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3: 서울미술공동체
소집단은 어떻게 민중미술을 움직였는가?
서울미술공동체로 본 소집단 실천의 역사
기록되지 못한 실천들의 자리에서, 민중미술사를 재구성하다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3: 서울미술공동체』는 1980년대 민중미술의 중요한 소집단이었던 서울미술공동체(이하 ‘서미공’)의 형성 과정과 활동 방식, 해체, 그리고 오늘날의 복원 과정을 들여다보며 한국 민중미술사를 다시 쓰는 책이다. 저자들은 오랫동안 민중미술사가 몇몇 대표 사건이나 단체, 작가 중심으로 서술되면서, 실제 운동을 떠받쳤던 소집단들의 실천이 구조적으로 주변화되어 왔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공백을 정면으로 다루며, 서미공의 자리를 1980년대 중반 민중미술의 핵심 소집단으로 설정한다. 서미공은 《을축년 미술대동잔치》, 《1985년, 한국미술, 20대의 힘》, 《병인년 미술대동잔치》, 《풍자와 해학》, 《정치와 미술》 등 당대 민중미술의 중요한 기획에 깊이 관여했지만, 1988년 해체 이후 그 역사는 오랫동안 단편적 기억과 파편적 인용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 책은 당시 활동했던 작가, 활동가들과의 집담회, 대담, 평론, 연대기, 아카이브 연구를 전방위적으로 결합해 그 흩어진 시간을 다시 엮는다. 특히 서미공의 활동을 단순히 한 단체의 역사로 설명하는 대신, 기획-출판-교육-현장 실천이 맞물린 복합적 구조로 읽어내며, 소집단이야말로 민중미술의 실질적 작동 원리였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책은 기록의 결손, 제도적 미술사가 만들어낸 공백, 그리고 아카이브를 통해 과거를 다시 현재의 질문으로 호출하는 방식을 치밀하게 탐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서미공에 대한 연구이면서도, 결국 1980년대 민중미술을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기록하며, 어떻게 미래로 다시 연결할 것인가를 묻는 책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한 소집단의 복원이 아니라, 민중미술사의 숨은 구조를 드러내는 대항적 역사 쓰기의 실천이다.
소집단은 주변이 아니라 민중미술의 핵심 회로였다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3: 서울미술공동체』는 1980년대 민중미술이 몇몇 대표 작가나 상징적 사건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기존의 미술사 서술은 대체로 민중미술을 민미협 같은 대표 조직이나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해 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거대 서사만으로는 당시 미술운동의 실제 작동 방식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서미공 같은 소집단들은 단순한 주변 조직이 아니라, 기획과 전시, 출판과 교육, 현장 실천과 연대를 연결하는 민중미술의 핵심 회로였다. 이들은 함께 공부하고, 미술대동잔치를 만들고, 기관지를 출간하고, 자료집을 내고, 현장을 조직하면서 민중미술의 실천적 리듬을 살아 움직이게 했다. 다시 말해 민중미술은 몇몇 거대한 사건의 결과라기보다, 이런 소집단들의 치열한 회의, 논쟁, 협업, 실험이 중첩된 복합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서미공을 다시 호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미공은 한 단체의 회고 대상이 아니라, 민중미술이 실제로 어떻게 조직되고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압축된 사례다. 이 관점은 독자에게 1980년대 미술사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보게 만들 것이다. 운동의 역사는 거대한 이름들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작은 단위의 공동체와 실천이야말로 그 역사를 떠받치는 가장 실질적인 힘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기억을 기록으로, 기록을 아카이브로 바꾸는 역사 쓰기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기억을 어떻게 기록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기 때문이다. 서미공의 역사는 오래도록 존재했지만, 문헌과 제도적 기록 속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건은 남았지만, 그 사건을 가능하게 한 조직의 시간과 관계, 논쟁과 실패, 감정과 결단의 층위는 남지 않았다. 이 책은 바로 그 말해지지 못한 시간을 집담회와 구술, 흩어진 문서와 사진, 기관지와 회의 자료, 포스터와 메모를 통해 다시 복원한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아카이브가 단순한 자료 보존의 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들에게 아카이브는 과거를 현재의 질문으로 다시 부르는 능동적 장치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떻게 배열할 것인가, 어떤 관계를 드러낼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미래 세대가 어떤 민중미술사를 상상할 수 있을지를 결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기억을 공적 언어로 바꾸고, 사적인 회고를 역사적 구조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독자는 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역사란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누락된 자리를 다시 부르고 배열하는 현재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제안하는 것은 과거를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 과거를 다시 구성해 미래의 질문으로 열어두는 역사 쓰기의 윤리다.
예술과 공동체, 정치와 기록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이 책에서 서미공의 ‘귀환’은 단순히 1980년대의 한 조직을 회상하는 작업이 아니다. 저자들은 분명하게 말한다. 서미공의 귀환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사유의 문을 여는 일이라고. 이 말이 중요한 이유는, 이 책이 단순한 미술사 복원 작업을 넘어 오늘의 예술과 공동체, 정치와 기록의 관계를 다시 묻는 제안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서미공은 1988년에 “발전적 해체”라는 말로 조직을 마감했지만, 그 해체는 소멸이 아니라 다른 자리로의 스며듦이었다. 구성원들은 지역 미술운동, 노동문화운동, 교육과 연구, 개인 작업 등으로 흩어졌고, 공동체 안에서 축적된 문제의식은 각자의 자리에서 다른 형태로 이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포착한다. 공동체란 한 번 조직되고 사라지는 완결된 형식이 아니라, 해체 이후에도 다른 시간 속에서 스며들며 살아남는 실천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미공을 다시 읽는 일은 1980년대 민중미술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오늘의 예술이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예술적 실천이 공동체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기록과 아카이브가 어떻게 미래의 정치적 상상력을 열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서 과거 회고록이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 예술과 공동체의 다른 가능성을 제안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기억에서 아카이브로, 그리고 귀환: 서울미술공동체와 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의 재배열 / 김종길
[집담회] 서울미술공동체, 다시 말하기
[대담] 손기환 미술 연대기: 실천, 서울미술공동체, 《20대의 힘》, 《만화정신》
우울한 광기 / 최민화
최민화의 「우울한 광기」를 읽는 15개의 독법: 1980년대 청년 미술의 실존적 투쟁 / 김종길
1983-1988 서울미술공동체 연대기: 미술 공동체의 (불)가능성에 대한 소고찰 / 박민희
연대·매개·저항의 교차점에서 본 서울미술공동체: '공동체' 개념을 중심으로 / 양정애
흩어진 이름들로부터: 서울미술공동체 창립 40주년 《갑진년 미술대동잔치》 / 이정주
에필로그: 기억의 강을 건너, 역사의 바다로 / 손기환
부록
참여 작가 소개
연구진 소개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