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로워지는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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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문학과 함께 병든 세상을 남겨두고 그의 몸이 세상을 떴을 때, 그의 죽음의 원인이기도 했던 현실은 이후 더 무거운 어둠에 휩싸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그가 시도했던 문학의 빈자리에 비례하여 더 강렬하게 역사적 호소력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그의 시대와 뿌리를 함께 하고 있을 수많은 사건과 갈등이 주목되고 형상화되었으며 새 시대를 갈망하는 담론들로 등장하고 소멸되었다. 담론의 등장과 소멸이 필연적일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문학적 관점들의 변화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신동엽이 한국문학의 흐름에서 분명한 자기 영토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그가 보여준 언어들의 강렬한 현실성과 역사성 때문인데, 그러므로 그의 문학 세계에 대한 분석적 담론들 또한 계속 새로워지는 것이 당연하다. 현실주의 시인의 분명한 자기 위치는 오직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새로워지는 변화를 보일 때에만 뚜렷할 것이다.
_‘책을 엮으며’ 중에서
_‘책을 엮으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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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민족시인, 신동엽?
신동엽 시인 사후 50주기 선양 사업의 일환으로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이는 50주기를 맞아 벌였던 두 번의 학술대회 성과이기도 하다. 문학작품 또한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문제는 재해석의 여지가 없는 경우인데, 그럴 때는 문학작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위대한 작가/작품은 시대에 따라 재해석될 여지를 풍부하게 내장한 작가/작품일 것이다. 신동엽의 경우는 어떨까? 이 점에 대해서 이 책의 '서문'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동엽이 저 자유의 희망이라는 역사적 영토를 제 몸의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라면 이제 그의 시에 대한 논의도 기꺼이 자유로운 해석과 향유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의 영혼이 참될 때 그 언어의 영혼은 바로 제 삶의 바탕 위에서 자유 자체의 현실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에 대한 여러 담론적 분석은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신동엽은 1960년대 김수영과 더불어 '참여문학'의 기수로 일러졌고,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민족시인'으로 자리매김되어 그 문학사적 위치를 굳건히 했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신동엽의 시는 김수영이 말하지 못 한 부분을 말하면서 1970~1980년대의 민족, 민중문학의 한 전범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동시에 그 점이 후대의 시인들에게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했으며, 글로벌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그에 걸맞은 시인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동엽이 저 자유의 희망이라는 역사적 영토를 제 몸의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라면" 이제 그 신동엽의 '역사적 영토'가 지금의 역사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연구의 집적이며, 참여한 필자들은 '민족시인'이라는 패찰을 잠시 내려놓고 여러 방면에서 신동엽에게 접근해간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신동엽의 시를 현대사의 역사적 국면에 다시 위치시키는 작업 방식을 취하는데, 이 결과는, 신동엽의 시를 더욱 새로워지게 한다. 신동엽의 시가 '현대'의 감수성과 관점으로 공감 또는 해석된다고 해서만 '다시'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신동엽의 시가 그 당대의 역사 지평의 아래를 얼마나 깊이 굴착했느냐가 새로움의 내용을 결정한다. 이는 대체로 모든 문학/예술 작품에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1960년대와 신동엽의 시
1부에 실린 글에서는 신동엽 시의 사상성을 논한 것에서부터, 신동엽 시에 나타난 민주주의의 문제, 그리고 신동엽이 단순히 '민족시인'임을 넘어 "아사달"과 "아사녀"를 통해 1960년대의 상황 안에서 혁명과 평화를 노래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인 한상철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혁명의 주체인 민중의 표상으로 정착된 '아사달'과 '아사녀'는 1960년대의 명암(明暗)을 지나며 '완충', 혹은 '중립'이라는 제3세계 지향의 정치적 이념과 접속된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 서사의 가련한 주인공으로 복권되었던 전승 설화 속 두 인물은 "망한 나라"를 일으키는 "거름"이자 역사에서 소외되어온 민중들의 연대 정신을 함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다. 그 결과가 1950년대 문단을 휩쓸던 복고적 전통주의와 비정치적 서정을 전복시키는 일이었음은 주지하는 바다.
또 그동안 시 작품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신동엽의 산문을 통해 시정신을 직접 다룬 김윤태의 글도, 신동엽 시에 다가가기 위한 좋은 입구 역할을 한다. 덧붙여 아무래도 시에서는 은미하게 드러난 신동엽의 사유가 산문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드러나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문 「시인정신론」에서 나타난 독특한 '원수성-차수성-귀수성'이라든가, 반전평화주의, 그리고 아나키즘 사상 등이 그것이다.
2부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 전후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문학에서 일어난 일을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한국의 작가들이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신동엽 자신이 고립된 자기 세계를 구축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정신과 분위기와 호흡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1부에서 집중된 신동엽의 시 세계와 사상이 어떤 역사적 맥락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지 1965년 한일협정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하상일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신동엽의 '원수선-차수성-귀수성'의 세계가 어떤 역사적 배경으로 나타났는지 이해하는 데 좋은 참조가 된다.
정치의 후진성과 물신주의를 조장하는 산업사회의 폐단을 초래하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던 것이다. 이는 분업화, 전문화, 개별화의 강조로 이어지면서 자본과 문명을 독점하기 위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급기야는 지배/피지배로 구별되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권력화된 현대사회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동엽은 이러한 세계를 '차수성 세계(次數性 世界)'로 명명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원래의 공동체적 세계인 '원수성 세계(原數性 世界)'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길이 바로 '귀수성 세계(歸數性 世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동엽이 말한 "중립의 초례청" 같은 중립의 반전사상마저도 단순히 신동엽 개인의 천재적 발상이라기보다는 당대의 민중과 함께하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동엽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관점'이기도 하다.
신동엽 사후 50주기를 맞아 이런 연구의 집적은 신동엽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면서 이를 통해 신동엽은 '다시 새로워'지고 있다는 게 이 책에 참여한 연구자/비평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나아가 당대의 민중과 함께 호흡한 신동엽을 재발견함으로써 오늘날 한국문학의 폐색적인 상황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신동엽 시인 사후 50주기 선양 사업의 일환으로 신동엽 시인의 시 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책이 나왔다. 이는 50주기를 맞아 벌였던 두 번의 학술대회 성과이기도 하다. 문학작품 또한 시대에 따라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문제는 재해석의 여지가 없는 경우인데, 그럴 때는 문학작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위대한 작가/작품은 시대에 따라 재해석될 여지를 풍부하게 내장한 작가/작품일 것이다. 신동엽의 경우는 어떨까? 이 점에 대해서 이 책의 '서문'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신동엽이 저 자유의 희망이라는 역사적 영토를 제 몸의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라면 이제 그의 시에 대한 논의도 기꺼이 자유로운 해석과 향유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의 영혼이 참될 때 그 언어의 영혼은 바로 제 삶의 바탕 위에서 자유 자체의 현실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에 대한 여러 담론적 분석은 더 넓은 지평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신동엽은 1960년대 김수영과 더불어 '참여문학'의 기수로 일러졌고, 197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민족시인'으로 자리매김되어 그 문학사적 위치를 굳건히 했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신동엽의 시는 김수영이 말하지 못 한 부분을 말하면서 1970~1980년대의 민족, 민중문학의 한 전범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동시에 그 점이 후대의 시인들에게 적잖은 부담감으로 작용했으며, 글로벌자본주의 시대에 들어서면서는 그에 걸맞은 시인으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신동엽이 저 자유의 희망이라는 역사적 영토를 제 몸의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라면" 이제 그 신동엽의 '역사적 영토'가 지금의 역사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연구의 집적이며, 참여한 필자들은 '민족시인'이라는 패찰을 잠시 내려놓고 여러 방면에서 신동엽에게 접근해간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신동엽의 시를 현대사의 역사적 국면에 다시 위치시키는 작업 방식을 취하는데, 이 결과는, 신동엽의 시를 더욱 새로워지게 한다. 신동엽의 시가 '현대'의 감수성과 관점으로 공감 또는 해석된다고 해서만 '다시'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신동엽의 시가 그 당대의 역사 지평의 아래를 얼마나 깊이 굴착했느냐가 새로움의 내용을 결정한다. 이는 대체로 모든 문학/예술 작품에 해당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1960년대와 신동엽의 시
1부에 실린 글에서는 신동엽 시의 사상성을 논한 것에서부터, 신동엽 시에 나타난 민주주의의 문제, 그리고 신동엽이 단순히 '민족시인'임을 넘어 "아사달"과 "아사녀"를 통해 1960년대의 상황 안에서 혁명과 평화를 노래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필자인 한상철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혁명의 주체인 민중의 표상으로 정착된 '아사달'과 '아사녀'는 1960년대의 명암(明暗)을 지나며 '완충', 혹은 '중립'이라는 제3세계 지향의 정치적 이념과 접속된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 서사의 가련한 주인공으로 복권되었던 전승 설화 속 두 인물은 "망한 나라"를 일으키는 "거름"이자 역사에서 소외되어온 민중들의 연대 정신을 함축하는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한다. 그 결과가 1950년대 문단을 휩쓸던 복고적 전통주의와 비정치적 서정을 전복시키는 일이었음은 주지하는 바다.
또 그동안 시 작품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던 신동엽의 산문을 통해 시정신을 직접 다룬 김윤태의 글도, 신동엽 시에 다가가기 위한 좋은 입구 역할을 한다. 덧붙여 아무래도 시에서는 은미하게 드러난 신동엽의 사유가 산문에서는 조금 더 자세히 드러나 있음을 분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산문 「시인정신론」에서 나타난 독특한 '원수성-차수성-귀수성'이라든가, 반전평화주의, 그리고 아나키즘 사상 등이 그것이다.
2부에서는 1965년 한일협정 전후를 중심으로 해서 한국문학에서 일어난 일을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신동엽을 중심으로 한국의 작가들이 1965년 한일협정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문학적 자양분으로 삼았는지 살펴봄으로써, 신동엽 자신이 고립된 자기 세계를 구축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정신과 분위기와 호흡하고 있었음이 드러난다. 1부에서 집중된 신동엽의 시 세계와 사상이 어떤 역사적 맥락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지 1965년 한일협정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을 통해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하상일의 다음과 같은 설명은 신동엽의 '원수선-차수성-귀수성'의 세계가 어떤 역사적 배경으로 나타났는지 이해하는 데 좋은 참조가 된다.
정치의 후진성과 물신주의를 조장하는 산업사회의 폐단을 초래하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했던 것이다. 이는 분업화, 전문화, 개별화의 강조로 이어지면서 자본과 문명을 독점하기 위한 권력관계가 형성되고, 급기야는 지배/피지배로 구별되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권력화된 현대사회가 만연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동엽은 이러한 세계를 '차수성 세계(次數性 世界)'로 명명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원래의 공동체적 세계인 '원수성 세계(原數性 世界)'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길이 바로 '귀수성 세계(歸數性 世界)'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신동엽이 말한 "중립의 초례청" 같은 중립의 반전사상마저도 단순히 신동엽 개인의 천재적 발상이라기보다는 당대의 민중과 함께하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동엽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관점'이기도 하다.
신동엽 사후 50주기를 맞아 이런 연구의 집적은 신동엽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이면서 이를 통해 신동엽은 '다시 새로워'지고 있다는 게 이 책에 참여한 연구자/비평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나아가 당대의 민중과 함께 호흡한 신동엽을 재발견함으로써 오늘날 한국문학의 폐색적인 상황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목차
목차
책을 묶으며 … 4
1부
신동엽의 고독한 길, 영성적 근대/김형수 - 15
사건에의 충실성과 빼기의 정치/김희정 - 41
신동엽 시의 민주주의 미학 연구/조강석 - 75
신동엽의 '백제', 혁명을 노래하다/한상철 - 109
신동엽 시에 나타난 인유 양상과 그 효과 연구/이대성 - 137
신동엽 문학에서 산문의 위치와 의미/김윤태 - 171
2부
1960년대 사회 변화와 현대시의 응전/고봉준 - 211
신동엽과 1960년대/하상일 - 243
'민주사회주의'의 유령과 중립통일론의 정치학/박대현 - 273
(신)식민주의의 귀환, 시적 응전의 감각/최현식 - 313
역사적 트라우마와 식민지의 연속성/김지윤 - 401
1부
신동엽의 고독한 길, 영성적 근대/김형수 - 15
사건에의 충실성과 빼기의 정치/김희정 - 41
신동엽 시의 민주주의 미학 연구/조강석 - 75
신동엽의 '백제', 혁명을 노래하다/한상철 - 109
신동엽 시에 나타난 인유 양상과 그 효과 연구/이대성 - 137
신동엽 문학에서 산문의 위치와 의미/김윤태 - 171
2부
1960년대 사회 변화와 현대시의 응전/고봉준 - 211
신동엽과 1960년대/하상일 - 243
'민주사회주의'의 유령과 중립통일론의 정치학/박대현 - 273
(신)식민주의의 귀환, 시적 응전의 감각/최현식 - 313
역사적 트라우마와 식민지의 연속성/김지윤 -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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