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로 만난 사이가 되었다(삶창시선 59)
김영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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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부르는 노래
「변방에 뜨는 별」이라는 작품에서는 세 할머니가 등장한다. 세 할머니는 여름밤에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아 “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별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세 할머니는 공중에 떠가는 비행기를 통해 시간을 가늠하고 있는 게 작품의 전경인데 이 장면을 시인은 담담히 옮겨 적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상황 자체가 아니라 세 할머니가 비행기를 소재로 해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데 있으며 그게 절묘한 시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외국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비행기가 별처럼 보인다고 했다가, 예전에는 비행기를 수수깡으로 만든 줄 알았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시는 돌연 웃음과 생기를 띤다. 그리고 시인은 이 세 할머니를 ‘별’의 자리에 앉힌다.
「변방에 뜨는 별」이라는 작품에서는 세 할머니가 등장한다. 세 할머니는 여름밤에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아 “부채로 더위를 쫓으며 별을 이야기”하는 중이다. 세 할머니는 공중에 떠가는 비행기를 통해 시간을 가늠하고 있는 게 작품의 전경인데 이 장면을 시인은 담담히 옮겨 적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상황 자체가 아니라 세 할머니가 비행기를 소재로 해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데 있으며 그게 절묘한 시적인 조합을 이루고 있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다녀온 외국 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비행기가 별처럼 보인다고 했다가, 예전에는 비행기를 수수깡으로 만든 줄 알았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시는 돌연 웃음과 생기를 띤다. 그리고 시인은 이 세 할머니를 ‘별’의 자리에 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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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처음에는 소리 없이 날아서 수수깡으로 만들었다고 했지
소독약 오토바이가 지나는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이 비껴가는 곳에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별이 세 개 남았다
-「변방에 뜨는 별 부분
제목에서 미리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세 할머니의 천연스런 대화 속에서 '별'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인 자신과 함께 사는 존재들이 비록 사회적, 문화적으로는 변방에 있는 듯하나 사실은 중심에 있는 것이라는 뜻일 게다. 그러려면 역시 그 존재들을 바라보는 관점(perspective)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김영서 시인은 관점의 변화 자체가 이미 삶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천사에서 이은봉 시인이 지적했듯 그와 함께 사는 존재들은 '집, 숲, 나무, 산, 밭, 꽃, 과수원, 할머니, 할아버지, 이장님' 등이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시인에게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같이 살자!
이 변방의 존재들이 시인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이 존재들의 상태가 위태롭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오늘날 농촌이 소멸하고 있는 현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인은 「동지팥죽 먹는 날」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온 마을에 계절마다 꽃이 피도록
꽃나무 심기로 약속했는데
동지팥죽 먹는 밥상에는
해가 갈수록 숟가락 숫자가 줄어든다
"해가 갈수록 숟가락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시인은 이렇게 버려진 존재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감상에 빠지지도 않는다. 도리어 이 변방의 존재들과 함께 숨 쉬고 생활하면서 삶을 긍정하고 있다. "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하며(「눈물 나는 아침」),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빛나는 순간을 얻기도 한다. 즉, "잃어버린 만큼 새로운 것들도 너무 많"아서 "우리는 새로 만난 사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모르는 사이」)
삶은 오로지 역설이라는 어떤 철학적 진리를 김영서 시인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일까? 아니면 변방에 서서 우리의 삶 자체가 슬픔과 기쁨으로 버무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그 과정과 인과관계를 시가 꼭 밝혀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들을 온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이기에 독자는 그 '진리'를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설에서 김영서 시인이 얻은 게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러나 그 긍정은 단순한 의지나 관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양식을 체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예뻐서 울안에 두지 못하고 아가씨라 불렀던
명자야 같이 살자
봄마다 구절초밭에 피는 명자꽃을 만나기로 했다
-「명자야 같이 살자」 부분
이 작품에서 시의 눈[目]은 바로 "명자야 같이 살자"이다. 이는 분명 김영서 시인이 체득한 새로운 삶의 윤리에 해당된다. 변방에서 버려진 채 살아가는 존재들을 노래하다가 새로운 삶의 윤리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읽으면 시인 자신이 변방의 존재로서 얻게 된 고독을 "같이 살자"라고 돌려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시인으로 늘 변방에 있었다"('시인의 말')는 자기고백은 이 시집 전체를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정서에 해당된다. 변방에 사는 존재만이 변방에 사는 존재를 보고, 느끼고, 노래할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동어반복 같아 보이지만, "온몸이 질문"이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반복의 흔적"을(「종이는 온몸이 관절이다」) 가져야 가능하기에 반복 자체를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 반복이 삶을 나아가게 하는 반복인지, 뒷걸음질치게 하는 반복인지가 중요하며 당연히 김영서 시인의 시는 삶을 나아가게 하는 반복에 해당된다.
소독약 오토바이가 지나는 골목길에
가로등 불빛이 비껴가는 곳에
별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비닐 방석을 깔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주에서 바라보면
별이 세 개 남았다
-「변방에 뜨는 별 부분
제목에서 미리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시인은 세 할머니의 천연스런 대화 속에서 '별'을 발견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시인 자신과 함께 사는 존재들이 비록 사회적, 문화적으로는 변방에 있는 듯하나 사실은 중심에 있는 것이라는 뜻일 게다. 그러려면 역시 그 존재들을 바라보는 관점(perspective)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김영서 시인은 관점의 변화 자체가 이미 삶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추천사에서 이은봉 시인이 지적했듯 그와 함께 사는 존재들은 '집, 숲, 나무, 산, 밭, 꽃, 과수원, 할머니, 할아버지, 이장님' 등이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시인에게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같이 살자!
이 변방의 존재들이 시인에게 깊이 각인된 것은, 이 존재들의 상태가 위태롭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오늘날 농촌이 소멸하고 있는 현상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시인은 「동지팥죽 먹는 날」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온 마을에 계절마다 꽃이 피도록
꽃나무 심기로 약속했는데
동지팥죽 먹는 밥상에는
해가 갈수록 숟가락 숫자가 줄어든다
"해가 갈수록 숟가락 숫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벌어지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시인은 이렇게 버려진 존재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해서 감상에 빠지지도 않는다. 도리어 이 변방의 존재들과 함께 숨 쉬고 생활하면서 삶을 긍정하고 있다. "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기도 하며(「눈물 나는 아침」),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 요양원에서 살고" 있는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빛나는 순간을 얻기도 한다. 즉, "잃어버린 만큼 새로운 것들도 너무 많"아서 "우리는 새로 만난 사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모르는 사이」)
삶은 오로지 역설이라는 어떤 철학적 진리를 김영서 시인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것일까? 아니면 변방에 서서 우리의 삶 자체가 슬픔과 기쁨으로 버무려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일까? 그 과정과 인과관계를 시가 꼭 밝혀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들을 온축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시이기에 독자는 그 '진리'를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역설에서 김영서 시인이 얻은 게 삶에 대한 긍정이다. 그러나 그 긍정은 단순한 의지나 관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양식을 체득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다음의 시에서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예뻐서 울안에 두지 못하고 아가씨라 불렀던
명자야 같이 살자
봄마다 구절초밭에 피는 명자꽃을 만나기로 했다
-「명자야 같이 살자」 부분
이 작품에서 시의 눈[目]은 바로 "명자야 같이 살자"이다. 이는 분명 김영서 시인이 체득한 새로운 삶의 윤리에 해당된다. 변방에서 버려진 채 살아가는 존재들을 노래하다가 새로운 삶의 윤리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읽으면 시인 자신이 변방의 존재로서 얻게 된 고독을 "같이 살자"라고 돌려 말하고 있는 것과 같다. "시인으로 늘 변방에 있었다"('시인의 말')는 자기고백은 이 시집 전체를 가로지르는 핵심적인 정서에 해당된다. 변방에 사는 존재만이 변방에 사는 존재를 보고, 느끼고, 노래할 수 있다. 이는 어찌 보면 동어반복 같아 보이지만, "온몸이 질문"이 되기 위해서는 "무수한 반복의 흔적"을(「종이는 온몸이 관절이다」) 가져야 가능하기에 반복 자체를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 반복이 삶을 나아가게 하는 반복인지, 뒷걸음질치게 하는 반복인지가 중요하며 당연히 김영서 시인의 시는 삶을 나아가게 하는 반복에 해당된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ㆍ5
제1부 모스부호
모스부호 ㆍ 12
변방에 뜨는 별 ㆍ 13
대상포진 ㆍ 14
한겨울 고물상 ㆍ 15
동백여관 ㆍ 16
바람처럼 뜬다 ㆍ 18
공갈 젖 ㆍ 20
팔월 ㆍ 21
숲의 기억 ㆍ 22
똥구멍 부은 날 ㆍ 24
손톱 가시 ㆍ 26
눈물 나는 아침 ㆍ 28
홍자 ㆍ 30
제2부 추억
동지팥죽 먹는 날 ㆍ 32
삼계탕 ㆍ 34
종이는 온몸이 관절이다 ㆍ 35
장롱 속 추억 ㆍ 36
짝짝이 양말 ㆍ 38
모르는 사이 ㆍ 40
환생을 믿는다 ㆍ 42
목련 ㆍ 44
검은등뻐꾸기 ㆍ 46
고추나방 ㆍ 48
라면 먹을래요 ㆍ 50
말랑말랑 ㆍ 51
능금 예찬 ㆍ 52
제3부 위대한 발견
위대한 발견 ㆍ 56
독사 ㆍ 57
살아 계신 하느님 ㆍ 58
꽃씨 ㆍ 60
풍선껌 ㆍ 61
안마 의자 ㆍ 62
질긴 놈들 ㆍ 63
춤바람 ㆍ 64
알츠하이머 ㆍ 65
간격 ㆍ 66
새마을호 열차 ㆍ 68
명자야 같이 살자 ㆍ 70
제4부 복사꽃 피던 날
산삼 ㆍ 74
도청 장치 ㆍ 77
졸업 사진 ㆍ 78
목신 ㆍ 80
몽상가 ㆍ 82
집이 필요하다 ㆍ 84
귀가 자라는 벽 ㆍ 86
이화에 월담하고 ㆍ 88
불면 ㆍ 89
꼬리에 대하여 ㆍ 90
안녕하세요 ㆍ 91
피아노 조율사 ㆍ 92
복사꽃 피던 날 ㆍ 94
시인의 산문__시인의 정체성 ㆍ 97
제1부 모스부호
모스부호 ㆍ 12
변방에 뜨는 별 ㆍ 13
대상포진 ㆍ 14
한겨울 고물상 ㆍ 15
동백여관 ㆍ 16
바람처럼 뜬다 ㆍ 18
공갈 젖 ㆍ 20
팔월 ㆍ 21
숲의 기억 ㆍ 22
똥구멍 부은 날 ㆍ 24
손톱 가시 ㆍ 26
눈물 나는 아침 ㆍ 28
홍자 ㆍ 30
제2부 추억
동지팥죽 먹는 날 ㆍ 32
삼계탕 ㆍ 34
종이는 온몸이 관절이다 ㆍ 35
장롱 속 추억 ㆍ 36
짝짝이 양말 ㆍ 38
모르는 사이 ㆍ 40
환생을 믿는다 ㆍ 42
목련 ㆍ 44
검은등뻐꾸기 ㆍ 46
고추나방 ㆍ 48
라면 먹을래요 ㆍ 50
말랑말랑 ㆍ 51
능금 예찬 ㆍ 52
제3부 위대한 발견
위대한 발견 ㆍ 56
독사 ㆍ 57
살아 계신 하느님 ㆍ 58
꽃씨 ㆍ 60
풍선껌 ㆍ 61
안마 의자 ㆍ 62
질긴 놈들 ㆍ 63
춤바람 ㆍ 64
알츠하이머 ㆍ 65
간격 ㆍ 66
새마을호 열차 ㆍ 68
명자야 같이 살자 ㆍ 70
제4부 복사꽃 피던 날
산삼 ㆍ 74
도청 장치 ㆍ 77
졸업 사진 ㆍ 78
목신 ㆍ 80
몽상가 ㆍ 82
집이 필요하다 ㆍ 84
귀가 자라는 벽 ㆍ 86
이화에 월담하고 ㆍ 88
불면 ㆍ 89
꼬리에 대하여 ㆍ 90
안녕하세요 ㆍ 91
피아노 조율사 ㆍ 92
복사꽃 피던 날 ㆍ 94
시인의 산문__시인의 정체성 ㆍ 97
저자
저자
김영서
1964년 예산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예산에서 살고 있다. 2005년 계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언제였을까 사람을 앞에 세웠던 일이』 『그늘을 베고 눕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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