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수첩 속 이야기 『사랑이란,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 이 책은 가르침이라는 행위의 전제에 사랑은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따라서 사랑이 바탕이 된 교육에서 진정한 가르침이 나오고 그래야만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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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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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이라는 행위의 전제에 사랑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사랑이 바탕이 된 교육에서 진정한 가르침이 나오고 그래야만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된다.
"사랑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주는 것이 모든 교육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교육의 시작이며, 인간의 시작이다"라는 말은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이 새겨볼 만한 잠언이다.
'마음'은 곧 정성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이 빠진 관계를 생각해 보면 알 일이다. 마음이 빠진 가르침엔 거래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람'을 무한경쟁으로 몰아가는 적자생존의 시대를 건너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 수단이나 도구로 전락하는 현상을 종종 목도하고, 또 그것이 초래하는 비극을 경험하면서 살고 있다. 최근의 각종 참사도 결국 사람이 빠진 경제 논리 추구에서 야기된 비극이라 진단하지 않던가. 왜 사람중심의 가르침이 필요한지 절실한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교육이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가르침의 행위 주체인 교사와 부모는 오늘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앞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것인가에 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 책속으로 추가 ]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 자조적으로 쓰는 은어 중에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삼포 세대'란 말이 유행했었다. 그러다 여기에 '인간관계'와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다는 '오포 세대'가 뜨는가 싶더니 요즘은 칠포세대로 진화 중이다. 오포세대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세대가 칠포세대다. 그냥 웃자고 한 말들이 아니라 청년들이 처한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 말이라서 더 심각하다.
연애·결혼·출산은 사람살이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그 기본을 포기하겠단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겠다면 그것도 섬뜩한 일인데,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다면 이는 사람이기를 포기한다는 선언이다. 아찔하다.
N포세대란 말은 최근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젊음이 총기와 활력을 잃고 시들어 가고 있다는 징후이며 증후군이다. 다수 청년의 문제로 굳어지고 있기에 동맥경화보다도 심각하게 읽힌다.
실업자가 백만 명을 육박하고 그나마 취업자로 분류된 숫자 속엔 질 낮은 취업 종사자들이 많아 그들이 언제든 소위 잠재실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짙다. 이런 당면한 취업문제의 중심에 N포세대가 놓여 있고 그들은 알바와 '열정페이' 속에 내몰려 있다.
드라마 '미생'이 특히, 청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다. '미생'의 필자는 미생을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라고 주석을 달았던데, 살아있으되 살아있는 것이 아닌 청춘들이 주인공 '장그래'의 처지와 동일시하며 거기서 어떤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청춘들이여, 인생은 변화무쌍하다. 신의 영역이긴 하지만, 어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인생에 늘 비오는 날만 있는 것은 아님을. 언젠가 삶이 그대들에게 불현듯 기회를 줬을 때,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기 하나쯤 갈고 닦으며 긴 장마를 견디는 지혜를 가지시기 바란다. (3장 〈안쓰러운 'N포 세대'〉 중에서)
태양은 어느 나무에게나 공평하게 빛을 나누어 주며 숲을 살찌우는 반면, 우리는 성적이 좋은 학생에겐 우등상을 주어 가며 칭찬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기보다 공부의 중요성만 강조하며 힘들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천 년의 비바람을 견딘 나무는 천 년 이상 가는 건축재로 쓰여 수천 년의 수명을 갖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든 나무에게 천 년을 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며 그럴 필요도 없다.
집을 지을 때 수령이 오래된 반듯한 나무를 구해 기둥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기둥 못지않게 벽을 두를 나무, 문살을 깎고 대청마루에 얹을 나무도 없어서는 안 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일원으로 정답을 빨리 찾아내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수행해 일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이제 학교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지식의 양으로 성적을 매기는 일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건축재로 쓰일 학생이나 바이올린 악기 통으로 자라는 학생에게는 그에 걸맞는 맞춤식 교육을, 질병으로 고통 받는 학생에게는 전통가구의 용목으로 쓰일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
각자 잘 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국회의원이 가사 도우미보다 대단하지 않으며,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한 사회를 이뤘다. 산 어귀부터 능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나무들이 각자의 쓰임이 있듯, 우리 학생들도 각자 소중한 역할로 미래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솟는다.
단 한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가을 산행을 마친다.
(4장 〈단 한명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에서)
서시빈목(西施?目)이란 말이 있다. 춘추전국시대 월나라 최고의 미녀로 알려진 서시는 폐병(?)을 앓고 있었는데, 어느 날 난간에 기대어 가슴에 손을 얹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 또한 아름다워 뭇 사내들이 가슴앓이를 하자, 이를 질투한 궁궐 내 여성들이 하나둘 그녀를 따라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는 궁궐 밖으로까지 전해져 당대 여성들의 유행이 되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맹목적인 따라쟁이들을 경계한 말이다.
그런데 서시가 죽고 천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뜬금없이 서시가 나타나 온갖 영상매체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고 있다. 미녀선발대회니, 모델 선발이니, 아이돌이니 하는 방법으로 부활시킨 현대판 서시들.
유감스럽게도 세상의 많은 여성들이 현대판 서시들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화장, 장신구, 화장품, 핸드백 등을 따라 하기 위하여 소득의 많은 부분을 소진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촌 사회현상이기는 하다.
"착한 몸매라는 말이 있다. 이 표현은 몸이 인격이 된 사회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신조어이다. 이 말에서 우리는 미적 판단이 윤리적 판단을 대체하고 있음을 본다. 외모는 윤리가 되었다. 몸에도 옳고 그름이 생긴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연애도, 취직도, 결혼도 몸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다이어트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는 유럽사회에서 동양의 외모지상주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 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취업의 필수 조건으로 용모단정이 아직도 유효한 사회 -노골적으로 이 말을 쓰지는 않는다 해도- 결국 외모를 입고 근무할 수밖에 없는 곳이 우리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몸도 마음도 해방된다. 자신의 개성을 살려 마음껏 생의 즐거움을 구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천박한 외모지상주의를 깨고 미남미녀로 태어나기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더 존중받는 사회를 앞당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서시가 아니며 서시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각 개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5장 〈뚱뚱해서 죄송한 사회〉 중에서)
아내와 칠갑산 등산을 마친 뒤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돌아 내친김에 인근 식물원에 들렀을 때다.
"다음에 만날 때는 이름을 꼭 불러줄게 미안해!"
들꽃 해설을 하던 사람이 어떤 꽃 이름이 안 떠오르자, 꽃에게 건네는 말투와 표정이 참 재미있다.
야생화에 대한 식견에 구수한 입담이 더해진 그의 강의를 듣다보니 산이나 들에서 흔히 마주했었던 그렇고 그런 풀꽃들이 새롭게 보인다. '이렇게 많은 신비로운 사건들이 저 꽃에 숨어있었다니.'
그렇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부터 세상의 관계는 시작된다.
코흘리개 시절, 어린 마음에도 아무개야 하고 번호 대신 이름을 불러 주시던 선생님이 참 좋았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교사가 된 뒤에 담임을 맡으면 아이들과 첫 대면을 하기 전에, 학생의 번호와 이름을 외우는 습관을 들였다.
사실 이미지 없이 생짜로 이름을 외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쨌건 명단을 통째로 외워 첫 대면 하는 날, 1번부터 끝번까지 일일이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하면 아이들 반응은 '깜놀' 수준이다.
만날 마주치는 이웃의 이름을 모르면, 그와 나는 아무 관계도 아니다. 사람도, 나무도, 풀꽃도 이름을 불러줘야 서로 간에 정이 생긴다.
학기 초 첫 수업은 꼭 김춘수의 〈꽃〉으로 시작한다는 선생님이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시 속에 다 이유가 들어있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왜 아니겠는가,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줄 때 서로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6장 〈서로에게 꽃이 되려면〉 중에서)
목차
목차
1장 그리운 것들의 뒷모습
○○버터칩 & 먹어나 봤나 빠나나!/ 느낌 있는 목욕탕 풍경/ 부다페스트의 썩은 사과/ 감자가 있는 식탁/
그리운 것들의 뒷모습/ 다시 찾은 궁남지 연꽃/ 장진주(將進酒)와 이태백(李白)/ 뚝배기보다는 장맛/ 다시 쓰는 며느리밥풀꽃/ 꽃비 내리는 간이역(철암)/ 땡볕에 피는 개망초/ 홀로 떠나는 산행
2장 사랑이란,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
오병이어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키스의 효과/ 사랑이란, 먼저 우산 속에 들어가지 않는 것/ 차이와 사이/ 이상한 나라의 너희들/ 작은 고추와 단소정한/ 유머는 나의 힘/ 새해 인사와 쩐(錢)/ 남편을 위해 꽃단장하는 프랑스 주부들
3장 미안해요, N포 세대
배우 유해진에 필이 꽂히는 이유/ 안쓰러운 'N포 세대'/ 생선은 먹고 싶지만 발은 적시기 싫고/ 카프카의 《변신》과 컴퓨터 벌레/ 더 격렬하게 안 하고 싶다/ 단단한 공부/ 콤플렉스를 극복한 사람들/ 이카루스의 후예들/
울지마 청춘, 다 잘 될 거야/ 인생이란 단 한 번의 여행
4장 단 한명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아이들이 희망이듯 선생님들이 희망/ 오늘, 무엇을 가르쳐야할까/ 학생의 어깨가 처진 나라에 미래는 없다/ 단 한명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한글교육, 공교육 정상화의 첫 단추/ 세계교육포럼과 '포스트 5·31 교육개혁'/ 갈대와 억새, 그리고 교육/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허들링과 원탁토론/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섬겨야 할 학생들
5장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정력에 좋다면 들풀도 안 남아/ 음서제와 개뼈다귀/ 통일은 선택일까?/ 스토리가 있는 여인들/ 표정이 살아있는 도시/ 뚱뚱해서 죄송한 사회/ 베이비부머와 세일즈맨의 죽음/ 왜 나는 야경꾼들만 증오하는가/ 메르켈하다와 독일의 힘/ 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야생 동물과의 평화협정/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백세시대/
호미로 막을 일은 호미로
6장 서로에게 꽃이 되려면
훈장님의 회초리/ 짬뽕이냐 짜장이냐/ 서로에게 꽃이 되려면/ 행복한 책 읽기와 인문학/ 고집을 꺾은 세종의 태종실록 열람/ 욕설 전성시대의 '인성교육진흥법'/ 소외계층도 문화기본권 누려야/ 김밥보다 못한 만권의 책/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저자
저자
현재 충청남도 교육감
1951년 천안시 풍세면 출생
1974년 공주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충청남도 지역의 중고등학교 교사 역임
충청남도의회 교육의원 및 교육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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