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이상섭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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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그곳은 어디인가!
이상섭의 네 번째 소설집『챔피언』.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으며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상섭의 네 번째 소설집『챔피언』.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으며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하는 인물들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리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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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희망이 전쟁이 된 시대,
뿌리 뽑힌 존재들의 카운터펀치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해,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르포집을 낸 이상섭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챔피언』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전작들과 같은 궤도를 달리며 '뿌리 뽑힌'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낸다. 그러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수평세상'을 다시금 희구한다.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
이상섭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희망은 전쟁이 되어버렸다. 성장과 효율을 앞세운 자본주의 시대에서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속물인 '너트' 같은 존재들은 갈 길을 잃었다. 가난이 가난을 낳고, 격차가 격차를 낳는 세상. 하지만 『챔피언』의 인물들은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한다. 혼자보단 서로의 손을 맞잡고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건 화해의 의미는 아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의 지적대로 극중 '아비' 세대와 젊은 '나'의 세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다만 『챔피언』은 재난 속에서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아비'와 '나'를 보여줄 뿐이다.
『챔피언』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읽는 이들의 통각을 되살려낸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을 말이다. 그들은 다만 묵묵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행진한다. 그 묵묵한 행진의 끝에는 아마도, 작가가 꿈꾸는 '수평세상'이 있을 것이다.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수평선처럼, '뿌리 뽑힌' 존재들이 서로의 존재를 연민하고 이해해가며 맞닿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 그들이 바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아닐까. 『챔피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실은 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바로 그곳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책 소개
희망이 전쟁이 된 시대,
뿌리 뽑힌 존재들의 카운터펀치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해,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르포집을 낸 이상섭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챔피언』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전작들과 같은 궤도를 달리며 '뿌리 뽑힌'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낸다. 그러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수평세상'을 다시금 희구한다.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
내 소설들은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와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것이다. 미력한 재주로 내가 살을 입혔을 뿐. 하여 내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꿈꾼 것처럼 서로 간에 쌓인 작은 돌담이라도 허물 수 있는 웃음과 여유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거다. 바다에 수평선이 살고 있듯이 이 땅에도 '수평세상'이 다가올 수 있도록.
-「작가의 말」,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창비, 2006
수록된 단편 「물고기가 궁금해」에는 '이안류(離岸流)' 현상이란 게 나온다.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좁은 표면 해류를 말하는 것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높은 파도를 이루고,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현상. 바다로 되돌아가려는 물과 밀려오는 파도가 만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듯.
이상섭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희망은 전쟁이 되어버렸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직면한 인물들은 상처 속에서 따뜻한 동료애를 발견해내고, 때때로 서로에게 의지한다. 그렇게 문학평론가 고영직이 말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완성된다.
이 세상의 무수한 '너트'들에게 보내는 위로,
사랑의 기쁨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챔피언』에는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너트'로 대변되는 뿌리 뽑힌 존재들의 이야기와 '예수님'으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다.
손에 뭔가 잡혔다. 너트였다. 이걸 왜 아직 지니고 있는 거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근데 너트를 볼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근데 도대체 이 나사는 어디에 있던 것일까. 이게 없어도 과연 아무 지장이 없을까. 하긴, 사라진 너트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이치이자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뒹구는 것들이 죄다 쓸모없는 것일까. 제자리를 찾기만 한다면 다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다가 눈마저」 부분
이리 작은 게 왜 이렇게 아파? 지웅이가 제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그러게 말야, 아빠는 이런 게 수없이 손이고 발바닥에 박혔으니 얼마나 아프셨겠니? 누나가 뽑은 것만 해도 쇠못 서너 개는 될 정도니 말야. 와우, 그럼 우리 아빠는 예수님이네? 손발에 쇠못을 박고 죽은 그 사람 말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이고 만다. 갑자기 속이 싸르르, 아려온다. 그래, 지웅이의 말이 맞다. 아빠는 우리를 위해 온 예수님이시다.
-「아직은 괜찮아」 부분
『챔피언』 속 인물들은 대개 버려진 '너트' 같은 존재들이다. 떠돌이 임시직 노동자, 청년 백수, 수리 전문 조선소 노동자, 보험 외판원 등. 그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땅엔 가난한 사람은 없어, 단지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만 있지. 수향의 메일을 읽을 때만 해도 먼 산 보듯 했다. 그랬으니 이 땅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지냈다. 희망이 전쟁이 된 시대. 이제 내 앞에 운명의 주사위는 다시 던져졌다. 당분간 대기 발령.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바로 회사에서 팽, 당했다는 거.
-「햐, 이거 정말」 부분
성장과 효율을 앞세운 자본주의 시대에서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속물인 '너트'들은 갈 길을 잃어버렸다. 가난이 가난을 낳고, 격차가 격차를 낳는 세상. 하지만 『챔피언』의 인물들은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한다. 혼자보단 서로의 손을 맞잡고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건 화해의 의미는 아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의 지적대로 극중 '아비' 세대와 젊은 '나'의 세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다만 『챔피언』은 재난 속에서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아비'와 '나'를 보여줄 뿐이다. 여기서 다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부재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는 것. 그것은 지금 이곳의 미래에 대한 짙은 회의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지금 이 세계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아느냐고 묻고 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92)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대를 살며,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자진해"(이성복, 「1959」, 같은 책)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듯.
『챔피언』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읽는 이들의 통각을 되살려낸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을 말이다. 그들은 다만 묵묵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행진한다. 그 묵묵한 행진의 끝에는 아마도, 작가가 꿈꾸는 '수평세상'이 있을 것이다.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수평선처럼, '뿌리 뽑힌' 존재들이 서로의 존재를 연민하고 이해해가며 맞닿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 그들이 바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아닐까. 『챔피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실은 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바로 그곳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해설 중에서
『챔피언』은 다른 세계를 꿈꾸며 그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언더그라운드 유토피아에 관한 문학적 비유와 상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품집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표제작 「챔피언」에 나오는 청춘 남녀가 "난 그런 재능도 매력도 없어"라며 한숨을 짓는 표정이 절로 연상된다. 일과 밥과 집은 물론이요, 사랑과 욕망의 꿈조차 끝내 좌절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은 역설적으로 희망의 원리에 대한 새로운 차원이 무엇인지 추론하도록 상기시킨다. 그런 희망의 원리는 가장 일차적으로 서로의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비롯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대기 발령 통보를 받은 「햐, 이거 정말」 속 '나'가 이제 유사-가족의 일원이 된 동생 상우를 향해 형제애를 표현하는 장면이 퍽 감동적이다. 조선족 여자 예랑 씨가 낳은 상우는 나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이다. 그런 동생을 향해 내가 말한다. "우리, 같이 살구놀이할까?" 그렇게 사랑과 기쁨의 식구(食口) 공동체를 향한 이상섭의 글쓰기는 여전히 쓰이고 또 쓰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뿌리 뽑힌 존재들의 카운터펀치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해,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르포집을 낸 이상섭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챔피언』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전작들과 같은 궤도를 달리며 '뿌리 뽑힌'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낸다. 그러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수평세상'을 다시금 희구한다.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
이상섭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희망은 전쟁이 되어버렸다. 성장과 효율을 앞세운 자본주의 시대에서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속물인 '너트' 같은 존재들은 갈 길을 잃었다. 가난이 가난을 낳고, 격차가 격차를 낳는 세상. 하지만 『챔피언』의 인물들은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한다. 혼자보단 서로의 손을 맞잡고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건 화해의 의미는 아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의 지적대로 극중 '아비' 세대와 젊은 '나'의 세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다만 『챔피언』은 재난 속에서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아비'와 '나'를 보여줄 뿐이다.
『챔피언』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읽는 이들의 통각을 되살려낸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을 말이다. 그들은 다만 묵묵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행진한다. 그 묵묵한 행진의 끝에는 아마도, 작가가 꿈꾸는 '수평세상'이 있을 것이다.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수평선처럼, '뿌리 뽑힌' 존재들이 서로의 존재를 연민하고 이해해가며 맞닿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 그들이 바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아닐까. 『챔피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실은 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바로 그곳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책 소개
희망이 전쟁이 된 시대,
뿌리 뽑힌 존재들의 카운터펀치
200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통해 등단해,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르포집을 낸 이상섭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챔피언』을 펴냈다. 작가는 이번 작품집에서 전작들과 같은 궤도를 달리며 '뿌리 뽑힌' 밑바닥 인생들을 호출해낸다. 그러고는 그들의 이야기를 빌려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온 '수평세상'을 다시금 희구한다.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
내 소설들은 어쩌면 무너진 돌담이 들려준 이야기와 그 너머 찰랑이던 바다가 떠올리게 해준 것들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이 작품은 내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것이다. 미력한 재주로 내가 살을 입혔을 뿐. 하여 내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꿈꾼 것처럼 서로 간에 쌓인 작은 돌담이라도 허물 수 있는 웃음과 여유가 생겨났으면 좋겠다는 거다. 바다에 수평선이 살고 있듯이 이 땅에도 '수평세상'이 다가올 수 있도록.
-「작가의 말」,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창비, 2006
수록된 단편 「물고기가 궁금해」에는 '이안류(離岸流)' 현상이란 게 나온다. '한두 시간 정도의 짧은 기간에 매우 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 쪽으로 흐르는 좁은 표면 해류를 말하는 것으로, 밀려오는 파도와 바람이 해안에 높은 파도를 이루고,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이 소용돌이치는 현상. 바다로 되돌아가려는 물과 밀려오는 파도가 만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마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듯.
이상섭 소설 속 인물들은 저마다 '비상 상황'에 처해 있다. 희망은 전쟁이 되어버렸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직면한 인물들은 상처 속에서 따뜻한 동료애를 발견해내고, 때때로 서로에게 의지한다. 그렇게 문학평론가 고영직이 말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완성된다.
이 세상의 무수한 '너트'들에게 보내는 위로,
사랑의 기쁨의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
『챔피언』에는 중요한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너트'로 대변되는 뿌리 뽑힌 존재들의 이야기와 '예수님'으로 표현된 아버지의 존재다.
손에 뭔가 잡혔다. 너트였다. 이걸 왜 아직 지니고 있는 거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근데 너트를 볼수록 생각이 깊어진다. 근데 도대체 이 나사는 어디에 있던 것일까. 이게 없어도 과연 아무 지장이 없을까. 하긴, 사라진 너트는 다른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것이 조직의 이치이자 세상의 이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뒹구는 것들이 죄다 쓸모없는 것일까. 제자리를 찾기만 한다면 다시 요긴하게 쓰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다가 눈마저」 부분
이리 작은 게 왜 이렇게 아파? 지웅이가 제 눈을 깜빡이며 묻는다. 그러게 말야, 아빠는 이런 게 수없이 손이고 발바닥에 박혔으니 얼마나 아프셨겠니? 누나가 뽑은 것만 해도 쇠못 서너 개는 될 정도니 말야. 와우, 그럼 우리 아빠는 예수님이네? 손발에 쇠못을 박고 죽은 그 사람 말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이고 만다. 갑자기 속이 싸르르, 아려온다. 그래, 지웅이의 말이 맞다. 아빠는 우리를 위해 온 예수님이시다.
-「아직은 괜찮아」 부분
『챔피언』 속 인물들은 대개 버려진 '너트' 같은 존재들이다. 떠돌이 임시직 노동자, 청년 백수, 수리 전문 조선소 노동자, 보험 외판원 등. 그들이 지금 어떤 상황이냐고?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 땅엔 가난한 사람은 없어, 단지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만 있지. 수향의 메일을 읽을 때만 해도 먼 산 보듯 했다. 그랬으니 이 땅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지냈다. 희망이 전쟁이 된 시대. 이제 내 앞에 운명의 주사위는 다시 던져졌다. 당분간 대기 발령. 그렇다면 결과는 뻔하다. 바로 회사에서 팽, 당했다는 거.
-「햐, 이거 정말」 부분
성장과 효율을 앞세운 자본주의 시대에서 언제든 대체 가능한 부속물인 '너트'들은 갈 길을 잃어버렸다. 가난이 가난을 낳고, 격차가 격차를 낳는 세상. 하지만 『챔피언』의 인물들은 쉽게 낙관하지도 쉽게 좌절하지도 않는다. 비관하듯 낙관하면서도 똑바로 이 세상을 주시한다. 혼자보단 서로의 손을 맞잡고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이건 화해의 의미는 아니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의 지적대로 극중 '아비' 세대와 젊은 '나'의 세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다만 『챔피언』은 재난 속에서도 유토피아를 꿈꾸며 같은 길을 걸어가는 '아비'와 '나'를 보여줄 뿐이다. 여기서 다시 언급되어야 할 것은 '부재하는 유토피아'를 꿈꾼다는 것. 그것은 지금 이곳의 미래에 대한 짙은 회의감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지금 이 세계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 아느냐고 묻고 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이성복, 「그날」,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92)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모두 병들었지만 아무도 아프지 않은 시대를 살며, "보이지 않는 감옥으로 자진해"(이성복, 「1959」, 같은 책) 가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듯.
『챔피언』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환부를 두드리며 읽는 이들의 통각을 되살려낸다. '챔피언'을 꿈꾸는 것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 세상을 말이다. 그들은 다만 묵묵히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행진한다. 그 묵묵한 행진의 끝에는 아마도, 작가가 꿈꾸는 '수평세상'이 있을 것이다.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수평선처럼, '뿌리 뽑힌' 존재들이 서로의 존재를 연민하고 이해해가며 맞닿아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것. 그들이 바로 '사랑과 기쁨의 식구 공동체'가 아닐까. 『챔피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실은 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바로 그곳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마다의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손을 맞잡고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 것임을.
해설 중에서
『챔피언』은 다른 세계를 꿈꾸며 그 다른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언더그라운드 유토피아에 관한 문학적 비유와 상징을 그대로 표현하는 작품집이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표제작 「챔피언」에 나오는 청춘 남녀가 "난 그런 재능도 매력도 없어"라며 한숨을 짓는 표정이 절로 연상된다. 일과 밥과 집은 물론이요, 사랑과 욕망의 꿈조차 끝내 좌절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은 역설적으로 희망의 원리에 대한 새로운 차원이 무엇인지 추론하도록 상기시킨다. 그런 희망의 원리는 가장 일차적으로 서로의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에서 비롯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대기 발령 통보를 받은 「햐, 이거 정말」 속 '나'가 이제 유사-가족의 일원이 된 동생 상우를 향해 형제애를 표현하는 장면이 퍽 감동적이다. 조선족 여자 예랑 씨가 낳은 상우는 나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이다. 그런 동생을 향해 내가 말한다. "우리, 같이 살구놀이할까?" 그렇게 사랑과 기쁨의 식구(食口) 공동체를 향한 이상섭의 글쓰기는 여전히 쓰이고 또 쓰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목차
목차
재첩의 맛
햐, 이거 정말
묵묵깜깜
챔피언
어쩌다가 눈마저
물고기가 궁금해
아직은 괜찮아
슬그머니
해설_ 바닷가 그 집 백팔 번지 가는 길_ 고영직
작가의 말
햐, 이거 정말
묵묵깜깜
챔피언
어쩌다가 눈마저
물고기가 궁금해
아직은 괜찮아
슬그머니
해설_ 바닷가 그 집 백팔 번지 가는 길_ 고영직
작가의 말
저자
저자
이상섭
저자 이상섭은 1961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1998년 「슬픔의 두께」로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하고, 2002년 「바다는 상처를 오래 남기지 않는다」로 제5회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문단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소설집으로 『슬픔의 두께』, 『그곳에는 눈물들이 모인다』, 『바닷가 그 집에서, 이틀』이 있고 르포집 『굳세어라 국제시장』을 썼다. 2004년 제9회 부산소설문학상, 2007년 제6회 부산작가상, 2010년 제3회 백신애문학상, 2013년 봉생문화상을 수상했다. 현재 해운대관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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