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은 춥다(천년의시 113)
김순애 시집
김순애 시인의 시집 『발자국은 춥다』가 천년의시 0113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12년 『불교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매일시니어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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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집 『발자국은 춥다』에서 시인은 자연 세계를 섬세한 언어로 재현하면서 도시 문명의 일상성이 가닿을 수 없는 신비로운 풍경을 펼쳐낸다. 시인은 단순히 자연 대상물에 인격을 부여해 교훈을 자아내는 우화적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는다. 풀과 벌레와 돌과 인간이 모두 평등한 주체이자 한 몸이라는 물아일체 세계관을 내면화하여 인간의 눈물이 곧 자연의 눈물이고, 자연의 주름이 곧 인간의 주름인 상생 우주를 노래한다. 이처럼 시인은 물아일체의 세계관을 언어예술로써 풀어낼 때, 자연에서 분리되어 피폐하고 삭막해진 인간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해설을 쓴 이병철(시인, 문학평론가)의 말처럼 김순애의 시는 "자연물이 인간이 되는 의인화와 인간이 자연물이 되는 인간의 자연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샤면이 신과 인간을 매개하"듯이, 시인은 "인간에게 자연과의 협화음을 회복시켜 준"다. 이처럼 시인은 자연의 의인화를 통해 인간 사회가 회복해야 할 '더불어 삶'의 미덕을 제시하기도 하고, 인간의 식물화 과정을 형상화함으로써 인간의 실존적 한계와 그 너머의 초월에 대해 성찰하기도 한다. 이는 죽음이 곧 영원자연으로의 회귀라는 샤머니즘적 내세관과 불교의 윤회사상으로 이어지면서, 유한적 존재인 인간의 결핍과 부재가 시적 언어와 이미지로 나타나게 된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순장」이 대표적인데, "어머니의 삭은 뼈 같은 호미"를 땅에 묻고 "새로운 곡식이 싹 트"기를 기다리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이미지와 주술적 목소리가 어우러진 시인의 독특한 시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으며, 진한 시적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추천사를 쓴 박은정 시인의 말처럼, 김순애 시인의 첫 시집 『발자국은 춥다』는 "자연의 이미지들로 주술적 목소리를 담"아내며, "구체적 삶의 경험을 접목시키"고 "진정성을 획득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목차
목차
제1부
뒤란 꽃, 수선화 13
발자국은 춥다 14
순장 16
양파 18
그림자에게 말 가르치기 20
가려운 흔적 22
개구리 울음소리 24
아카시, 아가씨 26
낫 28
봄날, 순환펌프 30
노을 밥상 32
식물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34
붕붕거리는 처마 36
조약돌은 주름을 업어내고 38
따끔거리는 반찬 40
참새는 집을 짓지 않는다 42
'나가요!' 44
구멍 46
제2부
출산 49
죽음의 관람 50
라디오 52
용서의 기간 54
환산 56
그때는 몰랐다 58
회전 60
은행나무 장례식 62
빈집 64
풋마늘 뿌리 66
발자국 손님 68
숲 70
하늘의 순서 71
돌아간다 72
결심에서 쉰다 74
게 76
세 노인 78
가입주 80
제3부
며느리밑씻개 85
이제는 86
욕심 88
촉감 90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92
휘어지는 경계 94
풀이 자라는 쪽 96
누에의 잠 98
빈 마을 100
소용돌이 102
체 103
숲, 천막 104
창문 106
침묵의 구간 108
날개의 밤 110
제4부
녹내장 115
꽃 피는 수면 116
안개 국수 118
붉은 기일忌日 120
물이 바삭거릴 때 122
지붕 위에 사람들 124
외출 126
까치집 128
악산이 들어왔다 130
혈육 132
다듬이 소리 133
기와起臥 134
나무의 옹이 136
풍로 138
엇박자 140
저녁의 길들 142
푸른 갱지 한 장 144
해설
이병철 뒤란에서 벌어지는 매혹적인 제의祭儀 146
■시집 속의 시 한 편■
그림자에게 말 가르치기
뒤늦게 그림자 하나를 돌본다.
먼저 말을 가르쳐야 되겠다.
흐린 날을 가르치고
밤엔 쉴 수 있는 벽을 가르쳐야겠다.
그림자가 제일 잘 알아듣는 말은
가자! 라는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나를 따라 벌떡 일어서는 것을 보면
저도 믿을 사람
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쩌면 검은 너는
언젠가 나의 관이 될 수 있겠다.
누워서 뒤척거린다.
그건 내 그림자가 불편하다고
나를 움직이는 때
아직 오늘 할 말이 남았다고
나를 움직이는 때
아직 오늘 할 말이 남았다고
옆구리며 무릎을 쿡쿡 찌르는 것이다.
언젠간 너를 깔고
그 위에서 영원히 잠들겠지만
그래서
그때를 생각해서
너에게 말을 가르쳐야겠다.
저자
저자
2012년 『불교문예』로 등단.
매일시니어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불교문예, 중앙대문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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