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내셔널 문학
경계의 언어, 언어의 경계
언어는 내셔널한 근대체제 안에 너무도 깊이 내면화되고 도구화되어서, 내셔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논의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다. 언어의 단일성은 불변의 신화와도 같다. 단일어가 아닌 소통은 불통이고, 단일어로 쓰이지 않은 문학텍스트란 변종이다. 이 책이 트랜스내셔널이란 용어를 언어와 문학의 층위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내셔널한 체제의 언어적 구성에 대해 먼저 문제화를 해야 한다는 절박성 때문이다. 우리의 언어는, 그 안에 전제된 단일성은, 해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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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그들의 문학, 문학성, 근대성에 관한 새로운 논의
영미문학을 전공한 저자 박선주는 이 책에서 다루는 텍스트들이 서구 텍스트 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일관된 원칙이나 기준에 의해 선택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흔히 이민 작가로 분류되는 창래 리나 가즈오 이시구로, 테레사 학경 차 등의 작품을 다루면서도 이민문학이 트랜스내셔널 문학의 요소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들의 텍스트를 논의하게 된 것은 그저 우연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책에서 '문학사에 대한 문학사' 쓰기를 시도한다.
트랜스내셔널 등장 이후 10년, 민족주의는 사라졌나?
트랜스내셔널이 학계의 어젠다로 등장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민국가가 본격적으로 문제화되었고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새겨진 국경과 경계선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평에 대한 환호와 기대감 속에서 민족주의는 낡은 시대의 구닥다리 개념이 된 듯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오늘날 국가 간 반목은 더 강화되고 장벽은 더 높이 세워지며 핵과 미사일은 더 멀리 발사된다. 정치적 국면이 경색되고 군사적 엄포가 오가게 되면 트랜스내셔널은 순식간에 물정 모르는 학자들의 순진한 혹은 위험한 이상주의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트랜스내셔널이 국가 장벽을 넘어선다는 낭만적인 프로젝트라면, 혹은 글로벌 자본의 이동과 통치를 기술하는 작업이라면, 이 용어의 운명은 분명 비관적이다. 화해는 짧고, 폭력은 반복되며, 교류는 불평등을 가리는 장밋빛 환상이기 때문이다.
문학에서 '초국가', '트랜스내셔널'이란 어떤 의미인가?
지난 10여 년간 정치학, 역사학, 사회학 분야에서 '트랜스내셔널'은 활발히 논의되었다. 그러나 언어와 서사, 문학 분야에서만큼은 이 개념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언어는 내셔널한 근대 체제 안에 너무도 깊이 내면화되고 도구화되어서, 내셔널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논의된다는 것을 상상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언어의 단일성은 불변의 신화와도 같다. 단일어가 아닌 소통은 불통이고, 단일어로 쓰이지 않은 문학텍스트는 변종이다. 이 책에서 트랜스내셔널과 문학을 나란히 놓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생각을 문제화하기 위함이다. 우리의 언어는, 그 안에 전제된 단일성은, 해체되어야 한다.
트랜스내셔널과 문학은 어긋나 있다
『트랜스내셔널/문학』은 근대 체제를 견고하게 지탱하는 근대 언어체제를 선 긋기의 행위로 다시 논의한다. 근대 문학을 구성하는 요소가 날카롭고 희미한 경계선, 선들이 남긴 흔적과 잔여, 선 위에서 들리는 약한 신음소리 등임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선 긋기는 근대의 강박이다. 지난 2세기 동안 근대 문학은 언어와 텍스트에 크고 작은 선들을 끊임없이 그어 왔다. 무엇보다도 '근대 인간'이라는 범주의 경계 안팎으로는 치열한 경합 속에서 수많은 선들이 그어지고 지워지고 다시 그어졌다. 이 선들은 근대적 정체성을 구성해 내었고, 근대의 언어체제로 작동해 왔다. '트랜스내셔널/문학'에 그어진 비스듬한 선처럼, 그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어긋남이 있음을 인식하고, 근대 문학과 언어에 존재하는 '선'을 제대로 바라보자.
목차
목차
들어가는 말 트랜스내셔널/문학: 인식론과 방법론
1장 경계의 탄생, 인간의 등장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나이트」, 셰익스피어 『햄릿』
2장 근대 소설, 근대 개인, 근대 국가: 나에서 우리로
루카치 『소설의 이론』,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3장 소설과 마술: 초월의 서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최인훈 『태풍』,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4장 유사-소설과 유사-인간: 우리라는 오해
가즈오 이시구로 『남아 있는 나날』
5장 다문화주의와 단언어체제: 영어전용과 브로큰 잉글리시
「스타트렉」
6장 깨진 언어, 부서진 서사, 우리의 죽음
창래 리 『원어민』, 테레사 학경 차 『딕테』
7장 여성이라는 괴물: 나와 내 이름의 경계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창래 리 『제스처 라이프』
나가는 말 인공언어, 인조인간, 트랜스내셔널/문학의 자리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참고문헌
저자
저자
현대영미문학, 번역이론, 비교문학 전공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미국 University of Massachusetts at Amherst에서 Transnational Fiction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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