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기억하고 있다(삶창시선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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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뒷것' 시인 이한주
얼마 전 어느 한 방송에 의해 '뒷것'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너도나도 '뒷것'이 되어야겠다고 말을 해댔다. 하지만 '뒷것'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그런 말을 들으려면 천성도 천성이지만 묵묵한 열정을 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한주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시인 자신도 모르게 '뒷것'의 태도가 배어 있다. 이한주 시인에게는 "손 내밀면/ 언제든 네 편이라고 해야겠다"(「네 편」)는 마음 자세가 있는 것이다.
직장인 야구 25년차 후보 포수
밤샘 근무 마치고 온 동료의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주고 싶어서
집에 데려와
왁스 밥 든든히 먹여 놓았다
_「포수 미트」 부분
"직장인 야구 25년차 후보 포수"이지만 "동료의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주고 싶어서" 언제나 포수 미트에 왁스를 먹여 놓는다. 그런데 이것이 한 인간의 선량함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한주 시인에게는 "말로 때운 것들이 깨지고/ 생각으로 지은 것들이 흔들릴 때/ 저 멀리/ 햇빛 그을린"(「조암 동서」) '무엇'이 있다. 어쩌면 시 쓰기란 "저 멀리"에서 빛나는 "햇빛 그을린" 그것을 꿈꾸고 간직하고 연마하는 일인지 모른다. 만일 시 쓰기의 본질에 그런 것이 있다면 이에 해당하는 시인이 바로 이한주 시인이다.
이한주 시인은 31년 동안 철도 노동자로 일하면서 철도 파업에도 열심히 참여한 시인이다. 시인 자신은 "대규모 사업장 파업 출정식에/ 내 시가 호외처럼 뿌려지는 꿈"(「가지 않은 길」)을 꾸기도 했지만 그 일이 벌어지기에는 아무래도 '뒷것'의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꿈을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눈길은 언제나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응시하고 있거니와 단지 추상적인 성찰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통째로 바라봄'은 결국 어디에 닿는가. 그것은 "내 詩인들 내 것이겠는가"(「몸」)에서 보이듯 어떤 무욕의 경지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한주 시인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은, 단순하게 '신체 기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신과 함께 살아온 존재들에게 개방되어 있음을 가리키며, 그래서 다른 존재들이 시인의 몸을 자유롭게 지나가고 또 들어오고 나간다는 뜻이다. 이것을 단지 인간적인 선량함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존재의 뒷면
몸이 타자를 향해 개방되어 있다는 말은 그것 자체로 '좋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 실존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자연(self-so)으로서의 몸을 괴롭히고 훼손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임금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몸을 자본주의 사회에 내주어야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사람은 '일'을 해야 삶에 필요한 물질을 얻을 수 있고 동시에 정신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임금 노동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생존을 담보로 한 노역에 지나지 않는다. 이한주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님의 건강이 가정의 행복이라는
안내 방송을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정작 내 몸만 모른다
25,000V 전차선 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만성피로 위궤양
_「내 몸만 모른다」 부분
현실은 이런 "만성피로 위궤양"을 '산업재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관리 언어이지 삶(몸) 자체의 언어는 아니다. '산업재해'라는 말은 임금 노동에 뒤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가리키면서 그 훼손된 몸을 다시 의료 산업에 맡기면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는 이런 관리 언어와도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한주 시인은 점점 떨어지는 시력을 두고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전처럼 보이는 대로/ 또렷또렷 말할 자신이 없어/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깊숙이 본다"(「눈」). 즉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병원에 가서 고치거나 완화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깊숙이 보려고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이다. '한 발 더 가까이 감'은 결국 자신의 몸을 다른 존재들에게 바투 당기는 일이며 이런 행위 자체가 몸을 다른 존재에게 개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럴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먹고살기 위해
내 몸무게만큼
저들의 일용할 양식을 지고 오르는
눈 덮인 출근길
눈물 글썽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잠든 아이가 따라 밟을까
_「에베레스트 세르파, 아파」 부분
그것은 어떤 존재의 뒷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임금 노동을 해야 생존이 가능한 시인 자신의 뒷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픈 뒷면을 공유해야만 "뻔하고 숨 막히는 작업장/ 촛불처럼/ 온몸으로 외칠 수"(「내가 기억하마」) 있게 된다. 이번 시집에서는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한주 시인이 꿈꾸는 것은 "그깟 된장 쪼깐 퍼준 것뿐인디 고거시 발이 달렸는가 요것 댔다 조것 댔다"(「아따 참말로 시상 재미지네」)하는 세상이다.
이 시집은 그것을 단지 외치지만 않을 뿐이지 시인이 뒷것으로 물러나 있는 방식으로 꿈꾸는 내밀한 고백록인 셈이다.
얼마 전 어느 한 방송에 의해 '뒷것'이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너도나도 '뒷것'이 되어야겠다고 말을 해댔다. 하지만 '뒷것'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그런 말을 들으려면 천성도 천성이지만 묵묵한 열정을 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한주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시인 자신도 모르게 '뒷것'의 태도가 배어 있다. 이한주 시인에게는 "손 내밀면/ 언제든 네 편이라고 해야겠다"(「네 편」)는 마음 자세가 있는 것이다.
직장인 야구 25년차 후보 포수
밤샘 근무 마치고 온 동료의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주고 싶어서
집에 데려와
왁스 밥 든든히 먹여 놓았다
_「포수 미트」 부분
"직장인 야구 25년차 후보 포수"이지만 "동료의 공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주고 싶어서" 언제나 포수 미트에 왁스를 먹여 놓는다. 그런데 이것이 한 인간의 선량함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그렇지 않다. 이한주 시인에게는 "말로 때운 것들이 깨지고/ 생각으로 지은 것들이 흔들릴 때/ 저 멀리/ 햇빛 그을린"(「조암 동서」) '무엇'이 있다. 어쩌면 시 쓰기란 "저 멀리"에서 빛나는 "햇빛 그을린" 그것을 꿈꾸고 간직하고 연마하는 일인지 모른다. 만일 시 쓰기의 본질에 그런 것이 있다면 이에 해당하는 시인이 바로 이한주 시인이다.
이한주 시인은 31년 동안 철도 노동자로 일하면서 철도 파업에도 열심히 참여한 시인이다. 시인 자신은 "대규모 사업장 파업 출정식에/ 내 시가 호외처럼 뿌려지는 꿈"(「가지 않은 길」)을 꾸기도 했지만 그 일이 벌어지기에는 아무래도 '뒷것'의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꿈을 누구에게 말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눈길은 언제나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응시하고 있거니와 단지 추상적인 성찰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째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통째로 바라봄'은 결국 어디에 닿는가. 그것은 "내 詩인들 내 것이겠는가"(「몸」)에서 보이듯 어떤 무욕의 경지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한주 시인은 '몸이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몸이 기억한다는 말은, 단순하게 '신체 기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신과 함께 살아온 존재들에게 개방되어 있음을 가리키며, 그래서 다른 존재들이 시인의 몸을 자유롭게 지나가고 또 들어오고 나간다는 뜻이다. 이것을 단지 인간적인 선량함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
존재의 뒷면
몸이 타자를 향해 개방되어 있다는 말은 그것 자체로 '좋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사회에 실존하는 것들은 끊임없이 자연(self-so)으로서의 몸을 괴롭히고 훼손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임금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몸을 자본주의 사회에 내주어야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사람은 '일'을 해야 삶에 필요한 물질을 얻을 수 있고 동시에 정신의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임금 노동은 삶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생존을 담보로 한 노역에 지나지 않는다. 이한주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님의 건강이 가정의 행복이라는
안내 방송을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정작 내 몸만 모른다
25,000V 전차선 아래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만성피로 위궤양
_「내 몸만 모른다」 부분
현실은 이런 "만성피로 위궤양"을 '산업재해'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관리 언어이지 삶(몸) 자체의 언어는 아니다. '산업재해'라는 말은 임금 노동에 뒤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결과임을 가리키면서 그 훼손된 몸을 다시 의료 산업에 맡기면 된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는 이런 관리 언어와도 그 본질을 달리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이한주 시인은 점점 떨어지는 시력을 두고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전처럼 보이는 대로/ 또렷또렷 말할 자신이 없어/ 한 발 더 가까이 가서/ 깊숙이 본다"(「눈」). 즉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병원에 가서 고치거나 완화하는 게 아니라 반대로 깊숙이 보려고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이다. '한 발 더 가까이 감'은 결국 자신의 몸을 다른 존재들에게 바투 당기는 일이며 이런 행위 자체가 몸을 다른 존재에게 개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럴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먹고살기 위해
내 몸무게만큼
저들의 일용할 양식을 지고 오르는
눈 덮인 출근길
눈물 글썽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잠든 아이가 따라 밟을까
_「에베레스트 세르파, 아파」 부분
그것은 어떤 존재의 뒷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임금 노동을 해야 생존이 가능한 시인 자신의 뒷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아픈 뒷면을 공유해야만 "뻔하고 숨 막히는 작업장/ 촛불처럼/ 온몸으로 외칠 수"(「내가 기억하마」) 있게 된다. 이번 시집에서는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한주 시인이 꿈꾸는 것은 "그깟 된장 쪼깐 퍼준 것뿐인디 고거시 발이 달렸는가 요것 댔다 조것 댔다"(「아따 참말로 시상 재미지네」)하는 세상이다.
이 시집은 그것을 단지 외치지만 않을 뿐이지 시인이 뒷것으로 물러나 있는 방식으로 꿈꾸는 내밀한 고백록인 셈이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ㆍ 4
1부
1호선 전동열차 차장·13
화서역·14
우공이산·16
광운대행 열차·18
1호선·20
관악역에서·21
몸이 기억하고 있다·22
천안·24
오산역·25
오병이어·26
존중·28
명퇴·29
끝·30
고맙습니다·31
한국철도 랩터스·32
일과시 1·34
2부
안부·39
어버이날·40
그중의 하나·42
손절·44
이력서·46
아내의 손·48
꼼꼼바느질·49
김밥천국·50
아버지도 이러셨겠구나·51
사회생활·52
조암 동서·54
아따 참말로 시상 재미지네·56
내 자리·57
일과시 2·58
3부
몸·63
가지 않은 길·64
출판기념회·66
금서·68
퇴고·70
겉멋·72
Best 댓글·74
전성기·76
욕심·77
코로나19·78
네 편·79
내가 기억하마·80
돌아오지 않는 봄·81
포수 미트·82
일과시 3·83
4부
봄비·87
눈·88
내 몸만 모른다·89
에베레스트 세르파, 아파·90
하이테크·91
설날 기차표 예매·92
금의환향·93
인구주택총조사·94
거울·96
열여덟 딸에게·97
한 지붕 두 가족·98
저 잘 있습니다·100
발문
선한 싸움을 마친 노동자 시인에게 바치는
헌사(조호진)·101
1부
1호선 전동열차 차장·13
화서역·14
우공이산·16
광운대행 열차·18
1호선·20
관악역에서·21
몸이 기억하고 있다·22
천안·24
오산역·25
오병이어·26
존중·28
명퇴·29
끝·30
고맙습니다·31
한국철도 랩터스·32
일과시 1·34
2부
안부·39
어버이날·40
그중의 하나·42
손절·44
이력서·46
아내의 손·48
꼼꼼바느질·49
김밥천국·50
아버지도 이러셨겠구나·51
사회생활·52
조암 동서·54
아따 참말로 시상 재미지네·56
내 자리·57
일과시 2·58
3부
몸·63
가지 않은 길·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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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68
퇴고·70
겉멋·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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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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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79
내가 기억하마·80
돌아오지 않는 봄·81
포수 미트·82
일과시 3·83
4부
봄비·87
눈·88
내 몸만 모른다·89
에베레스트 세르파, 아파·90
하이테크·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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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의환향·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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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96
열여덟 딸에게·97
한 지붕 두 가족·98
저 잘 있습니다·100
발문
선한 싸움을 마친 노동자 시인에게 바치는
헌사(조호진)·101
저자
저자
이한주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2년 윤상원문학상과 1993년 임수경통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 시작했다.
시집 『평화시장』 『비로소 웃다』, 시산문집 『너희들 키만큼 내 마음도 자랐을까』를 펴냈다.
'내림' 동인과 '일과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윤상원문학상과 1993년 임수경통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 시작했다.
시집 『평화시장』 『비로소 웃다』, 시산문집 『너희들 키만큼 내 마음도 자랐을까』를 펴냈다.
'내림' 동인과 '일과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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