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학술장: 1960년대~1980년대 초반(사회인문학총서)
『권력과 학술장: 1960년대~1980년대 초반』은 박정희 정권기를 중심으로 대학의 제도적 안정화의 이면에서 국가의 자본을 매개로 포섭과 배제의 역학이 학술장에 작동하는 양상을 ‘경합하는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포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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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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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HK사업단에서 기획하고 '대학과 학문, 공공성의 기획'팀이 '한국 근현대 학술제도사' 연구라는 흐름 속에서, 박정희 정권기 국가권력이 학술장에 어떻게 개입했는지, 대학(지식인들)의 대응은 어떠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필자들은 특히 박정희 정권기 대학의 제도적 안정화의 이면에서, 국가와 자본을 매개로 포섭과 배제의 역학이 학술장에 작동하는 양상을 '경합하는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포착하고자 함과 더불어 냉전체제에서의 비판적 한국학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따라서 이번에 같이 간행된 ?한국근현대 인문학의 제도화?에서 다룬 '일제 식민지시기~1950년대의 국가권력/학술장의 관계'의 뒤를 잇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식민지 경험에 이은 냉전체제, 미국의 직접적 지배력 안에 위치했던 1960년대의 한국사회는 개인과 집단,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관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만들었다. 구세대와 신세대, 전전(戰前)세대와 전후(戰後)세대, 비(非)한글세대와 한글세대, 반(反)근대주의자와 전(前)근대주의자, 근대주의자들이 혼재하였을 뿐만 아니라, 낡은 것과 새것, 전통의 계승과 단절에 관한 논의들이 쏟아졌다. 당시 박정희 정권기의 지식인들은 국가권력과 대중 사이에서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집중했으며, 권력의 비민주성이 심화될수록 소위 '협력과 저항'의 양자선택에 내몰려야 했다. 그렇다고 이 시기 학술장의 대응을 '민주/반민주'의 이분법으로 단순화하는 것 역시 학술 주체의 실존적 조건이나 지식 구성자로서의 자의식 혹은 욕망 등을 드러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재하는 학술장은 자율성과 통제 메커니즘이 충돌하고, 권력과 자본에의 욕망이 비판적 저항의 당위성과 뒤엉켜 있으며, 개인주의적 지향과 공동체적 윤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어쩌면 경계의 넘나듦이나 모호함, 적대적 이원성의 길항과 긴장이야말로 공공성을 향한 실존적 고투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학술장의 공공성과 지식생산의 지형'은 학술제도 및 담론장의 구성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친 다양한 힘들의 역학관계에 주목한다. 절대적인 권력주체로서의 국가?자본이 학술장에 개입하는 양상을 분석하고 공공성을 둘러싼 지식생산 주체들의 다양한 지향을 살펴본다. 강명숙의 ?제도화된 학술장으로서의 대학과 국가 통제: 1960~1970년대를 중심으로?는 1960~70년대 고등교육 정책에 작용한 국가의 통제 메커니즘이 제도권 안의 대학 학술장을 마비시키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이 시기 대학의 제도적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생계로서의 교수, 국가발전학, 학술활동 자격증으로서의 학위를 의미하는 제도로서의 학술(안)과, 사회문제에 대한 전방위적 접근, 잡문으로 치부되는 고발적 글쓰기, 실천지향적 학술추구를 의미하는 운동으로서의 학술(밖)이 분기되는 양상을 분석하였다. 이봉범의 ?1960년대 권력과 지식인, 그리고 학술의 공공성?은 대학, 학문, 지식이 국가-자본에 의해 포획된 상황에서 권력/지식인의 관계에 대해 '체제옹호/저항'의 이분법적 틀을 벗어나 보다 유연한 시각이 필요함을 말한다. 1960년대 '평가교수단'의 현실정치참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학술의 공공성 실현이 지니는 모순적 양면성을 도출하였다. 김현주의 ?1960년대 후반 비판 담론에서 '자유'의 인식론적·정치적 전망: ?창작과비평?을 중심으로?는 정권의 개입으로 정치적 운동/담론의 장이 폐쇄되어 가던 1960년대 후반에 문학/학술의 장에서 발아한 '자유'의 성격 및 의의를 분석한다. 특히 ?창작과비평?을 통해 자유의 인식론적, 정치적 전망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식 형식으로 제안된 것이 리얼리즘 문학과 비판적인 역사적 사회과학이었으며, 이것들이 성찰적이고 참여적인 주체를 구성할 수 있는 장치/제도였음을 논증하였다. 김영선의 ?한국여성학 제도화 과정과 지식생산의 동학: 장소·사람·프로젝트?는 1960~70년대에 초점을 맞춰 여성 지식생산의 구조와 동학, 사회적 맥락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시도하였다. 여성운동단체 및 대학여성연구소 등의 다층적·사회적 장소에서 생성된 인적 네트워크와 프로젝트들의 상호연결성, 그리고 여기에 함의된 실천성과 운동성을 드러냄으로써, 초기 여성문제의 조사연구와 여성교육 프로그램에 함의되었던 당대 공공성의 내용과 특징을 현재적 관점에서 재평가하였다. 이영미의 ?1970~80년대 재야 지식 장의 예술관 변화와 공공적 실천성: 문화운동·문예운동·예술운동의 명명과 그 의미?는 1970~80년대의 진보적 예술운동의 다양한 명명과 그에 따른 예술관의 차이를 분석함으로써 예술의 공공적 실천의 지형을 고찰하고 있다. 이 글은 이 시기 진보적 예술운동의 담당자들이 지역사회와 정부의 문화정책 속에서 지식/담론의 차원과 구체적 실천의 차원을 접속·연대시키는 경험에 주목한다.
제2부 '비판적 한국학의 모색'에서는 1960년대 이후 한국학이 보다 체계화?관제화 되어가는 한편으로 비판적 민족주의와 민중주의가 결합하여 '비판적 한국학'에 대한 모색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고찰하였다. 근대사 담론 및 식민화·주체화를 둘러싼 '외래/토착'이라는 학문 구성의 이분법을 비판적으로 성찰함으로써 현실에 개입하는 지식 구성의 복합성을 조망한다. 서은주의 ?'민족문화' 담론과 한국학: 1970년대 분단인식과 관련하여?는 한국학의 부상이라는 학술사적 맥락에서 '민족문화'에 대한 담론화 과정을 분단인식과의 상관성에 주목하여 고찰하였다. 관제 내셔널리즘의 학문생산 동력과 진보 진영의 민족주의 지향이 한국학의 제도화 과정에서 공생 혹은 길항하는 양상을 검토하고 이것이 분단에 대한 인식, 민중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연동되는지를 고찰하였다. 신주백의 ?'내재적 발전'의 분화와 '비판적 한국학': 민중의 재인식과 분단의 발견을 중심으로?는 관점과 태도로서의 내재적 발전에 입각해 한국사를 연구해 오던 흐름이 1970년대 들어 어떻게 분화되었는지를 추적하여, 그 분화과정이 갖는 의미를 대학사, 학술사의 맥락에서 점검하였다. 그는 민중을 역사의 주체로 재인식하고 분단의 문제를 학술연구의 대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민주적 공공성에의 지향으로 규정하고, 특히 분단에 대한 학문적 자각을 보여준 역사학으로부터 비판적 한국학의 가능성을 읽어낸다. 김건우의 ?국학, 국문학, 국사학과 세계사적 보편성: 1970년대 비평의 한 기원?은 내재적 발전론을 기반으로 형성된 4·19세대 비평 패러다임을 분석함으로써 세계사적 보편성을 한국사에서 찾고자했던 민족주의적 열망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는 민족주의 자체가 국가 통치 이데올로기와 접점을 지닌다는 인식 아래 1960~70년대 문학사 혹은 비평이 소위 국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3부 '학문의 자율성과 통제 메커니즘'은 백영서의 사회로 진행된 '문지'의 김병익과 '창비'의 염무웅의 대담을 정리한 것으로, 박정희 정권 시기의 학술장 내외부의 규율 시스템과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술주체들의 인적 네트워크 및 담론 지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대담은 대립적으로 간주되는 두 잡지를 주도해온 두 원로의 공식적인 첫 대화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의를 갖는다. 나아가 이 대담은 문건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이 시기 학술장·문학장의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사실들을 증언·기록하는 자리이자, 거리화를 통해 성찰하고 평가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깊다. 대담에서는 창비와 문지가 출간되는 과정의 전후 맥락과, 두 매체를 연대 혹은 대립하게 만든 의식과 지향에서의 차별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증언하고 분석한다. 또한 두 매체를 기반으로 인문·사회과학의 지식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확장되는 과정,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이들 매체에서 생산된 담론이 일본과의 지식 교류를 통해 해외로 발신한 사례를 소개한다. 또한 공식적인 검열을 포함해, 연구·출판과 관련된 지식인의 자기검열의 문제를 다룸으로써 학술장에 대한 국가권력의 개입과 지식인들의 대응 양상을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지성사의 관점에서 'counter-culture'로서의 두 매체의 역할과 의미를 극심한 매체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현재 상황과의 대비 속에서 평가한다.
이 책은 지식장에서 '공공성'을 둘러싸고 각축하는 국가와 지식생산 주체의 다양한 욕망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는 시각 및 방법론을 시도함으로써, 국가와 학문주체의 관계성이 '협력과 저항'의 이분법만으로는 포착될 수 없다는 명제를 제기하였다. 공공성을 매개로 하는 이러한 접근법은 '진보/보수', '민주/반민주'라는 한국 지성계의 이분법적 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하리라 기대한다.
목차
목차
책을 내면서: '경합하는 공공성'의 현장
1부 학술자의 공공성과 지식생산의 지형
제도화된 학술장으로서의 대학과 국가 통제: 1960~1970년대를 중심으로│강명숙
1960년대 권력과 지식인 그리고 학술의 공공성: 적극적 현실정치참여 지식인의 동향을 중심으로│이봉범
1960년대 후반 비판 담론에서 '자유'의 인식론적ㆍ정치적 전망:『창작과 비평』을 중심으로│김현주
한국여성학 제도화 과정과 지식생산의 동학: 장소ㆍ사람ㆍ프로젝트│김영선
1970~80년대 재야 지식 자의 예술관 변화와 공공적 실천성: 문화운동ㆍ문예운동ㆍ예술운도의 명명과 그 의미│이영미
2부 '비판적' 한국학의 모색
'민족문화' 담론과 한국학: 1970년대 분단인식과 관련하여│서은주
'내재적 발전'의 분화와 '비판적 한국학': 민중의 재인식과 분단의 발견의 중심으로│신주백
국학, 국문학, 국사학과 세계사적 보편성: 1970년대 비평의 한 기원│김건우
3부 학문의 자율성과 통제 메커니즘
『창작과 비평』,『문학과 지성』을 말한다│대담: 김병익ㆍ염무웅/사회: 백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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