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링구아
인류를 만든 언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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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링구아는 라틴어를 활용한 말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바로 호모 링구아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의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호모 링구아는 인간의 언어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호모 링구아’를 화두로 삼은 걸까? 그것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 본능을 일깨워 언어를 종의 특징으로 삼은 인류를 가리켜 ‘호모 링구아’라고 명명한다. 이 책은 언어 본능을 깨움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발현하게 된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대화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았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언어 본능을 일깨워 언어를 종의 특징으로 삼은 인류를 가리켜 ‘호모 링구아’라고 명명한다. 이 책은 언어 본능을 깨움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발현하게 된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대화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았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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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머리말]
이 책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K-Mooc 강좌로 개설된 <호모 링구아>의 강의자료를 토대로 한다. 다만 <호모 링구아> 수강생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일종의 언어사용설명서로서 '인간'과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많이 더하였고, 강의 내용을 일부 빼거나 바꾸기도 하였다.
'호모 링구아'는 라틴어를 활용한 말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바로 호모 링구아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의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호모 링구아는 인간의 언어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호모 링구아'를 화두로 삼은 걸까? 그것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 본능을 일깨워 언어를 종의 특징으로 삼은 인류를 가리켜 '호모 링구아'라고 명명한다. 호모 링구아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이전에 침팬지의 '털 고르기'와 같은 사회적 결속 장치로서 더 많은 사람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로 인해 인류는 이 땅 위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고, 눈부신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만물의 영장이자 언어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류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만물의 공존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언어를 폭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인류는 갈등과 분열, 분노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으며, 결국 언어 때문에 운명을 다할 수도 있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고,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호모 링구아의 말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더 배려하고, 더 양보하며, 더 협력하는 삶은 전적으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마치 2인3각 게임을 하듯 서로의 속도에 발을 맞추어 걷는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말하기이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화법'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10대와 50대, 남성과 여성, 주부와 직장인이 모두 비슷비슷한 내용의 대화법을 배운다. '나 메시지' 대화법이 그렇고, '그렇구나' 대화법이 그렇다.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이나 메라비안의 법칙은 1970년대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연령별, 상황별 대화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활발하게 연구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 그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방법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 본능을 깨움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발현하게 된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대화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언어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호모 링구아> 강의가 만들어진 것도 그러한 이유에 근거한다. 아직은 마침표보다 말줄임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 연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책속으로 이어서]
이에 반해 호모 링구아Homo lingua는 무척 생소할 것이다. '호모homo'는 '흙'을 뜻하는 라틴어 '후므스humus'에서 유래한 말로 인간이 흙에서 왔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고, '링구아lingua'는 '혀' 또는 '언어'를 뜻하는 말로 'language'라는 말의 어원이 된다. 즉, 호모 링구아는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로서, 인간의 사고 능력과 함께 다른 종이 가지지 못한 인간만의 고유한 종 특징으로서 인간의 언어 능력을 강조한 말이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호모 로?스Homo loquens는 '말'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말'과 '글'을 모두 포함하는 '링구아'에 비해 의미가 다소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호모 그라마티쿠스Homo grammaticus'는 언어 규칙을 따르는 인간을 뜻한다. 인간을 생각할 때, 언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탄생한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호모 링구아일까? 인류는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걸까? 다툴 때 사용하는 으르렁거리는 말이나 사랑을 속삭일 때 사용하는 가르랑거리는 말처럼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인 언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언제일까?
정확한 것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불을 능숙하게 다룬 호모 에렉투스일 수도 있고, 동굴에 소통의 흔적을 남긴 호모 사피엔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인류에게 불의 발견이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바나 지역에서는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 포식자가 활동하지 않는 한낮에 사냥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때 열을 빨리 식히기 위해서는 털이 없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열 손실을 줄임으로써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털이 필요하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불이다. 불의 발견은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함으로써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 뇌의 진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이 되자, 장작불 앞으로 모여든 인류가 마치 '털 고르기' 행동을 하는 침팬지처럼 동료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털을 골라주는 행동을 대신하여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인 수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가 하면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끝없이 확장되었다. 장작불 앞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신화가 탄생하며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인지 혁명'이라고 한다.
그 시기를 콕 집어 언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옥스퍼드 대학 진화생물학과의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가 통제 가능한 인간관계의 한계로 제시한 '150명'을 넘어 수천 또는 수만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언어이다. 혈연 공동체인 씨족사회를 넘어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사회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동굴벽화 역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누가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단지 추측만 할 수 있는데 소통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을 '그림'이라고 부르든지 혹은 '문자 이전의 문자'라고 부르든지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모사한 것이든 추상화한 것이든 그것이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순간, 그것은 '기록'으로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을 보는 순간, 누구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동굴벽화가 그렇다. 동굴벽화를 보고 그것을 주술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것이 '기호'이자 '언어'임을 의미한다. 동굴벽화를 남긴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픽토르이기 이전에 호모 링구아인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는 그림과 언어, 노래와 언어, 춤과 언어의 경계가 지금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그림이 곧 언어이고, 노래가 곧 언어이며, 춤이 곧 언어인 시기였다. 이들을 구분 지으려면 각각의 소통 방식이 좀 더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간의 언어는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시작되어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우리에게 알려진 화석 인류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아디Ardi와 루시lucy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최초의 인류'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디피테쿠스 속으로 분류되는 아디는 약 440만 년 전의 화석 인류이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으로 분류되는 루시는 약 320만 년 전의 화석 인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150cm를 넘지 않는 단신의 여성이며 직립 보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호모 링구아일까?
대부분의 인류학자는 직립 보행을 진화의 역사에서 커다란 사건으로 간주한다. 그로 인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동과 사냥이 더 쉬워졌거나 운반 및 양육이 더 편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클랜드 대학 심리학과의 마이클 코발리스Michael Kobalis 교수는 인류가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손 제스처를 사용하는 단계를 거쳐 언어가 등장하였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는 생활 방식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생활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기존의 의사소통 방식도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행 방식의 변화는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손짓 제스처를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언어가 등장하였다는 주장은 논리가 비약적이다. 사실 손짓 제스처는 직립 보행 이전에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언어의 등장은 손짓 제스처로 소통을 하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직립 보행으로 인해 척추와 머리뼈의 구조가 90도로 꺾이면서 후두가 하강하여 인두, 즉 공명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에도 반론이 적지 않다. 브라운 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필립 리버만Philip Lieberman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이전의 화석 인류들은 후두의 위치가 높아서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따라서 직립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지고 '아디'나 '루시'가 호모 링구아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한편 런던정경대학 심리학과의 니컬러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 교수는 인간의 언어를 사회적 상호작용의 압력이 커지던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호모 링구아의 등장 배경을 직립 보행에서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긍정도 부정도 쉽지 않은 진화론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단선진화론이 우세했는데, 최근에는 여러 종이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지역에서 함께 살았다는 복수종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여러 종 가운데 한 종이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여 인류의 역사를 이어왔다고 보는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진정한 의미의 호모 링구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화석 인류는 진정한 의미에서 언어의 주인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결국 도태되어 호미니드hominidae의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 책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K-Mooc 강좌로 개설된 <호모 링구아>의 강의자료를 토대로 한다. 다만 <호모 링구아> 수강생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일종의 언어사용설명서로서 '인간'과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새로운 내용을 많이 더하였고, 강의 내용을 일부 빼거나 바꾸기도 하였다.
'호모 링구아'는 라틴어를 활용한 말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호모 사피엔스가 바로 호모 링구아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인간의 사고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호모 링구아는 인간의 언어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왜 '호모 링구아'를 화두로 삼은 걸까? 그것은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어 본능을 일깨워 언어를 종의 특징으로 삼은 인류를 가리켜 '호모 링구아'라고 명명한다. 호모 링구아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이기 이전에 침팬지의 '털 고르기'와 같은 사회적 결속 장치로서 더 많은 사람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장치이다. 그로 인해 인류는 이 땅 위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고, 눈부신 과학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전히 만물의 영장이자 언어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류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는 만물의 공존을 위협하는 존재이자 언어를 폭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 인해 인류는 갈등과 분열, 분노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었으며, 결국 언어 때문에 운명을 다할 수도 있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어의 본질적인 가치를 깨닫고,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호모 링구아의 말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더 배려하고, 더 양보하며, 더 협력하는 삶은 전적으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마치 2인3각 게임을 하듯 서로의 속도에 발을 맞추어 걷는 것,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말하기이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인문학 열풍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이다. '화법'에 대한 관심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10대와 50대, 남성과 여성, 주부와 직장인이 모두 비슷비슷한 내용의 대화법을 배운다. '나 메시지' 대화법이 그렇고, '그렇구나' 대화법이 그렇다. 그라이스의 대화 격률이나 메라비안의 법칙은 1970년대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래서 틀렸다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연령별, 상황별 대화법에 대한 논의가 아직 활발하게 연구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 그러한 문제점을 모두 해결할 방법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언어 본능을 깨움으로써 비로소 인간이라는 종의 특징을 발현하게 된 호모 링구아의 본성을 이해하는 일로부터 시작하여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대화법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담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언어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호모 링구아> 강의가 만들어진 것도 그러한 이유에 근거한다. 아직은 마침표보다 말줄임표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 연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책속으로 이어서]
이에 반해 호모 링구아Homo lingua는 무척 생소할 것이다. '호모homo'는 '흙'을 뜻하는 라틴어 '후므스humus'에서 유래한 말로 인간이 흙에서 왔다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담고 있고, '링구아lingua'는 '혀' 또는 '언어'를 뜻하는 말로 'language'라는 말의 어원이 된다. 즉, 호모 링구아는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로서, 인간의 사고 능력과 함께 다른 종이 가지지 못한 인간만의 고유한 종 특징으로서 인간의 언어 능력을 강조한 말이다. 이와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는 호모 로?스Homo loquens는 '말'하는 인간을 뜻한다. 즉, '말'과 '글'을 모두 포함하는 '링구아'에 비해 의미가 다소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호모 그라마티쿠스Homo grammaticus'는 언어 규칙을 따르는 인간을 뜻한다. 인간을 생각할 때, 언어를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탄생한 말이다.
그렇다면 누가 호모 링구아일까? 인류는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걸까? 다툴 때 사용하는 으르렁거리는 말이나 사랑을 속삭일 때 사용하는 가르랑거리는 말처럼 본능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라 집단의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사회적인 언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언제일까?
정확한 것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어쩌면 불을 능숙하게 다룬 호모 에렉투스일 수도 있고, 동굴에 소통의 흔적을 남긴 호모 사피엔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인류에게 불의 발견이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바나 지역에서는 사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상위 포식자가 활동하지 않는 한낮에 사냥하는 것이 유리한데, 이때 열을 빨리 식히기 위해서는 털이 없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열 손실을 줄임으로써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털이 필요하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불이다. 불의 발견은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함으로써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여 뇌의 진화를 가져왔을 것이다.
어디 그뿐일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순간이 되자, 장작불 앞으로 모여든 인류가 마치 '털 고르기' 행동을 하는 침팬지처럼 동료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털을 골라주는 행동을 대신하여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인 수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가 하면 추상화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었으며,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끝없이 확장되었다. 장작불 앞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신화가 탄생하며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가리켜 '인지 혁명'이라고 한다.
그 시기를 콕 집어 언제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옥스퍼드 대학 진화생물학과의 로빈 던바Robin Dunbar 교수가 통제 가능한 인간관계의 한계로 제시한 '150명'을 넘어 수천 또는 수만 명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전적으로 언어이다. 혈연 공동체인 씨족사회를 넘어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부족사회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동굴벽화 역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누가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단지 추측만 할 수 있는데 소통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것을 '그림'이라고 부르든지 혹은 '문자 이전의 문자'라고 부르든지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모사한 것이든 추상화한 것이든 그것이 현실의 구체적인 대상을 가리키는 순간, 그것은 '기록'으로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을 보는 순간, 누구라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충분히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동굴벽화가 그렇다. 동굴벽화를 보고 그것을 주술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그것이 '기호'이자 '언어'임을 의미한다. 동굴벽화를 남긴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픽토르이기 이전에 호모 링구아인 것이다.
사실 이 시기에는 그림과 언어, 노래와 언어, 춤과 언어의 경계가 지금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그림이 곧 언어이고, 노래가 곧 언어이며, 춤이 곧 언어인 시기였다. 이들을 구분 지으려면 각각의 소통 방식이 좀 더 일상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구분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인간의 언어는 호모 에렉투스로부터 시작되어 호모 사피엔스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되었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우리에게 알려진 화석 인류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호모 에렉투스 이전의 아디Ardi와 루시lucy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최초의 인류'로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디피테쿠스 속으로 분류되는 아디는 약 440만 년 전의 화석 인류이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으로 분류되는 루시는 약 320만 년 전의 화석 인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150cm를 넘지 않는 단신의 여성이며 직립 보행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호모 링구아일까?
대부분의 인류학자는 직립 보행을 진화의 역사에서 커다란 사건으로 간주한다. 그로 인해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동과 사냥이 더 쉬워졌거나 운반 및 양육이 더 편해졌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오클랜드 대학 심리학과의 마이클 코발리스Michael Kobalis 교수는 인류가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손 제스처를 사용하는 단계를 거쳐 언어가 등장하였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으로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는 생활 방식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 생활 방식이 변하지 않으면 기존의 의사소통 방식도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행 방식의 변화는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손짓 제스처를 하게 되었고, 그로부터 언어가 등장하였다는 주장은 논리가 비약적이다. 사실 손짓 제스처는 직립 보행 이전에도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언어의 등장은 손짓 제스처로 소통을 하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직립 보행으로 인해 척추와 머리뼈의 구조가 90도로 꺾이면서 후두가 하강하여 인두, 즉 공명을 위한 공간이 확보되어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주장에도 반론이 적지 않다. 브라운 대학 인류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필립 리버만Philip Lieberman은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이전의 화석 인류들은 후두의 위치가 높아서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한다. 따라서 직립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만 가지고 '아디'나 '루시'가 호모 링구아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한편 런던정경대학 심리학과의 니컬러스 험프리Nicholas Humphrey 교수는 인간의 언어를 사회적 상호작용의 압력이 커지던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호모 링구아의 등장 배경을 직립 보행에서 찾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긍정도 부정도 쉽지 않은 진화론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는 단선진화론이 우세했는데, 최근에는 여러 종이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지역에서 함께 살았다는 복수종 이론이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이론에서는 여러 종 가운데 한 종이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여 인류의 역사를 이어왔다고 보는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호모 에렉투스나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와의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느냐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호모 사피엔스가 진정한 의미의 호모 링구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고려할 때,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화석 인류는 진정한 의미에서 언어의 주인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결국 도태되어 호미니드hominidae의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 것이다.
목차
목차
서문
제1부 호모 링구아의 언어 본능과 능력
호모 링구아의 탄생
동물의 언어와 인간의 언어
관계의 언어
독백의 언어, 침묵의 언어
언어폭력
언어유희
대화 치료
제2부 인간의 생애주기별 언어사용설명서
인간의 생애주기
청소년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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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인간의 생애주기별 언어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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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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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형
김미형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원장
전국 국어문화원 연합회 회장
논저? : 『생활의미론』(2005), 『국어국문학도의 대중매체 언어문화콘텐츠 창작』(2011) 외 다수
상명대학교 한국언어문화학과 교수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 원장
전국 국어문화원 연합회 회장
논저? : 『생활의미론』(2005), 『국어국문학도의 대중매체 언어문화콘텐츠 창작』(201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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