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는 울지 않았다
정낙추 소설집
정낙추 소설집『복자는 울지 않았다』. 개발과 이윤의 논리에 훼손당한 이 시대의 자화상을 민중의 입담으로 밀도 있게 그려냈다. 표제작의 주인공 복자는 어떤 시련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순정성과 삶에 대한 의연함을 잃지 않는 당찬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온다. 20여 년간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애면글면 고쳐가며 살았건만, 동네에 개발 바람이 불자 집주인이 복자 내외도 모르게 팔아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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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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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민중의 풀빛 카니발
개발과 이윤의 논리에 훼손당한 이 시대의 자화상을 민중의 입담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 정낙추의 소설집 『복자는 울지 않았다』가 출간됐다. 『복자는 울지 않았다』에 실린 네 편의 중ㆍ단편은 굵직한 서사성과 민중의 삶을 입체화한 미학성으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연민의 윤리에 기반"하여 "연대의 계기를 모색"하는 작가 정낙추. 그의 소설의 미덕은 우리 삶에 밀착한 언어와 서사가 한데 어울린 것에 있다. "구술성을 중심으로 한 민중적 카니발의 미의식"이 이후 정낙추의 소설에서 얼마나 더 매혹적인 상상력으로 펼쳐질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기대와 호기심 섞인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개발과 이윤의 논리에 훼손당한 이 시대의 자화상을 민중의 입담으로 신랄하고 밀도 있게 그려낸 정낙추의 소설집 『복자는 울지 않았다』가 출간됐다. 『복자는 울지 않았다』에 실린 네 편의 중ㆍ단편은 굵직한 서사성과 민중의 삶을 입체화한 미학성으로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첫 시집 『그 남자의 손』(애지, 2006)를 통해 "우리 농촌의 식민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생에 대한 구체적이고 애정어린 시선, 기층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풍부한 서사와 서민적 해학이 가득"하다(문학평론가 유성호)는 평을 받았던 것을 되새겨볼 때, 그의 소설 역시 시 쓰기의 연장선상에서 밀도 있는 민중적 서사로 독자를 매혹한다.
특히 표제작 「복자는 울지 않았다」의 주인공 복자는 어떤 시련 앞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순정성과 삶에 대한 의연함을 잃지 않는 당찬 인물이다.
여기 복자라는 한 여인이 있다. 쌍둥이의 엄마로서 집안일이며 농사일을 야무지게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동네 궂은일을 마다 않으며 어르신들 수발을 딸처럼 살갑게 하는 여인이다. 남편 태근이가 이웃집 박 여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는 남편과 '커플 룩'을 해 입겠다며 박 여사의 약을 살살 올릴 줄도 안다. 수암골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거간꾼 행세를 하는 동네 이장에게는 "동네에서 제일 식자(識者)가 높구 서울 출입이 잦은 분이 언사는 어찌 함부루 허신대요"라며 바른 소리를 쏘아붙이기도 한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시련이 찾아온다. 20여 년간 다 쓰러져가는 폐가를 애면글면 고쳐가며 살았건만, 동네에 개발 바람이 불자 집주인이 복자 내외도 모르게 팔아버린 것이다. 붙여먹을 땅도, 살아갈 집도 다 잃었지만 그렇다고 낙담할 복자가 아니다. 속에서 울분이 올라오지만 복자는 주저앉지 않고 남편 태근보다 더 씩씩하게 앞길을 개척한다. 날카로운 자본의 날 아래서도 그녀는 결코 부수어지길 거부하며 새 삶을 향해 나아간다.
주인공 복자뿐만 아니라 마을 어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정낙추의 소설은 오늘날 농촌 현실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한다.
"세상이 살기 좋아졌다구 해두 농사꾼들에겐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헌 게 별루 ?지. 암, ?구 말구. 경자유전(耕者有田)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 말두 사실은 농사꾼 홀리는 말이여. 땅은 농사짓는 사람이 소유해라. 말이야 좋지. 이런 문자를 누가 지어냈겠어? 가난해서 배우지 뭇허구 배우지 뭇해서 땅 파먹는 농사꾼들이 지어냈겠어? 아녀, 유식헌 부자들이 지어낸 말이여."
(중략)
"그것들이 땅 살 때는 곡식 때문에 사는 게 아녀. 땅값 오르는 것 때문에 사는 것이지."
(66-67쪽)
폐허 같은 삶 꿰뚫는 날카로운 문제의식,
민중의 입담으로 그려낸 우리 시대 자화상
정낙추의 소설 속 인물들은 얼핏 패배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으로서의 미덕, 내일에 대한 염원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죄인」은 끝나지 않은 분단과 남남(南南) 갈등의 문제를 다룬다. 고명철 평론가의 지적대로 「죄인」은 한국전쟁 '이후' 깊게 팬 분단의 상처를 반복·재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단의 상처와 싸우고 있는 '현재'를 지속되는 전쟁으로 인식하면서 이 전쟁의 진정한 종식을 염원하는 분단 극복의 강렬한 문제의식을 표출"한다. "난쟁이, 곰보딱지, 서장환이 각시, 빨갱이 마누라, 개차반 염치술이 여편네라고 불렸던 어떤 여자"의 인생사는 그녀의 처절한 독백을 통해 그려지는데, 그녀는 "외형적으로 추녀이고, 한국전쟁 전후의 좌우 이념 대결 상황에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해방을 염원하는 서장환의 처로 죽음과 같은 삶을 겨우 연명하던 터에 서장환을 죽게 신고한 개차반 염치술의 처로서 기구한 인생을 산다. 말하자면, 이 여자의 일생은 한국전쟁 '당시'뿐만 아니라 '이후' 그리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는 온갖 상처 그 자체"인 것이다.
어느 아버지의 무덤 곁에 어머니를 묻을 것인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자식들을 떠올리며 한탄처럼 내뱉는 그녀의 독백은 골 깊은 분단의 상처 위에 올리는 마지막 기도와 다름없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참으로 아득하고 아득하네요. 한고비를 넘겼다 싶으면 또 한고비가 가로막고…… 이제 마지막 고비인 것 같아요. 나는 죽지 않을 거예요.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로 죽지 않을 거예요. 내가 지금 이대로 죽으면 자식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대물림할 테니까요. 난리가 끝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손자 민기 녀석이 그러대요. 전쟁은 끝난 게 아니고 잠시 쉬는 중이라고요. 내 몸에서 전쟁을 빼면 뭐가 남겠어요. 아무것도 없죠. 내 전쟁이 끝나야 자식들도 전쟁에서 벗어날 테니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백 년이고 천 년이고 악착같이 살아야겠어요. 그러니 당신들도 나를 기다리지 말고 자식들이나 달래줘요, 네 어미가 죽어도 곁에 묻지 말아 달라고 해주세요. 혼자 묻혀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말해줘요. (221쪽)
"세계에 대한 고립감"과 "근원적 결핍의 상처"를 안고 평생을 외톨이로 살았던 '순호'의 삶을 누이의 시선으로 회상해 나간 「오빠 생각」, 아내와의 이혼 과정에서 비로소 어른으로서의 혹독한 성장통을 겪는 진형과 청상과부 어머니의 삶을 통해 인생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모색하는 소설 「끈」까지…, 네 편의 소설은 촘촘하고도 단단한 서사로 구축되어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준다.
농부이자 소금장수, 그리고
사라진 이야기를 복원해내는 작가 정낙추
이정록 시인은 작가 정낙추를 두고 이런 표현을 한 바 있다. "정낙추는 진짜 농사꾼이다. 게다가 그는 서해 뻘물을 끓여 자염을 만드는 소금장수다. 생명을 키우고 싱거운 세상에 간도 맞춘다. 그가 삶의 질곡을 눙치거나 두툼한 해학으로 조선구들장을 놓을 때마다, 나는 명천 이문구의 소설 속 장삼이사(張三李四)를 떠올린다."
우직한 작가 정낙추의 농사짓기는 소설을 통해서도 고스란히 이어지며, 세상의 '간'을 맞추는 소금장수로서의 면모 역시 소설을 통해 탁월하게 빛을 발한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갖고 있는 저력과 '소설 읽는 맛'은 녹록하지 않다. 그리고 이 첫 소설집을 계기로 "사라진 이야기를 어투와 몸짓까지 생생하게 복원하고 싶다"는 작가 정낙추의 바람은 그 첫 번째 결실을 맺은 듯하다.
"타자와의 격렬한 부딪침 가운데 생긴 삶의 상처와 고통을, 연민의 윤리에 기반한 연대의 계기로 모색하는" 작가 정낙추. 그의 소설의 미덕은 우리 삶에 밀착한 언어와 서사가 한데 어울린 것에 있다. "구술성을 중심으로 한 민중적 카니발의 미의식"이 이후 정낙추의 소설에서 얼마나 더 매혹적인 상상력으로 펼쳐질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기대와 호기심 섞인 심정으로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이야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사라진다. 젊은 시절엔 나도 무수히 이야기들을 만들었으리라. 그러나 그때는 내 주변의 시대 상황과 삶이 이야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눈앞에 펼쳐진 고단한 일상에 매달려 소중한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살았는지 모른다. 늦었지만 사라진 이야기를 어투와 몸짓까지 생생하게 복원하고 싶다.
세상은 눈으로 보는 이야기로 넘쳐난다. 보는 이야기는 너무 선명하여 다르게 생각할 겨를도 내면을 성찰할 마음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이야기가 판치다 보니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사라져간다. 어린 시절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입담 좋은 우리 동네 농사꾼들은 다 돌아가시고 어느새 내가 이야기를 할 차례가 됐다. 그런데 둘러보니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드물고 이야기마저 빈약하다. 농사를 지으며 일터에서 주고받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얼기설기 엮어봤다. 내가 쓴 이런 이야기가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려도 흉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차
목차
오빠 생각 _ 83
끈 _ 113
죄인 _ 191
해설 : 비정한 삶을 살아내는 힘 / 고명철 _ 223
작가의 말 _ 238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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