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 걸작 단편선
[한 중 걸작 단편선]은 한국의 대표 단편 소설 네 편과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문학 4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을 통해 두 나라의 최근 소설 경향을 논하고, 서로의 장점과 한계를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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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두 나라의 작가들이 보여주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사람 사는 이야기'
《한중걸작단편선》을 보면, 두 나라 작가들의 문학적 관심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과거보다는 생활현실 면에서 많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 작가들이 개인적 삶의 미세한 단면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데 비해 중국 작가들은 함께 어울려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천착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 문학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관계의 풋풋한 정을 음미할 수 있고, 그들은 우리 문학에서 자본주의의 과잉으로 인해 단자화된 개인들이 겪을 수박에 없는 삶의 의미와 가치의 상실을 눈여겨볼 수 있을 것이다.
- 조정래(소설가)
한국의 K들
단자화된 개인, 핏줄조차 타인이 되는 시대의
한국의 대표 단편 소설 네 편
첫 번째 작품인 최윤의 「동행」은 타자의 타자성을 극단의 심연까지 파고든 동시에 그 부분에 대한 이해만으로 결코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통시통역가인 남편과 아들 하나를 두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나'의 가정에 아들 지훈이 투신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지훈의 죽음과 관련하여 경찰이 '어떻게'에 집중한다면 '나'와 남편은 '왜'에 초점을 맞춘다. '어떻게'가 형식 논리에 바탕한 법의 문제라면, '왜'는 윤리에 바탕한 죄의식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얼마 후 이 가정에 겨우 이름만 기억날 뿐인 동창부부가 여자아이 J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 여자아이는 아들과 같은 또래이고, 아들의 이름과 첫 자가 같다. '나'는 J에게서 지훈을 발견하고, 이 발견은 '나'에게 신경안정제 없이도 잠들 수 있는 평화를 가져다준다.
J와 5개월을 보냈을 때 J는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둔 'J라고 이름 붙인 아들에 대한 자료 파일'만을 들고 사라진다. 그리고 J가 떠난 후에야 '나'는 '아들이 우리를 영원히 떠났다는 것을,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
최윤의 「동행」은 타자의 이해라는 윤리의 근본명제를 심문한다. 내 핏줄조차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그 깨달음만으로는 결코 행복도 평화도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기에 이 작품은 윤리의 주장인 동시에 윤리의 비판으로도 읽어야 할 것이다.
박형서의 「어떤 고요」는 작가의 실제 삶이 별다른 가공 없이 거의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자전소설이다. 부모님이 교사였다는 것, 강원도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것, 2000년에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는 것, 소설집으로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과 『자정의 픽션』을 출판했다는 것, 문예창작과 교수로 임용되었다는 것 등이 모두 사실에 부합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소설이다. 작가로서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어떤 고요」에는 프로이드가 말한 '최초기억'에 해당하는 장면이 시작과 마지막에 하나의 거멀못처럼 놓여 있다.
시작은 '나'가 여섯 살에 경험한 청력 상실이다. 귀가 먼 직후부터 청력을 되찾게 되기까지 두 해 동안의 시간은 '나'의 삶을 기본적으로 결정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력 상실의 경험은 2010년 겨울 크리스마스이브에 인도의 중부 벵갈루에서 남부 께를라로 가는 2등 침대칸에서 다시 찾아온다.
침대칸에서 '나'는 문학상을 받은 것과 문창과에 교수로 임용된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차에 탑승한 직후 갑자기 귀가 먼 것 등 커다란 세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세 가지 사건 모두 인생의 큰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의 진정한 문제는 세 가지 고민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특히 일시적이지만 귀가 멀었다는 것은 향후 수 년 내에 청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는 의사의 경고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일에 해당한다.
오랜 고민 끝에 하나의 원칙을 세우는데, 그것은 '내 몸과 내 역사에 대한 예의부터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선택이 시작된 첫날이면 언제나 경험하곤 하던 '어떤 고요'를 느끼는데, 이 고요는 모든 일의 시작에 앞서 우선 스스로에게 충실하겠다는 다짐의 육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영의 「자칫」은 현재 한국사회가 얼마나 비루한 욕망과 단조로운 일상으로 채워지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소설이다. K94, K96, K97, K98, K95 등의 초점화자가 번갈아 등장하며 초점화자에 따라 각 장이 나뉘어져 있다.
K94, K96, K97의 인생은 고등학교 때부터 등장하는데, 그들의 고등학교 시절은 오직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이 삶의 목표이자 이유인 때로 그려진다. K94는 예쁜 애들이 많다는 이유로 교회에 가고, K96은 예쁜 애들이 많다는 이유로 독서실에 가고, K97은 예쁜 애들과 사귀기 위해 공부를 한다.
K94와 K96은 나름의 성장을 보이는데, 그것이 철저히 생존의 문제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으로 보기 힘들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근무와 휴식, 성실과 태만,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취업 못 하는 젊은이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중년이 된다.
최진영의 「자칫」에 등장하는 K94, K96, K97, K98은 지금의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장삼이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삶을 유기적으로 조합한다면 현재 한국사회의 전체적인 상이 떠오를 정도이다.
구병모의 「이창」은 아이러니적 풍자의 형식을 보이다가 마지막에는 토도로프가 말한 환상소설(the fantastic)의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작품은 오지라퍼라고 불리는 '나'의 요설에 가까운 장광설로 이루어져 있다. 오지리퍼란 우리말인 오지랖에 '그 일을 하는 사람' 내지는 '직업'을 뜻하는 영어 어미 '-er'이 붙어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남들의 일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나'는 조금은 풍자적으로 그려진다.
오지라퍼 '나'가 어느 날 아동학대의 현장을 발견한다. 오지라퍼답게 '나'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은 여자의 말만 믿고 그대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나 1001호 여자가 아이를 폭행했다는 '나'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이 작품은 비정상적인 일(아동학대 사건과 결말)에 대한 독자의 망설임이 끝내 해소되지 않은 채로 끝나는 환상소설의 서사 문법을 보여준다.
아직은 함께인 '그들'과 사회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문학,
격동하는 역사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 반영
현재 중국을 지배하는 것은 아무래도 문화대혁명의 이념이라기보다는 개혁개방 이후 본격화된 자본주의화의 물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야오어메이의 「교활한 아버지」는 중국 사회의 급격한 현대화 속에서 전통 윤리와 신생 윤리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 갈등과 혼돈은 아버지라는 조금은 유머러스한 형상 속에 압축되어 있다.
아버지가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은 더 이상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자신을 위한 삶을 살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끝에는 간암에 걸린 아버지가 자신을 위한 '인생 후반부'의 삶이 아니라 가족을 위한 '인생 전반부'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신을 위한 삶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웨이웨이의 「후원칭전」은 전통적인 서사양식인 인물전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이다. 후원칭이라는 한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그림으로써, 문화대혁명에서 개혁개방으로 이어지는 지난 40여 년간의 중국 현대사가 알뜰하게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후원칭은 문화대혁명 기간에 조반파로 활동하였다. 대혁명이 끝난 이후에는 두살배기 남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폐인처럼 동네 골목에서 칩거한다. 그러나 몇 년의 세월이 후른 이후 후원칭은 대단한 부자가 된다. 사람들이 '개혁개방'을 입에만 올리고 있을 때, 후원칭은 남쪽 지방으로 내려가 실제 행동을 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이다.
웨이웨이는 이러한 부의 축적을 무조건적으로 예찬만 하지는 않는다. 그 골목의 절대적인 생활은 이전보다 나아졌지만, 그 거리는 가난한 사람과 벼락부자로 나뉘고 그 빈부의 격차는 이전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한다.
쉬저천의 「함박눈에 갇혀버린다면」은 열악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젊은이들이 가질 법한 꿈과 좌절 등에 대해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 속의 청년들은 나름대로의 꿈을 안고 베이징으로 올라오지만 '무조건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베이징에서 버텨나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바오라이(寶來)는 머리를 맞아 바보가 된 채 화제(花街)로 돌아왔고 베이징(北京)에는 겨울이 찾아왔다'는 첫 문장 속에는 별다르게 기댈 곳 없이 상경한 중국 젊은이들이 느낄법한 삶의 실감이 압축되어 있다.
웨이웨이의 「후원칭전」, 야오어메이의 「교활한 아버지」, 쉬저천의 「함박눈에 갇혀버린다면」은 모두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굳게 발 딛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와 달리 둥쥔의 「고깃덩이」는 인간의 성욕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보편적 문제를 유머러스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군사학교를 졸업한 펑궈핑은 지원하는 회사마다 낙방하자 결국에는 아버지가 일하던 육가공공장에 취직하여 돼지고기 다루는 일을 한다. 육가공공장 이야기가 꽤나 상세하게 나오는데, 적나라한 고기 덩어리인 돼지고기의 이미지는 이 작품이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임을 환기시킨다.
서로를 비춰 보는 거울
한국과 중국 사이에 수천 년간 쌓여온
닮은 듯 다른 서로의 발견
한국과 중국은 황해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아오고 있는 이웃이다. 두 나라가 서로의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던 시기는 수천 년의 역사동안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적ㆍ사회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가장 큰 거울이라 할 수 있는 소설에도 그 삶의 무늬는 비슷한 듯 다른 패턴을 그리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처럼 지난 사십여 년간 극적인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1966년 문화대혁명의 전면적 전개,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과 사인방 체포,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와 4개 현대화 노선 결정, 1989년 천안문사건 발생,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 등의 대사건들만 살펴보아도 중국인들이 지난 사십여 년간 겪어온 숨 막히는 발전과 반전의 드라마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대사는 사람들의 삶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으며, 그로 인해 생긴 인생의 굴곡들은 다채로운 삶의 무늬를 꽃피우고 있다. 소설보다도 더욱 소설 같은 역사와 현실의 무게가 중국 문학의 감동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비교할 때 한국의 작가들은 현실의 볼륨을 뚜렷하게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한국 소설은 오랫동안 창작의 기본 토대였던 현실과 역사의 드넓은 대지를 떠나 좀더 내밀하고 깊이 있는 윤리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관심의 초점을 이동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말할 것도 없이 '현실'과 '윤리'는 소설을 의미 있는 사회적 존재로 만드는 두 개의 바퀴이다. 윤리에 대한 고려 없는 현실에 대한 관심도, 현실에 발 딛고 있지 않은 윤리에 대한 천착도 결코 건강하고 풍요로운 문학을 낳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은 한국과 중국의 소설 작품 중에서 단 몇 편만을 읽고 두 나라의 최근 소설 경향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장의 맛을 알기 위해 장독에 든 간장을 모두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 수록된 여덟 편의 소설은 두 나라의 눈 밝은 비평가들에 의해 엄선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을 통해 두 나라의 최근 소설 경향을 논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한국과 중국의 소설은 서로의 장점은 물론이고 한계까지를 비춰주는 소중한 거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목차
목차
ㆍ 어떤 고요 - 박형서
ㆍ 자칫 - 최진영
ㆍ 이창 - 구병모
ㆍ 교활한 아버지 - 야오어메이
ㆍ 후원칭전 - 웨이웨이
ㆍ 함박눈에 갇혀버린다면 - 쉬저천
ㆍ 고깃덩이 - 둥쥔
ㆍ 해설 - 서로를 비춰 보는 거울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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