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양장본 Hardcover)
김지우 시인의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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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평설
김지우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김지우 님은 전남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패밀리 골프장 대표를 거쳐, 강천 미술관 대표, 강천 조각공원 대표, 강천 예술관 대표, 강천 빌리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녀는 월간지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제5회 신정문학상 최우수상, 제3회 포랜컬쳐 문학상 대상, 제3회 산해정 치유문학상 최우수상, 오솔길 전국시화전 인의상 등을 수상했다.
그녀의 저서로는 『꽃의 걸음이 고요하다』(공저)가 있다.
자, 그러면 김지우 시인의 시 세계로 감상 탐방을 떠나보기로 하자.
어제의 습관과
구겨진 저녁의 귀퉁이까지 챙겨
이삿짐 싸는 데 하루
이삿짐 푸는 데 하루
이삿짐 정리하는 데 또 하루
이제서야
한가롭게 들길을 간다
나무 한 그루
덜렁 서 있고
그 주변에
유채꽃의 노란 춤과 향기가
유화처럼 앉아 있다
어딜 가나
계절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이런 정경이길 바래
옮겨 다니지 않고
한곳에 오래 오래
머물러 지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길 바래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나지막이 나만의 노래를 부른다.
- 「사랑아·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흘에 걸쳐 이삿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번잡한 과정을 끝낸 후 느끼는 해방감을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장소로 근거지를 옮긴다지만 사실은 "어제의 습관과/ 구겨진 저녁의 귀퉁이까지 챙겨" 이사를 간다. 시적 화자가 끌고 왔던 길과 아픔과 그리움과 적막까지 주섬주섬 챙겨 이삿짐을 싸고 있다. 어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하는 화자는 이삿짐을 푼 후 들길에서 만난 나무와 유채꽃을 보며 "계절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이런 정경"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화자는 붙박이처럼 어느 한곳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고 있다. 몸 누일 한 평의 평수도 허락되지 않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한다. 사실 화자의 깊은 내면에는 마음 기댈 사랑이 없어 부평초처럼 떠돌고 있다.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나지막이 나만의 노래" 부르고 있다.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제목이 「사랑아」인 걸 보니 추측이 가능하다. 떠돌지 않는 사랑, 한 사람에게 정착한 사랑, 감정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사랑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 시는 '이사'라는 체험에서 빚어진 생각과 감정의 파동을 따라가고 있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는 이렇듯 소소한 일상에서 출렁이는 일련의 정서를 놓치지 않고 시적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감각의 뒤안길에서 발화하는 시가 거침없이 피어나 생각을 범람하게 하고 감정의 맥박을 뛰게 하면 된다. 시적 화자는 이사 후, 비로소 한가롭게 들길을 걷는 상황에 이르러, 나무와 유채꽃의 노란 춤과 향기가 유화처럼 펼쳐진 평화로운 정경을 마주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잦은 이사 없이 한곳에 오래 머물며,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소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으려는 개인의 염원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행복하고 싶다면
갖지 마
소유하지 마
그냥
작은 흔들림으로 봄의 탄성 포개는
들판의 풀꽃처럼
놔 둬
정원 안에
가두지 말고
울타리 속에
앉히지 말고
제멋대로 자라도록
놔 둬
그게
최선이야
뭐든
구속과 엉거주춤한 입맛에 맞게
가두고 손대는 순간
사라져 버려
진정한 기쁨도
순수한 애정도
산기슭 지나는
흰구름처럼
놔 둬
그냥
바라만 보는 거야
그게
최상이야.
- 「사랑아·6」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비소유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소유와 내려놓음 사이에서 우리는 수없이 흔들리며 살아간다. 아니, 소유와 더 많은 소유 그 사이에서 우리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매순간 삶에서 마주치는 소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핸드폰을 소유하고 싶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고,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소유의 이면에는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내 손에 쥐어져야 내 것이라고 여기기에, 손으로 쥘 수 없는 향기도 손으로 쥘 수 있는 향수병에 담아 출시한 것이다. 허나 소유가 사랑과 연결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통제권을 내가 쥐고 있으면 상대방을 소유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어린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부모에게 통제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학령기에 들어서고 또 청소년기로 접어들면 그 통제권은 달라져야 한다. 부모의 통제권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한다. 자녀가 통제권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넘어져도 괜찮다. 넘어지면서 배우면 되니 그것 또한 스스로 통제권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인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그와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한 절반의 통제권이 나에게 있다면 그 나머지 절반은 상대에게 있다. 그걸 인정해 주고 기다려 줘야 한다. 사랑에 대한 타인의 통제권까지 내가 가져오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집착이다. 이 시는 그런 무거운 주제를 에둘러서 가볍게 다가가고 있다. 시적 화자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그냥/ 작은 흔들림으로 봄의 탄성 포개는/ 들판의 풀꽃처럼/ 놔 둬" 풀꽃이 자신의 통제권을 쓰면서 봄의 탄성을 포개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 인위적이고 집착이 강한 '분재'라는 기형적인 틀이 아닌 들판의 풀꽃처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들녘의 풀꽃이나 산기슭의 흰구름처럼 사랑을 구속 없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라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억지로 가두고 손대려 하는 순간 진정한 기쁨과 순수한 애정은 사라져 버린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시적 화자는 사랑을 소유하려 들지 않고 관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방금 영화 한 편 보고
핏줄까지 아프네요
왜 그토록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지
천적天敵은 먹고사는 모든 것이기에
치고 패고 속이고
쫓고 쫓기고 죽이고
도대체
삶이 뭔데?
꽃들과 그 향기의 속살과는
달리
낭만의 보드러운 손짓과는
멀리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구겨진 세상
적막한 낮과 밤의 몸에 돋은
푸르스름한 소름을 털어내며
詩 파편들을 짓뭉개고 있다
피비린내로.
- 「사랑아·10」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인생의 고통스러운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적 화자는 폭력이 난무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는 길이다. 그 영화 속에서 "치고 패고 속이고/ 쫓고 쫓기고 죽이"는 인물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 폭력적인 장면들이 영화 속에만 존재할까. 누구는 지금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세계대전이 이미 발발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만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며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이 일어나고 있다. 혐오가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인간존중은 사라지고 전쟁으로 가는 지옥문이 열리기 쉽다. 인종차별 남녀차별 등의 문제점을 자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차별과 혐오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시적 화자는 "천적天敵은 먹고사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며 서로 단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뜻일까. 노동자가 하나로 힘을 모아 최저시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안 되니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면 안 되니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건 아닐까. 1%의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99%의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런 복합적인 의미가 저 말에 들어 있다. 지금의 모습이 100년 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한다. 시적 화자는 "왜 그토록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서로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처절하게 사는 이유를 묻고 있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누가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지 왜 그런 조장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혐오와 폭력은 "꽃들과 그 향기의 속살과는/ 달리" 악취를 풍기고 "낭만의 보드러운 손짓과는" 상관없이 뻔뻔스럽고 나쁘다며 말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사랑에게 말을 거는 형식을 취하여,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처절함과 고통을 묘사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천적처럼 느껴져 폭력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피비린내 나는 구겨진 세상에서 낭만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삶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작은 꽃밭에
촘촘하게 꽃을 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심을 곳이 없네요
네모반듯한 근대近代의 상징인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꽃 구경할 일만 남았네요
현관부터 뒤란까지
네 개의 화단에
꽃과 향기 가득 가득
딱 하나 남은 건
그대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설령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 장
아니면, 생각 한 잎
보내 줘도 좋으련만
지금 저렇게
질질질 경음악이 깔리는
물뿌리개처럼
시로 풀어 쓴 그리움
무더기로 보내 줘도 좋으련만.
- 「사랑아·17」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작은 꽃밭에 꽃을 촘촘히 심어 더 이상 심을 곳이 없을 정도로 공간을 채웠으며,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정원을 완성한다. 꽃을 심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 어제를 끌고 온 일상을 끝내며 변화를 꿈꾸고 싶어서다. 시적 화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설령 돌아오지 못할지라도"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그대'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귀가를 알리는 해 질 녘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대는 오지 않고 있다.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못 오고 있는 것이다. 그대와의 사이에서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 사랑에 대한 온도차가 있어 그대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일까. 사랑 없는 나라에서 살다가 사랑의 나라로 입국하면 당연히 시차 때문에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사랑의 나라가 버거워 다시 일상의 나라로 돌아가도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나라를 잊기는 어렵다. 님에 대한 그리움이 차올라 다시 사랑의 나라로 입국할 때까지 아파하며 보고파할 것이다. 그런 님의 마음을 시적 화자도 짐작할 것이지만 자신의 그리움이 너무 커 "시로 풀어 쓴 그리움/ 무더기로 보내 줘도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그런 소망을 담고 싶어, 아니 자신의 그리움을 보여주고 싶어 "작은 꽃밭에/ 촘촘하게 꽃을 심"고 있다.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마무리"하고 있다. 님이 다시 돌아와 사랑을 하고 싶다는 꿈까지 꽃과 함께 심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현관부터 뒤란까지 꽃과 향기가 가득한 정원에서 꽃을 구경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그대'의 부재를 느끼며,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 때문에 그대가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 장이나 생각 한 잎이라도 보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결국 시적 화자는 경음악이 깔리는 물뿌리개처럼 사랑하는 '그대'가 시로 풀어 쓴 그리움을 무더기로 보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살갗 위에
약간의 추위를 덧씌우는 이 새벽에
가만히 입어 봅니다
그대가 평소에
즐겨 입었던 그 옷
변화구의 둥근 각도가 좋아
야구 열혈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며
동동 뛸 때마다
입었던 그 빨간 옷
오른쪽에는 노랑 글씨
왼쪽에는 하양 글씨
오른쪽에는 감미로움이
왼쪽에는 서글픔이
묻어 있네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심결에
그날의 뒷모습을 일시불로 구입한
로션을 팔에도 바르고
손등에도 발라 봅니다
떨어지는 눈물도 섞어
어슴푸레한 추억까지
천천히 발라 봅니다.
- 「사랑아·22」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즐겨 입던 옷을 새벽에 조용히 입어보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의식주衣食住에서 의衣가 맨 앞에 있는 걸 보면 옷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는 뜻일 게다. 옷을 통해 타인과 구별된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옷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사회적인 위치에 맞게 의복을 차려입는다. 이 시에서 옷은 '그대'가 즐겨 입었던 응원복이다. 시적 화자와 함께 야구 경기장에 가서 응원할 때 입었던 옷이다. 그 옷을 입고 야구장 데이트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을 것이다. 이 응원복을 통해 님과의 만남이 사회적인 관계에서의 만남이 아니라 애정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님은 경기장에서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며/ 동동 뛸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어느 새벽, 열정적인 그 님이 입었던 응원복을 꺼내 입어 본다. 응원복을 입으며 님의 사랑과 님의 추억도 다시 입었을 것이다. 옷을 통해 사랑의 추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있다. 시는 내면에 각인된 그리움의 무늬들을 꺼내는 일이다. 그 무늬를 목소리로 표정으로 풍경으로 꺼내는데 이 시에서는 응원복을 통해 꺼내고 있다. 기억의 심층으로 들어가 출렁이는 오래된 풍경들을 찾아 시의 언어로 진열하며 시적 형상성을 획득해야 한다. 연민의 손길로 그 시절을 어루만지며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시적 화자는 "떨어지는 눈물도 섞어/ 어슴푸레한 추억까지/ 천천히 발라" 보며 그리움과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화자는 님에 대해 궁금해 하다가 "그날의 뒷모습을 일시불로 구입한/ 로션을 팔에도 바르고/ 손등에도" 발라 본다. 로션을 낯설게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시는 이렇듯 새로운 해석으로 시적 대상을 들여다 봐야 한다. 사랑하는 님이 입었던 그 옷은 야구 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할 때마다 입었던 빨간 옷이다. 오른쪽에는 노란 글씨가, 왼쪽에는 하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시적 화자는 그 옷에서 사랑의 감미로움과 서글픔이 묻어 있음을 느끼며, 지금쯤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또한 시적 화자는 그날의 추억을 상징하는 로션을 팔과 손등에 바르면서,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어렴풋한 추억까지 천천히 되새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적 화자는 헤어진 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옷과 로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속 깊은 돌자궁이 물기 머금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나
집안으로 들어온 그대
말끔히 빨래 청소까지 다해 준 건
고마운데
다정히 대화 투정 불만
다 들어준 건 좋은데
뜨겁게 안아 주고
키스해 준 건 행복한데
도대체
동쪽의 문이 푸르스름히 열리는
새벽만 다가오면
어디로 가는 거야?
뒤란 돌확도 가 보고
감나무 밑도 가 보고
창고도 가 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대의 흔적은 없었어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 「사랑아·4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의 상실감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님은 "속 깊은 돌자궁이 물기 머금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나" 시적 화자의 집안으로 들어온다. 사랑은 이처럼 전설처럼 판타지처럼 내 안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내게 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 그 지점에서 사랑은 찾아온다. 이 시에서 사랑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났다. 예전에는 돌확에 보리쌀을 넣고 갈곤 했다. 먹을 것을 해결해 준 돌확에서 사랑이 태어나 집안으로 들어온 후, 빨래 청소뿐만 아니라 다정히 대화도 나눠준다. 더군다나 뜨겁게 안아 주고 키스까지 해준다. 시적 화자는 그대와 함께 황홀한 밤을 보내는데 새벽이 다가오면 그 님은 어디론가 떠난다. "동쪽의 문이 푸르스름히 열리는/ 새벽"만 다가오면 늘 떠난다. 동화 같기도 하고 판타지 영화 같기도 하다. 새벽이 오고 아침이 오면 현실 세계로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 현실 앞에서는 늘 숨어 버린 님. 시적 화자는 현실에서는 꿈꿀 수 없는 어떤 사랑을 상상 속에서 꿈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렁각시처럼 그 님과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님이 어떤 대상인지는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 시의 애매성으로 두고 상상에 맡기는 게 더 낫다. 시적 화자는 돌확에서 태어났다고 묘사되는 대상이 자신에게 깊은 보살핌과 애정을 주었음에 감사하고 있다. 이 대상은 빨래와 청소 같은 가사 노동과 대화, 투정, 불만까지 모두 들어주고 뜨거운 포옹과 키스도 나누며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동쪽문이 열리는 새벽이 되면, 그 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시적 화자는 당황하며 그 대상을 찾아 헤맨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어떤 사랑의 기미가 엿보인다. 결국 시적 화자는 사랑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며 시상을 마무리 짓고 있다.
드디어 알아냈어요
날 밤낮으로 놀라게 하고
또 울리기만 한 그대
그대가 사는 곳을 알아냈어요
풀장을 겸한 연못에 사는 그대
고요와 그림자와 한낮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네 개나 늘어서 있고
우윳빛 파라솔이
세 개나 펼쳐져 있고
초가집에서
딱 혼자서 살아가는 그대
간혹 하늘이 푸르디푸르러
구름 한 점 없이 해맑은 달밤
어느 날
수평의 오후 접었다 펴며
나비 날개 달고 날아와
나만 만나고
나와만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나만을 환희에 젖게 한 뒤
여명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대
언제나 은은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대.
- 「사랑아·45」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밤낮으로 자신을 놀라게 하고 울리기만 했던 대상, 즉 '그대'가 사는 곳을 마침내 알아냈음을 선언한다. 님이 있는 사랑의 주소지는 "풀장을 겸한 연못"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고요와 그림자와 한낮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네 개"나 있다. 그리고 "우윳빛 파라솔이/ 세 개나 펼쳐져" 있다. 그곳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님. 파라솔과 초가집이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님이 살고 있는 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상 속의 공간이다. 그 상상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님은 "하늘이 푸르디푸르러/ 구름 한 점 없이 해맑은 달밤" 어느 날, "나비 날개 달고 날아와/ 나만 만나"러 날아온다. 아름다운 동화가 전개되는 듯하다. 그 님은 한때 사랑했던 추억 속의 님일까, 아니면 시적 화자가 꿈꾸는 내일의 님일까. 그 님이 과거에 존재했든 미래에 존재할 님이든 상관없이 그 님과의 사랑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 님은 "수평의 오후 접었다 펴며/ 나비 날개" 달고 날아온다. 눈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 문득 시적 화자의 사랑이 부럽다.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따지지 않고 아름다운 나비 날개 달고 날아다니듯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아름답게 사랑했던 그 기억으로 아픔을 헤쳐나가고 슬픔을 버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순간 님은 "여명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가고 없는 빈자리가 허전하게 다가올 텐데 시적 화자는 "언제나 은은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대"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사랑에 대한 기억과 정의가 아름답다. "밤낮으로 놀라게 하고/ 또 울리기만" 했을지라도 먼 훗날 돌아보면 사랑은 아름답다. 결국 시적 화자는 은은하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운 '그대'와 그대가 머무는 환상적이고 고독한 공간에 대한 깨달음과 애정을 담아내고 있다.
추억의 파노라마는
이미 멜로디 속으로 빨려들어
창가로 내려왔어요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간
작은 화분과
작은 항아리 만나
지금 한창 얘기 중이에요
어디로 돌아왔니?
어디까지 갔다 왔니?
낮과 밤의 지층 켜켜이 깔며
바닥에 깔린 조약돌도
꿈결처럼 달싹이며 재잘거려요
이제
눈을 감을 시간
부디 행복하세요
다들 나처럼.
- 「사랑아·61」 전문
「사랑아·61」 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을 향한 서정적인 부름으로 시작하여, 추억이 멜로디처럼 창가로 스며드는 감각을 묘사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그만큼 추억에 젖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그 추억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나와 추억을 분리할 수 없다. "추억의 파노라마는/ 이미 멜로디 속으로 빨려들어/ 창가로 내려왔"기에 시적 화자는 그 추억에 소르르 빠져든다. 창가로 내려앉은 추억은 마치 사람처럼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간/ 작은 화분과/ 작은 항아리 만나/ 지금 한창 얘기 중"이다. 시적 화자의 추억은 화분과 만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화분과 항아리는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갔다는데, 혹시 그리움의 대상과 함께했던 날들을 화분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님과 함께 화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정담을 나눴던 것일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화분이기에 시적 화자는 화분과 다시 얘기를 나누며 추억 속의 그리움을 꺼내는 것일까. 화분은 묻는다. "어디로 돌아왔니?/ 어디까지 갔다 왔니?" 화분에게 인격체를 부여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번에는 바닥에 깔린 조약돌이 재잘거리고 있다. 그 조약돌은 "낮과 밤의 지층 켜켜이 깔며" 바닥에 놓여 있다. 추억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아픔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희망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조약돌은 바닥에 놓여 있다. 시적 화자는 모든 대화를 마친 후, 이런 말을 한다. "부디 행복하세요/ 다들 나처럼" 고故 천상병 시인은 시 '귀천'을 통해 삶은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도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삶은 모두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긍정적이다. 큰 의미에서 보면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적 화자는 지상에서의 기록을 상징하는 화분과 항아리 그리고 낮과 밤의 시간을 견디며 바닥에 깔린 조약돌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잔상을 다루고 있다. 시적 화자는 결국 눈을 감고 행복을 기원하는 평온한 마무리로 끝을 맺으며, 모든 이들이 시적 화자 자신처럼 평안하기를 바란다.
어느 날 무작정 떠났던
강원도 동해안 산골 메밀꽃밭
물씬한 사투리로 기둥 세운
거기 원두막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요
문학과 철학, 인생과 종교
심지어 꽃밭의 비밀까지
얼마나
그 대화들이 상큼하고
싱그러웠는지 몰라요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노을이 깔려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젖어
그 안에서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스름이 밤의 발뒤꿈치 깨물 때까지
막연히 앉아 어둑어둑한 시간까지 쪼개가며
아쉬움을 마시고 있었지요
지금 되돌아봐도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순간이었네요
그때가 몹시 그리워요
이처럼 할 말 없는 일요일 아침에는 더더욱.
- 「사랑아·7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느 날 강원도 동해안 산골의 메밀꽃밭에 있는 원두막에서 나눈 대화와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일상을 떠나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대화는 색다르다. 여행은 설렘이라는 꽃 사태를 일으켜 보는 것마다 들뜨게 만든다. 새로운 감각으로 정오를 맞이하게 하여 그동안 끌고 왔던 일상의 무료함을 한순간에 지운다. 이 시는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강원도 동해안의 어느 산골에 있는 메밀꽃밭을 찾아간다. 사랑하는 님과 함께 그 메밀꽃밭에 있는 원두막으로 올라간다. 원두막은 "물씬한 사투리로 기둥 세운" 곳이다. 표현이 신선하다. 사투리의 문양이 새겨진 기둥에 몸을 기대며 둘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무르익어 "문학과 철학, 인생과 종교/ 심지어 꽃밭의 비밀까지" 꺼내 이야기꽃을 피운다. 꽃밭의 비밀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낭만으로 들뜬 정서일까, 아니면 인생의 꽃을 함께 꽃피우자는 내밀한 약속일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만의 아름다운 순수임에는 분명하다. 원두막에서의 대화는 상큼하고 싱그러워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노을이 깔려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 둘의 대화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어스름이 밤의 발뒤꿈치 깨물 때까지/ 막연히 앉아 어둑어둑한 시간까지 쪼개가며/ 아쉬움을 마시"고 있다. 사랑의 속삭임이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시적 화자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무척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시적 화자는 해가 지고 밤이 될 때까지 한적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그 자리에 머물렀으며, 그 시간이 몹시 소중하고 아름다웠기에, 현재도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
이렇게 웃고 있어도
먹구름과 파열음이 몰려 있는
내 몸의 상처는 많아요
허벅지에도 가슴속에도
영혼벽에도
비록 화려하게 살고 있어도
내 몸의 슬픔은 많아요
생의 얼룩이 태풍으로 몰아치기 전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아우성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르내리며
야단법석을 떠네요
오늘은 일단
영화나 하나 보고 올래요
나처럼 가련한 배우의 인생을 보며
손톱만큼이나마 위로를 받으러
지금 이렇게 우아한 차림으로
현관문을 나서고 있네요.
- 「사랑아·85」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겉으로는 웃으며 화려하게 살고 있지만, 육체와 영혼에 대한 깊은 상처와 슬픔을 지니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웃음은 상처와 우울을 가리기 위한 가장 완벽한 가면이다. 그 가면을 쓰면 아무도 가면 안에 가려진 슬픔을 들여다볼 수 없다. 웃음소리의 공명으로 슬픔을 가리고 웃는 표정으로 좌절을 지우는 완벽한 무기가 웃음이다. 시적 화자는 얼굴에 완벽한 가면인 웃음을 장착하고 있다. 웃음을 화자의 볼에서 떼어내지 않는다면 아무도 화자의 삶이 아픔으로 점철되었는지 모를 것이다. 웃음이 몸 밖으로 나가 번지며 달리면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화자의 슬픔은 가려지기에 자신의 슬픔을 가리기 위한 최선책으로 웃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허나 그 웃음이 영원히 화자의 슬픔을 가려줄 수는 없다. 해 질 녘이 되고 집으로 돌아오면 화자의 슬픔은 드러난다. 화자는 "먹구름과 파열음이 몰려 있는/ 내 몸의 상처는 많"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우리도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저런 고백을 할지도 모른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가면을 써야 관계 맺음을 잘할 수 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나 자신의 아픔과 마주해야 한다. 웃음을 지으며 "비록 화려하게 살고 있어도/ 내 몸의 슬픔은 많"다고 다시 고백한다. 무슨 슬픔이 저리도 많을까. 화자는 "생의 얼룩이 태풍으로 몰아치기 전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아우성"이 들려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을 세운다. 무엇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일까.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올라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일까. 불안과 우울이 몸집을 불려 온몸을 덮치기 전에 영화를 보러 간다는 뜻일까.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화자는 서둘러 영화를 보러 간다. 인생의 얼룩과 태풍과 같은 고통이 몰아치기 전에, 시적 화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내적 혼란 속에서 시적 화자는 우아한 차림으로 집을 나서며, 자신과 비슷한 가련한 배우의 삶을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간다. 이를 통해 아주 작은 위로라도 얻고자 한다. 이 시는 외면의 화려함과 내면의 고통 사이의 대비, 그리고 예술을 통한 치유에 대한 갈망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김지우 시인의 시들은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다루고 있다. 그녀의 시들은 이사 후 평온을 찾는 모습부터, 소유하지 않는 사랑의 이상향을 다루고, 고통스럽고 치열한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고뇌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그리워하지만 부재하는 연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새벽마다 홀연히 사라지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그대의 존재를 탐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추억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또 내면의 깊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감성의 파노라마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듯, 시인이 펼쳐놓은 감성의 색깔을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어렵지 않은 시어들의 배치와 이미지 구현으로 생생한 그림을 그려놓고, 나아가 인생을 새로운 각도로,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시를 읽어가는 내내 즐겁고 흥겨웠다. 때때로 밀려오는 감동의 전율, 그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한결같은 예찬이 가슴에 와 닿아, 매우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부디, 김지우 시인이 제2, 제3 시집을 펴내어, 여생을 아름답고도 싱그러운 열매들로 채워가기를 소망해 본다. 늘 베푸는 모습, 겸허한 인생관이 돋보인 김지우 시인, 오래도록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
김지우 시인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박 덕 은 (문학박사, 전 전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김지우 님은 전남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패밀리 골프장 대표를 거쳐, 강천 미술관 대표, 강천 조각공원 대표, 강천 예술관 대표, 강천 빌리지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그녀는 월간지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한 후 제5회 신정문학상 최우수상, 제3회 포랜컬쳐 문학상 대상, 제3회 산해정 치유문학상 최우수상, 오솔길 전국시화전 인의상 등을 수상했다.
그녀의 저서로는 『꽃의 걸음이 고요하다』(공저)가 있다.
자, 그러면 김지우 시인의 시 세계로 감상 탐방을 떠나보기로 하자.
어제의 습관과
구겨진 저녁의 귀퉁이까지 챙겨
이삿짐 싸는 데 하루
이삿짐 푸는 데 하루
이삿짐 정리하는 데 또 하루
이제서야
한가롭게 들길을 간다
나무 한 그루
덜렁 서 있고
그 주변에
유채꽃의 노란 춤과 향기가
유화처럼 앉아 있다
어딜 가나
계절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이런 정경이길 바래
옮겨 다니지 않고
한곳에 오래 오래
머물러 지낼 수 있는
그런 공간이길 바래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나지막이 나만의 노래를 부른다.
- 「사랑아·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흘에 걸쳐 이삿짐을 싸고 풀고 정리하는 번잡한 과정을 끝낸 후 느끼는 해방감을 표현하고 있다. 새로운 장소로 근거지를 옮긴다지만 사실은 "어제의 습관과/ 구겨진 저녁의 귀퉁이까지 챙겨" 이사를 간다. 시적 화자가 끌고 왔던 길과 아픔과 그리움과 적막까지 주섬주섬 챙겨 이삿짐을 싸고 있다. 어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사하는 화자는 이삿짐을 푼 후 들길에서 만난 나무와 유채꽃을 보며 "계절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이런 정경"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화자는 붙박이처럼 어느 한곳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하지만 마음대로 안 되고 있다. 몸 누일 한 평의 평수도 허락되지 않아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한다. 사실 화자의 깊은 내면에는 마음 기댈 사랑이 없어 부평초처럼 떠돌고 있다.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나지막이 나만의 노래" 부르고 있다.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 제목이 「사랑아」인 걸 보니 추측이 가능하다. 떠돌지 않는 사랑, 한 사람에게 정착한 사랑, 감정의 붙박이처럼 꽃빛으로 뿌리내린 사랑을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 시는 '이사'라는 체험에서 빚어진 생각과 감정의 파동을 따라가고 있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는 이렇듯 소소한 일상에서 출렁이는 일련의 정서를 놓치지 않고 시적 시선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감각의 뒤안길에서 발화하는 시가 거침없이 피어나 생각을 범람하게 하고 감정의 맥박을 뛰게 하면 된다. 시적 화자는 이사 후, 비로소 한가롭게 들길을 걷는 상황에 이르러, 나무와 유채꽃의 노란 춤과 향기가 유화처럼 펼쳐진 평화로운 정경을 마주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잦은 이사 없이 한곳에 오래 머물며, 이삿짐조차 따라올 수 없는 한적한 들길에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소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으려는 개인의 염원을 서정적으로 담아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행복하고 싶다면
갖지 마
소유하지 마
그냥
작은 흔들림으로 봄의 탄성 포개는
들판의 풀꽃처럼
놔 둬
정원 안에
가두지 말고
울타리 속에
앉히지 말고
제멋대로 자라도록
놔 둬
그게
최선이야
뭐든
구속과 엉거주춤한 입맛에 맞게
가두고 손대는 순간
사라져 버려
진정한 기쁨도
순수한 애정도
산기슭 지나는
흰구름처럼
놔 둬
그냥
바라만 보는 거야
그게
최상이야.
- 「사랑아·6」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과 행복에 대한 비소유적인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소유와 내려놓음 사이에서 우리는 수없이 흔들리며 살아간다. 아니, 소유와 더 많은 소유 그 사이에서 우리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매순간 삶에서 마주치는 소유에 대한 갈망 때문에 우리는 괴롭다. 핸드폰을 소유하고 싶고,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고, 아파트를 소유하고 싶어한다. 소유의 이면에는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내 손에 쥐어져야 내 것이라고 여기기에, 손으로 쥘 수 없는 향기도 손으로 쥘 수 있는 향수병에 담아 출시한 것이다. 허나 소유가 사랑과 연결되면 문제는 달라진다.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 상대방의 말과 행동까지 통제하려고 한다. 통제권을 내가 쥐고 있으면 상대방을 소유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울 때 어린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부모에게 통제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학령기에 들어서고 또 청소년기로 접어들면 그 통제권은 달라져야 한다. 부모의 통제권을 조금씩 내려놓으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발짝 떨어져 있어야 한다. 자녀가 통제권을 제대로 쓰지 못해서 넘어져도 괜찮다. 넘어지면서 배우면 되니 그것 또한 스스로 통제권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인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그와 마찬가지다. 사랑에 대한 절반의 통제권이 나에게 있다면 그 나머지 절반은 상대에게 있다. 그걸 인정해 주고 기다려 줘야 한다. 사랑에 대한 타인의 통제권까지 내가 가져오려고 하면 안 된다. 그건 집착이다. 이 시는 그런 무거운 주제를 에둘러서 가볍게 다가가고 있다. 시적 화자는 이렇게 외치고 있다. "그냥/ 작은 흔들림으로 봄의 탄성 포개는/ 들판의 풀꽃처럼/ 놔 둬" 풀꽃이 자신의 통제권을 쓰면서 봄의 탄성을 포개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행복해 하면 되는 거라고 말하고 있다. 인위적이고 집착이 강한 '분재'라는 기형적인 틀이 아닌 들판의 풀꽃처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적 화자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자유롭게 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마치 들녘의 풀꽃이나 산기슭의 흰구름처럼 사랑을 구속 없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은 태도라고 설명한다. 무엇이든 억지로 가두고 손대려 하는 순간 진정한 기쁨과 순수한 애정은 사라져 버린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시적 화자는 사랑을 소유하려 들지 않고 관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임을 강조하고 있다.
방금 영화 한 편 보고
핏줄까지 아프네요
왜 그토록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지
천적天敵은 먹고사는 모든 것이기에
치고 패고 속이고
쫓고 쫓기고 죽이고
도대체
삶이 뭔데?
꽃들과 그 향기의 속살과는
달리
낭만의 보드러운 손짓과는
멀리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구겨진 세상
적막한 낮과 밤의 몸에 돋은
푸르스름한 소름을 털어내며
詩 파편들을 짓뭉개고 있다
피비린내로.
- 「사랑아·10」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인생의 고통스러운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적 화자는 폭력이 난무한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오는 길이다. 그 영화 속에서 "치고 패고 속이고/ 쫓고 쫓기고 죽이"는 인물을 만났을 것이다. 그런 폭력적인 장면들이 영화 속에만 존재할까. 누구는 지금이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세계대전이 이미 발발했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만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혐오하며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이 일어나고 있다. 혐오가 일상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면 인간존중은 사라지고 전쟁으로 가는 지옥문이 열리기 쉽다. 인종차별 남녀차별 등의 문제점을 자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차별과 혐오를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시적 화자는 "천적天敵은 먹고사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누군가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를 부추기며 서로 단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뜻일까. 노동자가 하나로 힘을 모아 최저시급을 올려달라고 하면 안 되니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하면 안 되니까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건 아닐까. 1%의 부자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99%의 국민을 분열시키려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런 복합적인 의미가 저 말에 들어 있다. 지금의 모습이 100년 전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한다. 시적 화자는 "왜 그토록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서로를 차별하고 혐오하며 처절하게 사는 이유를 묻고 있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누가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지 왜 그런 조장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혐오와 폭력은 "꽃들과 그 향기의 속살과는/ 달리" 악취를 풍기고 "낭만의 보드러운 손짓과는" 상관없이 뻔뻔스럽고 나쁘다며 말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사랑에게 말을 거는 형식을 취하여,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처절함과 고통을 묘사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생존을 위한 투쟁이 천적처럼 느껴져 폭력과 속임수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피비린내 나는 구겨진 세상에서 낭만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삶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작은 꽃밭에
촘촘하게 꽃을 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심을 곳이 없네요
네모반듯한 근대近代의 상징인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꽃 구경할 일만 남았네요
현관부터 뒤란까지
네 개의 화단에
꽃과 향기 가득 가득
딱 하나 남은 건
그대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설령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 장
아니면, 생각 한 잎
보내 줘도 좋으련만
지금 저렇게
질질질 경음악이 깔리는
물뿌리개처럼
시로 풀어 쓴 그리움
무더기로 보내 줘도 좋으련만.
- 「사랑아·17」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작은 꽃밭에 꽃을 촘촘히 심어 더 이상 심을 곳이 없을 정도로 공간을 채웠으며,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정원을 완성한다. 꽃을 심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 어제를 끌고 온 일상을 끝내며 변화를 꿈꾸고 싶어서다. 시적 화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설령 돌아오지 못할지라도"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그대'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귀가를 알리는 해 질 녘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대는 오지 않고 있다.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時差" 때문에 못 오고 있는 것이다. 그대와의 사이에서 무슨 오해가 있었던 것일까. 사랑에 대한 온도차가 있어 그대는 아직도 머뭇거리고 있는 것일까. 사랑 없는 나라에서 살다가 사랑의 나라로 입국하면 당연히 시차 때문에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사랑의 나라가 버거워 다시 일상의 나라로 돌아가도 설렘으로 가득했던 그 나라를 잊기는 어렵다. 님에 대한 그리움이 차올라 다시 사랑의 나라로 입국할 때까지 아파하며 보고파할 것이다. 그런 님의 마음을 시적 화자도 짐작할 것이지만 자신의 그리움이 너무 커 "시로 풀어 쓴 그리움/ 무더기로 보내 줘도 좋"겠다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 시적 화자는 그런 소망을 담고 싶어, 아니 자신의 그리움을 보여주고 싶어 "작은 꽃밭에/ 촘촘하게 꽃을 심"고 있다. "벽돌 사이까지/ 꿈을 발라 마무리"하고 있다. 님이 다시 돌아와 사랑을 하고 싶다는 꿈까지 꽃과 함께 심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현관부터 뒤란까지 꽃과 향기가 가득한 정원에서 꽃을 구경하는 일만 남았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그대'의 부재를 느끼며, 사랑과 해 질 녘의 시차 때문에 그대가 돌아오지 못할지라도 마음 한 장이나 생각 한 잎이라도 보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결국 시적 화자는 경음악이 깔리는 물뿌리개처럼 사랑하는 '그대'가 시로 풀어 쓴 그리움을 무더기로 보내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살갗 위에
약간의 추위를 덧씌우는 이 새벽에
가만히 입어 봅니다
그대가 평소에
즐겨 입었던 그 옷
변화구의 둥근 각도가 좋아
야구 열혈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며
동동 뛸 때마다
입었던 그 빨간 옷
오른쪽에는 노랑 글씨
왼쪽에는 하양 글씨
오른쪽에는 감미로움이
왼쪽에는 서글픔이
묻어 있네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심결에
그날의 뒷모습을 일시불로 구입한
로션을 팔에도 바르고
손등에도 발라 봅니다
떨어지는 눈물도 섞어
어슴푸레한 추억까지
천천히 발라 봅니다.
- 「사랑아·22」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즐겨 입던 옷을 새벽에 조용히 입어보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의식주衣食住에서 의衣가 맨 앞에 있는 걸 보면 옷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는 뜻일 게다. 옷을 통해 타인과 구별된 그 사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옷은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우리는 사회적인 위치에 맞게 의복을 차려입는다. 이 시에서 옷은 '그대'가 즐겨 입었던 응원복이다. 시적 화자와 함께 야구 경기장에 가서 응원할 때 입었던 옷이다. 그 옷을 입고 야구장 데이트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을 것이다. 이 응원복을 통해 님과의 만남이 사회적인 관계에서의 만남이 아니라 애정의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사랑하는 님은 경기장에서 "열렬히 응원을 보내주며/ 동동 뛸 때마다" 환호성을 내질렀을 것이다. 시적 화자는 어느 새벽, 열정적인 그 님이 입었던 응원복을 꺼내 입어 본다. 응원복을 입으며 님의 사랑과 님의 추억도 다시 입었을 것이다. 옷을 통해 사랑의 추억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고 있다. 시는 내면에 각인된 그리움의 무늬들을 꺼내는 일이다. 그 무늬를 목소리로 표정으로 풍경으로 꺼내는데 이 시에서는 응원복을 통해 꺼내고 있다. 기억의 심층으로 들어가 출렁이는 오래된 풍경들을 찾아 시의 언어로 진열하며 시적 형상성을 획득해야 한다. 연민의 손길로 그 시절을 어루만지며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시적 화자는 "떨어지는 눈물도 섞어/ 어슴푸레한 추억까지/ 천천히 발라" 보며 그리움과 상처를 어루만지고 있다. 화자는 님에 대해 궁금해 하다가 "그날의 뒷모습을 일시불로 구입한/ 로션을 팔에도 바르고/ 손등에도" 발라 본다. 로션을 낯설게 해석한 점이 돋보인다. 시는 이렇듯 새로운 해석으로 시적 대상을 들여다 봐야 한다. 사랑하는 님이 입었던 그 옷은 야구 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할 때마다 입었던 빨간 옷이다. 오른쪽에는 노란 글씨가, 왼쪽에는 하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시적 화자는 그 옷에서 사랑의 감미로움과 서글픔이 묻어 있음을 느끼며, 지금쯤 그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또한 시적 화자는 그날의 추억을 상징하는 로션을 팔과 손등에 바르면서,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어렴풋한 추억까지 천천히 되새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적 화자는 헤어진 이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옷과 로션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속 깊은 돌자궁이 물기 머금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나
집안으로 들어온 그대
말끔히 빨래 청소까지 다해 준 건
고마운데
다정히 대화 투정 불만
다 들어준 건 좋은데
뜨겁게 안아 주고
키스해 준 건 행복한데
도대체
동쪽의 문이 푸르스름히 열리는
새벽만 다가오면
어디로 가는 거야?
뒤란 돌확도 가 보고
감나무 밑도 가 보고
창고도 가 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대의 흔적은 없었어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 「사랑아·4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의 상실감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사랑하는 님은 "속 깊은 돌자궁이 물기 머금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나" 시적 화자의 집안으로 들어온다. 사랑은 이처럼 전설처럼 판타지처럼 내 안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내게 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한 그 지점에서 사랑은 찾아온다. 이 시에서 사랑은 "뒤란의 돌확"에서 태어났다. 예전에는 돌확에 보리쌀을 넣고 갈곤 했다. 먹을 것을 해결해 준 돌확에서 사랑이 태어나 집안으로 들어온 후, 빨래 청소뿐만 아니라 다정히 대화도 나눠준다. 더군다나 뜨겁게 안아 주고 키스까지 해준다. 시적 화자는 그대와 함께 황홀한 밤을 보내는데 새벽이 다가오면 그 님은 어디론가 떠난다. "동쪽의 문이 푸르스름히 열리는/ 새벽"만 다가오면 늘 떠난다. 동화 같기도 하고 판타지 영화 같기도 하다. 새벽이 오고 아침이 오면 현실 세계로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그 현실 앞에서는 늘 숨어 버린 님. 시적 화자는 현실에서는 꿈꿀 수 없는 어떤 사랑을 상상 속에서 꿈꾸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우렁각시처럼 그 님과 아무도 모르게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님이 어떤 대상인지는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 시의 애매성으로 두고 상상에 맡기는 게 더 낫다. 시적 화자는 돌확에서 태어났다고 묘사되는 대상이 자신에게 깊은 보살핌과 애정을 주었음에 감사하고 있다. 이 대상은 빨래와 청소 같은 가사 노동과 대화, 투정, 불만까지 모두 들어주고 뜨거운 포옹과 키스도 나누며 행복을 주었다. 그러나, 동쪽문이 열리는 새벽이 되면, 그 대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시적 화자는 당황하며 그 대상을 찾아 헤맨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어떤 사랑의 기미가 엿보인다. 결국 시적 화자는 사랑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며 시상을 마무리 짓고 있다.
드디어 알아냈어요
날 밤낮으로 놀라게 하고
또 울리기만 한 그대
그대가 사는 곳을 알아냈어요
풀장을 겸한 연못에 사는 그대
고요와 그림자와 한낮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네 개나 늘어서 있고
우윳빛 파라솔이
세 개나 펼쳐져 있고
초가집에서
딱 혼자서 살아가는 그대
간혹 하늘이 푸르디푸르러
구름 한 점 없이 해맑은 달밤
어느 날
수평의 오후 접었다 펴며
나비 날개 달고 날아와
나만 만나고
나와만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나만을 환희에 젖게 한 뒤
여명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대
언제나 은은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대.
- 「사랑아·45」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밤낮으로 자신을 놀라게 하고 울리기만 했던 대상, 즉 '그대'가 사는 곳을 마침내 알아냈음을 선언한다. 님이 있는 사랑의 주소지는 "풀장을 겸한 연못"이라고 한다. 그곳에는 "고요와 그림자와 한낮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네 개"나 있다. 그리고 "우윳빛 파라솔이/ 세 개나 펼쳐져" 있다. 그곳에 초가집을 짓고 사는 님. 파라솔과 초가집이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님이 살고 있는 곳은 현실의 공간이 아닌 상상 속의 공간이다. 그 상상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님은 "하늘이 푸르디푸르러/ 구름 한 점 없이 해맑은 달밤" 어느 날, "나비 날개 달고 날아와/ 나만 만나"러 날아온다. 아름다운 동화가 전개되는 듯하다. 그 님은 한때 사랑했던 추억 속의 님일까, 아니면 시적 화자가 꿈꾸는 내일의 님일까. 그 님이 과거에 존재했든 미래에 존재할 님이든 상관없이 그 님과의 사랑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 님은 "수평의 오후 접었다 펴며/ 나비 날개" 달고 날아온다. 눈에 그려지는 아름다운 장면 앞에서 문득 시적 화자의 사랑이 부럽다. 현실의 문제를 하나씩 따지지 않고 아름다운 나비 날개 달고 날아다니듯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아름답게 사랑했던 그 기억으로 아픔을 헤쳐나가고 슬픔을 버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적 화자는 사랑하는 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 순간 님은 "여명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만다. 가고 없는 빈자리가 허전하게 다가올 텐데 시적 화자는 "언제나 은은하고/ 신비롭고 아름다운 그대"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사랑에 대한 기억과 정의가 아름답다. "밤낮으로 놀라게 하고/ 또 울리기만" 했을지라도 먼 훗날 돌아보면 사랑은 아름답다. 결국 시적 화자는 은은하고 신비로우며 아름다운 '그대'와 그대가 머무는 환상적이고 고독한 공간에 대한 깨달음과 애정을 담아내고 있다.
추억의 파노라마는
이미 멜로디 속으로 빨려들어
창가로 내려왔어요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간
작은 화분과
작은 항아리 만나
지금 한창 얘기 중이에요
어디로 돌아왔니?
어디까지 갔다 왔니?
낮과 밤의 지층 켜켜이 깔며
바닥에 깔린 조약돌도
꿈결처럼 달싹이며 재잘거려요
이제
눈을 감을 시간
부디 행복하세요
다들 나처럼.
- 「사랑아·61」 전문
「사랑아·61」 에서의 시적 화자는 사랑을 향한 서정적인 부름으로 시작하여, 추억이 멜로디처럼 창가로 스며드는 감각을 묘사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추억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그만큼 추억에 젖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그 추억은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에 나와 추억을 분리할 수 없다. "추억의 파노라마는/ 이미 멜로디 속으로 빨려들어/ 창가로 내려왔"기에 시적 화자는 그 추억에 소르르 빠져든다. 창가로 내려앉은 추억은 마치 사람처럼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간/ 작은 화분과/ 작은 항아리 만나/ 지금 한창 얘기 중"이다. 시적 화자의 추억은 화분과 만나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화분과 항아리는 "지상의 비망록 자분자분 써 내려"갔다는데, 혹시 그리움의 대상과 함께했던 날들을 화분은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님과 함께 화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정담을 나눴던 것일까.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화분이기에 시적 화자는 화분과 다시 얘기를 나누며 추억 속의 그리움을 꺼내는 것일까. 화분은 묻는다. "어디로 돌아왔니?/ 어디까지 갔다 왔니?" 화분에게 인격체를 부여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번에는 바닥에 깔린 조약돌이 재잘거리고 있다. 그 조약돌은 "낮과 밤의 지층 켜켜이 깔며" 바닥에 놓여 있다. 추억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아픔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희망의 지층을 켜켜이 깔아놓듯 조약돌은 바닥에 놓여 있다. 시적 화자는 모든 대화를 마친 후, 이런 말을 한다. "부디 행복하세요/ 다들 나처럼" 고故 천상병 시인은 시 '귀천'을 통해 삶은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시적 화자도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삶은 모두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긍정적이다. 큰 의미에서 보면 산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적 화자는 지상에서의 기록을 상징하는 화분과 항아리 그리고 낮과 밤의 시간을 견디며 바닥에 깔린 조약돌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기억의 잔상을 다루고 있다. 시적 화자는 결국 눈을 감고 행복을 기원하는 평온한 마무리로 끝을 맺으며, 모든 이들이 시적 화자 자신처럼 평안하기를 바란다.
어느 날 무작정 떠났던
강원도 동해안 산골 메밀꽃밭
물씬한 사투리로 기둥 세운
거기 원두막에서
많은 얘기를 나눴지요
문학과 철학, 인생과 종교
심지어 꽃밭의 비밀까지
얼마나
그 대화들이 상큼하고
싱그러웠는지 몰라요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노을이 깔려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젖어
그 안에서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어스름이 밤의 발뒤꿈치 깨물 때까지
막연히 앉아 어둑어둑한 시간까지 쪼개가며
아쉬움을 마시고 있었지요
지금 되돌아봐도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순간이었네요
그때가 몹시 그리워요
이처럼 할 말 없는 일요일 아침에는 더더욱.
- 「사랑아·73」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어느 날 강원도 동해안 산골의 메밀꽃밭에 있는 원두막에서 나눈 대화와 추억을 회상하고 있다. 일상을 떠나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과 대화는 색다르다. 여행은 설렘이라는 꽃 사태를 일으켜 보는 것마다 들뜨게 만든다. 새로운 감각으로 정오를 맞이하게 하여 그동안 끌고 왔던 일상의 무료함을 한순간에 지운다. 이 시는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강원도 동해안의 어느 산골에 있는 메밀꽃밭을 찾아간다. 사랑하는 님과 함께 그 메밀꽃밭에 있는 원두막으로 올라간다. 원두막은 "물씬한 사투리로 기둥 세운" 곳이다. 표현이 신선하다. 사투리의 문양이 새겨진 기둥에 몸을 기대며 둘은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무르익어 "문학과 철학, 인생과 종교/ 심지어 꽃밭의 비밀까지" 꺼내 이야기꽃을 피운다. 꽃밭의 비밀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낭만으로 들뜬 정서일까, 아니면 인생의 꽃을 함께 꽃피우자는 내밀한 약속일까,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둘만의 아름다운 순수임에는 분명하다. 원두막에서의 대화는 상큼하고 싱그러워 "떠나고 싶지 않을 만큼/ 노을이 깔려도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행복하다. 둘의 대화는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져 "어스름이 밤의 발뒤꿈치 깨물 때까지/ 막연히 앉아 어둑어둑한 시간까지 쪼개가며/ 아쉬움을 마시"고 있다. 사랑의 속삭임이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수채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시적 화자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무척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시적 화자는 해가 지고 밤이 될 때까지 한적함과 여유로움 속에서 그 자리에 머물렀으며, 그 시간이 몹시 소중하고 아름다웠기에, 현재도 매우 그리워하고 있다.
이렇게 웃고 있어도
먹구름과 파열음이 몰려 있는
내 몸의 상처는 많아요
허벅지에도 가슴속에도
영혼벽에도
비록 화려하게 살고 있어도
내 몸의 슬픔은 많아요
생의 얼룩이 태풍으로 몰아치기 전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아우성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오르내리며
야단법석을 떠네요
오늘은 일단
영화나 하나 보고 올래요
나처럼 가련한 배우의 인생을 보며
손톱만큼이나마 위로를 받으러
지금 이렇게 우아한 차림으로
현관문을 나서고 있네요.
- 「사랑아·85」 전문
이 시에서의 시적 화자는 겉으로는 웃으며 화려하게 살고 있지만, 육체와 영혼에 대한 깊은 상처와 슬픔을 지니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웃음은 상처와 우울을 가리기 위한 가장 완벽한 가면이다. 그 가면을 쓰면 아무도 가면 안에 가려진 슬픔을 들여다볼 수 없다. 웃음소리의 공명으로 슬픔을 가리고 웃는 표정으로 좌절을 지우는 완벽한 무기가 웃음이다. 시적 화자는 얼굴에 완벽한 가면인 웃음을 장착하고 있다. 웃음을 화자의 볼에서 떼어내지 않는다면 아무도 화자의 삶이 아픔으로 점철되었는지 모를 것이다. 웃음이 몸 밖으로 나가 번지며 달리면 사람들은 즐거워하고 화자의 슬픔은 가려지기에 자신의 슬픔을 가리기 위한 최선책으로 웃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허나 그 웃음이 영원히 화자의 슬픔을 가려줄 수는 없다. 해 질 녘이 되고 집으로 돌아오면 화자의 슬픔은 드러난다. 화자는 "먹구름과 파열음이 몰려 있는/ 내 몸의 상처는 많"다고 고백한다. 어쩌면 우리도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서면 저런 고백을 할지도 모른다.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가면을 써야 관계 맺음을 잘할 수 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나 자신의 아픔과 마주해야 한다. 웃음을 지으며 "비록 화려하게 살고 있어도/ 내 몸의 슬픔은 많"다고 다시 고백한다. 무슨 슬픔이 저리도 많을까. 화자는 "생의 얼룩이 태풍으로 몰아치기 전에/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아우성"이 들려 영화를 보러 갈 계획을 세운다. 무엇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일까. 그리움이 목젖까지 차올라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일까. 불안과 우울이 몸집을 불려 온몸을 덮치기 전에 영화를 보러 간다는 뜻일까. 그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화자는 서둘러 영화를 보러 간다. 인생의 얼룩과 태풍과 같은 고통이 몰아치기 전에, 시적 화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내적 혼란 속에서 시적 화자는 우아한 차림으로 집을 나서며, 자신과 비슷한 가련한 배우의 삶을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간다. 이를 통해 아주 작은 위로라도 얻고자 한다. 이 시는 외면의 화려함과 내면의 고통 사이의 대비, 그리고 예술을 통한 치유에 대한 갈망을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김지우 시인의 시들은 사랑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다루고 있다. 그녀의 시들은 이사 후 평온을 찾는 모습부터, 소유하지 않는 사랑의 이상향을 다루고, 고통스럽고 치열한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고뇌를 보여 주고 있다. 또한, 그리워하지만 부재하는 연인에 대한 애틋한 감정과, 새벽마다 홀연히 사라지는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그대의 존재를 탐색하기도 한다. 그리고, 추억에 대한 회상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또 내면의 깊은 상처와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감성의 파노라마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듯, 시인이 펼쳐놓은 감성의 색깔을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어렵지 않은 시어들의 배치와 이미지 구현으로 생생한 그림을 그려놓고, 나아가 인생을 새로운 각도로,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엿보여, 시를 읽어가는 내내 즐겁고 흥겨웠다. 때때로 밀려오는 감동의 전율, 그 중에서도 사랑에 대한 한결같은 예찬이 가슴에 와 닿아, 매우 신선하고 인상적이었다.
부디, 김지우 시인이 제2, 제3 시집을 펴내어, 여생을 아름답고도 싱그러운 열매들로 채워가기를 소망해 본다. 늘 베푸는 모습, 겸허한 인생관이 돋보인 김지우 시인, 오래도록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빈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_ 6
□화가의 말 _ 7
사랑아·1 _ 13
사랑아·2 _ 16
사랑아·3 _ 19
사랑아·4 _ 22
사랑아·5 _ 25
사랑아·6 _ 28
사랑아·7 _ 31
사랑아·8 _ 34
사랑아·9 _ 37
사랑아·10 _ 40
사랑아·11 _ 43
사랑아·12 _ 46
사랑아·13 _ 49
사랑아·14 _ 52
사랑아·15 _ 55
사랑아·16 _ 58
사랑아·17 _ 61
사랑아·18 _ 64
사랑아·19 _ 67
사랑아·20 _ 70
사랑아·21 _ 73
사랑아·22 _ 76
사랑아·23 _ 79
사랑아·24 _ 82
사랑아·25 _ 85
사랑아·26 _ 88
사랑아·27 _ 91
사랑아·28 _ 94
사랑아·29 _ 97
사랑아·30 _ 100
사랑아·31 _ 103
사랑아·32 _ 106
사랑아·33 _ 109
사랑아·34 _ 112
사랑아·35 _ 115
사랑아·36 _ 118
사랑아·37 _ 120
사랑아·38 _ 123
사랑아·39 _ 125
사랑아·40 _ 128
사랑아·41 _ 131
사랑아·42 _ 134
사랑아·43 _ 137
사랑아·44 _ 140
사랑아·45 _ 143
사랑아·46 _ 146
사랑아·47 _ 149
사랑아·48 _ 152
사랑아·49 _ 155
사랑아·50 _ 158
사랑아·51 _ 161
사랑아·52 _ 164
사랑아·53 _ 167
사랑아·54 _ 169
사랑아·55 _ 172
사랑아·56 _ 175
사랑아·57 _ 178
사랑아·58 _ 181
사랑아·59 _ 184
사랑아·60 _ 186
사랑아·61 _ 189
사랑아·62 _ 192
사랑아·63 _ 195
사랑아·64 _ 197
사랑아·65 _ 200
사랑아·66 _ 203
사랑아·67 _ 206
사랑아·68 _ 209
사랑아·69 _ 212
사랑아·70 _ 215
사랑아·71 _ 218
사랑아·72 _ 221
사랑아·73 _ 224
사랑아·74 _ 227
사랑아·75 _ 230
사랑아·76 _ 233
사랑아·77 _ 236
사랑아·78 _ 239
사랑아·79 _ 242
사랑아·80 _ 245
사랑아·81 _ 248
사랑아·82 _ 251
사랑아·83 _ 254
사랑아·84 _ 257
사랑아·85 _ 260
사랑아·86 _ 263
사랑아·87 _ 266
사랑아·88 _ 269
사랑아·89 _ 272
사랑아·90 _ 275
사랑아·91 _ 278
사랑아·92 _ 281
사랑아·93 _ 284
사랑아·94 _ 287
사랑아·95 _ 290
사랑아·96 _ 293
사랑아·97 _ 296
사랑아·98 _ 299
사랑아·99 _ 302
사랑아·87 _ 266
사랑아·88 _ 269
사랑아·89 _ 272
사랑아·90 _ 275
사랑아·91 _ 278
사랑아·92 _ 281
사랑아·93 _ 284
사랑아·94 _ 287
사랑아·95 _ 290
사랑아·96 _ 293
사랑아·97 _ 296
사랑아·98 _ 299
사랑아·99 _ 302
□화가의 말 _ 7
사랑아·1 _ 13
사랑아·2 _ 16
사랑아·3 _ 19
사랑아·4 _ 22
사랑아·5 _ 25
사랑아·6 _ 28
사랑아·7 _ 31
사랑아·8 _ 34
사랑아·9 _ 37
사랑아·10 _ 40
사랑아·11 _ 43
사랑아·12 _ 46
사랑아·13 _ 49
사랑아·14 _ 52
사랑아·15 _ 55
사랑아·16 _ 58
사랑아·17 _ 61
사랑아·18 _ 64
사랑아·19 _ 67
사랑아·20 _ 70
사랑아·21 _ 73
사랑아·22 _ 76
사랑아·23 _ 79
사랑아·24 _ 82
사랑아·25 _ 85
사랑아·26 _ 88
사랑아·27 _ 91
사랑아·28 _ 94
사랑아·29 _ 97
사랑아·30 _ 100
사랑아·31 _ 103
사랑아·32 _ 106
사랑아·33 _ 109
사랑아·34 _ 112
사랑아·35 _ 115
사랑아·36 _ 118
사랑아·37 _ 120
사랑아·38 _ 123
사랑아·39 _ 125
사랑아·40 _ 128
사랑아·41 _ 131
사랑아·42 _ 134
사랑아·43 _ 137
사랑아·44 _ 140
사랑아·45 _ 143
사랑아·46 _ 146
사랑아·47 _ 149
사랑아·48 _ 152
사랑아·49 _ 155
사랑아·50 _ 158
사랑아·51 _ 161
사랑아·52 _ 164
사랑아·53 _ 167
사랑아·54 _ 169
사랑아·55 _ 172
사랑아·56 _ 175
사랑아·57 _ 178
사랑아·58 _ 181
사랑아·59 _ 184
사랑아·60 _ 186
사랑아·61 _ 189
사랑아·62 _ 192
사랑아·63 _ 195
사랑아·64 _ 197
사랑아·65 _ 200
사랑아·66 _ 203
사랑아·67 _ 206
사랑아·68 _ 209
사랑아·69 _ 212
사랑아·70 _ 215
사랑아·71 _ 218
사랑아·72 _ 221
사랑아·73 _ 224
사랑아·74 _ 227
사랑아·75 _ 230
사랑아·76 _ 233
사랑아·77 _ 236
사랑아·78 _ 239
사랑아·79 _ 242
사랑아·80 _ 245
사랑아·81 _ 248
사랑아·82 _ 251
사랑아·83 _ 254
사랑아·84 _ 257
사랑아·85 _ 260
사랑아·86 _ 263
사랑아·87 _ 266
사랑아·88 _ 269
사랑아·89 _ 272
사랑아·90 _ 275
사랑아·91 _ 278
사랑아·92 _ 281
사랑아·93 _ 284
사랑아·94 _ 287
사랑아·95 _ 290
사랑아·96 _ 293
사랑아·97 _ 296
사랑아·98 _ 299
사랑아·99 _ 302
사랑아·87 _ 266
사랑아·88 _ 269
사랑아·89 _ 272
사랑아·90 _ 275
사랑아·91 _ 278
사랑아·92 _ 281
사랑아·93 _ 284
사랑아·94 _ 287
사랑아·95 _ 290
사랑아·96 _ 293
사랑아·97 _ 296
사랑아·98 _ 299
사랑아·99 _ 302
저자
저자
김지우
전남대학교 졸업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제5회 신정문학상 최우수상
제3회 포랜컬쳐 문학상 대상
제3회 산해정 치유문학상 최우수상
오솔길 전국시화전 인의상
패밀리 골프장 전 대표
강천 조각공원 대표
강천 미술관 대표
강천 빌리지 대표
저서 『꽃의 걸음이 고요하다』(공저)
시집 『사랑아』
《문학공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제5회 신정문학상 최우수상
제3회 포랜컬쳐 문학상 대상
제3회 산해정 치유문학상 최우수상
오솔길 전국시화전 인의상
패밀리 골프장 전 대표
강천 조각공원 대표
강천 미술관 대표
강천 빌리지 대표
저서 『꽃의 걸음이 고요하다』(공저)
시집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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