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꽃 물들다(오늘의 시와 사람 170)
김영자 시집
Regular price
$16.85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작품론
김영자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김영자 시인은 전남 송정리 원동에서 아버지 김휘병 씨와 어머니 이옥임 사이에서 1955년 3월 15일에 4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광주로 유학 와서 학교에 다녔다.
1979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취미는 노래 부르기, 시 낭송 등이고, 인생관은 세 가지, 즉 까르페 디엠(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라), 아모르 파티(행복하게 즐기며 살아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문학상으로는, 제3회 박덕은 전국백일장 동상, 한국 여성 문학대전 최우수상, 모산 문학상 최우수상, 코로나 문학상 시조 부문 은상, 독도문학상, 남명문화제 시화문학상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상, 이준열사 문학상 우수상, 빛창 문학상 우수상, 제1회 김해예총 시화전 문학상 문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문단 활동으로는, 《현대문예》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문단 데뷔한 이래,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 회원, 둥그런 문학회 회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부터, 김영자 시인의 시 세계를 탐구하기로 하자.
오는 듯 가 버리는 봄날
창가에 요염한 자태 뽐내며
고요히 꽃잎 펼친다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너울 너울
고독이 눈빛으로 흘러
누군가의 사랑 애타게 기다리다
포효하는 치맛자락 쓸어안고
둥글게 녹아 내린다
수줍은 옹알이 문턱 넘고
꽃입술의 결백 물기로만 남아
더 고요 깊은 곳
별처럼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핏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아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
- 「모란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창가의 모란을 관찰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봄날에 어떤 아쉬움이 있다. 사랑과 인연이 머물지도 못하고 떠나버려서 아쉬운 것일까, 첫사랑만 그리워하다 떠나버린 봄날이 서운해서일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아쉽다. 아쉬움 때문인지 화자는 '오는 듯 가 버리는 봄날/ 창가에 요염한 자태 뽐내며/ 고요히 꽃잎 펼친' 모란에 눈길이 간다. 시적 화자는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너울 너울'거린다. 망각은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 버림을 뜻하는데 함박웃음과 맞물려 있다. 화자는 무언가를 잊고 싶은 것일까. 그 잊음으로 인해 함박웃음을 불러오고 싶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른다. 향기에 모서리가 없으니 찔리지는 않겠다. 역설적으로 화자는 어떤 아픔에 심장이, 가슴이, 어제가 수도 없이 찔림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찔림까지 내려놓고 함박웃음으로 비우고 싶은 것이다. 허나 내려놓겠다고 방향을 세운다 한들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지만 '고독이 눈빛으로 흘러/ 누군가의 사랑 애타게 기다리다/ 포효하는 치맛자락 쓸어안고/ 둥글게 녹아 내린'다.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한 것일까. 이별하고도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적막으로 깊어진 불면의 밤을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먼먼 훗날까지 버텨야 하나. 한때는 사랑과 함께 달빛 영토 안에서 달달하고 하얀 속엣말이 서로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을 텐데, 이제는 그 밤을 홀로 건너야 한다. '꽃입술의 결백 물기로만 남아/ 더 고요 깊은 곳/ 별처럼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내는 모란. 여기서 별은 환한 이미지가 아니다. 푸른 울음소리의 별이다. 모란에게도 어떤 아픔이 있었던 거다. '핏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는 아픔이 있었던 거다. 그리움을 잉태했으면 그 그리움을 끝까지 밀고 가면 될 텐데 그리움을 붙잡을 수 없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이 시적 화자이며 모란인 것이다. 요염한 자태로 고요히 꽃잎 펼치는 모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 포효하는 치맛자락 끌어안고 있는 모란,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내고 있는 모란, 노을 속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는 모란,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 모란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깔아 싱그런 표현들이 눈길을 끈다. 시의 맛이 살아 있어, 읽어 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1
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
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2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
- 「추억의 양동시장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양동시장 정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먼동 트이는 아침, 양동시장 옆 개천가에서 눈빛 반짝거리는 물비늘을 만난다. 양동시장은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 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하'는 곳이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情)의 중심이었다. 사람 냄새 나고 인정이 살아 있어 마음이 외로울 때면 양동시장에 가서 그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도 한 곳이었다. 시장의 상인들은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너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자식들은 공부하고 내일을 꿈꾸었다. 양동시장에 가면 겨울에도 바닥에 깔아놓은 양동이가 손님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이보다 더 낮고 추운 바닥은 없다며 양동이에 담긴 미역, 파래, 바다의 말씀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삶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도 양동시장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다. 무릎 웅크린 양동시장이 추위를 견디며 하루를 살아내는 그 성실함과 안간힘이 가슴을 울렸다. 양동시장의 한낮은 기울고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하면 시장의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온다.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라는 표현이 멋지다. 생선을 손질하는 지친 상인의 손길과 하루일을 마치고 해 질 녘으로 가는 오후의 걸음으로 읽힌다. 양동 다리 옆에는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가 있다. 시적 화자가 그 학교를 다녔을 법한 추억이 그려져 있다. 화자는 학창 시절에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떠는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오른다는 표현이 재밌다. 깔깔대며 즐거웠을 그 시절의 추억이 잘 그려져 있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어도 그 시절의 추억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 눈부신 햇살 주워 담은 개천, 반짝거리는 물비늘의 눈빛,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혈색 좋은 아지매 웃음소리,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 아린 침묵 꿰매어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황금빛 노을 떨이하는 은빛 나래짓, 무더기 수다 떠는 발랄한 안색,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는 광주천 계곡 등등 표현 하나 하나가 싱그럽다. 신선한 표현 발굴이 시인의 가장 소중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독자에게 던져 주고 있다.
시린 눈발 날리는 날
외로운 사시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된다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강둑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맑은 시어의 집
은빛 출렁 출렁
허공에 못질하는
칼바람 속에서도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천사의 나래짓으로
생명 불러오는 불씨
하얀 묵시록 말씀이 된다
세월의 굴레 소용돌이치듯
얼킨 실타래처럼 풀어헤친
흰 상념들
아무 생각 없이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왜 거기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무얼 찾고 있는 걸까.
- 「눈 오는 강둑에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눈발 날리는 날 강둑에 서 있다. 날씨도 추운데 왜 홀로 강둑에 있을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시적 화자는 '외로운 사시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되어 강둑에 있다. 아무도 없이 쓸쓸함을 견디며 눈발을 헤쳐 나가는 시적 화자가 안쓰럽다. 외로운 사시나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이 모두 화자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어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눈발이 더 날릴 수도 있을 텐데, 어서 따스한 집으로 가야 할 텐데 시적 화자는 무슨 일인지 '강둑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걷고 또 걷는다. 화자의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맑은 시어의 집'이 은빛으로 출렁거린다. 시적 화자는 외로움으로 무너지지 않고 강둑을 걸으며 시어의 집을 짓고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멋지다. 외로움과 아픔을 대하는 자세가 밝고 적극적이다. 삶을 대하는 저 자세가 성숙과 성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시는 슬픔을 이겨내는 내면의 씨앗이며 성숙의 디딤돌이다. 시의 힘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눈발이 날리는 강둑으로 '허공에 못질하는/ 칼바람'이 불어온다. 문득 저 칼바람 속에서도 시적 화자는 성숙의 걸음을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화자는 그 칼바람 속에서도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강둑을 걷고 있다. 날리는 눈발이 '천사의 나래짓으로/ 생명 불러오는 불씨/ 하얀 묵시록 말씀'으로 다가온다. 저 긍정의 자세, 저 밝음의 자세가 아름답다. 하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다. '얼킨 실타래처럼 풀어헤친/ 흰 상념들'로 눈발은 다시 날린다. '세월의 굴레 소용돌이치듯' 다시 눈발은 내린다. 아픔을 내려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화자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왜 거기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무얼 찾고 있'냐며 묻는다. '아무 생각 없이/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왜 강둑을 걷고 있느냐고 묻는다. 어떤 화두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하다. 외로운 사사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시어의 집,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하얀 묵시록 말씀, 홀로 도는 바람개비 등의 시어 배치가 눈길을 끈다.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며 함께하는 시심의 텃밭이 애잔한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향 짙은 커피 찻잔에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며
순수 닮고 싶어
불필요한 것들과 이별한다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
그리운 것들 그대로 접어 두고
갈대꽃 흔드는 적막
들녘의 낙엽은
비밀스레 구름 위 뒹군다
지나간 흔적 볼 수 없나
함께했던 날들
커다란 그리움으로 남아
천년을 살아도
추억의 탑은 몸 달구며
오동소리 내는 풀피리 되어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파도의 물방울 되어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흰 머리칼 쓰담고 매만지는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에 엎드려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거울 앞에서 쓸쓸히 불러 보는
국화 향기 되어
황혼 문턱에 다다른
영원 닮는 갈꽃 되어.
- 「가을 속으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커피향에 젖어 상념 속으로 빨려든다. 가을은 마음을 맑게 해 영혼을 환하게 밝히고 싶은 계절이다. 시적 화자는 먼저 '향 짙은 커피 찻잔에/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고 있다. 커피향으로 덧입히며 '순수 닮고 싶어/ 불필요한 것들과 이별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슬픔 분노 무료함 무기력 등이 마음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떨궈내고 싶어 커피를 마시며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대추와 감과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내듯 자신의 잎을 스스로 지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익어가고 비워내는 계절이다. 일 년에 한 차례씩 비움과 내려놓음을 한다면 우리는 좀더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 우리도 비움을 시작해 보자. 먼저 그리운 것들은 그대로 접어 두자. 언제든 다시 펼쳐 들여다보고 싶은 때 볼 수 있도록 고이 접어 두자. 갈대꽃 흔드는 적막이 비밀스럽게 뒹구는 것이 보인다. 가을은 그렇게 적막을 몰고 온다. 그 적막 속에서 자신이 걸어왔던 생의 뒤안길을 돌아보자. 사랑과 열정과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했던 날들이 커다란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리움은 시간을 건너뛰어 먼 훗날로 가더라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움의 대상들과 함께 쌓아 올린 '추억의 탑은 몸 달구며/ 오동소리 내는 풀피리 되'어 간다. 추억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다시 추억은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파도의 물방울 되어/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간다. 역동하는 추억의 어떤 힘이 느껴진다. 한 층 한 층 열정을 쌓고 성실을 쌓으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화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그 힘이 파도의 물방울, 반짝이는 물비늘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그 힘을 믿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추억과 그리움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다. 열정을 쏟았던 그 힘을 기억해내며 그 힘을 다시 내일에 쏟겠다는 다짐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리움의 힘은 세다. 이번에는 다시 화자는 '흰 머리칼 쓰담고 매만지는/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에 엎드'린다. 아무리 열정이 많고 진취적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어차피 나이가 들 바에야 노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거울 앞에서 쓸쓸히 불러 보는/ 국화 향기 되어' 본다. 다가오는 노년이 쓸쓸하지만 국화 향기가 느껴져서 품위가 있다. 마지막으로 '황혼 문턱에 다다른/ 영원 닮는 갈꽃 되어' 본다. 영원 닮은 갈꽃이라니 멋지다. 우리의 그리움과 노력도 언젠가는 그 갈꽃으로 꽃피어났으면 좋겠다. 이 시는 요소 요소에 신선한 이미지를 깔아 놓아, 시적 형상화의 세련미를 보여 주고 있다.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며',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 '갈대꽃 흔드는 적막', '추억의 탑은 몸을 달구며',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등의 표현들은 모두 상큼한 이미지 구현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가 기시감이 들지 않아, 멋스러워 보인다.
설원 깊은 강
하롱하롱 휘날리는 눈꽃송이
감미로운 선율 안고
비릿한 내음도 없이
꿈꾸듯 스며든다
길 걷고 걸어
사색의 꽃 피면
찰랑 찰랑 젖은 입술
강둑에 가 닿는다
바닥까지 출렁이는
고요가 눈뜨면
부풀어오른 향내음
더 이상 가뭇없이
봄은 오지 않는다고
굳게 닫힌 속눈썹
주렁주렁 울음 매단다
시리도록 푸른 여백
아득히 돌아보니
그리움은
소리 없는 박음질로
망부석 된다
이별 한 칸씩 잘라내고
발목까지 시린
갈매기 울음
수평선까지 끌어당기면
서릿발같이
떠밀려가던 당신 곁
아직도 거기 복사꽃 한창이다.
- 「그 겨울 끝자락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느 겨울 끝자락에 서 있다. 뜨겁게 사랑하다가 이별한 그해 겨울의 끝자락에는 눈꽃송이가 아직도 휘날리고 있다. '감미로운 선율 안고/ 비릿한 내음도 없이/ 꿈꾸듯 스며'들고 있다. 설렘이라는 심장을 사랑에게 바치며 뜨겁게 하나가 되었을 그 시절이 아름답게 스며들고 있다. 전성기처럼 달콤한 속엣말들은 밤을 달구었고 봄날의 화법처럼 사랑의 꽃은 활짝 피어났을 것이다. 이별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서로의 어색함을 풀고 싶어 시적 화자는 '길 걷고 걸어/ 사색의 꽃 피면/ 찰랑 찰랑 젖은 입술/ 강둑에 가 닿'는다. 서로의 다름과 하나되는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수도 없이 내려놓았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존중과 배려의 공간이 열리기에 화자는 사색의 꽃을 피우며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고민 끝에서 화자의 젖은 입술은 춥고 매서운 강둑에 가 닿는다. '젖은 입술'은 무엇을 의미할까. 울음 울어 슬픔에 젖은 입술일 수도 있고 해결할 수 없는 아픔에 젖은 입술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사랑을 꿈꾸었던 화자의 내면에 변화가 생긴다. '더 이상 가뭇없이/ 봄은 오지 않는다'며 아파한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고 이별도 사람의 일이기에 '굳게 닫힌 속눈썹/ 주렁주렁 울음 매단'다.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이별도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별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불면의 밤을 홀로 무릎 웅크리며 그리움과 떠나보냄 사이를 서성거려야 한다. 그리움으로 붙잡고 싶은 마음에 울고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로 또다시 울어야 한다. 그 울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혼자 견디고 감당해야 한다. 어느 날 '시리도록 푸른 여백/ 아득히 돌아보니/ 그리움은/ 소리 없는 박음질로/ 망부석'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이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주저앉았을까. 하루는 '이별 한 칸씩 잘라내고/ 발목까지 시린/ 갈매기 울음/ 수평선까지 끌어당'긴다. 그러자 '서릿발같이/ 떠밀려가던 당신 곁/ 아직도 거기 복사꽃 한창'이다. 돌아보면 이별은 아팠지만 사랑했던 그 순간은 아름다웠다. 함께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거기 그곳에는 복사꽃이 한창 만발하고 있다. 설원 깊은 강에 눈발이 휘날리고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그곳에서 자꾸 멀어져 가던 당신이 복사꽃 속에서 떠올라 눈물겹게 한다. 미묘한 정서들이 나열되어, 그 보드라운 마음결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다채로운 정서를 만나게 해주는 시의 특질이 여기서 빛을 발하고 있다.
돌풍에 휘감기는 꽃샘바람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기다림의 시간을 애무한다
서럽도록 투명한
여백의 창가에
꽃너울에 취한 사색은
향 짙은 가지 꺾어
돌돌 말아 세우고
아롱진 연민 송이는
회한의 발끝으로
홀로 떠나보낸다
가슴속 침묵은
향긋한 봄내음 담아
그리움 찻잔에 우려내고
황홀히 달려온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 따라
바람같이 걷던
외로움이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진다.
- 「봄밤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밤에 느끼는 정서를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다. 봄밤은 다른 계절과 달리 봄의 마음이 들썩거려 산야가 온통 수상쩍다. 한낮보다는 밤에 기승을 더 부리는 저 들썩임 때문에 꽃망울은 설렘 가득하다. 꽃빛으로 튀어나오려는 저 무모함 때문에 봄밤은 소란스럽다. 꽃샘바람은 봄밤의 그 설렘을 시샘한 것일까. 꽃샘바람이 불어와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몸 웅크린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 봄밤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애무하며 시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밤에 심상치 않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꽃너울에 취한 사색은/ 향 짙은 가지 꺾어/ 돌돌 말아 세우고' 있다. 한없이 분명한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봄밤은 이리 아름다운 작당 모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롱진 연민 송이는/ 회한의 발끝으로/ 홀로 떠나보'내고 있다. 봄이라고 무조건 환하고 좋기만 하겠는가. 봄밤까지 오면서 어떤 미련 한 자락과 어떤 연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연민을 아쉬움 없이 홀로 떠나보내야 봄을 활짝 열 수 있다. 어정쩡하니 가버린 겨울과 환절기와 망설임에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된다. 봄이라는 방향을 향해 확실하게 달려야 한다. 그래도 남아 있는 미련이 있거들랑 침묵으로 다스려야 한다. 가슴속 그 '침묵은/ 향긋한 봄내음 담아/ 그리움 찻잔에 우려내'야 한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커지다 보면 '황홀히 달려온/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을 만날 것이다. 때로는 봄밤에는 마음이 센치해지기도 한다. '바람같이 걷던/ 외로움이/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지기도 한다. 봄밤은 결핍과 부재로 마음이 허기지기도 하지만 삼십 촉 알전구 같은 꽃들이 환하게 제 빛깔을 켜놓아 외로움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꽃샘바람이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기다림의 시간 애무하고, 서럽도록 투명한 여백의 창가, 아롱진 연민은 회한의 발끝으로 떠나가고, 향긋한 봄내음을 그리움의 찻잔에 우려내고,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 바람처럼 걷던 외로움,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지고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미지 구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미묘한 감성의 세계를 이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시인의 역할이 뭔지, 섬세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기쁘다. 시에서 이미지 구현의 길이 어째서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어 행복하다.
등나무 아래는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늘어진 잎새
싱그런 바람결에
초록빛으로 입맞춤한다
지친 이마엔
맑은 이슬 방울
여명처럼 빛나고
태풍 끝자락에
휘감기는 매지구름
감춰 둔 찬란한 울림들
내달리는
시간의 더께 위에
가녀린 여백의 숨결 다독인다
벤치에 앉아 있는
추억의 조명등엔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
소맷자락에 매달린
조롱박처럼
흔들어대고
교차하는 시울림대에는
수수께끼 같은
그 신비의 속살
마디 마디 깨어나는
눈빛 묵언으로
고즈넉이 화답하고 있다.
- 「계절의 길목에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계절의 길목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초여름이면 어질어질한 등꽃 향으로 보랏빛이 빛났다. 사방에서 보랏빛 마이크를 들이대며 여름이 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등나무 아래가 초여름의 광장이었으며 등꽃 향으로 해 질 녘을 읽고 저녁을 읽곤 했다. 그 향에 취해 초여름은 웃음을 실실 흘리고 다녔다. 그 꽃향이 지고 '등나무 아래는/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늘어진 잎새'가 있다. 한낮의 땡볕을 건너느라, 열대야를 건너느라 잎새는 축 늘어졌을 것이다. 그 여름이 지나고 '싱그런 바람결에/ 초록빛으로 입맞춤'하는 계절의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초록빛으로 입맞춤'하니 다시 생기가 돌 것이다. 한동안 무더위 때문에 '지친 이마엔/ 맑은 이슬 방울/ 여명처럼 빛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일과 즐거운 일이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길목은 일이나 시기가 바뀌는 때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들어서는 초입에 어떤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태풍 끝자락에/ 휘감기는 매지구름/ 감춰 둔 찬란한 울림들'이 있다. 그 찬란한 울림들이 가을을 불러오고 있다. 아니, 가을에는 그 찬란한 울림들이 맘껏 제 심장을 풀어놓으며 가을의 색으로 환해질 것이다. 달아오른 여름의 열기를 견디느라 내달렸던 시간의 더께, 그 위로 가녀린 여백의 숨결 다독이고 있다. '여백의 숨결'에서 어떤 여유가 느껴진다. 계절도 공중도 사람도 여백이 있어야 한다. 여백이 있어야 타인이 들어설 수 있고, 여백이 있어야 붉게 물드는 색의 향연을 펼칠 수 있고, 여백이 있어야 공중은 새와 구름을 품을 수 있다. 시적 화자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추억의 조명등엔/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가 들린다.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깔깔깔 웃으며 추억을 쌓고 시간의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푸른 메아리에서 행복했던 한 시절이 엿보인다. 그 메아리는 화자의 가슴을 흔들어대며 그리움을 불러오고 있다. 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 듯한 그 시절이 아직도 환하다. 어쩌면 우리는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지도 모른다. 마음이 힘들 때는 그 추억 속으로 들어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행복하다. 여기서 다시 시적 화자는 시심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교차하는 시울림대에는/ 수수께끼 같은/ 그 신비의 속살'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시심을 챙기는 화자의 자세가 아름답다. 그 자세가 멋진 시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시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열매이다. 그 시심 속에서 '마디 마디 깨어나는/ 눈빛 묵언으로/ 고즈넉이 화답하고 있다' 멋진 시가 곧 탄생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잎새, 초록빛으로 입맞춤하고, 이슬 방울은 여명처럼 빛나고,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 눈빛 묵언으로 화답하고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시적 형상화 솜씨가 뛰어나고, 표현 하나 하나 신선하고 새롭다. 시어들의 배치가 단아한 세련미를 보여주어, 독자의 미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
내어달리는 가슴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다
기슭 안고 돌아누운
수평선 저 너머
웅크린 추억의 감성
너울 너울
까마득히 열리는
소라의 촉수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윤슬의 그림자
옷고름 풀어헤친 파도자락에
드러눕는다
고백의 향으로
줄줄이 피어나는 연민 송이
저리 붉어진 노을빛 눈시울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가녀린 허리춤
달빛 속살에 돌돌 말아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떠 있다.
- 「등대.2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닷가에 서 있는 등대를 묘사하고 있다. 등대를 시적 화자는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요히 명상하는' 등대라니, 멋진 착상이다. 환한 빛 한 줄기를 화두 삼아 명상하고 있단다. 무엇을 마음 중심에 두고 명상하고 있는 것일까. 시의 마지막에 이런 표현이 있다.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떠 있다'고 한다. 마음의 중심에 두었던 말은 그리움인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꿈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청춘 시절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나이가 들어서는 떠나버린 첫사랑과 젊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시적 화자의 마음이 등대에 빗대어 '내어달리는 가슴/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 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기슭 안고 돌아누운/ 수평선 저 너머'로 '웅크린 추억의 감성/ 너울 너울'거리고 있다. 한때는 수평선처럼 끝없이 푸르고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사랑을 꽃피웠을 것이다. 그 추억이 지금은 아스라이 펼쳐지면서 너울거리고 있다. 추억에 잠기면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윤슬의 그림자'처럼 환한 그리움이 밀려든다. 그 그리움들이 '옷고름 풀어헤친 파도자락에/ 드러'누우면 '고백의 향으로/ 줄줄이 피어나는 연민 송이'가 보이는 듯하다. 그 연민은 무엇일까. 쉽게 가버린 청춘에 대한 연민일까, 떠나보낸 첫사랑에 대한 연민일까, 어떤 열정에 대한 아쉬운 연민일까. 그 연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민 때문에 '저리 붉어진 노을빛 눈시울/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있다. 애잔한 느낌이 든다. 다시 등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달빛 속살에 가녀린 허리춤을 돌돌 말아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밤길을 걷는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등대는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 메타포 처리로 자리한 등대가 가슴속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고, 소라의 촉수와 윤슬의 그림자는 파도자락에 드러눕고, 고백의 향으로 피어나는 연민, 노을빛 눈시울은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가녀린 허리춤은 달빛 속살에 돌돌 말아두고, 한 생의 그리움 된 침묵의 여정 등의 표현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독자의 마음이 다가와 안기도록 유인하는 듯한 시적 형상화가 돋보인다. 시의 정경, 시의 의미, 시의 이미지, 시의 표현기법, 시의 새로운 해석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렇듯 시의 멋스러움을 창출하는 것 같다.
지문이 닳도록
맨발로
혼자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해도
굽히지 않고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차츰 차츰
어둠 밀어 올리며
그리움 업고 새벽을 달린다
점점 멀어져 간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서늘진 가슴
땡볕에 맑은 몸
까맣게 부서질까 봐
간질대는 바람
한 음절 쉼표로도
멈출 수 없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먼 하늘
별빛 타고 온 목마름으로
기어오른 키 낮은 숨결
절절한
푸르디푸른
저 함성.
- 「담쟁이넝쿨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담쟁이넝쿨에 대해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어떤 목표를 향해 자신의 지문이 닳아지도록 맨발로 홀로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해도/ 굽히지 않고/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뚜벅뚜벅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하면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데 화자는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 목표가 분명한 저 푸른 뒷모습이 멋지다. 내일로 가는 걸음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어떤 희망과 신념이 저렇게 멋진 불굴의 자세를 만들었을까. 담쟁이 뿌리에 어떤 의지가 깃들었던 것일까. 소위 말하는 귀차니즘도 들어설 수 없고 무사안일주의도 들어설 수 없는 저 삶의 자세가 멋지다. 담쟁이의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은 수평의 공간이 아니다. 험하고 벅찬 수직의 공간인 벽이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내일로 향해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뗀다. '차츰 차츰/ 어둠 밀어 올리며/ 그리움 업고 새벽을 달린다' 담쟁이는 자신의 몸을 버텨줄 등뼈 같은 밑동도 줄기도 없다. 자신에게 없는 그 무엇을 원망하고 하소연할 법도 한데 숙명이라 여기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언제 담쟁이처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나아간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내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다. '점점 멀어져 간/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서늘진 가슴'으로 놀란 적이 어디 한두 번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긍정의 자세로 한 걸음 나아간다. 그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한 끗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느냐, 그렇기 때문에 주저앉느냐, 그 선택의 한 끗이 삶을 결정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그 삶을 평가할 수 있다. '한 음절 쉼표로도/ 멈출 수 없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시적 화자의 자세가 멋지다. 나태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내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저 자세. '절절한/ 푸르디푸른/ 저 함성'이 화자의 목소리이며 생의 표정인 것이다. 지문이 닳도록 맨발로 걷는,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걷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가슴, 별빛 타고 온 목마름, 키 낮은 숨결, 절절하고 푸르디푸른 함성 등의 표현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시 역시 이미지 구현이 선명해서 좋다. 마치 이미지 달인처럼 여겨질 정도로 이미지로 시적 형상화의 탑을 쌓아간다. 매 연마다 이미지 구현의 솜씨, 그 효용성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시인에게 시 창작에 어째서 이미지 구현이 생명인지를 모범 사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해 행복하다.
긴 염원 피워 물고
일어나 앉는다
검푸른 커튼 거두고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어깨 위로
쏟아진 눈시울이 붉디붉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수천의 노오란 음표들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아슴아슴 걷는다
그림자 밟고
겹겹이 숨어 있는 꽃잎들
보일 듯 말 듯
버리고 갈 수 없어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
- 「4월, 꽃 진 자리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4월 꽃 진 자리에서 사색에 잠긴다. 이 시는 4.16세월호참사에 대한 시다. 그때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 시적 화자는 '긴 염원 피워 물고/ 일어나 앉는다' 얼마나 더 목소리를 높여야 그날의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나.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하나. '검푸른 커튼 거두고/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어깨 위로/ 쏟아진 눈시울이 붉디붉다' 그 붉디붉은 눈시울이 이제는 아픔을 거두고 맑아졌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아파하고 분노하며 절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이라는 바다에 눈을 뜨며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의 꿈과 열정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수천의 노오란 음표들'이 더이상 슬퍼하지 않도록 기억하고 소환하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세월호를 오늘의 자리에 다시 앉혀야 한다. 시적 화자는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아슴아슴 걷'고 있다. 따스한 여백, 온기가 도는 여백, 웃음이 자라는 여백이 아니라 차가운 여백이란다. 아프고 쓰리다. 4.16 그날을 생각하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기에 '그림자 밟고/ 겹겹이 숨어 있는 꽃잎들'만 지고 있어 슬프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가 일어나고 한 해 두 해가 흐르고 어느덧 십 년이 흘렀다. '보일 듯 말 듯/ 버리고 갈 수 없어/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우리의 가슴도 이리 먹먹한데 세월호참사로 가족을 잃은 그분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이 오늘 또 오고 있다. 더이상 4월의 꽃 진 자리가 슬프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일어서는 노란 음표들,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걷고, 겹겹 숨어 있는 꽃잎들,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들,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이 시적 화자 주위로 몰려든다. 아프고 슬프지만 그 소리, 그 모습, 그 감성을 감지해내는 시적 화자. 그 어떠한 감성 자락도 놓치지 않고, 이미지로 그려내는 시다.
아메리카 쪽에서는 시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시한다. 시는 이미저리다. 이렇게 단정할 정도로, 시에서의 이미지 구현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사실 시는 주제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시는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건들지 않고 에둘러 표현할수록 감칠맛이 있다. 주제를 건들지 않고 이미지로 그림을 그려 감성에 호소하는 장르가 바로 시이다. 따라서 시는 머리의 장르가 아니라, 가슴의 장르이다. 가슴을 감동시키고 전율케 해야 시는 빛을 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적 형상화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사물과 사색과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놓아야, 신선미가 있다. 기시감에서 벗어나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함께할 때, 시는 독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면서 그 안에 감동의 전율까지, 매끄러운 리듬까지 보탤 수 있다면,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시가 될 것이다.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
앞으로, 제2, 제3시집도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와 감동의 전율을 함께 이끌어 가는 시 창작들로 채워, 독자의 눈길을 잡아끌고,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시집을 펴내기를 바란다. 중단 없이 여생 내내 줄기찬 시 창작의 열정을 쏟아내기를 기도한다.
- 짙푸른 초록이 온 세상을 활기차게 만드는 초여름에
한실문예창작(12개 문학회) 지도 교수 박덕은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전 전남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시인, 소설가, 화가, 박덕은 미술관 관장,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광주시민사회단체(523개)총연합회 대표회장, 노벨재단 이사장,
기본사회위원회(위원장 이재명) 수석부위원장(광주)〉
김영자 시인의 시집 발간을 축하하며
김영자 시인은 전남 송정리 원동에서 아버지 김휘병 씨와 어머니 이옥임 사이에서 1955년 3월 15일에 4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광주로 유학 와서 학교에 다녔다.
1979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취미는 노래 부르기, 시 낭송 등이고, 인생관은 세 가지, 즉 까르페 디엠(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살아라), 아모르 파티(행복하게 즐기며 살아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문학상으로는, 제3회 박덕은 전국백일장 동상, 한국 여성 문학대전 최우수상, 모산 문학상 최우수상, 코로나 문학상 시조 부문 은상, 독도문학상, 남명문화제 시화문학상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상, 이준열사 문학상 우수상, 빛창 문학상 우수상, 제1회 김해예총 시화전 문학상 문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문단 활동으로는, 《현대문예》추천신인상 수상으로 문단 데뷔한 이래, 광주문인협회 이사, 광주시인협회 이사, 한실문예창작 회원, 둥그런 문학회 회장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금부터, 김영자 시인의 시 세계를 탐구하기로 하자.
오는 듯 가 버리는 봄날
창가에 요염한 자태 뽐내며
고요히 꽃잎 펼친다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너울 너울
고독이 눈빛으로 흘러
누군가의 사랑 애타게 기다리다
포효하는 치맛자락 쓸어안고
둥글게 녹아 내린다
수줍은 옹알이 문턱 넘고
꽃입술의 결백 물기로만 남아
더 고요 깊은 곳
별처럼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핏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아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
- 「모란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창가의 모란을 관찰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봄날에 어떤 아쉬움이 있다. 사랑과 인연이 머물지도 못하고 떠나버려서 아쉬운 것일까, 첫사랑만 그리워하다 떠나버린 봄날이 서운해서일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아쉽다. 아쉬움 때문인지 화자는 '오는 듯 가 버리는 봄날/ 창가에 요염한 자태 뽐내며/ 고요히 꽃잎 펼친' 모란에 눈길이 간다. 시적 화자는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너울 너울'거린다. 망각은 어떤 일이나 사실을 잊어 버림을 뜻하는데 함박웃음과 맞물려 있다. 화자는 무언가를 잊고 싶은 것일까. 그 잊음으로 인해 함박웃음을 불러오고 싶은 것일까. 그러고 보니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른다. 향기에 모서리가 없으니 찔리지는 않겠다. 역설적으로 화자는 어떤 아픔에 심장이, 가슴이, 어제가 수도 없이 찔림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찔림까지 내려놓고 함박웃음으로 비우고 싶은 것이다. 허나 내려놓겠다고 방향을 세운다 한들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다. 애써 웃음을 지어 보지만 '고독이 눈빛으로 흘러/ 누군가의 사랑 애타게 기다리다/ 포효하는 치맛자락 쓸어안고/ 둥글게 녹아 내린'다.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한 것일까. 이별하고도 사랑을 잊지 못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적막으로 깊어진 불면의 밤을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먼먼 훗날까지 버텨야 하나. 한때는 사랑과 함께 달빛 영토 안에서 달달하고 하얀 속엣말이 서로의 심장을 뜨겁게 달구었을 텐데, 이제는 그 밤을 홀로 건너야 한다. '꽃입술의 결백 물기로만 남아/ 더 고요 깊은 곳/ 별처럼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내는 모란. 여기서 별은 환한 이미지가 아니다. 푸른 울음소리의 별이다. 모란에게도 어떤 아픔이 있었던 거다. '핏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는 아픔이 있었던 거다. 그리움을 잉태했으면 그 그리움을 끝까지 밀고 가면 될 텐데 그리움을 붙잡을 수 없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어쩔 수 없이 놓아줘야만 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마음이 아프다. 그렇게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이 시적 화자이며 모란인 것이다. 요염한 자태로 고요히 꽃잎 펼치는 모란,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함박웃음으로 너울거리는 모란, 포효하는 치맛자락 끌어안고 있는 모란,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내고 있는 모란, 노을 속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는 모란,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 모란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낯설게 하기 기법을 바탕에 깔아 싱그런 표현들이 눈길을 끈다. 시의 맛이 살아 있어, 읽어 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1
먼동 트이는 아침
눈부신 햇살 주워담은 개천가
물비늘의 눈빛 반짝거린다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
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한다
줄줄이 엮은 부양가족 품기 위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넌다
생채기로 찢긴 날카로운 비수
아린 침묵 꿰매며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한다.
2
세느강이라 불리는 양동 다리 옆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
양동 다리 밑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떤다
철썩이던 광주천 계곡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
- 「추억의 양동시장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양동시장 정경을 스케치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먼동 트이는 아침, 양동시장 옆 개천가에서 눈빛 반짝거리는 물비늘을 만난다. 양동시장은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너스레한 노점 아지매들의 혈색 좋은 웃음소리/ 삼백육십오 일 좌판 깔고 흥정하'는 곳이다. 그 시절 양동시장은 광주의 중심이며 정(情)의 중심이었다. 사람 냄새 나고 인정이 살아 있어 마음이 외로울 때면 양동시장에 가서 그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도 한 곳이었다. 시장의 상인들은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으로/ 애환의 물살 건'너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자식들은 공부하고 내일을 꿈꾸었다. 양동시장에 가면 겨울에도 바닥에 깔아놓은 양동이가 손님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이보다 더 낮고 추운 바닥은 없다며 양동이에 담긴 미역, 파래, 바다의 말씀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삶의 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도 양동시장에서 힘을 얻고 용기를 얻었다. 무릎 웅크린 양동시장이 추위를 견디며 하루를 살아내는 그 성실함과 안간힘이 가슴을 울렸다. 양동시장의 한낮은 기울고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삐걱거리는 허리 통증 할퀴고 간/ 파닥이는 은빛 나래짓/ 황금빛 노을 떨이'하면 시장의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온다.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라는 표현이 멋지다. 생선을 손질하는 지친 상인의 손길과 하루일을 마치고 해 질 녘으로 가는 오후의 걸음으로 읽힌다. 양동 다리 옆에는 '역사 깊은 광주의 푸른 기상 안고/ 무등의 젖줄기로 태어난/ 화이트칼라 미모와 흰 베레모 뽐내는/ 중앙여고'가 있다. 시적 화자가 그 학교를 다녔을 법한 추억이 그려져 있다. 화자는 학창 시절에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올라/ 발랄한 안색으로 무더기 수다' 떠는 즐거운 시절을 보냈다. '떡볶이와 오징어 튀김도 덩달아 튀어'오른다는 표현이 재밌다. 깔깔대며 즐거웠을 그 시절의 추억이 잘 그려져 있다. 시간이 흘러 먼 훗날이 되어도 그 시절의 추억은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다. 눈부신 햇살 주워 담은 개천, 반짝거리는 물비늘의 눈빛, 왁자한 소문 울컥이는 어둠 닦고, 혈색 좋은 아지매 웃음소리, 시커멓게 멍든 주먹 가슴, 아린 침묵 꿰매어 도마 위에 납작 엎드린 오후, 황금빛 노을 떨이하는 은빛 나래짓, 무더기 수다 떠는 발랄한 안색, 버들강아지 빛으로 남아 있는 광주천 계곡 등등 표현 하나 하나가 싱그럽다. 신선한 표현 발굴이 시인의 가장 소중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독자에게 던져 주고 있다.
시린 눈발 날리는 날
외로운 사시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된다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강둑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맑은 시어의 집
은빛 출렁 출렁
허공에 못질하는
칼바람 속에서도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천사의 나래짓으로
생명 불러오는 불씨
하얀 묵시록 말씀이 된다
세월의 굴레 소용돌이치듯
얼킨 실타래처럼 풀어헤친
흰 상념들
아무 생각 없이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왜 거기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무얼 찾고 있는 걸까.
- 「눈 오는 강둑에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눈발 날리는 날 강둑에 서 있다. 날씨도 추운데 왜 홀로 강둑에 있을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시적 화자는 '외로운 사시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되어 강둑에 있다. 아무도 없이 쓸쓸함을 견디며 눈발을 헤쳐 나가는 시적 화자가 안쓰럽다. 외로운 사시나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이 모두 화자의 처지를 대변하고 있어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눈발이 더 날릴 수도 있을 텐데, 어서 따스한 집으로 가야 할 텐데 시적 화자는 무슨 일인지 '강둑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다.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걷고 또 걷는다. 화자의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맑은 시어의 집'이 은빛으로 출렁거린다. 시적 화자는 외로움으로 무너지지 않고 강둑을 걸으며 시어의 집을 짓고 내면의 힘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멋지다. 외로움과 아픔을 대하는 자세가 밝고 적극적이다. 삶을 대하는 저 자세가 성숙과 성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시는 슬픔을 이겨내는 내면의 씨앗이며 성숙의 디딤돌이다. 시의 힘을 우리는 믿어야 한다. 눈발이 날리는 강둑으로 '허공에 못질하는/ 칼바람'이 불어온다. 문득 저 칼바람 속에서도 시적 화자는 성숙의 걸음을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화자는 그 칼바람 속에서도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강둑을 걷고 있다. 날리는 눈발이 '천사의 나래짓으로/ 생명 불러오는 불씨/ 하얀 묵시록 말씀'으로 다가온다. 저 긍정의 자세, 저 밝음의 자세가 아름답다. 하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기에 마음먹은 대로 잘되지 않는다. '얼킨 실타래처럼 풀어헤친/ 흰 상념들'로 눈발은 다시 날린다. '세월의 굴레 소용돌이치듯' 다시 눈발은 내린다. 아픔을 내려놓는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화자는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묻는다. '왜 거기 서 있는지도 모른 채/ 무얼 찾고 있'냐며 묻는다. '아무 생각 없이/ 홀로 도는 바람개비처럼' 왜 강둑을 걷고 있느냐고 묻는다. 어떤 화두를 독자에게 던지고 있는 듯하다. 외로운 사사나무 되어 송송 뚫린 빈 가슴, 빛 잃은 낮달, 순백의 그림자 잠재울 수 없어, 내면에 흐르는 풀씨의 노래, 적막 강산에 뿌리 내리는 시어의 집, 고요의 여백으로 파릇 파릇 살아 숨쉬며, 하얀 묵시록 말씀, 홀로 도는 바람개비 등의 시어 배치가 눈길을 끈다.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며 함께하는 시심의 텃밭이 애잔한 감성을 자아내고 있다.
향 짙은 커피 찻잔에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며
순수 닮고 싶어
불필요한 것들과 이별한다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
그리운 것들 그대로 접어 두고
갈대꽃 흔드는 적막
들녘의 낙엽은
비밀스레 구름 위 뒹군다
지나간 흔적 볼 수 없나
함께했던 날들
커다란 그리움으로 남아
천년을 살아도
추억의 탑은 몸 달구며
오동소리 내는 풀피리 되어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파도의 물방울 되어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흰 머리칼 쓰담고 매만지는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에 엎드려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거울 앞에서 쓸쓸히 불러 보는
국화 향기 되어
황혼 문턱에 다다른
영원 닮는 갈꽃 되어.
- 「가을 속으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커피향에 젖어 상념 속으로 빨려든다. 가을은 마음을 맑게 해 영혼을 환하게 밝히고 싶은 계절이다. 시적 화자는 먼저 '향 짙은 커피 찻잔에/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고 있다. 커피향으로 덧입히며 '순수 닮고 싶어/ 불필요한 것들과 이별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알게 모르게 슬픔 분노 무료함 무기력 등이 마음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불필요한 것들을 떨궈내고 싶어 커피를 마시며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가을은 대추와 감과 벼가 익어가는 계절이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털어내듯 자신의 잎을 스스로 지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가을은 익어가고 비워내는 계절이다. 일 년에 한 차례씩 비움과 내려놓음을 한다면 우리는 좀더 마음이 가벼워질 것 같다.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 우리도 비움을 시작해 보자. 먼저 그리운 것들은 그대로 접어 두자. 언제든 다시 펼쳐 들여다보고 싶은 때 볼 수 있도록 고이 접어 두자. 갈대꽃 흔드는 적막이 비밀스럽게 뒹구는 것이 보인다. 가을은 그렇게 적막을 몰고 온다. 그 적막 속에서 자신이 걸어왔던 생의 뒤안길을 돌아보자. 사랑과 열정과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했던 날들이 커다란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그리움은 시간을 건너뛰어 먼 훗날로 가더라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움의 대상들과 함께 쌓아 올린 '추억의 탑은 몸 달구며/ 오동소리 내는 풀피리 되'어 간다. 추억이 자연스럽게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게 느껴진다. 다시 추억은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는/ 파도의 물방울 되어/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간다. 역동하는 추억의 어떤 힘이 느껴진다. 한 층 한 층 열정을 쌓고 성실을 쌓으며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화자의 노력이 엿보인다.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그 힘이 파도의 물방울, 반짝이는 물비늘로 다가온다. 아름다운 그 힘을 믿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추억과 그리움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게 아니다. 열정을 쏟았던 그 힘을 기억해내며 그 힘을 다시 내일에 쏟겠다는 다짐이기도 한다. 그래서 그리움의 힘은 세다. 이번에는 다시 화자는 '흰 머리칼 쓰담고 매만지는/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에 엎드'린다. 아무리 열정이 많고 진취적이라 하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어차피 나이가 들 바에야 노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거울 앞에서 쓸쓸히 불러 보는/ 국화 향기 되어' 본다. 다가오는 노년이 쓸쓸하지만 국화 향기가 느껴져서 품위가 있다. 마지막으로 '황혼 문턱에 다다른/ 영원 닮는 갈꽃 되어' 본다. 영원 닮은 갈꽃이라니 멋지다. 우리의 그리움과 노력도 언젠가는 그 갈꽃으로 꽃피어났으면 좋겠다. 이 시는 요소 요소에 신선한 이미지를 깔아 놓아, 시적 형상화의 세련미를 보여 주고 있다. '초승달 눈빛의 온도 헹구며', '손끝에서 일구는 낮은 휘파람 소리', '갈대꽃 흔드는 적막', '추억의 탑은 몸을 달구며', '고래섬 반짝이는 물비늘 되어', '등짐 휜 노파의 그림자', '버짐꽃 피는 어느 늦은 저녁' 등의 표현들은 모두 상큼한 이미지 구현의 디딤돌이 되고 있다. 사물을 바라보는 각도가 기시감이 들지 않아, 멋스러워 보인다.
설원 깊은 강
하롱하롱 휘날리는 눈꽃송이
감미로운 선율 안고
비릿한 내음도 없이
꿈꾸듯 스며든다
길 걷고 걸어
사색의 꽃 피면
찰랑 찰랑 젖은 입술
강둑에 가 닿는다
바닥까지 출렁이는
고요가 눈뜨면
부풀어오른 향내음
더 이상 가뭇없이
봄은 오지 않는다고
굳게 닫힌 속눈썹
주렁주렁 울음 매단다
시리도록 푸른 여백
아득히 돌아보니
그리움은
소리 없는 박음질로
망부석 된다
이별 한 칸씩 잘라내고
발목까지 시린
갈매기 울음
수평선까지 끌어당기면
서릿발같이
떠밀려가던 당신 곁
아직도 거기 복사꽃 한창이다.
- 「그 겨울 끝자락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느 겨울 끝자락에 서 있다. 뜨겁게 사랑하다가 이별한 그해 겨울의 끝자락에는 눈꽃송이가 아직도 휘날리고 있다. '감미로운 선율 안고/ 비릿한 내음도 없이/ 꿈꾸듯 스며'들고 있다. 설렘이라는 심장을 사랑에게 바치며 뜨겁게 하나가 되었을 그 시절이 아름답게 스며들고 있다. 전성기처럼 달콤한 속엣말들은 밤을 달구었고 봄날의 화법처럼 사랑의 꽃은 활짝 피어났을 것이다. 이별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서로의 어색함을 풀고 싶어 시적 화자는 '길 걷고 걸어/ 사색의 꽃 피면/ 찰랑 찰랑 젖은 입술/ 강둑에 가 닿'는다. 서로의 다름과 하나되는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자신을 수도 없이 내려놓았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쌓이면 존중과 배려의 공간이 열리기에 화자는 사색의 꽃을 피우며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 고민 끝에서 화자의 젖은 입술은 춥고 매서운 강둑에 가 닿는다. '젖은 입술'은 무엇을 의미할까. 울음 울어 슬픔에 젖은 입술일 수도 있고 해결할 수 없는 아픔에 젖은 입술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사랑을 꿈꾸었던 화자의 내면에 변화가 생긴다. '더 이상 가뭇없이/ 봄은 오지 않는다'며 아파한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고 이별도 사람의 일이기에 '굳게 닫힌 속눈썹/ 주렁주렁 울음 매단'다. 사랑이 뜨거웠던 만큼 이별도 깊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별을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불면의 밤을 홀로 무릎 웅크리며 그리움과 떠나보냄 사이를 서성거려야 한다. 그리움으로 붙잡고 싶은 마음에 울고 떠나보내야 하는 이유로 또다시 울어야 한다. 그 울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 혼자 견디고 감당해야 한다. 어느 날 '시리도록 푸른 여백/ 아득히 돌아보니/ 그리움은/ 소리 없는 박음질로/ 망부석'이 되어 있는 것을 깨닫는다. 그때까지 얼마나 많이 아파하고 그리워하고 주저앉았을까. 하루는 '이별 한 칸씩 잘라내고/ 발목까지 시린/ 갈매기 울음/ 수평선까지 끌어당'긴다. 그러자 '서릿발같이/ 떠밀려가던 당신 곁/ 아직도 거기 복사꽃 한창'이다. 돌아보면 이별은 아팠지만 사랑했던 그 순간은 아름다웠다. 함께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거기 그곳에는 복사꽃이 한창 만발하고 있다. 설원 깊은 강에 눈발이 휘날리고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그곳에서 자꾸 멀어져 가던 당신이 복사꽃 속에서 떠올라 눈물겹게 한다. 미묘한 정서들이 나열되어, 그 보드라운 마음결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다채로운 정서를 만나게 해주는 시의 특질이 여기서 빛을 발하고 있다.
돌풍에 휘감기는 꽃샘바람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기다림의 시간을 애무한다
서럽도록 투명한
여백의 창가에
꽃너울에 취한 사색은
향 짙은 가지 꺾어
돌돌 말아 세우고
아롱진 연민 송이는
회한의 발끝으로
홀로 떠나보낸다
가슴속 침묵은
향긋한 봄내음 담아
그리움 찻잔에 우려내고
황홀히 달려온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 따라
바람같이 걷던
외로움이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진다.
- 「봄밤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봄밤에 느끼는 정서를 그림처럼 그려내고 있다. 봄밤은 다른 계절과 달리 봄의 마음이 들썩거려 산야가 온통 수상쩍다. 한낮보다는 밤에 기승을 더 부리는 저 들썩임 때문에 꽃망울은 설렘 가득하다. 꽃빛으로 튀어나오려는 저 무모함 때문에 봄밤은 소란스럽다. 꽃샘바람은 봄밤의 그 설렘을 시샘한 것일까. 꽃샘바람이 불어와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몸 웅크린 기다림의 시간이 있다. 봄밤은 그 기다림의 시간을 애무하며 시의 대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봄밤에 심상치 않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꽃너울에 취한 사색은/ 향 짙은 가지 꺾어/ 돌돌 말아 세우고' 있다. 한없이 분명한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봄밤은 이리 아름다운 작당 모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롱진 연민 송이는/ 회한의 발끝으로/ 홀로 떠나보'내고 있다. 봄이라고 무조건 환하고 좋기만 하겠는가. 봄밤까지 오면서 어떤 미련 한 자락과 어떤 연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그 연민을 아쉬움 없이 홀로 떠나보내야 봄을 활짝 열 수 있다. 어정쩡하니 가버린 겨울과 환절기와 망설임에 마음을 두어서는 안 된다. 봄이라는 방향을 향해 확실하게 달려야 한다. 그래도 남아 있는 미련이 있거들랑 침묵으로 다스려야 한다. 가슴속 그 '침묵은/ 향긋한 봄내음 담아/ 그리움 찻잔에 우려내'야 한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커지다 보면 '황홀히 달려온/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을 만날 것이다. 때로는 봄밤에는 마음이 센치해지기도 한다. '바람같이 걷던/ 외로움이/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지기도 한다. 봄밤은 결핍과 부재로 마음이 허기지기도 하지만 삼십 촉 알전구 같은 꽃들이 환하게 제 빛깔을 켜놓아 외로움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꽃샘바람이 파리한 연둣빛 그늘 아래, 기다림의 시간 애무하고, 서럽도록 투명한 여백의 창가, 아롱진 연민은 회한의 발끝으로 떠나가고, 향긋한 봄내음을 그리움의 찻잔에 우려내고, 감성의 뜨락에 꽃비로 내리는 아릿한 음률, 바람처럼 걷던 외로움, 추억 베고 누워 달빛 어루만지고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이미지 구현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미묘한 감성의 세계를 이처럼 선명한 이미지로 그려낼 수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시인의 역할이 뭔지, 섬세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기쁘다. 시에서 이미지 구현의 길이 어째서 소중한지를 알게 해주어 행복하다.
등나무 아래는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늘어진 잎새
싱그런 바람결에
초록빛으로 입맞춤한다
지친 이마엔
맑은 이슬 방울
여명처럼 빛나고
태풍 끝자락에
휘감기는 매지구름
감춰 둔 찬란한 울림들
내달리는
시간의 더께 위에
가녀린 여백의 숨결 다독인다
벤치에 앉아 있는
추억의 조명등엔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
소맷자락에 매달린
조롱박처럼
흔들어대고
교차하는 시울림대에는
수수께끼 같은
그 신비의 속살
마디 마디 깨어나는
눈빛 묵언으로
고즈넉이 화답하고 있다.
- 「계절의 길목에서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계절의 길목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초여름이면 어질어질한 등꽃 향으로 보랏빛이 빛났다. 사방에서 보랏빛 마이크를 들이대며 여름이 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등나무 아래가 초여름의 광장이었으며 등꽃 향으로 해 질 녘을 읽고 저녁을 읽곤 했다. 그 향에 취해 초여름은 웃음을 실실 흘리고 다녔다. 그 꽃향이 지고 '등나무 아래는/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늘어진 잎새'가 있다. 한낮의 땡볕을 건너느라, 열대야를 건너느라 잎새는 축 늘어졌을 것이다. 그 여름이 지나고 '싱그런 바람결에/ 초록빛으로 입맞춤'하는 계절의 길목으로 들어서고 있다. '초록빛으로 입맞춤'하니 다시 생기가 돌 것이다. 한동안 무더위 때문에 '지친 이마엔/ 맑은 이슬 방울/ 여명처럼 빛나'고 있다. 뭔가 새로운 일과 즐거운 일이 다가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길목은 일이나 시기가 바뀌는 때를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들어서는 초입에 어떤 설렘과 기대감이 있다. '태풍 끝자락에/ 휘감기는 매지구름/ 감춰 둔 찬란한 울림들'이 있다. 그 찬란한 울림들이 가을을 불러오고 있다. 아니, 가을에는 그 찬란한 울림들이 맘껏 제 심장을 풀어놓으며 가을의 색으로 환해질 것이다. 달아오른 여름의 열기를 견디느라 내달렸던 시간의 더께, 그 위로 가녀린 여백의 숨결 다독이고 있다. '여백의 숨결'에서 어떤 여유가 느껴진다. 계절도 공중도 사람도 여백이 있어야 한다. 여백이 있어야 타인이 들어설 수 있고, 여백이 있어야 붉게 물드는 색의 향연을 펼칠 수 있고, 여백이 있어야 공중은 새와 구름을 품을 수 있다. 시적 화자는 등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추억의 조명등엔/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가 들린다.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깔깔깔 웃으며 추억을 쌓고 시간의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가 들리는 듯하다. 푸른 메아리에서 행복했던 한 시절이 엿보인다. 그 메아리는 화자의 가슴을 흔들어대며 그리움을 불러오고 있다. 눈을 감으면 손에 잡힐 듯한 그 시절이 아직도 환하다. 어쩌면 우리는 추억의 힘으로 살아간지도 모른다. 마음이 힘들 때는 그 추억 속으로 들어가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기에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은 그만큼 행복하다. 여기서 다시 시적 화자는 시심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교차하는 시울림대에는/ 수수께끼 같은/ 그 신비의 속살'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시심을 챙기는 화자의 자세가 아름답다. 그 자세가 멋진 시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이다. 시는 꾸준함과 성실함의 열매이다. 그 시심 속에서 '마디 마디 깨어나는/ 눈빛 묵언으로/ 고즈넉이 화답하고 있다' 멋진 시가 곧 탄생될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이 있다. 여름내 열정 담금질하던 잎새, 초록빛으로 입맞춤하고, 이슬 방울은 여명처럼 빛나고, 퍼즐 맞춘 푸른 메아리, 눈빛 묵언으로 화답하고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끈다. 시적 형상화 솜씨가 뛰어나고, 표현 하나 하나 신선하고 새롭다. 시어들의 배치가 단아한 세련미를 보여주어, 독자의 미소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
내어달리는 가슴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다
기슭 안고 돌아누운
수평선 저 너머
웅크린 추억의 감성
너울 너울
까마득히 열리는
소라의 촉수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윤슬의 그림자
옷고름 풀어헤친 파도자락에
드러눕는다
고백의 향으로
줄줄이 피어나는 연민 송이
저리 붉어진 노을빛 눈시울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가녀린 허리춤
달빛 속살에 돌돌 말아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떠 있다.
- 「등대.2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바닷가에 서 있는 등대를 묘사하고 있다. 등대를 시적 화자는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고요히 명상하는' 등대라니, 멋진 착상이다. 환한 빛 한 줄기를 화두 삼아 명상하고 있단다. 무엇을 마음 중심에 두고 명상하고 있는 것일까. 시의 마지막에 이런 표현이 있다.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떠 있다'고 한다. 마음의 중심에 두었던 말은 그리움인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꿈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청춘 시절에는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나이가 들어서는 떠나버린 첫사랑과 젊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시적 화자의 마음이 등대에 빗대어 '내어달리는 가슴/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 생의 뒤안길을 돌아보니 '기슭 안고 돌아누운/ 수평선 저 너머'로 '웅크린 추억의 감성/ 너울 너울'거리고 있다. 한때는 수평선처럼 끝없이 푸르고 넓은 세상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사랑을 꽃피웠을 것이다. 그 추억이 지금은 아스라이 펼쳐지면서 너울거리고 있다. 추억에 잠기면 '시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윤슬의 그림자'처럼 환한 그리움이 밀려든다. 그 그리움들이 '옷고름 풀어헤친 파도자락에/ 드러'누우면 '고백의 향으로/ 줄줄이 피어나는 연민 송이'가 보이는 듯하다. 그 연민은 무엇일까. 쉽게 가버린 청춘에 대한 연민일까, 떠나보낸 첫사랑에 대한 연민일까, 어떤 열정에 대한 아쉬운 연민일까. 그 연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연민 때문에 '저리 붉어진 노을빛 눈시울/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있다. 애잔한 느낌이 든다. 다시 등대는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달빛 속살에 가녀린 허리춤을 돌돌 말아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밤길을 걷는 '침묵의 여정이/ 오롯한 한 생의 그리움 되어' 등대는 오늘도 그 자리에 서 있다. 바람 씻어 고요히 명상하는 푸른 등걸, 메타포 처리로 자리한 등대가 가슴속 하얀 소금꽃으로 서 있고, 소라의 촉수와 윤슬의 그림자는 파도자락에 드러눕고, 고백의 향으로 피어나는 연민, 노을빛 눈시울은 조개껍데기 속에 감추고, 가녀린 허리춤은 달빛 속살에 돌돌 말아두고, 한 생의 그리움 된 침묵의 여정 등의 표현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독자의 마음이 다가와 안기도록 유인하는 듯한 시적 형상화가 돋보인다. 시의 정경, 시의 의미, 시의 이미지, 시의 표현기법, 시의 새로운 해석 등이 한데 어우러져, 이렇듯 시의 멋스러움을 창출하는 것 같다.
지문이 닳도록
맨발로
혼자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해도
굽히지 않고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차츰 차츰
어둠 밀어 올리며
그리움 업고 새벽을 달린다
점점 멀어져 간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서늘진 가슴
땡볕에 맑은 몸
까맣게 부서질까 봐
간질대는 바람
한 음절 쉼표로도
멈출 수 없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먼 하늘
별빛 타고 온 목마름으로
기어오른 키 낮은 숨결
절절한
푸르디푸른
저 함성.
- 「담쟁이넝쿨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담쟁이넝쿨에 대해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어떤 목표를 향해 자신의 지문이 닳아지도록 맨발로 홀로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해도/ 굽히지 않고/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뚜벅뚜벅 걷는다. 머문 그 자리가 편하면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데 화자는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다시 길을 떠난다. 목표가 분명한 저 푸른 뒷모습이 멋지다. 내일로 가는 걸음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어떤 희망과 신념이 저렇게 멋진 불굴의 자세를 만들었을까. 담쟁이 뿌리에 어떤 의지가 깃들었던 것일까. 소위 말하는 귀차니즘도 들어설 수 없고 무사안일주의도 들어설 수 없는 저 삶의 자세가 멋지다. 담쟁이의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은 수평의 공간이 아니다. 험하고 벅찬 수직의 공간인 벽이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텐데 내일로 향해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뗀다. '차츰 차츰/ 어둠 밀어 올리며/ 그리움 업고 새벽을 달린다' 담쟁이는 자신의 몸을 버텨줄 등뼈 같은 밑동도 줄기도 없다. 자신에게 없는 그 무엇을 원망하고 하소연할 법도 한데 숙명이라 여기고 자신의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언제 담쟁이처럼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나아간 적이 있었나, 문득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본다. 내일로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다. '점점 멀어져 간/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서늘진 가슴'으로 놀란 적이 어디 한두 번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긍정의 자세로 한 걸음 나아간다. 그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한 끗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느냐, 그렇기 때문에 주저앉느냐, 그 선택의 한 끗이 삶을 결정한다. 삶은 끝까지 살아봐야 그 삶을 평가할 수 있다. '한 음절 쉼표로도/ 멈출 수 없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시적 화자의 자세가 멋지다. 나태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내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저 자세. '절절한/ 푸르디푸른/ 저 함성'이 화자의 목소리이며 생의 표정인 것이다. 지문이 닳도록 맨발로 걷는, 밤마다 눈물 슬어가며 걷는, 숨찬 한 생의 끄트머리까지, 벽의 난간에 손바닥치는 가슴, 별빛 타고 온 목마름, 키 낮은 숨결, 절절하고 푸르디푸른 함성 등의 표현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시 역시 이미지 구현이 선명해서 좋다. 마치 이미지 달인처럼 여겨질 정도로 이미지로 시적 형상화의 탑을 쌓아간다. 매 연마다 이미지 구현의 솜씨, 그 효용성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시인에게 시 창작에 어째서 이미지 구현이 생명인지를 모범 사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해 행복하다.
긴 염원 피워 물고
일어나 앉는다
검푸른 커튼 거두고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어깨 위로
쏟아진 눈시울이 붉디붉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수천의 노오란 음표들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아슴아슴 걷는다
그림자 밟고
겹겹이 숨어 있는 꽃잎들
보일 듯 말 듯
버리고 갈 수 없어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
- 「4월, 꽃 진 자리 」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4월 꽃 진 자리에서 사색에 잠긴다. 이 시는 4.16세월호참사에 대한 시다. 그때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금도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 시적 화자는 '긴 염원 피워 물고/ 일어나 앉는다' 얼마나 더 목소리를 높여야 그날의 죽음이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있나. 누구에게 따져 물어야 하나. '검푸른 커튼 거두고/ 회전목마처럼 달려온 어깨 위로/ 쏟아진 눈시울이 붉디붉다' 그 붉디붉은 눈시울이 이제는 아픔을 거두고 맑아졌으면 좋겠는데 언제까지 아파하고 분노하며 절망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세상이라는 바다에 눈을 뜨며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들의 꿈과 열정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살아 있는 우리 모두가 다시 일어나야 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쓰러졌다 다시 일어서는/ 수천의 노오란 음표들'이 더이상 슬퍼하지 않도록 기억하고 소환하며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진상 규명이 될 때까지 세월호를 오늘의 자리에 다시 앉혀야 한다. 시적 화자는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아슴아슴 걷'고 있다. 따스한 여백, 온기가 도는 여백, 웃음이 자라는 여백이 아니라 차가운 여백이란다. 아프고 쓰리다. 4.16 그날을 생각하면 도대체가 이해가 되지 않기에 '그림자 밟고/ 겹겹이 숨어 있는 꽃잎들'만 지고 있어 슬프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참사가 일어나고 한 해 두 해가 흐르고 어느덧 십 년이 흘렀다. '보일 듯 말 듯/ 버리고 갈 수 없어/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우리의 가슴도 이리 먹먹한데 세월호참사로 가족을 잃은 그분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이 오늘 또 오고 있다. 더이상 4월의 꽃 진 자리가 슬프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야 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로 일어서는 노란 음표들, 몸 푸는 햇살 안고 차가운 여백 위로 걷고, 겹겹 숨어 있는 꽃잎들, 굽이 굽이 떨리는 발자욱들, 하얗게 타는 입술로 맴돌다 여는 아침이 시적 화자 주위로 몰려든다. 아프고 슬프지만 그 소리, 그 모습, 그 감성을 감지해내는 시적 화자. 그 어떠한 감성 자락도 놓치지 않고, 이미지로 그려내는 시다.
아메리카 쪽에서는 시의 이미지를 매우 중요시한다. 시는 이미저리다. 이렇게 단정할 정도로, 시에서의 이미지 구현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사실 시는 주제 노출할수록 시의 특질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시는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건들지 않고 에둘러 표현할수록 감칠맛이 있다. 주제를 건들지 않고 이미지로 그림을 그려 감성에 호소하는 장르가 바로 시이다. 따라서 시는 머리의 장르가 아니라, 가슴의 장르이다. 가슴을 감동시키고 전율케 해야 시는 빛을 발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시적 형상화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아야 한다. 사물과 사색과 의미를 새롭게 해석해 놓아야, 신선미가 있다. 기시감에서 벗어나 감탄을 자아내는 새로운 해석과 착상이 함께할 때, 시는 독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그러면서 그 안에 감동의 전율까지, 매끄러운 리듬까지 보탤 수 있다면, 더욱 더 완성도 높은 시가 될 것이다. 김영자 시인의 시들은 이러한 시의 특질을 고루 구비하고 있어서, 한층 돋보인다.
앞으로, 제2, 제3시집도 이미지 구현과 낯설게 하기와 감동의 전율을 함께 이끌어 가는 시 창작들로 채워, 독자의 눈길을 잡아끌고,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시집을 펴내기를 바란다. 중단 없이 여생 내내 줄기찬 시 창작의 열정을 쏟아내기를 기도한다.
- 짙푸른 초록이 온 세상을 활기차게 만드는 초여름에
한실문예창작(12개 문학회) 지도 교수 박덕은
〈전북대학교 문학박사, 문학평론가, 전 전남대학교 교수, 동화작가,
시인, 소설가, 화가, 박덕은 미술관 관장, 대한시문학협회 회장,
광주시민사회단체(523개)총연합회 대표회장, 노벨재단 이사장,
기본사회위원회(위원장 이재명) 수석부위원장(광주)〉
목차
목차
시꽃 물들다 / 차례
작가의 말 ·
축시/ 박덕은 ·
제1부
3월 바람꽃
모란
봄빛
4월의 노래
백목련
홍매화
진달래
찔레꽃
어느 봄날
4월 등꽃
벚꽃
4월, 꽃 진 자리
봄밤
민들레
오월
오월의 노래
봄나들이
꽃잔치
봄 길목
오월의 시
제2부
버드나무
느티나무·1
느티나무·2
가을
담쟁이넝쿨
맨드라미
장미 넝쿨
6월의 장미
해바라기
장맛비
가을 속으로
나팔꽃
7월 산책길
초가을
단풍숲
억새
늦가을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옥수수·1
옥수수·2
제3부
새해 아침에
설날
호수와 목련
겨울 빈 숲에는
그 겨울 파편 속에서
펑펑 눈 내리는 날
눈 오는 강둑에서
그 겨울 끝자락
독감
등대·1
등대·2
등대·3
이준 열사
그대에게 가는 길
그리움
노무현
치과에서
화실
꽃차 마시며
복숭아
그날이 오면
윷놀이
모산 품자락
제4부
목포 대교
여수 요양 병원
완도숲
시꽃 물들다
촛불 행진
나와 강아지
허공에 젖지 않는 새
영랑생가
하나되는 봄날, 딸에게
달려간다
추억의 양동시장
계절의 길목에서
제암산 휴양림에서
가을 피정
이끼
평설/ 박덕은
작가의 말 ·
축시/ 박덕은 ·
제1부
3월 바람꽃
모란
봄빛
4월의 노래
백목련
홍매화
진달래
찔레꽃
어느 봄날
4월 등꽃
벚꽃
4월, 꽃 진 자리
봄밤
민들레
오월
오월의 노래
봄나들이
꽃잔치
봄 길목
오월의 시
제2부
버드나무
느티나무·1
느티나무·2
가을
담쟁이넝쿨
맨드라미
장미 넝쿨
6월의 장미
해바라기
장맛비
가을 속으로
나팔꽃
7월 산책길
초가을
단풍숲
억새
늦가을
시월의 어느 멋진 날
옥수수·1
옥수수·2
제3부
새해 아침에
설날
호수와 목련
겨울 빈 숲에는
그 겨울 파편 속에서
펑펑 눈 내리는 날
눈 오는 강둑에서
그 겨울 끝자락
독감
등대·1
등대·2
등대·3
이준 열사
그대에게 가는 길
그리움
노무현
치과에서
화실
꽃차 마시며
복숭아
그날이 오면
윷놀이
모산 품자락
제4부
목포 대교
여수 요양 병원
완도숲
시꽃 물들다
촛불 행진
나와 강아지
허공에 젖지 않는 새
영랑생가
하나되는 봄날, 딸에게
달려간다
추억의 양동시장
계절의 길목에서
제암산 휴양림에서
가을 피정
이끼
평설/ 박덕은
저자
저자
김영자
ㆍ《현대문예》 추천신인상 수상
ㆍ제3회 박덕은 전국백일장 동상
ㆍ한국 여성 문학대전 최우수상
ㆍ모산 문학상 최우수상
ㆍ코로나 문학상 시조 부문 은상
ㆍ독도 문학상
ㆍ남명문화제 시화문학상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상
ㆍ이준열사 문학상 우수상
ㆍ빛창 문학상 우수상
ㆍ제1회 김해예총 시화전 문학상 문예상
ㆍ광주문인협회 이사
ㆍ광주시인협회 이사
ㆍ한실문예창작 회원
ㆍ둥그런 문학회 회장
ㆍ제3회 박덕은 전국백일장 동상
ㆍ한국 여성 문학대전 최우수상
ㆍ모산 문학상 최우수상
ㆍ코로나 문학상 시조 부문 은상
ㆍ독도 문학상
ㆍ남명문화제 시화문학상 산해정인성문화진흥회상
ㆍ이준열사 문학상 우수상
ㆍ빛창 문학상 우수상
ㆍ제1회 김해예총 시화전 문학상 문예상
ㆍ광주문인협회 이사
ㆍ광주시인협회 이사
ㆍ한실문예창작 회원
ㆍ둥그런 문학회 회장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99 이상 무료 배송
3% 리워드 크레딧 적립
Secure Pay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