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건너다
법정, 일터, 제국의 장벽에 맞선 서양 근대사 속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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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고, 해체하고, 확장해간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삶을 둘러싼 부조리와 소외를 극복하고 세계를 개선하기 위한 분투
『서양 여성들 근대를 달리다』(2011), 『19세기 허스토리-생존자의 노래 개척자의 지도』(2022)에 이어, 저자들의 세 번째 책 『경계를 건너다-법정, 일터, 제국의 장벽에 맞선 서양 근대사 속 여성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앞선 두 권과 마찬가지로 주로 서양, 특히 근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양한 지역과 주제를 전공하는 서양사학자들이 독일, 튀르키예, 프랑스와 카리브해, 미국, 영국, 마다가스카르 등 광범위한 지역을 가로지르며 노예제, 노동, 임신중단, 근대화, 국제연대에 이르는 다채로운 주제를 길어 올렸다. 이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여성의 삶을 둘러싼 부조리와 소외를 극복하고 세계를 개선하고자 분투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큰 우산 아래 있다. 필자들은 이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의 시각을 견지하고 싶었다. 바로 '경계를 넘는 것'이다.
근대 이래 서구는 인간과 자연, 이성과 감정, 서구와 비서구,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 방식으로 세계를 구획하며 우열의 경계를 세워왔다. 이 과정을 주도한 서구의 중간계급 백인 남성들은 스스로를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역사의 주체로 상정하는 한편 여성, 비서구, 하층계급 등을 대상화하고 진보와 대비되는 열등한 특성들을 전가했다. 이 책은 그 경계의 틈새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 역사적 행위자·주체로서의 여성들을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삶을 둘러싼 부조리와 소외를 극복하고 세계를 개선하기 위한 분투
『서양 여성들 근대를 달리다』(2011), 『19세기 허스토리-생존자의 노래 개척자의 지도』(2022)에 이어, 저자들의 세 번째 책 『경계를 건너다-법정, 일터, 제국의 장벽에 맞선 서양 근대사 속 여성들』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앞선 두 권과 마찬가지로 주로 서양, 특히 근대를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다양한 지역과 주제를 전공하는 서양사학자들이 독일, 튀르키예, 프랑스와 카리브해, 미국, 영국, 마다가스카르 등 광범위한 지역을 가로지르며 노예제, 노동, 임신중단, 근대화, 국제연대에 이르는 다채로운 주제를 길어 올렸다. 이 각기 다른 이야기들은 여성의 삶을 둘러싼 부조리와 소외를 극복하고 세계를 개선하고자 분투했다는 점에서 하나의 큰 우산 아래 있다. 필자들은 이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의 시각을 견지하고 싶었다. 바로 '경계를 넘는 것'이다.
근대 이래 서구는 인간과 자연, 이성과 감정, 서구와 비서구,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 방식으로 세계를 구획하며 우열의 경계를 세워왔다. 이 과정을 주도한 서구의 중간계급 백인 남성들은 스스로를 이성과 합리성으로 무장한 역사의 주체로 상정하는 한편 여성, 비서구, 하층계급 등을 대상화하고 진보와 대비되는 열등한 특성들을 전가했다. 이 책은 그 경계의 틈새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간 역사적 행위자·주체로서의 여성들을 복원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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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법과 제도 앞에서, 경계를 건너다
-인간다움, 존엄을 되찾기 위한 분투
프랑스에서 1848년 노예제폐지령이 최종적으로 선포되기 전까지, 노예가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의 하나는 소송이었다. 노예제 사회의 특성 때문에 노예 가족의 형태는 대부분 모계 중심적이었고, 그 결과 자유 재판의 당사자는 여성 노예가 대부분이었다. 프랑스의 지난 역사 서술에서 자유 재판의 주인공은 노예제에 반대하며 이들을 변호했던 본국의 법관들이었고, 정작 소송을 제기했던 노예 어머니들의 모습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해방과 자유는 영웅적인 남성 반노예제 운동가들의 선언과 판결이 가져다준 갑작스러운 '선물'이 아니라, 노예제와 가부장제의 틈새에서 가족을 유지하고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애썼던 여성 노예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였다(권윤경, 「여성 노예가 법정에서 싸우는 법-19세기 프랑스 식민지 노예제와 비르지니 재판」).
집안이 몰락한 후과를 짊어지고 어린 나이에 궁녀가 되어야 했던 누리예 울비예는 술탄의 호의를 얻어 고급 교육을 받고 인맥을 쌓을 수 있었지만,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다. 이후 혁명으로 서구식 입헌 체제가 들어섰지만, 여성들에게는 남자와 동등한 기본적 권리도 주지 않으려는 남성 혁명가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누리예는 20세 무렵부터 잡지 『여성계』를 창간해 여성의 교육, 직업, 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파했다. 글쓰기는 여성이 주체성을 갖고 공적 영역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나아가 그는 결코 서구의 모방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역설하며 전 세계 여성과의 자매애를 모색했다(이은정, 「황실 궁녀에서 페미니스트 언론인으로-오스만 여권운동가 누리예 울비예」).
젠더 이슈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인 독일은 원칙적으로 낙태는 불법이지만 임신 3개월 이내, 특정한 조건 내에서의 낙태는 "금지하되 처벌하지 않는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허용했다. 이러한 '독일식 경로'는 1970년대 교회와 여성단체, 법률가와 의사단체, 주요 정당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거리와 의회, 헌법재판소, 언론을 무대 삼아 치열한 논의를 펼친 결과였다. 여성운동가들은 육체적 자기결정권이 여성 해방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격렬하게 관련 형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하였다. "놀이터, 유치원, 학교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엄격한 낙태죄를 유지하는 사회는 위선적"이라는 당시 서독 여성들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울림을 남긴다(문수현, 「생명 대(對) 인간, 독일 낙태 논쟁의 궤적」).
노동의 자리에서, 경계를 건너다
-일하는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하여
근대 이래 서구에서는 남성이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활약하는 공적 존재로 표상된 반면, 여성은 본질적으로 출산과 돌봄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남녀의 분리된 영역이라는 규범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 사적 영역의 경계 밖으로 나간 여성들은 불확실함과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해방의 가능성을 맛보기도 했다.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미국의 노동시장에는 여성 비서, 타자수, 속기사, 경리 등이 대거 출현하며 사무직 노동력의 다수를 차지해갔다. 그런데 이 사무직의 '여성화'는 사무직 전반의 저임금화와 하급노동화를 수반했으며, 사무직 노동에 상사나 동료 남성 직원의 일상을 보살피고 챙기는 것과 같은 돌봄 역할을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임노동 세계에서도 전통적 성역할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새로운 취업의 기회가 생기면서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물질적 여유, 그리고 그에 기반한 동반자적 부부관계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최재인, 「20세기 전환기 미국 사무직의 여성화」).
20세기 초 영국의 사회개혁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엘리너 래스본은 노동계급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국가가 수당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며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라는 당시의 주류 담론을 넘어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온 양육과 가사를 공적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했다. 시급한 것은 먼저 여성의 모성과 가사노동을 지불받아야 하는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 일이 성취되었을 때 가족 임금을 명분으로 임금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 주장했다. 래스본의 시도는 그 전까지 계급적 경계를 따라 논의되었던 노동계급 여성들의 빈곤을 성의 경계를 따라 그 원인과 해결책까지 가늠하려는 것이었다(박은재, 「영국 가족수당 탄생의 주역, 엘리너 래스본의 페미니즘」).
서구-남성-백인의 시선을 벗고, 경계를 건너다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맞서다
근대 이래 서구의 백인 중간계급 남성들이 스스로를 주체로, 그 외는 객체로 상정했던 만큼, 오랫동안 역사 서술 역시 그들의 시각을 따라왔다. 특히 비서구 여성들은 백인 남성이 보호해주어야 하는 수동적 대상이거나 이국적인 성적 매력을 지닌 존재로 표상되곤 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았던 19세기 마다가스카르의 여성 군주 라나발로나 1세는 서구화·근대화라는 시류를 거부하며 기독교를 탄압하고 가혹한 통치를 펼친 실패한 군주로만 그려졌다. 물론 그녀가 권력 유지를 위해 자행한 강제 노역이나 시련 재판 등의 실정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목숨의 위협 속에서 권력을 잡은 라나발로나 1세가 불평등 조약 요구를 거부하고 국권 수호를 위해 노력한 것 역시 그동안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던 사실이다. 서구화를 곧 진보로 보는 서구적 시각을 걷어냈을 때, 근대화와 식민화 사이의 긴장 속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한 여성 군주의 정치적 고민과 선택이 드러나는 것이다(이성재, 「19세기 마다가스카르 메리나왕국과 라나발로나 1세」).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체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또 확장될 수 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다양한 경험과 계기를 통해 거듭난다. 1930년대 에슬란다 롭슨의 아프리카 동남부 여행은 당시의 범아프리카주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에슬란다와 같은 범아프리카주의 운동가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상호작용했고 그들 간의 연대의식은 계급과 국적의 차이를 근본적 차이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 에슬란다의 여행은 여전히 미국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흑인 여성의 경험으로서 한계를 보여주며 중심부 지식인이 주변부를 여행할 때 무심코 드러내는 타자화·대상화를 동반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현지 여성들과의 교류에서 쌓은 친밀감, 그리고 아프리카의 현실과 직접 마주한 후 자신의 특권적 위치에 대해 각성한 경험으로 이후 에슬란다의 정체성과 운동은 더욱 해방적으로 나아갔다. 여행 후 에슬란다는 인류학자로서 학계에 진입하는 대신 반인종주의, 반식민주의, 반파시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식민지배의 유산에 대항하는 연대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이민용, 「에슬란다 롭슨-인류학자, 여행자, 국제주의자」).
-인간다움, 존엄을 되찾기 위한 분투
프랑스에서 1848년 노예제폐지령이 최종적으로 선포되기 전까지, 노예가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의 하나는 소송이었다. 노예제 사회의 특성 때문에 노예 가족의 형태는 대부분 모계 중심적이었고, 그 결과 자유 재판의 당사자는 여성 노예가 대부분이었다. 프랑스의 지난 역사 서술에서 자유 재판의 주인공은 노예제에 반대하며 이들을 변호했던 본국의 법관들이었고, 정작 소송을 제기했던 노예 어머니들의 모습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해방과 자유는 영웅적인 남성 반노예제 운동가들의 선언과 판결이 가져다준 갑작스러운 '선물'이 아니라, 노예제와 가부장제의 틈새에서 가족을 유지하고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애썼던 여성 노예들의 오랜 투쟁의 결과였다(권윤경, 「여성 노예가 법정에서 싸우는 법-19세기 프랑스 식민지 노예제와 비르지니 재판」).
집안이 몰락한 후과를 짊어지고 어린 나이에 궁녀가 되어야 했던 누리예 울비예는 술탄의 호의를 얻어 고급 교육을 받고 인맥을 쌓을 수 있었지만,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다. 이후 혁명으로 서구식 입헌 체제가 들어섰지만, 여성들에게는 남자와 동등한 기본적 권리도 주지 않으려는 남성 혁명가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누리예는 20세 무렵부터 잡지 『여성계』를 창간해 여성의 교육, 직업, 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설파했다. 글쓰기는 여성이 주체성을 갖고 공적 영역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나아가 그는 결코 서구의 모방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역설하며 전 세계 여성과의 자매애를 모색했다(이은정, 「황실 궁녀에서 페미니스트 언론인으로-오스만 여권운동가 누리예 울비예」).
젠더 이슈에 대해 비교적 보수적인 독일은 원칙적으로 낙태는 불법이지만 임신 3개월 이내, 특정한 조건 내에서의 낙태는 "금지하되 처벌하지 않는다"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허용했다. 이러한 '독일식 경로'는 1970년대 교회와 여성단체, 법률가와 의사단체, 주요 정당 등 다양한 행위자들이 거리와 의회, 헌법재판소, 언론을 무대 삼아 치열한 논의를 펼친 결과였다. 여성운동가들은 육체적 자기결정권이 여성 해방의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격렬하게 관련 형법을 철폐하라고 요구하였다. "놀이터, 유치원, 학교의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엄격한 낙태죄를 유지하는 사회는 위선적"이라는 당시 서독 여성들의 주장은 우리에게도 울림을 남긴다(문수현, 「생명 대(對) 인간, 독일 낙태 논쟁의 궤적」).
노동의 자리에서, 경계를 건너다
-일하는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하여
근대 이래 서구에서는 남성이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서 활약하는 공적 존재로 표상된 반면, 여성은 본질적으로 출산과 돌봄을 통해 가정을 꾸리는 존재로 간주되었다. 남녀의 분리된 영역이라는 규범이 지배적이었던 시대에 사적 영역의 경계 밖으로 나간 여성들은 불확실함과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해방의 가능성을 맛보기도 했다. 20세기로 접어들 무렵 미국의 노동시장에는 여성 비서, 타자수, 속기사, 경리 등이 대거 출현하며 사무직 노동력의 다수를 차지해갔다. 그런데 이 사무직의 '여성화'는 사무직 전반의 저임금화와 하급노동화를 수반했으며, 사무직 노동에 상사나 동료 남성 직원의 일상을 보살피고 챙기는 것과 같은 돌봄 역할을 추가적으로 요구했다. 임노동 세계에서도 전통적 성역할은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새로운 취업의 기회가 생기면서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물질적 여유, 그리고 그에 기반한 동반자적 부부관계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최재인, 「20세기 전환기 미국 사무직의 여성화」).
20세기 초 영국의 사회개혁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엘리너 래스본은 노동계급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국가가 수당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며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임금'이라는 당시의 주류 담론을 넘어 여성의 일로 간주되어온 양육과 가사를 공적 활동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했다. 시급한 것은 먼저 여성의 모성과 가사노동을 지불받아야 하는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 일이 성취되었을 때 가족 임금을 명분으로 임금에서 남녀를 차별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 주장했다. 래스본의 시도는 그 전까지 계급적 경계를 따라 논의되었던 노동계급 여성들의 빈곤을 성의 경계를 따라 그 원인과 해결책까지 가늠하려는 것이었다(박은재, 「영국 가족수당 탄생의 주역, 엘리너 래스본의 페미니즘」).
서구-남성-백인의 시선을 벗고, 경계를 건너다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맞서다
근대 이래 서구의 백인 중간계급 남성들이 스스로를 주체로, 그 외는 객체로 상정했던 만큼, 오랫동안 역사 서술 역시 그들의 시각을 따라왔다. 특히 비서구 여성들은 백인 남성이 보호해주어야 하는 수동적 대상이거나 이국적인 성적 매력을 지닌 존재로 표상되곤 했다. 그 기준에 맞지 않았던 19세기 마다가스카르의 여성 군주 라나발로나 1세는 서구화·근대화라는 시류를 거부하며 기독교를 탄압하고 가혹한 통치를 펼친 실패한 군주로만 그려졌다. 물론 그녀가 권력 유지를 위해 자행한 강제 노역이나 시련 재판 등의 실정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목숨의 위협 속에서 권력을 잡은 라나발로나 1세가 불평등 조약 요구를 거부하고 국권 수호를 위해 노력한 것 역시 그동안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던 사실이다. 서구화를 곧 진보로 보는 서구적 시각을 걷어냈을 때, 근대화와 식민화 사이의 긴장 속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한 여성 군주의 정치적 고민과 선택이 드러나는 것이다(이성재, 「19세기 마다가스카르 메리나왕국과 라나발로나 1세」).
경계를 넘어가는 과정에서 주체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또 확장될 수 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며 다양한 경험과 계기를 통해 거듭난다. 1930년대 에슬란다 롭슨의 아프리카 동남부 여행은 당시의 범아프리카주의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에슬란다와 같은 범아프리카주의 운동가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상호작용했고 그들 간의 연대의식은 계급과 국적의 차이를 근본적 차이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 에슬란다의 여행은 여전히 미국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 흑인 여성의 경험으로서 한계를 보여주며 중심부 지식인이 주변부를 여행할 때 무심코 드러내는 타자화·대상화를 동반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현지 여성들과의 교류에서 쌓은 친밀감, 그리고 아프리카의 현실과 직접 마주한 후 자신의 특권적 위치에 대해 각성한 경험으로 이후 에슬란다의 정체성과 운동은 더욱 해방적으로 나아갔다. 여행 후 에슬란다는 인류학자로서 학계에 진입하는 대신 반인종주의, 반식민주의, 반파시즘 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식민지배의 유산에 대항하는 연대를 구축하는 데 앞장섰다(이민용, 「에슬란다 롭슨-인류학자, 여행자, 국제주의자」).
목차
목차
서문: 경계를 넘고, 해체하고, 확장해간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 / 박은재
1부 인간다움, 존엄을 위해 싸우다
여성 노예가 법정에서 싸우는 법-19세기 프랑스 식민지 노예제와 비르지니 재판 / 권윤경
황실 궁녀에서 페미니스트 언론인으로-오스만 여권운동가 누리예 울비예 / 이은정
생명 대 인간, 독일 낙태 논쟁의 궤적 / 문수현
2부 일하는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하여
20세기 전환기 미국 사무직의 여성화 / 최재인
영국 가족수당 탄생의 주역, 엘리너 래스본의 페미니즘 / 박은재
3부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맞서다
19세기 마다가스카르 메리나왕국과 라나발로나 1세 / 이성재
에슬란다 롭슨-인류학자, 여행자, 국제주의자 / 이민용
1부 인간다움, 존엄을 위해 싸우다
여성 노예가 법정에서 싸우는 법-19세기 프랑스 식민지 노예제와 비르지니 재판 / 권윤경
황실 궁녀에서 페미니스트 언론인으로-오스만 여권운동가 누리예 울비예 / 이은정
생명 대 인간, 독일 낙태 논쟁의 궤적 / 문수현
2부 일하는 주체로 바로 서기 위하여
20세기 전환기 미국 사무직의 여성화 / 최재인
영국 가족수당 탄생의 주역, 엘리너 래스본의 페미니즘 / 박은재
3부 제국과 식민의 시대에 맞서다
19세기 마다가스카르 메리나왕국과 라나발로나 1세 / 이성재
에슬란다 롭슨-인류학자, 여행자, 국제주의자 / 이민용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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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경 서울대학교 역사학부 사양사전공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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