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블루(문학 세계 현대 시선집 197)
1994년 《영남일보》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여성시인 김현옥의 세 번째 시집『그랑 블루』.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주와 자연, 어머니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순진무구한 언어로 그려내는 그의 시편들은 꾸밈없이 담백하면서도 절제와 무위의 미학으로 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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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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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으로 얼룩진 세속을 뛰어넘는 '염화미소'의 꿈꾸기
우주와 자연, 이웃에 대한 사랑과 천진난만한 감성의 시
1994년 《영남일보》와 199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여성시인 김현옥의 세 번째 시집이 문학세계사에서 발간되었다.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주와 자연, 어머니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순진무구한 언어로 그려내는 그의 시편들은 꾸밈없이 담백하면서도 절제와 무위의 미학으로 갈무리된다.
김현옥 시인은 교직을 20년 만에 과감하게 그만두고, 오로지 시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이다. 시인은 천진한 어린애와도 같이 통통 튀는 어법을 지니고 있지만, 그 무게와 용단이 예사롭지 않으며, 삶에 대한 철학도 완강하다. 그녀는 자신의 시 「모놀로그 2」에 표현하고 있듯이, 자신의 삶을 "간절히 읽어주길 바라는 책"에 비유하는가 하면, 그 "깊은 행간의 뜻까지 읽어"주기를 곡진하게 소망한다. 더구나 그 '무위'와의 동행은 "어둠 속 여러 갈래 생각의 길 위로/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마음의 차들"(「명상 입문」)과 마주칠 때도 없지 않겠지만, "적막이 와도 도망가지 않는다/ 배반이 와도 화해하고 악수한다/ 절망이 와도 비탄의 벽을 쳐대진 않는다"(「무위와의 동거」)는 완강한 결의로 무장되어 있다.
1. 마음의 우물에 드리워지는 두레박, 어머니!
「어머니」에 그려져 있듯이, 김현옥 시인은 온몸으로, 온 가슴으로, 온 영혼으로 어머니를 껴안는다. 어머니는 자신을 낳아 "골수마저 대접"하고, "지극정성으로 사랑으로 공양"해 왔으며, "모든 사랑 가없이 내어주며/ 천지신명께 기도"하는 '전형적인 모성'의 은혜 때문이다. "엎드려 합장하며 온 영혼으로 절"을 하는 대상은 자신의 어머니만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향해서다. 그야말로 지극한 '어머니 예찬'과 '감사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노모는 아직도 혼자 사는 늙은 딸에게/ 젖을 먹이신다, 아가야 배고프지?"라는 시구에 절절이 드러나며 "언제라도 젖을 물릴 태세"인 어머니에게 "엄마, 이젠 제가 엄마에게 젖을 줄 차례예요"(「엄마젖」)라며 이젠 어머니에게 되갚아드릴 자신의 사랑을 준비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순정으로
자신의 젖을 언제라도 허기진 입에 물리는 것
-- 「엄마 젖」 부분
사랑은 '순정으로 자신의 젖을 물리는 것'이므로 이젠 딸이 어머니에게 젖을 주고 싶다는 건 어머니의 순정과 딸의 순정이 '하나로 포개어짐'으로, 모녀간의 '사랑'을 넘어 '참사랑'의 의미까지 되새겨보게 한다.
「초파일」이라는 시에도 "칠흑 같은 생 뒤척이던 어머니와 손잡고/ 서른아홉의 나, 어린애처럼 폴폴"댄다고 적어놓았다. 어머니는 "생의 막막한 들판에 들꽃" 같은 존재이며, "생의 연등 켜 드시고 진흙 속의 나"를 향해 도리어 "네가 나의 연꽃이니 나의 진흙이 웃는" 존재로 칭송되고 있다. 그런 어머니를 향한 딸의 마음자리는 더더욱 아름답다. "다음 생에라도 나의 진흙에 내 어머니 연꽃으로 피어나면/ 나, 내 어머니 꽃잎 위에 글썽이는 순한 아침 햇살이고 싶네"라는 대목이 그 한 예다.
또한 일상에서도 시인은 어머니 생각을 잊지 않는다. 밥을 짓기 위해 쌀을 씻으면서는 쌀과 자신을 겹쳐 들여다보면서 자연과 쌀과의 함수관계, 자신과 어머니와의 연결고리를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쌀을 씻으면서
한 톨의 쌀을 잉태하기 위해
퍼부어진 햇빛과 바람과 비의 사랑을
어머니 대지의 인내와 헌신을
어느 생애의 땀과 고통을
느릿느릿 점자처럼 읽는다
-- 「쌀을 씻으면서」 부분
2. '꽃'으로 피어나고 '음악'으로 흐르는 삶의 순간들
시인의 삶에는 '꽃'과 '음악'이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들이 삶을 영위하게 하는 중요한 활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삶이란 꽃에서 꽃으로 가는 길인데도/ 맹목의 욕망이 꽃을 놓쳐 버렸는지도 몰라"(「꽃!」)라는 구절에서 보듯, '꽃에서 꽃으로 가는 길'이 삶의 이상적인 모습인데, 사람들의 '맹목'과 '욕망'이 그 '꽃'을 놓쳐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인은 이 같은 자성과 함께 사람들을 향해서도 "바쁘디바쁜 욕망의 바퀴들/ 어쩌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피어난 꽃들조차/ 그 바퀴에 치여 뭉개져 버렸을지도 몰라"(같은 시)라며, 비워냄과 내려놓음의 여유가 얼마나 소중한가도 내비친다.
다른 시 「꽃」에서도 화자는 '나'와는 다르게 '꽃'은 "웃음도 꿈도 울음도 아닌/ 화사한 무심의 얼굴"이며, 사람들의 "제멋대로의 눈"이 그 꽃을 보면서도 자신을 읽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무심"을 읽지 못한다고 일깨운다. 이어 시인은 그 꽃의 말을 새겨듣고 그 말을 전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꽃이 말했다,
나는 언제나 열려 있었지만
네 마음 닫혀 있어
너는 언제나 어둠 속의 씨앗
너는 여전히 불행
너는 여전히 고통
-- 「꽃이 말했다,」 부분
시인은 음악과의 어우러짐, 그 무늬와 빛깔들이 곧 삶의 모습이라는 시각도 보여준다. '나'와 '음악'은 마치 맞물린 톱니바퀴 같고, 동전의 앞뒷면과도 같이 한 몸이라는 인식의 소산이 아닐는지. '나'와 '음악'의 어우러짐은 밝음과 어둠, 빛과 그늘을 동시에 거느리는가 하면, 화음을 내기도 하고 불협화음을 빚기도 한다.
어떤 음악은 내 속으로 흘러와 그리운 길이 되고
꿈꾸는 산이 되고 건널 수 없는 강이 된다
어떤 음악은 내 밖으로 흘러가 기도하는 나무가 되고
침묵하는 섬이 되고 떠도는 구름이 된다
-- 「음악」 부분
목차
목차
음악
그는 시의 요리사
작시법
무정부주의자
어머니
초파일
꽃보다
엄마 젖
산은 산, 물은 물!
쌀을 씻으면서
거리의 삽화4
(당신!)
때가 되면
꽃!
꽃
꽃이 말했다,
말
2
짬뽕천국
타락천사
황금 새장
도시의 무인도
블랙홀
뻔뻔한
동상이몽
교육이라는 이름의
욕망의 공
참 이상한 시대
죽은 시인의 사회
난해의 진화
늙고 지루한 세월
공원 산책
뻐어엉!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줄
철없는 개나리
3
아웃사이더
목이 마르다
그것 참!
에트나
그랑 블루
나무
쉰
육보시
모놀로그 1
모놀로그 2
혼자 밥 먹으며
무위와의 동거
그래도 흰구름은
바람의 전설
뭉게구름편지
명상 입문
불후의 명곡
4
웃음 피리
바보의 궁금증
바보의 상책
바보의 메시지
바보의 태평농법
바보의 버스여행
우기농 채식
귀를 빌려주다
그냥,
허공
사소한
허공 한 접시
허공 속으로
느릿느릿, 그러나 쏜살같이
따스한 길
빈 의자
숟가락과 국맛
염화미소
해설. 이태수
염화미소, 그 다리 건너기의 꿈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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