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환상
한국 교회와 사회에 관한 문화사회학적 탐구
『욕망과 환상』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문화사회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한 책이다. 문화사회학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법론을 선택함으로써 기존에 찾아내지 못했던 개인의 내적 동기와 무의식의 작용을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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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최근 한 교회는 2,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지하 8층, 지상 14층 규모의 예배당을 지었다. 그 과정에서 공사비를 부풀리고 정부와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교회의 신자들은 분열되었다. 사랑을 나누어주는 장소여야 할 교회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08년 국민들은 100만 명이 결집한 촛불집회를 통해 대중의 힘을 자각했으나 지금 한국에서는 그 힘을 찾아볼 수 없다. 왜 어떤 사건은 폭발적인 힘을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되는데, 어떤 사건은 그렇지 못한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 책은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들을 문화사회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했다. 문화사회학은 문화를 경제나 정치 구조의 종속물로 간주하지 않고 문화가 정치나 경제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는 학문으로, 이 책은 문화사회학이라는 새로운 분석 방법론을 선택함으로써 기존에 찾아내지 못했던 개인의 내적 동기와 무의식의 작용을 드러내 보여준다.
교회에 스며든 물신주의,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우상은 타 종교의 신이 아니라 물질, 경제, 풍요이다.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남편의 승진, 아들의 대학 합격, 아파트 값 상승을 빌며, 다른 교인이 큰돈을 벌면 '신앙이 깊기 때문에 축복받은 것'이라며 부러워하고 그 행운이 자신에게 오지 않았음에 실망한다. 최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가 돈을 우상으로 섬기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과 너무나 어긋난다. 개신교 역사상 지금의 한국 교회만큼 타락한 교회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1장 <문화사회학과 기독교>에서 저자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헤겔 철학과 마르크스주의를 접목한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을 통해 이러한 교회의 문제점들을 들여다본다. 욕망을 버리고 환상을 가로질러야 한다는 지젝의 주장은 결단과 수행을 통해 욕심을 버리라고 촉구하는 기독교의 가르침과 묘하게 비슷하다. 라캉과 지젝의 정신분석학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했으며, 이를 통해 교회의 대형화, 세습, 물신주의, 기복신앙 문제의 근본에 '욕망'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문화사회학, 숭례문 전소 사건·2008 촛불집회·용산 참사를 재조명하다
숭례문 전소 사건 때 사람들이 '▶◀ 숭례문 지못미'라는 기호를 사용하며 집단적으로 애도한 것은 정확히 말하면 숭례문이 아니었다. 숭례문이라는 '기호'에 채워진 민족, 역사, 문화, 얼, 대한민국, 애국심 등이었다. 숭례문 전소 사건은 단지 국보 1호에 대한 방화 사건이 아니라 이 건물이 상징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방화' 사건이었던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조두순 사건을 보고 분노하고 눈물 흘렸지만 다섯 명이 화재로 참혹하게 사망한 용산 참사에 공감하지 않았던 것은 상징의 생산수단이 철거민이 아닌 정부, 대중매체 등의 문화 권력에 있었고, 이들이 철거민에게 '불법', '폭력', '이기주의'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2장 <사건의 문화사회학>에서는 이 사건들 이외에도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1953년 한국 장로교회 분열 사건을 문화사회학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문화 담론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다양한 문화사회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주체적으로 사건을 분석,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국 교회와 사회에는 새로운 분석과 해결책을 필요로 하는 사건과 문제들이 존재한다. 한국 교회의 행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기존의 분석 방법론으로 사회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답답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책속으로 추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의 일본을 연구한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니딕트는 동양의 문화적 특성을 수치, 서양의 문화적 특성을 죄책감이라고 보았다. 유교적 배경을 가진 동양 문화권에서 자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수치나 창피를 피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이러한 문화권에서 성장한 개인들은 수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양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수치, 그로 인한 고통, 불안, 두려움을 피하기 위하여 페르소나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 … 수치를 피하기 위하여 우리는 때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사고와 행위를 수행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수치를 피하기 위해 행하지 않는가 하면,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수치를 피하기 위해 수행한다. -본문 140페이지
전소 사건 이후 '성스러워진' 숭례문은 애도와 추모를 통해 숭배되었다. … (그러나) 실제로 숭배된 것은 … 숭례문이 상징하는 민족, 역사, 혼, 얼, 애국심 등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공동체적인 가치인데, 이러한 가치들이 귀하게 여겨지고 숭배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공동체, 곧 사회가 귀하게 여겨지고 숭배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뒤르켐은 사회가 '신'이라고 지적하였으며, "사회와 그 구성원 사이의 관계는 신과 그 신도들 사이의 관계와 마찬가지"라고 말하였다. …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한국 사회, 민족이라는 '신'을 집단적으로 숭배하였고, 그 '신'을 받들면서 사람들은 '신도'로서 연대감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개인들 혹은 사회는 그 '신'을 중심으로 통합되었다. -본문 178페이지
용산 참사의 상징 형성의 두 번째 문제점은 상징을 생산하는 수단과 이를 분배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피해 당사자들이 아닌 정부나 언론 같은 문화 권력의 손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철거민이나 이들을 지지하는 집단들도 인터넷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상징을 어느 정도 생산하고 전파할 수 있었으나 문화 권력의 힘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징의 의미나 성격은 피해자나 지지자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문화 권력자의 의도대로 형성되고 확대된다. 용산 참사의 기호가 불법, 폭력, 테러, '떼법', 질서 파괴 등과 같은 기의로 채워진 것은 바로 이러한 권력 작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문 224~225페이지
신앙인들이 단지 진보, 성장, 발전과 같은 로망스(진보) 서사를 가지고 있는 한 용산 참사와 같은 사건의 피해 자들과 심리적 동일시 및 도덕적 연대를 갖기는 어렵다. 기독교인들이 용산 참사에 무관심하거나 비판적이었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성장주의, 물질주의, 거대주의와 같은 진보 서사가 만연한 상황에서 용산 참사와 그 피해자의 이야기는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쉽게 잊힌다. 오늘날처럼 기독교가 기득권층의 종교로 자리 잡았거나, 혹은 교인들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을 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본문 246페이지
촛불집회 역시 이러한 이항대립적 사고 구조와 신념이 강하게 작용한 사건이다. 구성원들이 성스럽거나 선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생명, 건강, 주권, 행복, 가정, 미래 등)이 악과 속(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정, 이명박 정부 등)에게 위협받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성스러운 가치와 신념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자신들을 선 혹은 성의 자리에, 성스러운 것들을 위협하거나 오염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세력들을 악이나 속의 자리에 위치시켰고, 이 구분과 대립에 근거해 집단적 대항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들은 뒤르켐이 말하는 거대한 '도덕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이 집단행동을 통해 시민운동을 펼쳐 나갔다. -본문 266페이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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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문화사회학과 기독교
1)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힌 한국 교회: 라캉과 지젝의 관점
2) '우리 모두 성공합시다' : 서사와 코드로 본 한국 교회 설교와 신앙 교육
3) '신'들의 전쟁: 지젝의 물신주의 비판
4) 더 좋은 세상 만들기: 종교사회학의 사회 변혁적 관심
5) 감정은 이성의 시녀가 아니다: 감정의 문화사회학
사건의 문화사회학
6) 개인은 왜 사회에 종속되는가: 숭례문 전소 사건과 토템 숭배
7) 성스러운 중심 지키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그리고 시민종교
8) 낮은 데로 임하소서: 용산 참사와 사회적 외상
9) 인간의 존엄성을 숭배하다 : 촛불집회와 인간성의 종교
10) 교단 갈등 시대의 서막: 서사와 코드로 본 1953년 한국 장로교회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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