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과 소리사이(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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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구체를 시조의 형식으로 직조하다
지나온 날들의 기억, 시조의 소리가 되어 돌아오다
김인숙 시인의 『소음과 소리 사이』는 지나온 삶의 기억과 일상의 풍경,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조의 언어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두 번째 시집 『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시집 출간은 멈추었던 시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내놓는 시조집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스토리가 있는 생활시, 서정성 있는 현실 참여시'라고 말한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사건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감정,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에서 시의 소재를 찾는다.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과 세대, 나이 듦과 돌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번 시집에는 한 사람의 생애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교사이자 며느리·아내·어머니로 살아온 세월, 자녀와 손주를 바라보는 마음, 나이 들어가며 다시 마주하게 되는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평범한 하루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까지 삶의 크고 작은 장면들이 시조가 된다.
「미완성 초상화」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얼굴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온 딸의 오랜 그리움을 담는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을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 의지해 마음속으로 그려온 세월은, 어머니의 한마디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초상으로 완성된다. 개인의 가족사이면서 전쟁이 한 사람의 삶에 남긴 긴 흔적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표제작 「소음과 소리 사이」에서는 도시를 떠나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시인이 닭 울음과 새소리, 송아지 울음, 강아지 짖는 소리와 개구리 합창이 뒤섞인 시골의 하루를 만난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소리가 존재하지만 시인이 받아들이는 감각은 다르다. 작품은 사람이 만들어낸 소음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대비하며 삶의 환경과 그 안에서 달라지는 마음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초보」에서는 전원생활과 농사의 시행착오가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잡초인 줄 알고 콩 싹을 뽑고, 빨리 키우고 싶은 마음에 거름을 많이 준 해바라기를 죽게 하면서 시인은 '급히 가도 아니 되고 쉽게 가도 안 되는' 삶의 보폭을 배운다. 새로운 길 앞에서는 누구나 초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생활 속 작은 경험을 통해 펼쳐진다.
시선은 가족과 세대의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손녀와 함께 낮잠에 빠져드는 순간을 담은 「우화」에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의 사랑이, 「고희 즈음에」에는 하나둘 줄어드는 동창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세월의 무게가 담겼다. 「나도 할머니」와 「양날의 검」에서는 노모와 노년, 장수의 이면을 바라보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돌봄과 나이 듦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소음과 소리 사이』가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는 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 수난시대」와 「말의 뼈」 등에서는 인구와 가족 형태의 변화, 사회 현실과 사람의 말에 대한 시인의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생활 가까이에서 출발한 시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동시대의 풍경으로 확장되는 대목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작 노트에서 자신의 작품 가운데 몇 편을 직접 골라 그 시가 태어난 배경을 들려준다. 잘 쓴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시조'이기 때문에 골랐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뒤에는 실제로 살아낸 시간과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자리한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시조로 읽어보는 오래전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시조와 함께해온 김인숙은 어렵게 에둘러 말하기보다 이야기를 따라가듯 읽히면서도 읽은 뒤 생각할 여백이 남는 시를 지향한다. 생활 속 구체적인 경험을 시조의 짧고 절제된 형식에 담아온 그의 작품에서는 지나온 삶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함께 흐른다.
『소음과 소리 사이』에는 한 사람의 오래된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할머니와 손녀, 젊은 날과 노년, 상실과 그리움, 고단했던 시간과 뒤늦게 발견한 일상의 행복이 서로 이어져 있다. 지나온 날들의 기억은 시조가 되어 다시 말을 건넨다. 김인숙의 개인적인 일기장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어느새 한 세대가 지나온 시간과 포개지고, 독자에게도 자신의 삶 속 오래된 기억을 돌아보게 한다.
지나온 날들의 기억, 시조의 소리가 되어 돌아오다
김인숙 시인의 『소음과 소리 사이』는 지나온 삶의 기억과 일상의 풍경,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조의 언어로 담아낸 작품집이다. 두 번째 시집 『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이후에도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시집 출간은 멈추었던 시인이 약 20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내놓는 시조집이다.
시인은 자신의 시를 '스토리가 있는 생활시, 서정성 있는 현실 참여시'라고 말한다. 특별하거나 거창한 사건보다 자신이 직접 보고 겪은 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감정,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에서 시의 소재를 찾는다.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가족과 세대, 나이 듦과 돌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번 시집에는 한 사람의 생애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교사이자 며느리·아내·어머니로 살아온 세월, 자녀와 손주를 바라보는 마음, 나이 들어가며 다시 마주하게 되는 부모와 친구들, 그리고 평범한 하루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행복까지 삶의 크고 작은 장면들이 시조가 된다.
「미완성 초상화」는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얼굴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온 딸의 오랜 그리움을 담는다.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아버지의 얼굴을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 의지해 마음속으로 그려온 세월은, 어머니의 한마디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초상으로 완성된다. 개인의 가족사이면서 전쟁이 한 사람의 삶에 남긴 긴 흔적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다.
표제작 「소음과 소리 사이」에서는 도시를 떠나 새로운 터전에 정착한 시인이 닭 울음과 새소리, 송아지 울음, 강아지 짖는 소리와 개구리 합창이 뒤섞인 시골의 하루를 만난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소리가 존재하지만 시인이 받아들이는 감각은 다르다. 작품은 사람이 만들어낸 소음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대비하며 삶의 환경과 그 안에서 달라지는 마음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초보」에서는 전원생활과 농사의 시행착오가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잡초인 줄 알고 콩 싹을 뽑고, 빨리 키우고 싶은 마음에 거름을 많이 준 해바라기를 죽게 하면서 시인은 '급히 가도 아니 되고 쉽게 가도 안 되는' 삶의 보폭을 배운다. 새로운 길 앞에서는 누구나 초보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생활 속 작은 경험을 통해 펼쳐진다.
시선은 가족과 세대의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손녀와 함께 낮잠에 빠져드는 순간을 담은 「우화」에는 할머니와 손녀 사이의 사랑이, 「고희 즈음에」에는 하나둘 줄어드는 동창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세월의 무게가 담겼다. 「나도 할머니」와 「양날의 검」에서는 노모와 노년, 장수의 이면을 바라보며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돌봄과 나이 듦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소음과 소리 사이』가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는 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 수난시대」와 「말의 뼈」 등에서는 인구와 가족 형태의 변화, 사회 현실과 사람의 말에 대한 시인의 시선도 만날 수 있다. 생활 가까이에서 출발한 시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동시대의 풍경으로 확장되는 대목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의 시작 노트에서 자신의 작품 가운데 몇 편을 직접 골라 그 시가 태어난 배경을 들려준다. 잘 쓴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잊고 싶지 않은 시조'이기 때문에 골랐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뒤에는 실제로 살아낸 시간과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자리한다. 시인이 이번 시집을 '시조로 읽어보는 오래전의 일기장'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랜 시간 시조와 함께해온 김인숙은 어렵게 에둘러 말하기보다 이야기를 따라가듯 읽히면서도 읽은 뒤 생각할 여백이 남는 시를 지향한다. 생활 속 구체적인 경험을 시조의 짧고 절제된 형식에 담아온 그의 작품에서는 지나온 삶을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함께 흐른다.
『소음과 소리 사이』에는 한 사람의 오래된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할머니와 손녀, 젊은 날과 노년, 상실과 그리움, 고단했던 시간과 뒤늦게 발견한 일상의 행복이 서로 이어져 있다. 지나온 날들의 기억은 시조가 되어 다시 말을 건넨다. 김인숙의 개인적인 일기장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어느새 한 세대가 지나온 시간과 포개지고, 독자에게도 자신의 삶 속 오래된 기억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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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기억의 지층에 새겨진 생의 흔적, 시조로 되살아나다
쉽게 읽히되 가볍지 않은 시, 삶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야기
김인숙의 시조는 삶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재를 찾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 교실과 집,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 부모와 자식, 손주와 함께하는 시간까지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시를 길어 올린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 편을 읽으면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한 장면을 지나면 그 뒤에 놓인 시간이 따라온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스토리가 있는 생활시, 서정성 있는 현실 참여시'라고 말한다. 이 말은 『소음과 소리 사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다. 생활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개인적인 추억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라본다고 해서 목소리를 앞세우지도 않는다. 자신이 직접 겪고 바라본 구체적인 삶에서 출발해 가족과 세대, 노년과 돌봄, 변화하는 사회의 풍경으로 시선을 넓혀간다.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다져온 시조에 대한 태도가 있다. 나래시조 초대 회장 정석주 시인의 권유로 현대시조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김인숙은 작품을 쓰고 고치는 오랜 습작의 시간을 거쳤다. 이후 백수 정완영 시인에게 시조와 문학인의 자세를 배우며 자신의 시세계를 다져왔다. 정완영 시인은 "두 번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시는 생명이 없는 시다. 쉽게 쓰되 격조 있게 쓰고 독자들이 한 번쯤 생각할 여백을 남겨두라"고 가르쳤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 않고, 읽은 뒤에는 생각할 자리를 남겨야 한다는 이 가르침은 김인숙이 시조를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소음과 소리 사이』의 언어 역시 지나치게 꾸미거나 어렵게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생활의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시조라는 정형 안에서 말을 덜어내고, 짧은 시편 너머에 독자가 머물 여백을 남긴다.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시조의 절제된 형식을 만나면서 일상의 한 장면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으로 바뀐다.
그의 작품에는 한 사람이 여러 세대를 통과하며 얻은 시선도 배어 있다.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으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가정에서는 며느리이자 아내, 어머니로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노모를 바라보는 딸이면서 손주를 품는 할머니가 됐다. 삶에서 맡은 자리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나이 듦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회고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 날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을 뒤늦게 이해하고, 평범하다고 여겼던 하루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다. 부모와 자식, 할머니와 손녀, 젊은 날과 노년의 시간이 한 권 안에서 서로를 비추며 이어진다.
두 번째 시집 『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이후 다시 한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한때 시집 출간 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더 이상 시집을 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조와의 인연까지 놓은 것은 아니었다. 작품을 쓰고 문학 활동을 이어가며 긴 시간을 건너왔다. 그런 의미에서 『소음과 소리 사이』는 단순히 오랜만에 펴낸 신간에 머물지 않는다. 지나온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시조와 함께해온 시간에 하나의 매듭을 짓는 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작품을 '시조라는 형식을 빌려 일기처럼 짠 시조'라고 표현한다. 그 말처럼 작품의 출발점에는 실제로 살아낸 시간과 기억이 놓여 있다. 전쟁으로 얼굴조차 알지 못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희생, 교직과 가정을 오가며 보낸 젊은 날, 자녀와 손주, 늙어가는 부모와 친구들,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배워가는 생활까지 한 사람의 생애가 여러 모습으로 스며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개인의 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기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의 기억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부모를 떠올리고, 지나간 젊은 날을 돌아보고, 나이 들어가는 친구와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의 오래된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표제작 「소음과 소리 사이」가 보여주듯 시인은 거창한 사건보다 생활 속에서 몸으로 느끼고 발견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만난 닭 울음, 새소리, 송아지 울음과 개구리 소리는 단순한 전원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만들어낸 소음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 경험은 시인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이어진다. 익숙했던 것을 다시 바라보고, 평범했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이다.
『소음과 소리 사이』는 화려한 언어보다 오래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집이다. 쉽게 읽히지만 한 번쯤 멈추어 생각하게 하고, 개인의 기억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우리 삶의 한 장면과 만난다. 김인숙의 시조가 들려주는 것은 거창한 삶의 해답이 아니다. 지나온 날들을 가만히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무심히 지나쳤던 평범한 하루가 품고 있던 삶의 깊이다.
쉽게 읽히되 가볍지 않은 시, 삶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이야기
김인숙의 시조는 삶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재를 찾지 않는다. 가족과 이웃, 교실과 집, 나이 들어가는 친구들, 부모와 자식, 손주와 함께하는 시간까지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시를 길어 올린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다. 한 편을 읽으면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한 장면을 지나면 그 뒤에 놓인 시간이 따라온다.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스토리가 있는 생활시, 서정성 있는 현실 참여시'라고 말한다. 이 말은 『소음과 소리 사이』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다. 생활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개인적인 추억에만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바라본다고 해서 목소리를 앞세우지도 않는다. 자신이 직접 겪고 바라본 구체적인 삶에서 출발해 가족과 세대, 노년과 돌봄, 변화하는 사회의 풍경으로 시선을 넓혀간다.
그 바탕에는 오랜 시간 다져온 시조에 대한 태도가 있다. 나래시조 초대 회장 정석주 시인의 권유로 현대시조를 본격적으로 익히기 시작한 김인숙은 작품을 쓰고 고치는 오랜 습작의 시간을 거쳤다. 이후 백수 정완영 시인에게 시조와 문학인의 자세를 배우며 자신의 시세계를 다져왔다. 정완영 시인은 "두 번 읽어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시는 생명이 없는 시다. 쉽게 쓰되 격조 있게 쓰고 독자들이 한 번쯤 생각할 여백을 남겨두라"고 가르쳤다. 쉽게 읽히면서도 가볍지 않고, 읽은 뒤에는 생각할 자리를 남겨야 한다는 이 가르침은 김인숙이 시조를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소음과 소리 사이』의 언어 역시 지나치게 꾸미거나 어렵게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생활의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시조라는 정형 안에서 말을 덜어내고, 짧은 시편 너머에 독자가 머물 여백을 남긴다. 실제 경험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시조의 절제된 형식을 만나면서 일상의 한 장면은 삶을 돌아보게 하는 순간으로 바뀐다.
그의 작품에는 한 사람이 여러 세대를 통과하며 얻은 시선도 배어 있다. 30년 넘게 교직에 몸담으며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가정에서는 며느리이자 아내, 어머니로 살아왔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노모를 바라보는 딸이면서 손주를 품는 할머니가 됐다. 삶에서 맡은 자리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나이 듦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하는 회고에 머물지 않는다. 젊은 날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마음을 뒤늦게 이해하고, 평범하다고 여겼던 하루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다. 부모와 자식, 할머니와 손녀, 젊은 날과 노년의 시간이 한 권 안에서 서로를 비추며 이어진다.
두 번째 시집 『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이후 다시 한 권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약 20년이 걸렸다. 한때 시집 출간 과정에서 받은 상처로 더 이상 시집을 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시조와의 인연까지 놓은 것은 아니었다. 작품을 쓰고 문학 활동을 이어가며 긴 시간을 건너왔다. 그런 의미에서 『소음과 소리 사이』는 단순히 오랜만에 펴낸 신간에 머물지 않는다. 지나온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시조와 함께해온 시간에 하나의 매듭을 짓는 책이기도 하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작품을 '시조라는 형식을 빌려 일기처럼 짠 시조'라고 표현한다. 그 말처럼 작품의 출발점에는 실제로 살아낸 시간과 기억이 놓여 있다. 전쟁으로 얼굴조차 알지 못한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의 희생, 교직과 가정을 오가며 보낸 젊은 날, 자녀와 손주, 늙어가는 부모와 친구들, 새로운 터전에서 다시 배워가는 생활까지 한 사람의 생애가 여러 모습으로 스며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개인의 일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의 기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독자의 기억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부모를 떠올리고, 지나간 젊은 날을 돌아보고, 나이 들어가는 친구와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가의 오래된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자신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표제작 「소음과 소리 사이」가 보여주듯 시인은 거창한 사건보다 생활 속에서 몸으로 느끼고 발견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새로운 터전에서 만난 닭 울음, 새소리, 송아지 울음과 개구리 소리는 단순한 전원 풍경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이 만들어낸 소음과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된 경험은 시인이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도 이어진다. 익숙했던 것을 다시 바라보고, 평범했던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시선이다.
『소음과 소리 사이』는 화려한 언어보다 오래 살아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집이다. 쉽게 읽히지만 한 번쯤 멈추어 생각하게 하고, 개인의 기억으로 시작하지만 어느새 우리 삶의 한 장면과 만난다. 김인숙의 시조가 들려주는 것은 거창한 삶의 해답이 아니다. 지나온 날들을 가만히 돌아볼 때 비로소 보이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무심히 지나쳤던 평범한 하루가 품고 있던 삶의 깊이다.
목차
목차
자서自序 ㆍ 5
1부 미완성 초상화
연밭 ㆍ 13
소록도 연가 ㆍ 14
비목 ㆍ 15
민 머루*에서 낙조를 보다가 ㆍ 16
고향은 지금 ㆍ 17
11월의 오후 세 시 ㆍ 18
갈대 ㆍ 19
당신의 봄날은? ㆍ 20
매창을 그리며 ㆍ 21
해바라기의 항변 ㆍ 22
일본을 엿보다 ㆍ 23
장조카 ㆍ 24
도시 탈출기 ㆍ 25
미완성 초상화 ㆍ 26
쌍무지개 뜬 언덕 ㆍ 27
고향의 맛 ㆍ 28
2부 살다가 기막히면
파열음 ㆍ 33
위로가 필요하다 ㆍ 34
고사목 ㆍ 35
극락 암에 오르다 ㆍ 36
생명이 긴-말 ㆍ 37
등잔 밑 ㆍ 38
순명 · 39
수수께끼, 그리고 소망 ㆍ 40
판소리 '선상님던' ㆍ 41
살다가 기막히면 ㆍ 43
거미 ㆍ 44
불청객 · 45
창 밝은 집 ㆍ 46
뉘가 된 사내 ㆍ 47
백지장 차이 ㆍ 48
신의 우화羽化 ㆍ 49
3부 할머니 수난 시대
억새 ㆍ 53
다시, 뿌리내리기 ㆍ 54
우문현답 ㆍ 55
소음과 소리 사이 ㆍ 56
초보 ㆍ 57
부끄러운 손 ㆍ 58
새댁 ㆍ 59
우수 무렵 ㆍ 60
반란 ㆍ 61
협곡을 지나며 ㆍ 62
우화 羽化 ㆍ 63
할머니 수난시대 ㆍ 64
모두가 덤 ㆍ 65
향기 없는 방 ㆍ 66
옆 지기 ㆍ 67
향일 암을 오르며 ㆍ 68
4부 고희 즈음에
어처구니와 맷돌 ㆍ 73
고희 즈음에 ㆍ 74
산다는 것은 ㆍ 75
복병 ㆍ 76
꽃으로 피라시면 ㆍ 77
수저 이야기 ㆍ 78
민달팽이 ㆍ 79
말의 뼈 ㆍ 80
상강 아침 ㆍ 81
쿼바디스 ㆍ 82
시답잖다 ㆍ 83
텃밭 일기 2 ㆍ 84
엄마 아닌 내 엄마 ㆍ 86
백중날 만난 할머니 ㆍ 87
초보 농부의 가을 ㆍ 88
폐가와 감나무 ㆍ 89
5부 그래도 봄은 온다
가랑잎 안부 ㆍ 93
처서, 그 무렵 ㆍ 94
이슬 ㆍ 95
꼬리 자르기 ㆍ 96
그래도 봄은 온다 ㆍ 97
나도 할머니 ㆍ 98
헛소리 ㆍ 99
내 손안에 골프 ㆍ 100
양날의 검 ㆍ 101
이음동의어 ㆍ 102
알곡은 어디가고 ㆍ 103
소란스러운 봄 ㆍ 104
천천히 가자 ㆍ 105
아파트와 항아리 ㆍ 106
데칼코마니 ㆍ 107
밥하기 싫은 날 ㆍ 108
■ 시작노트 ㆍ 109
1부 미완성 초상화
연밭 ㆍ 13
소록도 연가 ㆍ 14
비목 ㆍ 15
민 머루*에서 낙조를 보다가 ㆍ 16
고향은 지금 ㆍ 17
11월의 오후 세 시 ㆍ 18
갈대 ㆍ 19
당신의 봄날은? ㆍ 20
매창을 그리며 ㆍ 21
해바라기의 항변 ㆍ 22
일본을 엿보다 ㆍ 23
장조카 ㆍ 24
도시 탈출기 ㆍ 25
미완성 초상화 ㆍ 26
쌍무지개 뜬 언덕 ㆍ 27
고향의 맛 ㆍ 28
2부 살다가 기막히면
파열음 ㆍ 33
위로가 필요하다 ㆍ 34
고사목 ㆍ 35
극락 암에 오르다 ㆍ 36
생명이 긴-말 ㆍ 37
등잔 밑 ㆍ 38
순명 · 39
수수께끼, 그리고 소망 ㆍ 40
판소리 '선상님던' ㆍ 41
살다가 기막히면 ㆍ 43
거미 ㆍ 44
불청객 · 45
창 밝은 집 ㆍ 46
뉘가 된 사내 ㆍ 47
백지장 차이 ㆍ 48
신의 우화羽化 ㆍ 49
3부 할머니 수난 시대
억새 ㆍ 53
다시, 뿌리내리기 ㆍ 54
우문현답 ㆍ 55
소음과 소리 사이 ㆍ 56
초보 ㆍ 57
부끄러운 손 ㆍ 58
새댁 ㆍ 59
우수 무렵 ㆍ 60
반란 ㆍ 61
협곡을 지나며 ㆍ 62
우화 羽化 ㆍ 63
할머니 수난시대 ㆍ 64
모두가 덤 ㆍ 65
향기 없는 방 ㆍ 66
옆 지기 ㆍ 67
향일 암을 오르며 ㆍ 68
4부 고희 즈음에
어처구니와 맷돌 ㆍ 73
고희 즈음에 ㆍ 74
산다는 것은 ㆍ 75
복병 ㆍ 76
꽃으로 피라시면 ㆍ 77
수저 이야기 ㆍ 78
민달팽이 ㆍ 79
말의 뼈 ㆍ 80
상강 아침 ㆍ 81
쿼바디스 ㆍ 82
시답잖다 ㆍ 83
텃밭 일기 2 ㆍ 84
엄마 아닌 내 엄마 ㆍ 86
백중날 만난 할머니 ㆍ 87
초보 농부의 가을 ㆍ 88
폐가와 감나무 ㆍ 89
5부 그래도 봄은 온다
가랑잎 안부 ㆍ 93
처서, 그 무렵 ㆍ 94
이슬 ㆍ 95
꼬리 자르기 ㆍ 96
그래도 봄은 온다 ㆍ 97
나도 할머니 ㆍ 98
헛소리 ㆍ 99
내 손안에 골프 ㆍ 100
양날의 검 ㆍ 101
이음동의어 ㆍ 102
알곡은 어디가고 ㆍ 103
소란스러운 봄 ㆍ 104
천천히 가자 ㆍ 105
아파트와 항아리 ㆍ 106
데칼코마니 ㆍ 107
밥하기 싫은 날 ㆍ 108
■ 시작노트 ㆍ 109
저자
저자
김인숙 약력
ㆍ 1988년 시조문학 2회 천료 [이태극 · 정완영 천]
ㆍ 한국문인협회 회원
ㆍ 한국 펜 문학회 회원
ㆍ 여성시조 문학회 부회장 역임
ㆍ 나래시조 문학회 부회장 역임
ㆍ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ㆍ 〈시 쓰는 사람들〉 문학회 동인 부회장 역임
수상
ㆍ 1982년 샘터수기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당선
ㆍ 1985년 현대시조 백일장 〈내 고향〉 금상
ㆍ 1990년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수필 〈귀로〉 금상
ㆍ 1990년 제 11회 나래시조 문학상 수상
ㆍ 2007년 제 7회 김포 문학상 수상
시집
ㆍ 제1시집 『멀어지는 연습을 위해』
ㆍ 제2시집『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ㆍ 제3시집 『소음과 소리 사이』
ㆍ 〈시 쓰는 사람들〉 동인지 18권 발행
ㆍ 1988년 시조문학 2회 천료 [이태극 · 정완영 천]
ㆍ 한국문인협회 회원
ㆍ 한국 펜 문학회 회원
ㆍ 여성시조 문학회 부회장 역임
ㆍ 나래시조 문학회 부회장 역임
ㆍ 김포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ㆍ 〈시 쓰는 사람들〉 문학회 동인 부회장 역임
수상
ㆍ 1982년 샘터수기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당선
ㆍ 1985년 현대시조 백일장 〈내 고향〉 금상
ㆍ 1990년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수필 〈귀로〉 금상
ㆍ 1990년 제 11회 나래시조 문학상 수상
ㆍ 2007년 제 7회 김포 문학상 수상
시집
ㆍ 제1시집 『멀어지는 연습을 위해』
ㆍ 제2시집『바람에게 띄우는 연가』
ㆍ 제3시집 『소음과 소리 사이』
ㆍ 〈시 쓰는 사람들〉 동인지 18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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