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흐름(트랜스소시올로지 16)
대중과 계급의 정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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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발명되는 대중을 말한다!
대중과 계급의 정치사회학『대중과 흐름』. 사회구성체, 노마디즘, 불온함 등 낯설지만 날카로운 단어들을 표제어로 삼은 책들로 독자들의 사유 지평을 넓혀 주었던 철학자 이진경이 이번에는 ‘대중’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였다. ‘덩어리로서의 대중’ 관념을 거부하고, ‘흐름으로서의 대중’ 개념을 통해 대중의 정당한 위치를 복권시키고자 한다.
저자는 보다 근본적으로 대중의 ‘외부’적 성격을 토대로 랑시에르가 말한 '치안’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정치’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외부성을 통해 사유하는 정치, 아웃사이더를 통해 고찰하는 정의를 담고, 대중을 하나의 흐름으로서 우리가 현실 속에서 대면했고 그 속으로 말려들어 갔던 대중이란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외부성이란 개념을 통해 대중과 외부자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외부성이란 개념을 통해 정치 자체를 다시 사유한다.
대중과 계급의 정치사회학『대중과 흐름』. 사회구성체, 노마디즘, 불온함 등 낯설지만 날카로운 단어들을 표제어로 삼은 책들로 독자들의 사유 지평을 넓혀 주었던 철학자 이진경이 이번에는 ‘대중’이라는 단어에 주목하였다. ‘덩어리로서의 대중’ 관념을 거부하고, ‘흐름으로서의 대중’ 개념을 통해 대중의 정당한 위치를 복권시키고자 한다.
저자는 보다 근본적으로 대중의 ‘외부’적 성격을 토대로 랑시에르가 말한 '치안’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정치’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외부성을 통해 사유하는 정치, 아웃사이더를 통해 고찰하는 정의를 담고, 대중을 하나의 흐름으로서 우리가 현실 속에서 대면했고 그 속으로 말려들어 갔던 대중이란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외부성이란 개념을 통해 대중과 외부자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외부성이란 개념을 통해 정치 자체를 다시 사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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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회구성체, 노마디즘, 외부성, 코뮨주의, 불온함 등 낯설지만 날카로운 단어들을 표제어로 삼은 책들로 독자들의 사유 지평을 넓혀 주었던 철학자 이진경, 그가 이번에는 대중이라는 '오래된' 단어로 되돌아왔다. 그는 대체 왜 이 단어를, 이 개념을, 이 실체를 2012년의 대한민국에 소환해 낸 것일까? 그것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어 온 '덩어리로서의 대중' 관념을 거부하고, '흐름으로서의 대중' 개념을 통해 대중의 정당한 위치를 복권시키고자 함이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중의 '외부'적 성격을 토대로 랑시에르가 말한 '치안'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정치'를 재구축하고자 함이다.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대중들은 어떤 휘말림의 궤적을 그리게 될까? 어떤 '외부'가 이들을 움직이게 할까? 그리고 그 흐름이 그려 낼 한국 사회의 새 지형도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이 책 『대중과 흐름』은 대중에 대한 가장 정확한 비판과 가장 커다란 신뢰를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우리를 이러한 질문들 앞에 세울 것이다.
'대중', 그 오래된 이름의 새로운 사용법을 찾다!
이진경이 제시하는 '흐름으로서의 대중'론, 그리고 정치의 새로운 길!!
이번에는 '대중'이다. 사회구성체, 노마디즘, 외부성, 코뮨주의, 불온함 등 낯설지만 날카로운 단어들을 표제어로 삼은 책들로 독자들의 사유 지평을 넓혀 주었던 철학자 이진경, 그가 이 오래된 단어로 되돌아왔다. 역사를 추동하는 주체라는 긍정적 이미지든, 익명성 뒤에 숨어 다수의 힘에 기대어 행동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든 대중이라는 단어는 이미 진부해져 버렸고, 더 이상 대중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담론은 나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는 대체 왜 이 단어를, 이 개념을, 이 실체를 2012년의 대한민국에 소환해 낸 것일까?
대부분의 논자들은 대중을 일종의 '덩어리'(mass)로 파악한다. 그 역동성과 힘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그것은 고정된 실체('고체')였던 것이다. 몇 만의 인파가 모이는지, 몇 번의 클릭이 일어나는지, 혹은 그렇게 응집된 힘이 어떠한 가시적 성과를 올렸는지와 같은 익숙한 문법 속에서 읽히는 것은 암묵적으로 전제된 '덩어리로서의 대중' 관념과 그로부터 기대되는 스펙터클뿐이었다. 이진경은 이러한 대중관을 중지시키고자 한다. 가브리엘 타르드, 빌헬름 라이히, 들뢰즈와 가타리로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어느 시공간에서보다도 역동적인 대중이 빈번하게 출현했던 2000년대 한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가 본 것은 대중이 무엇보다도 유동하는 '흐름'('액체')이라는 점이다.
사실 '흐름으로서의 대중'이라는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외부성'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으면서 물리적으로 모여 있기만 한 이들은 결코 대중일 수 없다. 대중이란 공동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새롭게 발견하고 '외부'로 발을 내딛는 자들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내재되어 있던 '이탈의 벡터'를 통해 흘러넘치고 휘말려 드는 것, 그것이 대중의 진정한 본질이며, 그런 점에서 대중은 차라리 하나의 '현상'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대중을 복권시키려는 목적에서 쓰인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 책은 랑시에르가 말한 '치안'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정치'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치안의 외부, 질서의 외부, 체제의 외부, 주어진 삶의 방식의 외부"를 통해 정치를 사유하고, 이를 통해 정의(正義)를 끊임없이 갱신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곧 외부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한국의 사회와 정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2년 대선 정국,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이름으로 '간만에 대접 좀 받고 있는' 대중들은 어떤 휘말림의 궤적을 그리게 될까? 어떤 '외부'가 이들을 움직이게 할까? 그리고 그 흐름이 그려 낼 한국 사회의 새 지형도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현실정치가 어떻든 '대중'정치의 틀을 빌려 작동하고 있다면, 대중의 역량을 가감 없이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를 구동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 『대중과 흐름』은 대중에 대한 가장 정확한 비판과 가장 커다란 신뢰를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마땅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어디로든 흐를 수 있는 대중의 잠재성
월드컵의 함성이,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이, 대통령선거의 드라마가 전국을 뒤덮었던 2002년 이후, '대중'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해졌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의 힘을 빌려, "이전에는 혁명적인 정세나 혁명적 사건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가시화되던 대중이 지금은 그보다 훨씬 '작은' 사안들을 계기로, 아주 쉽게 출현"하게 된 것이다(5쪽). 기존 '대중'매체가 독점적으로 제공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정보들이 웹에서 만들어지고 공유되었고, 사람들은 광장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08년 촛불시위는 그 정점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어떤 피로감 혹은 불신이 '대중'을 보는 시선에 섞여 들어갔다. 보수의 눈에도 진보의 눈에도, 이들은 시끄럽거나 어리석거나 혹은 종국에는 무력해지고 마는 오합지졸로 점점 격하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분석하는 데 '대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이진경의 생각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대중이 되는가'이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역할에 충실한 한, 그들은 개체들의 집합일 뿐 '대중'이 될 수 없다(매스게임에 동원된 주민들을, 구호 속에나 존재하는 '노동자 대중'을 두고 대중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서, 옆에 함께-선 사람에 감응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감응의 전염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때, 우리는 그 흐름을 대중이라고 부를 수 있다"(21쪽). 이 책의 사례들은 대중의 이러한 출현 및 작동 양상을 추적한다.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갔던 '희망의 버스'에서는 대중을 매혹시키고 결집시키는 '사건'의 중요성을(3장), 광주항쟁에서는 공동의 경험을 통해 고양되는 '감응'의 위력을(4장) 본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대중이라는 흐름 속에 동참하게 되는지, 그렇게 휘말려 든 대중이 도시 공간이라는 회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증폭되는지를(5장) 보여 준다.
이러한 분석 속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중을 두고 선험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는다든가 필연적으로 어떤 지점으로 귀결된다든가 하는 말들은 보이는 현상을 그것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흐름에는 선악이 없으며, 진보와 반동도 없"기 때문이다(62쪽). 대중은 모든 방향으로 흐를 잠재성을 항상-이미 가지고 있으며, 주어진 조건에 반응하여 그에 맞는 방식으로 발현될 뿐인 존재인 것이다.
ㆍ대중을 어떻게 창안할 것인가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대중에게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던 대중의 흑역사는 대중 역시 역사적?정치적 가치 판단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엄중히 상기시킨다. 그리고 여기서 '흐름으로서의 대중'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러한 판단의 기준은 대중 자체의 성격이 아닌 그 '흐름의 방향'이어야만 할 것이다. 이진경은 이러한 측면에서 보수적 대중정치학과 진보적 대중정치학을 구분한다. 전자는 대중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감각에 편승하여 그것을 증폭?강화시키고자 하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센세이셔널리즘'을 적극 활용한다. 반면 후자는 현재의 감각 속에서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포착하여 그것을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동시에, 사태의 '진실'과 대면하고자 한다(101~107쪽).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에 대한 섣부른 평가 속에서 그것을 찬양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새롭게 창안하고 그것에 흐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중을 인위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촉발을 창안하고 대중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특이점을 발명"하는 것이다.
아웃사이더, 대중의 또 다른 이름
혁명적 대중정치학의 요체는 보이지 않는 형상을 보이게 하는 데 있다. 은폐되어 있던 목소리(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면 "안 들리는 노래")를 들리게 하는 데 있다. 역사 속 대중의 빛나는 성취들은 '자격 없는 자'들이 자격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80년 광주에서의 항쟁이 그랬고,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그랬다. 이런 의미에서 대중이라는 흐름은 '외부'를 통해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그 외부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기입하고자 했던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이 '외부'야말로 대중이라는 흐름의 물꼬가 터지는 특이성의 지대가 된다. 이 책의 2부가 '정치의 외부'에 위치한 아웃사이더들에게 할애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한국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그어진 분할선은 더 이상 임금과 복리후생 등의 '정도 차'로 환원될 수 없게 되었다. 정규직이 일하지 않을 때에도 일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비정규직은 일하지 않음을 기본값으로 하고 일시적으로만 일하게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맑스가 사용한 '프롤레타리아트'라는 단어가 본디 특정 계급이 아니라 '계급도 못 되는 비계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비정규직은 온전히 프롤레타리아트의 현대적 버전, 혹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프롤레타리아트와 '불안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의 합성어)이다. 이러한 비대칭적 구도 속에서 '이탈의 벡터'는 어떻게 가동될 수 있을까? '대중이라는 흐름'은 어떤 조건하에서 촉발되어 혁명적 대중정치학을 향해 흘러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한국의 비정규 노동운동에 어떠한 종류의 근본적 성찰 혹은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7장 참조).
이 책은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8장),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주민들(9장), 장애인, 천성산의 도롱뇽 등 '자격 없는 자들', '법에 기입되지 않은 자들'을 호출해 온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인 외부성, 그것이 내부로의 편입을 향한 욕망으로서가 아니라 주어진 경계를 가로지르고 지워 내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그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음을, 그것이 대중이라는 흐름을 촉발하는 에너지가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대중은 그렇게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돌아오고 또 흘러갔다. 자신이 혁명을 통해 비워 버리고 흘러간 그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혁명을 자기 것으로 가져가기에, '몫 없는 자들'인 대중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반복되는 사건들로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그렇기에 대중에 대해 회의하는 것은 아직, 아니 영원히 이른 것이다.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대중들은 어떤 휘말림의 궤적을 그리게 될까? 어떤 '외부'가 이들을 움직이게 할까? 그리고 그 흐름이 그려 낼 한국 사회의 새 지형도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이 책 『대중과 흐름』은 대중에 대한 가장 정확한 비판과 가장 커다란 신뢰를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우리를 이러한 질문들 앞에 세울 것이다.
'대중', 그 오래된 이름의 새로운 사용법을 찾다!
이진경이 제시하는 '흐름으로서의 대중'론, 그리고 정치의 새로운 길!!
이번에는 '대중'이다. 사회구성체, 노마디즘, 외부성, 코뮨주의, 불온함 등 낯설지만 날카로운 단어들을 표제어로 삼은 책들로 독자들의 사유 지평을 넓혀 주었던 철학자 이진경, 그가 이 오래된 단어로 되돌아왔다. 역사를 추동하는 주체라는 긍정적 이미지든, 익명성 뒤에 숨어 다수의 힘에 기대어 행동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든 대중이라는 단어는 이미 진부해져 버렸고, 더 이상 대중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담론은 나오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데 그는 대체 왜 이 단어를, 이 개념을, 이 실체를 2012년의 대한민국에 소환해 낸 것일까?
대부분의 논자들은 대중을 일종의 '덩어리'(mass)로 파악한다. 그 역동성과 힘을 긍정적으로 보든 부정적으로 보든, 그것은 고정된 실체('고체')였던 것이다. 몇 만의 인파가 모이는지, 몇 번의 클릭이 일어나는지, 혹은 그렇게 응집된 힘이 어떠한 가시적 성과를 올렸는지와 같은 익숙한 문법 속에서 읽히는 것은 암묵적으로 전제된 '덩어리로서의 대중' 관념과 그로부터 기대되는 스펙터클뿐이었다. 이진경은 이러한 대중관을 중지시키고자 한다. 가브리엘 타르드, 빌헬름 라이히, 들뢰즈와 가타리로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 속에서, 그리고 어느 시공간에서보다도 역동적인 대중이 빈번하게 출현했던 2000년대 한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가 본 것은 대중이 무엇보다도 유동하는 '흐름'('액체')이라는 점이다.
사실 '흐름으로서의 대중'이라는 생각은 그가 오랫동안 천착해 온 '외부성'이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않으면서 물리적으로 모여 있기만 한 이들은 결코 대중일 수 없다. 대중이란 공동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새롭게 발견하고 '외부'로 발을 내딛는 자들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내재되어 있던 '이탈의 벡터'를 통해 흘러넘치고 휘말려 드는 것, 그것이 대중의 진정한 본질이며, 그런 점에서 대중은 차라리 하나의 '현상'이다.
하지만 이 책이 단순히 대중을 복권시키려는 목적에서 쓰인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이 책은 랑시에르가 말한 '치안'과 대비되는 의미로서의 '정치'를 재구축하고자 한다. "치안의 외부, 질서의 외부, 체제의 외부, 주어진 삶의 방식의 외부"를 통해 정치를 사유하고, 이를 통해 정의(正義)를 끊임없이 갱신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곧 외부성이라는 철학적 개념이 한국의 사회와 정치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있는 2012년 대선 정국,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이름으로 '간만에 대접 좀 받고 있는' 대중들은 어떤 휘말림의 궤적을 그리게 될까? 어떤 '외부'가 이들을 움직이게 할까? 그리고 그 흐름이 그려 낼 한국 사회의 새 지형도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까? 현실정치가 어떻든 '대중'정치의 틀을 빌려 작동하고 있다면, 대중의 역량을 가감 없이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정치를 구동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 『대중과 흐름』은 대중에 대한 가장 정확한 비판과 가장 커다란 신뢰를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마땅히 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어디로든 흐를 수 있는 대중의 잠재성
월드컵의 함성이,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이, 대통령선거의 드라마가 전국을 뒤덮었던 2002년 이후, '대중'이라는 존재는 우리에게 조금 더 친숙해졌다.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의 힘을 빌려, "이전에는 혁명적인 정세나 혁명적 사건을 통해서만 일시적으로 가시화되던 대중이 지금은 그보다 훨씬 '작은' 사안들을 계기로, 아주 쉽게 출현"하게 된 것이다(5쪽). 기존 '대중'매체가 독점적으로 제공했던 것과는 다른 형태의 정보들이 웹에서 만들어지고 공유되었고, 사람들은 광장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08년 촛불시위는 그 정점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래서일까, 그 어떤 피로감 혹은 불신이 '대중'을 보는 시선에 섞여 들어갔다. 보수의 눈에도 진보의 눈에도, 이들은 시끄럽거나 어리석거나 혹은 종국에는 무력해지고 마는 오합지졸로 점점 격하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을 분석하는 데 '대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이진경의 생각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대중이 되는가'이다. 그에 따르면,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지위와 역할에 충실한 한, 그들은 개체들의 집합일 뿐 '대중'이 될 수 없다(매스게임에 동원된 주민들을, 구호 속에나 존재하는 '노동자 대중'을 두고 대중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벗어나서, 옆에 함께-선 사람에 감응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함께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감응의 전염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때, 우리는 그 흐름을 대중이라고 부를 수 있다"(21쪽). 이 책의 사례들은 대중의 이러한 출현 및 작동 양상을 추적한다. 한진중공업으로 달려갔던 '희망의 버스'에서는 대중을 매혹시키고 결집시키는 '사건'의 중요성을(3장), 광주항쟁에서는 공동의 경험을 통해 고양되는 '감응'의 위력을(4장) 본다. 이질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대중이라는 흐름 속에 동참하게 되는지, 그렇게 휘말려 든 대중이 도시 공간이라는 회로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증폭되는지를(5장) 보여 준다.
이러한 분석 속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대중을 두고 선험적으로 어떤 성격을 갖는다든가 필연적으로 어떤 지점으로 귀결된다든가 하는 말들은 보이는 현상을 그것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흐름에는 선악이 없으며, 진보와 반동도 없"기 때문이다(62쪽). 대중은 모든 방향으로 흐를 잠재성을 항상-이미 가지고 있으며, 주어진 조건에 반응하여 그에 맞는 방식으로 발현될 뿐인 존재인 것이다.
ㆍ대중을 어떻게 창안할 것인가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대중에게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파시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던 대중의 흑역사는 대중 역시 역사적?정치적 가치 판단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엄중히 상기시킨다. 그리고 여기서 '흐름으로서의 대중'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러한 판단의 기준은 대중 자체의 성격이 아닌 그 '흐름의 방향'이어야만 할 것이다. 이진경은 이러한 측면에서 보수적 대중정치학과 진보적 대중정치학을 구분한다. 전자는 대중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감각에 편승하여 그것을 증폭?강화시키고자 하며, 이를 위한 수단으로 '센세이셔널리즘'을 적극 활용한다. 반면 후자는 현재의 감각 속에서 이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포착하여 그것을 새로운 감각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동시에, 사태의 '진실'과 대면하고자 한다(101~107쪽).
결국 중요한 것은 대중에 대한 섣부른 평가 속에서 그것을 찬양하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을 새롭게 창안하고 그것에 흐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대중을 인위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자발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촉발을 창안하고 대중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특이점을 발명"하는 것이다.
아웃사이더, 대중의 또 다른 이름
혁명적 대중정치학의 요체는 보이지 않는 형상을 보이게 하는 데 있다. 은폐되어 있던 목소리(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면 "안 들리는 노래")를 들리게 하는 데 있다. 역사 속 대중의 빛나는 성취들은 '자격 없는 자'들이 자격을 얻기 위한 몸부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80년 광주에서의 항쟁이 그랬고,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그랬다. 이런 의미에서 대중이라는 흐름은 '외부'를 통해 기존의 질서를 해체하고 그 외부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세계에 기입하고자 했던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이 '외부'야말로 대중이라는 흐름의 물꼬가 터지는 특이성의 지대가 된다. 이 책의 2부가 '정치의 외부'에 위치한 아웃사이더들에게 할애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중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존재는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한국의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그어진 분할선은 더 이상 임금과 복리후생 등의 '정도 차'로 환원될 수 없게 되었다. 정규직이 일하지 않을 때에도 일하는 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데 반해, 비정규직은 일하지 않음을 기본값으로 하고 일시적으로만 일하게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맑스가 사용한 '프롤레타리아트'라는 단어가 본디 특정 계급이 아니라 '계급도 못 되는 비계급'을 가리키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비정규직은 온전히 프롤레타리아트의 현대적 버전, 혹은 프레카리아트(precariat, 프롤레타리아트와 '불안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의 합성어)이다. 이러한 비대칭적 구도 속에서 '이탈의 벡터'는 어떻게 가동될 수 있을까? '대중이라는 흐름'은 어떤 조건하에서 촉발되어 혁명적 대중정치학을 향해 흘러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한국의 비정규 노동운동에 어떠한 종류의 근본적 성찰 혹은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7장 참조).
이 책은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8장),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주민들(9장), 장애인, 천성산의 도롱뇽 등 '자격 없는 자들', '법에 기입되지 않은 자들'을 호출해 온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인 외부성, 그것이 내부로의 편입을 향한 욕망으로서가 아니라 주어진 경계를 가로지르고 지워 내는 방향으로 작용할 때 그들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음을, 그것이 대중이라는 흐름을 촉발하는 에너지가 되었음을 상기시킨다. 대중은 그렇게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되돌아오고 또 흘러갔다. 자신이 혁명을 통해 비워 버리고 흘러간 그 자리를 차지한 자들이 혁명을 자기 것으로 가져가기에, '몫 없는 자들'인 대중은 혁명이라고 불리는 반복되는 사건들로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그렇기에 대중에 대해 회의하는 것은 아직, 아니 영원히 이른 것이다.
목차
목차
서문 4
1부 대중의 흐름과 정치
1장 <정치와 대중> 정치에서 유물론이란 어떤 것인가? 16
정치에서 외부성의 문제 16 ┃ 대중의 흐름 20 ┃ 대중의 창안 24 ┃ 노동운동과 대중정치 29
2장 <대중의 신체와 지성> 흐름의 공간과 대중의 흐름 34
대중의 시대 34 ┃ 2008년 5월 서울 39 ┃ 노동력의 흐름과 대중의 흐름 45 ┃ 흐름의 경제와 흐름의 공간 52 ┃ 흐름의 공간과 대중의 변환 55
3장 <대중과 사건> 정치적 사건화와 센세이션의 정치학 72
사건의 철학, 사건의 정치학 75 ┃ 사건의 매혹 79 ┃ 사건화와 휘말림 84 ┃ 센세이션의 정치학 93 ┃ 무엇이 대중정치학에서 좌우를 구별해 주는가? 101 ┃ 사건과 공동성 107
4장 <혁명과 대중> 흐름의 공동체와 이름 없는 혁명: 광주항쟁에서 혁명적 대중정치의 요소들 113
혁명, 혹은 항쟁의 일차성 113 ┃ 흐름의 공동체와 비인칭적 특이성 118 ┃ 해방구의 딜레마 138
5장 <도시공간과 대중운동> 거리의 계급과 혁명적 상상력의 도시적 회로 152
프레카리아트, 거리의 계급 152 ┃ 공장의 계급과 거리의 계급 156 ┃ 공장의 점거와 거리의 점거 159 ┃ 대중의 흐름과 도시 163 ┃ 혁명적 상상력의 두 가지 회로 167 ┃ 혁명적 상상력의 교차와 혼합 174 ┃ 거리의 계급과 '총파업' 178
2부 아웃사이더의 정치-사회학
6장 <외부성의 정치학> 침범의 정치학과 코뮨주의 188
내부와 외부 188 ┃ 침입의 딜레마 191 ┃ 탈각, 외부로의 탈-선 200 ┃ 프롤레타리아트와 정치 205 ┃ 외부성의 정치학과 코뮨주의 211
7장 <대중화되는 계급> 프롤레타리아트와 프레카리아트: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대칭성에 관하여 223
양극화: 계급의 '분해'? 223 ┃ 대립과 연대: 공동성의 문제 231 ┃ 전략의 비대칭성 238 ┃ 프레카리아트와 프롤레타리아트 244 ┃ 노동자계급의 프롤레타리아트화 252
8장 <보이지 않는 계급> 미노드 목탄, 혹은 이주노동자의 정치학 257
보이지 않는 자, 이주노동자 258 ┃ 이주자의 노래 264 ┃ 미디어의 치안, 미디어의 정치 271 ┃ 유폐의 공간에서 277
9장 <도시와 변방> 지방에서 변방으로: 지방성 사유의 세 가지 모델 280
지방성의 문제 280 ┃ 국가적 모델 282 ┃ 도시경제의 모델 289 ┃ 변방의 모델 300 ┃ 결론 308
10장 <대중운동과 정의> 정의는 어떻게 '정의'와 대결하는가? 315
대답에서 질문으로 315 ┃ 정의와 공정성 316 ┃ 정의와 욕망 325 ┃ 정의와 정치 335
찾아보기 340
1부 대중의 흐름과 정치
1장 <정치와 대중> 정치에서 유물론이란 어떤 것인가? 16
정치에서 외부성의 문제 16 ┃ 대중의 흐름 20 ┃ 대중의 창안 24 ┃ 노동운동과 대중정치 29
2장 <대중의 신체와 지성> 흐름의 공간과 대중의 흐름 34
대중의 시대 34 ┃ 2008년 5월 서울 39 ┃ 노동력의 흐름과 대중의 흐름 45 ┃ 흐름의 경제와 흐름의 공간 52 ┃ 흐름의 공간과 대중의 변환 55
3장 <대중과 사건> 정치적 사건화와 센세이션의 정치학 72
사건의 철학, 사건의 정치학 75 ┃ 사건의 매혹 79 ┃ 사건화와 휘말림 84 ┃ 센세이션의 정치학 93 ┃ 무엇이 대중정치학에서 좌우를 구별해 주는가? 101 ┃ 사건과 공동성 107
4장 <혁명과 대중> 흐름의 공동체와 이름 없는 혁명: 광주항쟁에서 혁명적 대중정치의 요소들 113
혁명, 혹은 항쟁의 일차성 113 ┃ 흐름의 공동체와 비인칭적 특이성 118 ┃ 해방구의 딜레마 138
5장 <도시공간과 대중운동> 거리의 계급과 혁명적 상상력의 도시적 회로 152
프레카리아트, 거리의 계급 152 ┃ 공장의 계급과 거리의 계급 156 ┃ 공장의 점거와 거리의 점거 159 ┃ 대중의 흐름과 도시 163 ┃ 혁명적 상상력의 두 가지 회로 167 ┃ 혁명적 상상력의 교차와 혼합 174 ┃ 거리의 계급과 '총파업' 178
2부 아웃사이더의 정치-사회학
6장 <외부성의 정치학> 침범의 정치학과 코뮨주의 188
내부와 외부 188 ┃ 침입의 딜레마 191 ┃ 탈각, 외부로의 탈-선 200 ┃ 프롤레타리아트와 정치 205 ┃ 외부성의 정치학과 코뮨주의 211
7장 <대중화되는 계급> 프롤레타리아트와 프레카리아트: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대칭성에 관하여 223
양극화: 계급의 '분해'? 223 ┃ 대립과 연대: 공동성의 문제 231 ┃ 전략의 비대칭성 238 ┃ 프레카리아트와 프롤레타리아트 244 ┃ 노동자계급의 프롤레타리아트화 252
8장 <보이지 않는 계급> 미노드 목탄, 혹은 이주노동자의 정치학 257
보이지 않는 자, 이주노동자 258 ┃ 이주자의 노래 264 ┃ 미디어의 치안, 미디어의 정치 271 ┃ 유폐의 공간에서 277
9장 <도시와 변방> 지방에서 변방으로: 지방성 사유의 세 가지 모델 280
지방성의 문제 280 ┃ 국가적 모델 282 ┃ 도시경제의 모델 289 ┃ 변방의 모델 300 ┃ 결론 308
10장 <대중운동과 정의> 정의는 어떻게 '정의'와 대결하는가? 315
대답에서 질문으로 315 ┃ 정의와 공정성 316 ┃ 정의와 욕망 325 ┃ 정의와 정치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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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이진경
저자 이진경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nomadist.org)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태일의 유령, 광주시민의 유령과 더불어 공부하고 전투하며 1980년대를 보내던 중 이진경이란 필명으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썼고 그 책이 허명을 얻은 덕분에 본명은 잃어버렸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시작해 그 첫 결과물로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발표했다. 이후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이중의 혁명을 꿈꾸며 쓴 책들이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수학의 몽상』, 『철학의 모험』, 『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 등이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새로운 혁명의 꿈속에서 맑스, 푸코, 들뢰즈·가타리 등과 함께 사유하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자본을 넘어선 자본』, 『미-래의 맑스주의』, 『외부, 사유의 정치학』, 『역사의 공간』 등을 썼다. 『코뮨주의』,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뻔뻔한 시대, 한 줌의 정치』, 『만국의 프레카리아트여, 공모하라!』(공편) 등을 쓰면서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바닥 없는 심연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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