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
[이브에서 에스더까지: 성서 속 그녀들]은 남성에 의해 쓰이고 남성에 의해 해석되어온 성서에 가려져 있던 구약의 여성들을 끄집어내 성서 밖으로 소개한 책이다. 이 책에서 들여다 본 성서 안에서 이브, 하갈, 아벨의 여인, 아비가일, 에스더, 와스디, 세레스 등이 새롭게 해석되었고, 그 안에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있는 한국 교회의 여성들이 지녀야 할 리더십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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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회에서 여성이 실제로 맡은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가치는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성서는 어느 정도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서에 묘사된 바가 당시 여성의 실제 역할과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할 수 없다. 일부는 당시 현실 모습을 기록하고 있고, 일부는 저자들의 개인적인 관점을 반영한다.
이 책에서는 남성에 의해 쓰이고 남성에 의해 해석되어온 성서에 가려져 있던 여성들을 끄집어내 구약성서의 주인공 자리를 내어준다.
최초의 여성이자 인류의 대표, 이브부터 여러 민족의 어머니 사라, "셀 수 없이 많은 후손" 에돔의 여조상 하갈, 열두 지파의 어머니 레아, 라헬, 빌하, 실바, "주님께서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항변하는 미리암, 민족 갈등 속에서 생명을 지켜낸 브아와 십브라, 평화의 원칙을 지키고자 목숨을 걸고 나선 아벨 부인, 형제 살해를 막고 가정의 평화를 지킨 어머니, 리브가, 나발과 다윗 두 왕조, 두 남자, 두 세력의 경계에서 살아남은 아비가일, 국적과 종교적 편견을 넘어 성공한 글로벌 시민이 된 룻, 그릇된 왕명을 거부한 당찬 여성 와스디, 지적이고 정확한 정치적 판단으로 왕을 설득해낸 에스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저마다 그 시대 현실 속에서 해낸 공적, 개인적 역할이 있다.
구약의 수상한 여성들, 성서 밖으로 나오다
"주님께서 우리와도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너하고만 말씀하신 게 아니라 우리하고도 말씀하셨다고!"라고 민족 최고 지도자에게 소리 높여 도전한 여자가 있다. 미리암이다. 미리암은 아론과 함께 모세가 구스인 여자를 아내로 얻은 걸을 가지고 따져 물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곧 두 사람이 모세에게 지도력을 나눠 행사할 것을 요구한 문제로 넘어간다. 하나님은 도전한 두 사람에게 화를 내고 모세의 절대적 위치를 변호한다. 결과는 미리암은 벌을 받아 피부병을 얻고, 아론은 무사히 벌을 모면한다. 미리암과 아론의 잘못은 무엇일까, 왜 하나님은 그토록 노기를 띠고 모세를 옹호한 걸까, 두 사람이 도전했는데 왜 미리암만 벌을 받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가며 그 텍스트 안에서 침묵으로 위엄을 드러내는 한 여성, 미리암을 다시 만나게 된다. 아론과 달리 미리암은 모세와 동등한 지도력을 주장한 자신이 '어리석었다'거나 '죄'를 지었다고 시인하지 않는다. 피부병을 낫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도 않는다.
남성 중심적 문화 속에서 교회 여성들은 미리암의 경우에서 자신이 겪는 불의를 떠올린다. 지도자들은 여성과 평신도의 지도력을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의 전거를 모두 성경에서 찾는다. 그러나 모세에게만 직접 말씀하신다던 하나님은 성서 화자를 통해 미리암과 아론에게도 직접 분명히 말씀하시는 걸로 묘사된다. 또 화자는 하나님의 감정적인 반응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미리암이 영향력 있는 지도자임을 증명했다. 그렇듯 주석가와 설교자들이 성서 화자의 이데올로기를 전달하고 재강화하는 작업이 늘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의 여성과 남성은 성서 본문의 행간을 읽으면서 독립적인 독자로서 스스로 성서를 해석하고 직접, 분명히 말씀해주시는 하나님과 만날 수 있다.
에서와 야곱의 어머니 리브가는 쌍둥이 중 작은아들인 야곱을 도와 남편 이삭의 축복을 받도록 돕는다. 원래 이삭은 장자 에서를 축복할 계획을 갖고 있었으나, 리브가는 야곱을 털이 많은 에서인 양 분장시켜 이삭을 속이고, 이삭은 야곱이 에서인줄 알고서 그에게 축복을 내린다.
학자들과 설교자들은 리브가가 한 아들을 편애하고 속임수를 써 가족 갈등의 원인을 제공했다면서 종종 그녀를 비난한다. 그러나 이런 평가는 전체 리브가 내러티브 내에서 리브가가 맡은 문학적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의견이다. 하나님은 족장 이삭이 아닌 리브가에게 자손의 미래에 대한 신탁을 내린다. 내러티브는 이 신탁이 어떻게 성취될 것인가를 두고 펼쳐진다. 리브가는 유일하게 신탁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신탁을 실현시켰다. 사냥에서 돌아온 에서가 동생이 자기 복을 가로챘다는 걸 알고 동생 야곱을 죽이기로 결심했을 때, 리브가는 야곱을 피신시키고 이삭을 완곡하게 설득함으로써 형제살해를 막아내 가정의 평화를 지켰다.
리브가는 이야기 속에서 남자들을 장기판의 알처럼 움직였지만 결국 그녀 역시 가부장제 문화 속의 여성이었고 속임수 지혜를 써야 했다. 뒤에서 엿듣고, 야곱이 축복을 받게 하기 위해 요리하고 옷을 챙기는 살림살이 기술을 썼으며, 남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기 다른 이유를 댔다. 자신이 처한 여성, 그리고 어머니라는 지위 안에서 지혜를 발휘한 결과 아무도 살해당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살인자라는 가인의 표를 받지 않았다. 두 아들은 먼 훗날 화해를 하였고, 독자들은 이러한 화해 뒤에는 노심초사한 어머니 리브가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안다.
룻기에 대한 대부분의 해석에 의하면, 룻기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문학단편이다. 룻과 나오미는 이방며느리와 시어머니라는 관계를 넘어 서로 연대했고, 보아스와 주민들은 이방인을 차별하지 않고 어려운 사정의 여성들을 도왔고, 배후에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룻기를 그렇게 '착하게' 읽지 않는다. 나오미나 남녀 지역민 일반이 실은 룻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룻이 적대적인 환경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떤 면에서 룻을 성공적인 이주노동자요, 글로벌 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그럼으로써 글로벌시대에 한국 땅에 들어와 살고 있는 '이방인'들이 하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편 오늘날 한국인 역시 어디서든 생존해야 하는 글로벌 유목민으로서 룻의 입장이 그다지 낯설지 않음을 보게 된다.
이 책에서 들여다본 성서 안에서 이브, 하갈, 아벨의 여인(아벨 부인), 아비가일, 에스더, 와스디, 세레스 등은 새로이 해석되고, 그 해석 안에서 여전히 남성 중심적 문화에 잠겨 있는 한국 교회의 여성들이 지녀야 할 여성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성서_性書, 퀴어, 페미니즘, 포르노그래피
성은 시대의 화두이다. 몸과 외모에 대한 관심은 성에 대한 관심과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주제이다. 사실 성서, 특히 구약성서에서 가장 빈번히 나오는 주제 중 하나도 성이다.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을 성적인 존재로 지으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교회는 사람들에게 성에 대해 가르치고 규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게 여의치가 않다. 현대 성 문화는 느슨하고 교인들은 그 영향을 받는다. 교회는 한편으로는 섹슈얼리티에 대한 전통적인 입장을 고수하려는 욕구와 다른 한편으로 현대의 섹슈얼리티에 적응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교회의 문제는 섹슈얼리티에 대해 대화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성숙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도덕적 기반을 교회가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교회는 성에 대해 공공연히 많이 말할 필요가 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섹슈얼한 존재로 지으셨기 때문이고, 성서가 성에 대해 많이 말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절반이 야동 중독이고, 포르노 유료 시청자가 세계 최고이고, 성폭력 범죄가 세계 최고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현실 때문이다. 교회에서 자라는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는 물론 성인도 교회가 성에 관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고 있다. 성서의 독자들은 매 시대마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성서에 물었다. 오늘날 섹슈얼리티와 연관된 질문도 그러하다. 성서는 성에 대해 의외로 솔직하고 공공연히 말한다. 뿐만 아니라 모순과 불일치가 많다. 이 책은 이 솔직함과 불일치라는 측면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 성서 연구분야 가운데서 가장 새로운 해석 방식론 중 하나인 퀴어비평을 만나볼 수 있다. 성서 퀴어비평이 무엇인가, 퀴어비평의 주체가 누구인가, 페미니즘 성서비평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를 다루고, 다양한 퀴어비평의 해석을 소개함으로써 퀴어비평이 실제로 성서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동성애 시각 또는 퀴어 시각으로 성서를 해석한다는 것은 성서를 되찾아가는 과정이요, 퀴어를 공격하던 무기였던 성서가 퀴어를 위로하고 지지하는 성서로 변신하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성서(聖書)는 성서(性書)이기도 하다. 성에 대한 숱한 이야기의 집대성이기 때문이다. 성서에는 성에 대한 심한 억압을 담고 있는 본문부터 자유분방한 해방을 담고 있는 본문까지 다양한 입장이 들어 있다. 일반적으로 구약성서에서 여성의 성에 대해 가장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묘사가 에스겔 16, 23장에 나오고, 가장 해방적인 묘사가 아가에 나온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두 본문을 포르노그래피라는 수사학의 관점에서 본다.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시대의 조류와 더불어 섹슈얼리티(性), 여성의 몸, 포르노그래피라는 프리즘을 성서 본문에 처음 적용하여 해석하였기 때문에 에스겔과 아가에 대한 이 학자들의 해석을 한다. 이는 성서 본문만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해석을 아우팅(outing)시키는 시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해석이 이성애 중심적이었음을 지적하고 퀴어 시각이 어떻게 두 본문을 해석하고 있는지, 성서 해석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이다. 독자는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를 단체로 관람하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들여다보고, 섹슈얼리티에 대해 각자 감추거나 드러내는 것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야훼의 말에서 상대 남자들의 남성성과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야훼가 퀴어일 거라고 생각하게 한다. 우선, 야훼는 아내가 바람난 상대 남자들에게 복수하거나 처벌하지 않는다. 또 "여자들의 가슴이 눌리고…… 음란을 쏟음을 당했다"는 수동형은 역으로 남자들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야훼는 이 남자들의 행동에 더 관심이 가는 듯하다. 흥미롭게도 야훼는 여자의 몸보다는 남자의 몸에 무척 관심을 보인다. 야훼가 그들을 눈여겨보니 좋은 옷을 입고, 외모가 준수하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말까지 있다(6, 12, 15, 23절). 그들은 남성미가 넘치고 성적 매력을 가진 남자들이다. 성기(바싸르, '살', 20절)도 엄청 크고 정액(또는 '성기,' 20절)도 장난이 아니다.(야훼가 상상하는 것일까? 실제 보았다면 언제 보았을까? 간음 현장을 덮쳤다 해도 남자들만 눈여겨 본 듯하다.) 아내를 질투하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그 남자들을 아내가 가졌기 때문이고 그게 아내의 죄이다. 야훼는 그들 앞에서 좀 주눅이 들지만 그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제12장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
목차
목차
제2장 돕는 배필을 찾아서
제3장 하갈과 사라 이야기와 페미니스트 비평
제4장 미리암의 항변
제5장 평화를 만드는 여성들
제6장 아비가일의 남자들
제7장 글로벌시민 룻의 달콤살벌한 성공기
제8장 시편을 보랏빛 렌즈로 읽다
제9장 와스디, 에스더, 세레스: 에스더서의 여성 리더십과 복잡한 유산
제10장 섹시한 성서, 베일을 벗다
제11장 퀴어비평: 성서를 되찾다
제12장 에스겔과 아가의 포르노그래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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