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
독살이냐? 자연사냐?
한 노모가 의문사 했다. 3주 동안 식도가 아파 밥을 못 먹고 7일 동안 검은 진물을 토하고 목에서 선지피를 토하고 죽었다. 5년 만에 묘를 팠더니 목 주변 척추 빼만 새까맸다. 경찰과 병원에서는 지난 5년간 그냥 난소암으로 병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종결하기에 급급했다. 1920년대에 이 땅에 태어난 세대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좌우익간 갈등 속에 청춘을 잃어버리고 살았고, 오늘에 와서는 돈이 판치는 세상에서 다시 멍들고 뒤안으로 물러나 앉았다. 경제논리에 밀려 이상한 죽음의 원인조차도 밝히지 못한 채 5년이 흘렀다. 이 글은 개인의 의문사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구석구석에서 사회 구조적으로 벌어지는 인권의 침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권력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타성에 젖어 원칙도 없이 고무줄 잣대로 재단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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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2014년 12월 중순에 경찰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여론조사(Gallup Poll)가 나왔는데, OECD 34개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은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이것은 각국 1000명을 대상으로 자국 경찰에 대한 신뢰도를 물어서 얻은 결과이다. 이 이야기는 한 노모의 의문사를 두고 노정된 한국 경찰의 실태에 관한 예를 바탕으로 해서 엮은'팩션(사실+허구)'이다.
어머니의 죽음
2009년 8월 8일 어머니가 죽었다. 1주일 동안 목에서 검은 진물을 수없이 올리다가 마지막 날에는 선지피를 토해냈다. 죽기 3주 전부터 갑자기 식도가 아파서 음식을 삼키지 못했고 마지막 한 1주일 동안은 물조차 넘기지를 못했다. 사인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어머니가 죽은 다음 바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 동안 알게 된 것은 병원에서 내린 난소암 진단의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병원 기록은 물론이고 또 매장한 지 5년 반 만에 관을 열어 실시한 부검의 결과에서도 난소암의 증거는 없는 것으로 소견이 났다. 또 병원에서는 복막으로도 전이되었다고 소견을 냈는데, 그런 소견의 근거도 병원기록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의 수사
내 어머니가 검은 피, 붉은 피를 다 토하고 죽었다고 줄곧 주장해왔으나, 6년이 다 가도록 경찰은 그런 사실을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묵살했다. 한 번은 검사가 모 의사협회에 질의서를 보내서 어머니가 정말 난소암이 있었는지 의견을 물었다. 그랬더니 의사협회에서는 '전체적으로 보아 난소암으로 판단한 것이 적절했다'라는 소견을 보내왔다. 나는 어떤 근거로 의사협회에서 그런 소견을 냈는지 공개하라고 검찰에 요구했으나, 검찰에서는 '공개할 수가 없다'라고 답변을 했다. 그 이유는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불필요한 분쟁'이란 어떤 뜻일까? '불필요'한지 '필요'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한국 의료계의 실태
한국의 의사들은 다른 의사들의 진단에 대해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행은 실수를 서로 눈감아주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한국에서는 1차 병원에서 낸 진단에 대해 다른 병원에서 2차 의견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내가 2차 의견을 요구했더니 그런 것을 받으려면 1차 병원의 공식적 허가가 있어야 된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1차 진료병원에서 무언가 감추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허가를 얻기가 힘들 수도 있다. 또 다소간 폐쇄적인 사회 환경 때문에 1차 병원에서 허가를 받는다 해도 의사들끼리 서로 눈치를 보아서 2차 병원에서도 진실을 적나라하게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제언: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
한국의 헌법(제21조 1항)은 누구나 원하는 사실을 알 권리를 천명하고 있다. 불투명한 은폐의 관료주의와 한국 의사들의 침묵의 관행은 위헌이다. 한국이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일정한 판결이 난 다음 경찰, 검찰, 재판 기록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위정자의 판결 행위에 대해서 국민이 다시 검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판결 행위가 다시 검열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좀 더 신중하게 판결하려 하게 될 것이다. 의사들도 아는대로 진실을 말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겠다. 자신의 진단이 바로 이웃 의사에 의해서 반박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의사들은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이다
세상 다른 곳에 인권을 무시하는 나라가 있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 곳의 인권만 개선되면 세상이 낙원으로 변하게 되나? 타자만을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자칫 자신의 허점을 묵인, 간과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타자의 인권을 논하기 전에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 모든 곳에 다소간 인권의 침해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차
목차
2. 수난의 민족사와 어머니
3. 나의 그리스 유학
4. 마피아의 나라 : 사법기관과 모 병원
5. 한국의 인권 : 그 묵인의 실태와 출구
6. 줄여보는 만화경 : 당달봉사가 판치는 세상
7. 어머니의 사진
8. 외조부 고태호의 행적
9. 어머니의 글 (1946~2003)
저자
저자
자식들 때문만이 아니었다. 외조부가 항일 독립운동을 했으므로, 이미 일제시대부터 어머니는 고생길에 들어서 있었다. 해방 후 외세에 편승하여 친일파가 득세하고 좌익과 우익의 이념분쟁이 몰아치던 당시에도 가난과 피곤에 젖은 외조부를 뒷바라지했다. 그렇게 반세기가 흘렀고, 시간 강사하며 애쓰는 딸을 보기 민망해하던 어머니가 82세 되던 해에 의문사 했다. 그 딸인 저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어머니의 의문사를 밝히려고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된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에 경악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이 의문사를 한 정황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할 터이다. 그런데 경찰은 애써 의문사한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진단한 난소암으로 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병원에서 진단한 난소암도 확증이 없는 상황이다. 인구밀도가 높아 사람이 빽빽한 대한민국에서는 한 노모의 의문사는 그저 밝히지 않고 묻어버리는 것이 너 좋고 나 좋고 하는 식의 전통의 미덕인가 보다. 그런데 그 미덕을 해치고 의문사를 밝히려고 하니 자연히 저자가 못된 인간이 되었다. 어머니의 의문사가 '저자'의 인성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마녀사냥이다.
저자는 그리스에 유학했는데, 이 책에 그리스 이야기를 소개한 것을 두고 행여 유학한 자랑을 하기 위해 쓴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로부터 민주주의 온상으로 알려진 그리스는 최근의 심각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굶어죽는 사람이 없고 조용하기만 하다. 사회 안전장치가 우리보다는 더 촘촘하다. 또 우리나라 교수와 시간강사(지금은 '초빙교수') 같은 그런 터무니없는 보수의 차별도 없다. 현재 정부가 돈이 없긴 한데, 은행이 파산한 것도 아니고 여유 있는 개인들도 건재해서 사회 자체가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그저 전반적으로 돈이 없으니 기도 죽고 경기가 다소간 활력이 없을 뿐이다. 돈 없는 정부가 재원을 마련할 때 저소득자를 털어 유리 지갑을 만들기보다는 있는 자의 부담이 누진적으로 커진다.
저자는 대한민국도 하루바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직권을 남용하는 경찰, 진실 앞에 침묵하는 의사, 노동은 교수 못지않게 하고도 터무니없는 보수에 시달리는 많은 수의 이른바 '초빙교수'들, 이런 현안들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연관된 것이다. 다 사회적인 공생의 가치관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들로서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특히 개죽음 당하고도 '찍'소리 못하는 그런 사회는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개인적으로 겪은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 글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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