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마이노리티시선 45)
ㄱ의 자식들 시집
시모임 [ㄱ의 자식들]의 첫 시집 『ㄱ』. 각자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강수경, 김태일, 김정현, 이록현, 서윤선, 선우원, 최영식, 한민규 8명이 모인 이들은 서로 만나 추천한 8편의 시를 읽고 다시 짧은 형식의 시로 그 감흥을 옮겨 보기도 하고, 각자의 자작시들을 들여다보고 벗겨 보고 서로 담아 나눠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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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성완경, 「발문ㆍ'ㄱ의 자식들'의 첫 독자가 쓰는 글」
출간의 의미
마흔 다섯 번째 마이노리티 시선으로 시모임 〈ㄱ의 자식들〉의 첫 시집 『ㄱ』이 출간되었다.
우리 시모임 'ㄱ의 자식들'은 어느 봄날, 이록현의 "그냥 우리 같이 시 써볼까요?"로 시작되었다. 각자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강수경, 김태일, 김정현, 이록현, 서윤선, 선우원, 최영식, 한민규 8명이 모여 "그러지, 뭐"로 詩作이 되었다.
'ㄱ'으로 시작되는 자음들의 자식이기도 한 언어들은 점점 뭉뚝해지거나 날카로워지고 있다. 삶의 무게로 등은 자꾸 'ㄱ'을 닮으려 한다. 각자의 방식대로 얼어붙거나 굳어진 언어에 군불을 지피거나 그것을 불려 왔다. 서로 만나 추천한 8편의 시를 읽고 다시 짧은 형식의 시로 그 감흥을 옮겨 보기도 하고, 각자의 자작시들을 들여다보고 벗겨 보고 서로 담아 나눠 가졌다. 시를 핑계로 만나고, 만남을 핑계로 시를 썼다.
그렇게 모인 시로 2014년 겨울 [우체시 : 우애한 詩체놀이]라는 자작시 전시회를 열었다. 작년 전시회 때 갈무리 출판사의 권유로 올해는 시집을 내기로 했다. 잘 썼든 잘 못 썼든 우리의 시간과 기억들을 드러낸다. 우리 밖의 이웃들에게 『ㄱ』이라는 시집으로 조심스레 말을 건네 본다.
- 최영식 (마을 활동가, 시인)
책속으로 추가
「'ㄱ의 자식들'의 첫 독자가 쓰는 글」 - 예술ㆍ미학평론가 성완경의 발문 중에서
최영식의 경우 … 문래동이라는 장소성(철공소 동네의 쇳가루 냄새나는 어둡고 좁은 골목길과 그 속의 낮과 밤의 분위기!)과 6년 전 정년퇴직 후 성공적인 '인생이모작'의 삶을 일구어나가고 있는 늘-청 씨의 삶의 연륜과 체취가 묻어나는 시다. (166쪽)
「시간도둑」은 러브정현러브(김정현의 필명)의 작품 … 이 시는 동일한 제명 아래 두 개의 대칭 구조가 서로를 반사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공간 속의 매끄러운 움직임과 시공간의 빠른 전환이 빼어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169~170쪽)
나는 선우원의 「발렌타인」과 「금은보화」가 편안한 호흡과 노래 부르기 같은 율동으로 시 쓰기-시 읽기의 본질적 덕성과 삶의 보편적 광휘를 담뿍 뿜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172쪽)
김태일의 경우는 이것이 「환생」이나 「하루만의 이별」 같은 애틋한 부부의 정으로 변주되며 재확인된다. 김태일의 시에서 나는 전반적으로 매우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발견한다.(174쪽)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한민규는 자기 직업의 자의식을 웅얼거리거나 자신의 삶에 대한 내적 성찰을 토해내기도 한다...."C로 시작해서 나를 생각한다"로 시작하는 그의 「길 2」는 말하자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기 성찰을 담은 시라고 하겠는데 오르내리는 삶의 부침과 굴곡들이 마치 오선지 위의 음표들처럼 오르내린다.(178쪽)
서윤선의 시는 세계사적 지식들과 뉴스들과 현대의 신화들을 마치 랩 가사처럼 숨가쁜 서사로 토해내며 그 갈피갈피에 서정적 로망이나 트랜디한 생태적 사유 혹은 정치 비평도 끼워넣는다.(181쪽)
강수경의 시들은 아마도 이 시집 전체에서 가장 직설적으로, 슬프고 절망적이고 도발적인 톤으로 자신의 주변에 대해 특히 가족 관계의 현실과 그 폭력성에 대해 발언하는 시다. 따지고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하고 리얼한 토픽이 될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184쪽)
시각예술가이자 시인으로 이록현의 작업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그리고 깊은 특징으로 감지되는 것은 우선 세상을 보는 시선이다. 곧 세상에 대해 품는 감정이나 태도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작은 것, 낮은 것, 연약한 것에 대한 공감적이고 참여적인 감정이다.(187~188쪽)
대표시
「접히다」
최영식
마지막으로 프레스가 트럭에 실려 나갔다. 점.멸.점.멸.
그의 삶도 묶인 끈에 엉켜 질질 끌려가고 있다.
비는 내리고 내뿜는 담배 한 모금에 뿌연 서리가 내린다.
빗방울은 오늘도 사선으로만 들이친다.
누렇게 바랜 고지서, 견적서, 야식 전단, 도면들 위에
굵은 신발 자국들이 지그재그로 소인처럼 찍혀 이리저리
휘몰리고, 뒹굴고, 비는 내리고 -
휙 - 허공으로 새처럼 날아오르는 검은 비닐봉지,
헛바람이라도 불어넣어 날아오르던 그런 때가 있었다.
삶의 무게만큼 휘어진 등뼈, 삶의 밀도만큼 두터워진
손바닥, 삶의 고통만큼 나빠진 시력, 뭉텅이 채 뽑혀나간
머리칼, 지렁이처럼 튀어나온 힘줄, 깊게 팬 이마의 등고선,
퀭한 공간에 그는 [ㄱ]자로 접혀 있다.
00 공업사 간판도 비에 젖고, 플라타너스 잎은 이리저리
바람에 내몰리고, 검버섯 같은 각질도 마침내 흔들리고 …
비는 점점 세차게 긋고 있다.
물웅덩이에 쓸개즙같이 진한 구리스에서 천연덕스럽게
무지개가 피어나고 있다.
참 지랄 맞다. 멸.멸.멸,점.점.점
「39」
이록현
벌써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H
그렇게 잠시 기다리던 H는
웃어야 할 때를 모르는 사람 보듯 한다
나는 누가 먼저 웃어버린 웃음을 두고
나를 세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항상 이렇진 않다는 얘기다
많은 다른 이야기들에선 데구루루 구르기도 하니까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
혁명
너는 한때 장미 나무를
가진 아이였다
그것도 하얀 장미 나무를
붉은 장미를 책에서 배우기도 전에
흰빛에서 나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매움의 향을
처음 배우고
여러 겹의 뺨을 쓸어보다
잎 아래 가시로
각인을 배웠다
까마득한 저 건너편엔
흰 낯으로 붉은 향을 뿜던 나무와
무릎으로 빨간 맥을 뛰었던 네가
함께 서 있다
라는 이야기
「태양의 유효기간」
김태일
굴참나무 단단한 장작을 불태운다.
굴참나무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몇십 번 뜀박질하는 동안
쌓고 또 쌓은 자기 안의 태양 빛을
흰 연기가 걷히자 뿜어낸다.
굴참나무가 어느새 제 어미인 태양을 닮아
타오르는 태양이 된다.
내 안의 태양은 얼마나 유효기간이 남았느냐?
목차
목차
으뭉하다
철들다
외롭다
접히다
짠하다
새나가다
뒤바뀌다
다니다
떨궈지다
죽다
선우원
발렌타인
진주
금은보화
Au Schlusselad
창
주벽
왕래
Carte postale
김태일
박쥐
귀뚜라미 클럽데이
여우비와 갈비냄새
파도와 엉터리 화가
환생還生
푸른 바다거북을 영결永訣하며
하루만의 이별
오대산
태양의 유효기간
진부령
이록현
오래된 납득
만물의 걸음걸이
여섯 개의 사물시
구원
익사
39
공깃돌
떨구는 시간
오늘
녹색 해변
장애자
다채로운 틀
러브정현러브
가을나비
시간도둑
시간도둑
석정리집
콧수염
소나기 한 잔
우기
웃음은 나의 힘
한민규
길
노래 2
길 2
DV8 : 이상한 날
나는 알고 있다
뜨거운 안녕
베토벤 현악4중주 15번
거짓말
강수경
자랑
붉은 눈썹
내 가죽 내 가족
말값
서윤선
San tiago
친구여 내가 죽거든
지구에 박힌 돌
장인의 소파1
장인의 소파2
불의 배
파키스탄으로 떠난 여인
다시 이 땅에 태어나 - 공깃돌答歌
조약돌
해설 ㆍ 각자의 시편들로 구축한 작은 공통체 이성혁 (문학평론가)
발문 ㆍ 'ㄱ의 자식들'의 첫 독자가 쓰는 글 성완경 (미학ㆍ예술평론가)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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