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약 좀 주세요!
이장근 그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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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에 있는 어린이 미술학원이 눈에 띄었다.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갔다. 형뻘 되는 원장 선생님이 혼자 운영하고 있었다. 원래 어린이만 가르치는데 특별히 나를 가르쳐주기로 했다. 살면서 특별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었던 터라 미술학원에 가는 날이 기다려졌다. 일주일에 두 번 미술학원은 나를 위해 늦은 시간까지 문을 닫지 않았다. 우린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그림도 그리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눴다. 어떤 날은 그림보다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 이야기로 서로의 마음에 그림을 그렸다. 석 달 정도 지났을 때 학원이 다른 동네로 옮기게 됐다. 원장 선생님은 배운 그림보다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좋다는 말을 남겼다. 아이들 그림처럼….
-‘에필로그’ 중에서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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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작은 것들과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과 그림…
이장근 시인의 '그림에세이'는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육필로 쓴 짧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이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 계기는 창문 없는 방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창문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교사가 되고 난 다음 시인이 찾아간 곳은 어린이 미술 학원이었고, 거기에서 미술 선생에게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더 좋다는 말을 듣고 시인이 겪은 일상을 그리고, 거기에 시적인 아포리즘을 넣었다.
이장근 시인의 그림은 비록 아마추어리즘이지만, 그 아마추어리즘이 건강하고 소박한 시인의 마음과 만나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림을 보면서 읽는 시인의 아포리즘은 순간의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현실의 깊은 곳으로 육박해 들어가거나 심지어 문명 비판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이다.
"내가 꽃이 되면 세상 모든 길은 꽃길." 도시와 멀어질수록 꽃이 된 사람을 자주 만난다. 대부분 주름이 낭창낭창한 할머니들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이 피었다. 그들이 몸에 흙냄새가 배서일까? 평생 흙을 일구고 산 몸.(16쪽)
점점 속도가 줄고 있다.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24~25쪽)
장모님이 기도하러 자주 올라간다는 산에 함께 오르던 중 보았습니다. 누군가 기도하고 간 흔적. 물 한 그릇이 전부였습니다. 기도는 저렇게 맑아야 한다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그저 밥 굶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정도. 그것도 자신보다 자식, 그러니까 남을 위한 기도. 그런 기도는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31쪽)
경쟁하면 두 배로 무거워지고 격려하면 0킬로그램이 되는 저울(39쪽)
열쇠 구멍은 사람 모양이다. 사람이 잠그고 사람이 연다는 듯이… 그리고 열 때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열어야 한다. 심장은 몸이 품고 있다. 심장이 한 바퀴 돌면 철컹! 열린다.(63쪽)
거의 금언에 가까운 이런 단상들은 그림과 어울려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거나 마음을 점점 느려지게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느림약 좀 주세요'일까. 거창한 논리나 이론이나 또는 '깨달음의 언어'가 아니라 시인이 주위의 사물과 풍경 또는 사람을 통해 도달한 마음 상태를 그림과 글로 엮어낸 것이다.
또 학교 현장에서 마주친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도 숨어 있지만, 시인은 분노에 앞서 그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논다. 함께 논다는 일만큼 교사에게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청소년시도 쓰고 동시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장근 시인은 시집이 두 권이나 있는 시인이다. 시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것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작업은 처음부터 '큰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과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자세 또는 태도에 가깝다.
이장근 시인의 '그림에세이'는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과 육필로 쓴 짧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시인이 그림을 그려보기로 한 계기는 창문 없는 방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창문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교사가 되고 난 다음 시인이 찾아간 곳은 어린이 미술 학원이었고, 거기에서 미술 선생에게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더 좋다는 말을 듣고 시인이 겪은 일상을 그리고, 거기에 시적인 아포리즘을 넣었다.
이장근 시인의 그림은 비록 아마추어리즘이지만, 그 아마추어리즘이 건강하고 소박한 시인의 마음과 만나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림을 보면서 읽는 시인의 아포리즘은 순간의 위로를 전하는 게 아니라 때때로 현실의 깊은 곳으로 육박해 들어가거나 심지어 문명 비판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아포리즘이다.
"내가 꽃이 되면 세상 모든 길은 꽃길." 도시와 멀어질수록 꽃이 된 사람을 자주 만난다. 대부분 주름이 낭창낭창한 할머니들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이 피었다. 그들이 몸에 흙냄새가 배서일까? 평생 흙을 일구고 산 몸.(16쪽)
점점 속도가 줄고 있다.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다.(24~25쪽)
장모님이 기도하러 자주 올라간다는 산에 함께 오르던 중 보았습니다. 누군가 기도하고 간 흔적. 물 한 그릇이 전부였습니다. 기도는 저렇게 맑아야 한다고, 욕심이 없어야 한다고, 그저 밥 굶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정도. 그것도 자신보다 자식, 그러니까 남을 위한 기도. 그런 기도는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31쪽)
경쟁하면 두 배로 무거워지고 격려하면 0킬로그램이 되는 저울(39쪽)
열쇠 구멍은 사람 모양이다. 사람이 잠그고 사람이 연다는 듯이… 그리고 열 때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열어야 한다. 심장은 몸이 품고 있다. 심장이 한 바퀴 돌면 철컹! 열린다.(63쪽)
거의 금언에 가까운 이런 단상들은 그림과 어울려 읽는 이를 잠시 멈추게 하거나 마음을 점점 느려지게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이 '느림약 좀 주세요'일까. 거창한 논리나 이론이나 또는 '깨달음의 언어'가 아니라 시인이 주위의 사물과 풍경 또는 사람을 통해 도달한 마음 상태를 그림과 글로 엮어낸 것이다.
또 학교 현장에서 마주친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도 숨어 있지만, 시인은 분노에 앞서 그 현실에서 살아가는 아이들과 함께 논다. 함께 논다는 일만큼 교사에게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래서 청소년시도 쓰고 동시도 쓰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장근 시인은 시집이 두 권이나 있는 시인이다. 시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것을 시와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인의 작업은 처음부터 '큰 의미'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들과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자세 또는 태도에 가깝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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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이장근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고,
2010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 『투』, 『당신은 마술을 보여 달라고 한다』,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불불 뿔』,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그림책 『아기 그리기 ㄱㄴㄷ』 등을 냈다.
2010년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받으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 『투』, 『당신은 마술을 보여 달라고 한다』,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불불 뿔』,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그림책 『아기 그리기 ㄱㄴㄷ』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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