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삶창시선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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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자유의 은유
이은송 시인의 이번 시집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는 마치 대지의 중력을 떼어내고 오르는 새의 깃털 같다. 일단 한 행을 한 연으로 삼은 시가 거의 대부분인데, 당연히 이런 형식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행과 연 처리는 비상(飛上)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드러내 주는 일차적 기표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을 통해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자리는 어디인가? 그것은 이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작품 「허공의 눈부심」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즉 시인이 비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일단 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며, 그와 동시에 자아의 드높음 같은 정신주의도 아니다. 시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이렇다.
보아요, 저 눈부신 허공을
겨울을 빌미로 나는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할 수 있어요
(…)
저 허공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가요
저 허공의 넓이는 얼마나 넓은가요
_「허공의 눈부심」 부분
허허벌판이 나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으므로 나는
모든 공포를 잊고 지냈다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
그래서 겨울은 내게 최고의 쉼터
_「허허벌판」 부분
「허공의 눈부심」은 어느 겨울날 내리는 눈을 통해 드러나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높이"에 놀라는 작품이다. "겨울을 빌미로" 허공을 응시/인식할 수 있는 것은 '내리는 눈' 때문이다. 이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눈 내리는 겨울날에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인은 너무도 범상한 사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일까? '내리는 눈'을 통해 느끼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넓이"는 곧 살아 있음의 경이와 연결되기에 이는 결코 범상한 발견이 아니다.
그런데 살아 있음의 경이는 허공을 통해서만 터지지 않는다. 그것은 반대로 대지의 영역인 '허허벌판'을 통해서도 피어오른다. 시인은 허허벌판이 삶의 공포를 치유해 주었다고 고백하면서 겨울의 허허벌판을 "최고의 쉼터"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서 "쉼터"는 단순한 휴식의 의미가 아닐 터이다. 강물이 알려 준 '삶의 공포'와 대비되는 것으로 미루어 "쉼터"는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의미한다. 아울러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겨울이라는 시간이다. 즉 시인에게 허허벌판을 선사해 주고 알게 해 주는 '때'는 겨울인 것이다. 심지어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라며, 겨울이 이 모든 것을 열어 주고 있음을 직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허공의 눈부심」과 「허허벌판」에서 허공과 허허벌판을 시인의 영혼에 각인시킨 시간인 '겨울'은 이은송 시인의 시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시간'이며, 동시에 무욕의 자유에 도달하게 한 시간이다.
부활하는 삶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이라는 시간은 동시에 '실존의 시간'이기도 하다. 즉 겨울을 삶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은 삶이 부활하는 시간이다. 시인이 "우리, 더 추운 곳으로 가자//겨울같이 시리게 우리들의 사상이 명료해지기를"(「멜랑꼴리학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한편으로 「노숙」이라는 시에서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저 바람"이라고 하거니와 여기서 '바람'은 겨울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이미 마련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자기 수련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신적 태도를 나타내는 은유다. 그리고 이런 은유는 "단풍나무"(「단풍나무」)나 "낡은 옷"(「낡은 옷에 대한)」 등으로 변주된다.
이번 시집에 드러난 이은송 시인의 시 세계가 관념적인 정신주의가 아님을 구체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시집 3부에 들어서다. 돌연(?) 생명의 정취가 맴돌면서 시가 날개를 펼친 듯한 느낌을 충분히 준다.
밤새 몸을 뒤척이는 밤//나는 깊은 겨울 숲에 들어가 벌목하는 사내가 된다//겨울나무를 숲에 들어가 도끼로 쿵쿵 치는 사내는//무엇인가는 각오한다는 것인데//숲속 호숫가, 얼음물의 가장자리처럼//각오하는 신념으로//쿵쿵,//산이 울리게//나를 두드리는 밤
_「성소」 부분
또는 다음과 같은 진술에서 그것은 명확해 보인다.
내 심장에//꽃피려나 보다//어젯밤부터 심장에서 묵은 흙이 바실바실 떨어져 내려//빗자루로 떨어진 흙을 쓸어내다가//차라리//어서 오너라 봄비야 님처럼 오너라//내 심장에 생강나무꽃으로 피어라
_「봄」 부분
드디어 강이 주는 삶의 공포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겨울강의 뒷모습은 얼마나 푸르렀나"(「스무 살 무렵」). 이 시집은 삶이 부활하는 과정을 기록한 시집우로 읽어야 마땅하다.
이은송 시인의 이번 시집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는 마치 대지의 중력을 떼어내고 오르는 새의 깃털 같다. 일단 한 행을 한 연으로 삼은 시가 거의 대부분인데, 당연히 이런 형식적 특성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런 행과 연 처리는 비상(飛上)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드러내 주는 일차적 기표이다. 그렇다면 이 비상을 통해 시인이 도달하고자 하는 자리는 어디인가? 그것은 이 시집의 맨 처음에 실린 작품 「허공의 눈부심」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다. 즉 시인이 비상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일단 세속적인 가치가 아니며, 그와 동시에 자아의 드높음 같은 정신주의도 아니다. 시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면 이렇다.
보아요, 저 눈부신 허공을
겨울을 빌미로 나는 하루 종일 허공을 응시할 수 있어요
(…)
저 허공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가요
저 허공의 넓이는 얼마나 넓은가요
_「허공의 눈부심」 부분
허허벌판이 나의 놀이터가 되어 주었으므로 나는
모든 공포를 잊고 지냈다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
그래서 겨울은 내게 최고의 쉼터
_「허허벌판」 부분
「허공의 눈부심」은 어느 겨울날 내리는 눈을 통해 드러나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높이"에 놀라는 작품이다. "겨울을 빌미로" 허공을 응시/인식할 수 있는 것은 '내리는 눈' 때문이다. 이는 예민한 사람이라면 눈 내리는 겨울날에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인은 너무도 범상한 사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일까? '내리는 눈'을 통해 느끼는 "허공의 깊이"와 "허공의 넓이"는 곧 살아 있음의 경이와 연결되기에 이는 결코 범상한 발견이 아니다.
그런데 살아 있음의 경이는 허공을 통해서만 터지지 않는다. 그것은 반대로 대지의 영역인 '허허벌판'을 통해서도 피어오른다. 시인은 허허벌판이 삶의 공포를 치유해 주었다고 고백하면서 겨울의 허허벌판을 "최고의 쉼터"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서 "쉼터"는 단순한 휴식의 의미가 아닐 터이다. 강물이 알려 준 '삶의 공포'와 대비되는 것으로 미루어 "쉼터"는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의미한다. 아울러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겨울이라는 시간이다. 즉 시인에게 허허벌판을 선사해 주고 알게 해 주는 '때'는 겨울인 것이다. 심지어 "겨울이 오면 매양 허허벌판을 보여주는 들녘이여"라며, 겨울이 이 모든 것을 열어 주고 있음을 직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허공의 눈부심」과 「허허벌판」에서 허공과 허허벌판을 시인의 영혼에 각인시킨 시간인 '겨울'은 이은송 시인의 시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시간'이며, 동시에 무욕의 자유에 도달하게 한 시간이다.
부활하는 삶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이라는 시간은 동시에 '실존의 시간'이기도 하다. 즉 겨울을 삶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은송 시인에게 겨울은 삶이 부활하는 시간이다. 시인이 "우리, 더 추운 곳으로 가자//겨울같이 시리게 우리들의 사상이 명료해지기를"(「멜랑꼴리학파」)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숨김없이 드러난다. 한편으로 「노숙」이라는 시에서는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저 바람"이라고 하거니와 여기서 '바람'은 겨울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이미 마련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종의 자기 수련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정신적 태도를 나타내는 은유다. 그리고 이런 은유는 "단풍나무"(「단풍나무」)나 "낡은 옷"(「낡은 옷에 대한)」 등으로 변주된다.
이번 시집에 드러난 이은송 시인의 시 세계가 관념적인 정신주의가 아님을 구체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시집 3부에 들어서다. 돌연(?) 생명의 정취가 맴돌면서 시가 날개를 펼친 듯한 느낌을 충분히 준다.
밤새 몸을 뒤척이는 밤//나는 깊은 겨울 숲에 들어가 벌목하는 사내가 된다//겨울나무를 숲에 들어가 도끼로 쿵쿵 치는 사내는//무엇인가는 각오한다는 것인데//숲속 호숫가, 얼음물의 가장자리처럼//각오하는 신념으로//쿵쿵,//산이 울리게//나를 두드리는 밤
_「성소」 부분
또는 다음과 같은 진술에서 그것은 명확해 보인다.
내 심장에//꽃피려나 보다//어젯밤부터 심장에서 묵은 흙이 바실바실 떨어져 내려//빗자루로 떨어진 흙을 쓸어내다가//차라리//어서 오너라 봄비야 님처럼 오너라//내 심장에 생강나무꽃으로 피어라
_「봄」 부분
드디어 강이 주는 삶의 공포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겨울강의 뒷모습은 얼마나 푸르렀나"(「스무 살 무렵」). 이 시집은 삶이 부활하는 과정을 기록한 시집우로 읽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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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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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시인의 말ㆍ5
1부 허공과 눈송이와 밤의 이야기
허공의 눈부심 / 12
난 별일 없이 잘살고 있어요 / 14
허허벌판 / 17
마음 물고기 / 20
사라지는 연습 / 22
소리 없이 내리는 눈 / 24
소멸은 소멸을 낳고 / 26
그루터기, 부엉이 / 28
눈보라처럼 / 30
천천히 걷는 사람 / 33
헤매러 나왔어요 / 34
눈 사냥꾼 미로 / 36
포말 / 38
낙서하는 밤 / 40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 / 42
겨울 달리기 / 45
쓸쓸한 조랑말처럼 / 47
눈송이들의 침묵 / 49
눈송이 기차역 / 51
2부 삶이 황홀로 남을 수 있다는 말
당신의 빈방 / 54
춤 / 56
애달프다는 말 / 58
기어이, 황홀이라고 말하렵니다 / 60
늑대의 방식 / 62
작은 내 체구가 맘에 들 때는 / 63
불안의 서 / 65
멜랑꼴리학파 / 67
노숙 / 69
단풍나무 / 70
낡은 옷에 대한 / 72
애벌레종족의 나비 / 74
한 잎이 한 잎을 낳고 / 77
너 / 79
3부 은둔의 숲에 도착한 편지
오지에서 보낸 편지 / 82
글썽 / 84
숲의 예언 / 86
나는 다시 일어나요 / 89
나는 멀리 숲에 데려다 놓았다 / 92
성소 / 95
스무 살 무렵 / 97
아침이라는 말 / 99
봄 / 101
오랫동안인 듯 / 103
서해 바다 / 105
여름, 기차역 / 107
움꽃 / 109
출가 / 112
하지가 지날 무렵 / 114
꼭 입하여야 해요? / 116
숲속 우체통이 환해서 / 118
티끌 / 120
사랑하게 되면 / 122
4부 인도에서 천일 동안
어린 나그네가 되어 / 126
무한으로 내게 온 것들이여! / 129
인간의 허위를 보여주다 / 131
풍요라는 단어로 오는 곳 / 133
취하라 보들레르 / 135
인도 책방 / 136
양떼들 / 137
반쯤 뜬 눈 / 139
그물코 / 141
이국땅에서의 브런치 / 144
델리 여인의 검은 머릿결 / 147
델리, 흰 소 / 149
천일 동안의 엽서 / 151
꿈, 자이살메르 / 153
거미줄을 통과해야 해 / 155
해설
일체개공(一切皆空), 그 허공의 사유 (이병국) / 157
1부 허공과 눈송이와 밤의 이야기
허공의 눈부심 / 12
난 별일 없이 잘살고 있어요 / 14
허허벌판 / 17
마음 물고기 / 20
사라지는 연습 / 22
소리 없이 내리는 눈 / 24
소멸은 소멸을 낳고 / 26
그루터기, 부엉이 / 28
눈보라처럼 / 30
천천히 걷는 사람 / 33
헤매러 나왔어요 / 34
눈 사냥꾼 미로 / 36
포말 / 38
낙서하는 밤 / 40
눈송이 고요야, 어서 오너라 / 42
겨울 달리기 / 45
쓸쓸한 조랑말처럼 / 47
눈송이들의 침묵 / 49
눈송이 기차역 / 51
2부 삶이 황홀로 남을 수 있다는 말
당신의 빈방 / 54
춤 / 56
애달프다는 말 / 58
기어이, 황홀이라고 말하렵니다 / 60
늑대의 방식 / 62
작은 내 체구가 맘에 들 때는 / 63
불안의 서 / 65
멜랑꼴리학파 / 67
노숙 / 69
단풍나무 / 70
낡은 옷에 대한 / 72
애벌레종족의 나비 / 74
한 잎이 한 잎을 낳고 / 77
너 / 79
3부 은둔의 숲에 도착한 편지
오지에서 보낸 편지 / 82
글썽 / 84
숲의 예언 / 86
나는 다시 일어나요 / 89
나는 멀리 숲에 데려다 놓았다 / 92
성소 / 95
스무 살 무렵 / 97
아침이라는 말 / 99
봄 / 101
오랫동안인 듯 / 103
서해 바다 / 105
여름, 기차역 / 107
움꽃 / 109
출가 / 112
하지가 지날 무렵 / 114
꼭 입하여야 해요? / 116
숲속 우체통이 환해서 / 118
티끌 / 120
사랑하게 되면 / 122
4부 인도에서 천일 동안
어린 나그네가 되어 / 126
무한으로 내게 온 것들이여! / 129
인간의 허위를 보여주다 / 131
풍요라는 단어로 오는 곳 / 133
취하라 보들레르 / 135
인도 책방 / 136
양떼들 / 137
반쯤 뜬 눈 / 139
그물코 / 141
이국땅에서의 브런치 / 144
델리 여인의 검은 머릿결 / 147
델리, 흰 소 / 149
천일 동안의 엽서 / 151
꿈, 자이살메르 / 153
거미줄을 통과해야 해 / 155
해설
일체개공(一切皆空), 그 허공의 사유 (이병국) / 157
저자
저자
이은송 전북 부안 출생, 원광대학교와 우석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9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2015년 『시와시학』에 시가 당선되었다. 2018년 『웃음이 하나 지나가는 밤』(천년의시작)을 출간해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었다. 인문 고전 강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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