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돌머리
임명희 산문집
임명희의 산문집 『빗돌머리』는 현재의 눈으로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산문집이다. 독자적인 제목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연작의 형식으로 짜여진 이 산문집은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의 정서와 어투를 그대로 살려 우리를 저자의 과거 속으로 이끌며 고향을 떠나 이산의 삶을 살아야했던 노동자의 전사(前史)에 해당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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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람은 심지어 자신의 과거마저도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해석은 현재의 관점에서 행해진다. 과거에 대한 회억이 간혹 미화되는 경우는 그런 맥락 때문이다.
임명희의 산문집 『빗돌머리』 또한 현재의 눈으로 자신의 유년기를 돌아보는 산문집이다. 하지만 이 산문집은 '회고록' 같은 형식을 빌리지 않는다. 독자적인 제목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연작의 형식으로 짜여진 이 산문집은 충청남도 서해안 지방의 정서와 어투를 그대로 살려 우리를 저자의 과거 속으로 이끈다. 누구든 가난했고 또 누구든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피해갈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저자의 빼어난 묘사 덕인지는 모르지만, 독특한 인물들이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처럼 평균적인 내면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어떤 독자들은 이게 소설인가 수필인가 헷갈리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일단 저자의 어머니가 그렇고, 외할머니가 그렇고, 이웃이었던 천당할머니가 그렇고, 고모가 그렇고, 언니가 그렇다. 이 개성 넘치는 인물들 속에서 어린 저자는 한 명 한 명 그 독특함을 돋을새김한다. 그래서 마치 한 편의 연작소설집을 읽은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아마도 이 힘은 저자의 묘사 능력과 거리두기에 힘입은 바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저자의 글쓰기 능력 때문이 아니라 저자의 영혼에 여러 갈래로 휘감긴 어떤 시간의 흔적을 육화한 탓이 더 클 것이다.
가족사와 성장기를 통해 드러낸 근대사
한 편의 성장기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책은 전쟁과 독재정권의 파장이 머나 먼 시골 마을에도 여지없이 상흔을 남겼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바로 저자의 가족사이기도 하다. 실제로 가족사가 곧 대한민국의 근대사인 경우는 허다하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는데, 전쟁 당시 벌어진 1·4 후퇴 때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한 체험담이다. 여기서 저자는 '유난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 고모의 내면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유추해낸다. 물론 통시적인 가부장제의 흔적이 그 밑바탕이 되었지만 전쟁 체험은 고모의 삶에 어떤 괴팍함을 아로새긴 것이다. 아마도 어머니의 강한 성격도 가난과 가부장제, 그리고 전쟁이 남긴 흔적이지만 말이다.
저자는 어린아이의 관점으로 어른들의 세계, 즉 대한민국 근대의 미시사를 한 땀 한 땀 기록한다. 저자가 역사를 의식하고 기록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저자는 그저 자신의 성장기를 연작 산문의 형식을 빌어 담았을 뿐이다. 하지만 그 성장기 자체가 대한민국의 근대사인 것을 저자 자신도 피해가지 못했던 것이다.
흥남에서 엄마가 고향 사람을 만났던 일도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할아버지!" 하고 싶을 만큼 눈앞이 환해지던 노릇이었는데 고향이 같은 부석면 가사리에 산다는 그 아저씨에게 수중에 돈뭉치를 숨기고 가는 중이라는 말까지 다 털어놓게 되었다. 며칠을 더 기다려도 배가 뜬다는 소식은 없고 서울에서 사업을 한다는 그 고향 아저씨는 남은 돈을 자기에게 꿔달라고 조르기 시작하고 망설이는 엄마에게 그렇게 미덥지 못하거든 절반이라도 꿔달라고 해서 거절하는 일로 또 며칠을 보냈다.
_「고모」부분
감상적이고 자신의 자아를 중심으로 기술하는 게 수필 혹은 산문이라 인식되고 있는 최근의 근황에서 저자의 이번 산문집은 많은 물음을 던져준다. 특히 노년에 기술하는 자서전 혹은 회고록이 곧잘 자신을 미화하는 풍토 속에서는 더 그렇다. 이 책에서는 살짝 암시만 되어 있지만, 이 책은 고향을 떠나 이산의 삶을 살아야했던 노동자의 전사(前史)에 해당되기도 한다.
목차
목차
외가 / 9
베 매는 날 / 18
엄마는 동막골 가고 / 30
돼지 / 42
천당할머니 / 54
사슴학교 선생님 / 64
귀신 나오는 집 / 79
언니 / 92
명절 / 110
조랭이 / 128
마음은 오이짠지 / 142
방학 숙제 / 151
사랑방 / 159
연 / 179
칠게 잡이 / 191
고모 / 205
2월 / 225
저자
저자
『흙빛문학』 동인, 충남작가회의 회원이며 산문집 『쑥 같은 사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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