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
박정희 시대의 민주노조운동과 대한조선공사
박정희 시대의 민주노조운동과 대한조선공사『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 이 책은 대한조선공사 조선소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국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남화숙은 자료를 토대로 박정희 시기(1961~79년) 동안 대한조선공사에서 전투적인 민주노조가 일어났다가 쇠망해가는 이야기를 생생히 담았다. 더불어 이를 토대로 조선소 중공업 남성 노동자들의 인식과 태도 및 그들의 담론에 초점을 맞추어, 그 투쟁성의 역사적이고 사회, 정치적인 원천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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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ㆍ 1만 쪽에 달하는 대한조선공사 노조 문서에서 1950~60년대 노동자들의 작업장 문화와 정체성을 찾아내다.
ㆍ 민주노조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하후상박, 연대성, 민주주의
ㆍ 2011년 "제임스 팔레 한국학 저작상"을 수상
이 책은 한국 현대사의 선구적 연구로서, 새로이 등장하고 있는 현대사 연구 성과들 가운데서도 중요한 위치를 점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박정희 시대 '경제 기적'이 위로부터 강요된 근대화 프로그램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수십 년에 걸쳐 성장해 온 노동자 자신들의 근대에 대한 추구, 대안적인 근대의 전망에 기대고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기존 연구에서 침묵당하던 계층과 시대에 목소리와 그 정당한 자리를 되찾아 주고 있는 이 책은 한국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이해를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_제임스 팔레 저작상 수상 내용 중에서
1. 어느 늙은 노동자들의 잊혀진 이야기
이 책은 한반도 동남부의 항구도시인 부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한때 국내 최대 조선소이기도 했던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조선소 노동자들이 만들었던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이 살고 싶었으며, 만들고자 했던 어느 '국가'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 책은 해고 노동자 김진숙이 처음엔 귓등으로 들어 넘겼다던, 그녀에게 노동조합 대의원 출마를 권했던 '용접 공장의 늙은 아저씨들'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날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의 전사(前史)이자, 김진숙, 박창수, 김주익을 중심으로 1980년대에 한진중공업에서 민주노조가 재등장하기까지의 시기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리고 김진숙에서 대의원 출마를 권했던 용접 공장의 나이 든 아저씨 노동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그들이 기억하고 있었던 노동조합과 대의원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이 책은 부산 영도의 어느 조그만 사무실에 거의 1만 쪽에 가까운 문서들을 수십 년간 보관해 왔던, 그리하여 언젠가는 자신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기를 기대하며 차곡차곡 문서들을 철해 보관하던 조합원들의 정성이 어린 자료들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저자인 남화숙은 이 자료를 토대로 박정희 시기(1961~79년) 동안 대한조선공사(조공)에서 전투적인 민주노조가 일어났다가 쇠망해 가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나아가 이를 토대로 조선소 중공업 남성 노동자들의 인식과 태도 및 그들의 담론에 초점을 맞추어, 그 투쟁성의 역사적이고 사회, 정치적인 원천을 분석한다.
2. 잊혀진 1960년대 민주노조 운동을 복원하다
한국의 노동운동사에서 1960년대는 대체로 잊혀져 있다. 늙은 아저씨들로 호명되고, 기억이 되듯 이 시기의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운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노동운동사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해방 직후 뜨겁게 일어났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를 중심으로 한 전투적 노동조합운동을 잠시 다룬 다음, 곧바로 1970년대로 건너뛰면서 그 중간에 속한 기간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를 간략히 언급하는 것이 상례였다. 찬란했던 1980년대 중후반의 노동운동과 이를 예비했던 1970년대, 그리고 이와 대조되는 침묵의 1960년대. 이런 서술들은 1940년대 후반과 50년대에 걸쳐 진행된 전평 계열 노조들을 비롯한 좌파 노동운동 세력의 괴멸, 한국전쟁이 각인시켰던 국가의 폭력적 힘과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며 이를 정당화한다. 그 결과 1950년대와 60년대는 노동운동의 침체와 고난의 시기이며, 이 시기 동안 한국의 노동운동은 무력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간주되어 왔던 것이다. 과연 1960년대 한국 노동운동은 '전반적으로 온순하고 미조직화되어 있으며 정치적으로 조용'했으며, '강한 집단적 정체성과 연대감에 뒷받침된 사례가 드물'었는가?
이 책은 한국의 노동운동사를 이와 같은 시각으로 보지 않는다. 이 책은 해방 정국에서 일어났던 노동자와 농민의 대규모 운동이 비록 패배로 끝났을지라도 이후의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영향이 1950년대 후반, 대한조선공사에서 전투적인 민주노조가 탄생하는 데, 나아가 1960년대에 걸쳐 그 같은 운동이 강력히 성장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음을 지적하며, 이런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경험이 이후 1980년대 중반에 급격히 분출한 한국의 노동운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음을 주장한다.
노동운동사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은 또한 박정희 시대와 한국의 경제성장 및 민주주의와 관련해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의 경제 기적은 '강한 국가' vs '약한 노동'이라는 식민지 시대 이래의 한국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1960년대에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과 같은 산업 노동자들이 그 스스로 실천했으며, 강력히 요구했던 민주적 전망들을 억압한 이후에야 비로소 달성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1950년대와 60년대에 걸쳐, 한국의 경제 발전 방식과 이를 통해 건설하고자 했던 국가의 정체성을 둘러싸고 국가와 자본 그리고 노동자들이 서로 각축을 벌였으며, 궁극적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은 노동자들이 꿈꾸었던 민주적 전망들이 억압된 이후에야 비로소 달성되었음을 보여 준다.
3. 노동자들의 문서고 속에 나타난 1960년대 노동자들의 계급 문화와 정체성
이 책은 지역 사업장 차원에서 산업 노동자를 관찰해 봄으로써, 다시 말해 노동 정치를 아래로부터 재해석함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수행했던 역할과 그들의 심성에 대한 기존 지식에 도전하려 한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문서고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1960년대 노동자들의 심성과 세계관은 연대성과 민주주의로 집약된다 할 수 있으며, 이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장하는 민주적인 국가에 대한 일관된 전망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당시 널리 수용되었던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이상을 가져와 이를 효과적인 저항 담론으로 재생산해 냈는데, 그들이 만들어 낸 담론은 사회적 위상에서의 평등은 물론, 산업화의 과실을 공유할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은 작업장에 대한 경영진의 통제에 맞서, 노사가 동등한 지위를 가지는 파트너로서 동등하게 기업 육성을 책임지며, 나아가 산업화의 결실까지 평등하게 향유하는 것이 민주 사회임을 명확히 주장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노조의 담론에 따르면, 경제 발전은 노동자의 노동과 헌신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고, 따라서 가족 생활급을 통해 건실한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는 것이 성공적인 경제 발전의 필요조건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노조는 노사 관계를 종속 관계로 파악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를 견지하는 사측의 입장을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이라 비판하며, 바로 이것이 노사 불화의 씨를 태동케 하고 있다고 되받아쳤던 것이다.
이 같은 노동자들의 세계관은 당시에 만연했던 신분에 기초한 육체노동에 대한 사회적 경시에 대한 강력한 저항에 기초한 것으로, 노조원들은 노사 관계에서 경영 측과 동등한 파트너 관계가 되도록 노조의 위상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고, 조금이라도 사측으로부터 계급이나 신분 차이에 기초한 차별이나 불손한 태도가 감지되는 경우 주인과 머슴의 수사를 퍼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른 한편, 이들은 성차에 대한 당시의 지배적인 관념을 깊이 내면화하고 있는데, 이는 가장으로서의 노동자가 가지는 남성적 주체성에 대한 인식과 견고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동자들의 남성성과 존엄성에 대한 감각은, 협상 테이블에서 동등한 자격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일정 수준 이상의 가족 생활임금을 주장하는 주요한 논리로 작동했으며, 하나의 가족으로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의 중요한 고리로 작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조선산업 노동자들의 계급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중요한 성찰의 지점을 제공한다 할 수 있다.
4. 노동자들의 존엄성, 연대성 그리고 민주주의
그렇다고 이들이 노사 간의 관계에서만 평등과 노동자의 존엄성,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이 같은 원리들을 노동조합 내부에서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방편으로 노력을 했는데, 이는 하후상박, 연대성, 노동조합 민주주의로 활성화되었다. 먼저 이들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 인상분 총액이 하후상박의 원칙, 다시 말해 낮은 노동자에게 인상분이 더 많이 돌아가는 원칙에 의해 분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만들어 냈는데, 일반 조합원들은 이와 같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기존의 지도부를 교체하기까지 하며 이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민주노조의 운동 과정에서 노동자들 사이의 광범위한 연대의 원칙 역시 수립했는데, 이를 통해 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임시공, 견습공, 파견공, 하청공 등의 비정규직까지 노동조합이 포괄?보호함으로써 연대의 범위를 확장했다. 마지막으로,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내부에서의 민주주의를 특히 강조했는데, 그들은 회의에서 언제나 '현장 분위기'를 걱정했고, 각 현장에서 선출되어 온 집행위원들에게 현장에 가서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와서 보고하라는 요청을 자주 내렸다. 또한 노조 집행부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간부들에게 현장들 돌아다니며,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 청취를 독려하기도 했다.
ㆍ 장별 주요 내용
1장|해방 직후 시기 노동운동의 고양
1945년 해방과 더불어 한반도를 휘감은 정치적 열기 속에서 등장했던 강력하고 급진적인 노동자운동과, 그 뒤를 이어 남한에서 등장한 반공산주의 성향의 조직노동운동의 역사는 한국 노동운동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유산을 남겼다. 이 장에서는 급진적인 노동운동의 놀랄 만한 고양이라는 전국적 상황을 배경으로 해방 직후 조선중공업(대한조선공사의 전신) 조선소에서 터져 나온 노사 갈등을 분석한다.
2장|반공주의, 노동기본권, 조직노동자: 1950년대 초반
해방 후 한반도를 휩쓴 민주주의의 열기는 점령군의 진주와 내전으로 치닫는 좌우 대립의 심화 속에서 사그라진다. 유엔 감시하에 남한 단독 총선이 이루어지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될 당시,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산하 좌파 노조들은 이미 사라지고, 우익 노조 연맹체인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은 대한노동총연맹(대한노총)으로 재편된다. 이후 대한노총은 이승만 시대에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은 유일한 전국 차원의 노조 연맹체로 활동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이승만의 제1공화국 초기, 여전히 유동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대한노총 지도자들이 반공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노동자의 이해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는 노동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간 과정을 검토한다. 특히 1948년 헌법을 통해 노동권이 보장되고 1953년 진보적인 노동 법률들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전진한과 같은 대한노총 지도자와 조직노동운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본다. 이는 이승만의 반공 독재 정권하에서 이루어진 진보적 노동입법이라는 역설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가 된다.
3장|대한조선공사와 1950년대
이 장은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이 격동의 1950년대를 살아 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1947년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산하 노조가 몰락한 후 10여 년간의 동면을 거쳐 어떻게 전투적인 노조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었는지 그 맥락을 검토한다. 해방 직후 한국의 조선산업의 현황을 중심으로, 일본의 전시 산업화가 남긴 유산을 둘러싼 쟁점은 물론, 한국전쟁이 조선산업에 끼친 영향 역시 검토된다. 무엇보다 이 장에서는 좌익 숙청과 보도연맹의 경험,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의 공포스러운 기억의 무게가 1950년대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의 짓눌러 무기력한 상태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였음에도, 1950년대 후반부터 어떻게 전투적인 노조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추적한다.
4장|1960년대 초 격변기의 대한조선공사 노동조합
4월 혁명 여파로 전국적으로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숫자가 급증하고 노동쟁의의 수도 치솟았던 격변의 196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새롭게 대한조선공사 노조 지부장으로 선출된 임한식 위원장 시기의 노동조합운동을 살핀다. 당시 정부는 적자에 시달리던 대한조선공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던 와중이었고, 노동자들은 미래의 소유주에 의한 대량 해고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 시기 대한조선공사 노조는 1958년 파업을 통해 얻어 낸 성과를 되찾아 지켜 내기 위해 새롭게 현장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시기에 대한조선공사 노조는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데, 바로 조선소 종업원 중 약자에 속하는 층, 즉 임시직, 계약직 종업원과 견습공같이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을 노조에 포용한다는 결정과 하후상박의 원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당시 임한식 지도부하에서 이와 같은 원칙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정착될 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5장|민주노조의 정립
이 장에서는 1960년대 한국 노동운동을 다루는 통상적인 시각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시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이 시기의 노동운동에 대해 '전반적으로 온순하고 미조직화되어 있으며 정치적으로 조용'했다는, '강한 집단적 정체성과 연대감에 뒷받침된 사례가 드물'다는 구해근 등의 시각에 맞서, 1960년대 대한조선공사 노조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전투적 노동조합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들의 열망, 나아가 경제적 조합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이들의 계급적 정체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같은 역사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는 1960년대의 국가-자본-노동 관계를 새로운 시각에서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장에서는 허재업 지부장 시절을 중심으로, 대한조선공사 노조가 민주주의와 평등에 관한 일관된 담론을 생산?제시했고, 노조 조합원 자격을 정규직보다 열악한 형편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개방했으며, 노조 운영에 민주적 원칙을 지키려 애썼으며, 생산과정과 노동자의 현장 생활을 통제하려는 회사의 노력에 일관되게 저항했음을 살펴볼 것이다.
6장|경영합리화와 저항
이 장에서는 대한조선공사(조공)가 당면해 있던 기업 경영 환경과 조공이 생산?인사 관리의 합리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을 중심으로 1960년대 시기를 고찰한다. 조공 노동자들과 노조는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회사의 노력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하면서도, 사측의 방책이 공정치 않다고 인식될 때는 그에 확고히 저항했다. 또한 이 시기에 조공 노조는 임금 비용을 낮게 유지하는 장치로 조선소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비정규직에 대해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이 장은 평등, 공정성, 연대 등 노동자들이 공유하던 가치들이 기업 운영 합리화를 목적으로 추진되던 신구 대책들에 대한 저항의 과정을 어떻게 틀 지어 가는지, 그리고 그 경험이 조공 노동자들 사이에서 성장해 가던 노동운동의 성격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찰한다.
7장|경제 발전 대 민주주의: 1960년대 후반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도 정당한 지위와 발언권을 누려야 한다는 노동 측 요구는 대한조선공사 사측이나 국가 당국자들의 시각과 공존하기 어려웠다. 사측과 국가 당국의 시각에서 보는 노동자는 민족국가 건설 사업의 동반자라기보다 산업 건설에 필요한 수동적 투입 요소 혹은 경제적 동원의 대상에 불과했다. 이 장에서는 1960년대 후반 대한조선공사 조선소에서 노사 관계의 행위 주체들이 가진 이런 상이한 전망들이 어떻게 충돌했는지를 살펴본다.
8장|민영화와 노동 탄압: 1968~69년
1960년대에 '발전주의 국가' 한국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틀이 잡혀 가고 있었고, 국가의 노동 동원과 통제 정책도 그에 맞게 조정되어 갔다. 1960년대 하반기 한국은 박정희의 지도 아래 공산품 수출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말엽에 들어서면 국내외 정치?경제적 조건의 급격한 변화로 노사 관계 체제가 재검토되기 시작한다. 군사정권은 민족주의적 사명에 대한 공감대에 기대면서 국가가 통제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을 통해 집행되는 노사 협력 체제를 꿈꿨지만, 이런 체제는 대한조선공사 노동자 같은 조직노동자들 사이에 고조되는 투쟁성에 직면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점차 조직화되고 전투적으로 되어 가는 노동운동을 국가의 발전주의적 목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면서, 박정희 정권은 1969년에 이르면 훨씬 더 억압적인 노동정책으로 돌아서기 시작했고, 궁극적으로는 1972년 유신헌법 선포와 함께 전면적인 권위주의 정치로 나아갔다. 이 장에서는 1960년대 후반을 중심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대한조선공사 노조원들과 국가가 정면충돌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고찰한다.
9장|유신 시대의 조선산업 노동자들: 1970년대
대한조선공사(조공)에서 1968~69년에 걸쳐 일어난 일련의 파업은 박정희 정권이 권위주의적인 노동정책으로 선회하는 계기를 만든 그런 성격의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사건이었다. 따라서 조공 노조의 분쇄는 국지적으로 일어난 노동 탄압 사례가 아니라, 다가오는 1970년대에 정권의 노동정책이 대폭 변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장은 조공 조선소의 담장을 넘어 전국적 차원에서 박정희 정권이 권위주의적 노동정책으로 전환하게 된 사회경제적?정치적 조건들을 좀 더 자세히 고찰한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하에서 1970년대를 거치며 조공 조선소 노동운동의 성격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한때 전투적이었던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1970년대를 온순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여러 가지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10장|세계로 뻗어 나가는 조선산업, 되살아나는 노동운동
한국 조선산업이 활황을 구가하고 선박 수출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동안, 다른 중공업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조선산업 노동자들은 1980년대 중반 정도까지 투쟁성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대한조선공사(조공) 조선소의 경우 1969년 파업 후 15년이 지나도록 운동이 되살아나는 조짐은 없었다.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노조를 민주화하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목격된다. 이 장의 1980년대를 중심으로 조공 노동자들이 어떻게 국가 통제하 노동조합운동의 족쇄에서 벗어나 1980년대 중공업 노동자들의 전투적 노동조합운동에서 선봉에 서게 되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1960년대 조공 노동조합운동의 유산이 1980년대에 새로 등장하는 전투적 노동운동에 끼친 영향을 논의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 책속으로 이어서 -
"1960년대 조공 노조의 운동이 [민주주의에 대한] 대한노총 노조 지도자들의 수사적 입장과 구별되는 점은, 조공 노동자들이 근대적이고 민주적이며 존엄성을 지닌 산업 노동자로서의 페르소나를 공적?사적 무대 모두에서 의식적으로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있어서 그들의 퍼포먼스는 사측, 정부 당국, 경찰 또는 대중매체와의 상호 대면에 있어서나 내부 활동에 있어서나 일관성 있고 설득력 있는 것이었다. 지도부를 갈아치운 조합원의 반란을 목격했고 항상 지도부에 대한 조합원의 비판에 노출되었던 1960년대 조공 노조의 간부들은, 민주적 원칙에 따라 노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기탄없이 표명하는 것이 위험을 내재하고 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수사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민주적 원칙들을 강조하고 따름으로써, 노조 지도자들은 노조의 운동 방향을 제어하는 자신들의 권력을 위태롭게 하는 길을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다."_본문에서
목차
목차
감사의 말
서장
제1부 식민지 경험과 냉전의 유산
1장 해방 직후 시기 노동운동의 고양
식민지 시기의 노동운동
전시 노동 통제
노동자 자주관리운동
공산당의 입장
우익 노동자 조직의 탄생
2장 반공주의, 노동기본권, 조직노동자: 1950년대 초반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 초반 사이의 정치 환경
대한노동총연맹과 전진한
노동문제를 둘러싼 헌법 제정 논의
1953년 노동법
제2부 민주노조의 등장
3장 대한조선공사 노동자와 1950년대
한국의 조선산업과 대한조선공사: 1945~60년
한국전쟁의 영향
투쟁적 노조의 재탄생
4장 1960년대 초 격변기의 대한조선공사 노동조합
연대, 공평성, 그리고 신분 의식
주도권을 잡는 노조
전국해원노동조합 파업과 남궁련
군사 쿠데타와 그 결과
5장 민주노조의 정립
일반 조합원들의 반란
대한조선공사 노동자들
평등, 존엄, 그리고 생활임금
내부 민주주의와 조합원의 힘
6장 경영합리화와 저항
1960년대의 대한조선공사
경영합리화와 저항
임시직 노동자 껴안기
제3부 민주주의에 우선하는 성장
7장 경제 발전 대 민주주의: 1960년대 후반
증가하는 국가 개입
국영기업 노조들의 연대 투쟁
민족국가 건설에 대한 노조의 전망
기업의 전략: 국가 끌어들이기
8장 민영화와 노동 탄압: 1968~69년
두 가지 위기: 중앙집권화와 민영화
민영화와 1968년의 17일간 연좌농성
1969년의 파업
국가의 개입과 노조의 패배
9장 유신 시대의 조선산업 노동자들: 1970년대
권위주의적 노동 정치를 향하여
국가 통제하의 대한조선공사 노조운동
남성 노동자들
10장 세계로 뻗어 나가는 조선산업, 되살아나는 노동운동
세계시장에서의 성공
1980년대 노동운동의 재분출
1960년대 대한조선공사 노조운동의 유산
부록 1┃대한조선공사 노동조합 자료실 문서철 목록(1960~79년)
부록 2┃1948년 노동헌장
부록 3┃대한조선공사 단체협약 비교(1968년과 1970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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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주로 한국 근현대사와 전근대사, 노동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해방 후부터 박정희 시기까지의 노동사, 여성사, 지성사다. 저서로 2011년 아시아학회가 수여하는 '제임스 팔레 저작상'을 수상한 이 책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 외에도 Gender and Labour in Korea and Japan: Sexing Class(2009)에 실린 논문 "조선소 여성 노동자와 젠더 정치"(Shipyard Women and the Politics of Gender: A Case Study of the KSEC Yard in South Korea)를 비롯해 Journal of Asian Studies, Seoul Journal of Korean Studies, Review of Korean Studies 등에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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