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루즈는 소음기가 장착된 피스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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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향유한 예인을 소환하는 시인
시인 김윤배의 작품에는 힘과 서슬이 서 있다. 시인의 문장은 짧으면서 정언 형식을 취하고 있어 종종 숨 가쁜 육성처럼 느껴진다. 이 정언 형식의 단문들은 은유, 그것도 컨시트의 틀을 대부분 갖췄다. 여기서 우리는 말의 폭력적 결합에 따른 서슬을 맛본다. 또한, 김윤배의 힘은 광활한 시적 공간에서 비롯한다. 제주의 차귀도에서 백두고원, 카스피해,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드는 시적 주체의 공간이동은 미지에 대한 답사 겸 확인일 터이다. 곧 도처의 세계와 삶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이들 공간에서 견문하고 확인한 것은 세상이 “거짓으로 지어진 거대한 집”이자 “함정”이며 그래서 늘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집에는 여러 화가와 시인 작가들이 시적 주체로 소환되고 있다. 이들 예인의 삶은 쇄말한 일상에 함몰된 평균인의 경우와 다르다. 남다른 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함께 향유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이들이 역사와 세계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 같은 존재인 탓도 클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들 또한 “굴신의 생”을 영위한다. 김 시인은 이들이 산 “삐걱대는 세상과 삶”의 의미와 값을 웅숭깊게 짚어본다. 또 그는 그동안 여러 편 장시 작품을 통해 예인의 삶과 그 의미를 천착해 오지 않았는가.”
-홍신선 (시인·전 동국대 교수)
시인 김윤배의 작품에는 힘과 서슬이 서 있다. 시인의 문장은 짧으면서 정언 형식을 취하고 있어 종종 숨 가쁜 육성처럼 느껴진다. 이 정언 형식의 단문들은 은유, 그것도 컨시트의 틀을 대부분 갖췄다. 여기서 우리는 말의 폭력적 결합에 따른 서슬을 맛본다. 또한, 김윤배의 힘은 광활한 시적 공간에서 비롯한다. 제주의 차귀도에서 백두고원, 카스피해,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드는 시적 주체의 공간이동은 미지에 대한 답사 겸 확인일 터이다. 곧 도처의 세계와 삶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이들 공간에서 견문하고 확인한 것은 세상이 “거짓으로 지어진 거대한 집”이자 “함정”이며 그래서 늘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집에는 여러 화가와 시인 작가들이 시적 주체로 소환되고 있다. 이들 예인의 삶은 쇄말한 일상에 함몰된 평균인의 경우와 다르다. 남다른 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함께 향유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이들이 역사와 세계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 같은 존재인 탓도 클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들 또한 “굴신의 생”을 영위한다. 김 시인은 이들이 산 “삐걱대는 세상과 삶”의 의미와 값을 웅숭깊게 짚어본다. 또 그는 그동안 여러 편 장시 작품을 통해 예인의 삶과 그 의미를 천착해 오지 않았는가.”
-홍신선 (시인·전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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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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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향유한 예인을 소환하는 시인
시인 김윤배의 작품에는 힘과 서슬이 서 있다. 시인의 문장은 짧으면서 정언 형식을 취하고 있어 종종 숨 가쁜 육성처럼 느껴진다. 이 정언 형식의 단문들은 은유, 그것도 컨시트의 틀을 대부분 갖췄다. 여기서 우리는 말의 폭력적 결합에 따른 서슬을 맛본다. 또한, 김윤배의 힘은 광활한 시적 공간에서 비롯한다. 제주의 차귀도에서 백두고원, 카스피해,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드는 시적 주체의 공간이동은 미지에 대한 답사 겸 확인일 터이다. 곧 도처의 세계와 삶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이들 공간에서 견문하고 확인한 것은 세상이 "거짓으로 지어진 거대한 집"이자 "함정"이며 그래서 늘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집에는 여러 화가와 시인 작가들이 시적 주체로 소환되고 있다. 이들 예인의 삶은 쇄말한 일상에 함몰된 평균인의 경우와 다르다. 남다른 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함께 향유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이들이 역사와 세계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 같은 존재인 탓도 클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들 또한 "굴신의 생"을 영위한다. 김 시인은 이들이 산 "삐걱대는 세상과 삶"의 의미와 값을 웅숭깊게 짚어본다. 또 그는 그동안 여러 편 장시 작품을 통해 예인의 삶과 그 의미를 천착해 오지 않았는가."
-홍신선 (시인·전 동국대 교수)
시 「몽환의 파버카스텔」 속에서, 몸에서 건져 올린 흰 뼈에 천착하는 시인의 생은 미시적(재생산과 다른 의미로)으로 확장된다. 이 뼈는 고흐의 파버카스텔과 다르지 않다. 고흐가 사용하던 이 스케치용 연필은 자신의 몸에서 뜯어낸 뼈로 재구성한 발명이다. 시의 전반부이자 외부는 고흐를 고뇌로 이끌어준 현실의 생(구두에서 파버카스텔까지)이 고흐 자신의 회화와 일치한다는 인식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과 문학을 합일하려는 시인의 의지에서 출발하고 있다. 평생 자신을 벼리며 자신의 영혼을 절차탁마하는 사람의 좌표가 닮아가는 소이연이기도 하다. 시의 후반부이자 시의 내면은 '흰 뼈'라는 질서를 감싸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 이미지처럼 흰 뼈는 고통에서 돌올하여 고통을 환기하면서 신성을 통과하려는 상징계이다. 따라서 「몽환의 파버카스텔」이라는 시는 화가와 시인에게 세계와 고뇌들은 어떻게 각인되었냐는 점을 발화시킨다. 화가가 방황했던 대지·바람·늪지는 시인에게 와서 시간·구릉·묘역으로 대치된다. 「몽환의 파버카스텔」은 고흐와 자신을 병렬시키면서 일생을 가열시키는 생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몽환의 파버카스텔, 미지의 '심연'은 외관상 단순한 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생을 삼켜야 하는 예술가의 정화일 수밖에 없다.
그의 낡은 구두를 네가 기억한다면 그는 어떤 어둠으로 너를 데리고 갔을까
네가 지나간 자리마다 실핏줄처럼 살아나는 고뇌의 흔적이 대지거나 바람이거나 늪지인 것을 알았다면 그는 어느 가슴에 낡은 구두를 걸어두고 싶었을까 그의 퀭한 눈빛과 솟아오른 광대뼈와 날카로운 턱선을 더듬어 나가다 잠시 멈추고 생각 깊던 네가, 흔들리는 불빛 너머 먼 산맥을 짚다 툭 부러지는 죽음을 알았다면, 너는 그의 영혼을 울어준 파버카스텔이겠다
몽환의 파버카스텔, 미지의 심연이여
내 파버카스텔은 나의 흰 뼈다 흰 뼈가 내 낡아가는 시간을 읽고 구릉의 침묵을 읽고 여름 햇살 챙챙한 묘역을 읽었다 묘역에 남아있는 노래는 슬프지 않았다 흰 뼈는 호수의 물결이 바람을 닮아가는 걸 보았다 흰 뼈는 산맥을 태운 오래된 재였거나 무수한 등줄기를 몸속에 세워준 젊은 날의 고뇌다
-「몽환의 파버카스텔」 전문
드가의 그림은 습작 데상이지만 완성된 작품보다 더 발칙하고 맹렬하다. 그림 속 "여인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을 소망했"다는 진술은 회한과 동경의 언술이다. "생애를 생략할 수 없었던 드가는 여인의 목을 생략"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문맥을 따라간다면 생애를 표현하고 목을 생략한 것이다. 일상의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의 생략이야말로 더 절실하지 않은가. 아니면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을 상상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놀라움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면 이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 "목 없는 여인의 숨소리는 힘겹게 건너는 육신의 강이었다"라는 구절을 본다면 그것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수긍해야 하는 목의 결핍의 상상력이다. 마지막 부분, 목 없는 여인의 목 위에 '바벨탑'이 올려져서 목을 대신하고 있다는 강렬함은 냉소적이긴 하지만 득의의 풍경이다.
드가의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은 목이 없다
여인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을 소망했을 것이고 그날도 비가 내렸을지 모른다 치맛자락의 섬세한 주름은 습한 마음의 우수다 생애를 생략할 수 없었던 드가는 여인의 목을 생략했을 것이고 여인은 목 없는 전경을 악마의 필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상의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을 생략했으므로 여인은 섬세한 치맛주름 속에 한탄을 숨겨 수직의 벽면을 살았을 것이고 떠나고 싶었을 여인은 뜨거운 숨소리를 새겨 수십 년이었을 것이다
목 없는 여인의 숨소리는 힘겹게 건너는 육신의 강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의 살아 있는 치맛주름이 마음의 협곡이었다
여왕 뒤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벨탑이 여인의 목이었으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 전문
도형의 윤곽에서 내면과 비애를 호출하는 심미안
붉었던 시간이 있다 그때마다 종이학을 접었다 종이학은 밤마다 날아올라 하늘을 덮었다 붉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붉은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벗고 밖으로 나갔다 그림자는 검게 변했다 내가 떠나자 더 검어졌다
몽유거나 발광이었다 거대한 묘비들은 침묵의 도시를 만들고 유령들은 밤을 기다린다 밤은 낮은 북소리처럼 죽은 자들의 비어 있는 뼈를 울며 온다 어둠보다 낮은 노래가 도시의 문을 두드린다 지하철이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질주한다 도시는 새벽과 밤이, 남자와 여자가,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의 띠로 이어져 있다 나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
흙이고 물이다, 붉거나 검거나
고뇌의 마지막은 붉은 혼돈이다 붉은 지평선의 성근 페인팅에 마음을 던진다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를 구분 짓는 흰 여백은 영혼의 계단이다 생성이며 소멸이고 생명이며 죽음인 마지막 붉은 화폭, 누구도 쉬이 떠나지 못한다 나는 가슴을 뜯다 돌아서고 다시 가슴을 뜯는다 붉은 하늘에,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번진다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전문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작업을 소재로 한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시편에 모리스 메를르퐁티의 '살La Chair 존재론'이라는 감각의 환대가 있다. 다만 시인의 환대가 부재와 거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붉었던 시간에 접는 종이학은 따라서 붉음에서 탄생했거나 붉음을 박차려는 붉음의 진화이다. 이 진화의 궁금증은 결국 순환의 섭리를 따라 화자인 '나'는 붉은 그림자이고 만다. 내가 없는 그림자를 보라. 결국 그림자는 검은색, 붉은색의 맞은편이다. 그때 검은색은 붉은색을 탈피하려는 몸짓 이상이다. 그리고 생활에서 붉음과 검음의 접촉, 이별, 괴로움의 독해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생을 스스로 잘라서 만나는 자신의 단면이다. 자신을 포함해서 세계는 "흙이고 물이다, 붉거나 검거나", 흙의 시간은 혼돈이지만 흰 여백을 포함한 세계이다. 따라서 종이학으로 드러나는 영혼을 포함해서 세계는 어쩔 수 없이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번질 수밖에 없다. 그게 생명을 지닌 것들의 운명이다. 시의 이해를 위해서 러시아 사람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추구한 추상주의는 '혼돈' 같은 흐릿한 사각형의 구도와 단순한 색상의 조합이었다. 거대한 화폭 위의 사각형은 불안과 우울의 표징이다. 그 사각형을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파악한 시인의 시선이 있다. 따라서 붉음과 검음은 생이라는 사각형에 가득 채운 생의 갈등이다. 그 기호들은 「모노크롬의 언어들」에서도 동일 세계관을 공유한다.
캔버스를 단색의 네모들로 채운다
사방으로 닫히고 열리는 네모는 세상의 환유다
네모 안에 네모를, 네모 밖에 네모를 세워
무한 지평을 열어간다
세상은 온갖 색들로 연옥이었고 출구는 없었다
색을 찾아 헤매는 동안 화폭 가득하던 말들은 죽어갔다
캔버스는 공허해지고 세상은 어둡고 차가웠다
산다는 게 얼마나 단순한 건지 깨닫지 못했던 날들은 시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캔버스를 고령토로 채우게 된 것은 우연이다
우연은 고통스런 사유의 인대였다
고령토를 말려 균열을 만들고 균열 위에 물감을 바르고 바른 다음 떼어내고 하는 지루한 반복은 생의 위험한 실현이다
그렇게 실현된 생은, 모노크롬의 언어를 얻고 버려진다
-「모노크롬의 언어들」 전문
세잔느가 바라본 사물들이 모두 기호화되고 도형화되면서 피카소 입체화의 기초를 열어준 것처럼 화가 정상화의 작업은 세계를 단색의 네모로 압축시킨다. "네모 안에 네모를, 네모 밖에 네모를" 세우는 무한 지평의 방식은 무늬의 상상력이다. 언젠가 무늬의 성찰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거치 무늬, 격자 무늬, 결뉴 무늬, 궐수 무늬, 귀면 무늬, 기봉 무늬, 길상 무늬, 능삼 무늬, 무늬의 이름을 발음해보자. 무늬라는 애도를 통해서 천천히 그를 위로했으리"라는 것은 무늬를 처음 시도한 사람에 대한 공감각이다. 모노크롬의 무늬들은 결국 "고령토를 말리고 균열을 만들고 균열 위에 물감을 바르고 / 바른 다음 떼어내고 하는 지루한 반복은 생의 위험한 실현이다"라는 선언을 얻는다. "지루한 반복"이란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색의 네모라 불리는 세상은 지루한 반복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성이며 소멸이고 생명이며 죽음"의 세상이다.
시인의 언어는 성실하면서 가파르고 진행형이라는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다. 사물의 윤곽에서 내면과 비애를 호출하고, 그 통로에 자신의 시적 행로를 동행하는 심미안에 김윤배의 특이점이 있다. "시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법적 기능이 있다. 시에는 어떤 마법성이 있어 독자를 중독에 이르게 할까. 시에는 즐거움, 즉 쾌락의 마법성이 있고 세상의 사물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인식의 마법성이 있으며 독자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구원의 마법성이 있다."(김윤배, 「시의 마법성 혹은, 마법성의 시」, 『언약, 아름다웠다』, 현대시학사, 2021)
시인 김윤배의 작품에는 힘과 서슬이 서 있다. 시인의 문장은 짧으면서 정언 형식을 취하고 있어 종종 숨 가쁜 육성처럼 느껴진다. 이 정언 형식의 단문들은 은유, 그것도 컨시트의 틀을 대부분 갖췄다. 여기서 우리는 말의 폭력적 결합에 따른 서슬을 맛본다. 또한, 김윤배의 힘은 광활한 시적 공간에서 비롯한다. 제주의 차귀도에서 백두고원, 카스피해, 우즈베키스탄을 넘나드는 시적 주체의 공간이동은 미지에 대한 답사 겸 확인일 터이다. 곧 도처의 세계와 삶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이들 공간에서 견문하고 확인한 것은 세상이 "거짓으로 지어진 거대한 집"이자 "함정"이며 그래서 늘 "삐걱"댄다는 사실이다.
"이번 시집에는 여러 화가와 시인 작가들이 시적 주체로 소환되고 있다. 이들 예인의 삶은 쇄말한 일상에 함몰된 평균인의 경우와 다르다. 남다른 창조적 고뇌와 성취를 함께 향유하기 때문이다. 달리는 이들이 역사와 세계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 같은 존재인 탓도 클 것이다, 그렇긴 해도 이들 또한 "굴신의 생"을 영위한다. 김 시인은 이들이 산 "삐걱대는 세상과 삶"의 의미와 값을 웅숭깊게 짚어본다. 또 그는 그동안 여러 편 장시 작품을 통해 예인의 삶과 그 의미를 천착해 오지 않았는가."
-홍신선 (시인·전 동국대 교수)
시 「몽환의 파버카스텔」 속에서, 몸에서 건져 올린 흰 뼈에 천착하는 시인의 생은 미시적(재생산과 다른 의미로)으로 확장된다. 이 뼈는 고흐의 파버카스텔과 다르지 않다. 고흐가 사용하던 이 스케치용 연필은 자신의 몸에서 뜯어낸 뼈로 재구성한 발명이다. 시의 전반부이자 외부는 고흐를 고뇌로 이끌어준 현실의 생(구두에서 파버카스텔까지)이 고흐 자신의 회화와 일치한다는 인식에서,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과 문학을 합일하려는 시인의 의지에서 출발하고 있다. 평생 자신을 벼리며 자신의 영혼을 절차탁마하는 사람의 좌표가 닮아가는 소이연이기도 하다. 시의 후반부이자 시의 내면은 '흰 뼈'라는 질서를 감싸고 있다. 고흐의 해바라기 이미지처럼 흰 뼈는 고통에서 돌올하여 고통을 환기하면서 신성을 통과하려는 상징계이다. 따라서 「몽환의 파버카스텔」이라는 시는 화가와 시인에게 세계와 고뇌들은 어떻게 각인되었냐는 점을 발화시킨다. 화가가 방황했던 대지·바람·늪지는 시인에게 와서 시간·구릉·묘역으로 대치된다. 「몽환의 파버카스텔」은 고흐와 자신을 병렬시키면서 일생을 가열시키는 생에 대해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몽환의 파버카스텔, 미지의 '심연'은 외관상 단순한 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생을 삼켜야 하는 예술가의 정화일 수밖에 없다.
그의 낡은 구두를 네가 기억한다면 그는 어떤 어둠으로 너를 데리고 갔을까
네가 지나간 자리마다 실핏줄처럼 살아나는 고뇌의 흔적이 대지거나 바람이거나 늪지인 것을 알았다면 그는 어느 가슴에 낡은 구두를 걸어두고 싶었을까 그의 퀭한 눈빛과 솟아오른 광대뼈와 날카로운 턱선을 더듬어 나가다 잠시 멈추고 생각 깊던 네가, 흔들리는 불빛 너머 먼 산맥을 짚다 툭 부러지는 죽음을 알았다면, 너는 그의 영혼을 울어준 파버카스텔이겠다
몽환의 파버카스텔, 미지의 심연이여
내 파버카스텔은 나의 흰 뼈다 흰 뼈가 내 낡아가는 시간을 읽고 구릉의 침묵을 읽고 여름 햇살 챙챙한 묘역을 읽었다 묘역에 남아있는 노래는 슬프지 않았다 흰 뼈는 호수의 물결이 바람을 닮아가는 걸 보았다 흰 뼈는 산맥을 태운 오래된 재였거나 무수한 등줄기를 몸속에 세워준 젊은 날의 고뇌다
-「몽환의 파버카스텔」 전문
드가의 그림은 습작 데상이지만 완성된 작품보다 더 발칙하고 맹렬하다. 그림 속 "여인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을 소망했"다는 진술은 회한과 동경의 언술이다. "생애를 생략할 수 없었던 드가는 여인의 목을 생략"했다고 시인은 고백한다. 문맥을 따라간다면 생애를 표현하고 목을 생략한 것이다. 일상의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의 생략이야말로 더 절실하지 않은가. 아니면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을 상상한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놀라움이라는 생각에 도달한다면 이 부분에 공감할 수 있다. "목 없는 여인의 숨소리는 힘겹게 건너는 육신의 강이었다"라는 구절을 본다면 그것은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까지 수긍해야 하는 목의 결핍의 상상력이다. 마지막 부분, 목 없는 여인의 목 위에 '바벨탑'이 올려져서 목을 대신하고 있다는 강렬함은 냉소적이긴 하지만 득의의 풍경이다.
드가의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은 목이 없다
여인은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목을 소망했을 것이고 그날도 비가 내렸을지 모른다 치맛자락의 섬세한 주름은 습한 마음의 우수다 생애를 생략할 수 없었던 드가는 여인의 목을 생략했을 것이고 여인은 목 없는 전경을 악마의 필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상의 입술과 눈과 귀와 표정을 생략했으므로 여인은 섬세한 치맛주름 속에 한탄을 숨겨 수직의 벽면을 살았을 것이고 떠나고 싶었을 여인은 뜨거운 숨소리를 새겨 수십 년이었을 것이다
목 없는 여인의 숨소리는 힘겹게 건너는 육신의 강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의 살아 있는 치맛주름이 마음의 협곡이었다
여왕 뒤에서는, 보이지 않는 바벨탑이 여인의 목이었으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 전문
도형의 윤곽에서 내면과 비애를 호출하는 심미안
붉었던 시간이 있다 그때마다 종이학을 접었다 종이학은 밤마다 날아올라 하늘을 덮었다 붉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붉은 그림자였다 그림자를 벗고 밖으로 나갔다 그림자는 검게 변했다 내가 떠나자 더 검어졌다
몽유거나 발광이었다 거대한 묘비들은 침묵의 도시를 만들고 유령들은 밤을 기다린다 밤은 낮은 북소리처럼 죽은 자들의 비어 있는 뼈를 울며 온다 어둠보다 낮은 노래가 도시의 문을 두드린다 지하철이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질주한다 도시는 새벽과 밤이, 남자와 여자가, 시작과 끝이 뫼비우스의 띠로 이어져 있다 나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있다
흙이고 물이다, 붉거나 검거나
고뇌의 마지막은 붉은 혼돈이다 붉은 지평선의 성근 페인팅에 마음을 던진다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를 구분 짓는 흰 여백은 영혼의 계단이다 생성이며 소멸이고 생명이며 죽음인 마지막 붉은 화폭, 누구도 쉬이 떠나지 못한다 나는 가슴을 뜯다 돌아서고 다시 가슴을 뜯는다 붉은 하늘에,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번진다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전문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작업을 소재로 한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시편에 모리스 메를르퐁티의 '살La Chair 존재론'이라는 감각의 환대가 있다. 다만 시인의 환대가 부재와 거절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붉었던 시간에 접는 종이학은 따라서 붉음에서 탄생했거나 붉음을 박차려는 붉음의 진화이다. 이 진화의 궁금증은 결국 순환의 섭리를 따라 화자인 '나'는 붉은 그림자이고 만다. 내가 없는 그림자를 보라. 결국 그림자는 검은색, 붉은색의 맞은편이다. 그때 검은색은 붉은색을 탈피하려는 몸짓 이상이다. 그리고 생활에서 붉음과 검음의 접촉, 이별, 괴로움의 독해를 만나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생을 스스로 잘라서 만나는 자신의 단면이다. 자신을 포함해서 세계는 "흙이고 물이다, 붉거나 검거나", 흙의 시간은 혼돈이지만 흰 여백을 포함한 세계이다. 따라서 종이학으로 드러나는 영혼을 포함해서 세계는 어쩔 수 없이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번질 수밖에 없다. 그게 생명을 지닌 것들의 운명이다. 시의 이해를 위해서 러시아 사람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가 추구한 추상주의는 '혼돈' 같은 흐릿한 사각형의 구도와 단순한 색상의 조합이었다. 거대한 화폭 위의 사각형은 불안과 우울의 표징이다. 그 사각형을 붉은 하늘과 붉은 대지에 검은 피가 흐르는 모습으로 파악한 시인의 시선이 있다. 따라서 붉음과 검음은 생이라는 사각형에 가득 채운 생의 갈등이다. 그 기호들은 「모노크롬의 언어들」에서도 동일 세계관을 공유한다.
캔버스를 단색의 네모들로 채운다
사방으로 닫히고 열리는 네모는 세상의 환유다
네모 안에 네모를, 네모 밖에 네모를 세워
무한 지평을 열어간다
세상은 온갖 색들로 연옥이었고 출구는 없었다
색을 찾아 헤매는 동안 화폭 가득하던 말들은 죽어갔다
캔버스는 공허해지고 세상은 어둡고 차가웠다
산다는 게 얼마나 단순한 건지 깨닫지 못했던 날들은 시간 속으로 스며들었다
캔버스를 고령토로 채우게 된 것은 우연이다
우연은 고통스런 사유의 인대였다
고령토를 말려 균열을 만들고 균열 위에 물감을 바르고 바른 다음 떼어내고 하는 지루한 반복은 생의 위험한 실현이다
그렇게 실현된 생은, 모노크롬의 언어를 얻고 버려진다
-「모노크롬의 언어들」 전문
세잔느가 바라본 사물들이 모두 기호화되고 도형화되면서 피카소 입체화의 기초를 열어준 것처럼 화가 정상화의 작업은 세계를 단색의 네모로 압축시킨다. "네모 안에 네모를, 네모 밖에 네모를" 세우는 무한 지평의 방식은 무늬의 상상력이다. 언젠가 무늬의 성찰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거치 무늬, 격자 무늬, 결뉴 무늬, 궐수 무늬, 귀면 무늬, 기봉 무늬, 길상 무늬, 능삼 무늬, 무늬의 이름을 발음해보자. 무늬라는 애도를 통해서 천천히 그를 위로했으리"라는 것은 무늬를 처음 시도한 사람에 대한 공감각이다. 모노크롬의 무늬들은 결국 "고령토를 말리고 균열을 만들고 균열 위에 물감을 바르고 / 바른 다음 떼어내고 하는 지루한 반복은 생의 위험한 실현이다"라는 선언을 얻는다. "지루한 반복"이란 구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단색의 네모라 불리는 세상은 지루한 반복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성이며 소멸이고 생명이며 죽음"의 세상이다.
시인의 언어는 성실하면서 가파르고 진행형이라는 아포리즘으로 가득 차 있다. 사물의 윤곽에서 내면과 비애를 호출하고, 그 통로에 자신의 시적 행로를 동행하는 심미안에 김윤배의 특이점이 있다. "시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마법적 기능이 있다. 시에는 어떤 마법성이 있어 독자를 중독에 이르게 할까. 시에는 즐거움, 즉 쾌락의 마법성이 있고 세상의 사물들을 새롭게 인식하는 인식의 마법성이 있으며 독자를 구원에 이르게 하는 구원의 마법성이 있다."(김윤배, 「시의 마법성 혹은, 마법성의 시」, 『언약, 아름다웠다』, 현대시학사, 2021)
목차
목차
1. 몽환의 파버카스텔
새 떼는 강진 먼 바다로 진다 ______ 12
몽환의 파버카스텔 ______ 13
의자의 명상 ______ 15
인턴 사원 ______ 17
나무 십자가 ______ 19
모노크롬의 언어들 ______ 21
몰락에 대한 경배 ______ 23
거식증을 앓는 산맥 ______ 25
질문 ______ 27
유빈가든 ______ 29
조로아스터의 제물 ______ 31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______ 32
죄가 아름다운 이유 ______ 34
고성에 울음 비끼다 ______ 35
함정 ______ 36
시인들의 무덤 ______ 38
아버지의 이름으로 ______ 40
칼끝의 심연 ______ 42
2. 배티 성지에는 사람의 길이 있다
도도의 정원 ______ 46
배티 성지에는 사람의 길이 있다 ______ 47
일상, 그 깊은 슬픔 ______ 48
비내섬 ______ 50
꽃잎 ______ 52
선착장 골목 ______ 53
눈 ______ 54
마지막 한 잎 ______ 55
찰나와 영겁 ______ 56
수거되는 기억들 ______ 57
서간을 읽을수 없는 봄날 ______ 58
착란의 이미지 ______ 59
슬픔은 피를 머금고 있다 ______ 60
언젠가는 베링해협을 향해 날아오를 ______ 61
노각나무의 백년 ______ 62
아, 이 풍경 ______ 63
꽃뱀 ______ 64
니제르강 어딘가에서 해가 진다 ______ 65
3. 산사에서 흰 손가락을 보다
아야진항의 동화 ______ 68
시인과 살모사 ______ 69
객지 ______ 70
소읍의 양장점 ______ 71
산사에서 흰 손가락을 보다 ______ 73
광장은 비어 있다 ______ 74
자폐의 계절 ______ 75
비공신화 ______ 77
카페 JJ ______ 79
밀어 ______ 80
지붕 위의 지붕들 ______ 81
해국海菊으로 가는 길 ______ 82
소리는 내 귀의 감옥이다 ______ 84
불꽃 ______ 86
복병 ______ 87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 ______ 88
사마르칸트의 동백 ______ 90
4. 천사와 그늘
응시 ______ 92
늪 ______ 94
쑥부쟁이 평전 ______ 95
천사와 그늘 ______ 96
시詩의 아리바다 ______ 97
비탈 ______ 98
밀교의 계곡 ______ 99
필사의 도마뱀은 없다 ______ 100
오류 ______ 101
밤은 사람이 무겁다 ______ 102
주검을 유적이라고 쓰는 숲 ______ 103
폭설과 고요 ______ 104
채색 깃의 새 한 마리 ______ 105
봄은 청옥 빛이다 ______ 107
군산 ______ 109
피반령 ______ 111
┃해설┃송재학(시인)
그늘에도 피가 있다는 말 ______ 113
새 떼는 강진 먼 바다로 진다 ______ 12
몽환의 파버카스텔 ______ 13
의자의 명상 ______ 15
인턴 사원 ______ 17
나무 십자가 ______ 19
모노크롬의 언어들 ______ 21
몰락에 대한 경배 ______ 23
거식증을 앓는 산맥 ______ 25
질문 ______ 27
유빈가든 ______ 29
조로아스터의 제물 ______ 31
붉은, 검은 그리고 붉은 ______ 32
죄가 아름다운 이유 ______ 34
고성에 울음 비끼다 ______ 35
함정 ______ 36
시인들의 무덤 ______ 38
아버지의 이름으로 ______ 40
칼끝의 심연 ______ 42
2. 배티 성지에는 사람의 길이 있다
도도의 정원 ______ 46
배티 성지에는 사람의 길이 있다 ______ 47
일상, 그 깊은 슬픔 ______ 48
비내섬 ______ 50
꽃잎 ______ 52
선착장 골목 ______ 53
눈 ______ 54
마지막 한 잎 ______ 55
찰나와 영겁 ______ 56
수거되는 기억들 ______ 57
서간을 읽을수 없는 봄날 ______ 58
착란의 이미지 ______ 59
슬픔은 피를 머금고 있다 ______ 60
언젠가는 베링해협을 향해 날아오를 ______ 61
노각나무의 백년 ______ 62
아, 이 풍경 ______ 63
꽃뱀 ______ 64
니제르강 어딘가에서 해가 진다 ______ 65
3. 산사에서 흰 손가락을 보다
아야진항의 동화 ______ 68
시인과 살모사 ______ 69
객지 ______ 70
소읍의 양장점 ______ 71
산사에서 흰 손가락을 보다 ______ 73
광장은 비어 있다 ______ 74
자폐의 계절 ______ 75
비공신화 ______ 77
카페 JJ ______ 79
밀어 ______ 80
지붕 위의 지붕들 ______ 81
해국海菊으로 가는 길 ______ 82
소리는 내 귀의 감옥이다 ______ 84
불꽃 ______ 86
복병 ______ 87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여인 ______ 88
사마르칸트의 동백 ______ 90
4. 천사와 그늘
응시 ______ 92
늪 ______ 94
쑥부쟁이 평전 ______ 95
천사와 그늘 ______ 96
시詩의 아리바다 ______ 97
비탈 ______ 98
밀교의 계곡 ______ 99
필사의 도마뱀은 없다 ______ 100
오류 ______ 101
밤은 사람이 무겁다 ______ 102
주검을 유적이라고 쓰는 숲 ______ 103
폭설과 고요 ______ 104
채색 깃의 새 한 마리 ______ 105
봄은 청옥 빛이다 ______ 107
군산 ______ 109
피반령 ______ 111
┃해설┃송재학(시인)
그늘에도 피가 있다는 말 ______ 113
저자
저자
김윤배
194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시집 『겨울 숲에서』(1986, 열음사), 『떠돌이의 노래』(1990, 창작과비평사), 『강 깊은 당신 편지』(1991, 문학과지성사), 『굴욕은 아름답다』(1994, 문학과지성사),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1997, 문학과지성사),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1999, 세계사), 『부론에서 길을 잃다』(2001, 문학과지성사),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2007, 문학과지성사), 『바람의 등을 보았다』(2012, 창비),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2019, 휴먼북스), 『언약, 아름다웠다』(2021, 현대시학사) 장시집 『사당 바우덕이』(2004, 문학과지성사), 『시베리아의 침묵』(2013, 문학과지성사), 『저, 미치도록 환한 사내』(2021, 휴먼북스) 산문집 『시인들이 풍경』(2000, 문학과지성사),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2004, 작가) 평론집 『김수영 시학』(2014, 국학자료원)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2001, 산하), 『두노야 힘내』(2010, 푸른책들)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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