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된 깨달음
새로운 형식의 불교시들을 모은 김상백이 시집 [한 줄로 된 깨달음]. 짧고 간결한 시의 문장은 적기수사로써 마치 화두나 공안과 같이 ‘무슨 소리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의구심을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낸다. 시인의 시들은 화두참구, 참선, 명상 등 불교적 코드가 주류를 이루면서도 곳곳에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모습 등이 담겨 있는데, 이는 시인의 시선이 단순히 종교적 스펙드럼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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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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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들어 펼치는 순간 느끼는 첫 감정은 아마도 '낯섬'일 것이다. 알 듯 모를 듯 툭 던지는 짧은 첫 구절, 그리고 긴 여백, 두 번째 구절이자 마지막 구절인 짧은 한마디. 작가가 이 시집의 1부에 엮은 시들의 형식이다. 단 두 행, 압축과 은유라는 코드가 시詩가 보여주는 모습 중의 하나임을 감안해도 그렇다.
이처럼 김상백 시인의 이번 시집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불교시들을 모았다. 길고 난해한 현대시들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시단에서, 짧고 간결하게 한 줄로 된 시적 깨달음을 전하는 선시풍의 이런 시집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하겠다.
짧고 간결한 시의 문장은 적기수사로써 마치 화두나 공안과 같이 '무슨 소리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의구심을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낸다.
가령 《세월》이라는 제목의 시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라고 뜬금없이 운을 뗀 뒤, 한참 뒤에 시의 맨 끝에다 "내가 없으면"이라고 한 줄을 덧붙이는 식이다. 또 《꽃》은 "너에게로 갈 수 없다"며 한 마디로 잘라 말한 뒤, "꽃은 꽃을 알 수 없기에"라고 툭 던진다. 이름을 불러주어야 비로소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김춘수의 《꽃》을 완전히 뒤집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이, 시집의 내용은 '나는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회광반조의 노래도 있으며, 한편으로 '무아'를 깨달을 수 있게 던지는 시적 적기수사賊機修辭, 즉 시의 문장이 이미지나 의미로 쉽게 연결되지 않는 충격적 내용으로 인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나아가 의문에 사로잡히게 함으로써 작자의 시적 의도에 몰입도를 높이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개의 선시가 그렇듯이 은유로 점철된 시들은 선문답의 화두나 공안과 같다. 물론 일반의 현대시도 은유를 통한 이미지로 드러내면 독자는 숨겨진 뜻을 찾아가는 시적 독해 능력을 동원해야 하며, 나아가 작자의 의도와 맞아떨어질 때 그 시적 감상이 더욱 증폭되고 동일한 깨달음의 희열에 휩싸인다. 그리고 김상백 시인의 두 행으로 이루어져 있는 시들, 즉 툭 던지는 한마디와 그에 대한 응변은 마치 선사들이 공안을 주고받거나 법거량을 나누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물론 시인의 모든 시들이 그렇듯 선적 코드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의 《살림살이》를 풀어 놓기도 하고, 몇 년 전 입적한 스승 봉철선사의 《다비》를 통해 제자들 각자가 스승의 사리임을 증명하라는 단호한 결의를 보이기도 한다.
한편, 시인의 시들은 화두참구, 참선, 명상 등 불교적 코드가 주류를 이루면서도 곳곳에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모습 등이 담겨 있는데, 이는 시인의 시선이 단순히 종교적 스펙드럼에만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말해준다.
아무쪼록 간결하지만 긴 여운이 있는 이 시들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과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툭 터지는 깨달음의 기쁨이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목차
목차
1부 한 줄로 된 깨달음
세월 15
시절인연 16
한 소식 17
중생 18
나 19
인과 20
지금 여기 21
세대차이 22
불교 23
마음공부 24
제비 25
참새 26
탄지彈指 27
부처놀음 28
고물장수 29
인가認可 30
떡고물 31
개소리 32
작은 깨달음 33
한 줄로 된 깨달음 34
출생신고 35
자재自在 36
아나율 존자 37
꽃 38
목백일홍 39
원수 40
왕년往年의 구업口業 41
행운과 행복 42
시인도 꽃도 스님도 사랑도 43
등대 44
택배 45
늙은 히피 46
고두밥 47
죽 48
식초 49
2부 잿더미 속에서
십팔 53
잿더미 속에서 54
달마는 달마가 아니다 55
벌주 56
탁濯 57
고요 58
살림살이 59
전법 60
입전수수入廛垂手 61
다비茶毘 62
암전 63
석이石耳버섯 64
매미소리 65
용트림 66
제주도 67
인생 1 68
인생 2 69
일색一色 70
초승달 71
3부 때로는 바다도
때로는 바다도 75
부석사 76
줄 78
사랑초 80
번뇌, 즉 82
빗속을 열다 84
너나 나나 85
밤, 벚꽃놀이 86
화火 88
참새여 90
그녀의 불법 92
동안거 해제 93
도다리쑥국 94
낙수落穗 95
눈사람 96
횡초돈출橫超頓出 98
영정 99
맥랑麥浪 100
양구良久 101
나무 102
마음 꼴 104
견춘見春 105
벗과 꽃 106
대작對酌 107
염증 108
4부 그리운 성혈사
시작詩作 111
설안雪眼 112
그리운 성혈사 114
법문 116
서해 117
사마귀 118
가벼운 장례 119
고향 120
어떤 결의 122
취독醉讀 123
호두와 화두 사이 124
산책 125
가을, 홍매 126
뚜껑이 열리면 128
깨지면 깨닫는 131
기일 132
비승비속非僧非俗 133
누구의 근심 134
조주의 외나무다리 135
풍장 136
휴식 138
괄호는 칸이다 139
수평선 140
친절한 금자씨 141
천도遷度 142
소옥이 143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 144
다리 145
詩作의 辨 147
저자
저자
2014년 계간 『문예바다』 신인상을 수상하여 시인으로 등단했고, 지은 책으로 『행복을 좇아가지 마라』, 『극락도 불태워 버려라』, 『법성게 강해』, 『은그릇에 흰 눈을 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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