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이기는 힘 오래된 가게(문학의 길 9)
인천문화재단과 한겨레출판이 손잡고 펴내는 새로운 역사/문화 총서.다양한 관점에서 인천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문화의 길] 총서 아홉 번째 책. ‘인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 근현대의 초상화가 바로 ‘문화의 길’ 총서다. 지역 사정에 밝은 경인일보 기자 정진오가 ‘오래된 가게’라는 창을 통해 인천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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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기억에서 이야기로, 이야기에서 역사로
가게에는 사람이 오가고 물건이 드나든다. 그래서 이야기가 많다. 오래된 가게에서는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여 기억의 지층을 이룬다. 저자는 그 기억의 지층을 한 켜 한 켜 들추어 원래의 이야기를 복원하고, 그것을 지역의 역사라는 더 큰 이야기 안에 자리매김하려고 애쓴다.
저자가 주목하는 가게들은 그리 특별한 데가 없다. 사진관, 철공소, 과자점, 양조장, 이발관, 건어물점, 다방, 양복점, 얼음집, 자전거포, 헌책방. 어느 동네에나 으레 한둘쯤 있을 법한 가게들이다. 새우잡이 배, 선구점(船具店), 염전, 조선소 정도가 색다른데, 이는 항구도시 인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가게뿐 아니라 그 주인들도 그리 특별한 데가 없다.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의 모습 그대로이다. 어린 나이에 먹고살기 위해 일해야 했고, 삶의 의미를 돌아볼 여유 없이 온 힘을 다해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그들에게 오래된 가게란 대개는 '가업'이 아니었고 생애를 통해 이루어야 할 목표도 아니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오랜 고군분투의 결과물일 따름이었다.
그럼에도 이 보통 사람들의 보통 가게가 품은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그려 내는 그림은 인천이라는 도시의 특성과 지나온 역사를 드러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바다, 일제, 전쟁, 실향, 미군, 화교, 공장 같은 공통점이 도드라진다. 모두 인천이 겪은 '근대'와 관련된 특징들이다. 그러나 이 공통의 배경 안에서 각자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모두 독특한 맛이 난다. 같은 세월도 업종과 주인의 개성에 따라 살아 낸 방식이 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매 이 책은 한 폭의 모자이크다. 인천에서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 저마다 색깔과 모양을 달리하는 그 조각 그림들이 모여 인천의 삶이라는 큰 그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기억의 소멸에 맞서는 일의 소중함
그렇게 모자이크를 독해해 가노라면 한 가지 물음이 떠오른다. 모자이크의 작은 조각들, 오래된 가게가 들려주는 작은 이야기들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1978년 1월, 저자가 다니는 경인일보(당시 경기신문)에서는 신년 기획기사로 '고포(古?)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다. 그때 열한 곳의 고포가 소개되었는데, 30년 뒤인 2008년까지 살아남은 가게는 세 곳뿐이었다. 제2의 '고포 시리즈'라 할 만한 이 책에 소개된 열다섯 곳 가운데 다시 30년 뒤에도 살아남을 가게는 얼마나 될까?
전망은 밝지 않다. 이 책에는 지난 이야기는 넘치지만, 앞날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오랜 세월 가게를 지켜 온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있지만, 뒤를 이어야 할 아들 세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소개된 가게 열다섯 곳 가운데 대를 이어 운영하는 데는 네 곳뿐이다. 그 말인즉 현재의 가게 주인들 대에서 가게의 명맥이 끊기기 쉽다는 것이다. 사정이 그리 된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테지만, 문제는 우리 생활사와 산업사의 소중한 조각들이 시나브로 소실되어 간다는 데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소멸해 가는 것들이 그 운명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의 한 시절에 관한 그들의 기억마저 소멸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시대에 관한 작은, 하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기억들을 되살려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 책의 노력은 그래서 더욱 소중해 보인다.
■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문화의 길' 총서
인천문화재단과 한겨레출판이 손잡고 펴내는 새로운 역사/문화 총서. 인천은 '근대의 관문'이라는 도시 형성의 역사적 기원으로 인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게 되었고,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다른 지역/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문화의 길'은 오늘의 지역, 지역성, 지역문화를 이룬 그러한 역사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그려 가는 새로운 문화지도이다. 역사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함은 지역사와 한국사의 맞물림, 특수성과 보편성의 연결 지점들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조명하는 기획을 통해 지역문화의 어제를 성찰하고 오늘을 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생활사의 근거지로서 지역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 근현대의 초상화가 바로 '문화의 길' 총서다.
목차
목차
이야기가 쌓여 역사가 된 곳들을 찾아서
* 흑백으로 남은 세월의 나이테, 교동사진관
* 최고령 대장장이의 망치질 소리, 인일철공소
* 한국 화교 백 년의 꿈, 복래춘
* 섬 막걸리의 진수, 북도양조장
* 대를 잇는 새우잡이, 한대경 선장
* 백 년 항구의 기억, 인천선구(船具)
* 짠물 인천의 몇 안 남은 소금밭, 시도염전
* 평화로운 가위질 소리, 뒷골목 이발소 신광이발관
* 건어물 사십오 년, 영신상회
* 인천의 향기 그윽한 우봉다방
* 인천 양복계의 간판, 이수일양복점
* 생선 냄새 스민 소래포구 일억원얼음집
* 대한민국 사이클의 산 역사, 이홍복 할아버지의 자전거포
* 한국 해양의 물결 넘실대는 곳, 디에이치조선
* 배다리 헌책방거리의 맏형, 집현전
에필로그
도서관이었고 박물관이었고 문화재였다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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