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님 노래
『말 아님 노래』는 다섯 편의 글과 여섯 편의 시, 그리고 30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편의 글에는 셰익스피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스티븐 그린블라트 하버드대학 교수, 영국 테이트 모던의 퍼포먼스 및 영상 전문 큐레이터 캐서린 우드, 김성환이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행한 강연록, 네덜란드의 공공 미술기관 카스코의 디렉터 최빛나, 김성환의 동료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그렉 스미스, 대부분의 김성환의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의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일명 ‘도거’)와 김성환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와 드로잉은 모두 김성환의 작품이며, ‘말 아니면 노래’이라는 책의 제목은 전달과 배포가 용이한 ‘말’과 새로운 창작을 뜻하는 ‘노래’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그 간극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김성환의 작업방식을 나타낸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김성환의 첫 번째 단행본
김성환은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인물로 보일 수 있지만 국제무대에서는 그의 이름 앞에 '유명한'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다닐 만큼 공인된 작가다. 특히 영국의 가장 큰 국립현대미술관인 테이트 모던이 세계 최초로 퍼포먼스 및 영상 전문 갤러리 'Tanks'를 개관할 때 그 첫 번째 주자로 김성환을 내세울 만큼 주목을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아트선재센터(8.30~11.30)에서 그의 주요 작품 몇몇 개를 선보이는 계기로 출판된 책 《말 아님 노래》는 김성환의 작업이 왜 그러한 평판을 받는지 보다 정교하게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현실을 성찰하는 하나의 거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말 아님 노래》를 의미 있고 재밌게 독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필요할 것 같다.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기이하면서도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흔히 김성환의 작품들은 복잡, 기이하면서도 신비스럽고, 불안하고 으스스하고 모순적이고 혼란스러우면서도 미묘한 매력이 있으며,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할 만큼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발하는 특별한 힘 혹은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들 말한다. 이는 그의 독특한 스토리텔링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포함해서, 정치사/문화사/판타지/신화/소문/놀이 등을 종횡으로 넘나들고 있는 그의 스토리텔링에 설치, 비디오, 오브제, 드로잉, 음악, 텍스트, 퍼포먼스, (인공적/자연적) 빛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너무 당연하고, 뭔가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를 얻고자 하는 관객들의 욕구는 결코 쉽게 충족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상 김성환의 작품이 다루고 있는 테마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친숙한 것들이다. 《리어 왕》의 부모-자식 관계를 비롯해 작가 자신의 가족사 등을 통해 다루는 인간관계, 1911년 뉴욕 맨해튼 트라이앵글 셔츠웨이스트 공장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화재 사건, 세운상가와 같은 특정한 사회역사적 공간, 뱀과 관련된 신화적 모티프 등은 결코 특별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작품이나 전시, 인터뷰 등을 통해 관객에게 건네는 그의 복잡하고 독특한 말걸기 방식에 견주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반대로 볼 수도 있다. 그런 특이한 방식을 의사소통 방식으로 선택한 것이 오히려 조금도 놀라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친숙한 테마들을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진부해지기 이를 데 없으며, 거기에는 관객 혹은 독자의 사유가 뒤따를 수 없을 것이란 것 역시 자명한 이치다. 많은 위대한 예술작품들이 삶과 인간에 대한 코멘트라는 익숙한 모티프를 다루면서도 단일한 의미체계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듯이, 김성환의 작업 역시 친숙한 테마에 대한 복잡하면서도 독특한 말걸기 장치를 통해 풍부한 메타포와 미묘한 뉘앙스, 독특한 아름다움, 비판적 성찰이 다양한 형태의 변주로 나타난다.
셰익스피어를 경유해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정치경제학을 독해하다!
김성환의 작품은 마치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처럼 현실과 허구를 넘나들면서 복잡한 서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그 모티프가 신화에서 길어온 것이건 판타지이건 간에 그것은 항상 현실이라는 뿌리에 닻을 내리고 있으며, 그런 만큼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중층적인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김성환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그의 여러 작품에서 한국적 자본주의 개발의 원형적 모델이랄 수 있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약간씩 형태를 달리하며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최근 압구정동 모 아파트에서 일부 입주민의 언어폭력과 온갖 모욕에 경비원이 분신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사건 직후 이 아파트의 동료 경비원 78명 전원이 해고 통보를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비록 세월호라는 대참사에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그 잔혹함은 경종을 넘어 재앙의 문지방을 넘어선 것 같다. 압구정동에 대한 김성환의 코멘트에 담긴 예지력에 새삼 놀라는 것도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김성환의 대표작의 하나인 《템퍼 클레이》(Temper Clay, 2012)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에서 따온 제목으로, 《리어 왕》에 대한 김성환의 독특한 독해 방식을 볼 수 있다. 즉 리어 왕이 재산을 다 내주고 난 뒤 딸들에게 내쫓기며 자신의 선견지명이 부족했음을 탓하는 《리어 왕》의 익숙한 이야기를, 자본주의적 거래양식으로 독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리어 왕》의 서사는 압구정 키즈이기도 한 김성환에게 케케묵은 옛날이야기로 치부되지 않는다. 김성환 자신이 성장기를 보낸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템퍼 클레이》에서 가장 사적이고 친밀한 영역조차 자본의 권능을 매개로 차별과 착취에 대한 정당화가 자연법처럼 삶의 양태로 작동하는 곳이었다. 리어 왕 역시 노후 보장이라는 암묵적 거래를 저변에 깔고 왕 혹은 부모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딸들에게 사랑 시험을 강요하고 그 결과를 재산 분배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억압과 지배의 논리가 당연한 권리인 양 행사하다 비극적 결말로 끝이 나고 만다.
또 다른 작품 《사령 고지의…부터》(From the commanding heights, 2007)에서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회자되던 독재자의 애정행각 관련 소문을 모티브로 삼아 권력의 속성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즉 당시 현대아파트 단지에 정전 사태가 일어나는데, 독재자가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당대 최고 미모의 탤런트를 눈에 띄지 않게 방문하기 위해 아파트단지 전체를 정전시켰다는, 그 시대에나 가능했을 법한 일에 대한 소문, 그리고 그 권력자의 행태를 비밀에 부치려고 소문 유포자(발설자)에 대한 함구 단속을 위해 안기부(당시 중정)가 목격자를 구금하고 무자비하게 고문했다는 소문 등은 권위주의적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고 사회의 권위주의화를 불러오는지, 나아가 이것이 어떻게 가정에까지 뿌리내리게 되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게 한다. 《개 비디오》(Dog Video, 2006)나 《아다다》(A-DA-DA, 2002)에서 다루었던 아버지와 아들 간의 권위주의적 권력 구조 혹은 인간관계는 어쩌면 이 같은 독재자의 권력이 내재화된 효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김성환 작품들이 불길하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리어 왕이 개인사적 비극 혹은 재앙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어쩌면 한국식 자본주의 행태의 원형적 모델인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필연적으로 비극적 재앙을 내재하고 있는 괴물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군사독재 정권은 마치 군사작전을 감행하듯 아파트 건설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입주 4개월 만에 아파트가 붕괴되어 33명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와우아파트 붕괴사고, 1970). 이런 참사를 겪은 지 채 몇 년 안 되어 탄생한 게 현대아파트인 것을 생각해보면, 지금의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을 권력과 자본의 속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 역시 필연적인 것일 것이다. 어쩌면 그 불길한 재앙은 경비원 분신자살이라는 최근의 비극적 사태에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셰익스피어 연구의 세계적 석학의 글에서부터
김성환의 강연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텍스트들과 구성 요소들
이 책은 다섯 편의 글과 여섯 편의 시, 그리고 30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 편의 글에는 셰익스피어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스티븐 그린블라트 하버드대학 교수, 영국 테이트 모던의 퍼포먼스 및 영상 전문 큐레이터 캐서린 우드, 김성환이 암스테르담 스테델릭 미술관에서 행한 강연록, 네덜란드의 공공 미술기관 카스코의 디렉터 최빛나, 김성환의 동료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그렉 스미스, 대부분의 김성환의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의 작곡가이자 음악가인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일명 '도거')와 김성환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와 드로잉은 모두 김성환의 작품이며, '말 아니면 노래'이라는 책의 제목은 전달과 배포가 용이한 '말'과 새로운 창작을 뜻하는 '노래' 사이를 반복적으로 오가며 그 간극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김성환의 작업방식을 나타낸다.
이처럼 간학제적 요소들로 구성된 《말 아님 노래》는 요소들 간에 간혹 중첩되는 부분들이 있더라도 이들 간의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를테면 시나 드로잉이 글들을 보완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각이 독립적인 위상을 갖고 있어서 인과관계 혹은 주종의 관계로 독해되지 않는다. 심지어 다섯 편의 글에서조차도 일관된 주제가 관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글은 그 자체로 매우 매력적이고 탁월한 텍스트들이다!) 사실 김성환은 '미술가'라는 범주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매우 특이하고 거리낌 없는 예술가이다. 영상이나 퍼포먼스의 디렉터로 활약하는가 하면, 직접 퍼포머로 활동하기도 하고, 영상에서 내레이터 역을 맡기도 하고, 자신의 책의 편집자로서 기획을 하기도 하고, 시를 쓰기도 하고 작사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구성 방식 역시 김성환의 이러한 예술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활동방식, 작품, 전시 구성방식, (글과 인터뷰, 퍼포먼스, 영상에서의) 미끌한 변주 말하기,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내고야 마는, 언어로 쉽게 포획되지 않는 단면 말이다.
《말 아님 노래》는 설령 단번에 끝까지 읽히더라도 결코 하나의 의미 혹은 의미체계로 수렴되지 않는다. 의미는 인과적 연관관계를 통해 생산되지 않고, 이것에서 저것으로 건너뛰기도 하고, 뜻밖의 공간에서 새로운 단서를 통해 의미가 더해지는 격이다. 예민한 촉을 지닌 사람이라면 복잡하고 즉흥적이고 산만한 듯이 보이는 구성이 실은 권위적으로 작동하는 어떤 단일한 힘에 저항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 자유로운 즉흥성, 요소들 간의 유동성, 상상력의 여지 등이 중요하게 가동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목차
II. 말 아님 노래?김성환
III. 불안감 조성: 리어 왕과 그의 후예들?스티븐 그린블라트
IV. 서두르지 않는 노력, 죽음의 리허설?최빛나
V. 유연한 궤도: 《정사》에서 디 안트보르트까지?그렉 스미스
노래
·연속 동작
·템퍼 클레이
·gak jju gu geom 각주구검 my body moves
·두 혀 사이의 메기고 받기
·속히 바래는 다게로 타입
·피시대(딱다구리목)
김성환과 dogr의 대화
·《연속 동작》에 대하여
·《템퍼 클레이》에 대하여
·《gak jju gu geom 각주구검 my body moves》에 대하여
·《두 혀 사이의 메기고 받기》에 대하여
·《속히 바래는 다게로 타입》에 대하여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