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재구성(양장본 Hardcover)
주령시대의 기억과 그 후
이 책은 한자학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인 시라카와 시즈카(白川靜)의 『상용자해』(도서출판 길, 2021)를 번역한 저자가 동시에 펴낸 『상용자해』의 해설서이자 그 이상을 추구하려는 고심의 산물이다. 시라카와 시즈카는 이미 전설적인 고전이 된 『공자전』과 『한자』 등의 베스트셀러로 우리 출판문화계에도 잘 알려진 유명한 대가이다. 『한자의 재구성』은 시라카와라는 학문적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세상을 더 넓게 보고자 애쓰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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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라카와를 수십 년 동안 사숙한 중국사 전공의 저자는 시라카와가 설파한 갑골문의 주령 시대에서 출발한다. 주령 시대란 원초적인 힘들을 가진 영(靈)들로 온 세상이 구성되어 있고 주술에 의해 이 주령들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지던 그런 관념의 시대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집=家은 본래 돼지가 아니라 개를 구성요소로 하는 글자였는데, 이는 개의 주령을 통해 집터의 악령들을 물리치기 위해 개를 희생으로 집터에 묻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는 것이다. 이는 갑골문의 글자를 통해 확인된다. 저자는 이런 시라카와의 설을 인류학의 성과를 참조해서 더 확인하고 있다. 기원 100년에 쓰여진 이래 약 2,000년 동안 한자 자전의 성전으로 여겨져 온 허신(許愼)의 『설문해자』 및 이를 계승한 청대 고증학의 금자탑인 『설문해자주』의 경전적 해설이 무너지는 설명을 읽으면서 독자는 아마 큰 통쾌감과 새로운 한자학의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자의 재구성』은 주령 시대가 어떠한 시대인지 생노병사에 관련된 한자들을 소개하면서 구체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 나간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아마 종래 듣지 못한 새로운 한자의 세계에 귀를 열게 될 것이다.
언어문자적 차이를 통해 동서양 문명사를 비교하면서 장대한 역사 서사를 이야기하다
그러나 『한자의 재구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뿐이라면 시라카와 한자학의 충실한 해설서 정도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자의 재구성』은 사실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될 수 있는 책이다. 하나는 과거를 향한 재구성이다. 시라카와의 한자학을 통해 기존의 『설문해자』적 한자학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래를 향한 것으로 이것은 이미 서론인 〈바벨탑과 창힐신화〉에서 예시된 바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주제인데, 여기서도 시라카와 시즈카의 그 갑골금문적 해설이 바탕이 된다. 가령 행복(幸)과 법률(法)이 그것인데, 행(幸)은 뜻밖에도 형벌 도구인 수갑의 모양에서 왔으며, 애초 '幸'이라는 글자는 "쇠고랑만의 형벌로 끝나는 것은 요행, 즉 '뜻밖에 얻는 행복'이고 무거운 형벌을 면한다는 의미에서 '다행'의 뜻을 갖게 된 것"이라는 『상용자해』의 설명은 저자에게 충격적인 깨달음을 주었다고 한다(경향신문, 3월 9일자 인터뷰). '法'도 역시 신판에서 패배자를 물에 떠내려버리는 추방형이 그 기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어원학적 설명을 토대로 삼아 동서 문명을 대비하면서 한(漢)제국의 만리장성과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장성을 지키던 병사들의 행복을 비교하기도 하며, 그 배경에 두 제국의 정치체제와 지형적 차이 및 궁극적으로 한자와 알파벳의 언어문자적 차이가 가로놓여 있다는 장대한 역사 서사를 이야기한다. 흔히 제국이라고 표현되는, 그러나 공화정의 요소가 많은 로마제국의 목욕탕 문화를 한제국과 비교해 운운하는 것은 참신하면서 생각하게 하는 바가 많다. 중국 역대 왕조의 국호와 로마의 국호 SPQR을 그 어원을 비교하면서 추구한 저자의 관심은 궁극적으로 정치체제와 대중의 행복의 관련성을 말하는 것이고, 일상생활에서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라는 문자의 존재 형태는 이러한 정치체제와 유관한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16세기 언어혁명을 대비하면서 한자와 알파벳의 역사적 의의를 논의하는 부분은 현대에 있어 한자의 운명과도 관련해 진지하게 생각할 성찰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이렇게 한자의 재구성은 과거와 미래를 향한 두 개의 재구성이라는 방향을 제기한다.
『한자의 재구성』과 같은 역사 서사는 서구의 학계에서는 종종 논의되는 바인 것 같은데, 우리 학계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상용자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얻은 낙수와도 같은 단상을 모아 출간했다고 하는데 그 낙수들이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다시 풍성한 밀알로 맺혀진 것은, 역시 단시일에 이루어진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젊은 학창시절부터 수십 년 동안 배워온 대학자의 학설에 경외를 표하며 소개하면서도 이에 주눅 들지 않고 『공자전』의 그 시라카와가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한 공자에게조차 사문(斯文)과 호학(好學)의 갈등이 보인다고 할 정도의 철저한 회의의 정신이야말로 어쩌면 이 『한자의 재구성』의 원동력이자 저자에게 배울 경이로운 학문의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목차
목차
서론 : 바벨탑과 창힐신화 13
제1장 주령(呪靈)시대 29
1. 돼지의 집에서 인간의 집으로 36
2. 주령시대의 주구(呪具) 51
제2장 존재의 시작 : 신과 함께 111
제3장 사람의 일생 115
1. 존재의 의례 116
2. 출생의 의례 118
3. 성인식의 의례 118
4. 명명의 의례 120
5. 배우고 익히기 124
6. 결혼의례 127
7. 병과 치유 133
8. 죽음의 의례 136
제4장 고대 중국의 국가론 145
1. 제사와 전쟁 145
2. 고대 중국의 국가론 155
제5장 주술의 세속화 183
1. 주술과 도덕 183
2. 도덕과 이성 209
제6장 국가와 문자 221
1. 고대제국과 그 공용성 221
2. 한자와 알파벳 239
제7장 국가와 행복 273
결론 355
참고문헌 367
찾아보기 378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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