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한 마리의 시(삶창시선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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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으로!
김승립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첫 작품은 「사랑의 이름으로」이다.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고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핀다는 진술은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면 이미 사랑은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을 터이다. 그 증좌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_「사랑의 이름으로」 부분
김승립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첫 작품은 「사랑의 이름으로」이다.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고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핀다는 진술은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면 이미 사랑은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을 터이다. 그 증좌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_「사랑의 이름으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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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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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으로!
김승립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첫 작품은 「사랑의 이름으로」이다.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고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핀다는 진술은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면 이미 사랑은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을 터이다. 그 증좌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_「사랑의 이름으로」 부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이 제 삶을 "힘껏" 살아나가는 현상은 사랑, 즉 주어진 삶을 지속하려 하는 에로스(eros)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상태의 지속만을 시인은 바라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가/ 서로를 불러준다면"이라고 말할 때, 이는 부르는 행위를 통한 어떤 만남, 접속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부여하는 경향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시집의 1부에서 번번이 등장하는 '사랑'은 삶에 방향을 부여하려는 존재의 생동하는 힘에 다름 아니다.
김승립 시인에게 '사랑'이 왜 존재의 생동하는 힘인지는 표제작인 「벌레 한 마리의 시」에서 간결하게 드러난다.
오랜 잠에 묶여 있던 어린 풀씨들
한 마리 벌에의 대책 없는 꼼지락거림에
간지럼 타며 아아아 기지개 켠다
온 세상이 그만 봄빛으로 가득하다
_「벌레 한 마리의 시」 부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들녘에서 "벌레 한 마리"가 무모하게 꿈틀거리면서 "풀씨들"의 부활을 자극하고, "풀씨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 이미 "온 세상"은 봄인 것이다. 이 시는 봄이 시간의 물결에 떠밀려 온다고 말하지 않고 "아직 추위 강파른" 들녘의 "벌레 한 마리"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거니와, 자연의 시간을 건너뛰는 시인의 상상력이 나타내는 것은 「사랑의 이름으로」에서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이 제 삶을 "힘껏 살아나가"는 '사실'과 같은 것이지 허황된 몽상이 아니다.
이외에도 김승립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은, 어떤 때는 개인의 실존 차원에서 그리고 어떤 때는 구체적 대상에 대한 감정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은 그만큼 시인이 사랑의 기운에 휩싸여 있다는 실증이기도 하면서, 시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변주와 깊이를 향하는 반복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왜냐면 김승립 시인은 구체적 개인의 정서 상태인 사랑과 현실에 대한 역사적/윤리적 태도로써의 사랑을 일치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오직 '사랑의 힘으로!'라고 부를 수 있다.
제주를 넘은 사랑의 사상
김승립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다.' 이 시집의 3부와 4부는 제주라는 공간과 제주의 역사를 통한 시 쓰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앞에서 시인이 '사랑의 힘으로' 시를 쓴다고 말했듯이, 제주의 시공간에만 머물지 않는 시인의 시각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주의 역사와 제주라는 공간에 대한 시편들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자세히 읽어보면, 김승립 시인의 서정 자체가 제주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랑치고 붉지 않은 게 어디 있나
사랑에 어디 삿된 이념 따위 있었겠나
「붉은 섬」 부분
설룬 제주 백성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누군들 끅끅대는 내 안의 말을 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_「검뉴울꽃-진아영」 부분
김승립 시인의 서정을 이루는 것 중 무엇보다 먼저 제주4·3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는데, 「이덕구의 숟가락」에서 시인은 "마지막 그의 숟가락은 낮달처럼 하늘에 걸려/ 지지 않는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혁명"은 "삿된 이념 따위"가 아니라 "사랑"이다. 이 도저한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 갇히지 않고 베트남의 역사와 아픔에까지 닿기도 하고(「피가 내리는 마을」, 「베트남 피에타」 등), 제3세계 민중의 삶을 짓밟았던 세계사적 문제와도 맞닿는다.(「용병」) 그리고 그것이 다시 우리의 역사적 현실로 구부려지기도 한다. 이렇게 김승립 시인의 '사랑'은 존재론적 차원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한 형형한 인식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사상이라 부를 수 있는 지평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얼음 속에 피어 있는 꽃도 있을 테고
수억 년 바위에 새겨진 나뭇잎 화석도 있을 터
때로는 날아오르는 새의 여리디여린 날갯짓이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는 일도 없다 할 수 없을 터이다
지금 나는 사랑의 사상에 중독된다
_「사랑의 사상」 부분
김승립 시인의 이번 시집에 실린 첫 작품은 「사랑의 이름으로」이다. "사랑을 꿈꾸지 않더라도/ 비는 내리"고 "사랑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꽃은" 핀다는 진술은 사랑의 부재를 말하는 것 같은 외양을 갖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면 이미 사랑은 우리의 삶에 내재해 있을 터이다. 그 증좌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은
제 힘껏 삶을 살아나가지
_「사랑의 이름으로」 부분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이 제 삶을 "힘껏" 살아나가는 현상은 사랑, 즉 주어진 삶을 지속하려 하는 에로스(eros)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 상태의 지속만을 시인은 바라지 않는다. 작품의 마지막에서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가/ 서로를 불러준다면"이라고 말할 때, 이는 부르는 행위를 통한 어떤 만남, 접속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을 부여하는 경향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시집의 1부에서 번번이 등장하는 '사랑'은 삶에 방향을 부여하려는 존재의 생동하는 힘에 다름 아니다.
김승립 시인에게 '사랑'이 왜 존재의 생동하는 힘인지는 표제작인 「벌레 한 마리의 시」에서 간결하게 드러난다.
오랜 잠에 묶여 있던 어린 풀씨들
한 마리 벌에의 대책 없는 꼼지락거림에
간지럼 타며 아아아 기지개 켠다
온 세상이 그만 봄빛으로 가득하다
_「벌레 한 마리의 시」 부분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들녘에서 "벌레 한 마리"가 무모하게 꿈틀거리면서 "풀씨들"의 부활을 자극하고, "풀씨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면 이미 "온 세상"은 봄인 것이다. 이 시는 봄이 시간의 물결에 떠밀려 온다고 말하지 않고 "아직 추위 강파른" 들녘의 "벌레 한 마리"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고 있거니와, 자연의 시간을 건너뛰는 시인의 상상력이 나타내는 것은 「사랑의 이름으로」에서 "있는 자리에서 사물들"이 제 삶을 "힘껏 살아나가"는 '사실'과 같은 것이지 허황된 몽상이 아니다.
이외에도 김승립 시인이 노래하는 사랑은, 어떤 때는 개인의 실존 차원에서 그리고 어떤 때는 구체적 대상에 대한 감정의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그것은 그만큼 시인이 사랑의 기운에 휩싸여 있다는 실증이기도 하면서, 시적으로는 '사랑'에 대한 변주와 깊이를 향하는 반복으로 읽어야 마땅하다. 왜냐면 김승립 시인은 구체적 개인의 정서 상태인 사랑과 현실에 대한 역사적/윤리적 태도로써의 사랑을 일치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오직 '사랑의 힘으로!'라고 부를 수 있다.
제주를 넘은 사랑의 사상
김승립 시인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서 살고 있다.' 이 시집의 3부와 4부는 제주라는 공간과 제주의 역사를 통한 시 쓰기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데, 앞에서 시인이 '사랑의 힘으로' 시를 쓴다고 말했듯이, 제주의 시공간에만 머물지 않는 시인의 시각을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주의 역사와 제주라는 공간에 대한 시편들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자세히 읽어보면, 김승립 시인의 서정 자체가 제주에 의해 형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랑치고 붉지 않은 게 어디 있나
사랑에 어디 삿된 이념 따위 있었겠나
「붉은 섬」 부분
설룬 제주 백성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누군들 끅끅대는 내 안의 말을 들을 수 있었겠습니까
_「검뉴울꽃-진아영」 부분
김승립 시인의 서정을 이루는 것 중 무엇보다 먼저 제주4·3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겠는데, 「이덕구의 숟가락」에서 시인은 "마지막 그의 숟가락은 낮달처럼 하늘에 걸려/ 지지 않는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혁명"은 "삿된 이념 따위"가 아니라 "사랑"이다. 이 도저한 시인의 사랑은 제주에 갇히지 않고 베트남의 역사와 아픔에까지 닿기도 하고(「피가 내리는 마을」, 「베트남 피에타」 등), 제3세계 민중의 삶을 짓밟았던 세계사적 문제와도 맞닿는다.(「용병」) 그리고 그것이 다시 우리의 역사적 현실로 구부려지기도 한다. 이렇게 김승립 시인의 '사랑'은 존재론적 차원을 획득하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한 형형한 인식을 포함하는 것이기에 사상이라 부를 수 있는 지평에 도달하고 마는 것이다.
얼음 속에 피어 있는 꽃도 있을 테고
수억 년 바위에 새겨진 나뭇잎 화석도 있을 터
때로는 날아오르는 새의 여리디여린 날갯짓이
허공을 두 쪽으로 가르는 일도 없다 할 수 없을 터이다
지금 나는 사랑의 사상에 중독된다
_「사랑의 사상」 부분
목차
목차
시인의 말ㆍ5
제1부
사랑의 이름으로·12
벌레 한 마리의 시·14
라라에게·15
라라를 위하여·16
무지개·17
불씨·19
군고구마·20
서둘지 않아도·21
가을볕·23
어메이징 그레이스·24
햇덩이를 굴리는 아이들·27
오래전 그대에게·29
기막힌 시·31
비·33
존재의 이유·34
제2부
배경(背景)·38
대설주의보 1·40
대설주의보 2·41
가을·42
권정생 살던 옛집·43
밥심·45
마음의 죽(粥)·47
초파일·49
풋것의 사랑·50
어떤 사랑·52
전등사·54
장엄·55
폭포·57
11월·58
어떤 가을날·60
겨울 서정·6
제3부
가자, 우리 그리운 숲으로·64
제주에 오면·66
제주 바람·68
바람과 잎새·69
생기·71
열애·72
경(經)·73
시월·74
흰털괭이눈·76
눈물의 내력-시인 문충성·78
제4부
붉은 섬·82
검뉴울꽃-진아영·84
이덕구의 숟가락·87
태극기·89
어떤 이력·91
우리는 우리에게 거듭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부쳐·94
피가 내리는 마을·98
베트남 피에타·103
용병·106
꽃을 피우지 않는 까닭·109
사랑의 사상·111
제5부
우리가, 끝끝내, 살아내야 할, 정든 땅, 이 길 위에서·114
한가위의 시·116
바람이 향기를 종소리로 울려 퍼지게
한다·118
그 배롱나무·121
그 나무의 눈동자·123
마음을 잃다·126
상처·128
지루한 상처·130
마른 꽃·132
문(門)에 대하여·134
해설
벌레 한 마리의 사랑(김대현)·136
제1부
사랑의 이름으로·12
벌레 한 마리의 시·14
라라에게·15
라라를 위하여·16
무지개·17
불씨·19
군고구마·20
서둘지 않아도·21
가을볕·23
어메이징 그레이스·24
햇덩이를 굴리는 아이들·27
오래전 그대에게·29
기막힌 시·31
비·33
존재의 이유·34
제2부
배경(背景)·38
대설주의보 1·40
대설주의보 2·41
가을·42
권정생 살던 옛집·43
밥심·45
마음의 죽(粥)·47
초파일·49
풋것의 사랑·50
어떤 사랑·52
전등사·54
장엄·55
폭포·57
11월·58
어떤 가을날·60
겨울 서정·6
제3부
가자, 우리 그리운 숲으로·64
제주에 오면·66
제주 바람·68
바람과 잎새·69
생기·71
열애·72
경(經)·73
시월·74
흰털괭이눈·76
눈물의 내력-시인 문충성·78
제4부
붉은 섬·82
검뉴울꽃-진아영·84
이덕구의 숟가락·87
태극기·89
어떤 이력·91
우리는 우리에게 거듭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부쳐·94
피가 내리는 마을·98
베트남 피에타·103
용병·106
꽃을 피우지 않는 까닭·109
사랑의 사상·111
제5부
우리가, 끝끝내, 살아내야 할, 정든 땅, 이 길 위에서·114
한가위의 시·116
바람이 향기를 종소리로 울려 퍼지게
한다·118
그 배롱나무·121
그 나무의 눈동자·123
마음을 잃다·126
상처·128
지루한 상처·130
마른 꽃·132
문(門)에 대하여·134
해설
벌레 한 마리의 사랑(김대현)·136
저자
저자
김승립
제주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1986년에 계간 『외국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등외품』, 시화집 『시여, 네게로 가마』 등이 있다.
1986년에 계간 『외국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등외품』, 시화집 『시여, 네게로 가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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