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
천문 지리 본초에 대한 기기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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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의 서재에서 나와 민간의 대지로 돌아가다!
류쭝디 산둥대 문사철연구원 교수의『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 '원제: 古典的草根'가 신화학 전공자인 이유진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된 책이다. 중국 최고의 지성지《독서讀書》에 발표된 글들을 위주로 묶은, 부제가 '천문ㆍ지리ㆍ본초에 대한 기기묘묘한 이야기'인 이 책은 국내 인문독서계에 지적 흥분을 안겨줄 새로운 인식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주역≫ ≪예기≫ ≪논어≫ ≪맹자≫ 등의 동양고전이 민초들의 구전적 전통과 지식인들의 문언적 전통의 충돌, 해체,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갓적 형성물’이라는 관점에서 고전의 유래를 캐물으며, 고전의 자연관ㆍ세계관ㆍ정치관ㆍ인간관 등의 뿌리를 민간적 지혜의 산물로 간주한다. 학과의 세분화가 날로 더해가는 시대에, 이 책은 민속학과 신화학, 선진 시기의 문헌, 구두 전통 그리고 과학사를 한데 버무려내어 동양 고대 세계의 비밀을 밝혀낸다.
류쭝디 산둥대 문사철연구원 교수의『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 '원제: 古典的草根'가 신화학 전공자인 이유진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된 책이다. 중국 최고의 지성지《독서讀書》에 발표된 글들을 위주로 묶은, 부제가 '천문ㆍ지리ㆍ본초에 대한 기기묘묘한 이야기'인 이 책은 국내 인문독서계에 지적 흥분을 안겨줄 새로운 인식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주역≫ ≪예기≫ ≪논어≫ ≪맹자≫ 등의 동양고전이 민초들의 구전적 전통과 지식인들의 문언적 전통의 충돌, 해체,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갓적 형성물’이라는 관점에서 고전의 유래를 캐물으며, 고전의 자연관ㆍ세계관ㆍ정치관ㆍ인간관 등의 뿌리를 민간적 지혜의 산물로 간주한다. 학과의 세분화가 날로 더해가는 시대에, 이 책은 민속학과 신화학, 선진 시기의 문헌, 구두 전통 그리고 과학사를 한데 버무려내어 동양 고대 세계의 비밀을 밝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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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古典人文學의 르네상스를 열 문제작!
천문ㆍ지리ㆍ박물ㆍ본초의 오묘한 세계가 열리고
초목과 짐승 배후의 시적 정취와 비밀이 밝혀진다
전복적ㆍ통섭적 사유로 연'고전인문학'의 새로운 길
류쭝디 산둥대 문사철연구원 교수의 『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원제: 古典的草根)가 신화학 전공자인 이유진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중국 최고의 지성지 『독서讀書』에 발표된 글들을 위주로 묶은, 부제가 "천문ㆍ지리ㆍ본초에 대한 기기묘묘한 이야기"인 이 책은 국내 인문독서계에 지적 흥분을 안겨줄 새로운 인식들로 가득한 문제작이다. 대학 학부에서 대기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때 문예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는 민속학으로 바꿔 학위를 획득한 저자가 내놓은 이 '메타고전학'은 무릎 꿇고 책상에 앉아 성현의 이야기를 암송하는 고전읽기와는 애초에 그 종이 다르며, 고전에 나오는 단어나 개념의 배후를 캐는 철학적, 역사적 연구와도 그 궤를 달리한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동양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 이를테면 『주역』 『예기』 『논어』 『맹자』 『장자』 『산해경』 같은 책들이 민초들의 구전적 전통과 지식인들의 문언적 전통의 충돌, 해체,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식으로 말하자면 "역사적 형성물"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히 고전의 유래를 캐묻고 있으며, 고전의 자연관ㆍ세계관ㆍ정치관ㆍ인간관 등을 한 개인이나 집단이 '앎에 대한 의지로 외부세계를 추상적으로 탐구한 지적 결과물'이라는 인식에서 돌려세워 자연의 바람과 비, 태양과 습기, 사계절의 순환으로부터 양분을 받아 그 뿌리를 키워낸 민간적 지혜의 산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원제 '고전의 풀뿌리'가 갖는 의미이다.
서문을 쓴 류샤오펑 칭화대 교수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의 성격과 특징을 정리하고 있다.
류쭝디는 난징南京대학 기상학과 출신으로 이과생이다. 그런데 졸업한 뒤에 쓰촨四川사범대학으로 가서 가오얼타이高爾泰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중문과에서 몇 년 동안 문예 이론과 문학사를 강의했다. 그리고 베이징사범대학으로 가서 민속학의 대가인 중징원鍾敬文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 민속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계로 들어갔으니, 이치대로라면 마땅히 본업인 민속학을 꾸준히 연구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결국엔 천문기상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는 『산해경』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하여, 중국 고대 천문학과 역법학을 연구하면서 신화ㆍ절일節日ㆍ민속 등의 여러 학문을 중국 고대의 하늘이라는 커다란 배경 아래로 끌어왔다. 계절이 순환하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박한 이치가 그에 의해 고대 신화와 민속으로 해석됨으로써 이채를 발하게 되었다.
학과의 세분화가 날로 더해가는 시대에, 그는 뜻밖에도 민속학과 신화학, 선진先秦 시기의 문헌, 구두 전통 그리고 과학사를 한데 버무린다. 실로 흠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자신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사실상 이처럼 전문 영역을 넘어서서 서로 다른 학문 사이의 문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여야만 비로소 도술道術이 여러 학파에 의해 갈가리 찢기지 않고 하나로 녹아 있던 고대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역사의 풍진 뒤에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풍경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전문 영역을 넘어선 학자다. 바로 그렇기에 딱히 정확하게 뭐라고 분류할 수 없는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천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학을 논하고 신화를 설명한다. 넓게는 박물博物에 관한 것과 세밀하게는 수사修辭에 관한 것까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융합하고, 고대 학문과 새로운 지식을 하나의 용광로 속에 녹여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늘의 용, 땅의 용, 사시에 따라 운행하는 용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본초本草와 박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초학의 내력과 오묘함을 이야기하고, 박물학 속의 괴물과 수사를 이야기하고, 초목과 짐승의 배후에 있는 시적 정취와 비밀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고개를 들어, "맑은 은하수 사이에 두고서 애틋하게 바라만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 책은 우리가 몸을 숙여, 대지에 불어오는 사계절의 바람소리 그리고 바람과 같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이끈다. 이 책은 우리가 문인의 서재에서 나와, 별들이 돌아가고 바람 소리 세차게 울리던 고대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민간의 대지로 돌아가도록 이끈다. 이 책의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정수가 가득하여 옹골지다. 천문ㆍ지리ㆍ시학ㆍ신화ㆍ박물ㆍ수사 등 갖가지 문화와 자연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규명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민족정신을 관통하는 고금의 문화정신이다.
류쭝디는 가오얼타이 선생한테 미학을 배우면서 칸트를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문제에 있어서 칸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류쭝디가 보기에 시간과 공간은, 과학적 사고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상이 전개되는 데 있어서 기본 형식이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삶과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기본 척도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칠석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칠석 이야기의 각 부분은 고대인의 시간감각 속에서 그 원천을 찾을 수 있다. 하늘의 별, 땅 위에서 우는 벌레, 인간 세상에서 길쌈하는 여인, 초가을의 장마, 성숙한 과과, 이 모든 것이 절기 속에서 동시에 나타나 연결되고 시간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부여받고, 만남과 이별을 말하는 같은 이야기 속에서 엮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지식과 서사敍事에 있어서 시간성의 토대적인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대자연의 영구불변하고 순환하는 리듬으로서의 시간은, 생계와 일과 휴식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서사까지 인도한다. 존재론적인 의미에서 시간은, 인간의 인지와 측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물을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만물은 그치지 않고 생장한다. 세상만물은 모두 시간이라는 긴 강 속에서 뜨고 가라앉으면서 숨었다 나타났다 하면서 인간의 생활과 시야 속으로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한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리듬 속에서 각각 나
타나는 때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받고 서로 다른 인식 범주에 속하게 되며 서로 다른 이야기 속으로 편입된다. "사시가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한다." 어떤 이는 시간이란 대자연의 리듬, 즉 대자연이 만물을 창조해내는 각본이라고 한다. "천지가 차고 비는 것도 때와 더불어 줄고 분다."(『역전』)광대한 하늘과 넓은 대지가 바로 이 각본이 펼쳐지는 무대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합하여 만물이 변화하고 무르익는다."(『역전』) 만물이 생장하고 불어나는 것은 이 무대에서 계속해서 순환하며 상연되는 극이다. 매년 7월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서 만난다는 것은, 이 극 가운데 슬프고 감상적인 한 토막일 뿐이다."
이상에서 칸트 시간관의 그림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칸트의 까다로운 말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다. 어느 한 영역과 방법에 구애받지 않는 이런 책은 특정 학문 분야에 입문하는 교량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민간문학ㆍ민속학ㆍ신화학ㆍ구두전통ㆍ고전학 등과 관련하여 여러 학과의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유협劉協은 『문심조룡文心雕龍』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의 구상에서 정신의 작용은 심원하다. 따라서 고요히 정신을 집중하면 생각이 천년에 가 닿을 수도 있고, 가만히 표정을 가다듬으면 시선이 만 리를 꿰뚫어볼 수도 있다." 좋은 글 역시 "생각이 천 년에 가 닿을 수도 있고 시선이 만 리를 꿰뚫어볼 수도 있어야" 한다. 부디 이 책의 독자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관통과 융회의 의미가 풍부한 글에 담긴 저자의 유창한 문장을 따라가면서 깊은 의미와 색다른 맛을 지닌 정신의 여행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책의 구성과 핵심 내용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3개의 논문이 각 장을 이루고 있다. 역자 이유진 박사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의 핵심을 정리하고 있다.
세계 속 존재의 두 가지 존재 양식을 성聖과 속俗으로 구분한 엘리아데는, 인간이 성스러움을 깨닫는 것은 성스러운 것이 세속적인 것과는 다른 그 무엇으로서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성스러움이 드러나는 것, 성스러움의 현현을 성현聖顯, 즉 '히에로파니hierophany'라고 했다. 돌이나 나무처럼 평범한 것도 히에로파니일 수 있다. 성스러운 돌이나 나무가 겉으로 보기엔 여느 돌이나 나무와 다를 바 없지만 그것을 히에로파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초자연적인 신성한 것이다.
류쭝디에게 고전의 풀뿌리를 캐내는 작업은, 속俗에서 성스러움의 현현을 찾아내는 일이자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처럼 보인다. "텍스트ㆍ서사ㆍ지식의 배후에 있는 '의미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야말로 인문과학의 종지"라고 주장하는 류쭝디는 고전에 담긴 고대인의 시간관과 공간관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가 천문역법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인간의 시간관과 공간관을 규정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만물을 인식하는 기본 형식, 인간의 우주관이 성립되는 데 있어서 주춧돌, 인류의 인지와 실천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형식, 고대인이 하늘과 땅을 관찰하고 우주를 이해하며 천지를 다스리고 역사를 깨닫는 기초, 만물을 분류하고 망라하며 우주를 기획하고 고금을 관통하는 힘을 지닌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에 있어서 역법이 단순히 기호나 숫자로 표시된 연ㆍ월ㆍ일ㆍ시가 아니라 인간이 우주와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근거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역법이 있었기 때문에 광대한 하늘과 드넓은 대지,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세월이 단순한 혼돈에 머물지 않고 윤곽이 뚜렷해지고 질서정연하게 변했다.
이로써 하늘에는 분야分野가 있고 땅에는 경위經緯가 있고 역사에는 편년編年이 있게 되어, 천문ㆍ지리ㆍ인륜이 생겨났다. 천지간에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삼라만상, 유수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의 갖가지 세상일이 모두 이 질서 속에서 각자의 위치와 특정한 의미를 획득했고, 세계와 역사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변했다."
류쭝디는 그의 학문 이력을 그대로 반영하듯 특정 분과 학문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경계인으로서 통섭의 학문을 펼쳐 보인다. 그는 천문학ㆍ민속학ㆍ신화학ㆍ문헌학ㆍ기호학 등을 종횡무진하면서 고전의 풀뿌리에 감춰진 무수한 민초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읽어낸다. 오행설과 봉선의 기원을 역법 및 천문과 연결짓고, 용의 기원을 창룡성에서 찾아내고, 칠석의 기원을 하늘에서 빛나는 별에 대한 고대인의 시간감각 속에서 찾아낸다. 이렇게 그는 기원을 이야기하며 하늘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낸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는 고개를 들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류쭝디가 펼쳐 보여주는 고전의 풀뿌리는 문명의 뿌리이자 문화의 뿌리다. 그 뿌리의 힘의 원천은 민간의 대지다. 그래서 그는 금문경학의 성훈법의 연원을 민간의 해음쌍관법에서 찾고, 구제강의 '누층적으로 만들어진 고사古史설'의 탄생 배경을 고사故事와 연극이라는 민중 예술의 각도에서 조명하는 한편, 문자란 거죽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민간의 구비전승 문화와 비교했을 때 지식인의 문자 문화는 입씨름에 불과한, 영혼이 사라진 뒤 남겨진 거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홍루몽』에 나오는 일자무식의 유씨 할멈이 민간 서사의 강인함을 대변한다고 말하며, 동방삭과 같은 (주류의 도통 지식인이아닌) 배우 지식인의 역량이 민간의 안목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는 문명과 문화의 뿌리를 이야기하며 대지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낸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는 대지의 바람에 실려오는 민간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늘과 대지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내는 류쭝디의 작업은 『산해경』의 세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는 촉룡의 연원을 하늘의 용성에서 찾는다. 그리고 『산경』의 박물학을 파헤치며 고대인의 사유를 인도했던 유사성에 주목한다. 과학과 미신이 한데 뒤섞인 『산경』의 담론의 장을 분석하면서, '푸코'와 만나고 병증의 기표에 근거하여 약물의 기의를 찾는 '본초학'과 만난다. 또한 『해경』의 천문학적 연원을 탐구하면서, 『해경』이 지리서라기보다는 천문역법서임을 역설한다.
10년에 걸쳐 쓰인 여러 편의 글이 '고전의 풀뿌리'(이 책의 원제목)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고전의 풀뿌리를 통해 수천 년의 세월을 투과하여 전해오는 빛이다. 용의 기원을 민족주의적인 코드를 초월하여 천문과 농사라는 민중의 삶에서 찾아내는 뛰어난 통찰력, '구별짓기'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던 예의 정신적 뿌리를 원시 춤의 '하나됨'에서 구하는 탁월한 성찰에 감탄하게 된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학문의 세계에서만이 창조적 직관이 이처럼 번뜩일 수 있는 법, 『산해경』의 지명이 사실은 신화적 지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그의 주장은 참으로 신선하다. "권력은 역사를 창조하고, 지식은 역사의 주석"이라는, 지식권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적 성찰이 있기에 이상의 통찰과 직관이 가능하리라.
지식권력은 문자/구어, 로고스/미토스, 과학/미신, 서구/비서구, 현대/고대에 압도적 힘을 발휘하면서 이것들을 문명/야만, 중심/주변의 구도로 갈라놓았다. 그 결과 현대인은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 현대인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의미와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류쭝디의 지적처럼, 과학의 눈가리개로 인해 역사적 안목을 잃은 것이다. 인문학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종류의 문제를 늘 새롭게 질문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언제 어디서든 인간은 '의미 있는 실재'를 향한 욕구를 떨쳐낼 수 없다. 현대인의 위기와 인간의 본질을 예민하게 감지한 이라면, 엘리아데처럼 현대의 인류 및 현대학문의 연구 방법의 철저한 갱신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무당이나 미치광이를 자처하며 구어ㆍ미토스ㆍ미신ㆍ비서구ㆍ고대ㆍ야만ㆍ주변의 둘레를 맴돈다. 류쭝디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과학은 실험과학으로 연단술과 점성술을 대체했고, 귀납법으로 연역법을 대체했으며, 어법학으로 수사학을 대체했고, 인과관계로 유사성과 상징성을 대체했으며, 분류학과 생물학으로 박물학과 본초학을 대체했고, 묘사로 서사를 대체했으며, 사회과학으로 해석학을 대체했다. 과학주의에 의해 다시 구성되고 후계몽주의적이며 산문화된 세계와 세계관 속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고대에 유사성이 지녔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산문적 수사로 시적 수사를 해석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에 의해 다시 구성된 우리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우리로서는 유사성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는 과학에 의해 바람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조직된 세계로, 유사성이 그 사이를 자유롭게 지나다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시대에 인지認知와 학술의 영역에서 누군가 덮어놓고 유사성에 깊이 빠져 있다면 그는 무당이거나 미치광이다."
오늘날 학문의 영역에서 무당이거나 미치광이길 자처하는 이들은 바로 도시국가 밖으로 쫓겨나긴 했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발로 박자를 맞추어 노래하면서 다가왔던 음유시인이다. 음유시인의 매혹적인 노랫소리가 아카데미 소년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듯, 류쭝디가 캐내어 보여주는 고전의 풀뿌리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아주 매혹적이면서도 강인하고 그 뿌리가 깊다. 그것은 그의 문제의식이 존재론적 차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미와 매력을 상실한 정월의 봄물, 남편이 오줌을 눈 곳의 흙, 정월 보름날의 등잔, 이것들은 이제 적나라한 물질이 되었다"는 개탄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의미의 세계에 대한 절박한 상실감과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현대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에게는 이들 약물이 아무 효과도 없을 게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일찍이 이들에 의미와 유효성을 부여했던 의미의 세계가 이미 완전히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한 것은 우리 신체나 우리 신체가 거하고 있는 자연만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이고 자연만물에 대한 우리 시각이다. 산과 강은 여전하고 풀과 나무도 여전한데, 인간의 마음은 옛날 같지 않다."
고대인이 남긴 이정표를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옛날의 '의미의 세계'로 돌아가 고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인식론적 차원을 넘어 존재론적 차원에서 의미의 세계를 성찰하는 실천적 참여다.
천문ㆍ지리ㆍ박물ㆍ본초의 오묘한 세계가 열리고
초목과 짐승 배후의 시적 정취와 비밀이 밝혀진다
전복적ㆍ통섭적 사유로 연'고전인문학'의 새로운 길
류쭝디 산둥대 문사철연구원 교수의 『동양고전과 푸코의 웃음소리』(원제: 古典的草根)가 신화학 전공자인 이유진 박사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중국 최고의 지성지 『독서讀書』에 발표된 글들을 위주로 묶은, 부제가 "천문ㆍ지리ㆍ본초에 대한 기기묘묘한 이야기"인 이 책은 국내 인문독서계에 지적 흥분을 안겨줄 새로운 인식들로 가득한 문제작이다. 대학 학부에서 대기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때 문예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에서는 민속학으로 바꿔 학위를 획득한 저자가 내놓은 이 '메타고전학'은 무릎 꿇고 책상에 앉아 성현의 이야기를 암송하는 고전읽기와는 애초에 그 종이 다르며, 고전에 나오는 단어나 개념의 배후를 캐는 철학적, 역사적 연구와도 그 궤를 달리한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동양고전'이라고 부르는 책들, 이를테면 『주역』 『예기』 『논어』 『맹자』 『장자』 『산해경』 같은 책들이 민초들의 구전적 전통과 지식인들의 문언적 전통의 충돌, 해체, 재구성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레이먼드 윌리엄스 식으로 말하자면 "역사적 형성물"이라는 관점에서 철저히 고전의 유래를 캐묻고 있으며, 고전의 자연관ㆍ세계관ㆍ정치관ㆍ인간관 등을 한 개인이나 집단이 '앎에 대한 의지로 외부세계를 추상적으로 탐구한 지적 결과물'이라는 인식에서 돌려세워 자연의 바람과 비, 태양과 습기, 사계절의 순환으로부터 양분을 받아 그 뿌리를 키워낸 민간적 지혜의 산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원제 '고전의 풀뿌리'가 갖는 의미이다.
서문을 쓴 류샤오펑 칭화대 교수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의 성격과 특징을 정리하고 있다.
류쭝디는 난징南京대학 기상학과 출신으로 이과생이다. 그런데 졸업한 뒤에 쓰촨四川사범대학으로 가서 가오얼타이高爾泰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중문과에서 몇 년 동안 문예 이론과 문학사를 강의했다. 그리고 베이징사범대학으로 가서 민속학의 대가인 중징원鍾敬文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 민속학을 공부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학계로 들어갔으니, 이치대로라면 마땅히 본업인 민속학을 꾸준히 연구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결국엔 천문기상 쪽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는 『산해경』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하여, 중국 고대 천문학과 역법학을 연구하면서 신화ㆍ절일節日ㆍ민속 등의 여러 학문을 중국 고대의 하늘이라는 커다란 배경 아래로 끌어왔다. 계절이 순환하고 세월이 흘러가는 소박한 이치가 그에 의해 고대 신화와 민속으로 해석됨으로써 이채를 발하게 되었다.
학과의 세분화가 날로 더해가는 시대에, 그는 뜻밖에도 민속학과 신화학, 선진先秦 시기의 문헌, 구두 전통 그리고 과학사를 한데 버무린다. 실로 흠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전문 영역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일부러 자신을 낮추기 위함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사실상 이처럼 전문 영역을 넘어서서 서로 다른 학문 사이의 문을 자유롭게 오가는 사람이여야만 비로소 도술道術이 여러 학파에 의해 갈가리 찢기지 않고 하나로 녹아 있던 고대 사상의 세계로 들어가서 역사의 풍진 뒤에 오래도록 감춰져 있던 풍경을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처럼 자신의 전문 영역을 넘어선 학자다. 바로 그렇기에 딱히 정확하게 뭐라고 분류할 수 없는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천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지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학을 논하고 신화를 설명한다. 넓게는 박물博物에 관한 것과 세밀하게는 수사修辭에 관한 것까지 하늘과 땅을 하나로 융합하고, 고대 학문과 새로운 지식을 하나의 용광로 속에 녹여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늘의 용, 땅의 용, 사시에 따라 운행하는 용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본초本草와 박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초학의 내력과 오묘함을 이야기하고, 박물학 속의 괴물과 수사를 이야기하고, 초목과 짐승의 배후에 있는 시적 정취와 비밀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우리가 고개를 들어, "맑은 은하수 사이에 두고서 애틋하게 바라만 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견우성과 직녀성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 책은 우리가 몸을 숙여, 대지에 불어오는 사계절의 바람소리 그리고 바람과 같은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이끈다. 이 책은 우리가 문인의 서재에서 나와, 별들이 돌아가고 바람 소리 세차게 울리던 고대의 별이 총총한 하늘과 민간의 대지로 돌아가도록 이끈다. 이 책의 내용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정수가 가득하여 옹골지다. 천문ㆍ지리ㆍ시학ㆍ신화ㆍ박물ㆍ수사 등 갖가지 문화와 자연을 통해 저자가 일관되게 규명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민족정신을 관통하는 고금의 문화정신이다.
류쭝디는 가오얼타이 선생한테 미학을 배우면서 칸트를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문제에 있어서 칸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류쭝디가 보기에 시간과 공간은, 과학적 사고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인간의 사상이 전개되는 데 있어서 기본 형식이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삶과 세계의 의미를 이해하는 기본 척도다. 따라서 시간과 공간은 우리가 서로 다른 시대와 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자면, 칠석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쨌든 칠석 이야기의 각 부분은 고대인의 시간감각 속에서 그 원천을 찾을 수 있다. 하늘의 별, 땅 위에서 우는 벌레, 인간 세상에서 길쌈하는 여인, 초가을의 장마, 성숙한 과과, 이 모든 것이 절기 속에서 동시에 나타나 연결되고 시간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부여받고, 만남과 이별을 말하는 같은 이야기 속에서 엮였다. 이를 통해 인간의 지식과 서사敍事에 있어서 시간성의 토대적인 역할을 짐작할 수 있다. 대자연의 영구불변하고 순환하는 리듬으로서의 시간은, 생계와 일과 휴식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서사까지 인도한다. 존재론적인 의미에서 시간은, 인간의 인지와 측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물을 이해하고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조건이다.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만물은 그치지 않고 생장한다. 세상만물은 모두 시간이라는 긴 강 속에서 뜨고 가라앉으면서 숨었다 나타났다 하면서 인간의 생활과 시야 속으로 들어오거나 나가거나 한다. 시간이라는 거대한 리듬 속에서 각각 나
타나는 때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받고 서로 다른 인식 범주에 속하게 되며 서로 다른 이야기 속으로 편입된다. "사시가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한다." 어떤 이는 시간이란 대자연의 리듬, 즉 대자연이 만물을 창조해내는 각본이라고 한다. "천지가 차고 비는 것도 때와 더불어 줄고 분다."(『역전』)광대한 하늘과 넓은 대지가 바로 이 각본이 펼쳐지는 무대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교합하여 만물이 변화하고 무르익는다."(『역전』) 만물이 생장하고 불어나는 것은 이 무대에서 계속해서 순환하며 상연되는 극이다. 매년 7월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서 만난다는 것은, 이 극 가운데 슬프고 감상적인 한 토막일 뿐이다."
이상에서 칸트 시간관의 그림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칸트의 까다로운 말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쉽다. 어느 한 영역과 방법에 구애받지 않는 이런 책은 특정 학문 분야에 입문하는 교량이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민간문학ㆍ민속학ㆍ신화학ㆍ구두전통ㆍ고전학 등과 관련하여 여러 학과의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유협劉協은 『문심조룡文心雕龍』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의 구상에서 정신의 작용은 심원하다. 따라서 고요히 정신을 집중하면 생각이 천년에 가 닿을 수도 있고, 가만히 표정을 가다듬으면 시선이 만 리를 꿰뚫어볼 수도 있다." 좋은 글 역시 "생각이 천 년에 가 닿을 수도 있고 시선이 만 리를 꿰뚫어볼 수도 있어야" 한다. 부디 이 책의 독자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관통과 융회의 의미가 풍부한 글에 담긴 저자의 유창한 문장을 따라가면서 깊은 의미와 색다른 맛을 지닌 정신의 여행을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책의 구성과 핵심 내용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3개의 논문이 각 장을 이루고 있다. 역자 이유진 박사는 아래와 같이 이 책의 핵심을 정리하고 있다.
세계 속 존재의 두 가지 존재 양식을 성聖과 속俗으로 구분한 엘리아데는, 인간이 성스러움을 깨닫는 것은 성스러운 것이 세속적인 것과는 다른 그 무엇으로서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성스러움이 드러나는 것, 성스러움의 현현을 성현聖顯, 즉 '히에로파니hierophany'라고 했다. 돌이나 나무처럼 평범한 것도 히에로파니일 수 있다. 성스러운 돌이나 나무가 겉으로 보기엔 여느 돌이나 나무와 다를 바 없지만 그것을 히에로파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초자연적인 신성한 것이다.
류쭝디에게 고전의 풀뿌리를 캐내는 작업은, 속俗에서 성스러움의 현현을 찾아내는 일이자 존재하는 것들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처럼 보인다. "텍스트ㆍ서사ㆍ지식의 배후에 있는 '의미의 세계'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야말로 인문과학의 종지"라고 주장하는 류쭝디는 고전에 담긴 고대인의 시간관과 공간관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그가 천문역법에 집착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인간의 시간관과 공간관을 규정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을 곳곳에서 강조한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만물을 인식하는 기본 형식, 인간의 우주관이 성립되는 데 있어서 주춧돌, 인류의 인지와 실천에 있어서 기본적이고 직관적인 형식, 고대인이 하늘과 땅을 관찰하고 우주를 이해하며 천지를 다스리고 역사를 깨닫는 기초, 만물을 분류하고 망라하며 우주를 기획하고 고금을 관통하는 힘을 지닌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에 있어서 역법이 단순히 기호나 숫자로 표시된 연ㆍ월ㆍ일ㆍ시가 아니라 인간이 우주와 역사를 이해하는 기본 근거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역법이 있었기 때문에 광대한 하늘과 드넓은 대지, 그리고 유유히 흘러가는 세월이 단순한 혼돈에 머물지 않고 윤곽이 뚜렷해지고 질서정연하게 변했다.
이로써 하늘에는 분야分野가 있고 땅에는 경위經緯가 있고 역사에는 편년編年이 있게 되어, 천문ㆍ지리ㆍ인륜이 생겨났다. 천지간에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삼라만상, 유수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의 갖가지 세상일이 모두 이 질서 속에서 각자의 위치와 특정한 의미를 획득했고, 세계와 역사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변했다."
류쭝디는 그의 학문 이력을 그대로 반영하듯 특정 분과 학문을 초월하여 자유로운 경계인으로서 통섭의 학문을 펼쳐 보인다. 그는 천문학ㆍ민속학ㆍ신화학ㆍ문헌학ㆍ기호학 등을 종횡무진하면서 고전의 풀뿌리에 감춰진 무수한 민초들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들의 삶을 읽어낸다. 오행설과 봉선의 기원을 역법 및 천문과 연결짓고, 용의 기원을 창룡성에서 찾아내고, 칠석의 기원을 하늘에서 빛나는 별에 대한 고대인의 시간감각 속에서 찾아낸다. 이렇게 그는 기원을 이야기하며 하늘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낸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는 고개를 들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류쭝디가 펼쳐 보여주는 고전의 풀뿌리는 문명의 뿌리이자 문화의 뿌리다. 그 뿌리의 힘의 원천은 민간의 대지다. 그래서 그는 금문경학의 성훈법의 연원을 민간의 해음쌍관법에서 찾고, 구제강의 '누층적으로 만들어진 고사古史설'의 탄생 배경을 고사故事와 연극이라는 민중 예술의 각도에서 조명하는 한편, 문자란 거죽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민간의 구비전승 문화와 비교했을 때 지식인의 문자 문화는 입씨름에 불과한, 영혼이 사라진 뒤 남겨진 거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홍루몽』에 나오는 일자무식의 유씨 할멈이 민간 서사의 강인함을 대변한다고 말하며, 동방삭과 같은 (주류의 도통 지식인이아닌) 배우 지식인의 역량이 민간의 안목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는 문명과 문화의 뿌리를 이야기하며 대지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낸다. 그의 이야기에 우리는 대지의 바람에 실려오는 민간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늘과 대지에 감춰진 고전의 풀뿌리를 캐내는 류쭝디의 작업은 『산해경』의 세계를 탐구하는 데 있어서도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는 촉룡의 연원을 하늘의 용성에서 찾는다. 그리고 『산경』의 박물학을 파헤치며 고대인의 사유를 인도했던 유사성에 주목한다. 과학과 미신이 한데 뒤섞인 『산경』의 담론의 장을 분석하면서, '푸코'와 만나고 병증의 기표에 근거하여 약물의 기의를 찾는 '본초학'과 만난다. 또한 『해경』의 천문학적 연원을 탐구하면서, 『해경』이 지리서라기보다는 천문역법서임을 역설한다.
10년에 걸쳐 쓰인 여러 편의 글이 '고전의 풀뿌리'(이 책의 원제목)라는 주제로 한 권의 책으로 엮였다. 고전의 풀뿌리를 통해 수천 년의 세월을 투과하여 전해오는 빛이다. 용의 기원을 민족주의적인 코드를 초월하여 천문과 농사라는 민중의 삶에서 찾아내는 뛰어난 통찰력, '구별짓기'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던 예의 정신적 뿌리를 원시 춤의 '하나됨'에서 구하는 탁월한 성찰에 감탄하게 된다. 기존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학문의 세계에서만이 창조적 직관이 이처럼 번뜩일 수 있는 법, 『산해경』의 지명이 사실은 신화적 지리에서 비롯되었다는 그의 주장은 참으로 신선하다. "권력은 역사를 창조하고, 지식은 역사의 주석"이라는, 지식권력에 대한 철저한 반성적 성찰이 있기에 이상의 통찰과 직관이 가능하리라.
지식권력은 문자/구어, 로고스/미토스, 과학/미신, 서구/비서구, 현대/고대에 압도적 힘을 발휘하면서 이것들을 문명/야만, 중심/주변의 구도로 갈라놓았다. 그 결과 현대인은 실존적 위기에 처했다. 현대인은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의미와 자리를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류쭝디의 지적처럼, 과학의 눈가리개로 인해 역사적 안목을 잃은 것이다. 인문학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종류의 문제를 늘 새롭게 질문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언제 어디서든 인간은 '의미 있는 실재'를 향한 욕구를 떨쳐낼 수 없다. 현대인의 위기와 인간의 본질을 예민하게 감지한 이라면, 엘리아데처럼 현대의 인류 및 현대학문의 연구 방법의 철저한 갱신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무당이나 미치광이를 자처하며 구어ㆍ미토스ㆍ미신ㆍ비서구ㆍ고대ㆍ야만ㆍ주변의 둘레를 맴돈다. 류쭝디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과학은 실험과학으로 연단술과 점성술을 대체했고, 귀납법으로 연역법을 대체했으며, 어법학으로 수사학을 대체했고, 인과관계로 유사성과 상징성을 대체했으며, 분류학과 생물학으로 박물학과 본초학을 대체했고, 묘사로 서사를 대체했으며, 사회과학으로 해석학을 대체했다. 과학주의에 의해 다시 구성되고 후계몽주의적이며 산문화된 세계와 세계관 속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고대에 유사성이 지녔던 의미와 역할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산문적 수사로 시적 수사를 해석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에 의해 다시 구성된 우리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상실했다. 우리로서는 유사성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의 세계는 과학에 의해 바람조차 통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조직된 세계로, 유사성이 그 사이를 자유롭게 지나다니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시대에 인지認知와 학술의 영역에서 누군가 덮어놓고 유사성에 깊이 빠져 있다면 그는 무당이거나 미치광이다."
오늘날 학문의 영역에서 무당이거나 미치광이길 자처하는 이들은 바로 도시국가 밖으로 쫓겨나긴 했지만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발로 박자를 맞추어 노래하면서 다가왔던 음유시인이다. 음유시인의 매혹적인 노랫소리가 아카데미 소년들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았듯, 류쭝디가 캐내어 보여주는 고전의 풀뿌리는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어놓을 정도로 아주 매혹적이면서도 강인하고 그 뿌리가 깊다. 그것은 그의 문제의식이 존재론적 차원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의미와 매력을 상실한 정월의 봄물, 남편이 오줌을 눈 곳의 흙, 정월 보름날의 등잔, 이것들은 이제 적나라한 물질이 되었다"는 개탄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의미의 세계에 대한 절박한 상실감과 위기의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현대과학의 세례를 받은 현대인에게는 이들 약물이 아무 효과도 없을 게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일찍이 이들에 의미와 유효성을 부여했던 의미의 세계가 이미 완전히 와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한 것은 우리 신체나 우리 신체가 거하고 있는 자연만물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이고 자연만물에 대한 우리 시각이다. 산과 강은 여전하고 풀과 나무도 여전한데, 인간의 마음은 옛날 같지 않다."
고대인이 남긴 이정표를 따라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서 옛날의 '의미의 세계'로 돌아가 고대인의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인식론적 차원을 넘어 존재론적 차원에서 의미의 세계를 성찰하는 실천적 참여다.
목차
목차
서문 류샤오펑
제1부 증거를 찾는 버릇考據壁
1장 '춤'이라는 키워드로 고전을 읽는 방법
2장 오행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
3장 태사공의 죽음을 추적하다
4장 용이라는 기이한 생물을 찾아서
5장 칠석 이야기의 내막
제2부 『산해경』의 기기묘묘한 세계
6장 촉룡이 눈 감으면 밤이 된다
7장 괴물지와 본초 수사학 그리고 푸코의 웃음소리
8장 신화ㆍ상상ㆍ지리: 괴물 기호학에 대한 불편함
제3부 민초들이 만든 경전의 세계
9장 금문경학의 풀뿌리
10장 고사古史ㆍ고사故事ㆍ고사?史
11장 문자는 본디 거죽이다
12장 유씨 할멈, 배우와 지식인
13장 신화학을 둘러싼 세 가지 문제
후기 / 주 / 옮긴이의 말: 고전의 풀뿌리에 감춰진 히에로파니 / 찾아보기
제1부 증거를 찾는 버릇考據壁
1장 '춤'이라는 키워드로 고전을 읽는 방법
2장 오행설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
3장 태사공의 죽음을 추적하다
4장 용이라는 기이한 생물을 찾아서
5장 칠석 이야기의 내막
제2부 『산해경』의 기기묘묘한 세계
6장 촉룡이 눈 감으면 밤이 된다
7장 괴물지와 본초 수사학 그리고 푸코의 웃음소리
8장 신화ㆍ상상ㆍ지리: 괴물 기호학에 대한 불편함
제3부 민초들이 만든 경전의 세계
9장 금문경학의 풀뿌리
10장 고사古史ㆍ고사故事ㆍ고사?史
11장 문자는 본디 거죽이다
12장 유씨 할멈, 배우와 지식인
13장 신화학을 둘러싼 세 가지 문제
후기 / 주 / 옮긴이의 말: 고전의 풀뿌리에 감춰진 히에로파니 / 찾아보기
저자
저자
류쭝디
저자 류쭝디(劉宗迪)는 1963년생으로 산둥성 지모卽墨 출신이다. 난징南京대 기상학과에서 대기물리학을 전공한 뒤 쓰촨四川사범대 중문과에서 문예학을 전공(석사)했고, 베이징사범대 중문과에서 민속학(박사)을 전공했다. 2001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수도사범대 문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에 재직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산둥대 문사철연구원 교수로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민속학과 신화학으로, 민속학과 신화학의 방법을 통해 중국 초기의 문헌과 역사를 해독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저서로 『잃어버린 천서失落的天書』 『성씨와 이름에 관하여姓氏名號面面觀』 등이 있고, 번역서로 제인 헤리슨의 『고대 예술과 제의』, 마리야 짐부타스의 『살아 있는 여신』(공역)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고대 조선의 세계관과 『산해경』」 「토템, 족군族群과 신화」 「칠석 고사故事에 관한 고찰」 「태산 봉선의 진상」 「복희ㆍ여와 남매혼 고사의 원류」 「서왕모 신앙의 본토 문화 배경과 민속 연원」 「태양신화에 관한 고찰」 「황제와 치우 신화 탐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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