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편하게
허택 소설집
소설가이자 치과의사로서 병든 이들의 아픈 자리를 살펴온 허택의 네번째 소설집 『언제나 편하게』에는 다양한 ‘몸의 소리’들이 담겨 있다. “사람의 입속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살아온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그의 말처럼, 과연 그의 작품 속에는 치과의사로서 사십여 년 동안 들여다본 헐고, 붓고, 썩고, 닳고, 깨진 삶의 파편들이 가득하다. 허택은 그 몸의 소리를 통해 얻은 통찰을 소설이라는 갈래를 통해 풀어내며 세상을 읽어내려간다. 건강에 대한 작가의 자의식은 사람과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고, 정신의 공허와 문명의 결핍이 건강의 상실이라는 몸의 사태를 통해 이야기된다. 이때 소설이란 그간 그가 의사로서 지속해온 진료 행위의 심화이자 확장이다. 치유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둘은 공통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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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언제나 편하게』는 질병이 만연한 시대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서로를 착취하는 상황을 넘어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현대사회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처참하게 무너뜨린다. 피로와 슬픔을 견디기 위해 더욱 해로운 것을 찾는 역설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그러다가 때때로 젊은 사람이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 살풍경의 틈에서 치유자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있다. 온기를 잃은 채 오른손을 휘두르는 사내에게 온정을 베푸는 「끝나지 않는 싸움」의 보육원 할아버지와 꽃집 할머니가 그러하고, 서로 다른 입장에서 살아온 두 친구의 대립을 중재하는 「1995년의 결」에 나오는 주점의 할머니가 그러하고, 교통사고로 죽은 자들의 영혼을 애도하는 「찰나의 연극」의 교장 선생이 그러하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러나」 속 외할머니는 가장 뚜렷하게 자애로운 치유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격무에 지쳐 역류성 식도염까지 앓게 된 외손녀를 불러들여 건강을 회복시키는 그녀는 치유자로서 존재하는 현로(賢老)의 전형이다. 시드는 생명을 정성껏 가꾸고, 성난 것들을 너그럽게 누그러뜨리고, 아파하는 것들을 애처롭게 보듬어 안는 존재들 앞에서 성나고 모난 것들은 날카로운 기세를 꺾지 않을 수 없다.
꽃잎들 위 이슬이 햇살 따라 영롱하게 반짝인다. 천사들의 보석처럼 영롱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빨갛다. 순결하게 빛나고 있다. 바람결 따라 흔들리는 햇살에 담긴 장미 꽃잎들이 찬란하다.(「허무, 끝」, 105~106쪽)
이러한 건강한 세계, 충만한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저마다의 생명이 약동하는 아름다운 자연의 세계, 꽃과 나무와 바람과 햇살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세계를 잃어버린 우리는 문명을 얻은 대가로 건강을 생각하는 것을 잊었다. 『언제나 편하게』에는 생명이 소멸되어가고, 몸과 마음이 훼손되는 불인한 세계를 건강한 세계로 되돌리고 싶은 작가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 간절한 마음을 실은 바람이 소설집 곳곳에서 불어온다. 바람은 생명의 숨결이다. 그것은 죽어가는 것들을 되살린다. 『언제나 편하게』는 지치고 다친 이들에게 후- 하고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려 한다. 그것이 허택이 소설가로서 회복을 지향하는 방법이다.
목차
목차
피가 흐림 후 맑음
습진이 만든 병
허무, 끝
1995년의 결
어처구니없게도, 그러나
끝나지 않는 싸움
찰나의 연극
발문 | 무명한 사랑의 방법 | 전성욱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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