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의 문제들
『정약용의 문제들』은 저자가 정약용의 삶과 사상의 여러 가지 측면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겪게 된 문제들을 논의한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우리 학계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정약용의 이른바 ‘탈주자학적’ 성격에 대해 저자로서는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 점이고, 그 외에도 흔히 거론되는 정약용의 ‘개혁적’, ‘진보적’, 심지어는 ‘근대적’ 면모, 그리고 그러한 면모의 일부로서 그의 사상과 학문이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합리적’, ‘과학적’, ‘반미신적’ 성격이 지나치게 과장되었거나 단순화되었다고 주장한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정약용을 '주자학의 완성자', '보수적 실용주의자'로서 규정한 새로운 평가서!
이 『정약용의 문제들』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저자 김영식 교수는 자신이 정약용의 삶과 사상의 여러 가지 측면들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겪게 된 문제들을 논의한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우리 학계 대부분이 받아들이는 정약용의 이른바 '탈주자학적' 성격에 대해 저자로서는 수긍하기 힘든 면이 있다는 점이고, 그 외에도 흔히 거론되는 정약용의 '개혁적', '진보적', 심지어는 '근대적' 면모, 그리고 그러한 면모의 일부로서 그의 사상과 학문이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합리적', '과학적', '반미신적' 성격이 지나치게 과장되었거나 단순화되었다고 주장한다.
정조대 이후의 정치, 사상계에서 거의 잊혀진 정약용을 부활시킨 것은 한말의 임금 '고종'이었다. 고종은 정약용의 『여유당집』을 읽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못했음을 한탄했다고 전한다. 봉건 전제군주인 임금이 좋아하는 '근대주의자'?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저자는 '근대적', '개혁적' 성격 대신 오히려 정약용의 학문과 사상에서 일관적이고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은 실용, 실천, 현실, 합리를 중시하고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이를 '실용주의적'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지칭하는데, 이 같은 정약용의 '실용주의적' 경향은 학문, 도덕, 서학, 과학기술, 술수와 미신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그의 학문과 사상에 여러 형태, 여러 측면으로 나타났음을 지적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간 우리 학계의 정약용연구가 제시해 온 '탈주자학' '근대적' '개혁적' 등의 주된 경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약용을 본 것이다. 그동안 한쪽으로 치우쳤던 것을 바로잡으려는, 그리고 그간의 연구와는 다른 각도에서 정약용을 이해해 보려는 작업이 오히려 이처럼 반대쪽으로의 치우침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에서는 정약용의 견해와 태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수적인 측면들이 많이 드러난다.
정약용이 처했던 18세기 후반의 다양한 학문적, 사상적 조류들은 그에게 영향을 주었다. 우선 '서학'인 기독교와 서양 학문 외에도, 중국의 경학 및 고증학, 그리고 일본 고학파 비롯한 여러 사상적 조류들을 들 수 있고, 조선 학계의 주류를 이루었던 주자성리학, 그리고 북학파를 비롯한 여러 사상적 조류들도 당연히 그의 사상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정약용의 주된 지적 관심이 유가 학문전통 안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물론 정약용은 주자학의 폐단을 인식하고 원시유학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그 과정에서 주자학의 개념들이나 주장들로부터 벗어나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간 정약용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많은 연구는 주로 이 측면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많은 학자들이 이를 대체로 원시유학으로의 복귀, 또는 '탈주자학'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저자는 정약용에게 '탈주자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약용이 주자에게서 여러 불만스러운 점들을 보고 그를 고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주자학 이외의 많은 사상적 조류들과 학문적 경향들을 종합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주자학 그 자체를 배격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자와 주자학의 틀은 여전히 그의 사상 전반의 기초로 남아 있었으며 그가 시도한 것은 이에 대한 수정, 보완이었다.
정약용이 기본적으로 유가 전통에 속한 학자로서 유가 전통을 유지하고 그에 바탕한 조선 양반사회를 보존하는 데 주된 관심을 지녔던 것이기에 이는 당연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물론 정약용이 조선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개선의 방안들을 제시했으며 그 같은 개선방안들에서 '근대적' 성격을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에게서 볼 수 있는 그러한 '근대적' 요소와 측면들은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정약용이 그와 같은 '근대적' 요소와 측면들을 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추구에 성공하지 못하고 한계를 보인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저자는 지적한다. 조선 후기 양반사회의 일원이었던 정약용이 서양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출현해서 근대 사회의 특성이 된 요소들을 추구할 필요도 없었다.
천주교, 과학기술, 술수와 미신 등 다른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정약용의 태도는 이론적, 이념적이기보다는 현실적, 실용적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이 같은 모습이 정약용이 처했던 상황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조선 양반사회의 일원으로 그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목도하면서 흔들리는 사회의 근간을 유지, 지탱한 채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그의 희망이 이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애 후반 조선 양반사회의 중심으로부터 추락한 상황에서 그로부터 영영 낙오되어 배제될 것을 걱정하는 처지에서, 정약용은 자신에게 남겨진 유일한 길인 학문적 작업을 통해 그 사회를 지탱할 길을 제시했으며, 그런 가운데 자신의 능력과 성취를 인정받으려는 현실적인 태도를 보였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그 같은 그의 학문적 작업에는 경세학만이 아니라 조선 양반사회가 중요시하는 경학 연구가 당연히 포함되었다.
정약용은 유가 전통에 기반한 동아시아 사회가 그 체제를 지키면서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가장 사려깊고 책임감 있고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학자 중 한사람이었으며, 학문적 깊이나 폭 양쪽 모두에서 그가 당대 조선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또한 정약용이 해낸 일들이 자신이 처한 환경과 제약 속에서 그것들의 속박과 장애를 겪으면서 이루어낸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벗어나고 뛰어넘기 쉽지 않은 그런 엄청난 제약을 겪으면서 그가 그와 같은 것들을 이루어냈기에 그의 성취가 더 위대하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이 처한 틀을 벗어나 버리는 것보다 그 안에서 그 틀을 보완하고 완전하게 하려는 노력이 훨씬 힘들기 마련인 것이다.
저자는 '실용주의적' 경향을 지녔기에 정약용이 근본주의자, 원칙주의자, 교조주의자가 될 수 없었고 주자학, 서학, 술수, 개혁정책 등 그의 여러 가지 관심사들을 두고서 쉽게 독단론에 빠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약용이 '실용주의자'였기에 그의 여러 견해들이 개혁적 성격을 띠게 되었던 것이었지만, 또한 그가 '실용주의자'였기에 그 같은 개혁적 성격에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은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정약용의 '개혁적', '진보적', '독창적' 면모를 무시하거나 깎아내리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히려 저자가 의도하는 것은 조선 후기를 살던 인물로서의 정약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얻어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의 독창성이나 탁월함을 더 제대로 이해해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학문적 깊이나 폭 양쪽 모두에서 정약용이 당대 조선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정약용과 같은 세대인 서유구와 비교해서 더 광범위한 지적 관심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후속세대인 이규경이나 최한기보다 더 치밀하고 체계적이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자는 정약용이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과 상관없이 갑자기 돌출한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조선의 상황과 배경 속에서 출현했음을 전제로 한다. 만약 정약용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여건, 그리고 자신에게 가해진 제약과 상관없이 그냥 독창적이고 특별하기만 했다면 특이한 한 사람의 '돌출'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그것은 당시 조선 사회와는 무관한 '돌출'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독창성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전통을 깊이 이해하지 못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돌출'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정약용이 그 같은 '돌출'이 아니라 당시 조선 사회의 여건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사람으로 이해될 때 오히려 그의 성취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그 같은 성취들을 가능하게 한 당시 조선 사회의 잠재력과 활력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목차
목차
서론: 정약용의 '문제들'
1장 조선 후기 사회의 문제들
1. 조선 후기 사회와 정약용
2. 신분제도
3. 정치적 개혁
4.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
2장 주자학
1. 주희와의 차이
2. 주희에 대한 존경
3. 주희 틀 속의 정약용
3장 서학: 기독교와 서양 과학
1. 천주교와의 만남
2. 정약용의 천주교 신앙과 그 한계
3. 천주교를 버리고 유학으로
4. 서양 과학기술
5. 기독교, 서양 과학기술, 중국 과학전통
4장 과학기술
1. 정약용의 과학기술 지식
2. 실용성과 경전 해석
3.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지식의 한계
4. 유학자들과 과학기술 지식
5장 술수와 미신
1. 술수와 미신에 대한 유학자들의 태도
2. 술수와 미신에 대한 정약용의 양면적 태도
3. 『주역』과 『주역』점
4. 상관적 사고
6장 '실용주의적' 경향: 실용, 실천, 현실, 합리
1. 공부와 실천
2. 과학기술
3. 학문과 사상
4. 술수와 미신
5. '실용주의적' 현실인식
결론
부록 정약용과 홍대용
참고문헌
저자
저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업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학 Ph.D. (화학물리학) 미국 프린스턴대학 Ph.D. (역사학)
서울대학교 화학과, 동양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원장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주요논저|『주희의 자연철학』, 『정약용 사상 속의 과학기술』, 『유가 전통과 과학』 등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