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유중원 소설집
작가의 전작인 장편소설 『사하라』(2011)에서 주인공인 김규현(金圭賢)은 투아레그족 청년 이브라함(Ibraham)과 함께 사하라 사막 남쪽을 여행하던 중, 고물 자동차가 고장 나고 사막 속의 사막에 갇히면서 목이 말라 갈증 때문에 죽는다. 작가는 상상적 세계인 소설 속 인물을 실제 인물과 동일시하고 싶은 독자의 정당한 욕망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실재하는 인물의 모방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렇게 어리석고, 순진무구한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가 있을까. 이게 이 긴 소설이 독자들에게 제기하는 진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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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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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중원 소설집 『이별』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과 이별'에 대한 응시
"이별의 주제는 인간 삶의 조건, 삶과 죽음, 신의 존재 여부, 여행의 의미와 함께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뼈대라고 할 수 있다."
1. 그러나, 사람은 죽지만 이별은 남는다.
작가의 전작인 장편소설 『사하라』(2011)에서 주인공인 김규현(金圭賢)은 투아레그족 청년 이브라함(Ibraham)과 함께 사하라 사막 남쪽을 여행하던 중, 고물 자동차가 고장 나고 사막 속의 사막에 갇히면서 목이 말라 갈증 때문에 죽는다.
작가는 상상적 세계인 소설 속 인물을 실제 인물과 동일시하고 싶은 독자의 정당한 욕망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실재하는 인물의 모방이 아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렇게 어리석고, 순진무구한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가 있을까. 이게 이 긴 소설이 독자들에게 제기하는 진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탕달은 1822년에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연애론』을 출간했지만 그 당시에는 11년 동안 단 17권 밖에 팔리지 않았다. 그때 출간 당시 스탕달은 너무 궁금한 나머지 그 책의 평판이 어떤지, 출판사에 넌지시 물어 보았다. 출판사 영업 직원이 대답했다. "그것은 신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무도 집어 들거나 펴보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전작인 『사하라』는 지금 신성한 책이 되었다. 작가는 그 소설에 대해 자부심과 자포자기 사이를 오락가락한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실낱같은 존재의 개연성만 있어도 그 책은 얼마든지 실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으니, 그 책도 가냘픈 생명력으로 살아남으리라. 소설의 배경을 바라볼 때 대가는 그것을 단지 충실하게 묘사하는 일은 피하는 법이어서 사실 그대로 그리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본질만을 전달하려고 한다는데, 그래서 반복해서 세밀한 묘사에 집착하고, 밀란 쿤데라가 말한 '소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분주하고, 철학적 주제와 관련한 사색을 소설의 기본 토대로 삼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제시된 수많은 테마들과 모티브들이 변주되면서 분해되고 용해되며 서로 뒤엉켜서 화음을 이루고 결국에는 통일성을 이루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작가는 심혈을 기울여 수정하고 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임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이건 우울한 아이러니이다. 그런데 글이란 수정하지 않으면 글이 되지 않는다. 이미 발표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고쳐야만 한 편의 글이 탄생한다. 소설도, 시도, 에세이도, 편지도, 소장이나 준비서면도 고치고 고쳐야 한다. 작가와 우리가 아는 한 톨스토이도, 헤밍웨이도, 피츠제럴드도, 샤토브리앙도, 드 메스트르도, 밀란 쿤데라도, 최인훈도, 소설가 모두, 시인들도 모두 끊임없이 수정했다. 르 메스트르는 그의 '아오스토 골짜기의 문둥병자'를 17번이나 고쳐 썼다.
이 소설집은 이렇게 나오게 되었다.
2. 사랑과 이별 / 죽음과 이별
『이별』은 오랫동안 쓰고 또 쓰는 과정에서 전혀 작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많은 주제를 포용하게 되고 그 주제들이 위태롭게 소설의 구성을 떠받치고 있다.
사하라, 사막, 낙타, 사막의 도시 타만라세트, 거룩한 신부님, 유목민인 투아레그족, 아프리카, 사바나, 사헬지대, 밀림, 원시 부족, 분쟁, 사자, 에이즈, 남쪽 바다, 늙은 여자, 사이코패스, 종교의 타락, 무슬림, 움미인 마호메트, 위대한 여행가 오디세우스, 불운한 반 고흐, 영원한 여성인 어머니, 언제나 그리운 동생, 갈증과 죽음, 고독, 침묵, 망각, 과거, 현재, 미래가 없는 미래, 절망, 농담, 희극, 무無, 무상無相 無常 無想 등등.
또한, 김규현은 건축가이므로 건축의 미학, 그의 플라토닉 연인이었던 (그러나 플라톤은 살아생전에 이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손희승은 사진 작가였으므로 사진의 미학,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헤어지고, 죽으면서 또다시 이별하므로 이별, 약간 멜로드라마적이고 감상적이고 유미주의적이긴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와 그의 아내 심현숙은 열렬히 사랑하고 육체적 쾌락을 누리고 그리고 결별하였으므로, 달콤씁쓸한 육체적 사랑과 쾌락의 의미, 에로티시즘, 오르가슴, 나르시시즘, 아이러니, 결별의 의미 같은 것 등.
그 중에서도 이별의 주제는 인간 삶의 조건, 삶과 죽음, 신의 존재 여부, 여행의 의미와 함께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뼈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설가가, 이야기꾼이 주제에 억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니 몇 개의 지극히 추상적이고 철학적이고, 고상한 단어들 (때로는 그 개념이 가변적이고 모호해질 수 있는)만이 주제어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모든 예술에는, 소설, 이야기, 희곡, 시, 음악, 미술, 조각, 영화, 드라마, 만화, 신문기사, 텔레비전 뉴스, 신중한 언어에는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중요한 것이건 사소한 것이건, 모두가 주제가, 즉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므로 주제는 그것들의 본질적 특성인 것이다. 심지어 사소한 말, 농담에도 그것은 들어있다. 우리가 흔히 '뼈 있는 농담'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작가는 주제를 의식하거나 주제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야기에는 그것이 저절로 따라오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그 소설 중에서 죽음이건 사랑이건 간에 이별과 관련된 부분을 추려내서 다시 단편으로 정리하고 추가할 것은 추가하였다.
사랑과 이별
사랑은 가장 달고 가장 쓴 것.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린다면 그게 어찌 호모 사피엔스가 탄생한 이래 모든 이야기의 영원한 주제가 될 수 있었겠는가. 진정한 사랑이란 이별을 동반한다. 사랑이 깊을수록 이별은 더욱 가깝게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은 언제나 이별이 시간이 오기까지는 자신의 깊이를 모르게 마련이고(K. 지브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은 죽음보다 더 괴로운 것이다.(W. 쿠퍼) 그리고 모든 이별에는 일종의 해방감과 함께 큰 고통이 뒤따른다. (C. 에이 루이스)
죽음과 이별
죽음은 필연적으로 이별을 동반한다. 이별은 삶의 무상성을 뼈저리게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죽음과 이별은 동의어가 아닐까. 이별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시공간의 멀어짐을 의미하지만, 미학적 관점에서 보면 운명적 결별을 의미하며 죽음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사람도 운명을 막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일찍 죽고, 악인은 늦게 죽는다. 인간은 죽어서 비로소 태어난다. 사람은 다만 혼자서 죽을 것이다.
이게 바로 그 소설의 큰 테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김규현과 이브라함은 참으로 착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불의에 일찍 죽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어서 비로소 태어난 것이다.
그런데 죽음에는 천수를 다 누리고 죽는 자연사(이때는 집의 침대 또는 병원의 침대에서 편히 죽는다), 자살, 살인에 따른 죽음, 천재지변(act of god) 같은 신의 짓궂은 장난에 의한 죽음, 막다른 운명의 장난에 의한 죽음, 오만한 인간의 광기에 의한 죽음, 제도적 살인 예컨대 국가기관의 고문, 학살(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스탈린의 대학살, 크메르 루즈 대학살을 상기하라.)이나 인간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멍청한 판사에 의한 살인 선고와 그 집행 등에 의한 죽음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죽지만 이별은 남는다.
목차
목차
침묵
사랑에 대한 짧은 고찰
오디세우스의 이별
파리의 이별
마르세유
사하라 사막의 남쪽
낙타
에덴동산
이별
결별의 기억
죽음과 이별
죽음에 대한 단상-메멘토 모리
알렉산더 대왕의 추억
강물은 흐른다
살인자들
운명의 장난
신의 장난
바다
배반의 장미
사랑
젊은 날의 초상
국가보안법 위반죄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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