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문학세계현대시선집 201)
이희옥 시집
이희옥의 시집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 이 시집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코 외면했던 오래 된 삶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빗소리 그친 저물녘》, 《상처 속에서 기다리는》, 《꽃을 그려 낸다》, 《작은 나무가 기억하는 노래》, 《이곳에서 오래 내다보지는 않으리라》 등 다양한 시를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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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슬픔과 아픔을 치유하는 이희옥 시인의 첫 시집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
1. 고통의 감정들을 따스한 사랑의 언어로 치환한 치유의 시
시집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은 이희옥 시인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고통의 감정들을 따스한 사랑으로 치환된 언어들을 통해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시집이다. 1986년에 발간된 도종환의 시집 『접시꽃 당신』은 1980년대라는 사회적 격변의 시대에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던 '보통사람'들의 허를 찔렀다. 암으로 투병 중인 젊은 부인의 죽음을 곁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겪어야 했던 한 남자의 진심어린 후회와 간절한 소망으로 절절한 순애보가 거칠 것이 없었던 거대 이념과 투쟁의 시대에 너나없이 나약한 인간이라는 색 바랜 증명사진을 꺼내 보여 준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의 망부가亡婦歌에 함께 울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2014년 겨울, 그때의 울림에 견줄 이희옥의 시집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이 출간되었다.
이 두 시집이 지닌 공통점은 소박하고 평범한 한 가정에 우연히 닥친 비극이 우리가 방심하고 있었던 익숙하고 오래 된 삶의 가치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우연이 도종환에게는 살아갈 날들에 대한 꿈에 부풀어 있었을 30대 초반의 나이에 갑자기 맞닥뜨린 '아내의 죽음'이었다면, 이희옥에게는 단란한 가정을 지키며 남편의 건강과 아이들의 교육에 힘써야 할 40대 주부에게 느닷없이 다가온 '파산' 그리고 '이별'이었다.
그러나 이희옥의 시가 도종환 시와 다른 점은 아내의 병사가 개인적이고 운명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이었다면, 가정의 붕괴는 사회적이고 경제적이며 인과적인 사건이라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하면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우리 사회의 화두가 온통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경제 성장과 사회 변혁에 쏠려 있을 때 우리가 간과한 상대적 가치를 드러냈다면, 이희옥의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은 그 성장과 변혁의 단꿈에 취해 미처 챙기지 못했던 '세계화'라는 강력하고 치열한 새로운 경쟁 체제의 쓴맛을 보게 한 이른바 'IMF 체제'와 '세계 금융 위기'로 상징되는 경제적 위기에서 비롯된 결과물이었다. 도종환은 "길을 걸어가다 갑자기 담벼락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걸 손으로 떠받치고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술회하고, 이희옥은 차라리 "아득한 갯벌도 없고 까맣게 꼬인 전깃줄도 없고 슬픔도 스며들지 않는 땅"(「마음 공부는 어떻게」)을 걷고 싶다고 토로한다.
이 같은 문학·사회학적 배경에서 도종환과 이희옥의 슬픔에 대처하는 자세는 달라진다. 도종환이 그 운명적 이별에 대해 화해, 용서, 참회라는 눈물 젖은 손수건을 꺼낸 반면 이희옥은 파산과 가정의 붕괴를 안겨 준 세상에 대해 감추었던 거친 분노의 뿔을 드러낸다. 그녀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가담한 적이 없으며, 경제적 파산의 실질적 주체도 아니었다. 그녀의 신분은 주부主婦였다.
2. 깊고 푸른 내면의 소리
이희옥 시인을 다시 추스르게 해준 것은 시였다. 시는 "생전 춤 못 추는 그녀"를 춤추게 하고, 그녀를 타인의 생각 곧 책의 세계로 이끈다. 이 일련의 행위는 분노와 미움, 죄의식, 뉘우침의 감정들을 자기 성장의 계기로 바꾸어 놓는 기제로 작용한다. 그녀의 사유 방식은 불행을 내면화한다는 점에서 헤세적이다. 이를 테면 싱클레어 같은, 혹은 싯다르타 같은.
이희옥 시인은 세상을 향해 "세상이 재밌다고 말하지 마라"고 절규하듯 외친다. 그러나 온건한 그녀의 자아는 곧 그 적들 속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마음이 철렁하고 누군가에 대한 자신의 분노가 큰 상처를 입은 자의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그 자성의 시간은 길고, 적막하다.
그녀는 비로소 "눈물 가득 실어오는 엄마의 나팔꽃 까만 씨"(「저 잠자리 떼」)도 잊고 "아름다운 어머니 뒤에서 꽃물을 나"르지 않는다. "어머니와 골똘히 마음 맞추려고"(「꽃물」) 애쓰지도 않는다. "휘파람 부는 아버지"(「일어서는 바람」)의 "곡조를 들으며 동네 어귀를 걷던/ 그 높은 언덕으로"(「내가 뒤뜰을 가질 때」) 오른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 자기만의 집을 짓는다. 그 집은 깊고 푸르다. 아니다. 아름답다.
이희옥 시인의 목소리는 잔잔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쾌하거나 달콤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앞으로 펼쳐 놓을 이야기에 흥미가 이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고, 현실적이며 일회적인 살아 있는 인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이미 자유를 얻지 않았는가. 어쩌면 그녀는 개인적인 슬픔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슬픔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3. 자연을 딛고 어둠의 속살마저 어루만지는, 공기처럼 투명한 사랑 노래
이희옥의 시는 자연을 딛고 있다. 이 자연스러운 삶의 자세가 자연스러운 시를 만들고 있다. 자연을 딛고 서는 그 찬란한 직립 의식이 자연을 딛고 사는 시인의 가슴으로 이어져 우주와 교감하며 진심으로 직립에서 기립의 정신으로 사물을 본다. 그리고 사뭇 떨리는 혼으로 자연을 쓴다. 서 있다고 다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이 함께하는 기립 정신이 자연을 품고 다사롭게 가슴으로 배어 오는 시가 이희옥의 시다. 나무 풀 별 구름 흙이 주는 안정감은 시의 행간까지 가득 메우는 풋풋함이 있다. 무당벌레가 날아간 공간까지 햇살로 채워지는 그의 시적 시선은 날카로우면서 지긋이 따뜻하다. 햇살의 밀도라고 하면 될까. 드디어 그는 어둠의 속살을 어루만지며 빗소리 멈추는 곳에서 세월의 저물녘을 보는 심미안을 시집 가득 채워 놓았다.
첫 시집 떨리는 만큼 사랑받으리. ―신달자(시인)
과연 공기 같은 투명한 사랑은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사랑이란 나를 열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행위다. 그런 사랑이 공기처럼 투명하다니. 그렇게 투명해서일까. 시적 주체는 어깨에 불꽃을 얹은 방울토마토 나무를, 풀숲 깊이 숨어 든 이슬들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뿐만 아니라 어린 눈 돋은 홀랑 벗은 나무도 새물새물 받아들인다. 이처럼 받아들인 타자들은 주로 자연물/현상들이다. 그것도 규모나 양에 있어서 일상 주변의 작은 것들이다. 이들 소소한 자연물과 생활을 이희옥 시인은 받아들여 껴안고 사랑한다. 곧, 그들의 의미, 값, 심미적 모습들을 발견하고 경탄하는 것이다. 왜 이들은 심미적인 존재들인가. 그것은 절망과 고통을 통과한 시라는 만신창이 들녘에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럴 터이다. 이 들녘에서 시인은 더 나아가 우리 사람들 속에다 무지개를 긋는다. 그것도 깜깜한 밤하늘에 긋는 아름다운 무지개! 이 공기처럼 투명한 시인의 남다른 사랑을 우리는 이번 시집의 시편들 곳곳에서 읽는다. ―홍신선(시인)
목차
목차
사람들 속에서 ----10
진흙자국 ---- 11
무당벌레 ---- 12
빗소리 그친 저물녘 ---- 13
산양 두 마리 ---- 4
오름공원 ---- 16
야당 맑은연못 성당 ---- 17
헛바람 ---- 19
토끼풀 ---- 21
저 잠자리 떼 ---- 22
마음의 공부는 어떻게 ---- 23
상처 속에서 기다리는 이 ---- 24
2
구름에 떠나듯이 ---- 26
길상사에서 ---- 28
여기서 바라보는 달빛 ---- 30
순례자 ---- 32
둥근 몸부림 ---- 34
해 질 때 ---- 35
7월, 무거운 돌 ---- 37
일어서는 바람 ---- 38
내가 뒤뜰을 가질 때 ---- 40
도토리 ---- 42
그 집 ---- 43
심양을 찾아서 ---- 45
신촌 블루스 ---- 47
꽃을 그려 낸다 ---- 48
3
꽃물 ---- 50
부드러움의 시간 ---- 52
구름의 뿌리 ---- 53
꽝꽝나무를 눌러 보세요 ---- 55
공중 ---- 56
방울토마토 ---- 58
춤을 못 추는 그녀 ---- 60
아침 눈 ---- 62
작전동 홈플러스 마트 앞에서 ---- 63
사막 ---- 64
해를 본다 ---- 66
희喜 ---- 67
어떤자리 ---- 68
한 잎 ---- 70
4
물의 노래 ---- 72
내가 본 산 ---- 74
길을 내다 ---- 76
호숫가로 나갔다 ---- 78
더 푸른 빛 ---- 79
작은 나무가 기억하는 노래 ---- 80
계단을 오르며 ---- 82
여울물 ---- 83
뿌리를 내리는 꽃그늘 ---- 85
그러니까, 이냐시오 로욜라 숲은 ---- 87
이곳에서 오래 내다보지는 않으리라 ---- 89
◇해설
나를 찾아 떠나는 '외진 사랑 노래' 이창기 시인 ---- 92
저자
저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수원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철학과 휴학.
2009년 《월간문학》시 신인상으로 등단.
현재 파주 한빛중학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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