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예술인가
영화 세상의 다정하 무관심을 향한 시선
『영화는 예술인가』는 영화담론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책으로, 영화의 본질에 관한 형이상학적 담론과 아울러 서양고전과 한국고전 작품에 나타난 영화의 고전적 특성과 현대성의 의미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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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영화는 종합예술이 아니다. 영화는 영화다.
흔히들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한다. 영화가 기존의 문학과 연극 같은 인접 예술 장르와의 결합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견해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현상적 표현은 대중에게 혼동을 불러일으키는데, 하나의 예술이 다른 예술과 결합하는 순간 그 진정성과 자율성을 잃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종합예술이라는 표현은 각각의 예술 장르의 독자성을 파악하지 못한 절충주의 사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타르콥스키의 말처럼 타 예술장르에 비해 120여 년의 짧은 역사를 지닌 영화가 예술일 수 있다면, 잉마르 베리만, 로베르 브레송,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몇몇 감독들의 작업에 국한되는 것이다. 나아가 영화를 빛의 예술로만 보는 것 역시 고난과 역경을 뚫고 개발한 뤼미에르 형제의 영사기 시네마토그라프와 극장이 안고 있는 어둠의 특성을 간과한 설명이기도 하다.
저자는 영화와 문학이 생산적인 관점에서 상호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해온 사실을 인정하지만, 두 장르 사이의 차이를 분명하게 밝히고, 앞으로 영화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문학으로부터 점점 멀어질 뿐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와도 멀어질 것임을 예견하고 있다. 그렇게 하여 영화가 점차 독자적 예술 장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적 특성의 범주를 이렇게 네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째, 영화는 생각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어둠의 자식들을 불투명하고 어스럼한 불빛으로 조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아무도 모른다誰も知らないNobody Knows〉(2004, 140m)는 시네아스트가 시네마토그라프의 원칙에 따라 이미지와 사운드로 써내려간, 풍요의 시대가 외면한 양심의 빈곤에 대한 고백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카메라와 녹음기의 특성에 토대를 둔 영화다운 슬픔에 관한 생각을 우리에게 선물한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생각이다. 영화는 주체가 아니지만 스스로 생각한다. 영화는 어둠을 생각한다. 이렇게 영화는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눈뜨며 아픔을 보듬고 있다.
둘째, 영화는 증언한다.
영화는 카메라로 묻는다. 카메라-눈은 이미지의 근원을 묻게 한다. 필름 위에 새겨지는 것은 단순히 어떤 이미지가 아니라 바로 이미지의 근원이다. 하나하나의 숏은 이방인의 무덤으로서 소통 불가능한 장소에서 당하기만 하는 이방인의 표정, 독백, 동작을 통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이방인의 길을 비추며 이미지의 근원을 묻고 있다.
셋째, 영화는 위안한다.
영화를 보며 흘리는 눈물과 마찬가지로 영화가 주는 웃음 역시 우리를 위안한다. 웃음은 우울증을 방지하고, 긴장과 스트레스, 트라우마를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아울러 공격성과 공포, 스트레스 호르몬을 감소시키고 고통을 줄이는 호르몬을 늘리며,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 한마디로 웃음은 생물학적 약국biological pharmacy 역할을 수행한다. 감동적 눈물보다는 감동적 웃음을 창출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심각한 영화들에 비해 코미디 명작이 드물고, 찰리 채플린은 물론 버스터 키튼Buster Keaton, 존랜디스 같은 B급 코미디 영화감독이 영화사에서 명감독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넷째, 영화는 우리를 무아로 이끈다.
한 편의 영화는 수많은 움직이지 않는 단편사진들, 즉 프레임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진작가가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작품 한 장 한 장마다 독립적이며 개별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와 달리 영화 카메라가 찍어놓은 수많은 사진들 하나하나는 사진 작품들과는 달리 개별적으로 독립적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오직 이들을 편집하여 서로 이어 놓고 영사할 때 그 흐름 속에서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사진과 달리 영화의 이미지들에는 주체적인 가치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존재의 무아를 그대로 드러내는 예술 장르이다.
영화담론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이 책은 영화의 본질에 관한 형이상학적 담론과 아울러 서양고전과 한국고전 작품에 나타난 영화의 고전적 특성과 현대성의 의미를 묻고 있다. 궁핍한 시대에 진정한 영화의 길을 물은 진정한 시네아스트 유현목, 이만희, 임권택, 하길종, 유영길, 정지영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관객을 존중하는 한국영화의 나아길 길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영화담론의 진정성이 우리 영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한국적인 영화의 현대성을 확립하는 데 이바지하기를 염원한다.
목차
목차
영화는 예술인가
영화는 종합예술인가?
영화는 빛의 예술인가?
영화는 생각한다
영화는 어둠을 생각한다 〈아무도 모른다〉
영화는 에로티슴을 생각한다 〈원스〉
영화는 분위기를 생각한다 〈소매치기〉
영화는 증언한다
영화는 카메라로 말한다 〈이방인〉
증오의 시선을 추적하는 카메라의 증언 〈증오〉
영화는 위안한다
인문 치유와 영화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아파 본 사람이 안다 〈블루스 브라더스〉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워낭소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과 바다〉
장애 없는 인간은 없다 〈어둠 속의 댄서〉
버림받은 사랑이 빛난다 〈파이란〉
악의 진실성이 어린 양을 구한다 〈양들의 침묵〉
영화는 무아로 이끈다
무아와 영화의 원리
무아의 글쓰기로서의 브레송의 영화론
에필로그 낯섦을 향한 머무름 - 관객을 존중하는 한국영화를 위하여
부록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 프랑수아 트뤼포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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