 살다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동백꽃'으로 피어남을 의미한다. 가족사의 상처는 그뿐만이 아니어서 "하늘나라 올라"가 "북두칠성이 된/누이동생"을 잃은 고통의 피눈물이 '동백꽃'으로 피어났다는 인식에 이른다. 동백꽃은 색채이미지가 핏빛이어서 죽음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읽힌다. 이 작품을 '동백꽃' → '핏빛' → '죽음'의 의미로 변용시키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가족사의 아픔을 '동백꽃'이라는 시적 대상에게로 전이시킨다. 그러므로 화자는 '그대'로 상징되는 대상을 향해 "파도처럼/쌓이고 쌓인 나의 불타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시적 은유로 '동백꽃'을 '각혈' '피' 또는 '죽음'으로 인식하는데, 박래흥 시인 또한 이러한 인식과 궤를 같이하면서 '그리움'의 대상으로 '동백꽃'을 바라보고 있다.
이밖에 '꽃'을 노래한 「봉숭아꽃」에서는 봄날 장독대 아래 피어난 "하얀꽃 연분홍꽃, 깔깔깔 웃어"댄다고 봉숭아꽃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로 묘사한다. "시집간 우리 누님 그리워 심"은 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들였던 추억을 그리워하며 "봉숭아 심은 마음 정말로 요술쟁이"라며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매우 활달한 정서를 표출한다. 「난초꽃」에서는 화자가 자신의 가슴을 "날마다 꽃피는 꽃밭"이라고 한다. 가슴에 온갖 꽃이 피었으니 행복할진대 "꽃 중에서 제일 예쁜 꽃"이 "제석산의 난초꽃"이라고 말함으로써 화자가 난초꽃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밝힌다. 꽃은 언제나 "사랑의 눈웃음" 지으며 "방실방실" 웃는 존재이다. 화자는 "난초꽃 필 때까지" "영혼의 물을 뿌리는 재미로 살아"간다고 고백하는데, 난초꽃에 대한 그리운 감정을 드러낸다. 「코스모스」에서 화자는 '코스모스'를 '우주'로 인식한다.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대변되는 우리 국토에 "오색물결"을 이루어, 마침내 "대동강 건너서 백두산"을 향하는 통일에의 소망에 이르는 '통일꽃'으로 의미를 확산시킨다. 「들국화 2」에서는 들국화의 지조와 생명력을 노래하며, 한편으로는 자기성찰에 이르게 하는 기표로서의 꽃으로 생명력을 부여한다.
5.
장소성은 특정한 공간에 대한 인식이 투사되어 있다. 또한 공간, 즉 장소는 엄연한 실존의 조건이며 토대이다. 사람은 장소를 사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살지 않은 공간은 죽은 땅이다. 사람은 땅에서 와서 땅으로 돌아간다. 사람이 살아가는 땅은 장소와 지각공간의 인지와 경험이 이루어지는 바탕이다. 삶은 그것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경험의 맥락과 연관성 안에서 인성이 형성되고 감정이 영향 받는 일을 배제하고는 성립될 수 없다. 이렇듯 인간은 장소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육체가 장소를 점유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장소는 몸과 정신의 실존을 품고 그것이 피어나게 하는 자리이며, 모든 원초적 경험의 바탕이다. 그런 까닭에 사람과 함께하는 장소는 수많은 서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경험이 축적된 장소에는 그 장소만의 특별함이 투사되어 있다.
박래흥 시인의 시편에서도 장소는 시적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로 그가 삶을 영위하고 있는 '광주'가 그 지점이다. 광주를 떠올릴 때 '역사성'이 먼저 생각한다. 근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체험한 역사의 현장이다. 더불어 수많은 위인들의 삶과 연관된 독특한 이야기도 배태되어 있다.
빛고을 지켜주던 전남도청 회화나무
푸른 귀 활짝 열고 총소리를 들었다
잎마다 눈 부릅뜨고 살육함을 보았다
피바다에 빠진 그 도시의 열흘 차마
인간의 잔인함 볼 수 없어 죽었구나
참회가 없는 인간은 짐승만도 못하다
나쁜 기운 몰아내고
행복 부른 회화나무
광주 5월 지키지 못한 양심 때문에
나무는 죽었는데 그 놈 반성도 없구나!
- 「분수대 회화나무」 전문
옛 전남도청은 근현대사의 비극의 현장이다. 1980년 5월, 이른바 광주민중항쟁 최후의 격전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계엄군이 일방적으로 옛 도청을 사수하고 있던 시민군을 학살한 장소이다. 그곳에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대여섯 그루가 있었는데 광주시민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무들이다. 지금은 모두 고사하여 마지막에 죽은 회화나무 고사목 한 그루가 남아있을 뿐이다. 화화나무는 식물성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푸른 귀 활짝 열고 총소리를" 들었고 "잎마다 눈 부릅뜨고 살육"을 본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증표이다. 광주민중항쟁 이후 모두 죽은 회화나무를 "인간의 잔인함 볼 수 없어 죽었"다는 화자의 인식태도는 회화나무가 광주시민들의 아픔과 함께 한다는 인식이 깃들어 있다. 옛 도청과 더불어 도청 광장의 분수대 또한 역사의 현장이어서 '분수대'가 구조물로서 뿐만 아니라 장소적 의미를 지닌다. '회화나무' 역시 사물로써 뿐만 아니라 분수대처럼 특별한 장소성을 갖는다.
다음의 「무등산의 기도」 또한 '무등산'이라는 역사성이 깃든 장소성을 노래하고 있다.
무등산은 날마다 기도를 합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뿌리도 모르고
5·18 민주화운동에 목숨 두려워
도망간 자들이 날이면 날마다
음성도 음운도 아닌
바람소리 돌 부딪치는 음향으로
시를 써서 팔아먹고
열사처럼 자랑해도
무등산無等山은 탓하지 않습니다
박애주의博愛主義로 안아주고
무등無等처럼 둥글둥글 살아가라
겸허한 자세로 충고 한다
평화 민주주의 투사다 열사다
칭찬해 놓고 뒷구멍에 숨어서
폭도다 간첩이다 물 먹여도
무등산은 사랑의 시로써 기도한다.
- 「무등산의 기도」 전문
'무등산'은 '광주'의 동의어이다. 광주의 역사성을 말할 때 흔히 '무등산'을 '광주'의 의미로 대체 사용한다. 우리나라 도시 중 유일하게 1,000m 이상의 산과 시내가 함께 하고 있어 광주시민들은 무등산을 자상한 어버이처럼 여긴다. 그러므로 화자가 "무등산은 날마다 기도한다"고 진술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성지이며 인권도시인 광주는 일제강점기에 '광주학생독립운동'을 통해 일제에 저항하였고, 항일정신은 '5·18민주화운동'의 촉매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광주의 빛나는 역사를 "시를 써서 팔아먹고/열사처럼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화자는 지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목숨이 두려워 "5·18 민주화운동에 목숨 두려워/도망간" 비겁한 자들이라고 한다. 묵묵히 고통스럽게 광주민중항쟁을 지켜본 무등산은 이들을 탓하지 않는다. "박애주의博愛主義로 안아주고 /무등無等처럼 둥글둥글 살아가라" 충고한다. 뿐만 아니라 "평화 민주주의 투사다 열사다/칭찬해 놓고 뒷구멍에 숨어서/폭도다 간첩이다 물 먹여도" 무등산은 사랑으로 감싸고 기도한다. 이른바 '광주정신'으로 비겁한 자들을 오히려 용서하며 사랑으로 안는 무등산의 모습이다.
이처럼 '무등산'이라는 장소성은 비겁한 자들까지 껴안는 포용력을 지닌 것의 표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광주'라는 장소성이 깃든 시편 「무등산 85」에서 "백번 천 번 올라도 또 오르고 싶은" '첫사랑 같은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고 노래한다. 「무등산 가는 길」에서는 넉넉한 산 무등산을 기행 형식을 통해 곳곳에 새겨진 서사를 발굴한다. 무등산 가는 길에 만나는 '무지개다리' '토끼등' '바람재' '백운대' '너덜겅바위' '규봉암'의 의미를 묘파하며 장소성이 지닌 서사와 의미를 되새기며, 무등산 오르는 길을 "희노애락의 처절한 인생의 길"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6.
우리 민족문학의 가장 큰 과제는 분단이데올로기를 해소하는 데 있다. 그러나 거대담론이 사라진 오늘날 이른바 '분단시'를 쓰는 시인들이 사라졌다. 대신 미시담론에 집착하여 개인의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는 시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분단된 지 70여 년이 더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분단이데올로기의 해소는 유효하다. 오히려 분단이 더욱 고착화되어 마치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위태위태한 지경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이 둔감해지고 통일은 요원한 것처럼 보여진다.
이러한 시대에 박래흥 시인은 분단의 아픔을 껴안으며 통일지향의지를 보여준다. 한국전쟁의 현장을 바라보며 그날의 비극 위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한국전쟁의 상흔을 껴안고 살아가는 노모의 안타까운 그리움을 그려내기도 한다. 한편으로 우리 내부의 통일의지를 확인하며 때로는 탄식을, 때로는 소망을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의 표제시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분단 상황의 아픔과 통일지향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 그리워
날마다 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겠소
6·25의 아픔이 사랑이 될 때까지
단종의 피눈물이 화룡포를 넘쳐도
날마다 긴 침묵으로 기다리고 있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한 민족 세계사에 갈라진 한반도여
날마다 하나 될 영광 기다리고 있겠소
언어도 하나이고 역사도 하나인데
땅은 벽에 막혔어도 하늘은 열렸으니
한라산 독수리 되어 백두산을 날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북한의 천연자원 남한의 선진기술
두 영혼 힘을 합하여 미래세계 열겠소
세월은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데
남남북녀 보듬고 덩실덩실 춤추며
천지가 감동하도록 노래하며 살겠소
철조망에 걸린 반달 보름달 될 때까지
미움 넘어 이념 넘어 휴전선 갈아엎어
사랑과 믿음으로써 에덴동산 만들겠소.
- 「철조망에 걸린 반달」 전문
시제가 암시하듯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철조망'과 '반달'을 분단과 분단상황을 나타내는 기표이다. 반달이 보름달이 되듯 통일은 이루어져야 할 과제이며,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는 철조망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화자는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 그리워/날마다 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한다. "하늘나라 샛별 된 누이동생"이 구체적으로 분단상황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누이동생에 대한 그리움이 해소되는 날이 통일이 완성되는 날임을 밝히고 있다. 화자는 소망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통일이 되는 날임을 강조하고 있다. 화자가 통일을 지향하는 것은 "언어도 하나이고 역사도 하나"이기 때문인데, 화자는 간절하게 "한라산 독수리 되어 백두산을 날겠소"라고 분단이념 해소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음의 작품 「내 영혼 바람 되어」에서도 분단이 가져온 실향의식과 그리움을 통해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고 있다.
파아란 하늘에다 하이얀 구름으로
그림을 그리는 한줄기 바람 되어
할매가
꿈에도 그리는 대동강도 그리고
아빠가 넘어가다 쓰러진 철조망에
구름을 몰고 가는 한줄기 바람 되어
엄마가
애타게 그리는 아빠 얼굴 그리며
흑암의 우주에다 햇빛 달빛 전하고
꽃잎을 스쳐가는 한줄기 바람 되어
우리의
소원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리리라.
- 「내 영혼 바람 되어」 전문
시적 상징으로 '바람'은 '자유로운 영혼'을 의미한다. 화자는 '바람'이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분단으로 가지 못하는 "꿈에도 그리는 대동강도 그리고" "아빠가 넘어가다 쓰러진 철조망에" "한줄기 바람 되어" "엄마가/애타게 그리는 아빠 얼굴 그리며" "한줄기 바람 되어" 북녘땅을 가고 싶은 소망을 드러낸다. '바람'은 "파아란 하늘에다 하이얀 구름으로/그림을 그리"고, "흑암의 우주에다 햇빛 달빛 전하고/꽃잎을 스쳐가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분단의 땅, 그리운 땅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마침내 "우리의/소원 하나 된 한반도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 분단 상황을 형상화시킨 작품으로는 「할머니의 기도」, 「유언」, 「죽음을 넘어서」 등이 있다. 「할머니의 기도」에서는 새벽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아들 손자가 잘 되길 비는 할머니의 기도를 통해 한국전쟁에 끌려간 큰아들의 무소식에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간곡한 할머니의 기도에 조응하는 화자는 "기도가 되어 내 영혼을 정화한다."고 노래하였다. 「유언」에서는 북녘에서 피란와 남녘에서 살고 있는 실향민의 비극을 통해 "북쪽은 팔아먹었다 남쪽 사람 모르게", 두고 온 땅을 북녘 사람들이 팔아먹은, 이른바 토지를 몰수한 북녘 체제의 사회주의를 원망하고 있다. 「촉석루 의암」에서는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적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내린 논개의 의로운 죽음을 오늘날 "왜놈들 재벌이라고 보듬지는 말거라"며 우리가 어떻게 애국할 지에 대해 묻고 있다.
살펴본 것처럼 박래흥 시인의 이번 시집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시편들을 통해 순수했던 청년시절을 회상하며, 그때를 그리워한다. 그럼으로써 잃어버린 순수를 회복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더불어 그의 작품들의 한켠은 장소성이 지닌 역사성과 고향의식을 고취하여 장소의 의미를 되새기고 근현대사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결의를 보여준다. 그리고 꽃의 시편에서는 꽃이 지닌 고유성과 인간의 삶을 살펴본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 귀한 것은 분단이데올로기를 해소하고자 하는 민족문학의 과제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노력이다. 매우 적절하고 가치 있는 메시지이다.
박래흥 시인의 시집 『철조망에 걸린 반달』은 대부분 시조형식을 취하고 있고, 언어가 독자친화적인 일상 언어여서 친근하다. 오늘날 산문화 되어 가고 있는 우리시에 음악성을 되새기고 있음은 우리시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어 매우 값지다 하겠다.
목차
목차
철조망에 걸린 반달/ 차례
시인의 말
1 고향 가는 길
송정리 장날 ㆍ 16
고향 가는 길 ㆍ 17
그리움은 희망이다 ㆍ 18
늦가을에는 ㆍ 19
코스모스 ㆍ 20
간이역 ㆍ 21
담양 관방천官防川 ㆍ 22
들국화 2 ㆍ 23
거금도 ㆍ 24
백로白鷺 ㆍ 26
반딧불이 ㆍ 27
불광사佛光寺 ㆍ 28
유년이 그리워도 ㆍ 29
폭포 ㆍ 30
가암산佳岩山의 봄 ㆍ 31
2 철조망에 걸린 반달
철조망에 걸린 반달 ㆍ 34
미사일 발사 ㆍ 36
화살머리의 아침 ㆍ 37
촉석루 의암義巖 ㆍ 38
바다에 버린 오염수 ㆍ 39
할머니의 기도 ㆍ 40
달걀로 바위치기 ㆍ 41
산과 바다 ㆍ 42
올림픽 태권도는 ㆍ 43
사색思索의 바다 ㆍ 44
죽음을 넘어서 ㆍ 45
타향살이 ㆍ 46
기다림 8 ㆍ 47
유언 ㆍ 48
그리움 4 ㆍ 49
내 영혼 바람 되어 ㆍ 50
3 나의 5계절
나의 5계절 ㆍ 52
백목련의 미소 ㆍ 53
아내는 변덕쟁이 ㆍ 54
단풍잎 떨어지니 ㆍ 55
아내의 깨달음 ㆍ 56
해바라기 사랑 ㆍ 57
무등산의 기도 ㆍ 58
막걸리 ㆍ 59
가난한 내 사랑도 ㆍ 60
무등산 가는 길 ㆍ 61
이별의 슬픔 ㆍ 62
허락받은 술잔 ㆍ 63
조선대학교 장미원 ㆍ 64
미연이네 집 ㆍ 65
4 동심속의 하루
동심속의 하루 ㆍ 68
세계 꽃 식물원에서 ㆍ 69
청계천 ㆍ 70
팔미도 백합화 ㆍ 71
목학木鶴 ㆍ 72
봉숭아꽃 ㆍ 73
금수禽獸에게 뺨맞다 ㆍ 74
하얀 마스크 ㆍ 75
서산 마애불상 ㆍ 76
미나리를 씻으며 ㆍ 77
비 오는 날의 일기 ㆍ 78
가을은 꼬마화가 ㆍ 79
정자 속의 시와 술 ㆍ 80
5 영혼을 정화한 슬픔
영혼을 정화한 슬픔 ㆍ 84
세월이 흘러가니 ㆍ 86
광주교회 가는 길 ㆍ 87
쉼표 없는 사계절 ㆍ 88
선암사 작설차 ㆍ 89
승화원 가는 길 ㆍ 90
바람의 사랑 ㆍ 92
촛불잔치 ㆍ 94
천사의 미소 ㆍ 95
나무 ㆍ 96
사라짐의 미학 ㆍ 97
뿌리 3 ㆍ 98
무덤이 내게 하는 말 ㆍ 99
떨어지는 것들의 슬픔 ㆍ 100
6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ㆍ 102
난초꽃 ㆍ 105
그리움 5 ㆍ 106
파도 타는 청산도 ㆍ 107
구개음화 ㆍ 108
착각 ㆍ 109
미황사 동백꽃은 ㆍ 110
멍멍 멍 ㆍ 111
벚꽃 ㆍ 112
오동도 동백꽃아 ㆍ 113
유은惟隱 동산 ㆍ 114
당신께 눈을 주니 ㆍ 115
판석아 빨리 가자 ㆍ 116
7 시공時空을 떠돌다 간 바람
영광으로 가는 길 ㆍ 118
분수대 회화나무 ㆍ 120
무등산 85 ㆍ 121
백목련꽃 ㆍ 122
문학의 큰 잔치 ㆍ 123
가난한 시인 ㆍ 124
벌레가 나비되듯 ㆍ 125
문학메카 징소리 ㆍ 126
암적癌的 존재 ㆍ 128
황금박쥐의 눈 ㆍ 129
삼애三愛 닭집 앞에서 ㆍ 130
오! 스님이 되었네 ㆍ 132
푸켓의 밤 ㆍ 133
구원의 길 ㆍ 134
불타는 숭례문 ㆍ 135
망산望山 ㆍ 136
시공時空을 떠돌다 간 바람 ㆍ 137
작품론 존재방식 탐구와 장소성, 그리고 통일지향의 미학/강경호 ㆍ 138
시인의 말
1 고향 가는 길
송정리 장날 ㆍ 16
고향 가는 길 ㆍ 17
그리움은 희망이다 ㆍ 18
늦가을에는 ㆍ 19
코스모스 ㆍ 20
간이역 ㆍ 21
담양 관방천官防川 ㆍ 22
들국화 2 ㆍ 23
거금도 ㆍ 24
백로白鷺 ㆍ 26
반딧불이 ㆍ 27
불광사佛光寺 ㆍ 28
유년이 그리워도 ㆍ 29
폭포 ㆍ 30
가암산佳岩山의 봄 ㆍ 31
2 철조망에 걸린 반달
철조망에 걸린 반달 ㆍ 34
미사일 발사 ㆍ 36
화살머리의 아침 ㆍ 37
촉석루 의암義巖 ㆍ 38
바다에 버린 오염수 ㆍ 39
할머니의 기도 ㆍ 40
달걀로 바위치기 ㆍ 41
산과 바다 ㆍ 42
올림픽 태권도는 ㆍ 43
사색思索의 바다 ㆍ 44
죽음을 넘어서 ㆍ 45
타향살이 ㆍ 46
기다림 8 ㆍ 47
유언 ㆍ 48
그리움 4 ㆍ 49
내 영혼 바람 되어 ㆍ 50
3 나의 5계절
나의 5계절 ㆍ 52
백목련의 미소 ㆍ 53
아내는 변덕쟁이 ㆍ 54
단풍잎 떨어지니 ㆍ 55
아내의 깨달음 ㆍ 56
해바라기 사랑 ㆍ 57
무등산의 기도 ㆍ 58
막걸리 ㆍ 59
가난한 내 사랑도 ㆍ 60
무등산 가는 길 ㆍ 61
이별의 슬픔 ㆍ 62
허락받은 술잔 ㆍ 63
조선대학교 장미원 ㆍ 64
미연이네 집 ㆍ 65
4 동심속의 하루
동심속의 하루 ㆍ 68
세계 꽃 식물원에서 ㆍ 69
청계천 ㆍ 70
팔미도 백합화 ㆍ 71
목학木鶴 ㆍ 72
봉숭아꽃 ㆍ 73
금수禽獸에게 뺨맞다 ㆍ 74
하얀 마스크 ㆍ 75
서산 마애불상 ㆍ 76
미나리를 씻으며 ㆍ 77
비 오는 날의 일기 ㆍ 78
가을은 꼬마화가 ㆍ 79
정자 속의 시와 술 ㆍ 80
5 영혼을 정화한 슬픔
영혼을 정화한 슬픔 ㆍ 84
세월이 흘러가니 ㆍ 86
광주교회 가는 길 ㆍ 87
쉼표 없는 사계절 ㆍ 88
선암사 작설차 ㆍ 89
승화원 가는 길 ㆍ 90
바람의 사랑 ㆍ 92
촛불잔치 ㆍ 94
천사의 미소 ㆍ 95
나무 ㆍ 96
사라짐의 미학 ㆍ 97
뿌리 3 ㆍ 98
무덤이 내게 하는 말 ㆍ 99
떨어지는 것들의 슬픔 ㆍ 100
6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동행 ㆍ 102
난초꽃 ㆍ 105
그리움 5 ㆍ 106
파도 타는 청산도 ㆍ 107
구개음화 ㆍ 108
착각 ㆍ 109
미황사 동백꽃은 ㆍ 110
멍멍 멍 ㆍ 111
벚꽃 ㆍ 112
오동도 동백꽃아 ㆍ 113
유은惟隱 동산 ㆍ 114
당신께 눈을 주니 ㆍ 115
판석아 빨리 가자 ㆍ 116
7 시공時空을 떠돌다 간 바람
영광으로 가는 길 ㆍ 118
분수대 회화나무 ㆍ 120
무등산 85 ㆍ 121
백목련꽃 ㆍ 122
문학의 큰 잔치 ㆍ 123
가난한 시인 ㆍ 124
벌레가 나비되듯 ㆍ 125
문학메카 징소리 ㆍ 126
암적癌的 존재 ㆍ 128
황금박쥐의 눈 ㆍ 129
삼애三愛 닭집 앞에서 ㆍ 130
오! 스님이 되었네 ㆍ 132
푸켓의 밤 ㆍ 133
구원의 길 ㆍ 134
불타는 숭례문 ㆍ 135
망산望山 ㆍ 136
시공時空을 떠돌다 간 바람 ㆍ 137
작품론 존재방식 탐구와 장소성, 그리고 통일지향의 미학/강경호 ㆍ 138
저자
저자
박래홍
·2003년 《문학예술》 시 문학상
·2006년 《모던포엠》 시조 문학상
·2008년 《수필시대》 수필 문학상으로 등단
·소파문학상, 호남시조문학상, 광주문학상 수상
·박용철문학상 수상
·서은(문병란)문학회 이사,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이사, 청하문학회 이사,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광주문학인산악회부회장,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지회장
·시집 『시를 쓰는 꽃』, 『미움, 넘어 그리움』,
『봄꽃 따라 임에게』, 『철조망에 걸린 반달』
·수필집 『시공을 떠돌다 간 바람』
·2006년 《모던포엠》 시조 문학상
·2008년 《수필시대》 수필 문학상으로 등단
·소파문학상, 호남시조문학상, 광주문학상 수상
·박용철문학상 수상
·서은(문병란)문학회 이사, 광주·전남 시조시인협회 이사, 청하문학회 이사, 광주문인협회 부회장, 광주문학인산악회부회장, 한국문학예술가협회 광주지회장
·시집 『시를 쓰는 꽃』, 『미움, 넘어 그리움』,
『봄꽃 따라 임에게』, 『철조망에 걸린 반달』
·수필집 『시공을 떠돌다 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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