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뽀뽀하기
조정희 장편소설
조정희 장편소설『그녀에게 뽀뽀하기』. 이 책은 봄날 저녁 어느 공원 광장,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여섯 캐릭터들을 통해 돌이켜본 여섯 가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성별도, 살아온 모습도, 나이대도 각기 다른, 각양각색의 이 여섯 캐릭터는 ‘광장’이라는 일상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 소년 소녀의 ‘뽀뽀’란 찰나의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각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트리는 계기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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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랑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소설가 조정희의 신작소설
《그녀에게 뽀뽀하기》는 봄날 저녁 어느 공원 광장,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여섯 캐릭터들을 통해 돌이켜본 여섯 가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성별도, 살아온 모습도, 나이대도 각기 다른, 각양각색의 이 여섯 캐릭터는 '광장'이라는 일상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 소년 소녀의 '뽀뽀'란 찰나의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각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트리는 계기를 갖게 된다.
화창한 봄날, 살랑살랑 흩뿌리는 벚꽃 아래의 입맞춤이라는 이 싱그러운 '사건'은 각자의 아픔과 상처로 인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건 기성세대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그들을 무장해제 시킨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태연하게 가면을 쓰고 살아온 사람에게도, 세상의 모든 상처를 다 끌어안은 듯 피해의식에 젖은 사람에게도, 잠시 자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사랑과 소통의 이야기
직업, 나이, 성별, 가치관 등 전혀 연결 고리가 없는 것 같은 소년 소녀, 은퇴교장, 안녕하세요 아저씨, 커트머리 할머니, 비니모자 여자 등 우연히 한 장소에 모인 이 여섯 명의 캐릭터는 자신의 상처를 통해 이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3수, 4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교육현실, 출세를 위해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가다가 정작 소중한 가정에 소홀해지는 현실, 첩과 본처라는 고질적이고도 오래 축적된 가정문제에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관관계의 단절까지. 조정희 작가의 소설에는 개인의 상처를 통해 오랫동안 사회가 앓아온 아픈 현실이 담겨 있다.
게다가 사람만이 아니다. 최근 생긴 여자 친구에게 뽀뽀하고 싶다는, 소년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 비둘기, 절 마당을 지키는 개 '불심이', 이 모두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까지. 이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과 자연까지 아울러 사랑하고 소통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에게 뽀뽀하기》의 배경은 봄날 저녁의 공원 광장이다. 이날 처음 광장을 찾은 소년 소녀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퇴교장, 안녕하세요 아저씨, 커트머리 할머니, 비니모자 여자)은 늘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대화나 친밀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마주치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인사를 던지는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있긴 하지만 그마저도, 아니 그야말로 대화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안녕하세요 아저씨가 하는 인사는 소통의 도구가 아닌 단절의 도구다.
이렇듯 다른 사람들이 한창 일할 시간인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원의 '광장'에 모여드는 사람들. 이들은 자의반 타의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광장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격리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이들에게는 어찌 보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또 다른 일상이 되어버린 공간이기도 하다.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어깨가 무거운 그들에게 다른 사람이란 늘 지나치는 풍경과도 다를 것 없는 존재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름도 없는 익명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그들 사이의 암묵을 깨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년 소녀……. 이 광장에 처음 나타난 새로운 인물들이다. 노인들만 오고가는 이곳 광장에서 그들의 젊음만으로도 눈길을 끌기 충분했지만 그것 이상이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열기에는 젊음 이상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기운이었다. 그들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미묘하게 조금씩 광장의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광장 안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어느덧 소년 소녀에게로 모아졌고 어느 틈엔가 모두들 알게 되었다. 오늘 그들은 입 맞추게 되리란 것을. 드디어 모두의 기대(?)대로 소년 소녀가 뽀뽀하는 순간, 매일의 삶에 지쳐있던 모두는 신선한 충격에 휩싸이게 되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 자신들이 외면해왔던 가슴속 상처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된다.
각기 다른 여섯 명의 여섯 가지 상처
소년 소녀 - 아파트 아래 위층에서 십 년째 모르는 사람처럼 무덤덤하게 살다가 3수학원에서 재회한 후, 두 번씩이나 대학입시에서 실패한 것조차 그를 혹은 그녀를 만나기 위한 운명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하게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커플. 이들에게 사랑이야말로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숨 쉬게 해주는 돌파구 같은 것이다. 오로지 오늘에야말로 소녀에게 뽀뽀하고야 말겠다는 소년의 일념으로 찾아든 공원 광장에서, 사랑스러운 이들 커플의 풋풋한 애정행각은 의도하진 않았지만 그날 오후 그것을 목격한 다른 이들의 인생을 바꿔놓을 만큼 벼락같은 충격을 던져준다.
은퇴교장 -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세만을 위해 달려왔고, 그에 걸맞게 원하는 바를 다 이뤘다 자부하며 살아왔다. 아들 딸 다 결혼시키고 3년 전 교장으로 몸담았던 학교를 정년퇴직하면서 그만하면 나름 명예롭게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아내로부터 황혼이혼을 당했다. 어디까지나 자신은 올곧고 심지 굳게 살아왔을 뿐, 이혼당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억울해하지만 남들 눈엔 그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완고한 노인의 당연한 말로일 뿐이다. 소년 소녀의 입맞춤을 목격한 후 어떻게든 잘못된 자신의 인생을 돌이키고 싶다는 후회를 처음으로 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 공원 산책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큰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하지만 정작 그는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존재. 먼저 다가와 인사는 하지만 정작 그 사람에게 관심은 없다. 자신 옆에 딱 붙어 서서 자신에겐 관심 없고 쉴 새 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던져대는 이 남자, 그 어정쩡하고 불편한 상황을 당해본 사람들에게 그는 기피대상 1호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큰집에서 눈칫밥을 먹으면서 자라온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가 날 필요로 하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인사를 하지만 정작 마음을 소통할 줄 모른다.
커트머리 할머니 - 남들 보기엔 유복한 집안에서 고생 한 번 안하고 곱게 늙었구나 싶게 기품 있어 뵈는 할머니다. 하지만 실상은 사기 결혼(?)의 피해자로 평생을 첩으로 살아왔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풍족한 재물도, 다정한 남편의 사랑도, 잘 커준 아들딸들과의 행복한 시간도,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뿐인 본처 자리만은 끝까지 움켜쥐었던 '형님'이라는 여자 때문에 빛이 바랬다 생각해왔다. 하지만 소년 소녀의 입맞춤을 목격한 후 사실 진정한 피해자는 자신이 아니라 모든 것을 빼앗긴 채 살아야 했던 형님이 아니었을까 깨닫게 된다.
비니모자 여자 - 건강상의 이유로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조기퇴직한 후 한순간에 세상에서 격리되었다는 소외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살고 있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가족도 없고, 사회적인 기반마저 송두리째 사라진 그녀에게 남은 거라곤 퇴직 후에도 여전히 아픈 비루한 몸과 주체할 수 없이 남아도는 시간 뿐.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개, 비둘기, 바람과도 소통할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의 소유자. 자신이 목격하고 바람이 전해준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글로 옮긴다.
《그녀에게 뽀뽀하기》는 긴박한 사건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는 소설이 아니다. 그저 '우연히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한 커플의 애정행각을 목격한다'가 이 소설에 존재하는 사건의 전부다. 하지만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작가는 각 장마다 각 인물들의 타이틀을 걸고 각자의 목소리로 교대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아무런 공통점 없이 그저 우연히 한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에게서 저마다 가슴속에 무거운 상처 하나씩 안고 살아왔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어느덧 그들이 스스로 그 상처들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요약)
2001년 월간 <문학세계> 단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소설집 《나는 소꿉친구와 결혼했다》, 장편소설 《그 거울 속엔 바람이 산다》, 《비련애》 등을 차례로 발표하며 다양한 사랑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던 소설가 조정희가 2011년 《꿈에서 꿈을 꾸다》 발표 이후 1년여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이 소설은 봄날 저녁 어느 공원 광장,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여섯 캐릭터들을 통해 돌이켜본 여섯 가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책속으로 추가>
공원 산책로엔 벚꽃이 한창이다.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치 않겠지만 알고 보면 꽃에 무심한 사람은 의외로 많다. 꽃 가게 앞을, 거리에 내놓은 만발한 국화 화분 곁을 소 닭 보듯 지나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한창 흐드러진 벚꽃엔 무심할 수가 없나 보다. 감탄까진 아니더라도 입을 벌리고 눈길을 한 번은 멈춘다.
짧지만 강렬한 개화다.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는 길목까진 붉은 벽돌로 포장된 산책로가 1㎞ 정도 이어져 있고 그 길을 따라 벚나무가 줄지어 있다. 그래서 지금 산책로는 벚꽃터널이다. 꽃 터널 속을 걷다 보면 무쇠 같은 마음을 가진 야차라도 마음이 구름처럼 부풀 것 같다. 환영 속을 걷는 듯하기도 하다.
구름처럼 부푼 마음을 안고 구름처럼 하얀 꽃 아래를 계속 걸어보자.
산책로가 끝나는 곳에서 성불사라는 작은 암자를 만나고 암자 앞은 제법 넓은 광장이다.
광장은 넉넉하고도 아늑한 느낌이다.
벚나무, 목련, 소나무, 단풍나무, 산수유, 배롱나무 같은, 꽃이 예쁘거나 잎이 멋진 나무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늘어서 있다. 그리고 나무들의 드리워진 가지 아래 혹은 햇살이 잘 드는 곳엔 벤치들이 충분하다. 벤치들은 나무들의 위치에 따라 두 세 개가 나란히 같은 방향을 보고 앉은 것도 있지만 대개는 제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그래서 벤치에 앉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서로의 시선을 피할 수 있다. 넉넉하고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바로 이 벤치의 배열에 있다. 공간은 하나로 트여 있지만 원한다면 충분히 혼자가 된 기분에 빠질 수도 있다. 벤치 선택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불사 입구엔 커피 자판기가 있어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적지는 대개 여기가 끝이다. 말하자면 그저 산책을 즐기거나 가족들과 놀이를 온 사람들의 휴식처가 된다. 물론 본격적인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대체로 여기서 행장을 고치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넉넉한 공간을 즐긴다.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데리고 걸어도 산책로 입구에서 30분이면 충분히 닿을 거리에 펼쳐진 도심 속 공원. 커피 한 잔을 들고 벤치를 골라 휴식하기엔 이만큼 멋진 곳도 없다.
이 멋진 곳이 내 거처다.
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목차
목차
저자
저자
* 인도의 풍물이 안타까운 사랑 속에 어우러진 《그 거울 속엔 바람이 산다》 (2004)
*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했던 아픈 영혼들의 이야기 《비련애》(2005)
* 절망 위에 우뚝 서는 세 남자의 특별하고 간절한 사랑과 삶 《숨겨 놓은 세 남자 창탕밍》(2006)
*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돌아보고 동시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겨울산》(2007)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집요하게 추적한 《홍나비》(2008)
* 사랑, 기쁨, 절망, 슬픔, 죽음, 깨달음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각각, 또는 하나로 녹아 있는 《꿈에서 꿈을 꾸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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