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선지(그루시선 115)
이형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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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세상과 삶을 진솔하게 성찰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
이형순 시인의 이 두 번째 시집에 담긴 시편들은 자연과 사람을 향한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다. 빛과 그늘이 교차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향일성을 애틋하게 지향한다. 외경과 감사의 대상인 자연의 사랑 안에서 그 순리와 질서에 순응하며, 그늘진 삶의 파토스나 이루지 못하는 소망마저 조신하게 삭이고 그러안는 겸허한 마음자리 때문이다.
사랑은 시인에게 존재 이유라 할 만큼 가장 소중하고 높이 받드는 덕목일 뿐 아니라 몽매에도 잊지 못할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절대가치다. 특히 자애로운 자연의 품에서는 임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머물고 싶은 소망이 언제 어디에서도 한결같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말을 극도로 아끼는 '말 없는 말'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낸 첫 시집 『여자의 꿈』은 '이형순의 시는 진솔하고 담백하며 원숙하고 유연하다. 사랑에의 기구와 그리움, 기다림이 중심축을 이루는 그의 시에는 팔순에 접어든 연륜과 경륜에 걸맞은 승화된 여유가 관류하며, 오랜 체험들이 부드럽게 녹아든 깨달음과 꾸밈없는 지혜들이 은은한 무늬와 빛깔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번 시집도 같은 풀이가 거의 유효하다. 다만 세상과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마음의 그림'들이 한결 간명하고 깊어졌으며 투명하고 여백의 묘미가 두드러져 있는 점이 다르다.
시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사랑'이며, 외경의 대상이자 감사의 대상은 생성과 사랑으로 충만한 자연이며, 자연은 광대무변하고 풍요로운 생성과 사랑의 품이다. 이에 견주어 자신은 한갓 '바라기'(조그마한 사기그릇)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자세를 낮춘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자연의 사랑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도 얼마나 소중한가를 완곡하게 일깨운다. 이 같은 가장 소중한 사랑을 향한 겸허한 자세는 「행선지」에서 간결한 문맥 속에 더욱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있으며, 사랑은 '너'(대상)에게로 간다고 아가페적인 사랑의 미덕을 견지한다.
바람이 말한다
부는 대로 간다고
강물은 말한다
흐름을 따라간다고
사랑은 말한다
너에게로 간다고
-「행선지」 전문
간명하고 진솔한 이 시는 자연의 섭리를 람과 강물의 흐름을 통해 암시하면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려는 자세로 사랑은 대상을 향해 먼저 가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극도로 함축된 사랑의 메시지를 떠올리는 「세상에 가장 귀한 것」은 "나/너를//너/나를//사랑하는 것"이 시 전편이 이며, 술어를 빼버린 단 한 문장이다.
시 「기쁨」에서는 사랑의 대상인 '그대'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만나러 나서려 하니 먼저 와서 기다린다는 진술은 액면 그대로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바라는 바의 사랑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사랑은 설령 '그대'와 '나'가 함께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며, 마음 깊은 곳에 언제까지나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랑 깊이 끌어안기'와 연계된다. 외경과 감사의 대상으로 받드는 자연의 품에서는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일깨우며 감탄하는 경우다.
시인의 사랑을 품은 마음은 봄 풍경과 마주하면서 자연의 사랑에 젖어 들고, 벅찬 감격과 함께 감사한다. 꽃들이 만발한 풍경을 "잔칫상 차려 하객들을 맞이한다"(「천지삐까리」)고 보는 마음이 그러하다. 또한 시선을 더 넓혀 상춘객들을 향해서는 "삼삼오오 짝지어 즐기게 하는/푸짐한 상차림은 만복이로고/바람도 강물도 갈채를 보내니/천하엔 하객 천지삐까리다"(같은 시)라고, 만복을 안겨주는 대자연의 봄날을 자연에 인간들에게 베푸는 '푸짐한 잔치'에 비유하고 있다. 이 잔치에는 자연 현상인 바람도 강물도 갈채를 보내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현상을 천하에는 하객이 '천지삐까리'(매우 많음)라고 한다.
또한 「꽃 궁전」에서는 "재워둔 설렘도 깨어나/맨발로 살포시/꽃 궁전 초대를/만끽한다"며 "꽃 궁전 화려한/이 봄날의 외출"이라고 기꺼워한다. 이 같은 인식은 자연 현상을 외경심으로 받들어 바라보고 사랑의 모습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참 좋다」도 그 연장선상의 시다.
오늘 바다로 와서
이야기 나누고
어제는 산에 올라
노래를 불렀지
내일은 들판에 나가
춤을 추리라
두 팔을 벌리며
그윽한 미소로 감싸는
산과 바다와
들이 있어 참 좋다
-「참 좋다」 전문
시인은 이 시에서 바다, 산, 들판을 그 대표적인 경우로 예시하면서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예찬의 폭을 넓혀 보인다. 있지만, 말하지 않은 말들도 적잖이 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눈에는 자연 속의 광경들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시선을 산골 마을, 하늘, 땅속, 바다 등으로 두루 보내면서 아이의 글 읽는 소리, 철새 행렬, 집 짓는 개미들, 모천으로 회귀하는 물고기, 홀씨들의 비행을 비롯해 이루 다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이쁨'이라는 찬사나 '스승'이라는 외경심으로 바라본다.
시인의 이 같은 마음자리는 모든 빛깔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색깔인 삼원색이 다른 색과 섞이면서 빚어지는 색을 화해와 융화, 친화와 동행이라는 미덕으로 받아들인다.
빨강과 파랑이 만나
서로 이쁘다고 부추긴다
잠자던 노랑이 깨어나
빨강과 파랑을 양손에 잡고
함께 밥 먹으러 간다
-「삼원색」 전문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이면 보라색이 되는데 이 두 색깔은 서로 이쁘다고 부추긴다든지, 노란색이 빨간색과 어우러지면 주황색이 되고 파란색과 섞이면 초록색이 되지만, 노란색은 이 두 주황색과 초록색을 빚는다는 걸 양손을 잡고 함께 밥 먹으러 간다고 하는 표현도 재미있으며, 융화와 친화의 묘미를 미묘한 색깔의 변화에 비유해 그린다.
그러나 사랑은 이상적으로 추구하고 노래할 때와는 달리 현실 속에서 체험과 연결될 때는 갈망과 갈등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갈망」에서 시인은 "가 보고 싶다/해 보고 싶다//가서 만나/못 견디게/보고 싶어서//왔노라고/고백하고 싶다"라고 토로하는 한편 「희망 사항」에서는 "사랑아/나랑/먹고 자고 놀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바라는 바의 심중을 털어놓는다. 이런 갈망은 「그대에게」에서와 같이 사랑의 대상(그대)에게 자신이 찾아갈 때까지 있어 주기만 해달라는 애원으로도 이어진다.
그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요
행여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눈이 오더라도
그러는 의미를
받아들이기만 해요
웃다 울다 버티다가
그대에게 갈 테니
그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요
-「그대에게」 전문
그대와 헤어져 있는 정황에서의 심중을 애틋하게 노래하는 이 시는 '그대'와 '나'가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눈이 오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나'가 웃고 울며 버티다가 찾아갈 테니 그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달라고 애원한다. 이 애원은 행여 '그대'가 '나'를 기다리며 그런 상황을 버티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나'는 기필코 '그대'에게 이르겠다고 하는 '사랑에의 의지'에 기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체념을 완전히 넘어설 수 없다는 인식에도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기다림」에서는 "만남은 너무 짧고/기약은 아득하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기다림이/기쁨인 줄 알기에/노래를 부른다"라고 처연하게 노래한다. 나아가서는 '그대'는 멀리 떠나가 버리고 미련만 남아 있지만, 그런 기다림 자체마저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회상 2」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인 동시에 그 반전을 보여주는 시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마음속에 깊이 박인 흔적은
캐도 캐내도 그대로다
목줄 잡은 미련과 만나서
회상의 날개를 퍼덕인다
지난날의 산과 바다를
수시로 넘나들기도 한다
이젠 텅 빈 시간
속절없는 추억 반추인가 했는데
그런 미련과 회상 덕분에 새삼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회상만으로도 아름답다
마음속에 있어 줘 고맙다
-「회상 2」 전문
'그대'와의 사랑의 기억에 주어져 있는 이 시는 슬그머니 가버린 '그대'를 사모하는 사랑 노래다. '슬그머니'와 '끝없는 되새김질'이 대비를 이룰 정도로 '그대'와 '나'는 대조되는 정황에 놓여 있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나'에게 사랑의 기억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게 "마음속에 깊이 박인 흔적"이며, "캐도 캐내도 그대로"일 정도다. 게다가 아무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추억을 반추하게 되며, 사랑의 기억이 새겨진 산과 바다를 수시로 넘나들게도 된다.
그러나 그 미련과 속절없는 추억의 반추를 거듭하다가 자신을 들여다보니 그 "회상만으로도 아름답다"라는 깨달음에 이르며, 그 사랑의 기억들이 자신의 마음속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미련'의 승화에 다다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비가이면서도 '그대와의 사랑'을 소중하고 높게 돌아보는 찬가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
그의 일련의 시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물상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며, 자연 현상은 그 길로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힘들고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겨울에는 "겨울은 생명 품고//설렘으로//새봄을 기다린다"(「겨울 마음」)라고 추위 속에서 기다림을 내세우기도 하며, 그런 겨울에 "양지의 온기가/거실에 가득하고/꽃들이 활짝 웃는다"(「한겨울 사랑」)라고 겨울에 피는 꽃에 따스한 마음을 투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겨울의 햇빛과 온기를 "미소 머금으며/맺힌 응어리를 녹이는/따사로운 한겨울 사랑"(같은 시)으로도 여기고 있다.
겨울나무가 견디고 있는 건
땅속 깊이 내린 뿌리가 들려주는
든든한 속삭임 때문이리라
한여름 땡볕 아래
농부가 묵묵히 일하는 건
논밭의 속삭임 때문이며
바닷속 자유분방한 풍경도
질서의 속삭임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리라
많고 많은 속삭임에
귀 기울여 듣는 자
그대는 행복한 자이리라
-「속삭임」 전문
「속삭임」에서는 한겨울의 나무와 한여름의 사람들이 생명력을 지탱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자연의 속삭임 때문이며, 바닷속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를 따르는 풍경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겨울나무는 땅속 깊이 내린 뿌리의 속삭임에, 한여름 땡볕 아래 일하는 농부는 논밭의 속삭임에, 바닷속 자유분방한 풍경은 질서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따르기 때문이라고 몇 가지 예시를 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다는 암시까지 한다. 나아가 이같이 자연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 기울여 들을 때 행복을 누리게 된다고도 역설한다.
시 「홍시」는 감나무가 자연의 속삭임(순리)에 따르며 결실하는 과정을 지극히 주관적인 과장법으로 묘사한다. 순리에 길든 감나무가 햇빛을 받아들여 홍시가 열린 모습을 "하늘 한복판에다/홍보석을 매단다"는 표현이 그렇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순리를 따르는 한편 욕심 비우기와 더불어 살기라는 미덕을 되새기며, 순리를 따르던 어머니의 바느질을 통해서도 더불어 살기의 지혜를 떠올려 보인다. 「욕심 비우기」에서 시인은 바다에만 사는 고래와 산에서만 사는 호랑이를 상기하면서 제 세상에서만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반면교사로 바라보고 있다.
고래의 세상은 바다다
호랑이의 세상은 산이다
고래는 바다 식구와 함께
호랑이는 산 가족과
나누느라 기쁘다
고래는 산에
오르지 않고
호랑이는 바다로
내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들은
제왕으로 받들어지는 걸까
-「욕심 비우기」 부분
이 시를 통해 시인은 바다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고래와 산의 제왕으로 불리는 호랑이의 삶이 과욕을 삼가고 제 푼수를 지킬 뿐 아니라 나누면서 사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을 향해 "욕심을 비워낸 마음은/귀하고 장하고/영원하리니"라는 경구로 욕심 비우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옛적 어머니가 귀 넓은 돗바늘에 올이 굵은 삼합사를 꿰어 바느질하던 모습을 소환하는 「삼합사」도 세 가닥 실올을 합쳐서 만든 삼합사를 상기하면서 어머니가 몸소 실천하며 일깨우던 "세상만사/뜻대로 되기 원하걸랑/홀로 말고/삼합을 이루라"고 하던 교훈을 새기고 있다.
한편 「남빛의 비밀」에서는 무지갯빛 같은 아름다운 일곱 빛깔을 떠올리면서 낮은 자세로 자기 성찰을 한다. 일곱 빛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빛, 보랏빛 중 자신을 남빛으로 규정하면서 일말의 비애에 젖는다. 하지만 이 시도 비애에 자유롭지 못한 이 세상살이에서 자신을 낮추어 더불어 어우러지며 사는 미덕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이형순 시인의 적지 않은 시는 지난날 자신의 어리석음을 들여다보는 자성에 주어져 있다. 「바보」와 「사무침」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사무침」은 그렇게 산 자신의 내면 풍경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가슴속에 맺혀 있는 사무침뿐이라고 고백한다. 어쩔 수 없었던 그 사무침은 "가슴 헤집고 오르는/불덩이"에 비유될 만큼 격렬했고, "몸부림 골백번/ 더 해도" 바위에 새겨진 벽화처럼 그 흔적이 견고했을 뿐이니 바보처럼 살았다는 자책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서러움을 단 두 행의 시 「서러움」에서 "내 건 줄 알았는데/그렇지만도 않구나"라고, 시선을 외부로 돌려 사람들의 보편적인 파토스를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기도 한다.
"너도 그랬나/나도 그랬다/걔도 그랬단다"라고 하는 「마찬가지」도 마찬가지이며, 「나들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밝음과 어둠을 넘어서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우주의 운행과 자연의 순환에 마음을 가져가면서 기약 없지만 밝은 내일을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마음자리를 드러내 보인다.
어김없이 떴다가 지는
해와 달의 약속
모두가 이와 같다면
네모난 상자는 갇힘이리
인간에게는 갈망 때문에
이리저리 헤매다가
신작로도 트이는 것을,
기약 없는 나들이 길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나서곤 한다
-「나들이」 전문
이 세상에서의 삶이 시인에게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나서는 "기약 없는 나들이 길"이며, 현실은 "네모난 상자" 속 갇힘 같기도 하나, 해와 달이 번갈아 뜨고 지듯이 갈망 때문에 헤맨 뒤에는 넓은 길이 트일 거라는 고진감래의 전망을 그러안는 모습이다.
기쁨과 슬픔이
같은 배를 타고
어제처럼 오늘도
길을 따라간다
-「동행」 전문
또한 「이별 연습」에서는 "피었다 지는 꽃은/제 갈 길을 알기에/향기 풍기며 떠나간다/고운 자태로 벌 나비 모으던/찬란한 시절을 떠난다"고 묘사하는 바와 같이, 이별(소멸)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관조하며 품어 안으려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대가 나를 부르고
나는 그대의 그대가 되어
깍지 끼고 나란히
꽃비 마중 가리
봄비는 물안개가 되고
꽃가지는 어깨동무로
하늘을 가리고 있네
비 머금고 흩날리는
꽃잎들이 손 흔들며
살포시 내려앉는다
맨발로 꽃길 걸으며
그날도 우리는 함께
다시 꽃 마중 오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었지
꼭 다시 올 꽃들,
꽃비 마중 채비로
흙냄새 물씬한 대지에
입을 맞추어 보네
-「꽃비 마중」 전문
과거와 현재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아우르면서, 꽃들이 만발한 봄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꽃비를 마중하고 싶은 꿈(환상)을 아름답게 노래한 「꽃비 마중」은 사랑 안의 자연과 사람이 절정에 놓이는 한때를 그리고 있으며, 시 속에는 시인의 소망이 오롯이 도드라져 있다.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
이형순 시인의 이 두 번째 시집에 담긴 시편들은 자연과 사람을 향한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다. 빛과 그늘이 교차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향일성을 애틋하게 지향한다. 외경과 감사의 대상인 자연의 사랑 안에서 그 순리와 질서에 순응하며, 그늘진 삶의 파토스나 이루지 못하는 소망마저 조신하게 삭이고 그러안는 겸허한 마음자리 때문이다.
사랑은 시인에게 존재 이유라 할 만큼 가장 소중하고 높이 받드는 덕목일 뿐 아니라 몽매에도 잊지 못할 정도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절대가치다. 특히 자애로운 자연의 품에서는 임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머물고 싶은 소망이 언제 어디에서도 한결같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말을 극도로 아끼는 '말 없는 말'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낸 첫 시집 『여자의 꿈』은 '이형순의 시는 진솔하고 담백하며 원숙하고 유연하다. 사랑에의 기구와 그리움, 기다림이 중심축을 이루는 그의 시에는 팔순에 접어든 연륜과 경륜에 걸맞은 승화된 여유가 관류하며, 오랜 체험들이 부드럽게 녹아든 깨달음과 꾸밈없는 지혜들이 은은한 무늬와 빛깔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번 시집도 같은 풀이가 거의 유효하다. 다만 세상과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마음의 그림'들이 한결 간명하고 깊어졌으며 투명하고 여백의 묘미가 두드러져 있는 점이 다르다.
시인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사랑'이며, 외경의 대상이자 감사의 대상은 생성과 사랑으로 충만한 자연이며, 자연은 광대무변하고 풍요로운 생성과 사랑의 품이다. 이에 견주어 자신은 한갓 '바라기'(조그마한 사기그릇)에 지나지 않는다고 자연 앞에서 겸허하게 자세를 낮춘다.
그러면서 사람에게는 자연의 사랑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도 얼마나 소중한가를 완곡하게 일깨운다. 이 같은 가장 소중한 사랑을 향한 겸허한 자세는 「행선지」에서 간결한 문맥 속에 더욱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있으며, 사랑은 '너'(대상)에게로 간다고 아가페적인 사랑의 미덕을 견지한다.
바람이 말한다
부는 대로 간다고
강물은 말한다
흐름을 따라간다고
사랑은 말한다
너에게로 간다고
-「행선지」 전문
간명하고 진솔한 이 시는 자연의 섭리를 람과 강물의 흐름을 통해 암시하면서 자연의 순리에 따르려는 자세로 사랑은 대상을 향해 먼저 가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극도로 함축된 사랑의 메시지를 떠올리는 「세상에 가장 귀한 것」은 "나/너를//너/나를//사랑하는 것"이 시 전편이 이며, 술어를 빼버린 단 한 문장이다.
시 「기쁨」에서는 사랑의 대상인 '그대'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만나러 나서려 하니 먼저 와서 기다린다는 진술은 액면 그대로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바라는 바의 사랑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사랑은 설령 '그대'와 '나'가 함께 있지 않아도 마찬가지이며, 마음 깊은 곳에 언제까지나 자리매김하고 있는 '사랑 깊이 끌어안기'와 연계된다. 외경과 감사의 대상으로 받드는 자연의 품에서는 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일깨우며 감탄하는 경우다.
시인의 사랑을 품은 마음은 봄 풍경과 마주하면서 자연의 사랑에 젖어 들고, 벅찬 감격과 함께 감사한다. 꽃들이 만발한 풍경을 "잔칫상 차려 하객들을 맞이한다"(「천지삐까리」)고 보는 마음이 그러하다. 또한 시선을 더 넓혀 상춘객들을 향해서는 "삼삼오오 짝지어 즐기게 하는/푸짐한 상차림은 만복이로고/바람도 강물도 갈채를 보내니/천하엔 하객 천지삐까리다"(같은 시)라고, 만복을 안겨주는 대자연의 봄날을 자연에 인간들에게 베푸는 '푸짐한 잔치'에 비유하고 있다. 이 잔치에는 자연 현상인 바람도 강물도 갈채를 보내는 모습으로 그리고 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현상을 천하에는 하객이 '천지삐까리'(매우 많음)라고 한다.
또한 「꽃 궁전」에서는 "재워둔 설렘도 깨어나/맨발로 살포시/꽃 궁전 초대를/만끽한다"며 "꽃 궁전 화려한/이 봄날의 외출"이라고 기꺼워한다. 이 같은 인식은 자연 현상을 외경심으로 받들어 바라보고 사랑의 모습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참 좋다」도 그 연장선상의 시다.
오늘 바다로 와서
이야기 나누고
어제는 산에 올라
노래를 불렀지
내일은 들판에 나가
춤을 추리라
두 팔을 벌리며
그윽한 미소로 감싸는
산과 바다와
들이 있어 참 좋다
-「참 좋다」 전문
시인은 이 시에서 바다, 산, 들판을 그 대표적인 경우로 예시하면서 자연에 대한 외경심과 예찬의 폭을 넓혀 보인다. 있지만, 말하지 않은 말들도 적잖이 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인의 눈에는 자연 속의 광경들 역시 거의 마찬가지다. 시선을 산골 마을, 하늘, 땅속, 바다 등으로 두루 보내면서 아이의 글 읽는 소리, 철새 행렬, 집 짓는 개미들, 모천으로 회귀하는 물고기, 홀씨들의 비행을 비롯해 이루 다 알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들을 '이쁨'이라는 찬사나 '스승'이라는 외경심으로 바라본다.
시인의 이 같은 마음자리는 모든 빛깔의 바탕이 되는 세 가지 기본적인 색깔인 삼원색이 다른 색과 섞이면서 빚어지는 색을 화해와 융화, 친화와 동행이라는 미덕으로 받아들인다.
빨강과 파랑이 만나
서로 이쁘다고 부추긴다
잠자던 노랑이 깨어나
빨강과 파랑을 양손에 잡고
함께 밥 먹으러 간다
-「삼원색」 전문
빨간색과 파란색이 섞이면 보라색이 되는데 이 두 색깔은 서로 이쁘다고 부추긴다든지, 노란색이 빨간색과 어우러지면 주황색이 되고 파란색과 섞이면 초록색이 되지만, 노란색은 이 두 주황색과 초록색을 빚는다는 걸 양손을 잡고 함께 밥 먹으러 간다고 하는 표현도 재미있으며, 융화와 친화의 묘미를 미묘한 색깔의 변화에 비유해 그린다.
그러나 사랑은 이상적으로 추구하고 노래할 때와는 달리 현실 속에서 체험과 연결될 때는 갈망과 갈등을 동반하게 마련이다. 「갈망」에서 시인은 "가 보고 싶다/해 보고 싶다//가서 만나/못 견디게/보고 싶어서//왔노라고/고백하고 싶다"라고 토로하는 한편 「희망 사항」에서는 "사랑아/나랑/먹고 자고 놀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바라는 바의 심중을 털어놓는다. 이런 갈망은 「그대에게」에서와 같이 사랑의 대상(그대)에게 자신이 찾아갈 때까지 있어 주기만 해달라는 애원으로도 이어진다.
그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요
행여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눈이 오더라도
그러는 의미를
받아들이기만 해요
웃다 울다 버티다가
그대에게 갈 테니
그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요
-「그대에게」 전문
그대와 헤어져 있는 정황에서의 심중을 애틋하게 노래하는 이 시는 '그대'와 '나'가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눈이 오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나'가 웃고 울며 버티다가 찾아갈 테니 그 상황 속에서도 오로지 그대로 그냥 있기만 해달라고 애원한다. 이 애원은 행여 '그대'가 '나'를 기다리며 그런 상황을 버티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나'는 기필코 '그대'에게 이르겠다고 하는 '사랑에의 의지'에 기인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시인은 체념을 완전히 넘어설 수 없다는 인식에도 다다르게 된다. 하지만 「기다림」에서는 "만남은 너무 짧고/기약은 아득하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기다림이/기쁨인 줄 알기에/노래를 부른다"라고 처연하게 노래한다. 나아가서는 '그대'는 멀리 떠나가 버리고 미련만 남아 있지만, 그런 기다림 자체마저 '기쁨'으로 승화시킨다. 「회상 2」는 잃어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인 동시에 그 반전을 보여주는 시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마음속에 깊이 박인 흔적은
캐도 캐내도 그대로다
목줄 잡은 미련과 만나서
회상의 날개를 퍼덕인다
지난날의 산과 바다를
수시로 넘나들기도 한다
이젠 텅 빈 시간
속절없는 추억 반추인가 했는데
그런 미련과 회상 덕분에 새삼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회상만으로도 아름답다
마음속에 있어 줘 고맙다
-「회상 2」 전문
'그대'와의 사랑의 기억에 주어져 있는 이 시는 슬그머니 가버린 '그대'를 사모하는 사랑 노래다. '슬그머니'와 '끝없는 되새김질'이 대비를 이룰 정도로 '그대'와 '나'는 대조되는 정황에 놓여 있다. '그대'는 슬그머니 갔어도 '나'에게 사랑의 기억은 지우려야 지울 수 없게 "마음속에 깊이 박인 흔적"이며, "캐도 캐내도 그대로"일 정도다. 게다가 아무래도 미련을 버릴 수 없어 추억을 반추하게 되며, 사랑의 기억이 새겨진 산과 바다를 수시로 넘나들게도 된다.
그러나 그 미련과 속절없는 추억의 반추를 거듭하다가 자신을 들여다보니 그 "회상만으로도 아름답다"라는 깨달음에 이르며, 그 사랑의 기억들이 자신의 마음속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미련'의 승화에 다다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비가이면서도 '그대와의 사랑'을 소중하고 높게 돌아보는 찬가에 다름 아니라 할 수 있다.
그의 일련의 시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물상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며, 자연 현상은 그 길로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사계절 가운데 가장 힘들고 큰 상실감을 안겨주는 겨울에는 "겨울은 생명 품고//설렘으로//새봄을 기다린다"(「겨울 마음」)라고 추위 속에서 기다림을 내세우기도 하며, 그런 겨울에 "양지의 온기가/거실에 가득하고/꽃들이 활짝 웃는다"(「한겨울 사랑」)라고 겨울에 피는 꽃에 따스한 마음을 투사하기도 한다. 게다가 한겨울의 햇빛과 온기를 "미소 머금으며/맺힌 응어리를 녹이는/따사로운 한겨울 사랑"(같은 시)으로도 여기고 있다.
겨울나무가 견디고 있는 건
땅속 깊이 내린 뿌리가 들려주는
든든한 속삭임 때문이리라
한여름 땡볕 아래
농부가 묵묵히 일하는 건
논밭의 속삭임 때문이며
바닷속 자유분방한 풍경도
질서의 속삭임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리라
많고 많은 속삭임에
귀 기울여 듣는 자
그대는 행복한 자이리라
-「속삭임」 전문
「속삭임」에서는 한겨울의 나무와 한여름의 사람들이 생명력을 지탱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자연의 속삭임 때문이며, 바닷속의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를 따르는 풍경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겨울나무는 땅속 깊이 내린 뿌리의 속삭임에, 한여름 땡볕 아래 일하는 농부는 논밭의 속삭임에, 바닷속 자유분방한 풍경은 질서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따르기 때문이라고 몇 가지 예시를 하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다는 암시까지 한다. 나아가 이같이 자연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 기울여 들을 때 행복을 누리게 된다고도 역설한다.
시 「홍시」는 감나무가 자연의 속삭임(순리)에 따르며 결실하는 과정을 지극히 주관적인 과장법으로 묘사한다. 순리에 길든 감나무가 햇빛을 받아들여 홍시가 열린 모습을 "하늘 한복판에다/홍보석을 매단다"는 표현이 그렇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순리를 따르는 한편 욕심 비우기와 더불어 살기라는 미덕을 되새기며, 순리를 따르던 어머니의 바느질을 통해서도 더불어 살기의 지혜를 떠올려 보인다. 「욕심 비우기」에서 시인은 바다에만 사는 고래와 산에서만 사는 호랑이를 상기하면서 제 세상에서만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을 반면교사로 바라보고 있다.
고래의 세상은 바다다
호랑이의 세상은 산이다
고래는 바다 식구와 함께
호랑이는 산 가족과
나누느라 기쁘다
고래는 산에
오르지 않고
호랑이는 바다로
내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그들은
제왕으로 받들어지는 걸까
-「욕심 비우기」 부분
이 시를 통해 시인은 바다의 제왕이라 할 수 있는 고래와 산의 제왕으로 불리는 호랑이의 삶이 과욕을 삼가고 제 푼수를 지킬 뿐 아니라 나누면서 사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을 향해 "욕심을 비워낸 마음은/귀하고 장하고/영원하리니"라는 경구로 욕심 비우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옛적 어머니가 귀 넓은 돗바늘에 올이 굵은 삼합사를 꿰어 바느질하던 모습을 소환하는 「삼합사」도 세 가닥 실올을 합쳐서 만든 삼합사를 상기하면서 어머니가 몸소 실천하며 일깨우던 "세상만사/뜻대로 되기 원하걸랑/홀로 말고/삼합을 이루라"고 하던 교훈을 새기고 있다.
한편 「남빛의 비밀」에서는 무지갯빛 같은 아름다운 일곱 빛깔을 떠올리면서 낮은 자세로 자기 성찰을 한다. 일곱 빛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빛, 보랏빛 중 자신을 남빛으로 규정하면서 일말의 비애에 젖는다. 하지만 이 시도 비애에 자유롭지 못한 이 세상살이에서 자신을 낮추어 더불어 어우러지며 사는 미덕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시사한다.
이형순 시인의 적지 않은 시는 지난날 자신의 어리석음을 들여다보는 자성에 주어져 있다. 「바보」와 「사무침」을 그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사무침」은 그렇게 산 자신의 내면 풍경을 더욱 구체화하면서 가슴속에 맺혀 있는 사무침뿐이라고 고백한다. 어쩔 수 없었던 그 사무침은 "가슴 헤집고 오르는/불덩이"에 비유될 만큼 격렬했고, "몸부림 골백번/ 더 해도" 바위에 새겨진 벽화처럼 그 흔적이 견고했을 뿐이니 바보처럼 살았다는 자책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시인은 그 서러움을 단 두 행의 시 「서러움」에서 "내 건 줄 알았는데/그렇지만도 않구나"라고, 시선을 외부로 돌려 사람들의 보편적인 파토스를 떠올리며 위안으로 삼기도 한다.
"너도 그랬나/나도 그랬다/걔도 그랬단다"라고 하는 「마찬가지」도 마찬가지이며, 「나들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밝음과 어둠을 넘어서는 거시적인 시각으로 우주의 운행과 자연의 순환에 마음을 가져가면서 기약 없지만 밝은 내일을 향해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마음자리를 드러내 보인다.
어김없이 떴다가 지는
해와 달의 약속
모두가 이와 같다면
네모난 상자는 갇힘이리
인간에게는 갈망 때문에
이리저리 헤매다가
신작로도 트이는 것을,
기약 없는 나들이 길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나서곤 한다
-「나들이」 전문
이 세상에서의 삶이 시인에게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나서는 "기약 없는 나들이 길"이며, 현실은 "네모난 상자" 속 갇힘 같기도 하나, 해와 달이 번갈아 뜨고 지듯이 갈망 때문에 헤맨 뒤에는 넓은 길이 트일 거라는 고진감래의 전망을 그러안는 모습이다.
기쁨과 슬픔이
같은 배를 타고
어제처럼 오늘도
길을 따라간다
-「동행」 전문
또한 「이별 연습」에서는 "피었다 지는 꽃은/제 갈 길을 알기에/향기 풍기며 떠나간다/고운 자태로 벌 나비 모으던/찬란한 시절을 떠난다"고 묘사하는 바와 같이, 이별(소멸)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관조하며 품어 안으려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준다.
그대가 나를 부르고
나는 그대의 그대가 되어
깍지 끼고 나란히
꽃비 마중 가리
봄비는 물안개가 되고
꽃가지는 어깨동무로
하늘을 가리고 있네
비 머금고 흩날리는
꽃잎들이 손 흔들며
살포시 내려앉는다
맨발로 꽃길 걸으며
그날도 우리는 함께
다시 꽃 마중 오자며
새끼손가락을 걸었지
꼭 다시 올 꽃들,
꽃비 마중 채비로
흙냄새 물씬한 대지에
입을 맞추어 보네
-「꽃비 마중」 전문
과거와 현재를 따로 보지 않고 하나로 아우르면서, 꽃들이 만발한 봄날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꽃비를 마중하고 싶은 꿈(환상)을 아름답게 노래한 「꽃비 마중」은 사랑 안의 자연과 사람이 절정에 놓이는 한때를 그리고 있으며, 시 속에는 시인의 소망이 오롯이 도드라져 있다.
목차
목차
005 시인의 말
Ⅰ
012 꽃 궁전 / 013 천지삐까리 / 014 채비 / 016 꽃비 마중 / 018 기쁨 / 020 햇살 / 021 삼원색 / 022 바라기같이 / 024 참 좋다 / 026 비상 / 028 아름다운 광경 / 030 게임 / 031 호수 / 032 희망, 화답 / 034 세상에 가장 귀한 것 / 035 행선지
Ⅱ
038 희망 사항 / 040 그대와 나 / 041 청혼 / 042 갈망 / 044 어쩌면 좋아 / 045 짝꿍 / 046 기대감 / 047 기다림 / 048 메아리 / 050 그대에게 / 051 회상 1 / 052 회상 2 / 054 늪 / 056 맑은 날 / 058 대화 / 059 어떤 존재
Ⅲ
062 삼합사 / 064 속삭임 / 066 사위四圍 / 067 홍시 / 068 정말 / 070 남빛의 비밀 / 071 걸음마 / 072 알곡 / 073 겨울 마음 / 074 한겨울 사랑 / 076 욕심 비우기 / 078 무료입장 / 079 손끝 하나로 / 080 모르고 싶다 / 082 그런 사람 / 083 미완의 매듭
Ⅳ
086 몽돌의 넋두리 / 088 사무침 / 090 바보 / 092 하나와 둘의 대화 / 093 서러움 / 094 마찬가지 / 096 어느 겨울날 / 097 삶과 죽음 / 098 이별 연습 / 099 나들이 / 100 계단 / 102 무용지물 / 103 하루 / 104 동행
해설
108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_이태수
Ⅰ
012 꽃 궁전 / 013 천지삐까리 / 014 채비 / 016 꽃비 마중 / 018 기쁨 / 020 햇살 / 021 삼원색 / 022 바라기같이 / 024 참 좋다 / 026 비상 / 028 아름다운 광경 / 030 게임 / 031 호수 / 032 희망, 화답 / 034 세상에 가장 귀한 것 / 035 행선지
Ⅱ
038 희망 사항 / 040 그대와 나 / 041 청혼 / 042 갈망 / 044 어쩌면 좋아 / 045 짝꿍 / 046 기대감 / 047 기다림 / 048 메아리 / 050 그대에게 / 051 회상 1 / 052 회상 2 / 054 늪 / 056 맑은 날 / 058 대화 / 059 어떤 존재
Ⅲ
062 삼합사 / 064 속삭임 / 066 사위四圍 / 067 홍시 / 068 정말 / 070 남빛의 비밀 / 071 걸음마 / 072 알곡 / 073 겨울 마음 / 074 한겨울 사랑 / 076 욕심 비우기 / 078 무료입장 / 079 손끝 하나로 / 080 모르고 싶다 / 082 그런 사람 / 083 미완의 매듭
Ⅳ
086 몽돌의 넋두리 / 088 사무침 / 090 바보 / 092 하나와 둘의 대화 / 093 서러움 / 094 마찬가지 / 096 어느 겨울날 / 097 삶과 죽음 / 098 이별 연습 / 099 나들이 / 100 계단 / 102 무용지물 / 103 하루 / 104 동행
해설
108 사랑 노래의 다채로운 변주_이태수
저자
저자
이형순 이형순 시인은 1946년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여자중학교, 대구여자고등학교, 영남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25년 첫 시집 『여자의 꿈』으로 등단했으며, 대구YMCA합창단, 대구레이디스코러스합창단 단원 등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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