뮈토세미오시스(한국연구재단저술총서 13)(양장본 Hardcover)
매체, 신화, 스토리텔링
이 책에서 신화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규정된다. 신화를 신화의 기호작용으로 보고, 이를 ‘뮈토세미오시스’라 이름한 것이다. 뮈토세미오시스는 ‘뮈토스’와 ‘세미오시스’의 합성어이다. 필자는 신화에 대해 논의하면서, 신화를 뮈토스와 등치시키는 도식적 사유를 비판해왔다. 뮈토스를 로고스의 반대항으로 놓고, 현상들을 이들 중 하나로 귀속시키는 분류적 방식은 구체적 현실과는 유리된 형이상학적 사유의 폐해를 보여준다. 필자는 신화를 단순한 뮈토스가 아닌, 뮈토스와 로고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뮈토스가 증폭되는 과정으로 파악한다. 로고스 없는 뮈토스 혹은 뮈토스 없는 로고스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러한 전제를 더욱 발전시켜 신화적 기호작용, 즉 이 책에서 제안한 뮈토세미오시스에서 신화가 어떻게 소통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책은 그 소통의 새로운 모델을 고안하여 제시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신화학의 기호학적 설계
1. 신화에 대한 질문
이 책은 '신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누구나 생각하듯,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신화에서 종교적이거나 문학적 함의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신화를 그저 종교적 문학 혹은 종교적 서사문학이라 하면 분명해질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성급한 정의로 인해 우리는 더욱더 신화의 구체적인 면모로부터 멀어진다. 종교적이라 함으로써, 신화는 비종교적인 것과 무관하게 되고, 문학이라 함으로써 신화는 비문학과 유리된다. 신화가 개념화된 범주의 한 자리를 옹색하게 차지함으로써, 그것은 얼마든지 외면되거나 배제되며 또한 철저하게 타자화될 수 있다.
신화의 정의를 구성할 범주적 개념들은 모호하고 문제적인데, 이는 신화라는 개념 자체가 그것을 가중시키는 복합적 특성을 이미 갖기 때문이다. 신화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복합적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최대한 기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합적인 것은 그 복합성으로 인해 개념화가 어려워, 그에 대한 환원론적 귀결보다는 과정적 기술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것이든 정의하기 어렵긴 하지만, 신화는 더욱 그렇기 때문에 형이상학적 관념을 사유하기 이전에 먼저 구체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화가 갖는 복합성은 신화가 인간에 의해 인지된 인식론적인 것이면서 또한 어디엔가 현존하는 존재론적인 것이기도 하다는 데 있다. 신화가 인식론적이라 함은 어떤 것에 대한 신화적 인식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것은 매우 상대적임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무엇인가를 통해 존재론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것은 주로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 형태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비언어적 형태를 통해 드러나기도 한다. 가령 성당에 그려진 성화를 예로 들어 보자. 성화에는 성인들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것을 성스럽게 인식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 종교적 믿음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좌우된다. 성화는 그 자체로 존재론적인 위상을 갖지만, 이러한 인식론적인 문제, 즉 믿음의 문제는 그것을 신화이거나 신화가 아니게 한다. 따라서 신화는 늘 그것이 신화가 아닐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사람마다의 인식이 다르거나 변화하는 데 따라 유동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신화라는 개념이 갖는 복합성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따라서 이러한 복합성을 기술하는 것은 한층 어렵다. 신화의 모든 현상을 죄다 기술해내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이들을 요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앞서 말한 환원론에 귀결된다. 복합적인 것을 단순화시킬 수 없다면, 또 그러한 복합성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예측 불허하고 비규칙적인 것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당한 해결책은 그러한 복합성 뒤에 숨어 있는 규칙을 찾아내는 것일 터이다. 기호학의 용어를 빌려 이것을 코드라 하자. 신화는 비록 본질적인 관념이거나 변화무쌍한 현실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것이 언어로 기술되는 것은 오로지 그것을 코드로 보았을 때이다. 코드는 기호들이 작용하는 규칙을 말하는데, 규칙이란 구체적인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을 갖는 것이다. 힘이란 물리적 측정이 불가능하여, 그 질량을 언어로 기술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그 힘이 실현되는 데 작동하는 여러 요소 간의 상호관계나 작용만을 기술할 수 있는데, 이 책은 바로 이를 위한 이론적 모델을 제시한다. 이러한 모델은 물론 단순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 신화의 개념이 갖는 복합성은 그것이 다른 개념들과 얽힌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그 관계들을 기술하다 보면, 신화의 모델은 거시적이거나 미시적 또는 인식론적이거나 존재론적인 양가성을 갖게 된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질 모델은 새로운 신화 담론의 토대가 되어 또 다른 모델을 생성할 것이다. 이 책은 이 모든 과정을 '뮈토세미오시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해명할 것이다.
2. 뮈토스, 로고스, 뮈토세미오시스
신화가 갖는 복합성의 핵심에 존재하는 신화적 코드의 힘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그 힘을 발휘하는 주체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힘의 작용은 늘 반작용을 낳기에, 이 세상에 일방적인 힘의 작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 이러한 작용과 반작용 간에는 늘 긴장이 존재한다. 신화의 개념이 갖는 복합성 속에는 이와 같은 긴장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신화의 개념 안에 존재하는 긴장은 무엇과 무엇 사이에 일어나는 긴장인가?
고대 그리스의 헤시오드가 규정한 뮈토스와 로고스의 구분은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과 매우 다르다. 오늘날 흔히 신화를 뮈토스로 보고, 철학이나 이성을 로고스로 보는 근대적 관점에서 뮈토스는 타자화된 것으로 간주된다. 여기에 근대의 진화론적 관점은 뮈토스를 과거의 유습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한 로고스를 통해 지식의 체계를 설계하고 구성한다. 그러나 헤시오드는 뮈토스를 '강한 자의 논리'로 규정함으로써 '약한 자의 논리'인 로고스와 구분한다. 진리가 무엇인가는 상대적인 것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뮈토스가 로고스보다 더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현상은 오랜 기간 혹은 인류의 전 역사를 통해 한 번도 뮈토스가 극복되거나 사라진 적이 없었으며, 오늘날도 뮈토스가 인간의 삶과 사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것을 미혹이거나 미신이라 타자화시키는 근대의 논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따라서 그 상대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은 신화를 새롭게 수용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뮈토스와 로고스를 사유 형태의 단순 분류항으로 간주할 수 없는 까닭은 이것이 인간의 인지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뮈토스는 이야기의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바로 신화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야기는 그 자체로 스토리 세계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스토리 세계에 존재하는 존재물들이나 그들이 벌이는 행위는 이미 사건화된 것이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에게 사실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뮈토스가 피어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사실로 받아들이는 인지 작용 안에는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또 다른 인지 작용이 늘 수반한다. 그것을 기억할만한 것이거나, 도덕적인 것이거나, 정의로운 것 등으로 받아들이는데, 바로 이러한 가치를 부여하는 인지 작용이야말로, 우리가 소위 로고스라 말하는 것에 해당한다. 이것은 당연히 논변의 대상이 된다. 어떤 이야기를 놓고 그것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와 같은 물음은 늘 이야기 자체에 수반되어 인지되는 필수적인 것인데, 그것을 로고스라 한다면 로고스는 늘 뮈토스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뮈토스와 로고스는 서로 길항하면서도, 또한 서로가 서로를 고무하는 역설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필자는 따라서 신화를 단순히 뮈토스 혹은 로고스라는 개념으로 환원하여 이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으로 판단한다. 개념이 아니라면 그것을 앞서 말한 어떤 힘을 발휘하는 운동 같은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신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체이다. 즉 신화를 신화작용과 같은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기호sign를 기호작용semiosis으로 이해하는 퍼스 기호학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신화를 신화 작용 혹은 신화의 기호작용으로 보는 다음과 같은 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목차
목차
1장 뮈토세미오시스란 무엇인가?
1. 신화에 대한 질문
2. 뮈토스, 로고스, 퀴노세미오시스
3. 신화, 인지, 행위
4. 신화의 소통
5. 스토리텔링
6. 매체
7. 도상, 지표, 상징
8. 뮈토세미오시스의 실현 모델
9. 서사학적 전략
10. 매체계
2장 신화도상의 고고학
1. 선사시대의 매체계
2. 암석화의 문법
3. 존재의 신화도상들
4. 행위의 신화도상들
5. 암석화의 인지적-사회적 스토리
3장 건축, 도상, 의례
1. 공간의 창조, 구성, 배치
2. 메타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건축적 의장들
3. 아야소피아
4. 종묘
4장 글, 그림, 신화
1. 글과 그림의 매체성
2. 글과 그림의 융합 유형
3. 김정희의 〈세한도〉
4. 안젤름 키퍼의 〈마르가레테-줄라미트〉
5장 시, 영화, 탈신화
1. 영화의 매체성
2. 영화의 매체기호학
3. 짐 자무시의 〈데드맨〉
4. 이창동의 〈시〉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저자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