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의 시간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기록 | 이준호 장편소설
이준호의 장편소설. 채만식 『탁류』의 이어 쓰기이자 존재하지 않는 속편 격인 이 소설은 『탁류』 이후의 시간을 상상한다. 주인공인 의사 남승재와 살인자가 된 초봉, 초봉의 동생 계봉이 실존했다는 가정하에 이들이 식민지 말기와 해방 공간, 한국전쟁, 그리고 분단 시대를 힘겹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여러 논문과 연구서들을 참조하여 『탁류』의 사건을 재구성하고 그 사이사이를 참신한 상상력으로 메워 새로운 ‘『탁류』의 시간’을 만들어낸다. 옛 군산의 공간과 장소, 일종의 오마주인 『탁류』 속의 문장들을 발견하는 것도 적지 않은 재미가 될 것이다. 소설은 화자 ‘나’가 보국탑에 살았던 한 노숙자의 원고를 입수하면서 시작된다. 원고를 쓴 사람은 오로지 환자를 돌보는 데만 헌신했던 의사 남승재. 명예나 권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지만 결국 세상을 버리고 은둔의 길을 택했던 그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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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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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보를 살인한 죄로 자수한 초봉은 기생 행화와 남승재의 증언으로 3년 만에 출소한다. 초봉의 복심재판 변호를 맡았던 이시카와와 초봉의 동생 계봉은 이미 정식 부부가 되어 있다. 계봉 부부는 초봉의 딸 송희를 맡아서 기르겠다는 말을 꺼낸다. 송희가 살인자의 자식으로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라게 될까 염려한 초봉은 딸을 동생 부부에게 맡기고, 이시카와의 도움을 받아 옷 수선집을 차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간다. 그러나 그 시간도 잠시, 계봉 부부는 송희를 데리고 내지로 들어가 살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둘의 결혼을 반대하던 이시카와의 부모가 그들을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초봉은 늘 그래왔듯 체념하고 포기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송희를 보내준다.
제대 후 환자들을 돌보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승재에게 예비역 재소집 영장이 배달된다. 전황이 다급해진 남방전선으로 만주와 중국의 병력이 대거 이동한 데 따른 조처였다. 전쟁은 막판으로 치닫고 있었다. 승재가 배속된 사단은 만주 관동에서 봉천을 거쳐 남하해 주력은 여수, 일부는 목포를 경유하여 제주읍 산지항에 상륙한다. 어느 날, 승재는 한림항으로 지원을 갔다가 종군간호부로 온 명님을 만난다. 승재는 어린 명님을 계명옥에서 구해와 보살펴왔고 어느덧 처녀꼴이 박힌 명님은 승재를 마음에 품고 있다. 하지만 초봉과 계봉, 두 자매를 차례로 마음에 품었지만 둘다 떠나보내야 했던 승재는 아직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는 건 용납할 수 없어 모른 척해왔던 것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한순간인 전장에서 승재는 명님에 대한 마음을 깨닫게 되지만, 결국 고백하지 못하고 단념하고 만다. 승재는 잡념을 떨치려고 더욱더 진료에 매달린다.
마음을 열지 않는 승재, 그리고 떠나버린 송희. 초봉의 공허한 마음은 달래지지 않는다. 그때 오 씨가 나타난다. 경성에 의지가지없는 초봉은 오 씨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살림을 합치게 된다. 그러나 오 씨는 유부남에 사기꾼이었고, 가게를 비롯한 전 재산을 도둑맞은 초봉은 또 남자를 믿었다는 자기혐오에 괴로워하며 길을 떠난다.
일본이 패전하고, 조선이 해방되자 승재는 소집해제 된다. 일본군 병원장의 제안을 뿌리치고 육지로 가기 전 제주도를 유랑하던 남승재는 발목을 접질려 재생의원을 방문하게 된다. 중풍으로 쓰러졌다가 회복 중인 듯 보이는 노인은 병원을 맡아서 운영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바다에 사로잡힌 승재는 덜컥 승낙하고 병원을 수리한다. 실력이 좋은데다 친절하다고 소문나서 근동뿐 아니라 멀리서도 환자들이 찾아온다. 밤엔 아이들을 모아 병원 진찰실에서 야학을 연다. 그러던 중 승재는 빨치산을 치료해준 것을 기화로 고문을 당하게 되고 일제 경찰에서 대한민국 경찰로 변신해 있던 박현철을 다시 만나게 된다. 노인은 사형에서 무기징역까지 승재의 형량을 낮춰주며 노력했지만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뜨고 만다. 박현철은 노인의 전 재산을 빼앗고, 승재를 형무소에 집어넣는 목적까지 이룬다. 사상범으로 마포형무소에서 무기 복역 중이던 승재는 한 형무관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 사건을 계기로 의무실의 일손을 돕게 된다.
그러던 6월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하고 승재는 출감된다. 인민해방군의 군의군관으로 입대하라는 제안을 받은 승재는 어떤 군복을 입건 사람을 살리는 건 마찬가지란 생각에 승낙한다. 전선의 교착상태가 지속되던 9월 중순, 돌연 후퇴 명령이 내려진다. 유엔군이 인천에 상륙했다는 말이 들렸고, 승재는 후퇴하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국군에게 잡혀오게 된다. 예전 마포형무소에 근무했던 의무과장의 도움으로 승재는 목숨을 구하고, 국군의 군의관으로 다시 복무할 의사를 밝힌다.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승재는 흥남철수 때 왼팔과 오른쪽 눈을 잃게 되고, 의사의 생명이 끊어진다. 병들고 다친 사람을 살린다면 어떤 길이건 상관 않고 묵묵히 걸어왔던 승재는 회한을 느끼며 제대한다. 일단 노인의 묘를 이장하고, 이제부턴 자신의 의지대로 살리라 다짐하는 승재. 군산 월명공원에 있는 보국탑이 떠오른 건 그때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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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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