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 아이를 사랑한다, 하지만 엄마가 아닌 ‘나’를 꿈꾼다
? 엄마됨의 고통을 통과한 8인의 고백이 그려 낸, 여자들의 세계
¶ “취재를 하면서 ‘나는 세상이 강요하는 엄마 역할에 휘둘리지 않을 거야’라고 굳게 다짐했건만, 막상 아이를 낳고 보니 착실하게 그 역할에 휘둘리고 있다. ... 아이를 낳은 이후로 세간의 시선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똑똑히 깨달았다. 그럴 때면 취재에 응해 준 엄마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부당하게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것에 대한 분노, 자기답게 살지 못한 데 대한 슬픔, 지금까지의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하는 억울함, 더 좋은 엄마이지 못한 죄책감. 그녀들의 이야기는 우리 엄마의 이야기였고, 나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엄마가 된 것을 슬퍼해도 좋고, 화내도 좋고, 후회해도 좋다’ 그렇게 말해 주는 것 같았다.” / 에필로그 중에서
? 엄마됨은 고되지만 결국 뿌듯한 일?
¶ (미호) 제 인생이 마치 솜털이 반쯤 날아간 민들레 같아요. 절반마저 날아가면 남은 일은 시드는 것뿐이겠지만, 요즘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다시 태어나도 엄마가 되겠냐고요? 글쎄요, 제 인생은 이번 한 번뿐이잖아요. 그래서 후회하는 거고, 앞으로도 후회를 안고 살아가겠죠. ... 지금은 나름 즐겁게 지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에 대한 분노 같은 감정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무책임하게도 ‘엄마를 그만뒀다’ 생각하면서 제 마음은 편해졌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진짜로 해방된 건 아니죠. 엄마들은 좀 더 마음 편히 후회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엄마가 된 부분만 후회해선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마음껏 후회하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면서 거기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 좋겠어요.
¶ (우치다 구미) 지금도 후회하는 마음은 있어요. 그런 마음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고 해도 절대로 그 마음이 사라지진 않더라고요. 이 사회에서 엄마가 된다는 건, 지금도 좋은 선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를 낳은 걸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 사회에서 엄마가 된 걸 후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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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고통을 말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됨을 긍정하고 아이의 존재에 감사하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과연 모든 엄마들의 속마음이 하나같을까? 왜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걸까? 애 키우기 힘든 건 모두가 아는데 왜 출산에 대한 압박은 여전한 걸까? 이 같은 의문을 품은 NHK 기자와 피디가 엄마가 된 데 ‘감히 후회를 말하는’ 여성들을 인터뷰했다. 이는 먼저 티브이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는데, 방영 후 여성들의 공감하는 목소리도 많았지만, 방송에 등장한 엄마들을 “이기적이고 냉정한 사람” “엄마로서 실격”이라 비난하며 방송이 “저출산을 조장”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저자들 스스로도 인터뷰를 하면서 마치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큼 엄마가 아이를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데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하지만 후회를 말하는 엄마들을 직접 만나면서 두 저자는 그들이 결코 ‘특별하고 이상한’ 여자들이 아니라 남편과 아이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지극히 평범한 여성들임을 발견한다. 저자들은 이들의 생애사를 재구성하며 출산과 양육이 우리 시대 여성들의 삶과 경력, 몸과 관계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추적하는 한편, 후회, 상실감, 분노, 무력감 등의 터부시했던 부정적 감정들을 정면으로 다루며 실제 여성들이 가정과 직장, 이 사회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보여 줌으로써 여전히 모성 신화와 성역할의 불평등으로 인해 여성들이 어떤 상실감과 분노,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지, ‘좋은 엄마’ 되기를 강요하는 압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것이 여성들을 어떻게 고립시키는지, 일과 학업, 보육제도와 가족관계가 뒤엉킨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 준다.
? 엄마들의 고통은 왜 계속되는가 / 고립무원의 엄마들
¶ (미호) 아이가 음량을 조절할 수 있는 스피커도 아니고, 저도 컨트롤러가 아니니까 한계가 있어요. 수업 시간에는 제가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아닌데도, 고집 부리는 아이의 행동을 통제할 책임이 엄마에게 있는 건가 싶었죠.
¶ (무라타) 보건소에 가면 늘 모든 말이 ‘어머니’로 시작했어요. 아침에 빵만 먹었다고 하면 “어머니, 그럼 영양이 부족하니까 채소랑 유제품도 챙겨 주세요” 이래요. 아이가 안 먹는다고 하면 “어머니가 방법을 고민해서 먹게 해야죠” 하고요. 그런 대화를 계속하다 보면 이걸 전부 내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에 울컥하더라고요. 저녁 7시에는 재우라는데, 그렇게 이른 시간에 자면 아빠 얼굴을 못 보잖아요. 그래서 둘째 때는 사실 8시에 재워도 7시에 잔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첫째 때 뭐든 너무 솔직하게 대답했다가 혼나고 시무룩해져서 집에 돌아오곤 했어서요.
¶ (오타 씨) 열심히 노력해서 명문고도 갔고 대학도 나왔다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사회에서도 일하다가 실패도 있었지만 노력해서 성공도 해봤고요. 근데 육아만큼은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성과가 안 나는 것 같아요. ... ‘나 오늘 한 게 아무것도 없네’ 이런 날이 사흘이 되고, 석 달이 되고, 일 년이 되더라고요. ‘난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뭘 위해 사는 걸까?’ 이런 생각에 점점 빠져들었어요. 오늘 하루 한 일이라곤 아이와 공원 가서 모래 케이크를 만들었다 부쉈다 한 게 전부구나. 그러다 보니 나는 애들 엄마로서만 남아 있고 ‘나’라는 존재는 사라져 가는 것 같았어요. 점점 투명해지는 느낌이랄까. ‘나는 이 세상에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어요.
¶ (이시카와 주리) 출산 후 몇 달 동안, 마음이 점점 병들어 가는 것 같았어요. 아이에게 애정을 느낄 수 없었어요. 3개월 검진 때, 문진표에 ‘아이를 좋아하나요? 안을 수 있나요?’라는 항목이 있더군요. ‘사랑할 수 없다’라고 썼어요. 그렇게 쓰면 뭔가 연락을 주겠지 조금 기대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더라고요. 검진에서 상담도 해봤지만 “너무 애쓰지 마세요” 하고는 끝이었어요. ... 가장 심했을 때는 둘째를 낳은 뒤였는데 애들을 두고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 첫째의 3세 영유아 검진에서 “이대로라면 이 아이를 죽일 것 같아요” 했더니 마침내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 주더라고요. 담당자가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다른 방으로 안내를 해줬어요. 심리 상담사가 나와서 그때 처음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 줬어요. 이 무렵 아이한테 무심코 손이 나갔던 적이 있었어요. 그걸 털어놨더니 심리 상담사가 “정말로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은 숨기려고 해요” 하더군요. “하지만 이시카와 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서 괴로운 거죠” 이러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꽁꽁 묶였던 마음이 그제야 조금씩 풀어지며 홀가분해졌어요.
밖에 나가면 아이는 “손잡아 줘” 하면서 천진난만하게 달라붙는데, 그게 솔직히 버거워요. 육아를 하면서 제 안의 뭔가가 망가진 느낌이에요. 마음이 갈라지고, 로봇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주위에선 “엄마의 부담을 덜어 줄 뭔가를 만드세요” 이런 소리들을 하는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큰맘 먹고 누군가에게 말하면 ‘나쁜 엄마’라고 비난받잖아요. 저한테 아이는 족쇄로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무거워서 자유롭게 날 수도 없어요. 날개를 빼앗긴 느낌이에요.
¶ (30대 여성) 결혼해서 좋아하는 일을 관두고, 아이를 낳고 좋아하는 음식도 먹을 수 없게 되고, ‘엄마니까’ 하면서 육아와 가사에 쫓기다 보면 나는 대체 뭘까? 사축이 아닌 가축일까?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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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육아를 지원하는 제도들이 마련되었고,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도 어느 정도 확산되었지만, 엄마들이 마주한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대개는 여전히 ‘독박’ 육아의 고통을 호소한다. 이는 대학교 1학년 때 피임과 임신중지를 모두 거부하고 도망간 남자친구 때문에 미혼모가 된 마쓰다 씨뿐만이 아니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다 출산을 한 무라타 씨 역시 머리를 자르러 갈 시간조차 낼 수 없을 정도로 홀로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당시 일본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은 2퍼센트. 대부분은 여성이 영유아 때 육아휴직을 쓰게 되고, 초반에 굳어진 역할 분담은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복직을 한 뒤에도 여성만 단축근무를 신청하면서 집안에서의 역할 분담은 더욱더 굳어져 간다.
이 같은 엄마에게 집중된 압도적 육아 부담은 여성들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위태롭게 만들지만 사회적 제도는 이들에 좀처럼 가닿지 못한다.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영유아 검진이나 상담 활동 같은 것들도 표면적 검사에만 그칠 뿐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엄마들 스스로가 이 같은 문제를 스스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NHK에서 이 책의 근간이 된 방송을 위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하려면 누가 달라져야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대다수가 남편도 사회도 아닌, 자기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다수 여성들이 오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남편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다. 집이든 학교든 병원이든 어린집에서든 육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귀속시키는 현실에서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들은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생겨나는 수많은 문제를 엄마들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떠넘겨 오면서 해결을 위한 노력도 비용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비판한다.
? 워킹맘의 고난은 왜 계속되는가
¶ (무라타) 애가 열이 나면 병원에 데려가는 건 언제나 저였어요.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남편 혼자 병원에 데려간 적이 없어요. 제가 단축 근무를 하고 회사에서 중요한 업무도 맡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당신이 바로 갈 수 있잖아!” 이러면서 대신 가준 적이 없어요. 일을 쉬는 쪽이 당연히 제가 되는 게 너무 속상했달까요. 유급휴가도 전부 다 써서 결근을 한 적도 있어요. 점점 ‘남편은 돈 버는 역할, 육아는 내 책임’ 같은 식이 되어 갔죠.
¶ (우치다 구미) 남편은 되도록 도와주려 하고 있고, 주위를 둘러봐도 잘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약한 소리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요. 다니는 회사도 육아 중인 여성을 배려해 주는 편이고, 지원도 잘 되어 있고요. 그런데도 ‘나는 왜 이렇게까지 시간이 없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떳떳할 수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은 풀타임으로 일하는데, 저만 짧게 일하고 끝나니까요. 원래라면 내 자리가 없을 수도 있는데, 역할을 부여받고 회사에 남을 수 있게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해내야겠다고 생각했죠. ...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까, 끝이 보이지 않아서 괴로웠어요. 아이가 더 크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 아직도네’ 이런 상태가 몇 년간 이어졌죠.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는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업무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는 한, 달라질 수 없었어요. 거기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죠. 정신적으로 늘 위태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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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후회 속에는 유독 ‘일’에 대한 미련이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8인의 여성들은 1970~80년대생들로 일본에서 여성운동이 성장하던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내며 부모 세대와는 다른 꿈을 꾸며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그들이 첫 발을 내디딘 사회의 현실은 냉혹했다. 일본은 장기불황의 늪 속에서 ‘취업 빙하기’를 맞았고, 남녀 고용차별은 강고했다. 법적으로는 고용상의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등의 조치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시점이었지만, 여성들이 직접 겪은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부분은 경력 단절의 고통을 호소한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준수한 직장의 정규직, 남편과 친정엄마 등을 비롯한 가족의 협조, 어린이집 입소와 방과후교실 등의 제도적 지원 중 어느 한 요소만 빠져도 여자들은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1973년생 미호 씨는 1996년, 증권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남편의 발령지인 오사카로 이주하면서 계약직으로 옮겨 가게 된다. 2000년 첫째를 임신했을 당시 오사카 지부에서는 육아휴직 후 복귀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미호 씨는 결국 퇴사 후 전업주부의 삶을 살게 된다. 그녀가 다시 구직을 시작한 것은 발달장애를 앓는 첫째가 성장한 뒤였으나, 15년간 육아만 해온 사실은 능력 부족으로 치부되며 구직에 실패한다.
1972년생 오타 씨는 “여자도 일하는 시대”임을 강조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잡지 편집자로서 일하는 삶을 지키려 했던 여성이다. 하지만 애를 낳고 잠시 일을 쉬다 구직에 나서자, 회사에선 어린이집부터 확보하지 않으면 취직이 어렵다 하고 어린이집에선 취업 상태가 아니면 입소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녀는 4년제 대졸자였음에도 파트타임 일자리 면접까지도 가기 힘든 현실을 맞닥뜨린다.
취업 빙하기에 구직을 시작해 60곳 이상 지원하는 치열한 구직 활동 끝에 IT 기업 영업부에 입사한 1979년생 우치다 씨는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남녀 차별의 현실을 절감하며 “애가 생기기 전에 남자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회사를 다닌다. 그러나 두 아이를 연이어 출산하고 3년 만에 복직한 회사에서는 사무처리 부서로 발령을 받고 거기서조차 저성과자로 평가받으며 감봉 조치를 당한다. 이른바 승진과는 거리가 먼 ‘마미트랙’에 합류하게 된 것. 아이의 잦은 병치레로 출근일수조차 부족했던 그녀는 남편이 비교적 협조적인 케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모두 ‘어중간한’ 존재로 부족감에 시달린다.
한편 이시카와 주리 씨는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에서 육아휴직이 불가능했다. 요양보호사였던 그녀의 직장, 요양병원에는 전례가 없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현실은 지금도 여전하다. 이는 시의원에 당선된 뒤 출산을 하게 된 마쓰다 노리코 씨도 마찬가지. 의원에게는 노동법이 적용되지 않아 그녀는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없었고, 그녀 스스로도 “역시 여자는 이래서 안 돼” 같은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출산 후 한 달도 안 돼 일에 복귀했다. 임시회 때 생후 6주 미만인 아기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아기를 데리고 출석했다가 동료 의원으로부터 “신성한 의회에 아기를 데려오면 어떡하냐”고 타박을 들었다.
2016년 당시 일본에서 어린이집 입소 대기 아동 수는 2만3천명. 부모가 모두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어도 어린이집이 없어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대학생이었던 다나카 씨는 회사원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있었다. 국가가 정한 ‘보육이 필요한 사유’에는 학업도 포함되지만, 당시 거주하던 지역의 어린이집 입소 심사 기준은 학생이 회사원보다 점수가 낮았다. 신청했던 어린이집에 모두 떨어지고, 인가 외 어린이집을 비롯해 다양한 보육 기관을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 다나카 씨는 어린이집을 확보할 때까지 2년을 휴학해야 했다.
일본은 2022년 전업주부 세대 비율이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졌지만, 육아와 가사의 80퍼센트를 여전히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5년에 발표한 제4차 남녀공동참획기본계획에서 6세 미만 자녀를 둔 남성의 가사·육아 시간을, 2011년 기준 하루 평균 67분에서 150분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근무시간이 너무 길었다. 국립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목표를 이루려면 하루 업무 관련 시간을 9.5시간 이하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남성의 69퍼센트가 하루 10시간 이상을 업무 시간으로 보내고 있고, 그중 36퍼센트는 12시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 각자의 해법들 / 고난을 통과한 기록이 전하는 부적 같은 위로
¶ (미호) 난 이 아이를 통제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엄마로서 책임을 지고 삶을 끝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죠. ... “엄마랑 같이 죽자.” 그러자 아들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죽고 싶으면 엄마 혼자 죽어. 난 살아서 나중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될 거야.” ... 만약 아들이 “엄마, 같이 살자” 했거나 “날 위해서 힘내”라고 위로했다면 제 귀에는 들리지 않았을 거예요. ‘엄마가 죽어도 나는 살겠다’라는 말에 도리어 해방감을 느꼈어요.
¶ (미호) 나를 지키기 위해, 살기 위해 엄마 역할을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엄마를 그만두고 ‘팬’이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엄마니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무거운 책임에 짓눌리게 되잖아요. 엄마의 책임이라서가 아니라, 우연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팬으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키우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살기 시작했더니 정말 편안해졌어요. 팬은 그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쁘고 힘을 얻게 되잖아요. 지금은 평생 ‘탈덕’ 없는 애들 팬으로 살고 있어요.
¶ (무라타)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바로 마음건강상담 창구에 전화를 걸었어요. “혼자라고 생각하면 너무 괴로워서요. 통화 연결 상태로 둬도 되나요?” 이렇게 부탁하면 아무 말 없이 기다려 주는 일도 많았어요. 매번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함께 있어 달라고 했어요. ... ‘나는 나한테 맡겨진 역할이 싫은 거구나’ 이렇게 분명히 깨닫고 나니, 아이한테 “사랑해” 하면서도, 그렇지만 “이건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됐죠. 그렇게 구별하면 마음을 지킬 수 있겠더라고요. ... 아이가 저한테 화를 쏟아붓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달라붙으면 “엄마가 지금은 안아 줄 수 있는 마음이 아니야”라고 말해요. 예전에는 아이가 떼를 쓰다 저를 때려도 조금 뒤에 ‘엄마’ 하고 부르면 “응~” 하면서 대답해 주었죠. 근데 그러면 제 마음이 망가지더라고요. 이제 아이가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고, 저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네가 엄마를 때렸으니까 곧바로 받아 줄 수는 없어”라고 말해요.
¶ (오타) 지금 돌아보면 “좀 더 내려놔도 돼, 일단 잠부터 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 상담하러 오는 엄마들도 보면 다들 너무 애를 써요. 지금도 예전의 제가 하던 고민을 많이 해요. 어쩌면 요즘은 인터넷에서 남들의 화려한 모습이 눈에 띄니까 더 힘들지도 몰라요. 우리 때는 죽 무게를 재는 일은 없었는데, 지금은 엄마들이 너무 강박을 느끼는 것 같아요. ‘죽은 몇 그램, 양배추는 몇 그램 먹여야 하는데 애가 안 먹어요!’ 하면서 고민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요. 계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도, 매뉴얼대로 안 먹이면 애가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나 봐요. 그래서 저는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주죠. 그 시절의 저에게 말해 주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니까 대신 상담하러 오는 엄마들한테 말해 주는 거예요.
¶ (이시카와 주리) 미호 씨 말에 힌트를 얻어서 ‘그렇다면 나는 뭘까?’ 생각했어요. ‘팬’은 저랑 아이의 관계에서는 조금 안 맞는 것 같고, 저는 오히려 ‘아이돌 매니저’에 가까운 것 같았어요. 아이는 제멋대로에 인기 없는 언더그라운드 아이돌, 저는 그런 아이돌을 돌보는 매니저인 거죠. 남편은 기획사 사장이고, 학교는 방송국쯤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이를 대할 때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이가 “엄마” 하고 뭔가 부탁하면 “그래~” 하면서 매니저가 일을 마무리한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죠. 언젠가 아이가 독립해서 사회라는 ‘무대’에 섰을 때, 잘 설 수 있게 도와주는 거라고요. 마치 아이돌을 프로듀싱하는 마음이랄까요. ... 의무라고 생각하니 힘들어서 아이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지금은 함께 있는 게 괴롭진 않아요. 아이도 제 변화를 알아차렸는지 “엄마, 이제 가시가 사라졌네” 하더라고요.
¶ (요다) 요즘 나는 아이를 낳기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일상에 허둥대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런 날들이 쌓여 가며 답답함을 느낄 때면, 나는 취재에 응해 주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신기하게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다. 나에게 엄마들의 말은 어느새 부적 같은 것이 되었다. ... 적어도 나는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이를 낳는 일은 자신의 정체성을 ‘엄마’라는 역할로 교체하는 일도, 반드시 후회해선 안 되는 일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니 ‘엄마는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라고 믿던 시절보다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를 갖는 것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나는, 아이를 낳고 초보 엄마로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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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이 같은 다양한 고난에 맞서 결국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마쓰다 노리코 씨처럼 급식 일을 하다 노조위원장에서 시의원까지 되어 기존의 관행들을 사회적으로 바로잡는 노력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도나 사회로부터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자구책을 찾는다.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것은 아이와의 거리. 발달장애아를 키우던 미호 씨의 경우 아이를 통제할 수 없는 엄마로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같이 죽으려 했다가 아들로부터 “엄마가 죽어도 나는 살겠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다. 아이를 살갑게 대하기가 어려웠던 무라타 씨는 애가 떼를 쓰기 시작하면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상담창구에 전화를 걸어 아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곁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키지 않는 애정표현을 억지로 한다거나 아이의 돌변하는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주기보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아이에게도 전달하며 “불완전한 인간인 채로 지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른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마주하기 시작한 것.
한때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육아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오타 씨는 지금은 육아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며 엄마들에게 좋은 엄마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미호 씨나 이시카와 주리 씨는 ‘의무’나 ‘책임’을 내려놓고, 엄마가 아닌 ‘매니저’나 ‘아이돌 팬’으로 아이들을 대해 보고 있다고도 말한다.
엄마들이 직면한 수많은 장벽들 중에는 사회 전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점이나 태도만 달라져도 쉽게 풀릴 수 있는 일들도 있다.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육아의 당사자가 된다는 뜻이다. 엄마들이 후회를 말하기 시작한 지금, 우리는 그 목소리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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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육아는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하며, 남편이나 조부모의 협력, 사회의 배려가 있어야 겨우 "후회도 있지만 즐거웠다"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이 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즐거움보다 후회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 일본 독자 B
"엄마가 된 걸 후회한다"고 말하려 할 때의 어려움과 그 말에 담긴 용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어머니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고통받는 목소리가 내 자신의 경험과 겹쳐진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며 느끼는 외로움과 집안일을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도 누군가의 이야기로 읽으며 조금은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후회를 말하는 것은 아이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살기 위한 한 걸음인 것 같다. / 일본 독자 C
바로 내 이야기다, 생각하며 읽었다. 아이 없는 인생을 몇 번이나 상상했던가, 아이 없는 사람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동시에 아이가 태어난 후 얻은 감정들도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참 다정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나를 필요로 해주는 존재도 얻었다. 이 책의 내용이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도 있다는 걸, 모두가 다 즐겁고 행복하게 엄마 역할을 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아이가 있어도 나는 내 인생을 걸어가고 싶다./ 일본 독자 D
명심해야 할 것은 결코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어디까지나 '엄마' 역할을 떠맡게 된 것에 대한 후회다. 아이와 가족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질문하는 중요한 책이다./ 일본 독자 E
깜짝 놀랄 만한 제목이지만, 내용은 주변의 기대나 자신의 규범의식 때문에 어머니라는 역할을 강요당해 당황하고 지쳐가는 여성들의 절실한 마음이며, 부모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다. 부모가 되는 순간, 특히 여성은 자신의 인생 주인공 자리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의 고통과 슬픔이 근본에 있다. '엄마를 그만둔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주도권을 되찾는 것이 아닐까. 자식이 성인이 되어도 문제가 생기면 부모의 양육 방식이 잘못됐다고 쉽게 비난받는 세상, 좀 더 육아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아버지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일본 독자 F
목차
목차
1장 이제 엄마를 그만두겠습니다 15
2장 '다정한 엄마'라는 일 43
3장 이러다 내가 증발해 버릴 것 같아요 71
4장 엄마는 평범한 회사원조차 될 수 없는 걸까 95
5장 '좋은 엄마'가 아니어서 미안해 125
6장 이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까 149
7장 의회로 간 엄마 175
8장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199
9장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223
10장 엄마의 후회가 의미하는 것 251
에필로그 269
옮긴이 후기 275
미주 278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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