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었다』는 중국을 대표하는 향토시 시인 톈허의 시집이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톈허는 간난(艱難)한 삶을 피해 대도시 우한(武漢)으로 이주. 그곳에서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시에서 찾게 된다. 본 시선집에 수록된 시들 역시 타향인 우한(武漢)에서 쓰인 것. ‘논밭의 벼’라는 뜻을 지닌 ‘톈허(田禾)’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시세계는 고향을 향한 부르짖음과, 그에 답하는 고향의 메아리, 이 두 개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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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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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토시의 대표적 시인 톈허!
피를 토하며 우는 듯한 대륙의 두견새 톈허 시인이 한국으로 날아 왔다.
『현대시』 지령 300호를 맞아 기획한 <월간 현대시 세계 시인선>의 첫 시작!
시인 톈허(田禾)는 중국을 대표하는 '향토시(鄕土詩)' 시인이다. 향토시란 농촌, 어촌, 방목지대를 포함하여 생활, 정서, 풍경 등을 주제로 하는 시 장르이다. 중국 각지에서는 수많은 시인들이 향토시를 쓴다고 한다. 오늘날 급속히 산업화되어 가고 있는 중국은 전 인구의 반 이상이 도시로 몰려들었는데, 그들은 내륙 깊숙한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달픔과 비애, 따뜻함과 그리운 기억을 통해 고향을 그리며 향토시를 읽는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시인이 바로 톈허이다.
톈허는 1964년 중국 후베이 성湖北省 다예 시大冶市에서 출생하여 1982년부터 시 창작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고향을 부르다』(2006) 등 11권이 있으며 루쉰문학상(魯迅文學賞)을 비롯하여 30여 개의 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5종류의 대학교 국어교재에 작품이 실려 있는 등 명실상부 현대 중국의 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중국작가협회 대표단, 후베이 성 작가협회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의 시 행사에 초청을 받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제4회 루쉰문학상, 제3회 화원청년시인상,
제1회 쉬즈모시가상, 스웨시가상, 후베이문학상, 굴원문학상 등
30여 개의 시문학상을 수상한 현대 중국의 대표 시인 톈허!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톈허는 간난(艱難)한 삶을 피해 대도시 우한(武漢)으로 이주. 그곳에서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는 힘을 시에서 찾게 된다. 본 시선집에 수록된 시들 역시 타향인 우한(武漢)에서 쓰인 것. '논밭의 벼'라는 뜻을 지닌 '톈허(田禾)'라는 필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시세계는 고향을 향한 부르짖음과, 그에 답하는 고향의 메아리, 이 두 개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하지만 톈허의 시세계를 단순히 전통적인 향토시, 망향시, 전원시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의 시들은 심오하면서도 활기 넘치는 호소력과, 시골 마을 특유의 정경을 구체적이면서도 생기 넘치게 묘사하고 있는데, 고향 땅의 토지와 생명을 하나로 결속시키면서도 현실적인 울임을 시 안에 녹이는 것을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창작 방식은 톈허를 중국 신향토시의 대표주자로 손꼽히게 하고 있다.
톈허의 시는 정경이 눈앞에 펼쳐진 듯 생생하고, 세밀한 묘사와 선연한 스토리로 가득하다. 이는 고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필사적으로 귀 기울였을 때만 가능한 일. 그에 더해 무한한 상상력과 상징성, 뛰어난 언어의 구사, 당시(唐詩)를 읽는 듯한 대구(對句)의 완성 등은 그의 시를 향토시에만 머무르지 않는 최고의 예술 시로 올려놓았다. 톈허가 중국 전통시의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이다.
[추천글]
그는 쓴다. 자신의 친족, 아버지, 사촌형과 둘째 숙모, 넷째 할머니, 아들의 행복한 새색시,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늙은 대장장이에 대해 쓴다. 밭 한구석의 항아리, 산사(山寺), 유채꽃, 8킬로미터의 산길에 대해 쓴다. 객지에 돈 벌러 온 노동자들을 위한 식당, 탄광 사고, 벽돌 쌓는 인부 그리고 미친 여자에 대해서도 쓴다. 그는 쓴다. 휘어진 가지, 굶주린 돌, 변방의 초원, 석양, 가을바람, 눈, 비 그리고 시마반(西馬坂) 언덕의 황혼에 대해서도 쓴다.
― 한쭤룽(韓作榮) 시인
최근 중국의 도시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늘어난 도시 인구의 대부분은 돈을 벌려고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이다. 주로 내륙 지방이나 교외에서 대도시로 흘러들어온다. 톈허의 시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몇 억 단위의 도시 이주민들이 고향을 떠올리며 톈허의 시를 읽는다. 그들은 톈허의 시에 공감하고 감동하며 위안을 받는다.
― 한성례 (시인, 번역가)
책속으로 추가
텃밭
아버지는 한 포기 배추처럼 하찮은 존재였다
때로는 서리 맞은 가지처럼 지쳐 있었다
내가 가장 또렷이 기억하는 부분은
아버지가 텃밭에서 일할 때
늘 엉덩이 부분에서 몸을 구부리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텃밭 옆을 흐르는 개울은
물이 지나는 길, 물은 낮은 데로 흐르다가
모퉁이를 만나면 굽어 흐르고 웅덩이가 있으면 가득 메운다
아버지는 쉴 새 없이 텃밭에서 잡초를 뽑고
개울에서 물을 끌어 밭에 댔다
호박꽃은 아버지가 흩뿌리는 물방울 아래서
연달아 가느다랗게 흔들렸다
어느새 작고 하얀 꽃을 피운 까치콩은 길어지고
호박은 커지고
사계절 동안
파란 부추는 한 무* 또 한 무 늘어났다
나는 몇 번인가 아버지를 따라 텃밭에 갔다
이따금 밭고랑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아버지가 나를 깨울 때면
시간은 이미 해 질 녘에 가까웠고
아버지는 잡초를 다 뽑은 뒤 다시 피망과
오이에 물을 주었다
나는 아버지를 따라 저녁놀 아래를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의 밀짚모자에는 방금 딴 까치콩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 무(畝) : 토지 면적을 나타내는 중국 재래식 단위. 1무는 666.7㎡로서 약 200평에 해당한다.
유수(流水)
강남*은 물로 이루어졌다 물로 이루어진 강남은 발길 닿는 곳마다 물이 흐른다
만 년 전에 흐른 물도 만 년 뒤에 흐를 물도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물은 산속 깊은 곳에서 흘러내려와 골짜기를 거쳐 흘러간다
물의 원천에서, 구름 꼭대기에서, 높은 산에서 흘러온다
어느 해인가 나는 헤이 아저씨**와 약초를 캐러 산에 들어갔다가
홀린 듯이 시냇물 소리를 따라 높은 산에서 산기슭까지 뛰어 내려가고 말았다
물은 계류를 따라 낮은 데서 더 낮은 데로 흘러내려가
산골짜기를 거쳐 사람 사는 평지까지 끝없이 흘러간다
말라붙어 가는 마을 연못을 가득 채우고 쉬지 않고 흘러내려
일군 지 오래되어 쑥과 누에콩이 무성한 반 무짜리 밭을 지나 옛 기름공장 터를 지나
돌연 물줄기가 꺾어져서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굽이치고
굽이치면서 유채밭과 몇 채의 가난한 집 뒤뜰을 지나간다
그 길에 몇 송이 들꽃과 가을 끝자락의 비를
끌어안아 사심 없이 키우더니
60센티미터 깊이로 불어난 마을 앞 작은 시내까지 흐른다
얼마간은 사람들이 나무통과 물 주전자로 그 물을 길어 올리고
얼마간은 농부가 끌어다 논밭에 대고 얼마간은 바로 누운 채
잔잔히 흘러간다
멀리 돌아온 물은 아무래도 고향으로 돌아가는가 보다
* 강남(江南) : 중국 양쯔강(揚子江) 이남 지역.
** 헤이 아저씨의 원어 : 黑.
아궁이
나는 그것을 아궁이라 말하지 않는다 큰 소리로 어머니라고 부른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처럼 시골의 가장 허름한 부엌에 눌러 살며
낮고 습한 지면에 엎드려 머리를 파묻고 있다
그 위에 놓인 두 개의 무쇠솥은 어머니의
몸과는 다른 곳에 있는 움푹 패인 유방
그것으로 아들딸들을 키워낸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금세 연기가 부엌 가득
피어올라 마치 어머니가 잿빛 옷을 입은 듯하다
불길은 그녀의 웃는 얼굴, 가족을 위해
물을 데우고 고구마를 찌고 밥을 짓는다 그 일이 기쁘다
어머니의 견실함 검소한 본분 따스한 마음 그것들은
그 모두를 내재한 불꽃으로 피어난다
여태껏 햇볕이나 비와 이슬조차 듬뿍 받지 못한 것을
그녀는 원망하지도 후회하지도 않는다
일상은 단순명료하다
녹슨 쇠젓가락이 거칠고 말라비틀어진 풀뿌리며 콩깍지를
그녀의 입에 넣어주지만 먹고 또 먹으면 풍미도 나오는 법이다
그녀는 말주변이 없다 가장 큰 언어는 냄비를 끓이는 일이다
옷 짓는 할머니
입동이 되면 언제나 할머니는 내가 겨우내 입을 솜 넣은
마고자 걱정을 하셨다
눈이 내리는 날에 내가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솜옷
할머니는 바늘과 실을 반짇고리에 넣어 늘 몸에 지니고 다니셨다
회색 천 반 단을 재단하면 바늘 끝에는 하얀 서리가 내리고
방문에 친 방한막은 서풍을 감싸 안았다
어두운 밤은 어두운 채 깊어가고
바늘 끝처럼 자그마한 등불은 자그마한 채 켜져 있다
그 계절 누이가 옆 마을 목수 자 씨*네
막내아들인 소목장이와 연애를 하고
6일 그날을 경사스러운 날로 정했다
빨간 대추를 상자 가득 채워 넣고 노새를 몰아 길을 재촉했다
누이가 시집을 갔다
할머니가 한 땀 한 땀 밤새 지은 결혼 예복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선 누이는 눈부시게 빛났다
할머니는 평생을 허름한 옷차림으로 사셨지만
바늘과 실만은 죽을 때까지 손에서 놓는 법이 없이
내 유년기를 짓고 또 짓고 꿰매고 또 꿰맸다
오래전 어느 해에 손으로 짰던 먼지가 뒤덮인 무명을
그때까지도 해 질 녘에, 그리고 잠 못 드는 어두운 밤에
꼼꼼히 꿰맸다
내가 꼭 아홉 살이던 어느 아침에
할머니는 문틀에 기댄 채
옷을 짓던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 자 씨의 원어 : 賈.
목차
목차
제1부
갈대늪 ㆍㆍㆍㆍㆍ 14
우리 유모 ㆍㆍㆍㆍㆍ 16
돌을 그리다 ㆍㆍㆍㆍㆍ 18
비를 긋는 풍경 ㆍㆍㆍㆍㆍ 20
고향을 부르다 ㆍㆍㆍㆍㆍ 22
석양 ㆍㆍㆍㆍㆍ 24
질그릇 ㆍㆍㆍㆍㆍ 25
휘어진 가지 ㆍㆍㆍㆍㆍ 26
미친 여자 ㆍㆍㆍㆍㆍ 27
넷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ㆍㆍㆍㆍㆍ 28
객지에 돈 벌러 온 노동자 식당을 지나가다 ㆍㆍㆍㆍㆍ 30
기차가 마을을 통과한다 ㆍㆍㆍㆍㆍ 31
거침없이 ㆍㆍㆍㆍㆍ 32
여름 밭 한구석의 항아리 ㆍㆍㆍㆍㆍ 33
바람이 불었다 ㆍㆍㆍㆍㆍ 34
볍씨 한 톨 ㆍㆍㆍㆍㆍ 36
유채꽃 ㆍㆍㆍㆍㆍ 37
살구꽃 ㆍㆍㆍㆍㆍ 38
탄광 사고 ㆍㆍㆍㆍㆍ 40
텃밭 ㆍㆍㆍㆍㆍ 42
땅 ㆍㆍㆍㆍㆍ 44
제2부
산에 오르다 ㆍㆍㆍㆍㆍ 46
내년 ㆍㆍㆍㆍㆍ 48
송강 ㆍㆍㆍㆍㆍ 50
중년 농부 ㆍㆍㆍㆍㆍ 52
개 짖는 마을 ㆍㆍㆍㆍㆍ 53
춘삼월 ㆍㆍㆍㆍㆍ 54
복원 ㆍㆍㆍㆍㆍ 56
고난 ㆍㆍㆍㆍㆍ 58
아침밥을 사러 나온 객지에 돈 벌러 온 노동자 ㆍㆍㆍㆍㆍ 59
아담한 집을 갖고 싶다 ㆍㆍㆍㆍㆍ 60
조각배를 타다 ㆍㆍㆍㆍㆍ 62
헤이투 ㆍㆍㆍㆍㆍ 63
채광기와 두 장 ㆍㆍㆍㆍㆍ 64
어느 작은 마을의 오래된 거리 ㆍㆍㆍㆍㆍ 65
제3부
유수(流水) ㆍㆍㆍㆍㆍ 72
포도덩굴시렁 아래 ㆍㆍㆍㆍㆍ 74
집에 가자 ㆍㆍㆍㆍㆍ 75
형제의 분가 ㆍㆍㆍㆍㆍ 76
물고기 양식 ㆍㆍㆍㆍㆍ 78
오늘밤에 뜬 달 ㆍㆍㆍㆍㆍ 80
사촌누이 뤄퉈핑 ㆍㆍㆍㆍㆍ 82
오후 ㆍㆍㆍㆍㆍ 84
오지그릇 ㆍㆍㆍㆍㆍ 85
여러 마을을 다녀왔다 ㆍㆍㆍㆍㆍ 86
장작 패는 큰형 ㆍㆍㆍㆍㆍ 88
고구마 캐는 노인 ㆍㆍㆍㆍㆍ 90
그때 나는 아직 어렸다 ㆍㆍㆍㆍㆍ 92
장한평원 ㆍㆍㆍㆍㆍ 94
아궁이 ㆍㆍㆍㆍㆍ 96
황학루에 오르다 ㆍㆍㆍㆍㆍ 98
초원의 밤 ㆍㆍㆍㆍㆍ 100
나무 심기 ㆍㆍㆍㆍㆍ 102
바다 위의 어화 ㆍㆍㆍㆍㆍ 103
복숭아꽃 마을 ㆍㆍㆍㆍㆍ 104
가오핑의 마을에 머물다 ㆍㆍㆍㆍㆍ 106
종 ㆍㆍㆍㆍㆍ 108
해바라기 ㆍㆍㆍㆍㆍ 110
길을 쓰는 레이오프 여성 노동자 ㆍㆍㆍㆍㆍ 111
집에 가는 길 ㆍㆍㆍㆍㆍ 112
석탄장수 노인 ㆍㆍㆍㆍㆍ 114
맞은편 공사현장의 피리소리 ㆍㆍㆍㆍㆍ 115
절름발이 추 씨 ㆍㆍㆍㆍㆍ 116
선농타이의 안개 ㆍㆍㆍㆍㆍ 118
벼랑가 오두막집 ㆍㆍㆍㆍㆍ 120
옷 짓는 할머니 ㆍㆍㆍㆍㆍ 122
선녀산 초원 ㆍㆍㆍㆍㆍ 124
톈허의 시세계
전환기의 메아리 ㆍㆍㆍㆍㆍ 127
뿌리를 내리고 잎을 무성케 하는 시인, 톈허 ㆍㆍㆍㆍㆍ 131
고향을 부르다, 마음속 희로애락을 외치다 ㆍㆍㆍㆍㆍ 137
출전일람 152
옮긴이의 말 154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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