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의 주도권(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26)
인생 후반을 자기 삶의 주어로 통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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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우리는 언제부터 나이 들면 삶의 중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나이가 든다는 말에는 이상하게 '줄어드는 것'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일이 줄고, 소득이 줄고, 체력이 줄고, 역할이 줄고, 마침내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나이 듦을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으로 배운다.
고선주의 『나이 듦의 주도권』이 묻는 것은 나이를 거스르는 방법도,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도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달라지는 것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몸은 전 같지 않을 것이고, 돈을 버는 방식과 쓰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오래 함께한 사람과의 관계도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어느 날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애써 희망적인 말로 덮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시간을 미리 초라하게 만들지는 말자고 말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노후'를 하나의 시기로 묶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에서 인용한 2025년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64세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49.2세인 반면 55~79세 가운데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다. 단순 계산하면 그 사이에는 24년이 넘는 시간이 놓인다. 저자는 이 긴 시간을 단순히 '은퇴 후'라고 불러버리면 그 안에서 여러 번 변하는 사람의 삶을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첫 질문은 의외로 소박하다.
"요즘 뭐 하세요?"
퇴직 전에는 회사 이름과 직함 몇 글자만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냥 쉬고 있어요"라는 말조차 어딘가 어색해진다. 실제 삶은 몸을 돌보고, 생활을 정리하고, 관계를 다시 조정하며, 무엇을 할 것인지 가늠하느라 분주한데도 사회가 알아듣는 직함이 없으면 자신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축소해버리기 쉽다. 『나이 듦의 주도권』은 바로 그런 아주 작은 순간에서 인생 후반의 문제를 읽어낸다. 그리고 질문은 점점 넓어진다.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오래 산 부부가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노후까지 내어주어야 하는가. 늙어가는 부모를 여전히 '부모'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자기 삶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 다시 만날 것인가. 모으는 데 익숙했던 돈을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가. 돌봄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의 손이 내 일상 깊숙이 들어오더라도 나는 무엇만큼은 직접 결정하고 싶은가. 책은 일, 몸, 부부, 자녀, 부모, 돈과 돌봄을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삶의 조건이 달라져도 나는 어디까지 내 삶의 주어로 남을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자 해내는 것을 독립이라고 믿어온 사람에게 나이 듦은 잔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주도권은 모든 문장을 혼자 쓰는 능력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기대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누군가와 함께 결정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것. 도움을 받는 삶 역시 내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예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쓴다. 잘하고 강한 자신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려졌을 때 그 속도에 맞춰주고, 서툴고 약해진 자신에게서도 쉽게 마음을 거두지 않는 것. 그리고 원고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자신만을 향한 태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배우자도, 자녀도, 늙어가는 부모도 저마다 달라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나이 듦의 주도권』은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달라지는 나와 어떻게 오래 잘 지낼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뜻밖에도 나이 듦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한다. 잃어버릴 것을 헤아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직 내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 인생 후반은 삶의 변두리로 물러나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으로 자기 삶의 주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나이가 든다는 말에는 이상하게 '줄어드는 것'의 이미지가 따라붙는다. 일이 줄고, 소득이 줄고, 체력이 줄고, 역할이 줄고, 마침내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줄어든다. 그래서 우리는 일찌감치 나이 듦을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 시간'으로 배운다.
고선주의 『나이 듦의 주도권』이 묻는 것은 나이를 거스르는 방법도, 젊음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도 아니다. 저자는 오히려 달라지는 것을 정직하게 바라본다. 몸은 전 같지 않을 것이고, 돈을 버는 방식과 쓰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오래 함께한 사람과의 관계도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돌보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어느 날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변화를 애써 희망적인 말로 덮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의 시간을 미리 초라하게 만들지는 말자고 말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노후'를 하나의 시기로 묶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에서 인용한 2025년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55~64세가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49.2세인 반면 55~79세 가운데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다. 단순 계산하면 그 사이에는 24년이 넘는 시간이 놓인다. 저자는 이 긴 시간을 단순히 '은퇴 후'라고 불러버리면 그 안에서 여러 번 변하는 사람의 삶을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첫 질문은 의외로 소박하다.
"요즘 뭐 하세요?"
퇴직 전에는 회사 이름과 직함 몇 글자만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지고 나면 "그냥 쉬고 있어요"라는 말조차 어딘가 어색해진다. 실제 삶은 몸을 돌보고, 생활을 정리하고, 관계를 다시 조정하며, 무엇을 할 것인지 가늠하느라 분주한데도 사회가 알아듣는 직함이 없으면 자신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으로 축소해버리기 쉽다. 『나이 듦의 주도권』은 바로 그런 아주 작은 순간에서 인생 후반의 문제를 읽어낸다. 그리고 질문은 점점 넓어진다.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오래 산 부부가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노후까지 내어주어야 하는가. 늙어가는 부모를 여전히 '부모'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자기 삶을 살아온 한 사람으로 다시 만날 것인가. 모으는 데 익숙했던 돈을 이제 어떻게 써야 하는가. 돌봄을 받을 때 다른 사람의 손이 내 일상 깊숙이 들어오더라도 나는 무엇만큼은 직접 결정하고 싶은가. 책은 일, 몸, 부부, 자녀, 부모, 돈과 돌봄을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삶의 조건이 달라져도 나는 어디까지 내 삶의 주어로 남을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자 해내는 것을 독립이라고 믿어온 사람에게 나이 듦은 잔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주도권은 모든 문장을 혼자 쓰는 능력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에게 기대고,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고, 누군가와 함께 결정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는 것. 도움을 받는 삶 역시 내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시작하며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예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쓴다. 잘하고 강한 자신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려졌을 때 그 속도에 맞춰주고, 서툴고 약해진 자신에게서도 쉽게 마음을 거두지 않는 것. 그리고 원고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것이 자신만을 향한 태도가 아님을 보여준다. 배우자도, 자녀도, 늙어가는 부모도 저마다 달라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이다.
『나이 듦의 주도권』은 어떻게 하면 늙지 않을 것인가를 묻지 않는다. 달라지는 나와 어떻게 오래 잘 지낼 것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뜻밖에도 나이 듦을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한다. 잃어버릴 것을 헤아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직 내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하는 시간. 인생 후반은 삶의 변두리로 물러나는 시간이 아니라, 어쩌면 처음으로 자기 삶의 주어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 내 삶을 읽다
1부 나를 설명하던 말이 사라진 뒤
1장 사라진 자기소개 "요즘 뭐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2장 경력의 재번역 내 경험은 어디에서 다시 쓰일 수 있을까
3장 달라진 마음의 기준 나이 드는 마음은 약해지는가, 깊어지는가
4장 몸과의 협상 예전처럼이 아니라, 지금의 몸으로 계속하기
2부 오래 함께 산 사이에도 낯선 순간이 온다
1장 어긋나는 말 오래된 말투 너머, 지금의 마음을 본다
2장 낯선 동거 집안일과 시간을 새로 나누다
3장 관계의 재배치 함께 살까, 따로 살까, 헤어질까
3부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내 자리가 달라질 때
1장 새 식구 자녀의 선택으로 만나는, 또 하나의 가족
2장 지원의 경계 자녀를 돕는 일과 내가 무너지는 일 사이에서
3장 상속 너머의 관계 돈 이야기는 결국 관계의 역사를 드러낸다
4장 내가 처음 보는 사람 부모에게서 새로 만나는 한 사람
4부 돈을 쓰는 일은 삶을 정하는 일
1장 돈의 흐름 모은 돈에서 살아가는 돈으로
2장 더할 돈과 줄일 돈 아끼면 된다는 말로 풀리지 않는 노후 지출
3장 돈과 시간 사이 돌봄이 생활비가 되는 순간
5부 도움을 받는 삶도 내 삶이다
1장 돌봄의 자기결정 도움을 받아도 내가 정할 수 있는 것들
2장 돌봄을 조정하는 일 가족 밖의 도움, 가족 안에 남는 몫
3장 고립되지 않는 연결 혼자 살아도 사람들과 이어져 사는 일
에필로그 - 내 몫으로 남은 것
1부 나를 설명하던 말이 사라진 뒤
1장 사라진 자기소개 "요즘 뭐 하세요?"라는 질문 앞에서
2장 경력의 재번역 내 경험은 어디에서 다시 쓰일 수 있을까
3장 달라진 마음의 기준 나이 드는 마음은 약해지는가, 깊어지는가
4장 몸과의 협상 예전처럼이 아니라, 지금의 몸으로 계속하기
2부 오래 함께 산 사이에도 낯선 순간이 온다
1장 어긋나는 말 오래된 말투 너머, 지금의 마음을 본다
2장 낯선 동거 집안일과 시간을 새로 나누다
3장 관계의 재배치 함께 살까, 따로 살까, 헤어질까
3부 자녀와 부모 사이에서 내 자리가 달라질 때
1장 새 식구 자녀의 선택으로 만나는, 또 하나의 가족
2장 지원의 경계 자녀를 돕는 일과 내가 무너지는 일 사이에서
3장 상속 너머의 관계 돈 이야기는 결국 관계의 역사를 드러낸다
4장 내가 처음 보는 사람 부모에게서 새로 만나는 한 사람
4부 돈을 쓰는 일은 삶을 정하는 일
1장 돈의 흐름 모은 돈에서 살아가는 돈으로
2장 더할 돈과 줄일 돈 아끼면 된다는 말로 풀리지 않는 노후 지출
3장 돈과 시간 사이 돌봄이 생활비가 되는 순간
5부 도움을 받는 삶도 내 삶이다
1장 돌봄의 자기결정 도움을 받아도 내가 정할 수 있는 것들
2장 돌봄을 조정하는 일 가족 밖의 도움, 가족 안에 남는 몫
3장 고립되지 않는 연결 혼자 살아도 사람들과 이어져 사는 일
에필로그 - 내 몫으로 남은 것
저자
저자
고선주 수원대학교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가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서울시여성가족재단,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일했다. 일터를 옮기는 사이사이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해 왔다.
#전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퇴직을 앞두었거나 이제 막 일터를 떠난 중장년을 많이 만났다. 하던 일을 내려놓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는데, 그다음의 시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질문을 현장에서 배웠고, 네 번의 직장을 떠나고 다시 시작하면서 내 질문이 되었다. 지금, 나도 그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가족
가족은 연구 분야이기 전에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태어나 자란 가족과 결혼해 꾸린 가족 안에서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오래 지내며 서로 달라져 갈 때, 그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해 가는지가 늘 궁금하다.
#관계
돌아보면 일터에서 오래 남은 것은 직함이나 성과보다 사람이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 직장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는 관계들. 그중에는 가족만큼 소중해진 사람들도 있다.
블로그 https://blog.naver.com/skyblue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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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퇴직을 앞두었거나 이제 막 일터를 떠난 중장년을 많이 만났다. 하던 일을 내려놓은 뒤에도 삶은 계속되는데, 그다음의 시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그 질문을 현장에서 배웠고, 네 번의 직장을 떠나고 다시 시작하면서 내 질문이 되었다. 지금, 나도 그 시간을 지나는 중이다.
#가족
가족은 연구 분야이기 전에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태어나 자란 가족과 결혼해 꾸린 가족 안에서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았다. 가까운 사람들이 오래 지내며 서로 달라져 갈 때, 그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해 가는지가 늘 궁금하다.
#관계
돌아보면 일터에서 오래 남은 것은 직함이나 성과보다 사람이었다. 함께 일했던 사람들, 직장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는 관계들. 그중에는 가족만큼 소중해진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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