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
약탈로 만들어진 대영박물관의 엘긴 마블스 그 뻔뻔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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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어떻게 쪼개져 그리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보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의 전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먼저 인류가 파르테논에 저지른 만행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역사 속의 파르테논>), ‘보존’이라는 미명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약탈과 훼손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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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기려야 하는가
2012년 설립되어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현황은 총 20개국에 걸쳐 16만 342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약탈당한 것도 있고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1,400여 점을 반환받은 이후 되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조선왕조실록'과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부터 반환받은 '직지'는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예라고 한다. 영국 왕립박물관에 있는 '세종대왕 측우기', 일본 덴리(天理) 대학 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일본 어딘가에 있을 '다보탑 돌사자' 3점, 도쿄박물관에서 용도를 몰라 뒤집힌 채 보관되었던 '금산사향로' 등 아직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
2015년 7월 5일 일본의 하시마 섬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근대산업을 일군 하시마 섬의 탄광에는 산업 역군으로 참여한 일본인 말고도 조선인 다수가 강제 징용되어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그런 까닭에 '지옥섬'으로 불렸다. 그런데 등재 이유에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등재 취소' 움직임이 이는 등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두 달여가 지나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존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렇듯 문화재와 문화유산에 대한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다.
도둑맞은 파르테논, 어디에서 누구의 손으로 지켜야 하는가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어떻게 쪼개져 그리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보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의 전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먼저 인류가 파르테논에 저지른 만행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역사 속의 파르테논>), '보존'이라는 미명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약탈과 훼손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훑어본다. 그리고 영국으로 대표되는 반환하지 않으려는 입장과 그에 대한 변명, 이에 맞서 인류 유산을 온전히 지키려는 그리스의 입장을 논쟁 중심으로 탐사한다(<엘긴 마블스>). 마지막으로 현재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4대 신전이 복원되고 있는 과정(<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도 다룬다.
저자들은 모두 일관되게 파르테논의 반환과 환수, 보수, 재결합 과정이 필요한 데는 윤리적, 법적, 미학적,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하고 촘촘하다. 대표 저자 히친스가 인용한 여러 서신, 회의록, 문학 작품과 그의 해설을 쫓다보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한눈에 그려진다. 때로는 저자와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저자처럼 냉철하게 이 책의 주제에 다가갈 수 있다. 이로써 문화와 문화유산이란 무엇이며, 이것들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이미지 70여 컷을 추가했다.
2500년 동안 파르테논이 겪어온 수난
2500년 전, 민주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페리클레스와 천재 조각가 페이디아스에 의해 건설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3세기경의 대화재로 내부 일부가 손실되었고, 그 뒤 기독교 교회, 아테네 그리스정교회의 대성당, 가톨릭교회, 이슬람 모스크로 쓰이며 건축 요소가 추가되거나 뜯겼다. 모리시니가 주둔한 동안 포격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나치의 신질서를 상징하는 만卍 자 깃발이 펄럭이는 등 신성모독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전을 가장 심각하게 약탈하고 훼손한 사람은 투르크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이다. 그는 대리석 조각 일부를 톱으로 잘라 영국으로 가져가 빚을 갚기 위해 정부에 팔았고 그 조각들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파르테논 절반에 해당한다.
희대의 도굴꾼,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 부하의 부지런한 근성이 부른 또 다른 수난
엘긴이 투르크 술탄으로부터 받은 칙령은 "'우상들의 성전' 현장에서 조각의 모형을 뜨고, 스케치를 할 수 있고, 신전 주변에서 파편을 발굴할 수 있고, '글자나 형상이 새겨진 돌 조각'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60쪽)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엘긴이 고용한 루시에리는 본뜨고 스케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년간 조각을 뜯어내 영국으로 날랐다. 톱으로 대리석을 뜯어내다 두 토막을 내기도 하고, 나르기 너무 큰 조각은 일부러 잘라냈다. 조각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던 멘토르호가 바다로 침몰해 일부 조각을 영원히 잃었다. 이 대리석 조각들로 집을 꾸미려던 엘긴은 파산해 영국 재무부와 흥정을 시작했다. 과연 칙령은 정확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엘긴은 대사의 특권과 지위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정말 이 일에 6만 2,440파운드나 들었는가, 영국 정부는 얼마에 구입하는 게 합당한가…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데 도굴꾼과 장물아비의 흥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보존과 반환, 환수를 둘러싼 뿌리 깊은 진부한 논쟁, 그 역사
보존과 반환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다. 보존을 주장하는 입장은 현대의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며, 대기오염이 심하고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그리스보다 영국이 더 안전하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파르테논 조각을 반환하면 영국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텅 빌 것이므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맞선 반환 입장은 파르테논이 곧 그리스이며, 그리스의 것이므로 파르테논은 그리스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파르테논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를 포함한 영국 내 논쟁의 역사에서 그리스에 '반환하자'는 주장은 일관되었던 반면, 영국에 '보유하자'는 주장은 그때그때 다른 논거를 늘어놓으며 일관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대략 6가지로 압축된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아가며 썼다는 것이다(189~190쪽). 이에 대해 네이딘 고디머는 <서문>에서 "음침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21쪽). 히친스는 영국의 바이런, 토머스 하디, 존 키츠,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인용해 이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복원한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쩨쩨한 고집을 버릴 수 있는 길은 '법령 하나' 만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복원하는 일은 단지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류의 에토스와 역사, 종교, 신화, 도덕성, 국민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시점이다.
- 책속으로 추가
엘긴은 기분이 상했지만 계속해서 다른 주장에 맞서 나갔다.
"저는 아무도 예로 들지 않은 것에 한마디 덧붙였을 뿐입니다. 해외 근무 전부를 통틀어 제가 한 번이라도 빚, 손해, 또는 이유가 다른 무엇이었든 영국 정부로부터 추가 비용을 받았던지,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책정된 연금 전액을 받았던지, 비슷한 위치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근속 연한에 따라 보직이 지원되었던지요. 런던의 집을 처분하고도 빚이 적어도 자그마치 9만 파운드 넘게 남습니다." - 125~126쪽
1816년 6월 7일 상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휴 해머슬리 의원은 조각의 반환에 대한 제안을 처음으로 문서화했다. 다음과 같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본 위원회는 엘긴 백작이 아테네에서 가져온 고대 조각의 소유권을 심의하기 위한 자리다. 엘긴 경은 영국을 대표하는 존엄한 대사로서 자신이 파견된 정부에 귀속되어 있는 귀중한 유물을 취득하기 위해 직위를 망각하고 월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오스만 정부가 대영제국에 채무가 있는 이 시기를 감안하다면 더더욱 조심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본 위원회는 엘긴 경이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를 위해 그 조각들을 취득하려 했다고 믿는다. 우리가 새로 작위를 부여하고 그가 가져온 파르테논 조각상을 매입하게 된다면, 사욕을 위해 뇌물을 주는 행위까지도 국가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용서됨 은 물론이고 고대 유물 처리에 대한 나쁜 선례로 작용될 위험이 있을 것이다." - 141~142쪽
슬쩍 화제를 돌리는 보유 지지론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들의 논거는 다음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려가며 쓰는 게 분명하다.
1. 이 조각들을 떼어내서 영국으로 가져온 것은 예술과 고전학 연구에 크나큰 축복이었다.
2. 이 조각들은 아테네가 아니라 런던에 있었기에 온전했다.
3. 이 조각들은 아테네보다 런던에 있어야 더 안전하다.
4. 엘긴 경은 문화재를 보전하겠다는 심정에서 조각을 떼어냈다.
5. 이 조각의 반환은 주요 박물관과 컬렉션을 절멸하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6. 현대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므로 페리클레스나 페이디아스의 조각에 대해 자연적 권리든 무엇이든 요구할 자격이 없다. - 189쪽
대영박물관 청소 총책임자 아서 홀콤은 1939년 5월 19일 한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사실을 시인했다. 그와 여러 청소부들은 이렇게 청소했다. "액체 세제와 물과 암모니아를 받았어요. 먼저 부드러운 솔로 그 대리석 조각들의 먼지를 떨어내요. 그러고 나서 그 솔에 액상 세제를 묻혀 조각을 문지르지요. 마른 스펀지로 물기를 닦고 나서 증류수로 씻어내고 … 더 더러운 얼룩은 끝이 뭉툭한 구리 연장으로 문질러서 제거했어요. 어떤 얼룩은 저 쇠살대에 낀 때처럼 새까맸거든요". 홀콤이 자기 집 벽난로를 가리켰다. 그가 시범을 보이고 청소부 여럿이 따라하긴 했지만 조각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구리는 돌보다 더 물러요. 관장님 네 분 밑에서 일하는 내내 저는 같은 연장으로 대리석 유물들을 청소했어요." - 201~202쪽
1986년 6월 15일 BBC 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와 정반대 입장을 가진 대영박물관 관장 데이비드 윌슨 경이 초대되었다. (중략) "대영박물관 벽에서 엘긴 마블스를 확 뜯어가는 것은 파르테논을 날려버리겠다는 위협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재앙입니다. (중략) 제 생각에 이것은 문화적 파시즘입니다. 국수주의이며 문화적 위험입니다. (중략) 정말 신중 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불사르는 것과 같아요. 히틀러가 그런 짓을 했으니, (후략) - 219~221쪽
파르테논 신전은 워낙 훌륭하게 건설되었기에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았다면 영구적으로 유지되었을 수도 있었다. 정확히 언제(아마도 3세기)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서 켈라 내부(곧 나오스)와 주랑의 대리석 소피트가 소실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360년 무렵 아테나 여신에 대한 제의를 계속하기 위해 수리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복원은 이런 걸작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재료로 땜질한 것에 가까웠다. - 242~243쪽
2012년 설립되어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현황은 총 20개국에 걸쳐 16만 342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약탈당한 것도 있고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1,400여 점을 반환받은 이후 되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조선왕조실록'과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부터 반환받은 '직지'는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예라고 한다. 영국 왕립박물관에 있는 '세종대왕 측우기', 일본 덴리(天理) 대학 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일본 어딘가에 있을 '다보탑 돌사자' 3점, 도쿄박물관에서 용도를 몰라 뒤집힌 채 보관되었던 '금산사향로' 등 아직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
2015년 7월 5일 일본의 하시마 섬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근대산업을 일군 하시마 섬의 탄광에는 산업 역군으로 참여한 일본인 말고도 조선인 다수가 강제 징용되어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그런 까닭에 '지옥섬'으로 불렸다. 그런데 등재 이유에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등재 취소' 움직임이 이는 등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두 달여가 지나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존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렇듯 문화재와 문화유산에 대한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다.
도둑맞은 파르테논, 어디에서 누구의 손으로 지켜야 하는가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어떻게 쪼개져 그리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보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의 전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먼저 인류가 파르테논에 저지른 만행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역사 속의 파르테논>), '보존'이라는 미명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약탈과 훼손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훑어본다. 그리고 영국으로 대표되는 반환하지 않으려는 입장과 그에 대한 변명, 이에 맞서 인류 유산을 온전히 지키려는 그리스의 입장을 논쟁 중심으로 탐사한다(<엘긴 마블스>). 마지막으로 현재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4대 신전이 복원되고 있는 과정(<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도 다룬다.
저자들은 모두 일관되게 파르테논의 반환과 환수, 보수, 재결합 과정이 필요한 데는 윤리적, 법적, 미학적,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하고 촘촘하다. 대표 저자 히친스가 인용한 여러 서신, 회의록, 문학 작품과 그의 해설을 쫓다보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한눈에 그려진다. 때로는 저자와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저자처럼 냉철하게 이 책의 주제에 다가갈 수 있다. 이로써 문화와 문화유산이란 무엇이며, 이것들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이미지 70여 컷을 추가했다.
2500년 동안 파르테논이 겪어온 수난
2500년 전, 민주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페리클레스와 천재 조각가 페이디아스에 의해 건설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3세기경의 대화재로 내부 일부가 손실되었고, 그 뒤 기독교 교회, 아테네 그리스정교회의 대성당, 가톨릭교회, 이슬람 모스크로 쓰이며 건축 요소가 추가되거나 뜯겼다. 모리시니가 주둔한 동안 포격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나치의 신질서를 상징하는 만卍 자 깃발이 펄럭이는 등 신성모독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전을 가장 심각하게 약탈하고 훼손한 사람은 투르크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이다. 그는 대리석 조각 일부를 톱으로 잘라 영국으로 가져가 빚을 갚기 위해 정부에 팔았고 그 조각들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파르테논 절반에 해당한다.
희대의 도굴꾼,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 부하의 부지런한 근성이 부른 또 다른 수난
엘긴이 투르크 술탄으로부터 받은 칙령은 "'우상들의 성전' 현장에서 조각의 모형을 뜨고, 스케치를 할 수 있고, 신전 주변에서 파편을 발굴할 수 있고, '글자나 형상이 새겨진 돌 조각'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60쪽)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엘긴이 고용한 루시에리는 본뜨고 스케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년간 조각을 뜯어내 영국으로 날랐다. 톱으로 대리석을 뜯어내다 두 토막을 내기도 하고, 나르기 너무 큰 조각은 일부러 잘라냈다. 조각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던 멘토르호가 바다로 침몰해 일부 조각을 영원히 잃었다. 이 대리석 조각들로 집을 꾸미려던 엘긴은 파산해 영국 재무부와 흥정을 시작했다. 과연 칙령은 정확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엘긴은 대사의 특권과 지위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정말 이 일에 6만 2,440파운드나 들었는가, 영국 정부는 얼마에 구입하는 게 합당한가…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데 도굴꾼과 장물아비의 흥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보존과 반환, 환수를 둘러싼 뿌리 깊은 진부한 논쟁, 그 역사
보존과 반환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다. 보존을 주장하는 입장은 현대의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며, 대기오염이 심하고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그리스보다 영국이 더 안전하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파르테논 조각을 반환하면 영국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텅 빌 것이므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맞선 반환 입장은 파르테논이 곧 그리스이며, 그리스의 것이므로 파르테논은 그리스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파르테논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를 포함한 영국 내 논쟁의 역사에서 그리스에 '반환하자'는 주장은 일관되었던 반면, 영국에 '보유하자'는 주장은 그때그때 다른 논거를 늘어놓으며 일관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대략 6가지로 압축된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아가며 썼다는 것이다(189~190쪽). 이에 대해 네이딘 고디머는 <서문>에서 "음침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21쪽). 히친스는 영국의 바이런, 토머스 하디, 존 키츠,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인용해 이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복원한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쩨쩨한 고집을 버릴 수 있는 길은 '법령 하나' 만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복원하는 일은 단지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류의 에토스와 역사, 종교, 신화, 도덕성, 국민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시점이다.
- 책속으로 추가
엘긴은 기분이 상했지만 계속해서 다른 주장에 맞서 나갔다.
"저는 아무도 예로 들지 않은 것에 한마디 덧붙였을 뿐입니다. 해외 근무 전부를 통틀어 제가 한 번이라도 빚, 손해, 또는 이유가 다른 무엇이었든 영국 정부로부터 추가 비용을 받았던지, 경력을 쌓아오는 동안 책정된 연금 전액을 받았던지, 비슷한 위치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근속 연한에 따라 보직이 지원되었던지요. 런던의 집을 처분하고도 빚이 적어도 자그마치 9만 파운드 넘게 남습니다." - 125~126쪽
1816년 6월 7일 상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휴 해머슬리 의원은 조각의 반환에 대한 제안을 처음으로 문서화했다. 다음과 같이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본 위원회는 엘긴 백작이 아테네에서 가져온 고대 조각의 소유권을 심의하기 위한 자리다. 엘긴 경은 영국을 대표하는 존엄한 대사로서 자신이 파견된 정부에 귀속되어 있는 귀중한 유물을 취득하기 위해 직위를 망각하고 월권을 행사했다. 그리고 오스만 정부가 대영제국에 채무가 있는 이 시기를 감안하다면 더더욱 조심했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본 위원회는 엘긴 경이 사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를 위해 그 조각들을 취득하려 했다고 믿는다. 우리가 새로 작위를 부여하고 그가 가져온 파르테논 조각상을 매입하게 된다면, 사욕을 위해 뇌물을 주는 행위까지도 국가를 위해서라는 변명으로 용서됨 은 물론이고 고대 유물 처리에 대한 나쁜 선례로 작용될 위험이 있을 것이다." - 141~142쪽
슬쩍 화제를 돌리는 보유 지지론자들의 성향을 고려하면, 이들의 논거는 다음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려가며 쓰는 게 분명하다.
1. 이 조각들을 떼어내서 영국으로 가져온 것은 예술과 고전학 연구에 크나큰 축복이었다.
2. 이 조각들은 아테네가 아니라 런던에 있었기에 온전했다.
3. 이 조각들은 아테네보다 런던에 있어야 더 안전하다.
4. 엘긴 경은 문화재를 보전하겠다는 심정에서 조각을 떼어냈다.
5. 이 조각의 반환은 주요 박물관과 컬렉션을 절멸하는 선례로 남을 것이다.
6. 현대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므로 페리클레스나 페이디아스의 조각에 대해 자연적 권리든 무엇이든 요구할 자격이 없다. - 189쪽
대영박물관 청소 총책임자 아서 홀콤은 1939년 5월 19일 한 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할 사실을 시인했다. 그와 여러 청소부들은 이렇게 청소했다. "액체 세제와 물과 암모니아를 받았어요. 먼저 부드러운 솔로 그 대리석 조각들의 먼지를 떨어내요. 그러고 나서 그 솔에 액상 세제를 묻혀 조각을 문지르지요. 마른 스펀지로 물기를 닦고 나서 증류수로 씻어내고 … 더 더러운 얼룩은 끝이 뭉툭한 구리 연장으로 문질러서 제거했어요. 어떤 얼룩은 저 쇠살대에 낀 때처럼 새까맸거든요". 홀콤이 자기 집 벽난로를 가리켰다. 그가 시범을 보이고 청소부 여럿이 따라하긴 했지만 조각에 손상을 입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구리는 돌보다 더 물러요. 관장님 네 분 밑에서 일하는 내내 저는 같은 연장으로 대리석 유물들을 청소했어요." - 201~202쪽
1986년 6월 15일 BBC 의 한 토론 프로그램에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와 정반대 입장을 가진 대영박물관 관장 데이비드 윌슨 경이 초대되었다. (중략) "대영박물관 벽에서 엘긴 마블스를 확 뜯어가는 것은 파르테논을 날려버리겠다는 위협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한 재앙입니다. (중략) 제 생각에 이것은 문화적 파시즘입니다. 국수주의이며 문화적 위험입니다. (중략) 정말 신중 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책을 불사르는 것과 같아요. 히틀러가 그런 짓을 했으니, (후략) - 219~221쪽
파르테논 신전은 워낙 훌륭하게 건설되었기에 인간이 손을 대지 않았다면 영구적으로 유지되었을 수도 있었다. 정확히 언제(아마도 3세기)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서 켈라 내부(곧 나오스)와 주랑의 대리석 소피트가 소실되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360년 무렵 아테나 여신에 대한 제의를 계속하기 위해 수리가 진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복원은 이런 걸작의 가치에 어울리지 않는 낡은 재료로 땜질한 것에 가까웠다. - 242~243쪽
목차
목차
네이딘 고디머 서문
크리스토퍼 히친스 서문
1. 역사 속의 파르테논 _ 로버트 브라우닝
2. 엘긴 마블스 _ 크리스토퍼 히친스
파르테논 마블스가 흩어진 두 곳
- 파르테논이 태어난 아크로폴리스
- 파르테논 반쪽이 옮겨간 영국의 블룸즈버리
첫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뜯어내다
두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팔아먹다
첫 번째 논쟁, 그리스로 돌려보내야 한다
두 번째 논쟁, 영국에 두는 게 더 낫다
소박한 제안
3. 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 _ 차라람보스 보라스
부록 1 파르테논 마블스의 현재 위치
부록 2 1816년 하원 의회 의사록
부록 3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파르테논 갤러리
이미지 저작권 및 출처
찾아보기
크리스토퍼 히친스 서문
1. 역사 속의 파르테논 _ 로버트 브라우닝
2. 엘긴 마블스 _ 크리스토퍼 히친스
파르테논 마블스가 흩어진 두 곳
- 파르테논이 태어난 아크로폴리스
- 파르테논 반쪽이 옮겨간 영국의 블룸즈버리
첫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뜯어내다
두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팔아먹다
첫 번째 논쟁, 그리스로 돌려보내야 한다
두 번째 논쟁, 영국에 두는 게 더 낫다
소박한 제안
3. 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 _ 차라람보스 보라스
부록 1 파르테논 마블스의 현재 위치
부록 2 1816년 하원 의회 의사록
부록 3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파르테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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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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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히친스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는 뛰어난 비평가이자 탁월한 논쟁가이며 진보적 지식인으로, 1949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교 발리올 칼리지에서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마틴 에이미스, 줄리언 반스, 제임스 펜턴과 교류했다. 조지 오웰, 도스토옙스키 등을 탐독하며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핵무기 등에 반대해 1960~1970년대 사회운동에 참여했다. 1965년 노동당에 합류했고 러시아혁명을 번역 소개한 피터 세지윅의 영향으로 트로츠키주의와 반스탈린주의에 심취했다. 《뉴 스테이츠먼》에서 일하면서 사회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그리스를 거쳐 1981년 미국으로 건너가 《네이션》, 《베니티 페어》 등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또 뉴욕 뉴스쿨의 교양학부 객원교수,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석좌교수를 지냈다. 영미 언론이 선정한 '100인의 지식인' 5위에 오른 그는 2011년 사망할 때까지 방송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수많은 칼럼과 에세이를 남겼다. 2007년에 쓴 칼럼으로 전미매거진상을 받았으며, 베스트셀러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 외에도 토머스 제퍼슨, 조지 오웰에 관한 작품을 포함해 《신 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Mortality》, 《논쟁Arguably》, 《리딩Reading》, 《자비를 팔다The Missionary Position》, 《키신저 재판The Trial of Henry Kissinger》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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