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INU 후마니타스 총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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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시민권을 구획하는 다층적 경계에 대한 질문들
미래의 시민권을 전망하는 또 다른 상상들
“이 책은 정치철학?여성학?사회학?종교학?역사학?한국 문학?미국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오늘날의 시민권과 관련된 다층적 쟁점들을 재조명한 논의를 담고 있다. 오늘날의 시민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은 권리를 향유하는 자와 권리에서 배제된 자들의 경계, 더 나아가 시민권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국가의 경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반한다. 그 질문들은 팬데믹 이후 부각된 문제들, 이를테면 인종주의 및 외국인 혐오증,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발생시킨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조건들을 근본적으로 탐색하며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시민권을 상상하는 데 주력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도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 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맞부딪히며 우리는 이제껏 우리가 당연시하던 권리들 자체에 대해, 그리고 권리들의 불평등한 향유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 질문은 시민권을 구획하는 경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내려는 태도 또한 수반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글들이 전망하는 미래의 시민권은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겹쳐지고 있다. 그 겹쳐짐의 자리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또 다른 상상과 마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미래의 시민권을 전망하는 또 다른 상상들
“이 책은 정치철학?여성학?사회학?종교학?역사학?한국 문학?미국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오늘날의 시민권과 관련된 다층적 쟁점들을 재조명한 논의를 담고 있다. 오늘날의 시민권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업은 권리를 향유하는 자와 권리에서 배제된 자들의 경계, 더 나아가 시민권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국가의 경계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반한다. 그 질문들은 팬데믹 이후 부각된 문제들, 이를테면 인종주의 및 외국인 혐오증,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들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발생시킨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조건들을 근본적으로 탐색하며 팬데믹 이후의 새로운 시민권을 상상하는 데 주력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도되고 있지만 팬데믹 이후의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변해 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맞부딪히며 우리는 이제껏 우리가 당연시하던 권리들 자체에 대해, 그리고 권리들의 불평등한 향유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 질문은 시민권을 구획하는 경계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 내려는 태도 또한 수반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여러 글들이 전망하는 미래의 시민권은 제각기 달랐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겹쳐지고 있다. 그 겹쳐짐의 자리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또 다른 상상과 마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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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적 불평등,
가부장적 한국 사회와 돌봄 노동,
인종차별과 혐오, 피난민과 이주자의 권리
…
오늘날 한국 및 세계가 직면한 쟁점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국경의 전면적 봉쇄는 앞으로도 지속될지 모를 팬데믹 상황을 해결할 방책이 될 수 있을까? 다수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특정한 사람들, 이를테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사적 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면 그 제한의 양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하는가? 비상사태로 말미암아 규제된 권리의 즉각적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건강할 권리를 강조하는 의견이 충돌할 때 우리는 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또한 국가가 취한 방역 조치가 특정 계층 사람들, 이를테면 자영업자나 플랫폼 노동자 및 돌봄 노동자 등에게 불평등한 결과를 야기했다면 그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인가? 이런 형태의 쟁점들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발생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팬데믹 이전의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2020년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2020년 초 공포와 불안의 정념들은 때로는 팬데믹 상황을 먼저 맞닥뜨린 지역에서 온 외국인, 때로는 방역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촉발했다. 확진자 수가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콜센터 상담 노동자, 배달 노동자,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의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2021년 말, 팬데믹 이후 발생한 여러 현상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이 이제껏 향유하고 있던 권리들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이 책은 '시민권'을 통해 우리 안을 좀 더 선명하게 관찰해 보려는 인문학적 물음에서 시작했다.
본문 소개
1부 '미완의 시민권과 팬데믹'에 실린 글들은 카를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 에티엔 발리바르, 낸시 프레이저, 마사 누스바움 등 서양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시민권 관련 논의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며 오늘날의 시민권 담론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상원의 「인간과 시민의 '이데올로기적' 권리 선언?: 마르크스, 아렌트, 발리바르」는 1789년 혁명 직후 프랑스에서 선언된 인권선언, 즉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등에 제시된 '인권' 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논의들을 재조명한다. 마르크스와 아렌트의 논의가 그 대표적 예이며 한상원은 이들의 담론이 현대 사회의 두 핵심 제도인 시장과 국민국가가 근대성의 핵심 가치인 인권의 실현을 근본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역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의 인권선언 비판이 갖는 일면성을 지적하며 아렌트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발리바르의 논의를 통해 시민권 담론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권을 근거로 종족적?민족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 사회적 경쟁의 압력 속에 개인을 몰아넣는 신자유주의의 반정치성에 맞설 방안을, 정치적 권리로서 평등이라는 이념에 입각해 시민권을 지속적으로 재정립하는 움직임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한상원의 연구는 시의성이 있다.
임옥희의 「'여성'해방 기획으로서 시민적 참여와 정치적 감정」은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 노동이 폄하되고 있는 당대적 문제에 밀착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과 시민권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글은 낸시 프레이저의 여성해방 기획과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을 통해 페미니즘의 기본적 문제의식을 재고하고 있다. 낸시 프레이저가 '보편적 돌봄 제공자'라는 모델을 제시하며 돌봄을 최우선적인 시민사회의 가치로 설정하는 동시에 젠더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 마사 누스바움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에 감정의 정치가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 이 연구는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임옥희는 이들 모두 제1세계의 교육받은 백인을 '시민'으로 전제한다고 비판하며 시민의 범주에서 배제와 포함의 경계를 허물어 내는 것을 통해 시민적 참여의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진범의 「비상사태의 시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한 모색: 아렌트의 '기적' 개념을 중심으로」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른 비상사태의 시대를 문제 삼는다. 비상사태의 시대, 적과 동지를 구별 짓는 주권적 결단으로 정치를 규정했던 카를 슈미트의 견해가 지니는 위험성과 영향력에 동시에 주목하며 그 영향력을 슈미트 이론의 강점 중 하나인 '기적' 등의 은유에서 찾고 있다. 장진범은 슈미트의 '기적'이 신과 그의 현세적 대항자인 주권자가 일으키는 것인 반면, 한나 아렌트에게서 기적은 자유와 행위라는 재능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과 시민이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비상사태의 시대에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주권자의 결단이 아니라 노동과 작업 등의 여러 활동을, 세계를 사랑하고 돌보는 방향으로 이끄는 시민적 정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김민아의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논의를 중심으로」는 팬데믹 상황이 우리 사회의 약자, 이를테면 배달 노동자와 성소수자, 그리고 코로나 상담 노동자들을 가시화한 점에 주목하며, 종교의 사회운동 담론이 우리 사회의 균질하고 매끈한 삶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김민아는 종교의 사회운동을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모순적인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활동으로 규정한 뒤 그 운동이 '초월성의 정치'와 맥이 닿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낸시 프레이저의 논의가 분배와 인정을 가로지르는 정의론을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인정 투쟁과 분배 투쟁이 상호 보완될 만한 현실적 방식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비판하며 경계 밖의 사람들에 대한 환대를 제안한 존 카푸토 및 테드 제닝스의 신학 담론에서 종교적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종교 담론이 가진 보편주의가 사회운동으로 구현되는 실례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담론'에서 찾고 있는 김민아의 논의는 오늘날 종교 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제안을 던져 주고 있다.
2부 '시민권의 경계, 또 다른 주체들'에 실린 글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시민'이라는 개념이 부각된 양상을 고찰한 뒤 민중?여성 노동자?피난민?이주자 등 '시민'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층적 주체들이 시민권과 연관되어 있는 지점을 탐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의 시민(권) 담론이 포함하고 있는 것과 배제하고 있는 것의 경계를 문제 삼고 있다.
황병주의 「시민의 귀환: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 집단 주체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민'을 조선 시대 이래의 용례와 서양에서 유입된 근대 용례가 착종된 역사적 용어로 규정한다. 이 글은 1990년대 귀환한 시민이 1980년대의 민중을 대체하거나 대립하는 주체로 등장했으며, 이는 19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경제적 자유주의와 시민운동이 동시에 확산된 양상과 맞닿아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에서 시민 개념이 사용된 독특한 사례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의 '시민군'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용례에 기반해 황병주는 하층민 중심의 시민군과 1990년대 시민운동의 기반을 이루는 중산층 중심 시민 주체 사이의 간극을 부각한 뒤 시장의 문법을 따라 생존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획득한 집단인 시민이 생존 경쟁에서 밀린 민중을 전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배상미의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은 2000년대 다큐멘터리에 재현된 여성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운동이 새롭게 정의하는 시민권의 모습을 보여 준다. IMF 관리 체제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정리 해고와 비정규직화의 폭풍을 맞은 영역은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직이었고, 저임금?불안정 노동과 부당 해고에 투쟁으로 맞선 여성 노동자의 모습이 2000년대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재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2007년 대형 할인 마트 홈에버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500명이 상암 홈에버 매장을 20여 일 동안 점거 농성 했던 사건을 재현한 김미례 감독의 〈외박〉(2009)에 주목한다. 〈외박〉의 여성 노동자들이 가정에서도, 그리고 일터에서도 가정 내 노동 전담자와 임금노동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호명되기 때문에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는 이 글은 〈외박〉에서 재현된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전제하는 시민권에 문제를 제기하며 모든 성별의 구성원이 '가족 구성원을 돌볼 권리'를 갖추는 것을 새로운 시민의 덕목으로 제시한다.
강용훈의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1960년대 초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공간화' 양상을 중심으로」는 동아시아 국경 질서의 변화 과정 및 이에 대응했던 이주자의 시선을 밀도 있게 재현하고 있는 안수길 소설을 한국에서의 시민권 논의에 흥미로운 참조 지점을 제시해 주는 텍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강용훈의 연구는 기존 연구가 주목하지 않았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 중, 4?19와 5?16 및 한일 협정 반대 운동 등의 역사적 격변이 진행되던 1960년대 초반 발표된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 소설 속의 월남한 피난민 인물이 한국전쟁과 4?19혁명으로 대표되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과정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분석한다. 이 연구는 안수길의 소설이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폭력의 발현 양상을 '경계에 놓여 있는 공간', 즉 한국전쟁 시기 남한과 북한의 치안 질서가 교차했던 전시 서울, 그리고 공권력의 폭력과 대항 폭력이 맞부딪혔던 4?19의 거리 공간과 연결해 형상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이 글은 시민증을 부여받은 것에 안도하던 안수길 소설 속 '월남한 피난민'이 4?19혁명과 같은 역동적 시민권의 재구축 과정과 결합될 수 있었던 계기를, 경계 공간에 놓여 있는 자가 감당해야 했던 폭력에 대한 응시에서 찾고 있다.
신나미의 「정착 너머의 이민 서사: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을 통해 본 이주와 기억」은 미국 문학의 이민 서사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아 20세기 후반 이주의 경험이 새롭게 서사화된 양상을 탐색한다. 이민 서사의 새로운 양상을 도미니카계 미국 작가 주노 디아스의 단편소설집 『드라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살펴보며 이 소설집을 이루는 10편의 단편소설들이 다양한 공간들과 인물들의 시각을 포괄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세기 미국 이민 서사가 이주자의 경험 중심 정착 서사를 주로 형상화한 것과 달리, 『드라운』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의 시선에서도 이주를 형상화하며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임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신나미는 『드라운』이 취하고 있는 이야기 연결망이 20세기 후반 도미니칸 디아스포라의 집단적 기억을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계 이주자들의 기억을 아우른다고 결론 내린다. 이 글에서 분석한 이민 서사의 새로운 방식은 이주자의 이야기를 체류권으로서의 시민권을 획득하기까지 과정으로 국한해 상상하는 관습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부장적 한국 사회와 돌봄 노동,
인종차별과 혐오, 피난민과 이주자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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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 및 세계가 직면한 쟁점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
국경의 전면적 봉쇄는 앞으로도 지속될지 모를 팬데믹 상황을 해결할 방책이 될 수 있을까? 다수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특정한 사람들, 이를테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의 사적 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제한된다면 그 제한의 양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어야 하는가? 비상사태로 말미암아 규제된 권리의 즉각적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건강할 권리를 강조하는 의견이 충돌할 때 우리는 이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또한 국가가 취한 방역 조치가 특정 계층 사람들, 이를테면 자영업자나 플랫폼 노동자 및 돌봄 노동자 등에게 불평등한 결과를 야기했다면 그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인가? 이런 형태의 쟁점들은 팬데믹 상황 때문에 발생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팬데믹 이전의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문제들과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2020년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2020년 초 공포와 불안의 정념들은 때로는 팬데믹 상황을 먼저 맞닥뜨린 지역에서 온 외국인, 때로는 방역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강렬한 분노를 촉발했다. 확진자 수가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시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많은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콜센터 상담 노동자, 배달 노동자,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희생을 통해 가능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도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의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2021년 말, 팬데믹 이후 발생한 여러 현상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이 이제껏 향유하고 있던 권리들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이 책은 '시민권'을 통해 우리 안을 좀 더 선명하게 관찰해 보려는 인문학적 물음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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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미완의 시민권과 팬데믹'에 실린 글들은 카를 마르크스, 한나 아렌트, 에티엔 발리바르, 낸시 프레이저, 마사 누스바움 등 서양의 대표적 사상가들의 시민권 관련 논의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며 오늘날의 시민권 담론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상원의 「인간과 시민의 '이데올로기적' 권리 선언?: 마르크스, 아렌트, 발리바르」는 1789년 혁명 직후 프랑스에서 선언된 인권선언, 즉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등에 제시된 '인권' 개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논의들을 재조명한다. 마르크스와 아렌트의 논의가 그 대표적 예이며 한상원은 이들의 담론이 현대 사회의 두 핵심 제도인 시장과 국민국가가 근대성의 핵심 가치인 인권의 실현을 근본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역설을 예리하게 지적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는 마르크스의 인권선언 비판이 갖는 일면성을 지적하며 아렌트를 적극적으로 재해석한 발리바르의 논의를 통해 시민권 담론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시민권을 근거로 종족적?민족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리, 사회적 경쟁의 압력 속에 개인을 몰아넣는 신자유주의의 반정치성에 맞설 방안을, 정치적 권리로서 평등이라는 이념에 입각해 시민권을 지속적으로 재정립하는 움직임에서 찾으려 했다는 점에서 한상원의 연구는 시의성이 있다.
임옥희의 「'여성'해방 기획으로서 시민적 참여와 정치적 감정」은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 노동이 폄하되고 있는 당대적 문제에 밀착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과 시민권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글은 낸시 프레이저의 여성해방 기획과 마사 누스바움의 '정치적 감정'을 통해 페미니즘의 기본적 문제의식을 재고하고 있다. 낸시 프레이저가 '보편적 돌봄 제공자'라는 모델을 제시하며 돌봄을 최우선적인 시민사회의 가치로 설정하는 동시에 젠더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다는 점, 마사 누스바움이 페미니즘의 해방 기획에 감정의 정치가 어떻게 개입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 이 연구는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임옥희는 이들 모두 제1세계의 교육받은 백인을 '시민'으로 전제한다고 비판하며 시민의 범주에서 배제와 포함의 경계를 허물어 내는 것을 통해 시민적 참여의 새로운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장진범의 「비상사태의 시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한 모색: 아렌트의 '기적' 개념을 중심으로」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따른 비상사태의 시대를 문제 삼는다. 비상사태의 시대, 적과 동지를 구별 짓는 주권적 결단으로 정치를 규정했던 카를 슈미트의 견해가 지니는 위험성과 영향력에 동시에 주목하며 그 영향력을 슈미트 이론의 강점 중 하나인 '기적' 등의 은유에서 찾고 있다. 장진범은 슈미트의 '기적'이 신과 그의 현세적 대항자인 주권자가 일으키는 것인 반면, 한나 아렌트에게서 기적은 자유와 행위라는 재능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과 시민이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비상사태의 시대에 우리가 주목할 지점은 주권자의 결단이 아니라 노동과 작업 등의 여러 활동을, 세계를 사랑하고 돌보는 방향으로 이끄는 시민적 정서라고 역설하고 있다.
김민아의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논의를 중심으로」는 팬데믹 상황이 우리 사회의 약자, 이를테면 배달 노동자와 성소수자, 그리고 코로나 상담 노동자들을 가시화한 점에 주목하며, 종교의 사회운동 담론이 우리 사회의 균질하고 매끈한 삶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김민아는 종교의 사회운동을 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과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거나 모순적인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기 위한 활동으로 규정한 뒤 그 운동이 '초월성의 정치'와 맥이 닿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연구는 낸시 프레이저의 논의가 분배와 인정을 가로지르는 정의론을 바탕으로 삼고 있지만, 인정 투쟁과 분배 투쟁이 상호 보완될 만한 현실적 방식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다고 비판하며 경계 밖의 사람들에 대한 환대를 제안한 존 카푸토 및 테드 제닝스의 신학 담론에서 종교적 사회운동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종교 담론이 가진 보편주의가 사회운동으로 구현되는 실례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담론'에서 찾고 있는 김민아의 논의는 오늘날 종교 담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제안을 던져 주고 있다.
2부 '시민권의 경계, 또 다른 주체들'에 실린 글들은 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시민'이라는 개념이 부각된 양상을 고찰한 뒤 민중?여성 노동자?피난민?이주자 등 '시민'으로 환원되지 않는 다층적 주체들이 시민권과 연관되어 있는 지점을 탐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오늘날의 시민(권) 담론이 포함하고 있는 것과 배제하고 있는 것의 경계를 문제 삼고 있다.
황병주의 「시민의 귀환: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 집단 주체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시민'을 조선 시대 이래의 용례와 서양에서 유입된 근대 용례가 착종된 역사적 용어로 규정한다. 이 글은 1990년대 귀환한 시민이 1980년대의 민중을 대체하거나 대립하는 주체로 등장했으며, 이는 1987년 체제의 성립 이후 경제적 자유주의와 시민운동이 동시에 확산된 양상과 맞닿아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한국에서 시민 개념이 사용된 독특한 사례로 5?18 광주 민주화 항쟁 당시의 '시민군'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용례에 기반해 황병주는 하층민 중심의 시민군과 1990년대 시민운동의 기반을 이루는 중산층 중심 시민 주체 사이의 간극을 부각한 뒤 시장의 문법을 따라 생존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획득한 집단인 시민이 생존 경쟁에서 밀린 민중을 전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배상미의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은 2000년대 다큐멘터리에 재현된 여성 노동자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운동이 새롭게 정의하는 시민권의 모습을 보여 준다. IMF 관리 체제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정리 해고와 비정규직화의 폭풍을 맞은 영역은 여성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직이었고, 저임금?불안정 노동과 부당 해고에 투쟁으로 맞선 여성 노동자의 모습이 2000년대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재현되었는데, 그중에서도 2007년 대형 할인 마트 홈에버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500명이 상암 홈에버 매장을 20여 일 동안 점거 농성 했던 사건을 재현한 김미례 감독의 〈외박〉(2009)에 주목한다. 〈외박〉의 여성 노동자들이 가정에서도, 그리고 일터에서도 가정 내 노동 전담자와 임금노동자라는 두 가지 정체성으로 호명되기 때문에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는 이 글은 〈외박〉에서 재현된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통해 성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전제하는 시민권에 문제를 제기하며 모든 성별의 구성원이 '가족 구성원을 돌볼 권리'를 갖추는 것을 새로운 시민의 덕목으로 제시한다.
강용훈의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1960년대 초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공간화' 양상을 중심으로」는 동아시아 국경 질서의 변화 과정 및 이에 대응했던 이주자의 시선을 밀도 있게 재현하고 있는 안수길 소설을 한국에서의 시민권 논의에 흥미로운 참조 지점을 제시해 주는 텍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강용훈의 연구는 기존 연구가 주목하지 않았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 중, 4?19와 5?16 및 한일 협정 반대 운동 등의 역사적 격변이 진행되던 1960년대 초반 발표된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이들 소설 속의 월남한 피난민 인물이 한국전쟁과 4?19혁명으로 대표되는 해방 이후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과정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분석한다. 이 연구는 안수길의 소설이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폭력의 발현 양상을 '경계에 놓여 있는 공간', 즉 한국전쟁 시기 남한과 북한의 치안 질서가 교차했던 전시 서울, 그리고 공권력의 폭력과 대항 폭력이 맞부딪혔던 4?19의 거리 공간과 연결해 형상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이 글은 시민증을 부여받은 것에 안도하던 안수길 소설 속 '월남한 피난민'이 4?19혁명과 같은 역동적 시민권의 재구축 과정과 결합될 수 있었던 계기를, 경계 공간에 놓여 있는 자가 감당해야 했던 폭력에 대한 응시에서 찾고 있다.
신나미의 「정착 너머의 이민 서사: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을 통해 본 이주와 기억」은 미국 문학의 이민 서사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아 20세기 후반 이주의 경험이 새롭게 서사화된 양상을 탐색한다. 이민 서사의 새로운 양상을 도미니카계 미국 작가 주노 디아스의 단편소설집 『드라운』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살펴보며 이 소설집을 이루는 10편의 단편소설들이 다양한 공간들과 인물들의 시각을 포괄할 수 있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0세기 미국 이민 서사가 이주자의 경험 중심 정착 서사를 주로 형상화한 것과 달리, 『드라운』은 고향에 남겨진 가족의 시선에서도 이주를 형상화하며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이 계속해서 영향을 주고받는 공간임을 보여 줄 수 있었다. 신나미는 『드라운』이 취하고 있는 이야기 연결망이 20세기 후반 도미니칸 디아스포라의 집단적 기억을 담고 있으며, 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계 이주자들의 기억을 아우른다고 결론 내린다. 이 글에서 분석한 이민 서사의 새로운 방식은 이주자의 이야기를 체류권으로서의 시민권을 획득하기까지 과정으로 국한해 상상하는 관습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목차
목차
책을 펴내며 6
1부 미완의 시민권과 팬데믹 23
1장 인간과 시민의 '이데올로기적' 권리 선언?: 마르크스, 아렌트, 발리바르 / 한상원 25
2장 '여성'해방 기획으로서 시민적 참여와 정치적 감정 / 임옥희 65
3장 비상사태의 시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한 모색: 아렌트의 '기적' 개념을 중심으로 / 장진범 93
4장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논의를 중심으로 / 김민아 141
2부 시민권의 경계, 또 다른 주체들 185
5장 시민의 귀환: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 / 황병주 187
6장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 / 배상미 243
7장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1960년대 초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공간화' 양상을 중심으로 / 강용훈 277
8장 정착 너머의 이민 서사: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을 통해 본 이주와 기억 / 신나미 329
찾아보기 358
1부 미완의 시민권과 팬데믹 23
1장 인간과 시민의 '이데올로기적' 권리 선언?: 마르크스, 아렌트, 발리바르 / 한상원 25
2장 '여성'해방 기획으로서 시민적 참여와 정치적 감정 / 임옥희 65
3장 비상사태의 시대, 민주주의와 시민권을 위한 모색: 아렌트의 '기적' 개념을 중심으로 / 장진범 93
4장 한국 개신교 사회운동 담론과 초월성의 정치: 토지 공개념과 기본 소득 논의를 중심으로 / 김민아 141
2부 시민권의 경계, 또 다른 주체들 185
5장 시민의 귀환: 1990년대 시민 담론과 자유주의 / 황병주 187
6장 2000년대 여성 노동자 투쟁 다큐멘터리와 '여성 노동자'의 시민권 / 배상미 243
7장 유동하는 경계와 피난민의 시민권: 1960년대 초반 안수길의 신문 연재소설에 나타난 '폭력의 공간화' 양상을 중심으로 / 강용훈 277
8장 정착 너머의 이민 서사: 주노 디아스의 『드라운』을 통해 본 이주와 기억 / 신나미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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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한상원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이다.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에서 마르크스의 물신주의와 이데올로기 개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아도르노의 정치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아우구스티누스, 맑스, 벤야민. 역사철학과 세속화에 관한 성찰』이 있으며, 역서로 『공동체의 이론들』(공역), 『아도르노, 사유의 모티브들』, 『역사와 자유의식: 헤겔과 맑스의 자유의 변증법』이 있다. 『현대 정치철학의 네 가지 흐름』, 『비판적 사고: 어떻게 다르게 생각할 것인가』, 『근대 사회정치철학의 테제들』, 『모빌리티 존재에서 가치로』, 『아도르노와의 만남』, 『왜 지금 다시 마르크스인가』 등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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