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할머니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
한규우 시산문집 『바람 할머니 산골에서 유럽으로 날다』. 저자의 삶을 아우르는 수필을 담아낸 책으로 일상을 아우르는 이야기들과 강원도 산골 표고버섯 농장주인인 저자의 신나고 붕붕거리는 유럽 여행체험기를 소개한다. 총 4부로 나누어 저자가 그동안 겪어온 삶의 굴곡과 철학이 담긴 수줍은 삶의 기록들을 펼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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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언제나 첫 머리에 "고르지 못한 계절에, 기체후 일향 만강 하옵시며, 가내 제절이 두루 평안 하온지요"라고 시작하는 줄만 알던 편지가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연필을 잡지 않고도 손가락 끝으로 뚜다다닥 두드리며 수많은 사연들을 쓸 수 있지만 또 다른 날들의 편지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요?
시간을 돌이켜 보다가 속상한 일, 반가운 소식, 그리운 마음, 해야 할 일들을 차분하게 구구절절 적다보면 속상하는 일은 누그러지고, 반갑던 일은 다시 떠올리며, 그리움은 더욱 사무치는 그런 감정들이 창호지에 들기름 배어들 듯 무게를 늘이던 편지…
도전과 경쟁의 순이 웃자라 나약하게 휘적이는 요즈음, '고르지 못한 날씨에 기체후 일향 만강 하옵시고 가내 제절이 두루 평안하시온지요.' 그런 편지 쓰는 사람과 만나고 싶습니다.
팔다리가 잘린 사람은 잘린 수족이 생시같이 아파서 그걸 환상통(幻想痛)이라고 한다지요. 어린 시절 빌려온 책을 몰래 읽다가 아궁이로 들어간 책은 저에게 환지통을 앓게 했습니다. 석유가 귀한 옛날이야 등잔에 기름이 닳을까 아끼느라 그랬다고 하지만 책에 대한 상처는 식구들 앞에서도 증세가 도져 책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학교 가고 남편이 출근하면 그제서야 도둑질하듯 아이들의 교과서에 빠져 혼자 책 연애를 하며 살았습니다.
집에서 혼자 마룻바닥을 걸레질로 훔치는데 TV 자막에 '대학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 모집 광고가 흘러갑니다. 그 순간 가슴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댔습니다. 나로서는 대단한 마음을 먹고 식구들 몰래 문예창작반에 등록을 했습니다.
다른 공부와는 달리 문예창작은 왜 도둑질하는 마음이 드는 걸까. 내 마음을 몰래 내다 파는 공부라는 죄책감이 또 마음을 괴롭혔습니다. 읽을 책은 많고 공부할 것도 많고 감추느라고 했는데 종종 남편 눈에 띄었던가 봅니다.
"당신 공부가 그렇게 좋아? 진즉에 공부하라고 할 걸 그랬네."
너무도 공부하고 싶고 읽고 싶은 책이 많았습니다. 여성회관에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영어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45년 만에 알파벳을 만나니 어찌나 좋던지요. 영어 선생님 말씀이 "한규우 씨는 영어가 남자였더라면 큰일 날 뻔 했겠다"고 농을 합니다.
[추천글]
1950년대, 바람벽에 붙은 신문지 속의 데보라 카와 잉그리드 버그만을 눈에 넣으면서 책읽기의 환지통을 앓았던 소녀는 아프면서 황홀히 성장한다. 이 땅과 나라 밖 혹은 몸과 몸 밖에 끼어 있는 문자살(文字煞)을 찾아 두루두루 두루룩 만행길에 나선 걸음이 부러웠다. 'Door Open no!' 이 초문법적 절규! 유럽 여행 중 프랑스 깔레역 화장실에 갇혀 내지른 절규는 삶의 매순간을 절정으로 살아낸 책주인만의 싱싱한 리비도였을 게다. 그래서 이 책은 '삼종지도(三從之道)'와 '기체후일양만강'의 도덕적 수압을 밀어낸 저자의 살림이자 몸살의 기록이요 그것의 수필적 맥질이다. 책의 결구로 읽히는 '시한부 밖에서 우리 정말 잘 살았어'라는 말은 나 같은 독자를 기술적으로 갈구는 할(喝)이요 찜질!방(棒)이다. 문득 사라질 삶의 어느 골목이 아리다.
―박세현(시인)
한규우는 내 친구다. 여성회관 중국어 반에서 만나 그이를 안 지가 15년이 가까운데 언제나 자신을 지나치게 낮추고 겸손해서 그이가 문학소녀인 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 어느 날 도서관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똑같이 빌려와 나는 뒤적거리다 말다 하는 중인데 그이는 밥도 굶은 채 앉은 자리에서 세 번을 읽고 일어나 다시 빌려봐야겠다고 말했을 때, 나는 열등감으로 뒤로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 뒤로 그런 일은 속출했다. 그이를 나 혼자만 차지한 시간 안에 이 산문이 녹아 있다. 웃음치료는 필요 없다. 그이의 이야기만 떠올리면 순도 100퍼센트의 웃음과 징한 감동으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찬물을 마시며 혼자 히죽거릴 테니. 사분사분 조곤조곤 나한테만 속삭인 한사코 숨기려는 이야기, 지금 발굴하지 않으면 안타까이 사라지고 말 오래된 미래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떠밀어낸다.
-박재연(시인)
목차
목차
1부 갈 꺾기 노래
개피떡 __ 13
괴물 B29 __ 15
피난 __ 17
미군이 태우던 폐기음식 __ 21
잦은 닭이 울도록 지경을 닫는다 __ 23
갈 꺾기 노래 __ 24
화장터에서 내뿜는 보랏빛 불꽃 __ 27
冊이라는 환지통 __ 30
맥질과 이영엮기 __ 32
농주 거르기 __ 35
정월 대보름 __ 37
대장간의 풀무질 구경 __ 40
밀껌 __ 42
가출 __ 44
임자 없는 나룻배 __ 48
결혼기념일 __ 50
물동이와 고무신 __ 52
보리타작 __ 54
2부 고추나무 향낭이 터지는 5월의 골짜기
여보! 우리 첩첩산중에서 살아볼까? __ 59
고라니야! 어서 빨리 도망가 __ 62
고추나무 향낭이 터지는 5월의 골짜기 __ 63
송아지만한 개 누렁이 __ 66
개밥 __ 70
장대비는 쏟아지는데 __ 73
누렁이의 짝짓기 __ 76
개집 안의 여왕폐하 __ 78
한밤중의 어우둘이 __ 80
염소 __ 83
누렁이는 외롭다 __ 84
누렁이의 에스코트 __ 86
꿩 좇던 개 하늘 바라보기 __ 88
산돼지 진상 __ 90
누렁이의 치매 __ 92
빨래를 널다가 __ 95
뱀 __ 97
부엉이 __ 98
자정의 낯선 손님 __ 100
연꽃 한 송이 __ 104
귀신은 있을까? __ 106
그 여름의 반딧불이 떼 __ 108
개집 들이받기 __ 110
개울물에 미역 감기 __ 111
푸념처럼 붉은 물은 우러난다 __ 114
혼령 같은 벼락 __ 117
우물이 있는 잣나무 숲 __ 121
자작나무 씨앗이 여물 때 __ 123
기억은 어디까지 소급되나? __ 126
첫서리 __ 128
할미새 __ 130
3부 생은 시한부, 혹은 덤
당신이 환갑이 되면, 나 당신에게 꼭 할 말이 있어 __ 135
딸애의 짐을 싣고 __ 141
말벌의 공격 __ 143
표고 자목과 하루 종일 부르스 __ 146
표고 접종 __ 150
화고와 동고 __ 153
못난이와 파치 __ 156
생활이 펄쩍펄쩍 뛰는 가락동 경매시장 __ 159
아무래도 뭐가 있어 __ 162
죽음과 마주앉아 __ 163
나를 사로잡은 문장들 __ 167
티베트 방랑에 서성이다 __ 173
새 이야기 __ 177
몸썰매 __ 180
십이 선녀탕 __ 183
모든 길은 정상으로 통한다 __ 186
잎을 조금만 내밀어 은밀하게 살아가는 __ 188
노인봉 __ 190
백령도 __ 193
지리산 __ 196
엄마! 이러면 안 되는데… __ 198
신동파 슛 골인 __ 201
나 홀로 등산 __ 203
잔전(殘錢) __ 206
구재골 옛집 __ 208
꽃 진 자리마다 모감주 열매 __ 210
청설모와 숨바꼭질 __ 211
더그우드 __ 213
너는 나간다 __ 214
나팔꽃 __ 216
시끌벅적 저무는 하루 __ 217
뱅뱅 __ 220
열흘은 살짝 미쳐도 좋다 __ 222
새벽녘 __ 224
길 보시 __ 225
사경하는 밤 __ 227
4부 세계일주 배낭여행
딸과 함께 배낭여행 __ 231
잘츠부르크(Salzburg)와 인스부르크(Innsbruck) __ 237
옥산 __ 243
쿠스코의 고산병 __ 246
키나발루 __ 249
흥분의 밤을 커튼 뒤에서 새우다 __ 254
싸파리 투어 __ 256
빠빠야를 먹는 아침 __ 258
이구아수에 함씬 젖다 __ 260
악마의 목구멍 __ 262
드넓은 벌판, 아르헨티나 __ 264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탱고 __ 266
정열의 삼바 __ 268
브라질에서 요하네스버그로 __ 269
매혹의 아프리카 __ 271
그랜드캐니언 __ 273
파나마 __ 276
빠르께 오마르에서 __ 278
붉은 사막에 세운 푸른 국가, 페루 __ 281
데카메론의 밤 __ 284
맺는말 편지 __ 286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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